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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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06-13~2025-07-13
음악41%
문학/출판37%
인사일반13%
국제인물3%
연극3%
문화 일반3%
  • 이번 여름휴가는 책과 함께 어때요?[박선희 기자의 따끈따끈한 책장]

    내 기억 속 가장 완벽했던 휴가 중 하나는 서해안 3성급 리조트의 알록달록한 워터파크에서 보낸 며칠이었다. 극성수기 만실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수많은 리조트 틈새에서 운 좋게 건졌는데, 막상 가보니 왜 이 성수기에 여기만 이토록 ‘합리적인’ 가격의 방이 남아 있었던 건지 뒤늦게 수긍이 가는 상황이었다. 객실 청소도 안 돼 있었고 체크인 시간은 자꾸 미뤄졌다. 그래도 거기서 보낸 며칠은 정말 좋았다. 그 작은 워터파크 비치베드에 누워서 내도록 보르헤스를 읽었기 때문이다. 당시 보르헤스 책은 절판 상태였다. 휴가 전에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많이 뒤졌다. 문인들 모임에서 보르헤스 찬양을 엿들은 뒤였다. 도대체 어떤 작가길래 다들 한목소리로 극찬하나 궁금했다. 어렵게 절판 책을 구했는데 배송에도 시간이 한참 걸려 애를 태웠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 극적으로 갱지 박스에 담긴 낡은 전집 5권이 묶여 배송됐다. 기뻤다. 완벽한 여름휴가를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침내 마친 기분이었다. 하지만 체크인을 했을 때야 잘못된 리조트를 선택했단 걸 깨달은 것처럼, 책을 펼치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보르헤스는 휴가지에서 느긋하게 읽다 말다 할 수 있는 작가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다른 책을 골랐어야 했다. 그의 소설은 내겐 너무 난해했다. 책만 펼치면 잠이 쏟아져서 읽는 즉시 골아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아직도 내가 읽은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꿈인지 책 내용인지 정확하지 않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이 낮잠하고 섞인 바람에 정말 환상 그 자체가 됐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그 책은 ‘다른 의미’로 휴가지에 적합했다. 휴가가 진정한 쉼과 멈춤을 위한 거라면, 보르헤스는 책장을 펼칠 때마다 내게 완벽한 쉼을 선물했다. 가슴팍에 책을 올려두고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변할 때까지 곤히 잠들어 있던 늦은 오후. 깨어나는 순간조차 마치 하루 종일 책을 읽은 것만 같은 착각에 숙면 효과까지 더해져 더없이 개운하고 뿌듯했던 그 며칠을 끝내고 다시 북적이는 도심으로 나왔을 때, 나는 어떤 의미에서 회복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도 책을 좋아했지만, 일상에서 쌓인 모든 피로와 독소를 단잠 덕에 다 푼 ‘완벽한 힐링 휴가’를 보낸 뒤 다시금 깨닫게 됐다. 책은 모험과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 뒤 회복과 배움, 보람을 얹어 되돌려 놓는 책무를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 심지어 독자가 그걸 베고 졸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어떤 휴가지는 그때 읽었던 책과 함께 기억된다. 발리에서의 모옌, 두브로브니크에서의 김영하, 강화도에서의 아모스 오즈. 하지만 또한 책이 있으면 그곳이 그 어디이건 사실은 아무 상관이 없어지기도 한다. 서해안 저렴한 리조트에서 보르헤스와 함께 ‘내가 책이자, 책이 곧 내가 되는’ 환상의 세계를 자다 깨다 탐험했던 것처럼. 그 경험이 이국적 여행지가 줬던 낯선 두근거림만큼이나 오래도록 소중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휴가철이 돌아왔다. 이 소중한 휴가를 같은 돈 쓰며 훨씬 값지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각자 삶의 테마에 맞는 책을 얹는 것이다. 그것이 모험, 탐구, 쉼, 회복, 도피 그 무엇이든 적절한 책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짭짜래한 바닷바람.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따끈한 모래 알갱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하늘. 책을 펼치면, 우리는 벌써 거기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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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반짝이는 별들이 전하고 싶은 말은

