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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에 김우석 위원(사진)을 선출했다고 밝혔다.앞서 방미심위는 지난 12, 16일 두 차례 회의에서 야당 추천 몫 상임위원으로 김 위원 선출을 시도했으나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김 위원은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시절 비상임위원을 지냈으며 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이날 김 위원 선출로 방미심위 1기는 고광헌 위원장, 김민정 부위원장, 김우석 상임위원 체제로 집행부가 구성됐다. 고 위원장은 다음 달 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가장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한국적인 요소는 일곱 명을 묶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다.”방탄소년단(BTS)은 20일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에 대해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정해진 틀을 넘어 우리답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BTS 리더 RM은 이날 하이브 레이블 빅히트뮤직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한국적인 요소는 우리가 출발한 곳, 뿌리와 맞닿아 있다”며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계속 재정의되고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흐름의 일부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앨범 콘셉트를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태권도’를 소재로 곡을 만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진과 슈가는 정체성을 표현할 때 세운 기준에 대해 “한국적인 요소를 억지로 넣기보다는 우리답게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지민도 “한국인이라면 어릴 때부터 수없이 접해온 단어이자 민요인 만큼, 이걸 앨범 제목으로 선택하는 데 부담과 책임감이 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앨범 타이틀 곡인 ‘SWIM(스윔)’에 대해서는 “평양냉면 같은 매력이 있다”며 한국 전통 음식에 빗대 얘기했다. RM은 “담백하고 스근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이 곡이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 남은 ‘아리랑’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곡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BTS는 이날 발매 직후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진행한 컴백 기념 단체 라이브에서도 앨범 제작 후기를 생생하게 밝혔다. 슈가는 민요 ‘아리랑’이 삽입된 수록곡 ‘바디 투 바디’에 대해 “개인 작업에서 국악을 많이 시도해본 입장에서, 초기엔 ‘아리랑’을 굉장히 반대했다”면서 “해외 아티스트들이 자기 나라 음악을 샘플링하듯 그런 과정을 거치니 좋아졌다”고 했다. RM 역시 “처음엔 ‘이거 진짜 아니지’ 했다. 그 다음엔 ‘한 번 더 들어볼까?’ 했고, 이후엔 인정했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누구에게나 싫은 것들이 있다. 때로는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 이 책은 싫은 것에 대한 그림책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뭘 싫어 할까. 아이스크림은 더운 게 싫다. 금방 녹아버리니까. 하지만 추운 것도 싫다. 아무도 먹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어제가 싫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내일도 싫다. 아직 오지 않은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심술 같기도 하고, 불평 같기도 한 ‘이것도 저것도 다 싫어’는 계속된다. 밤은 불빛이 싫다. 밤답지 않으니까. 하지만 불을 끄는 것도 싫다. 어쩐지 쓸쓸하기 때문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투정이 계속되지만, 읽다 보면 왠지 수긍이 가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 어둠이 싫은 유령, 추위가 싫은 눈사람처럼 형용모순적으로 느껴지는 투정이 나올 땐 웃음도 터진다. 종국엔 싫은 것조차 싫어진다. ‘싫은 것도 싫어. 싫다고 하는 것도 싫어. 싫으냐고 묻는 것도 싫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이해받기도 힘든 불쑥불쑥 뾰족해지는 마음을 위로해 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누구에게나 싫은 것들이 있다. 때로는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 이 책은 싫은 것에 대한 그림책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뭘 싫어할까. 아이스크림은 더운게 싫다. 금방 녹아버리니까. 하지만 추운 것도 싫다. 아무도 먹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어제가 싫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 하지만 오늘은 내일도 싫다. 아직 오지 않은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심술 같기도 하고, 불평 같기도 한 ‘이것도 저것도 다 싫어’는 계속 된다. 밤은 불빛이 싫다. 밤답지 않으니까. 하지만 불을 끄는 것도 싫다. 어쩐지 쓸쓸하기 때문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는 투정이 계속되지만, 읽다보면 왠지 수긍이 가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 어둠이 싫은 유령, 추위가 싫은 눈사람처럼 형용모순적으로 느껴지는 투정이 나올 땐 웃음도 터진다. 종국엔 싫은 것조차 싫어진다. ‘싫은 것도 싫어. 싫다고 하는 것도 싫어. 