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에사키 박사-김용준 고대교수 대담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6시 45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에사키 레오나(江崎玲於奈)일본 쓰쿠바대총장이 고려대 테크 노콤플렉스 개원식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고려대 金容駿명예교수와의 대담을 마련해 미래와 과학 그리고 교육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정리〓金載昊기자」 ―총장님께 우선 궁금한 것부터 여쭈어 보겠습니다. 원래 존함은 일본어로는 「에 사키 레오나」라고 읽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레오」라고 줄여 쓰시는 데에는 특별 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면서 영어권 사람들이 부르기 편한 일종의 애칭이 이름이 되었습니다. 「레오나」는 여자 이름이기도 하구요』 ―60년대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해 32년간 미국IBM 왓슨연구소에서 반도체관련 연구 에 주력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신 이유라도…. 『제가 태어난 1925년은 20세기 물리학의 상징인 「양자역학」이 완성된 시기입니 다. 또한 제가 도쿄(東京)대를 졸업한 47년에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해이기도 합니 다. 물론 이런 것들이 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대학 졸업 10년 후인 57년 일본 에서 「에사키 터널 다이오드」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양자역학을 기본으로 한 발견 이었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양자역학을 몰라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에사키 터널 다 이오드」는 양자역학을 모르면 설명과 이해가 힘들다고 봅니다. 73년에는 이 발견으 로 노벨상을 받았지요. 58년에는 미국에서 이를 발표해 여러 미국 연구소에서 오라 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막 신설된 IBM연구소를 택해 컨설턴트로 참가하게 되었습니 다』 ―최근의 과학은 그 연구대상의 가치성보다는 도구성에 초점을 둔 경향이 많은 것 같은데요.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가치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과학은 곧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학지식을 엔지니어들이 응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드 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학지식이 나쁘니 쓰지 말자는 것은 정치적인 판단 에 불과 합니다』 에사키총장은 인터넷의 음란물 등 쓰레기 범람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렸다. 『전화나 서적만 하더라도 음란물이나 폭력문제 등이 수없이 논의되지만 그런 문제 점 때문에 전화나 책의 유용성을 버릴 수 없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는 뜻을 밝혔다. ―최근 한국의 대학은 큰기업의 기술개발부와 같이 변하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과 학자를 키우기보다는 틀에 박힌 기술자를 키우는데 급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 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사회에 대한 서비 스를 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대학은 하버드대를 예로 든다면 영 국 케임브리지대의 영향을 받아 젊은이들에게 신사 숙녀가 되는 인성교육을 중심으 로 가르칩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원은 독일의 영향을 받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한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링컨대통령의 교육 정책중에는 토지를 대학에 무상공급하여 농업과 공업을 지원하는 전문분야의 대학을 만들어 현재도 많은 실효를 거두고 있습니다. 당시 그 누가 농업이나 공업을 학문 화하려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金선생이 다니신 텍사스A&M대도 그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이 는 역시 사회에 대한 서비스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리아 테크노콤플렉스는 고려대 주도의 산 학 연 협동 모델로 우리나라에서 최 초로 개원되는 일종의 과학연구단지입니다. 코리아 테크노콤플렉스와 장래 한국 과 학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학이라는 것은 국제적이어야 합니다. 한국의 과학자가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국제사회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 입니다. 또한 과학자와 이 를 사용할 기술자간의 긴밀한 상호협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기술자란 꼭 한국인을 뜻하는 것 만은 아닙니다. 세계 어느곳에서나 인류를 위해 노력한다는 자세가 중요 하다고 봅니다』 ―92년부터 일본 쓰쿠바대의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 어떤 일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연구소에서 제가 맡은 연구그룹의 연구원들과 함께 창조적인 면을 활용 해 제 자신을 위해 일을 했지만 지금의 총장이라는 직책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 들이 잘 커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항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전혀 다른 분야 에서 일을 하게 되어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겪기도 했습니다만 지난 4년반동안 총장 이라는 직책에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한 젊은 시절의 경험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종신고용이란 것이 있고 학연을 중요시해 그 대학출신이 아니면 그 대학 교수나 학장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는 큰 잘못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과학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벨연구소」 정문 출입구에 서 있는 전화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의 흉상아래에는 「가끔 일상적 궤도를 벗어나 숲속으로 뛰어들라. 그러면 종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 다. 사회적인 규약에 얽매이지 않는 엉뚱하면서도 맑은 눈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