    세계 최초로 진행된 해와의 단독 인터뷰. 하지만 46억 살, 지구 에너지의 근원인 해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방송 중 쓰러지고 만다. 결국 해와 함께 온 별이 대타로 나선다.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는 앵커의 질문에 별은 옛날 옛적부터 별들이 해온 일을 소개한다. 별은 길 잃은 사람들의 나침반이었고, 달력이 없던 시대에 농사할 시기를 알려주는 길잡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 별이 했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소중한 이들의 안부를 묻는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곁을 떠난 이들을 향해 ‘하늘의 별이 되었다’라고들 했으니까. 문제는, 언젠가부터 밤이 대낮처럼 밝아지고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는 순간도 사라졌다. 별은 뉴스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모처럼 별이 선명한 밤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얼마간이라도 별을 봐달라고. 그러면 걱정이 잠잠해지고, 허전했던 마음도 사라질 거라고. 사실 그게 별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찾고, 그리운 이들의 안부를 물어보는 짧지만 소중한 멈춤의 시간. 잊고 있던 여유와 낭만의 소중함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재밌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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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에 헌신한 제자” “삶의 절대적 스승”… 두 대의 피아노로 펼치는 ‘사제의 하모니’

    “마치 시공간을 새로 그려내는 사람처럼 무대 위에서 윤찬이가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참 좋아해요.”(손민수)“선생님과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축복이에요.”(임윤찬)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이자 사제지간인 손민수와 임윤찬이 한 무대에 올라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이 열린다. 듀오 리사이틀은 두 대의 피아노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공연이다. 서면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가 되는 음악”(손민수)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임윤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손민수와 임윤찬의 본격적인 듀오 공연으로, 두 사람의 오랜 인연 덕에 더 눈길을 끈다. 손민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임윤찬을 가르친 스승이다. 2017년 영재원 오디션 때부터 제자의 천재성을 알아챘다고 한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뒤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다. 손민수는 2023년부터 미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임윤찬도 같은 해 스승을 따라 해당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제자 임윤찬에 대해 손민수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몰입하고 헌신하는 여정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며 “무대 밖에선 늘 제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잊고 있던 본질을 일깨워주는 존재”라고 했다. 임윤찬은 스승에 대해 “인생, 음악 모든 면에서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인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선보인다. 손민수는 “좋은 음악과 좋은 연주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은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입니다. 윤찬이와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육성이 담긴 즉흥 연주 녹음을 함께 듣고 감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역시 곡의 감동을 어린 시절 윤찬이와 나눴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음악들이죠.” 임윤찬은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 대해서 “하느리는 신이 선택한 음악가”라며 “하느리 자체가 좋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피아노만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편곡했다”고 평가했다. 두 예술가는 한예종 영재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사제가 함께 오르는 듀오 리사이틀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듀오 리사이틀은 서로의 해석, 숨결, 소리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느끼고 반응해야 해요.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입니다.”(손민수)“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단 그냥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서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임윤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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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텔리 지휘’ 첫 우승 송민규, ‘잔 시벨리우스’ 우승 박수예… 17일 예술의전당 한무대 선다

    차세대 클래식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송민규(32)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5)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예술의전당X서울시립교향악단: 송민규 & 박수예 ON FIRE’를 개최한다. 예술의전당과 서울시향이 공동 기획한 무대다. 송민규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구이도 칸텔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올 6월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임명됐다. 이번 무대는 부지휘자 임명 이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첫 무대이다. 협연자로 나서는 박수예는 5월 핀란드에서 개최된 ‘제13회 잔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다. 한국인으로선 2022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박수예는 17세에 파가니니 전곡 음반을 세계 최연소로 발매했고, 2021년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앨범이 추천되는 등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로 꼽힌다. 공연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막을 올린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전통 민담과 괴기한 상상력이 결합한 극적인 세계를 서곡 하나에 압축해 담아냈다. 이어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Op.26’이 연주되고,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 A단조 Op.56 ‘스코틀랜드’로 마무리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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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작은 벌레 ‘치코’는 숲을 살릴 수 있을까

