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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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문학/출판61%
인사일반23%
음악7%
문화 일반3%
칼럼3%
미술3%
  • 미국 해병대의 전설이 된 군마 ‘레클리스’ 이야기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나 1953년 3월 한국전쟁의 마지막 격전장이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의 전설이 된 군마 ‘레클리스’의 실화를 복원했다. 당시 중공군은 판문점 북방 네바다 구역을 집중 타격하며 최전선 돌파를 시도했다. 쏟아지는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할 정도로 치열한 고지 점령전에서 레클리스는 하루 56km를 이동하고, 51번 죽음의 고지를 왕복하면서 총 5t의 탄약을 운반했다. 레클리스의 활약으로 미 해병대는 중요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 참전 미 해병과 수많은 지휘관, 가족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추적 조사해 전기를 완성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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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사엔 나눌 수 없는 저마다의 결이 있어”

    “사람은 본성적으로 선악이 구별되는 세계, 이분법으로 나뉘는 세계를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삶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오류이든 실수이든 과녁을 잘못 맞아 빗나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소설집 ‘안녕, 우리’(상상)를 펴낸 소설가 심아진 씨(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히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극단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일의 이면엔 각자의 사정, 일일이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결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이번 소설집에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이 때론 희극적으로, 때론 모순적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히 그려진다. 표제작 ‘안녕, 우리’는 경마장에서 가족 모임을 가진 40대 대학 친구들의 시끌벅적하면서도 어딘지 피로한 하루를 그려낸다.‘안내’는 “문지방 밟지 마라” “결제일 매달 1일로 하지 마라” 등 부정 타는 일을 일절 금지시키는 기이한 20대 하숙집 주인 이야기. 그의 잔소리를 미신으로 치부했던 성준은 그 말대로 해서 비트코인이 스무 배 올랐다는 둥, 누군가 갑자기 부고로 방을 뺐다는 둥 하는 주변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그에게 의지하게 된다. 오갈 데 없는 청년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재기를 돕는 사장이 운영하는 양양수산 이야기 ‘혹돔을 모십니다’도 인상적이다. 혼혈인 외국인 노동자 레이는 선의로 그를 고용한 사장 돈을 가로채고 종국엔 도망쳐 버리지만 양양수산 사람들은 그 허물을 못 본 척 덮어준다. 작가는 “괜찮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1999년 한 계간지로 등단한 그는 긴 무명 생활 동안 매번 투고로 작품집을 어렵게 냈으나 최근 통영시문학상(2022년) 채만식문학상(2023년) 등을 잇따라 수상하며 밀렸던 출간작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이번 책이 소설로만 9번째 책. 2020년 필명 ‘심순’으로 쓴 동화 ‘가벼운 인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동화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2021년) 등을 받았다. 그는 “소설 쓰는 게 힘들 때 동화에서 힘을 많이 얻었다”며 “수백 권의 책이 매일 나오는 시대이지만, 한 편이라도 천천히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좋겠다”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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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화산서 굴러온 돌덩이가 어쩌다 민씨네 복덩이로

    어느 날, 먼 산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민 씨네 집에 엄청나게 커다란 불덩어리 돌이 떨어진다. 돌 구르는 소리를 듣고 모두 민 씨네 집에 몰려든 마을 사람들. 저마다 각각의 방법으로 돌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리한다. 돌쇠는 힘으로 들어 옮기려 젤 먼저 나선다. “나가 들어 옮겨 불라니께 다들 쪼까 비켜보소!” 하지만 너무 뜨거워 실패.박식한 훈장 어르신은 ‘그대는 돌이어라. 나 또한 돌이어라’ 등 갖은 글을 써보나 움직일 리 만무하다. 무당이 나서 굿을 해도 꿈쩍 않는 뜨거운 돌덩어리.모두 실패하고 돌아갔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뜨끈한 돌 기운 때문에 민 씨 피부가 보송해지더니 옥수수가 팝콘처럼 튀겨지고, 마른 오징어를 두니 고소한 냄새가 나며 구워진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다시 민 씨네에 몰려들어 각종 주전부리와 찜질을 즐긴다.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여기가 말이오, 지상 낙원 아니겄소!”5대째 이어온 ‘원조 민 씨네 불가마’의 출발을 해학적인 그림과 판소리 같은 구수한 말 맛을 살려 유쾌하게 담아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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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이 수영장되는 상상을 그림으로… 일상서 소재 순간 포착”

