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집중진단/전문가 의견]김용희 문화평론가

  • 입력 1999년 3월 21일 21시 09분


드라마 ‘보고 또 보고’는 매스컴의 자본논리를 자연스럽게 대변해주는 상징어가 되었다. TV드라마는 언제나 아슬아슬한 긴장으로 끝나면서 우리에게 보고 또 볼 것을 강요하고 있지않는가. 그래서인지 ‘보고 또 보고’는 끝날 듯 끝날 듯한 이음새를 이어가며 그 틈새에 또 다른 갈등들을 내장시킨 채 시청자들을 오랫동안 끌고 다녔다.

이 드라마는 우선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기묘한 가족간 위계질서의 뒤집기를 통해 우스꽝스러움을 유발시킨다. 겹사돈 설정의 윤리성과 그것으로 인한 두 자매간 서열의 혼란이 억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금주는 소녀적인 기질로 영원히 부모와 남편에 의존하는 공주병에 걸린 인물이다. 은주는 병원에서 고된 간호사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도맡아서 할뿐만아니라 자신을 처음부터 미워하던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대하여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않는다.

이 드라마를 본 남성들은 금주를 욕하면서 은주를 칭찬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곁에서 귀여운 유아같은 금주도 슈퍼우먼과 같은 은주도 만날 수 없다. 그들이 꿈꾸는, 자기 일도 야무지게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는 슈퍼우먼은 허위이며 신화일 뿐이다.

드라마에서 은주의 남동생이 은주와 연적이었던 승미를 좋아하게된다. 두 자매의 겹사돈으로 인한 갈등이 끝나갈 무렵 드라마가 새로운 억지 갈등을 만들어내어야만 하는 강박에 시달린 결과다. 가부장적 폭력남편의 가정, 드센 아내가 남편을 우롱하는 장면 등은 TV에서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것은 영화에서처럼 극적인 박진감과 웅장한 스펙터클한 장면이 아니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친근하고 현실적이며 동일시되는 또다른 우리를 만나기를 원한다.그것은 보편적 진실일 것이다. ‘보고 또 보고’는 대립하는 것들의 충돌과 병치를 통한 극단의 대치와 그 유치한 재미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다음에 오게 될 갈등은 무엇인가. 곧 무언가 새로운 문제거리들이 나타날 것 같은 습관화된 궁금증과 중독된 웃음만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잡아먹고있다.

김용희교수(평택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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