싫으냐고 묻는 것도 싫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이해받기도 힘든 불쑥 불쑥 뾰족해지는 마음을 위로해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가장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한국적인 요소는 일곱 명을 묶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방탄소년단(BTS)은 20일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에 대해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정해진 틀을 넘어 우리답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BTS 리더 RM은 이날 하이브 레이블 빅히트뮤직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한국적인 요소는 우리가 출발한 곳, 뿌리와 맞닿아 있다”며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계속 재정의되고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흐름의 일부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앨범 컨셉을 소개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태권도’를 소재로 곡을 만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진과 슈가는 정체성을 표현할 때 세운 기준에 대해 “한국적인 요소를 억지로 넣기보다는 우리답게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지민도 “한국인이라면 어릴 때부터 수없이 접해온 단어이자 민요인 만큼, 이걸 앨범 제목으로 선택하는 데 부담과 책임감이 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앨범 타이틀 곡인 ‘SWIM(스윔)’에 대해서는 “평양냉면 같은 매력이 있다”며 한국 전통 음식에 빗대 얘기했다. RM은 “담백하고 스근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이 곡이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 남은 ‘아리랑’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BTS는 이날 발매 직후 플랫폼 위버스에서 진행한 컴백 기념 단체 라이브에서도 앨범 제작 후기를 생생하게 밝혔다. 슈가는 민요 ‘아리랑’이 삽입된 수록곡 ‘바디 투 바디’에 대해 “개인 작업에서 국악을 많이 시도해본 입장에서, 초기엔 ‘아리랑’을 굉장히 반대했다”면서 “해외 아티스트들이 자기 나라 음악을 샘플링하듯 그런 과정을 거치니 좋아졌다”고 했다. RM 역시 “처음엔 ‘이거 진짜 아니지’ 했다. 그 다음엔 ‘한 번 더 들어볼까?’ 했고, 이후엔 인정했다”고 전했다. “2026년판 ‘손에 손잡고’ 같은 노래”(제이홉) “김치 얹은 페이스트리 같은 퓨전”(RM)이라고도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전반적으로 참가자 기량이 세련되고 표현력도 좋아졌어요. 몇몇은 이미 경연 무대가 아니라 프로 무대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 인상적이었습니다.”‘LG와 함께하는 제2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프라노 신영옥(65)은 15,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1차 예선 심사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성악 부문으로 열리는 올해 대회는 11개국 175명이 도전장을 냈으며, 영상 예비심사를 통과한 10개국 55명(국내 35명, 해외 20명)이 1차 예선 무대에 올랐다.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만점을 주고 싶은, 아주 기대가 되는 참가자가 몇 명이나 눈에 띄었다. 아마 내 느낌이 맞을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신 성악가는 1990년 4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해 12월 메트에 데뷔했다. 이듬해 1월 메트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상대역 여주인공 질다로 출연하며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타이틀 롤 등을 통해 메트를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손꼽힌다. 올해 두 번째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그는 동아일보와 인연이 깊다. 신인 시절부터 참여하는 콩쿠르마다 1위를 휩쓸던 그가 유일하게 1위를 못 했던 대회가 선화예고 재학 당시 3등으로 입상했던 동아음악콩쿠르였다. 신 성악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편도선이 부은 채 나갔다. 너무 긴장해서 몸에 탈이 났던 것 같다”며 “마지막 날 부른 가곡 ‘못 잊어’가 아직도 생각난다”며 웃었다. 이후 미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으로 유학을 간 뒤 해외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 199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독창회도 동아일보 주최 공연이었다. “아직도 공연을 앞두고는 떨려서 목이 아프거나 예민해진다”는 그는 긴장한 채 무대에 서는 콩쿠르 참가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긴장할수록 가슴을 더 펴고 가장 중요한 걸 끝까지 잡고 있는 게 중요해요. 소리가 크든 작든 나의 말과 뜻을 감정을 담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곡에 빠져서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신 성악가는 심사 때 소리와 표현력, 딕션뿐만 아니라 무대 매너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그는 “체형에 가장 적절한 옷을 골라 입는 것, 공연을 마치고 들어갈 때까지가 모두 무대 매너”라며 “기쁨을 주는 무대 매너에 의상까지 갖춰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물론 잠재력도 중요하다. “콩쿠르에서 부를 몇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몇 번은 수상할 수 있을진 몰라도 계속 노래를 부를 순 없어요. 작은 소리라도 메시지와 감동이 있는 게 중요합니다.”올해는 특별히 준결선에서 한국 가곡을 가장 뛰어나게 해석한 참가자에게 ‘김순남 특별상’이 수여된다. 