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The Digital Dialectic:…」

  • 입력 1999년 8월 13일 19시 40분


▼ 「The Digital Dialectic:New Essays on New Media」(디지털 변증법-뉴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에세이들)/피터 러넨펠드 엮음/ MIT 출판부▼

뉴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든 형태의 문화적 산물이 디지털정보라는 단일한 형태로 전화(轉化)된다는 것과 이에 따라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는 것. 이 책은 문화의 디지털화와 상호작용성의 여러 측면에 대해 깊이있는 분석을 보여주는 11편의 논문을 모은 것이다.

플로리안 브로디의 ‘매체는 기억이다’는 특히 눈여겨 볼만한 글. 필자는 과거 현재 미래를 개념화하고 이해하는 방식, 즉 집단 기억의 방식이 매체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뉴미디어의 집단기억방식인 다중매체성(multimediality)은 1938년 구 소련의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쉬타인이 알렉산더 네브스키를 위해 만든 영상악보에서 이미 시작됐다. 에이젠쉬타인은 영상 프레임의 진행에 따른 화면 구성요소의 변화와 스토리의 흐름, 그리고 배경 음악의 흐름을 일치시킴으로써 전혀 새로운 방식의 집단 기억과 역사 서술을 창안해냈던 것이다.

‘콜라주―글쓰기로서의 하이퍼텍스트’라는 글에서 조지 랜도우는 글쓰기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를 ‘다양한 기능을 가진 타자기’정도로 여기고 또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디지털 텍스트는 기본적으로 종이에 인쇄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레오 마노비치는 ‘디지털 시네마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경계가 점차 흐려져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마겟돈’이나 ‘타이타닉’같은 영화를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사물이나 사람을 찍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그려 넣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더우기 실제 사물을 찍은 필름이라 할지라도 일단 디지털화하면 컴퓨터에 의해 다양하게 합성 조작 변화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은 모두 학자이면서 동시에 예술가 혹은 사업가라는 점. 디지털매체의 시대에는 이처럼 학문과 산업과 예술의 경계가 흐려질 것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김주환(미국 보스턴대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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