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光杓기자」 중국 역사서의 걸작 「사기(史記)」 전체가 처음 우리말로 완역돼
나왔다. 丁範鎭 성균관대총장(61)이 50여명의 후배 제자들과 함께 4년여에 걸친 방
대한 번역작업을 완성, 「사기 본기(本紀)」 「사기 표(表) 서(書)」 「사기 세가(
世家)(상하)」 「사기 열전(列傳)(상중하)」 전7권(까치 발행)을 최근 펴냄으로써
한문세대가 사라진 현대의 실정에서 「사기」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사기」는 「본기」나 「열전」 등 일부에 불과했으며 그
것도 소설적 흥미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원문에 충실한 번역
과 풍부한 주(註)로 학술적인 가치도 성취하고 있다.
중국 한대(漢代)의 역사가 司馬遷(사마천)이 쓴 「사기」는 중국인들이 시조로 일
컫는 황제(黃帝)로부터 자신이 살았던 전한(前漢)의 무제(武帝) 당시까지 3천여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서술한 최고의 역사서. 司馬遷이 36세에 집필을 시작, 15년만에
완성한 1백30권의 대작이다.
「사기」는 역사서 차원을 넘어 철학 문학 지리 천문 신화 전설 등을 총망라한 중
국 사상과 문화의 보고(寶庫)라는 것이 丁총장의 평가다. 司馬遷은 과거의 복잡한
사건들을 단순히 연대순으로 정리한 이전의 역사가들과 달리 「본기」 「세가」 「
열전」 「표」 「서」 등 5부분으로 나눠 질서정연하게 서술, 역사서의 새로운 모습
을 창조해냈다.
「사기」중 「본기」는 당시 권력의 핵심인 왕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기록했고 「세가」는 춘추전국시대 이후 제후들이 발호하던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한 국가의 총체적인 흥망성쇠를 다뤘으며 「열전」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물제도 천문역법 사회경제생활
등은 「서」에 들어있고 「표」는 여러 독립제후들의 복잡한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연표다.
「사기」는 궁정 중심의 정치사와 영웅 중심의 인물사를 극복하고 있다. 등장 인
물을 보면 황제로부터 대부호 상인 협객 비적(匪賊)떼에 이르기까지 빈부귀천에 구
애받지 않는다. 「사기」는 탁월한 역사서이지만 「열전」에서 드러나듯 살아있는
전기문학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司馬遷은 진(秦) 한(漢)황실의 문헌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여러 역사서, 제후국들
의 궁정연대기, 경전이나 제자백가의 저술 등 다양한 기록을 참고하고 심지어 가공
의 자료를 동원해 생동감을 부여, 「사기」의 가치를 드높였다.
丁총장은 『난해한 부분을 제대로 물어볼 곳이 없었고 특히 여러 음으로 읽히는
한자어의 우리말 발음 통일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동양의 고전이 외면당하는 요
즘, 「사기」의 표지만 열면 진시황이나 한무제 , 백이숙제(伯夷 叔齊) 등과 같은
인물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백과사전과 같은 소중한 존
재임에 틀림없다』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