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東亞 신춘문예/동화 당선소감]정리태

  • 입력 1999년 1월 3일 19시 18분


대학이라는 큰 문을 두드리며 나는 문예창작과라는 글세계에 들어왔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글세계와 문학관이 대학에 와서 더 넓어지고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 막연히 써왔던 글들, 그저 글쓰는 게 재미있고 관심이 있어서 써왔던 글들이 대학에 와서는 무참히 많이 깨지고 무섭게 혼났다. 나는 시가 좋고 소설이 좋고 동화가 좋았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는 동안 시와 소설 합평회는 열심히 들었지만 동화는 유년시절 친구처럼 그렇게 막연히 가슴 깊은데에 두고만 있었다. 이제는 무엇인가 깃발을 세워보고 싶었는데 시일만 흐르고 작품은 미완성인 채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나는 아빠에게 어떤 것으로 위문을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동화를 써서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가 좋아할 것 같아 이 작품을 썼다.

이 굴뚝은 지난 가을 아빠와 함께 아빠의 생가를 찾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에 아빠가 “다른 것은 다 변했는데 굴뚝 하나만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빨간 굴뚝은 할 일이 없는 지난 날의 고적에 불과했다. 그 빨간 굴뚝을 생각하며 밤새워 써서 김언니에게 이 동화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신춘문예에 투고해 보라고 해서 투고했더니 이런 기쁨의 큰 선물이 되어서 돌아올 줄이야!

원석이 깨지면 깨질수록 그 속에서 훌륭한 보석이 나오듯이 나도 글에 대해 열심히 깨뜨리고 싶다.

그동안 서울예대에서 가르쳐주신 여러 교수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빠, 나는 아무래도 아빠의 피를 나눈 딸이 틀림없어요. 아빠의 동화의 피가 내 동화의 새싹으로 피어나잖아요. 그것도 동아일보에서.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7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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