신 성악가는 “한국 가곡은 이탈리아 벨칸토(18세기 이탈리아 가창 기법)와 비슷하다. 발음뿐 아니라 한(恨)의 정서까지 살려서 부드럽게 연결해야 한다”며 “외국인 참가자들이 한국 가곡을 겨루는 국제콩쿠르가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뜻깊다”고 했다.월드 스타인 그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뭘까. 신 성악가는 “꾸준히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콩쿠르는 참가자들이 매우 긴장된 가운데 서로 듣고 경연하며 실력이 많이 늘어요. 당장 선발되지 않아도 이런 경험이 결국 해외 오페라 극장 발탁 등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마음을 열고 같이 겨누고 씩씩하게 나서면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온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피스타치오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인기가 시들해지자마자 ‘제2의 두쫀쿠’가 등장했다. 갑자기 봄동비빔밥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도배하며 봄철 평범한 집 반찬이었던 봄동 가격을 한 주 만에 30%가량 올려놓더니, 유행이 그새 버터떡으로 옮겨붙었다. 오픈런을 해도 못 사먹던 두쫀쿠는 매대에서 남아 도는데, 버터떡으로 유명한 유명 베이커리엔 3시간짜리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유행이 어떤 수순을 밟을지 다들 알고 있다. 소셜미디어 중심의 인증·후기 열풍으로 정점을 찍으면 프랜차이즈와 편의점까지 합세하며 유행이 꺾인다. 3, 4개월이면 시들해지고 길어도 반년을 못 간다. 그런데도 매번 새로운 유행이 나타날 때마다 모두 들썩인다. 두바이 초콜릿, 말차 인기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특정한 식음료 유행이 퍼지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한국에선 최근 그 정도가 유별나다. 한국은 원래도 유행과 그로 인한 업종 변화 주기가 빨랐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집단주의와 심리적 동조 현상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쇼츠나 릴스 등 알고리즘 기반의 짧은 콘텐츠 범람까지 더해져 유행의 속도와 강도가 과열되고 있다. 두쫀쿠 유행으로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가 1년 사이 84% 상승(1월 기준)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가격 왜곡 현상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나도 안 해 볼 수 없다’는 사회적 압박이 작용하면서 소비의 피로감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떠들썩한 유행을 만든 주인공이 알고리즘이란 점이다. 알고리즘은 쫀득한 찰기, 바삭한 식감 등 시각적 자극이 높아 호기심을 끌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영상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킨다. 유행의 주체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의 유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쏠림과 복제뿐이고 문화적 다양성은 오히려 감소한다. 주의력을 파괴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를 지적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의지나 주의력을 탈취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가급적 오랜 시간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붙잡아 두고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짧고 강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노출한다. 이런 환경에 둔감해지면 취향은 사라지고 즉각적 반응만 남게 된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불 붙었다 꺼지길 반복하는 최근의 유행 역시 소비자의 주체적 선택이라기보단 알고리즘 시대의 기형적 산물로 보인다. 남들이 다 하니까 재미로 따라 해 보는 게 유행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한 사회의 문화가 편향성과 상업성을 양 축으로 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는 건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히 재미로만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워진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전반적으로 참가자 기량이 세련되고 표현력도 좋아졌어요. 몇몇은 이미 경연 무대가 아니라 프로 무대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 인상적이었습니다.”‘LG와 함께하는 제2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프라노 신영옥(65)은 15,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1차 예선 심사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성악 부문으로 열리는 올해 대회는 11개국 175명이 도전장을 냈으며, 영상 예비심사를 통과한 10개국 55명(국내 35명, 해외 20명)이 1차 예선 무대에 올랐다. 16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만점을 주고 싶은, 아주 기대가 되는 참가자들이 몇명이나 눈에 띄였다. 아마 내 느낌이 맞을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신 성악가는 1990년 4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해 12월 메트에 데뷔했다. 이듬해 1월 메트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상대역 여주인공 질다로 출연하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타이틀 롤 등을 통해 메트를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손꼽힌다. 