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처럼 도도한 「義의 문학」…故 김정한씨 작품세계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1시 01분


「鄭恩玲기자」 『나 자신이 아닌 인간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내 작품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8일 작고한 소설가 金廷漢(김정한)씨가 8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다. 「저항의 작가」 「리얼리즘소설가」로 알려진 그의 작품 저변에 흐르는 정신이 「인간애」의 발로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김씨는 일제강점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문단이 좌우 이념에 따라 편을 갈라 반목할 때도 어느 한쪽 이념에 편향되지 않은 채 「양심의 소리에 따라」 작품을 써온 보기드문 작가다. 문학평론가 백낙청교수(서울대)는 그에 대해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문학을 하지 않았으며 문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저항정신을 잃지 않은 독특한 풍모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백씨는 또 『올해로 문단데뷔 60년을 맞지만 본격적인 창작기간은 불과 10여년에 불과한 그가 「문단의 사표」로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악덕지주와 친일승려들의 수탈에 허덕이는 소작인들의 삶을 그린 데뷔작 「사하촌」 등 그가 일제하에서 발표한 작품들은 당시 문단분위기로 보아 카프(KAPF)계열의 작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주제였지만 그는 어떠한 정치조직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을 썼다. 40년 동아일보폐간 등 일제의 조선어말살정책이 극에 달하자 절필했던 그가 66년 「모래톱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시 펜을 들게 된 것도 본인이 선집 서문에 밝힌 대로 『남의 땅 이야기나 옛 이야기처럼 세상에 버려져있던 따라지들의 억울한 사연들에 대해서 차마 침묵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인간단지」 등을 통해 박정희정권의 무리한 근대화정책강행에 희생당하는 서민들의 삶을 고발하는가 하면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폭로한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를 쓰기도 했다. 78년 발간한 수상록 「낙동강의 파숫군」의 제목 그대로 평생 고향 부산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작품마다 자신의 고향인 낙동강을 배경으로 삼아 향토애를 형상화했으며 말년에는 「낙동강보존회」 등에 참여해 환경지키기에 앞장섰다. ==============▼ 발 자 취 ▼================= △1908년 경남 동래군 북면 남산리에서 김기수씨의 장남으로 출생 △1928년 동래고보 졸업 △1936년 소설 「사하촌」으로 등단 △1937년 「항진기(抗進記)」 발표 △1940년 동아일보 동래지국 인수, 운영중 치안유지법 위반이란 죄명으로 경찰에 검거됨. 동아일보 강제 폐간 후 절필 △1966년 「모래톱이야기」로 문단 복귀 △1967년 「과정(過程)」 「입대(入隊)」 발표 △1968년 「축생도(畜生道)」 발표 △1971년 「산거족(山居族)」 「사밧재」 「산서동 뒷이야기」발표 △1978년 수상집 「낙동강의 파숫군」간행 △1987∼89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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