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특구 초대장관 양빈 문답-프로필 "서방관리 영입"

  • 입력 2002년 9월 24일 01시 05분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내정된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23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홍콩과 유사하게 자본주의 노선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빈 내정자는 1987년 네덜란드에서 다국적 농업회사인 어우야그룹을 설립해 90년대 중 후반 중국 진출을 통해 급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포천지가 뽑은 세계 40대 미만의 40대 부자에서 총재산 9억달러로 15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중국 갑부 순위에서는 가축사료회사를 경영하는 시왕집단 총재 류융항(劉永行·54)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우야그룹은 98년부터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총 1억달러를 투입해 66만㎡ 크기의 대규모 원예 관광단지를 조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적인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7월 중국 언론들은 그가 탈세 및 불법 토지이용 혐의로 자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북한으로 달아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빈 회장이 초대 행정장관에 내정된 것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추천 때문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은 초대 행정장관을 북한 관리로 임명할 경우 북한의 대외개방 의지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가 유럽연합(EU)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서방, 특히 EU측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유리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양빈 내정자는 2001년 평양원예총회사와 합작으로 남새(채소) 및 화초(화훼)를 재배하는 ‘평양 유럽·아시아 합영회사’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농촌지역에 온실 지어주기 사업을 펼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도 평소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그가 이날 CNN 등 외신들과 가진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신의주 특구는 어떻게 운영되나.

“철저한 자본주의 구역이 될 것이며 독자적인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중앙 정부로부터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게 된다. 취임 후 신의주 특구 입법원 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서방 등 외국 출신의 관리들과 법조인들도 데려올 계획이다.”

-당신이 왜 행정장관에 임명됐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중국 출신으로 EU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의 친밀한 유대관계 등으로 인해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신의주가 특구로 지정된 배경은….

“신의주 특구는 저렴한 토지와 인건비, 낮은 세금, 좋은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를 대거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국방위원장은 변화를 위한 실험의 장으로 신의주 특구를 지정했으며 신의주는 금융과 산업, 상업, 관광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개인적 각오는….

“이번 실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의 실패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환기자ljhzip@donga.com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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