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장윤정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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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너머의 사람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unjung@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경제일반45%
칼럼23%
사회일반20%
사고3%
복지3%
금융3%
국제일반3%
  • 자립준비청년 적성 찾아주고 금융 교육… 건강한 홀로서기 돕는다

    자립준비청년 김예슬 씨(26)는 전공을 영상으로 바꾸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영상을 진로로 잡고 직업을 구하려면 지금 사는 지역을 떠나 서울로 가야 한다는 주변 조언 때문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이었기에 정착에 드는 비용도 부담스러웠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서울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하기만 했다. 방황하던 김 씨에게 두나무 ‘넥스트 잡’ 덕분에 새로운 길을 만났다. 지역 내 영상 회사에 일자리를 얻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된 것. 서울로 가지 않고 익숙한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김 씨는 두나무 넥스트 잡에 깊이 감사함을 표시했다. 어린이 교육기업에서 근무,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립준비청년 윤유정 씨(22)는 두나무 넥스트 잡의 도움을 받았다. 윤 씨는 보호 종료를 앞두고 미래에 대해 조언해 줄 사람이 없어 홀로 우울증에 고통받던 때 두나무 넥스트 잡을 만났다. 그 후 자신의 적성을 찾게 됐고 진로도 정할 수 있었다. 윤 씨는 “두나무 넥스트 잡을 통해 좋은 어른들을 만나 어두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사회에 잘 정착해서 제가 받은 희망과 사랑을 다른 아이들과 나누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두나무 넥스트 잡(이하넥스트 잡)’은 두나무가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청년 지원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ESG 프로젝트 ‘넥스트 시리즈’의 하나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온전한 사회 자립을 위해 △맞춤형 인턴십 △창업 지원 △금융 교육 △진로 컨설팅 등의 지원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자립 전 보호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기 계발·진로 탐색 기회도 선제적으로 제공,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홀로서기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2차년도 사업에 돌입한 넥스트 잡은 핵심 키워드를 ‘지역 일자리 연계’로 잡고 사업 범위를 기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대전·대구·광주까지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거주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익숙한 환경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사회 적응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수도권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아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역량 강화 및 정서적 지지체계 마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넥스트 잡 2차년도 사업을 통해 두나무는 전국 13개 아동양육시설 166명의 보호 아동에게 자립 전 진로 탐색을 위한 교육을, 50명의 자립준비청년에게는 경제적 안정 및 구직을 위한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각각 지원했다. 창업을 꿈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1억5200만 원의 무이자 대출 지원 및 맞춤형 경영 컨설팅도 제공했다. 자립의 전제가 되는 자산 형성과 올바른 경제관 수립을 위해 체계적인 금융 교육을 진행했고 교육에 참여한 보호 대상 아동·자립준비청년 306명이 약 1억600만 원의 저축액을 달성하도록 지원했다. 직무수행능력을 비롯해 △심리적 자신감 △사회적 역량 △진로 탐색 역량 △사회문제 인식 등 참여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5가지 소셜 임팩트 측정에서도 넥스트 잡은 고무적인 성과를 보였다. 참여 청년들의 81.6%가 과업 수행 능력이 향상됐고 88.5%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또 참여 청년의 약 80%가 넥스트 잡을 통해 자기 적성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으며 시민 의식과 사회적 책임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청년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도 5점 만점 중 4.3점으로 매우 높았다. 두 번째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넥스트 잡은 6월 3차년도 모집을 앞두고 있다. 참여 청년 및 일선에서 함께한 컨설턴트, 기관·기업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 취업 컨설팅 등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넥스트 잡을 필두로 두나무는 2025년에도 청년들에게 힘이 되는 금융과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미래세대 육성에 이바지할 예정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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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시니어 레지던스 이제 시작, 민간 참여 지원을”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노인보다 더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영올드’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거 시설이 현재로서는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일PwC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슬기로운 시니어 주거생활―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는 국가적 과제이지만, 시니어를 위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시니어 시장 규모가 2022년 기준 84조60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168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그중에서도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은 미개척 분야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고령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37%에 달하는 데다, 65세 고령자의 76%가 자녀와의 동거를 원치 않는 독립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실버타운 거주 의향도 60% 이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다양한 서비스 공급이 이뤄진다면 시니어 레지던스 거주 의사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넓은 의미에서 요양시설을 포함한 시니어 주거 공급 규모는 전체 고령자(2024년 기준)의 2.7%를 차지하며, 요양시설을 제외한 주거 부문의 공급량은 약 0.23%에 불과하다. 이를 각각 1%, 3%까지 확대하려면 현재 공급량 대비 4.3배, 12.8배 증가해야 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희정 삼일PwC 연구위원은 “결국 민간 참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 더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시니어를 위한 주거와 요양 서비스가 연계되도록 요양 서비스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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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경제리더스아카데미 제13기 개강

