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르네상스」,불황때 슬며시 온다…삼성경제硏 전망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깎이는 지출중 하나가 문화부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인해 영화에 대한 지출도 줄어들겠으나 국산영화를 비롯, 어린이용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리라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

최근 ‘경제환경 변화와 한국 문화산업’을 따져 펴낸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상황이 좋아야 영화관객도 늘어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향이다. 그러나 외화와 국산영화의 상영비율을 보면 경기가 나빠질수록 방화의 상영비율은 오히려 높아져 80∼82년, 90∼91년 사이에는 방화가 외화를 웃도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우리관객 특유의 ‘강한 국수주의’성향과 외화수입의 감소 때문.

따라서 앞으로 몇년간도 환율폭등에 따른 외화수입의 어려움으로 인해 국내 영화시장 중 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흥행실적 기준 방화와 외화의 비율이 23대 77 정도이지만 99년에는 3대7 정도로 국산영화의 제작과 흥행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작사들의 어려운 재정형편 때문에 저예산 영화 제작이 늘어나며 유명스타들의 출연료가 떨어지거나 신인배우들의 중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와는 달리 경기가 나빠진 헤이세이(平成)불황이 시작된 90년 이후 극장수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대조적. 일본방화의 개봉수도 90년이후 증가했으며 외화상영 역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95년 이후에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영화와는 달리 경제불황 때 오히려 늘어나는 문화부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문이 대표적인 경우. 정보입수에 대한 강한 욕구 때문이다. 80년 극심한 경제하락이 시작되기 전인 79년부터 불안한 정치 사회적 요소와 결합돼 신문소비지출이 급증했다. 92년의 경기하락 조짐이 일기 시작한 91년에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문학도서 역시 불황 때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92년 상황이 대표적. 철학과 예술 역사도서의 경우에도 시장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불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적은 비용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또 값싸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정적인 문화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앞으로 고가의 문화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전시장 고궁 박물관 등 문화시설 이용과 등산 낚시 등의 문화소비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반시장도 10대를 위주로 한 댄스뮤직이 퇴조하고 20대를 겨냥한 발라드와 50대,60대가 주소비층인 복고풍 음악이 상당기간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형 대형유통점이나 고급 소매점이 등장하고 기존소매상의 체인화 복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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