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고소고발 폭증…사건처리도 늦어져

  • 입력 1998년 6월 21일 20시 12분


올들어 일선 경찰서에 사기 등 고소고발사건이 폭증하면서 사건처리가 늦어져 민원인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씨(45·자영업)에게 2천만원을 빌려줬던 이모씨(51·자영업·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씨는 계속된 채근에도 박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자 3월 관할경찰서에 박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사건조사는 늦춰지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경찰은 찾은 이씨는 담당형사로부터 “당신과 비슷한 고소고발 사건이 나한테만 1백여건 할당돼 있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건은 고소장을 제출한지 석달만인 15일에야 박씨가 구속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고소장을 내면 금세 해결될 줄 알았다”는 이씨는 “시간이 지체되면서 시비가 가려지지 않으니 돈문제보다도 마음고생에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서울 서초경찰서의 경우 5월30일 현재 고소고발사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한 1만여건이 접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참고인까지 시간을 맞춰가며 조사를 하다보면 고소사건당 평균 6∼9시간이 소요된다”며 “하루종일 매달려도 수사관 1인당 2건을 처리하기에도 바빠 요즘같이 업무가 폭증하면 사건처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소중지자 집중검거기간인 5월 한달 동안 증가세가 주춤했을 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소고발사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사건처리 또한 계속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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