    무더운 여름, 수박씨가 빠진 자리에 고인 물이 시원한 수영장이 되는 상상에서 출발한 그림책 ‘수박 수영장’. 현재까지 88쇄, 약 32만 부가 팔렸고 뮤지컬로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끈 이 그림책은 2015년 ‘무명의 신인’이 낸 첫 책이었다. 말 그대로 얼굴도 이름도 없이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안녕달 작가다. 그의 작품은 이례적인 출세작 이후로도 ‘할머니의 여름휴가’ ‘당근 유치원’ 등 펴내는 책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책들의 전체 누적 판매는 국내에서만 약 81만 부에 이른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으로 올라선 안녕달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수박 수영장’으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회가 어떤가요.“첫 책이라 오랜만에 꺼내 들 때면 저도 기분이 묘해요. 투고했을 당시 이 책이 나온다면 간간이 새 그림책을 내거나 일러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됐어요. 덕분에 지금은 그림책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참 고마운 책이죠.”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실은 작가는 오랫동안 “거의 반백수 느낌”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수년간 그림책 공모전 등에 응모하거나 투고했으나 낙방과 거절이 거듭됐다. ‘안녕달’이란 이름도 “예쁜 이름이면 많이들 써주려나” 싶어 급히 예쁜 단어만 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까요.“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는데 디자인을 잘 못했어요. 서점에 디자인 서적을 보러 갔다가 너무 어려워서 쉬워 보이는 그림책만 한 권씩 사 왔어요. 그러다 그림책 그리는 일을 하게 됐네요. 그림책은 쉬워서 좋아요. 누구나 10분 정도면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책은 쉽게 다시 또 꺼내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에요.” 수박이 수영장이 되고(‘수박 수영장’), 솜이불 아랫목이 찜질방이 되는 것(‘겨울 이불’)처럼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 소재에서 떠오른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해 낸다. 그는 “가끔 운 좋게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따뜻한 유머, 뭉클한 이야기를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감할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편”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우당탕 일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떠난 낯선 휴가지에서 아무거나 먹다가 배탈이 난 상태”라고 했다. ―그림책 작가로 가장 보람 있었던 때가 있었다면….“두 번째 책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어느 분이 자신의 할머니가 떠올랐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내일은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겠어요’라고요. 오랜만에 손주를 보고 좋아할 할머니 표정을 떠올리며 엄청 행복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안녕달 작가는 “조금 더 소소한 기쁨도 있다”며 “지금까지 낸 책을 모아 꽂아 놨는데 벽에 맞닿은 책장 한 칸에 10권이 넘는, 다양한 높이와 깊이의 책들이 있다. 가끔 벽에 기대서 그 책들을 가만히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아무래도 책에 저의 어떤 부분이 묻어날 수밖에 없겠지만, 저와 제가 그린 책들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를 떠올리기보다 책 속 이야기, 캐릭터들에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거든요.” 작가는 MBTI를 묻는 질문에조차 답을 아꼈지만 책 속에 단서가 묻어 있긴 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최근 펴낸 신작 ‘별에게’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해변에서 주워 온 작은 별들을 손주 손에 건네주는 장면”이 떠오르며 착안한 책. 이 아이디어가 1980, 90년대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파는 할머니들에 대한 어릴 적 추억으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연령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작가는 올여름엔 ‘수박 수영장’ 10주년을 기념해 작은 ‘복숭아 책’을 낸다고 한다. 그는 “작은 독립출판물처럼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전의 그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하자 “위로, 격려 이런 건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 덧붙였다.“저도 살면서 이뤄진 소망이 있고 그러지 못한 것들이 있죠. 이뤄지든, 이뤄지지 못하든 그 기억들이 제 삶 어딘가에 소중히 남아 남은 삶을 비춰 주길 바라고 있어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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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서 포착한 마법같은 순간…안녕달 작가 “그림책은 쉬워서 좋아”