올해 두 번째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그는 동아일보와 인연이 깊다. 신인시절부터 참여하는 콩쿠르마다 1위를 휩쓸던 그가 유일하게 1위를 하지 못했던 대화가 선화예고 재학 당시 3등으로 입상했던 동아음악콩쿠르였다. 신 성악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편도선이 부은 채 나갔다. 너무 긴장해서 몸이 탈이 났었던 것 같다”며 “마지막 날 부른 가곡 ‘못 잊어’가 아직도 생각난다”며 웃었다. 이후 미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으로 유학을 간 뒤 해외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 199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독창회도 동아일보 주최 공연이었다. “아직도 공연을 앞두고는 떨려서 목이 아프거나 예민해진다”는 그는 긴장한 채 무대에 서는 콩쿠르 참가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긴장할수록 가슴을 더 펴고 가장 중요한 걸 끝까지 잡고있는 게 중요해요. 소리가 크든 작든 나의 말과 뜻을 감정을 담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곡에 빠져서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신 성악가는 심사 때 소리와 표현력, 딕션 뿐 아니라 무대 매너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그는 “체형에 가장 적절한 옷을 골라 입는 것, 공연을 마치고 들어갈 때까지가 모두 무대 매너”라며 “기쁨을 주는 무대 매너에 의상까지 갖춰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물론 잠재력도 중요하다. “콩쿠르에서 부를 몇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몇 번은 수상할 수 있을진 몰라도 계속 노래를 부를 수는 없어요. 작은 소리라도 메시지와 감동이 있는 게 중요합니다.”올해는 특별히 준결선에서 한국 가곡을 가장 뛰어나게 해석한 참가자에게 ‘김순남 특별상’이 수여된다. 신 성악가는 “한국 가곡은 이탈리아 벨칸토(18세기 이탈리아 가창기법)와 비슷하다. 발음뿐 아니라 한(恨)의 정서까지 살려서 부드럽게 연결해야 한다”며 “외국 참가자들이 한국 가곡을 겨루는 국제콩쿠르가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뜻깊다”고 했다.월드 스타인 그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뭘까. 신 성악가는 “꾸준히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콩쿠르는 참가자들이 매우 긴장된 가운데 서로 듣고 경연하며 실력이 많이 늘어요. 당장 선발 되지 않아도 이런 경험이 결국 해외 오페라 극장 발탁 등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마음을 열고 같이 겨누고 씩씩하게 나서면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엄마 생일이 다가오면서 선물 준비에 분주해진 아기 생쥐. 솔방울이 좋겠다 싶어 주워가지만 집까지 굴리는 동안 찌그러져 볼품 없이 변한다. 솔방울 대신 꽃은 어떨까. 하지만 이 역시도 가져오는 동안 꽃잎이 모두 떨어져 나가 버린다. 고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아기 생쥐는 집 밖 작은 웅덩이에 비친 환한 달을 본다. 너무 아름다운 달 그림자. 엄마 생일 선물로 딱일 것 같다. 근처 이끼를 한 움큼 집어 웅덩이 물을 뜨자, 그 안에 예쁜 달그림자가 그대로 비친다.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지만 다음 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선물이라며 엄마에게 내민 이끼 안에는 달님이 사라지고 없다. 이끼 안에 고였던 물은 다 말랐고, 환해진 아침 더 이상 달이 비치지도 않는다. 속상해서 울먹이는 아기 생쥐에게 엄마가 한 가지 비밀을 알려준다.“바로 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선물이란다.” 엄마에게 가장 예쁜 선물을 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 그런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의 마음이 예쁘게 녹아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엄마 생일이 다가오면서 선물 준비에 분주해진 아기 생쥐. 솔방울이 좋겠다 싶어 주워가지만 집까지 굴리는 동안 찌그러져 볼품 없이 변한다. 솔방울 대신 꽃은 어떨까. 하지만 이 역시도 가져 오는동안 꽃잎이 모두 떨어져나가버린다. 고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아기 생쥐는 집 밖 작은 웅덩이에 비친 환한 달을 본다. 너무 아름다운 달 그림자. 엄마 생일 선물로 딱일 것 같다. 근처 이끼를 한웅큼 집어 웅덩이 물을 뜨자, 그 안에 예쁜 달그림자가 그대로 비친다.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지만 다음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선물이라며 엄마에게 내민 이끼 안에는 달님이 사라지고 없다. 이끼 안에 고였던 물은 다 말랐고, 환해진 아침 더이상 달이 비치기도 않는다. 속상해서 울먹이는 아기 생쥐에게 엄마가 한 가지 비밀을 알려준다. “바로 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선물이란다.”엄마에게 가장 예쁜 선물을 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 그런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의 마음이 예쁘게 녹아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유 민 에브리싱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닐 세다카(사진)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AP통신은 “1950∼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세다카가 미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인은 줄리아드 음악원 재학 중 만든 곡 ‘멍청한 큐피드(Stupid Cupid)’로 주목받으며 솔로로 데뷔했다. 소년 같은 청아한 음색으로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틴 팝(Teen Pop)의 대가”로 불렸으며 ‘오! 