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아주 신기한 알」

  • 입력 1997년 8월 30일 08시 22분


[레오 리오니 지음/마루벌 펴냄] 그림동화는 언뜻 여름날의 한가로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잔잔한 호숫가에 어리는 산그늘. 내내 홀로 떠돌다 어렵사리 짝을 맞추는 한떨기 흰 구름. 녹음을 품어내며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쓸어 내리는 신록의 싱그러움. 그러나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고요와 평화 속에서도 쉼없이 파닥거리는 생명의 움직임이 부산하기만 하다. 여기에도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새끼 물고기들의 세상사는 고달픔이 있다. 한편에선 질투와 미움, 아집과 교만이 똬리를 틀고 고만고만한 눈물과 서러움도 배어난다. 이게 보기 안쓰러워서였을까. 어른들은 그림동화에 삶의 지혜와 교훈이라는 인생의 비상약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동화 속의 알약은 마치 석류알이 탁, 터지기 전에는 그 속내를 전혀 눈치챌 수 없듯이 꼭꼭 숨어 있다. 알알이 익어가는 석류의 붉은 껍질안에 그 시디 신 「하얀 이」가 숨쉬고 있으리라고 누가 짐작하랴. 이번에 마루벌에서 나온 「아주 신기한 알」과 「으뜸헤엄이」(레오 리오니 지음). 교훈적 메시지가 없지 않지만 드러내놓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에 이르는 여정(旅程)에서 만나는 따뜻한 우정과 인간애, 자연의 신비로움에 함빡 젖어들게 된다. 「아주 신기한 알」. 조약돌 섬에 사는 개구리 세마리. 어느날 눈처럼 희고, 한여름밤의 달덩이처럼 둥그런 돌멩이를 발견했다. 『아주 큰 조약돌이야』 『그건 조약돌이 아냐. 닭의 알, 달걀이야』 『그걸 어떻게 알지?』 『그런 건 그냥 아는 거야』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 병아리는 개구리와 정겨운 친구로 지낸다. 어느날 우연히 이들을 본 종달새가 놀란 눈을 치뜨며 병아리를 꾸짖는다. 『너 여기 있었구나. 네 엄마가 너를 얼마나 찾았다고』 새를 쫓아 쪼르르 병아리 엄마에게 가는 친구들. 자고 있던 병아리의 엄마는 풀밭의 바람소리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렴. 내 귀여운 악어야』 집에 돌아온 개구리들끼리 키들거리며 웃는다. 『너 들었니. 병아리 엄마가 뭐라고 불렀는지?』 『그래 그래, 귀여운 악어래』 『악어라니. 정말 우스운 이름이야』 그야말로 우물안 개구리. 그러나 우물안 개구리의 어리석음보다는 그 천진스러움, 그들만의 「좁은 세상 너른 행복」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으뜸헤엄이」. 홍합 껍데기처럼 새카맣게 생긴 조그만 물고기. 잽싸게 수영을 잘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어느날 무섭고 날쌘 다랑어 한마리가 나타나 친구들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린다. 으뜸헤엄이만 간신히 도망친다. 바닷속 깊이 깊이 헤엄쳐 들어가는 으뜸헤엄이. 무섭고 외롭고 슬프기만 하다. 그러나 이도 잠깐. 으뜸헤엄이는 바닷속 풍경에 정신이 팔렸다. 무지갯빛 해파리도 보고, 물지게를 진 것 같은 가재도 보고, 분홍빛 야자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은 말미잘도 보고…. 그리고 마침내 자기처럼 조그마한 물고기떼를 만난다. 『왜 숨어 있니? 나랑 같이 헤엄도 치고 놀자』 『아냐. 그러다간 큰 물고기한테 잡아먹혀』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하는 으뜸헤엄이. 「맞아. 우리가 함께 바닷속에서 제일 큰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헤엄치는 거야」 「뭉치면 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바닷속에서 제각각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러 생물들의 삶을 통해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동화로 읽힌다. 4∼9세용. 각권 7,2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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