    무더운 여름, 수박씨가 빠진 자리에 고인 물이 시원한 수영장이 되는 상상에서 출발한 그림책 ‘수박 수영장’.현재까지 88쇄, 약 32만 부가 팔렸고 뮤지컬로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끈 이 그림책은 2015년 ‘무명의 신인’이 낸 첫 책이었다. 말 그대로 얼굴도 이름도 없이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안녕달 작가다.그의 작품은 이례적인 출세작 이후로도 ‘할머니의 여름 휴가’ ‘당근 유치원’ 등 펴내는 책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책들의 전체 누적 판매는 국내에서만 약 81만 부에 이른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으로 올라선 안녕달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수박 수영장’으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회가 어떤가요.“첫 책이라 오랜만에 꺼내 들 때면 저도 기분이 묘해요. 투고했을 당시 이 책이 나온다면 간간이 새 그림책을 내거나 일러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됐어요. 덕분에 지금은 그림책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참 고마운 책이죠.”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실은 작가는 오랫동안 “거의 반 백수 느낌”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수년간 그림책 공모전 등에 응모하거나 투고했으나 낙방과 거절이 거듭됐다. ‘안녕달’이란 이름도 “예쁜 이름이면 많이들 써주려나” 싶어 급히 예쁜 단어만 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까요.“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는데 디자인을 잘 못했어요. 서점에 디자인 서적을 보러 갔다가 너무 어려워서 쉬워 보이는 그림책만 한 권씩 사 왔어요. 그러다 그림책 그리는 일을 하게 됐네요. 그림책은 쉬워서 좋아요. 누구나 10분 정도면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책은 쉽게 다시 또 꺼내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에요.”수박이 수영장이 되고(‘수박 수영장’), 솜이불 아랫목이 찜질방이 되는 것(‘겨울 이불’)처럼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 소재에서 떠오른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해낸다. 그는 “가끔 운 좋게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따뜻한 유머, 뭉클한 이야기를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감할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편”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우당탕 일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떠난 낯선 휴가지에서 아무거나 먹다가 배탈이 난 상태”라고 했다.― 그림책 작가로 가장 보람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면….“두 번째 책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어느 분이 자신의 할머니가 떠올랐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내일은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겠어요’라고요. 오랜만에 손주를 보고 좋아할 할머니 표정을 떠올리며 엄청 행복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안녕달 작가는 “조금 더 소소한 기쁨도 있다”며 “지금까지 낸 책을 모아 꽂아 놨는데 벽에 맞닿은 책장 한 칸에 10권이 넘는, 다양한 높이와 깊이의 책들이 있다. 가끔 벽에 기대서 그 책들을 가만히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아무래도 책에 저의 어떤 부분이 묻어날 수밖에 없겠지만, 저와 제가 그린 책들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를 떠올리기보다 책 속 이야기, 캐릭터들에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거든요.”작가는 MBTI를 묻는 질문에조차 답을 아꼈지만, 책 속에 단서가 묻어 있긴 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최근 펴낸 신작 ‘별에게’는 “어느날 할아버지가 해변에서 주워 온 작은 별들을 손주 손에 건네주는 장면”이 떠오르며 착안한 책. 이 아이디어가 1980~90년대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파는 할머니들에 대한 어릴 적 추억으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연령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작가는 올여름엔 ‘수박 수영장’ 10주년을 기념해 작은 ‘복숭아 책’을 낸다고 한다. 그는 “작은 독립출판물처럼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전의 그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하자 “위로, 격려 이런 건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 덧붙였다.“저도 살면서 이뤄진 소망이 있고 그러지 못한 것들이 있죠. 이뤄지든, 이뤄지지 못하든 그 기억들이 제 삶 어딘가에 소중히 남아 남은 삶을 비춰 주길 바라고 있어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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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국수 쟁반으로 고층빌딩… 배달원 아저씨는 곡예사