캐럴(Oh! Carol)’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원 웨이 티켓’은 1980년 가수 방미가 ‘날 보러와요’로 번안해 불러 큰 인기를 끌었으며, ‘유 민 에브리싱 투 미’는 지금도 국내에서 애청하는 팝송 중 하나로 꼽힌다. 1983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유 민 에브리싱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닐 세다카(사진)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AP통신은 “1950∼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세다카가 미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고인은 줄리어드 음대 재학 중 만든 곡 ‘멍청한 큐피드(Stupid Cupid)’로 주목 받으며 솔로로 데뷔했다. 소년 같은 청아한 음색으로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틴 팝(Teen Pop)의 대가”로 불렸으며, ‘오!캐롤(Oh! Carol)’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원 웨이 티켓’은 1980년 가수 방미가 ‘날 보러와요’로 번안해 불러 큰 인기를 끌었으며, ‘유 민 에브리싱 투 미’는 지금도 국내에서 애청하는 팝송 중 하나로 꼽힌다. 1983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너츠네 가족의 땅콩 호텔. 땅콩산 국립공원에 가기 위해 많은 손님들이 이 호텔에 묵는다. 하지만 정작 너츠는 낯을 가리는 탓에 손님들에게 종종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가족들조차 핀잔을 준다. 그러던 중 너츠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산림보호를 위해 땅콩산이 1년 휴식기를 가지면서 호텔도 쉬게 됐다. 가족들은 휴가를 맞아 모두 세계여행을 떠나고 혼자 남은 너츠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다. 이 호텔에 평생 투숙객으로 지내고 있던 폴짝 씨가 갑자기 너츠를 찾아왔다. 그는 호텔을 지을 때 부족한 자금을 투자해 준 대신 평생 숙박권을 갖게 된 VIP. 방 안에서 두문불출하던 이 미스터리 손님이 하필 응대할 직원이라곤 너츠밖에 없는 때 밖으로 나왔다. 게다가 그는 너츠에게 땅콩산에 함께 오르자는 부담스러운 제안을 한다. 상처 속에 칩거 중이던 인물과 누군가에게 곁을 주는 게 어려운 내향인이 서로를 알아가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귀엽게 그려냈다. 서로를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선 때론 도전과 용기가 필요함을 일러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집 앞에 도착한 커다란 이삿짐 트럭. 가족을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줄 차다. 아이는 트럭에 실을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장난감, 책, 침대, 인형, 그릇 같은 것들을 챙긴다. 당연히 고양이와 고양이 장난감, 침대, 밥그릇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이 든 이웃집 강아지도 데려가고 싶어진다. 이웃집 강아지의 장난감과 밥그릇도 트럭에 싣는다. 그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텃밭. 체리나무 위 작은 오두막과 체리를 넣다가, 그냥 체리나무를 통째로 다 넣기로 한다. 단골 빵집도 트럭에 실어버린다. 트럭에 들어가는 짐은 아이가 좋아했던 작은 것에서부터 아이가 사랑했던 주변의 모든 것으로 계속 확대된다. 이윽고 학교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창밖 풍경까지 트럭에 야무지게 챙기는 아이. 아이는 이삿짐 가득 실은 것들을 챙겨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모두 실었으니 이제 다 잘될 거야’라고 다짐하면서. 소중했던 것들을 이렇게 차곡차곡 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별과 변화 앞에서 단단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지난해 공개됐던 넥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기록을 다시 썼다. 정점은 사운드트랙 ‘골든’이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를 수상한 것이다. K팝 최초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이다. 2021년 방탄소년단(BTS)도 수상에 실패했을 만큼 높았던 그래미의 벽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골든’의 수상은 최근 K콘텐츠의 혼종적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엄밀히 말해 이 작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란 꼬리표를 붙이기 어렵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과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가 의기투합했고, 소니픽처스 제작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작품이다. 그런데도 ‘골든’의 수상을 K팝의 새 역사로 받아들이는 데 누구도 이의를 갖지 않았다. K콘텐츠의 영역이 이제는 국적과 국경의 한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보도한 ‘K팝에서 K를 떼겠다는 위험한 실험’이란 기사도 K의 이런 영토 확장세를 잘 보여준다. 매체에 따르면 일부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K팝에서 ‘K’를 빼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지역적 틀에 음악을 가두지 않고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K팝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아직 이런 시도는 한국적 정체성 희석, 기존 팬덤 약화 등 위험성이 더 높다고 평가되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K라는 무형의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방증해준다. 특정 클리셰가 ‘한국적인 것’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는 자신감이다. 