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의사 무한책임」 제동…서울지법 『절반 지급』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의사의 과실로 사망했더라도 당시 환자의 상태와 병원측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에게 살인의 경우와 똑같은 배상책임을 물려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張容國·장용국 부장판사)는 27일 교통사고를 낸 뒤 서울 K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이모씨의 유족이 병원과 당직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유족에게 손해액의 50%인 1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환자가 이미 심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응급실에서 다수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비록 의사의 과실이 명백하더라도 당시 환자의 부상정도와 의료행위의 난이도 등에 따라 책임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만을 중시, 환자측의 과실이 없을 경우 전적으로 병원과 의사측에 책임을 지운 그동안의 판결흐름과는 다른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병원측도 조족히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치료가 여의치 않을 경우 빨리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하지 않아 이씨가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한 만큼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유족은 이씨가 지난 94년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사고를 내 뇌와 폐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직의사가 다른 환자의 수술 등을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하지않아 뒤늦게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숨지자 소송을 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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