[文化가 흐르는 漢字]안분수기(安分守己)

  • 입력 1999년 9월 11일 15시 16분


우리가 聖人(성인)의 말씀을 反芻(반추·되새김)하는 것은 그 속에 세상을, 인간을 일깨우는 智慧(지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영양가 없는 말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적어도 그들의 말씀에는 우리의 삶을, 생각을 살찌우게 하는 滋養分(자양분)이 듬뿍 들어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에게 합당한 職分(직분)이 있고 처지가 있다. 자신의 分數(분수)를 알고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安分守己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한다. 주제넘게 행동한다든지 허망한 꿈을 꾼다면 문제다.

孔子(기원전 551∼479)가 태어나 보니 세상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正道(정도)는 사라지고 邪術(사술)이 판을 쳤으며 欺瞞(기만)과 弱肉强食(약육강식)의 처절한 殺戮戰(살육전)만 橫行(횡행)했다. 이른바 春秋時代(춘추시대)였다.

그는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답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덕을 닦고 善政(선정)을 베풀어야 할 임금은 酒色(주색)에 耽溺(탐닉)하고, 임금을 받들어 국정을 수행해야 할 신하는 임금의 자리를 넘보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고 아들은 아들대로 직분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分數를 모르고 ‘분에 넘치는’ 행동을 한 결과 신하가 임금을 弑害(시해)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막다른 골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도 나라가 엉망이라 공자는 조국 魯(노)나라를 떠나 齊(제)나라로 갔다.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 景公(경공)이 그를 만나자 대뜸 정치의 도리를 물었다. 이때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합니다). 2500년 전 공자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錯覺(착각)이 든다. 도대체 ‘∼다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일찍이 孟子는 ‘似而非(사이비)’로 규정하지 않았던가.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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