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후배’ ‘언니’는 한국의 로마자 표기 원칙과 무관하게 ‘hoobae’ ‘unni’로 쓰인다. 원래는 ‘hubae’ ‘eonni’로 쓰는 게 정확하지만, 팬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기가 재구성된 것이다. 이런 단어를 한국 맞춤법에 맞지 않으니 틀린 것이라고 재단할 수 없다. K컬처 역시 더는 한국인이나 한국적 규칙대로 만들어진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책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에서는 국가적 정통성을 넘어 초경계적인 관점에서 한류를 다시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고 제언한다. “한국성은 글로벌 환경 속에서 희석되는 정적 정체성이 아니라, 복합성과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요즘 유튜브엔 한국 스타일 순두부찌개나 볶음밥 레시피가 자주 등장한다. 순두부찌개에 고추장과 김치를 넣어 볶거나, 안남미에 스리라차 소스를 넣은 볶음밥은 우리 눈엔 도저히 한국 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스타일’이란 말에서 이들이 이미 예고했듯 K콘텐츠나 K컬처는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새로운 문화 현상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한류로 일컬어지던 K가 이제는 변종과 보편화를 동시에 말할 정도로 광범위한 현상이 됐다는 점이다. 이런 시대 ‘한국적인 것’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책장을 펼치면 공룡 티노의 쓸쓸한 푸념이 시작된다. 원래는 그림책을 찾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더 이상은 티노를 보러 오는 친구가 없어서다. 휴대전화란 게 그렇게 재밌다면서 다들 책을 등져버린 탓이다. 오랜만에 책을 펼친 어린이 독자를 놓치고 싶지 않은 티노는 한 가지 꾀를 낸다. 책장을 더 넘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고, 평생 함께 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넘기지 말라고 할수록 자꾸 넘겨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티노가 무시무시한 게 나온다고 겁을 주거나, 나무판자로 책장을 막아버릴 때마다 한 장씩 넘겨보는 재미는 오히려 커진다. 결국 마지막 장까지 와 버린다. 또 한 명의 친구가 사라지겠구나 싶어 한탄하는 티노. 하지만 책을 이렇게 그냥 끝내버릴지, 티노와 친구가 될지는 독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티노와 독자의 밀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읽는 사람과 책 속 주인공이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책이다. 책 읽는 게 놀이처럼 즐거울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2015년 8월부터 동아일보에는 매주 한 번 원고지 5장 안팎의 시 칼럼 ‘시가 깃든 삶’이 실렸다. 명시를 톺아보며 일상에 지친 마음을 안아 주는 글이 10년 동안 빠짐없이 독자들의 주말 아침을 찾아갔다. 연재된 편수만 511편. “작은 텃밭의 관리자가 됐다는 생각”으로 긴 시간 이 코너를 가꿔 온 주인공은 나민애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47). 200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인 그는 ‘풀꽃’이란 시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81)의 딸이기도 하다. 2025년 7월 마지막 칼럼을 쓸 때까지 그는 따뜻한 시로 평범한 독자들의 하루를 위로해 주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시 해설가로 살았다. 병원에 실려 가서도 마감을 놓치지 않았다. 때로 시보다 더 시 같은 문장들이 많은 이들을 울리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연재한 글을 엮어 낸 필사집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반년 만에 9만 부가 팔렸다.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나 교수를 만났다.》―‘작은 텃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연재했다고 했다. 참 예쁜 텃밭이었던 것 같다. 심고 키운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들여다보이는…. “한 편 한 편 다 울면서 썼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설거지하고 뺄래하고 글 쓸 시간이 오후 10시부터 난다. 그때부터 앉아서 엉엉 울면서 쓰는 거다. 가끔 우리나라 시는 왜 다 이렇게 슬프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슬프지 않은 시를 찾기 어렵다. 사람의 감정이 슬플 때와 사랑할 때 가장 북받쳐 오르니 유난히 그런가 싶다. 소개됐던 시인들이 감동했단 이야기도 전해 들었고, 강연장에 스크랩을 해 와 보여 주는 독자도 있었다. 내게도 울면서 디톡스가 된 시간이었다. 행복한 10년이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0년간 연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데…. “끝내고 보니까 정말 품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내 사정으로 건너뛴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해 난소 수술을 했다. 의료대란 때문에 수술 날짜를 못 잡아서 타이레놀을 하루 8알씩 먹으며 버텼다. 재킷 뒤에서 피가 묻어나는 것도 모르고 일하다 결국 실려 가 수술하고 입원했는데, 그때도 연재는 빼먹지 않았다.” ―세상에…. 건강은 좀 괜찮아졌나. “괜찮다. 일하는 사람은 계속 해야 한다. 연재를 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공부를 하게 된다. 어떤 시기에 딱 맞는 시를 소개하려면 후보가 100편, 200편은 있어야 한다. 계간지나 시집을 읽다가 좋은 시는 모두 타이핑해서 연도별로 파일을 만들어 둔다. 그게 내 재산이다. 누군가 기다린다는 생각이 더 열심히 하게 만든 것 같다.” ―소개할 시는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유명한 시인은 가끔만 넣자는 거였다. 