    황폐해져버린 숲. 더 이상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이곳에서 벌레들은 너나 없이 짐을 싸서 떠나기 시작한다. 아주 아주 작은, 가장 작은 벌레 ‘치코’만 빼고 말이다. 깨알처럼 작아 한참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치코는 혼자서 숲의 먼지를 쓸고 닦기 시작한다. 이곳을 버리고 그냥 떠날 수 없어서다. 물론 치코의 그런 노력을 다른 벌레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폴짝폴짝 뛰어가다가 치코가 정리한 땅을 다시 어지럽히기도 하고, 짓밟기도 한다. 그때마다 울고 싶어지는 치코. 유일하게 치코를 응원하는 건 보토 할아버지다. 황폐한 숲에서 지켜낸 씨앗을 치코가 가꾼 흙에 심어 함께 키워간다. 과연 이 둘은 황폐해진 숲을 다시 꽃과 나무, 풀로 만개한 멋진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치코는 스페인어로 ‘작다’, 보토는 ‘희망’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작지만 소중한 희망이 있다면, 그곳에 새로운 생명과 미래가 움틀 수 있음을 작디작은 벌레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특히 흰 바탕에 아주 작은 검은 점만으로 가득 채운 배경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힘을 글과 그림이 같은 온도로 따뜻하게 전해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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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과 라벨’… 격동의 시대 음악적 미학 조명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라벨, ‘라 발스’”(포스터)를 선보인다.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베토벤과 라벨의 대표작을 통해 두 작곡가가 새롭게 개척했던 음악적 미학을 조명한다. 공연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로 포문을 연다. 오케스트라 서주 뒤 협연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깨고 피아노 독주를 도입부터 등장시킨 곡이다. 협연자로는 영국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른다. 2010년 BBC 프롬스에서 베토벤 협주곡 전곡(1∼5번)을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다.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 세계도 집중 조명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은 여명이 밝아 오는 자연의 경이를 서정적으로 펼쳐낸 작품. 반면 ‘라 발스’는 우아함 속에 스며든 불협과 뒤틀림을 통해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 드리운 혼란과 불안을 암시한다. 대비를 이루는 두 작품을 통해 라벨 특유의 상상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변화와 혁신으로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확립해 간 베토벤과 라벨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통찰을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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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벨 탄생 150주년…국립심포니 기념 연주회 연다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라벨, 라발스’를 선보인다.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베토벤과 라벨의 대표작을 통해 두 작곡가가 새롭게 개척했던 음악적 미학을 조명한다.공연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로 포문을 연다. 오케스트라 서주 뒤 협연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깨고 피아노 독주를 도입부터 등장시킨 곡이다. 협연자로는 영국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른다. 2010년 BBC 프롬스에서 베토벤 협주곡 전곡(1~5번)을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다.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 세계도 집중 조명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은 여명이 밝아오는 자연의 경이를 서정적으로 펼쳐낸 작품. 반면 ‘라 발스’는 우아함 속에 스며든 불협과 뒤틀림을 통해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 드리운 혼란과 불안을 암시한다. 대비를 이루는 두 작품을 통해 라벨 특유의 상상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변화와 혁신으로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확립해 간 베토벤과 라벨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통찰을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02-523-8947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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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여름 클래식의 정취 속으로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진두 지휘하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5’가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탁월한 음악적 통찰과 연주로 잘 알려진 카바코스는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여름철 클래식 대표 축제로 손꼽히는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제는 ‘스펙트럼’. 부제는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다. 바흐는 대위법의 정수와 신학적 이상을 바탕으로 한 음악적 질서를, 쇼스타코비치는 정치적 탄압 속에서 예술의 윤리와 인간성을 음악으로 대변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곡가의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카바코스는 “음악은 시간과 감정을 초월한 언어”라며 “바흐의 구조와 쇼스타코비치의 고뇌처럼 다른 시대의 음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에서 카바코스는 예술감독의 역할을 넘어 직접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에 따르면 카바코스는 예술감독 직을 수락한 뒤 세계 유명 연주자들에게 무대에 함께 서 줄 것을 요청했다. 8월 29일에는 고음악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아폴론 앙상블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교류해 온 아티스트들과도 협연한다. 8월 31일 카바코스와 양인모의 동반무대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블 콘체르토’란 애칭으로 불리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을 함께 연주한다. 두 사람은 모두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국내 대표 관현악단의 무대도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은 8월 28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6번을, KBS교향악단은 9월 3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을 연주한다. 실내악 공연은 4만∼9만 원, 오케스트라 공연은 5만∼12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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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가장자리’에서도 우정이 꽃 피어요