    경제계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인 ‘동아경제리더스아카데미(DELA·Donga Economy Leader’s Academy)’가 14일 제13기 개강식을 열었다. DELA는 동아일보가 국내 금융·산업계 리더들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증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진행하는 과정이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개강식에는 주요 금융사 및 기업 임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12기 조길홍 교보생명 전무는 개강식에 참석해 “배움과 성장을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13기 참여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날부터 6월 말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 교수, 백규선 아르테마니아 대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특강이 이어진다. 14일 13기의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은 ‘뛰어난 리더, 진정한 영웅이란?’을 주제로 역사적 스토리를 중심으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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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윤정]산불-관세로 불안한 물가… 서민경제에 ‘올인’할 때다

    지난달 1년 전보다 14만 원이나 오른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관리비가 10만 원 이상 뛰었다는 걱정이 넘쳐났다. 지역난방비와 가스요금 인상 여파로 난방 비용이 뛴 데다 인건비, 자재비가 올라 청소비, 장기수선충당금 등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물가 상황판’ 격인 아파트 관리비의 앞자리까지 바뀌었다. 관리비뿐 아니다. 커피, 빵·케이크, 라면, 만두, 햄버거, 아이스크림, 맥주 등 서민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과 외식비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만 40여 곳. 달러 강세 등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명분으로 가격표를 바꿔 달고 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2.1%로 석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가공식품 물가는 3.6% 올랐다. 앞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요인도 수두룩하다. 지난달 경남·경북을 강타한 산불은 과수원, 논밭을 집어삼켰고 해당 지역 농산물 피해가 컸다. 특히 사과 농가의 경우 전체 재배 면적의 9%가량이 산불 피해를 신고했다. 사과, 양배추, 양파, 마늘과 국내 소고기 가격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미국발 상호관세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이라는 평가대로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25% 관세를 내야 한다.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관세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이 상승한다면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당장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체 소비자 물가를 훨씬 웃돌고 있다. 고물가는 여유가 없는 서민들의 삶부터 팍팍하게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1일간의 탄핵 정국의 여파인지 정부 안팎에서 물가를 둘러싼 엄중한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과거 같았으면 정부 눈치를 봐서 몸을 사리고 또 사렸을 식음료, 외식업체들이 리더십 공백기를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최근 3개월 새 폐업한 자영업자가 27만 명에 이른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는 이용액이 3년 만의 최대치로 불었다. 연체율은 3%대로 치솟았다. 물가 상승과 서민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로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일단락됐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모든 부처가 힘을 합쳐 물가 등 서민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전환기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임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을 핑계로 서민경제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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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윤정]역대급 실적 낸 은행들 향한 곱지 않은 시선

    좋은 실적을 거두고도 눈치를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은행들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자 바짝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호실적이 금융 혁신이 아니라 ‘쉬운 이자 장사’ 결과라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인데, 사석에서는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흘러나온다. 이자 장사가 그들의 본업이고, 그에 충실했을 뿐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에 나서는 등 상생을 위해서도 그 어느 영역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항변도 이어진다. 은행도 엄연한 기업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출이 그들의 대표 상품인데, ‘이자 장사’를 했다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 침체로 모든 업종이 신음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혁신적이고 뛰어난 영업을 펼쳐서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는 약 42조 원에 달하는 이자 이익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16조 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의 키는 여전히 대출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수요가 이어진 효과가 컸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수익이 쪼그라들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을 명분 삼아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식으로 수익을 지켰다는 평가다. 실제로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대출의 질이라도 탁월했을까. 마중물이 절실한 유망 중소기업들에 돈이 흘러가도록 우리 산업의 실핏줄 역할을 해내는 게 은행에 기대하는 역할일 텐데,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과거보다는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전체 대출의 60%에 못 미친다. 그나마도 선진적인 여신심사를 기반으로 한 대출이라기보다는 담보·보증성 대출로, 한정된 대출 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해외에서의 활약도 미미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신한베트남은행 정도다. 게다가 ‘은행이 내 돈을 안전하게 잘 지켜준다’라는 믿음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을 상대로 ‘매운맛’의 강력한 검사를 예고할 때까지만 해도 ‘이미 선진화된 은행들에서 큰 허물이 나오겠나, 금감원장의 군기 잡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출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여타 은행 영업점에서도 은행 직원이 브로커와 공모해 대출을 내주는 등 부당 대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상황이 이러하니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높은 은행 문턱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금융지주들도 내부통제를 위해 사외이사를 대폭 물갈이하고,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며 이자 외 수익에 도전하고 있다. 라이선스 산업의 특수성, ‘관치(官治)’의 그림자에 억눌렸던 혁신의 유전자를 일깨울 때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이자 장사’ 비판이 은행들도 지겨울 것이다. 은행의 호실적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되길 기다려본다.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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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족한 선진국 영올드들 “韓, 자녀 투자-노후 대비 균형 갖춰야”