기다리고 있는 시인들, 잠들었던 시인이 얼마나 많나. 처음 연재할 때 아버지가 당부하시길 ‘중앙 문단에서 빛을 못 받아서 서울 갔다 설움에 겨워서 울던 나를 기억하지 않냐. 그런 시인들을 찾아서 다정하게 안아 줘라’ 하셨다. 그래서 유명한 시인을 ‘홀대’했다. 윤동주 저 뒤에 있고, 이육사도 저어 뒤에 있다. 또 하나는 내가 공감 못 하는 시는 넣지 않은 거다.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 될 수도 있구나 싶다.” ―개인적 취향으로 어떤 시를 가장 좋아하나. “김소월과 백석 좋아하는 거 보면 쓸쓸한 시 좋아하는 것 같다. 김종삼 시도 좋아한다. 나태주도 넣어야 하나? (웃음) 연재할 때 아버지가 절대 당신 딸인 거 티 내지 말라며 ‘내 시는 쓰지 말라’ 하셨다. 그래서 안 썼는데 5년쯤 됐을 때 ‘그만두기 전에 내 건 한번 써야지?’ 하시더라. 쓰지 말란다고 진짜 안 쓰냐면서. 그래서 하나 썼다.” 나 교수는 동아일보에 나태주 시인의 ‘시’를 소개하며 “나는 이 시인을 아주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 이 시인의 소원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세상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충남에서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시를 썼던 아버지를 ‘스승이자 선배’라 표현했다. 10년 연재 마무리를 아쉬워하진 않으셨나. “매주 오전 7시면 ‘어떤 표현이 참 좋다’ ‘시보다 해설이 좋다’ 같은 문자가 와 있었다. 아버지는 명문가(名文家)의 조건으로 ‘글을 빌리지 않는다’는 걸 내세우신 분이었다. ‘쌀이나 돈을 빌리지 않는다’가 낫지 않나. 무엇보다 우리가 명문가가 아닌데 왜 명문가가 되려 하나. 하지만 아버지는 그만큼 글이 중요하신 분이다. 내가 글 쓰는 걸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 연재도 계속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박수칠 때 간다는 입장이었다.” ―‘지친 마음에는 한 편의 시라도 달다’고 했고, ‘시의 끄트머리를 잡고 일어선다’고 했다. 시가 주는 위로란 건 어떤 건가.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집어등을 쫓아가는 오징어 떼’라고 했다. 시는 집어등을 향해 나아가는 자본주의 속성과 반대되는 것이다. 잠시 멈추게 한다. 다들 죽을 줄 알면서도 달리는 건데, 시가 잠시 브레이크를 건다. 오징어의 정신건강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 그런 게 시랄까.”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지만, 시가 주는 위안에 대한 갈망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맞다. 아버지 시 ‘풀꽃’이 뜬 것도 ‘학교’란 드라마에 나오면서였다. ‘남자친구’, ‘시크릿 가든’에도 감각적 연출과 잘 맞는 시가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시는 사실 굉장히 대중적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시에 문단과 경향, 역사가 있으니까 어렵게 느낀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듯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젊은 시는 어렵고, 옛날 시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그런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앤솔로지 시선집을 추천한다. 각 시대마다 유명한 문인들이 엮어 둔 동서고금의 시선집이 다양한데, 마음에 드는 시를 찾을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나도 앤솔로지 덕을 많이 봤다. 마치 골동품 매장을 돌아다니다 ‘이건 이 가격에 팔릴 물건이 아닌데?’ 싶은 걸 찾아낸 듯한 즐거움이 있다.” 나 교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시를 읽어 주는 시 큐레이터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며 ‘문해력계의 오은영 박사’로도 불린다. 고3, 중1이 되는 두 자녀를 키우는 그가 ‘엄마의 마음’으로 전해 주는 국어공부법에 엄마들이 열광한다. 최근엔 초등학생 대상 ‘나민애의 문해력 게임’을 펴내는 등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대 강의평가 1위를 하는 등 19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서울대생들도 과거와 비교해 문해력에 차이가 있나. “크게 차이 안 난다. 그래서 더 ‘서울대 들어오려면 읽는 게 기본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상위권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읽는다. 문해력도 양극화돼 가고 있다. 중산층이 없어지는 것처럼, 읽는 아이들은 더 읽고 안 읽는 아이들은 아예 못 읽는다.” ―독서교육과 문해력은 왜 중요한가.“표현의 한계가 마음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범위를 넓히는 게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길이다. 내 단어가 가서 꽂히는 데까지가 내 영역이다. 그 영토가 줄어드는 건 생각의 치매 같은 거다. 소설과 시를 읽으며 더 예쁜 단어, 더 좋은 단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읽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에서 진짜 승자는 장기투자한 사람들 아닌가. 독서도 그렇다. 유치원 때부터 고3 때까지 15년 장기투자다. 텔레그램 주식방에 단타로 돈을 빨리 벌게 해주는 방법이 판치지만 거기서 살아남은 개미는 없다. ‘ETF 사모으는 마음으로 책 읽힌다’고 생각해 봐라. 결국은 우상향한다. 제발 어디 가서 사기당하거나 멘털 흔들리지 마시고, 지수 붙잡고 가셔라.” ―문학평론가, 시 해설가, 독서전문가. 이름은 다르지만 대중과 글을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 같다. “맞다. 나는 시인의 딸이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엄마다. 우리 애가 말귀 잘 알아듣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박완서 선생님이 사위를 찾을 때 그냥 평범한, 보통의 사고를 하는 상식적인 사람을 찾으려고 돌아다녔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 했었다. 