    텅 빈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선 아이. 아무것도 없다. 텅 빈, 고요한 운동장. 심심한 자리. 아마도 이곳에 막 이사 온 듯한 아이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본다. 가장자리에 머무는 아이의 눈길,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길 가장자리에 핀 꽃,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파도가 들이치는 해변 가장자리, 방 가장자리 이불 위에 누워 떠나온 그곳의 친구가 준 편지를 꺼내 읽어보는 그리운 시간. 며칠이 지나고 아이는 다시 학교를 찾는다. 여전히 심심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딱 봐도 잘 통할 것 같은 새로운 친구다. 학교 가장자리가 갑자기 가장 설레고 두근거리는 자리로 변한다. 마음의 가장자리를 맴돌던 이들이 서로의 가장자리로 다가서는 용기를 내는 것. 아마도 그게 우정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것들에 머무는 시선, 가장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수줍은 마음, 서로의 가장자리를 채워주는 만남의 순간을 ‘가장자리’란 문구를 반복해 읊으며 따뜻하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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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에펠탑 앞에서 피아노 솔로 연주 설레”

    “1000명,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8)은 실력만큼 의젓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우승 뒤 첫 간담회에서 그는 “한 분 한 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들려줬다. 김세현은 롱티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우승과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며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1943년 창설된 롱티보 콩쿠르는 만 16세부터 33세까지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2001년 같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김세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과 과분한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며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져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월엔 ‘유럽 전승 기념일’ 평화음악회에 초청 받아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다음 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엔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 ‘파리 콘서트’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에펠탑 앞에서 펼칠 솔로 연주가 기대된다. 라 로크 페스티벌 역시 워낙 큰 무대라 설렌다”고 했다.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김세현은 예원학교 등을 거친 뒤 현재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예술가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생명력을 갖게끔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음악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피아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데뷔 음반은 클래식 레이블인 워너클래식에서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 발매될 예정이다. 김세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꾸밈없이 현재 하고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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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롱 티보 우승 피아니스트 김세현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 하고 싶다”

    “1000명,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8)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분 한 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세현은 지난 3월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과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 연주자로 떠올랐다. 한국인 음악가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22년 이혁이 공동 1위에 오른 뒤 3년 만이다. 롱 티보 우승에 대해서 김세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과 과분한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며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진 덕분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회에 출전한 건 파리란 도시에서 받은 인상 때문이었단다. 그는 “대회에 나가기 전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어둑어둑한 밤 빛이 깔린 센 강변을 걷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파리라는 도시에 끌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김세현은 롱 티보 국제콩쿠르 우승 후 각국에서 연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에는 ‘유럽 전승 기념일’ 평화음악회에 초청 받아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다음 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파리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에서 열리는 ‘파리 콘서트’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선보인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포레, 라벨, 바흐, 리스트의 곡들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세현은 “에펠탑 앞에서 펼치는 솔로 연주가 기대된다. 라 로크 페스티벌 역시 워낙 큰 무대라 설렌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영문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예술가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현실세계에서 생명력을 갖게끔 고민하다는 점에서 문학과 음악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피아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레이블인 워너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준비 중으로, 내년 봄 발매될 예정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꾸밈없이 지금 제가 현재 하는 음악을 들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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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필 손유빈 “한국인 첫 관악기 정단원 아직 안믿겨”

