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분규해법 「가물가물」…27일 충돌 우려속 긴장

  • 입력 1998년 11월 22일 20시 26분


난마처럼 얽혀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분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 총무원 건물을 점거중인 ‘정화개혁회의’에 반대하는 승려들이 27일 조계사에서 전국 승려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대규모 충돌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송월주(宋月珠)전총무원장의 3선 출마라는 쟁점을 놓고 송원장 대(對)‘반송(反宋)파’로 나뉘었던 대립구도는 월주스님이 19일 차기 총무원장 선거 후보에서 사퇴함에 따라 외형상 ‘종헌 수호파’와 ‘정화회의’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종헌 수호파’는 94년 개혁파중 송원장 계열과 ‘영우회(迎友會)’라는 모임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결성된 영우회는 직지사부주지인 법등(法燈)중앙종회의장과 중도파 등 20여 종회의원의 모임. 이들은 종헌수호를 기치로 이번 사태 해결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종회를 비롯한 중앙무대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들 종헌수호파는 지선(知詵)후보도 끌어들여 광범위한 ‘반(反)정화회의 연대전선’을 형성, 27일 승려대회에서 총무원 건물을 탈환해 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들이 송원장 후임으로 내세울 후보는 아직 오리무중. 쌍계사 고산스님을 비롯한 몇몇 이름이 나오고 있지만 본인들은 전혀 그럴 의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23일로 13일째 총무원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정화회의측은 “이미 종정의 교시와 원로회의 결정에 따라 기존 총무원과 종회는 사라졌으므로 정화회의 주도로 총무원장 단임제, 총무원장 선출방식 변경, 종정권한 강화 등의 종헌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월하(月下)종정미 21일 “더 이상의 승려대회는 엄금한다”고 밝히는등 여전히 정화회의를 지지하고 있는데다 ‘호랑이 등을 탄’형국이어서 이들이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이번 분규는 승려대회에서 물리적 충돌로 한쪽이 쇠잔해버리거나, 두 세력이 계속 대립하며 두개의 종권이 병존하는 장기 분규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더이상 분규를 지속하면 종단이 파탄에 이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3선’이라는 쟁점이 사라진 상태여서 양측 내부에서 온건론도 나오고 있다. 정화회의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무조건 종정의 지시에 따를 것”이라며 종정이 지시한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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