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北行옥수수」에 겨레사랑 기도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이곳에 서면 강 건너 신의주 시가가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온다. 철교 아래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강물이 황해로 흐르고 하늘엔 무심한 갈매기 한 마리 한가로이 날고 있다. 두 도시의 풍경은 대조적이다. 단둥이 즐비한 고층빌딩과 자동차의 물결로 활기가 넘치는데 비해 신의주는 인적이 드물고 공장굴뚝과 크레인마저 작동을 멈춰 적막감마저 감돈다. 6일 낮 12시. 한국 기독교인들의 정성으로 마련한 옥수수를 가득 실은 단둥발 화차가 신의주를 향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는 양강도. 수취인은 조선기독교연맹. 북한으로 보내는 옥수수는 모두 1천5백t, 2억2천만원어치. 「한국기독교」란 글자가 찍힌 60㎏들이 포대에 담겨있다. 이를 다 신의주로 나르는데는 꼬박 사흘이 걸렸다. 한 번에 6백t을 실어나르는 신의주행 화차가 하루 한번 운행하기 때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유재하(柳在河)총무 등 한기총 대표단 4명은 전날 단둥역에서 옥수수 무사전달을 기원하는 예배를 드렸다. 8일 대한적십자사직원이 신의주를 방문, 물품의 수량과 내용을 확인한 뒤 북한 당국으로부터 인수증을 받는 것으로 절차는 끝났다. 지난 5월말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북한이 수송경로 다원화와 지정기탁에 합의하면서 종교계의 대북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다. 개신교계는 8월 한달동안 24억6천만원어치의 식량을 북한에 전달했다. 한국기독교북한동포후원연합회와 식량은행, 한기총 북한동포돕기위원회는 공동으로 지난달 27일 인천항을 통해 밀가루 2천5백t과 분유 26t(11억원)을 보냈다. 한국선명회는 지난달 11일 식용유 1백65t(1억6천만원), 국제기아대책기구는 수수 1천4백t(1억8천만원)을 각각 전달했다. 예수교장로교 통합교단은 8월25일부터 9월중순까지 10억2천여만원어치의 옥수수 8천t을 단둥을 통해 보내고 있다. 육로로는 북한과 철도가 연결돼 있는 단둥∼신의주, 지안(集安)∼만포, 투먼(圖們)∼남양 등이 있으며 해로로는 부산∼흥남 인천∼남포 경로가 이용된다. 그러나 이많은 식량이 정작 일반 주민들에게는 절반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심각한 수송난으로 물자가 대도시에만 편중 배포되거나 중간관리들의 조직적인 빼돌리기로 중국에 역수출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한다. 한기총의 옥수수 수송도 중국 정부가 북한행 열차의 운행정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두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북한이 식량을 싣고 들어간 중국의 화차를 활용하기 위해 돌려보내지 않을 때마다 중국정부가 북한에 압력을 넣기 위해 운행정지령을 내린다는 것. 조선족 선교사 김모씨(26)는 『두만강 지역의 마을에 들어가 인민반을 통해 식량을 나눠줬는데 남에서 보낸 식량을 받았다는 주민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국경지역 밀무역업자들로부터 남한에서 보내는 물품을 중간에서 가로채 북한에 신흥부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한기총 북한동포돕기위원회 박신호간사는 『북한의 일반주민들에게 쌀밥은 명절에만 먹는 고급음식이며 밀가루와 라면은 최고급 별미로 치기때문에 밀가루나 라면을 보낼 경우 권력층의 몫으로 빼돌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고루 나눠주려면 옥수수나 수수 같은 대중적 품목으로 전달 통로를 분산해 적은 양이라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둥(단동)〓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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