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 첫날 …의사 한의사 약사 환자들의 표정

  • 입력 2000년 6월 20일 20시 23분


환자,의사,한의사,약사의 중심에는 '약'이 있다.

의료대란 첫날인 20일. '약'에 얽힌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서울대학병원 응급실 '환자보다 기자가 많네'▼

58개의 병상을 갖춘 서울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응급환자보다 기자들의 수가 많았다.

"환자들이 스스로 오지 않는것 같다"는 정영권(서울대학병원 홍보실)씨는 "평소 63명까지 수용가능하고, 오늘은 약 1백여명의 환자를 예상했는데 지금 50명이 입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 17명이 근무하던 응급실에는 현재 교수 15명이 진료를 맡고 있으며 응급환자는 오후 2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서울대학병원측은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기자들의 출입시간을 정해 놓았으며, 경찰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두명의 경찰을 응급실 근처에 고정배치했다.

▼폐업불참 병원들 "문은 열었지만…"▼

종로에 위치한 00의원의 정문은 셔터도 내려지지 않았고, 문앞에 있어야 할 폐업안내문도 없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원장은 "하루종일 문을 열어도 환자가 한명도 오지 않았다"며 "폐업에 동참하지 않은 보람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정상진료한 성수의원 간호사 역시 "오늘은 환자가 많지 않다. 대부분 시민들은 모든 병원이 폐업한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동지역 세왕병원 한 관계자는 "오늘은 응급환자만 받았다. 정부안 찬반의사를 떠나 응급환자까지 안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 한편 이날 응급환자만 받은 신동인병원 의사는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진료를 한 경기도 구리시 원진녹색병원 의사 역시 "환자 진료로 바쁘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정상진료를 한 인의협 회원 몇몇 의사들도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를 꺼렸다.

▼약국으로 약국으로…붐비는 약국▼

대형약국들이 즐비한 종로5가에는 의약분업에 대비해 미리 약을 사놓으려는 사람들로 종일 붐볐다.

평소에 복용하던 약을 보여주며 500정을 구입하는 한 시민은 "의약분업이 되면 귀찮아질 것 같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며 반문했다.

한편 "의사들의 이기적인 자기이익 챙기기"라고 폐업조치를 비난하는 최미숙(37,구리시)씨는 "의약분업의 시기가 됐고, 불편함은 당연히 겪게 되는 과정"이라며 정부정책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동병상련 한의사▼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에 약사법부터 고쳐야한다"는 한의사 최모(31,대전)씨는 "지난번 한약분쟁때 약사는 한약까지 취급하게 되더니, 이제는 의약분업을 모든 약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의 폐업에 심정적인 지지를 보냈다.

광동한의원 이동진(50,종로) 원장은 "준비도 안하고, 의견수렴도 제대로 하지않은 의약분업이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않는다"며 보건당국의 잘못임을 지적했다.

이원장은 "폐업을 통해 환자들이 수술도 못받고 진료도 받지 못하는 상태지만, 원인제공은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의사들의 현명한 판단기대"▼

"우리가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말문을 연 박인출(대한약사회 홍보이사)씨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협력관계에서 출발하며 의사회가 국민건강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약사들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임의조제'에 대해 "분명히 금지돼 있는 것이며,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의약분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교통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교통법을 없애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볼모가 된 환자▼

"너무한다. 인턴·레지던트들이 하나도 없고, 치료도 소홀하다"고 불만을 표하는 박병철(50,화성)씨는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은 아내를 한달이 채 안되서 나가라고 한다"며 분개했다.

백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박씨의 아내는 내일 퇴원할 예정이다.

한편 대학병원의 경우, 상황이 아직 심각하지는 않았다.

서울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최현우(37, 일반외과)씨는 "현재까지 아무 불편이 없다"고 전했다. 병원측은 이날 오전 담당의사가 평소보다 일찍 진료를 마쳤으며, 교수들 회진을 돌며, 간호사들 역시 평소대로 업무를 보고 있다.

최건일/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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