    “뉴욕 필하모닉은 관악기의 경우 35년 동안 계시던 분이 은퇴하면서 처음으로 자리가 난 거였어요. 그 무렵 자리가 난 것도 신기했고, 당시 학생이던 제가 몇백 명이 지원한 오디션을 세 차례 통과해서 들어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2012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관악기 정단원이 됐던 플루티스트 손유빈(40·사진)은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 “오디션 과정이 ‘내가 어떻게 그걸 뚫고 들어왔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며 “아직도 가끔 내가 이 대단한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1842년 창단된 뉴욕 필하모닉은 26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그 역시 단원으로서 함께 한국을 찾는다. 서울에서 태어난 손유빈은 미국 커티스음악원과 예일대 음대, 맨해튼 음대를 거쳐 2012년 뉴욕 필하모닉에 합류했다. 1960년대 히트곡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를 만든 고 손석우 작곡가의 손녀이기도 하다. 뉴욕 필하모닉 소속으로 내한 공연을 가지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손 씨는 “11년 전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첫 한국 공연을 했고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며 “정신 없이 참여했던 당시와는 달리 이젠 중견 멤버로 한국 공연에 참여하게 돼 더 자랑스럽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기대도 아주 커요. 한국에 처음 오는 멤버들도 있는데, 특히 젊은 멤버들은 이미 맛집도 알아보고 가족들이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요. ‘왜 한국을 이제야 가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이번 내한 공연은 핀란드 출신 지휘자인 에사페카 살로넨이 게스트 지휘자로 참여한다. 손 씨는 “1년에 180회 이상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만나는 지휘자, 솔리스트도 다양한데 살로넨과 함께한 연주는 전체 오케스트라 생활에서 손꼽을 만큼 전율이 흐르는 순간이었다”며 “관객들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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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나만의 기발한 상상력, 세상 밖으로 꺼내볼까

    ‘상상 사무국’에서 일하는 스파키 요원. 세상 사람들이 하는 모든 반짝이는 생각, 아이디어는 모두 상상 사무국으로 보내진다. 상상 사무국에는 여러 부서가 있는데, 각 부서로 분류된 이 생각들을 배송하는 것이 바로 스파키의 임무다. 모든 부서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스파키지만, 딱 한 곳 멀리서 지켜만 보고 절대 가지 않는 장소가 있다. 드래건 브렌다가 지키고 있는 ‘꼭꼭 숨어라 이야기 동굴’이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인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 바로 그 동굴이 폭발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 너무 많은 비밀 이야기가 쌓인 탓이다. 브렌다의 요청에 용기를 내 동굴에 가득 쌓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스파키는 놀라게 된다. 거기서 썩히기엔 너무 아름답고 기발한 상상이 많아서다. 심지어 스파키 자신이 아무도 몰래 매일 쓰고 있던 시도 거기 쌓여 있다. 스파키는 좋은 생각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기 위해 모두가 더 용감해져야 함을 깨닫는다. 부끄러움과 망설임 때문에 진짜 꿈이나 바람을 숨긴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책. 좋은 생각과 상상의 가능성, 그것을 세상에 펼칠 용기의 중요성을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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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피아노 독주곡 명반 남긴 ‘사색의 피아니스트’

