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性교육]「性문화」토론 자연스럽게 이끌도록

  • 입력 1997년 7월 25일 07시 39분


남녀 중고생이 출연 제작한 음란비디오 「빨간 마후라」가 파문을 일으킨 이후 학부모들이 자녀 성교육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과 관련한 대화 자체를 금기시하는 부모세대와 집밖에만 나가면 쉽게 음란비디오나 음란만화책을 접할 수 있는 청소년세대가 서로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얘기 자체를 꺼내기 힘들어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 성상담소」의 유경희 교육부장은 서점에 나와 있는 성지식이나 성폭력관련 책자를 사다가 슬쩍 아이의 책상 위에 놓아주는 것도 대화 시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YMCA 이승정 청소년사업부장은 아예 이번 사건을 자녀와 성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포르노비디오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얘기하도록 유도해보라는 것. 그 다음에 포르노가 왜 나쁜지 실제의 성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라는 것이다. 오는 29일 「음란문화에 노출된 청소년,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여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지은희 대표는 『부모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의 성문화를 비판하는 시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올바른 성지식을 정립해 나가도록 해주자』고 제안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성문제는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성폭력상담소가 올해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학생의 70%와 여학생의 50%가 음란비디오를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성폭행경험이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음란비디오에 나타난 행위를 정상적인 성행위로 오인하고 있었다.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진태원소장(정신과전문의)도 『아이들은 콘돔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성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성에 대한 윤리적 관념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진소장은 『「내 아이들」이 음란비디오를 보는 이 사회의 현실을 직시, 올바른 성지식을 교육하고 아이들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가르쳐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태도』라고 조언했다. 그는 성관계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쪽으로 성교육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빨간마후라」파문 이후 서울 개포고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은 △아이들이 음란비디오나 만화를 감춰놓고 보고 있지 않은지 △불량서클에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귀가시간이 너무 늦지 않은지 △옷차림이 학생신분에 맞는지 △비디오방이나 록카페에 출입하는 것은 아닌지 △일일찻집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보라고 권한다. 이 학교의 윤형호교감은 『각 가정에서 방학동안 이런 사항들을 체크해 지도하면 문제청소년이 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대화』라고 조언했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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