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고약한' 카드社…해지는 가급적 불편하게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50분


사용중인 카드를 끊겠다는 회원에게 직접 방문을 요구하는 등 현행 신용카드 해지방법이 소비자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끼치고 있다.

길거리 모집에 경품 제공까지 신규 회원 유치에는 매우 적극적인 카드사가 이탈하는 회원에겐 가급적 불편한 방법을 요구, ‘일부러 해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다. 특히 은행지점망을 갖춘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전화로 해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점으로 찾아와 해지하는 방법만 알려줘 들이지 않아도 될 ‘발품’을 팔도록 유도하고 있다.

BC카드 회원사인 H은행 ○○지점. 카드를 해지하겠다고 전화상으로 얘기하자 담당직원은 “직접 와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바빠서 찾아갈 시간이 없는데 전화로는 안되나요?”

몇 번에 걸친 문의 끝에 나온 대답은 뜻밖에도 ‘자동이체를 하고 있느냐’는 것. 자동이체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회원의 의사에 따라 직접 방문 또는 전화로 해지가 가능하다는 BC카드측 확인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방문 대신 전화 해지를 계속 고집하자 담당직원은 결국 “주민등록증을 앞뒤로 복사해 FAX로 보내달라”고 말을 바꿨다.

이같은 방문 해지 강요는 전국적인 지점망이 미약한 LG캐피탈 삼성카드 다이너스카드 동양카드 등 전문계 카드사보다 BC카드 국민카드 외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에서 두드러진다. 각 카드사의 공식적인 답변은 한결같이 방문 해지와 전화 해지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

‘불편하다’는 비난여론에 떠밀려 2,3년전부터 전화 해지방법을 도입해놓고도 여전히 방문 해지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카드사 관계자는 “전화로 해지신청을 받아주면 해지율이 늘어나 회원수 관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애써 끌어들인 회원의 이탈을 줄이기 위해 신청서 작성과 카드 회수 등의 명분을 내세워 떠나려는 고객의 발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직접 방문 원칙을 고집하는 또다른 논리는 전화 해지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본인인 양 전화해 카드를 해지하면 정작 카드주인이 곤란을 겪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역시도 ‘변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입시 기록한 기본적인 개인정보외에도 최근 카드를 사용한 식당 할인점 주유소 등의 가맹점 이름을 물어보면 본인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남의 카드를 해지시킨다고 해서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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