    ‘사색의 피아니스트(The Thinking Pianist)’로 불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사진)이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브렌델은 유고슬라비아(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때 음악원에 몇 년 다녔지만 16세 이후로는 대부분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가야 했다”면서도 “(덕분에) 특정 거장의 영향력에 물들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949년 페루초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며 피아니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나 초창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 1970년대 런던으로 이주한 뒤 필립스와 음반을 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젊었을 때의 커리어는 전혀 센세이셔널하지 않았다”며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프로그램을 런던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연주했는데 다음 날 대형 음반사에서 계약 제안 3건이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브렌델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초연,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음악,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등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특히 고인은 ‘베토벤 음악 해석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에 미국 레코드 레이블 복스에서 베토벤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했다. 깊은 사색과 지성이 담긴 연주로 ‘사색하는 피아니스트’라 불리며 사랑받았다. 2008년 12월 빈 필하모닉과의 고별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뒤엔 주로 강연이나 집필 등에 천착했다. 에세이집 ‘소리가 된 음악’(1990년), 시집 ‘원 핑거 투 매니’(2004년) 등을 남겼다. 바이마르,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예일, 줄리아드 등 세계 23개 대학 및 음악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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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이 우리를 제한해선 안돼”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항상 ‘여기서 내게 중요한 건 무엇이고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가’를 고민해요. 그 이후의 모든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에요. 맨발로 연주하는 건 클래식 규칙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제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 하는 것뿐이거든요.”‘맨발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7)가 다음 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연다. 개성 있는 음악 해석뿐 아니라 맨발의 연주, 관객과의 대화 등 클래식 문법을 벗어난 무대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껍다. 오트는 최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맨발 연주는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20대 초반 피아노 높이가 너무 낮아 하이힐을 벗고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편안함을 느껴 맨발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음악이 우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세 때부터 권위 있는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내온 그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의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약 5억 회에 이른다. 최근 발매한 앨범 ‘존 필드: 녹턴 전곡’은 애플뮤직 클래식 차트에서 4주 동안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1782∼1837)의 야상곡과 베토벤 소나타 14번, 19번, 30번을 연주한다. 팬데믹으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시기에 우연히 필드의 야상곡을 듣고 매료됐다는 오트는 “처음 듣는 곡인데도 왠지 모를 향수와 애틋한 느낌을 받았다”며 “시작은 매우 단순하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슬픔, 고통,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겼다. 연주가 마무리되면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존 필드 야상곡의 매력”이라고 했다. 비슷한 느낌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도 프로그램에 함께 넣었다. 오트는 맨발 연주 외에도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회를 열거나 원하는 음향을 찾기 위해 피아노를 분해해 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즐긴다. 그는 “피아노가 가진 가능성을 실험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음악 교육에서 이런 창의적 접근을 거의 배우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음악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더 많은 포용이 있으면 좋겠어요. 경청이야말로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런 태도야말로 음악을 진정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니까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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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조금 느리면 뭐 어때, 나만의 속도로 전진

    수영 교실에 간 ‘나’. 수영은 잘 못해도 자신감은 만점이다. 친구들과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칭하고, 거북이등 벨트도 제대로 못 채워 헤매면서도, 사실 ‘일부러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한다. 이런 정신 승리는 물속에서도 계속된다. 친구들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때, 한참 뒤처지기 시작하는 아이. 대열에서 떨어져서 혼자 좌우로 갈피를 못 잡으면서 수영하지만, 역시나 또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친구들을 먼저 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열심히 발차기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앞사람이랑 멀어질까 봐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뒷사람이 쫓아올까 봐 두근두근하지도 않아.” 자신만의 속도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친구들은 이미 한 바퀴를 다 돌고 다음 바퀴를 시작했는데, 아이는 이제 겨우 반대편 레인 끝에 도착해서 말한다. “아, 너무 빨리 와 버렸나.” 다른 사람보다 서툴고 느릴 수 있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 없다. 못해서 뒤처진 게 아니라, 단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항해’를 해나가는 게 더 잘 맞는 타입이라 그런 거니까. 스스로를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도와주는 책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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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독하기 힘들다면 ‘제목 독서’ 어때요?[박선희 기자의 따끈따끈한 책장]