    “늘 인생의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합니다. 항상 경차, 중고차를 탔지만 종신보험은 4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미국 뉴욕 거주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본보는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7개국의 48명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와 정부, 연금기관 담당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젊은 시절 꼬박꼬박 연금을 부으면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다층 연금 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현역으로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노동 시장 등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다양한 시스템을 엿본 동시에 영올드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다.선진국의 영올드들은 한국 은퇴자를 향해 자녀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미리미리 투자할 것을, 부동산에 묶이지 말고 자산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팁’을 전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일자리든, 새로운 취미생활이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선진국 영올드 “부동산 규모 줄이면 여유 생겨”젊을 때부터 허용되는 최대한의 금액을 연금에 납입했다는 키예단 씨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자녀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다가 여유 없는 노년을 맞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극도로 헌신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지만 조금 더 자녀와 내 노후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요한 프라이스 씨(70)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부어놔서, 아내가 아픈데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며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한국 은퇴자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꼬집었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호주의 시니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린 씨(78)는 “(호주에서는) 오히려 은퇴 후 전반적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다. 대부분이 은퇴자 마을에서 살기 위해 기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은퇴 이후에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에서는 3:3:3:1 법칙이 있는데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이 저 정도로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재산이 부동산에 ‘몰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일하고파”은퇴자의 적극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선진국의 영올드들은 입을 모았다. 호주 이민자인 장모 씨(64)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를 받는다.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허전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신체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취미 등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5세 이상을 위한 주택단지인 영국 헨리온템스 ‘로리엣 가든스(Laureate Gardens)’에 거주하는 캐런 그리브 씨(70)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또 치매 예방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한국 정부를 향한 당부도 적지 않았다. 메리 들라헌티 호주 연금기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효율적인 퇴직연금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펀드가 성과를 부풀리거나 장기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 개선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퇴출된다”고 말했다.한국도 고령층이 눈여겨볼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신NISA 계좌로 인해 시니어 세대의 자산 증식과 일본 기업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과감한 세제 혜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NISA는 평생 비과세 투자 계좌로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자’는 일본 정부의 목표 아래 지난해 도입됐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2030세대도 연금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등 도전적인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노동 기간이 짧은데, 50대 이상의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 시장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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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자>노동자’ 초고령사회, 연금수급 개시 연령 높여야”

    “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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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금융사기 대책 법안 국회서 ‘스톱’… 고령층 피해 신속대처 어려워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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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日 “노인 금융웰빙, 국가경제 살려” 정부가 나서 영올드 교육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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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령자 심리적 고독-고립감 없앤다”… MZ세대와 짝꿍 맺는 ‘못토 메이트’ 등장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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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듣고 대학시설도 이용… ‘캠퍼스 안 영올드 마을’ UBRC 뜬다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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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윤정]가상자산 제도화 속도전… 소외된 ‘외딴섬’ 한국

