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6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시유사 375쪽 1만2000원 ▼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를 본 사람들은 쉴새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쩔쩔매던 주인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후기산업사회인 오늘날 그 흑백영화속의 컨베이어벨트를 ‘옛말’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고속(高速)의 컨베이어벨트가 우리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 차이점이 있다면 이제 공장의 생산라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패스트푸드점에까지 그 원리가 확산됐다는 것일 뿐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이며 사회학자인 저자가 83년 최초로 제시한 단어,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는 그 주장의 핵심이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계산대 앞이나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에 들어서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산업사회 초기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얘기한 ‘합리화’의 현대판이라고 해석한다. △효율성 △비용 시간의 계산 가능성 △제품의 동일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 △무인기술에 의한 인간의 통제라는 베버의 틀에 꼭 들어맞는다는 것.

‘합리화’에 대한 베버의 가치관은 양가(兩價)적이었다. 인간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측가능한 어떤 규칙에 의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진보이지만 개인의 창의성이 무시되고 그 합리성의 체계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는 ‘쇠감옥’이나 다름없다는 것.

저자는 베버의 ‘합리성’개념에서 특히 부정적인 측면, 합리성의 불합리성을 지지한다. 집의 식탁과는 색다른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외식을 즐겼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뉴욕이나 도쿄 서울 어디서나 별 차이없는 메뉴를 종업원과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서비스도 없이 허겁지겁 먹고 나와야 한다는 점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것. 저자가 가장 우울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 ‘맥도날드화’의 비인간성이다.

그러나 맥도날드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게 된 전 사회적 현상이다. 현대인들은 ‘아기공장’같은 대형병원에서의 출산부터 기업화된 장례회사가 똑같은 스타일로 치러주는 장례까지 ‘맥도날드형 합리성’에서 한 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쇠감옥에서 벨벳감옥으로’ 조금 더 편안해지기만 했다는 저자의 시각은 일상적인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93년 초판 발행이후 많은 미국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었고 96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니 한국에는 번역이 좀 늦은 셈. 번역판에서 이런 시기를 전혀 밝혀주지 않은 점은 책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다소간 걸림돌이 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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