    어느 회사에 채용 연계형 인턴이 왔다. 마지막 출근 날 인턴이 감사 인사와 함께 직접 산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막내 팀원이 받은 책은 기욤 뮈소의 소설 ‘구해줘’였다. 과장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차장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받았다. 팀장이 받은 책은 뭐였을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다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겨우 참았지만, 왠지 자신이 받은 책에 대해서도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래전 한 회사에서 있었던 실화다. 책 제목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재밌는 이야기였다. 거론된 책들은 모두 당시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인턴이 팀원들 특성에 맞춰 절묘하게 책을 고른 거였다. 불의의 화신이던 팀장, 매너리즘에 찌든 차장, 줏대 없는 과장, 그리고 그들 모두의 ‘밥’이던 막내 팀원. 궁금한 건 딱 하나였다. “그래서 걔 붙었어?” 이야기를 전해준 지인은 그걸 왜 묻느냐는 듯 답했다. “떨어졌지.” 그게 책 선물을 빙자한 ‘교양 있는 돌려까기’였는지, 아니면 진심은 넘치지만 눈치는 부족했던 큐레이션이었는지.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 웃긴 이야기는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대개 제목은 그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의 정수를 한 줄에 압축한다. 그래서 이 인턴처럼 제목만으로 누군가에게 뼈아픈 돌직구를 날릴 수 있다. 반대로 그 제목이 영감이 돼 자신의 삶에 즉각적인 성찰과 변화의 자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법 중 하나는 그래서 ‘제목 독서’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은 걸리지만 제목 독서는 눈으로 본 즉시, 완독 뒤 기대할 수 있을 법한 ‘실천적 각성’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코가 그려진 표지에 ‘호흡하는 법, 숨만 제대로 쉬어도 건강하다’고 써진 책을 봤다면? 보자마자 코로 심호흡을 해보게 된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라는 책 제목을 본 뒤라면 아이에게 영혼 없는 찬사를 늘어놓으려던 것을 잠시라도 멈춘다. 서점가에 쏟아지는 ‘저속노화’ 책을 반복해 접하다 보면, 그런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원씽’은 사실 제목이 책 내용의 거의 전부다. 핵전쟁 종말 시나리오를 검토한 ‘24분’은 어떤가. 24분 안에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런 경우는 제목만 봐도 교양이 쌓인다. 15년 차 대형서점 MD가 최근 독서 노하우를 집약해 펴낸 ‘책 고르는 책’에는 실제로 ‘표지 독서’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표지의 제목과 부제, 저자 소개, 뒷면의 발췌나 추천사 등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제목 읽기도 일종의 독서다. 책 읽을 때 강박적으로 생기는 ‘엄근진’ 모드를 잠시 내려놔도 괜찮단 뜻이다. 주말에 뭐 할지 고민이라면, 당장 가까운 서점으로 나가 매대와 책장에 꽂힌 수많은 제목들을 한번 훑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다. 그 한 줄 안에 담긴 수많은 영감, 정보, 조언들. 제목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한번 시도해 보면 아마 놀라게 되지 않을까.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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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칼의 날’ ‘오데사 파일’ 쓴 英 작가 포사이스 별세…향년 86세

    ‘현대 첩보 소설의 대부’로 불리는 영국 소설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6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포사이스는 9일(현지 시간) 런던 북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인은 고교 졸업 뒤 19세에 영국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훈련을 받았으며,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작가로 전업해 처음 쓴 장편소설 ‘자칼의 날’(1971년)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킬러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밖에 ‘오데사 파일’ ‘전쟁의 개들’ 등을 집필해 세계적으로 7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 에드거 앨런 포 상 등을 수상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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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넌 이미 매력적인데…

    슈크림이 없는 슈크림빵이 있다. 텅 빈 속을 채우려다 보니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많이 모으게 됐다. 만물버스 주인이 된 슈크림빵. 이 버스를 여러 종류의 빵들이 찾아온다. 먼저 찾아온 건 호밀빵이다. 호밀빵은 울퉁불퉁한 자신이 싫다. 시럽을 발라 버터롤빵처럼 매끈해지고 싶다. 호밀빵을 위해 버스를 뒤지는 슈크림빵. 시럽은 없지만 손선풍기가 있다. 손선풍기를 틀자 어디선가 퍼지는 구수한 향기. 호밀빵은 비록 매끈하진 않지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구수한 냄새가 장점이었다. 마치 호밀밭에 온 것만 같다. 뒤이어 퍽퍽하고 심심한 맛이라 인기가 없는 게 걱정인 건빵, 서로 자신들이 빵인지 떡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싸우는 쌍둥이 찰떡빵 등 저마다의 고민을 가진 빵들이 찾아온다. 이 빵들의 고민과 걱정은 실은 한 겹만 벗겨 보면,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으로 연결된다. 빵들의 고민을 척척 해결해 준 슈크림빵. 하지만 정작 슈크림빵은 텅 빈 자신을 채울 딱 맞는 물건이 없어 고민이다. 이번엔 빵 친구들이 고민을 해결해준다. 슈크림의 속은 따뜻한 마음으로 이미 가득 차 있음을 알게 해준 것. 스스로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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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美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6관왕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미국 공연계 시상식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The Drama Desk Awards)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 음악상, 작사상, 극본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단일 작품 중 가장 많은 수상이다.드라마 데스크 어워즈는 공연계 비평가와 작가, 출판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단체 드라마 데스크가 1955년부터 주관해온 공연계 시상식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2016년 국내 초연 후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 열리는 제78회 토니상에서도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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