    “우리 가상자산 시장은 닫혀도 너무 닫혀 있다. ‘쇄국(鎖國)’이라고나 할까.” 이제 자리서 물러난 한 전직 관료는 지난해 사석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걱정을 전했다. ‘투자자 보호’ ‘안정’을 우선으로 하는 관료들의 고민도 이해하지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과의 간극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우려였다. 보수적인 전직 관료에게서 나온 의외의 발언에 내심 놀라며 흘려넘겼는데, 가상자산이 해외 주요국에서 빠르게 제도권 금융자산으로의 위상을 확보해 나가는 것을 보면 기우는 아니었다 싶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월 자산운용사 11곳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거래를 승인했다. 이후 개인들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까지 투자에 뛰어들면서 불과 1년 만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자산 규모는 금 ETF 운용자산과 버금가는 규모로 불어났다. 굵직한 기업들은 물론이고 연기금들도 가상자산으로 돈을 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또 한 차례 급물결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화폐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는 트럼프는 취임 4일 만에 대통령직속 가상자산 워킹그룹을 신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관련 제도는 지난해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거래소 관리·감독에 방점이 찍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큰 진전이 없다. 법인들의 투자도, 현물 ETF 모두 막혀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여부를 떠나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 정책 수립과 인프라 개선에 관심 자체가 크지 않다, 논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실제로 20페이지의 금융위원회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자료에서도 가상자산에 할애된 부분은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하고 글로벌 규제 정합성 제고를 위한 2단계 법을 추진”하겠다는 등의 한 단락이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는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제도 도입을 논의했다. 일각에선 이런 지나친 보수성이 오히려 우리 가상자산 시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자금력을 지닌 법인투자자들이 진입하지 못하다 보니 ‘단타’를 노리는 개인들만의 롤러코스터 시장이 됐고, 현물 ETF 투자가 막혀 한국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새로운 투자 섹터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투자자 보호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그를 감안하더라도 가상자산 제도화 광폭 행보를 벌이는 선진국들과의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내 가상자산 관련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조금은 보폭을 더 빠르게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이미 약 1559만 명(5대 거래소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 계정 중복 합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돈의 물줄기를 막을 수 없는 만큼, 해당 자산의 특성과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발맞춘 제도적 논의가 절실하다. 신중론에 갇혀 각국의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전에서 뒤처지다 몇 년 뒤 지금 이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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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투자증권, 초고액 자산가 맞춤형 서비스

    NH투자증권이 2025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고액 자산가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개편을 통해 ‘프라이빗 딜(Private Deal) 솔루션부’가 신설됐다. 해당 부서는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딜 중심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조직이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기존의 주식 및 채권 중심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우량 프로젝트딜, 기업 인수금융, 인수합병(M&A) 연계 자문, 사모대출 투자 등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김형돈 프라이빗 딜 솔루션부 이사는 “초고액 자산가는 기존의 획일적인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로는 만족할 수 없는 독특한 투자 니즈를 가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품 전략에도 변화를 취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3일 ‘2025년 상품전략 세미나’를 통해 공개한 올해 전략의 핵심은 △고객 수요를 반영한 베스트셀러 상품 지속 공급 △연금 상품 및 디지털 채널용 상품 확대 △글로벌 및 대체투자 상품 강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안정적 상품 공급 등이다. 이미 독창적인 전략의 투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신용회복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투자상품이다. 2022∼2023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부실채권(NPL)의 가격은 낮아져 있고, 코로나19 민생 지원이 종료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융 기관의 NPL 매각 규모가 커졌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채무자의 소득 수준과 상환 의지가 충분하다고 분류된 NPL 수천, 수만 개를 묶어 투자하고, 대주단이 제공하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금액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3월에는 미국 사모대출자산(Direct Lending)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공급할 예정이다. 높은 최소 투자 금액과 긴 투자 기간으로 주로 기관투자가들만 접근 가능했던 투자 상품을 개인 고객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조직 개편과 맞춤형 서비스 전략을 통해 초고액 자산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재경 리테일사업총괄 부문장은 “초부유층 고객 중심의 영업 기반을 확장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조직과 인프라를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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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보험금, 생전 연금-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활용 추진”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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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올드 잡자” 금융사가 유산 정리에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도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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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월 590만원 연금 수급자 75만명… 韓, 부동산 대출이자에 허덕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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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소비 22% 노인 지갑서 나와… 돈있는 ‘영올드’, 경제활력 무기로