성과 사회엔 이상한 빌런이 많다. 하지만 문학책 읽으며 울고, 인생의 소설도 있고 한 사람이라면 나쁜 짓은 안 할 것 같다. 시 해설이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한 과거의 프로젝트라면, 문해력은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잘 자라서 우리 며느리, 사위가 되겠지. 다 사심으로 하는 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비타민C도 몸에 좋은 거 알지만 사 놓고 안 먹는다. 책도 그렇다. 누가 자꾸 나와서 ‘비타민 드세요’ 해야 먹듯이, 자꾸 ‘같이 읽읍시다’ 말해줘야 읽는다. 보는 사람은 읽는 사람을 절대 못 이긴다. 사실 여기에도 사심이 있다. 초등학생 대상 ‘문해력 게임’을 쓴 건 우리 애가 제발 ‘흔한남매’ 좀 그만봤으면 해서였다. 중고등학생 대상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로 고전 강의한 것도 ‘엄마가 찍은 거면 보겠지?’ 싶어서였다. 요즘 수능 지문 수준을 보면 우리 애가 풀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에게 마지막으로 요즘 읽기 좋은 시 한 편을 앙코르 느낌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는 묻자마자 “생각나는 시가 있다”고 했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벼랑 꼭대기에 있지만/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조정권의 시 ‘독락당’)“개학 전 이 무렵 애들은 방학이라 집에 있지, 날은 춥지, 부산하고 어수선하잖아요. 단절된 곳에 가서 혼자 좀 조용히 있고 싶어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10분간 안 올라가면서 생각하는 거죠. 여기가 나의 ‘독락당’이다….”나민애 서울대 교수△1979년 충남 공주 출생△2007년 ‘문학사상’ 신인평론상△2013년 서울대 국어국문학 박사△2013년∼서울대 학부대학 교수△2015∼2025년 동아일보 시평 ‘시가 깃든 삶’ 연재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남우주연상’이 아니라 ‘나무주연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 초대장을 받은 숲속 나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단장한 뒤 시상식장으로 모여든다. 잎을 동글동글하게 손질하고, 열매를 반짝반짝 빛나게 닦고, 꽃도 붙인다. 오늘만은 가장 멋진 나무가 된 듯 한껏 멋을 내본다. ‘야자나무와 친구들’의 신나는 축하공연으로 포문을 연 시상식. 올해 나무주연상 후보는 모두 넷이다. 겨울을 이겨낸 매화나무는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렸다. 그늘이 돼준 느티나무는 많은 이들에게 쉴 곳을 제공해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태풍에도 끄떡없었던 은행나무는 오랜 시간 슬기롭게 자리를 지켰고, 달콤한 열매를 선물로 준 감나무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귀감이 됐다. 과연 나무주연상의 수상자는 누가 될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온 여러 종류의 나무가 차례로 소개되는 과정과 시상식이란 장치를 통해 나무들이 각자의 특징을 뽐내는 장면이 재밌다. 나무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숲과 공원으로 돌아가 언제나 그래 왔듯 사람들의 곁을 지켜준다. 주변 가까운 곳의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괴물을 좋아하는 소녀 오햇님. 우연히 도서관에서 ‘괴물 손님 사전’이란 걸 발견한다. 수많은 괴물 책을 봤지만 ‘손님’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은 처음. 왜 괴물을 손님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책장을 넘기자마자 책에 푹 빠져 버린다. 구슬부자 미룡이부터 식탐왕 꾸역이까지 별의별 신기한 괴물이 다 나온다. 이 괴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어디선가 ‘몬스터 캠핑장’으로 오라는 초대장이 툭 떨어진다. 햇님이는 바로 몬스터 모험단을 결성한다. 아빠 오당당과 강아지 두두가 멤버. 초대장에 쓰인 주소대로 찾아간 셋. 캠핑장은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하고, 폐허처럼 텅 비었다. 하지만 해가 지자 이곳은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날고, 느티나무가 아름드리 기지개를 켜는 아름다운 곳으로 변한다. 알고 보니 캠핑장 느티나무 틈새가 밤마다 괴물세상과 인간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였던 것. 얼떨결에 햇님이는 캠핑장 주인이 돼 첫 괴물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좌충우돌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 믿음으로 뭉친 몬스터 모험단과 오싹하지만 어딘지 친근한 괴물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겨울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 책도 없고 만화 채널도 없는 시골의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게 영 마뜩지가 않다. 아빠는 ‘어릴 적 사촌과 하던 놀이를 알려줄 테니 같은 기간 할아버지 댁을 방문할 사촌 지유와 놀라’고 말한다. 아이의 눈이 커진다. “아빠도 사촌이 있었어?” 아빠는 그 말에 웃으며 어릴 적 사진첩을 꺼낸다. 큰아빠와 아빠가 아이만큼 작던 시절의 사진. 할아버지 할머니도 젊어서 마치 엄마 아빠 같다. 거기서 아빠의 동갑내기 사촌 승환을 찾아낸다. 서울 사촌 승환이. 초등학생이던 아빠와 사촌 승환이 함께 보낸 추억이 되살아난다. 딱지치기, ‘아이큐 챔프’ 보기, 읍내 나들이와 오락실 탐험. 거기서 덩치 큰 형들과 시비가 붙지만 둘의 호흡으로 멋지게 눈덩이를 던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저녁밥 대신 떡라면을 먹고, 다음 날엔 포대를 깔고 신나게 눈썰매를 탄다. 아빠 이야기에 오래전 추억과 행복이 되살아난다. 수채화로 재현해 낸 30년 전 풍경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동심과 추억을 아이와 함께 나누기 좋은 책.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