    《자산과 소득, 건강을 갖춘 6070 ‘젊은’ 고령층 ‘영올드(Young Old)’가 소비의 주체로서 선진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팝에 열중하고, 순수 학문에 심취하며 더 나아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축이 된 것이다. 한국도 ‘영올드’가 부상하고 있지만 ‘집 한 채’에 자산이 묶여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2023년 십수 년간 근무했던 콜센터 직장을 떠났다. 이제는 평생 모은 금융 자산과 연금 등 월 33만 엔가량의 실소득을 기반으로 하루를 한국어 공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국어학당을 두 번 이상 다니며 틈이 나면 한국 여행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을 찾아 전통 문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70)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이웃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연금(월 4000달러) 덕에 틈틈이 돈을 모아 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올해 9월에는 70세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네 명의 손주와 유람선 여행을 계획 중이다.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는 강력한 소비 및 사회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돈 있는 영올드가 경제의 ‘비밀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 세대는)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움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강연자로도 변신 지적 호기심을 자랑하며 배움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올드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흰머리에, 돋보기를 코 아래로 내려 쓴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앉아 판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천문학. 시간제로 일하며 짬짬이 수업에 나오는 60대부터 100세가 임박한 수강생까지 ‘별의 법칙’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네덜란드 대학 5곳이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는 약 7000명의 시니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로 넓히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수강생을 모집한 ‘미술사 코스’가 매주 2시간씩 10회 진행되는데 강좌 가격이 355유로(약 54만 원)로, 전반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올드들의 등록 열기는 뜨겁다.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피터 그리피스 씨(76)는 은퇴 이후 영국 남동부에 소규모 강의를 다니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 국적기 조종사부터 러시아 석유 재벌, 카자흐스탄 광업 재벌, 벨기에의 한 금융인 등의 개인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영어 교육” 사회적 가치 창출도 2010년 교사로 은퇴한 영국의 제니퍼 윌슨 씨(70)는 2016년부터 은퇴자 학습공동체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영국 U3A는 회원 수 40만 명 이상, 산하 소규모 그룹만 1000곳이 넘는 대형 노인 커뮤니티다. 윌슨 씨는 “U3A 구성원들이 새로운 노년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U3A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상 이야기와 물건을 담은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영올드가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3년 기준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올드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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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장윤정]한국 영올드 울리는 ‘쥐꼬리’ 퇴직연금

    영국에서 농부로 일하다가 은퇴한 맬컴 마케시 씨(83)는 항상 허리띠를 졸라맸던 은퇴 전과 달리 요새 유럽 각지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유를 즐긴다. 국가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받기에 가능한 일로 그 스스로도 “은퇴 전 저소득층이었다면, 지금은 중산층은 되는 것 같다”고 자랑한다. 프랑스의 장피에르 퐁생 씨는 60대 초반에 오히려 과감히 부동산 컨설팅 분야에서 창업에 나섰다. 한동안 사업이 부진했지만 공적연금, 퇴직연금 등이 숨통을 틔워 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제 역할 못 하는 2%대 수익률 퇴직연금 본보가 초고령사회를 맞아 신년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는 ‘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시리즈를 준비하며 부럽다는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글로벌 각국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여유를 즐기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제2의 인생에 나서는 것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우리의 노후를 떠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노후의 삶을 결정짓는 요인은 여러가지이고, 이들 나라라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영올드는 아니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노년의 삶이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들 뒤에 탄탄한 연금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 말이다. 경제적 안전망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더 나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은 딴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녀들 공부, 결혼시키고 나니 집 외에는 남은 게 없다는, 연금은 또 왜 이리 적냐는 퇴직자들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미국의 퇴직연금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7.79%인 반면 한국은 2.07%에 불과하다. 긴 세월의 수익률 격차가 불러오는 비극은 엄청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 동안 퇴직연금을 납입했다고 가정할 때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받지만, 한국 근로자는 겨우 퇴직금 2억5000만 원을 손에 쥔다. 선진국 영올드와 달리 한국 노인이 은퇴 후 지갑을 닫고, 외출을 줄이는 이유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위기감은 턱없이 부족하다. 고령화 시계는 지금도 초고속으로 흘러가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모든 논의가 실종됐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고령화에 발맞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 저하와 생산성 타격 등으로 0%대 저성장이 찾아올 것이란 진단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퇴직연금 시장에 ‘경쟁’ 바람 불어야 현직 대통령의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에 혼란스럽지만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이라는 과제부터라도 착수해야 한다. 호주 미국 등 연금 선진국의 핵심 무기는 퇴직연금으로, 재테크 초보인 일반인들도 기금이 짜주는 ‘기본 옵션’(디폴트 옵션)만으로 연평균 6∼7%대의 수익률을 누린다. 우리는 적립금의 80% 이상이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출퇴근에 바쁜 직장인들이 전문 지식 없이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다 보니 일단 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그 결과 2%대 ‘쥐꼬리 연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노후 자금을 분산해 수익률을 높이자며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디폴트 옵션 제도를 취지에 맞게 개선하는 한편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와 같이 금융사 간 수익률 경쟁에 불을 붙일 더 다양한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 호주에는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인 수탁법인을 매년 발표하고, 최하위 법인을 퇴출하는 제도까지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오늘날 호주를 연금 백만장자의 나라로 만든 셈이다. 마침 202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았다. ‘경쟁’의 바람이 불어 퇴직연금이 진짜 노후 버팀목으로 거듭나야 한다. 노인 씀씀이가 살아나야, 0%대 저성장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

    •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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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60세이상 근로자 30만명 늘었는데 노하우 못 살리고 단순 노무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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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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