    키보다 훨씬 더 높은 국수 그릇을 층층이 쌓아올린 쟁반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유명한 국숫집의 배달원. 아이들은 오늘도 경의에 찬 눈으로 그를 구경한다. 한 팔로 그릇 탑을 지탱한 채로 차들로 붐비는 거리, 공장, 큰 빌딩의 사무실, 상점가를 하루 종일 누빈다. 언덕을 오르고, 커브를 돌고, 움푹 파인 곳을 지나면서도 흔들림 없이 내달리는 배달원. 지친 다리로 쉴 새 없이,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배고픈 고객들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보는 것만으로 탄성이 절로 나는 묘기 같은 국수 배달. 그가 하루 종일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그를 눈으로 좇으며, 응원하며, 기다리는 아이들 덕분이다. 늦은 저녁, 아빠가 퇴근하며 마지막으로 배달해온 달짝지근한 메밀국수를 온 가족이 함께 먹는다. ‘기억하는 것보다 항상 더 맛있는’ 그것을.방식은 달라도 묘기하듯 쟁반을 머리 위에 층층이 올리고 시장을 누비던 배달원의 추억이 우리에게도 있다. 고단한 일상을 예술로, 곡예로 승화시키며 성실히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책.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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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희 기자의 따끈따끈한 책장]숲처럼, 갤러리처럼… 당신의 서재 취향은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5만 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갖춘 서재로 유명했다. 그의 서재를 본 사람들은 여지 없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어요?” 에코는 한 수필에서 그런 유의 질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다. ‘다 읽은 책을 도대체 왜 책장에 꽂아두겠냐’는 거였다. 그의 반문은 책장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통념을 뒤짚는다. 다 읽은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은 엄밀히 말해서 죽은 책장이다. 그런 책장은 사냥의 전리품을 박제해 진열한 것처럼, 오래전 독서의 추억과 성취감을 상기시키는 용도로 책을 활용한다. 하지만 에코처럼 현재 읽는 책,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많은 책장은 읽기를 멈추지 않는 탐독가들의 지적 팽창력이 꿈틀대는 미지의 숲이다. ‘살아 있는’ 책장이다. 탐독가들에게 책장은 주기적으로 가지치기와 분갈이를 해 줘야 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책장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주제에 따른 분류다. 멜빌 듀이가 1876년 창안한 DDC(Dewey Decimal Classification·듀이 십진분류법)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책장 정리 방법으로,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이에 따라 책을 정리한다. 철학, 종교, 사회과학 등 10가지 대주제에 따라 장서를 정리하는데 국내 도서관도 이를 한국적으로 보완한 한국십진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이를테면 듀이는 책 정리업계의 고전적 슈퍼스타이고, 도서관에 들락거리는 걸 삶의 낙으로 삼아온 많은 탐독가들에게 ‘무릇 교양인의 책장이란 주제에 따라 정리돼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심어 주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책을 반드시 주제에 따라 정리하라는 법은 사실 없다. ‘세계 최고의 독서가’란 별명을 가진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알베르트 망구엘은 ‘밤의 도서관’에서 책을 가나다순, 지역이나 국가, 표지 색깔, 책의 크기와 장르뿐 아니라 심지어 구입일자와 출판일자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랭 드 보통은 미술관이 예술 본연의 기능인 ‘치유와 구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구체적 작품을 통해 균형감을 회복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실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책장 정리에도 유효한 통찰을 준다. 예를 들면 ‘영혼의 치유와 회복’이라는 감정선에 따라 책을 분류해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들었던 사례도 흥미롭다. 시인 출신인 한 출판인은 침실 책장에는 무조건 시집만을 비치해 둔다고 했다. 그 사적이며 신성한 회복의 공간에는 ‘순도 100%’ 시의 언어가 아닌 책은 감히 책장 한 장 들이밀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거실에는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화집이나 디자인북 등 화려하고 큰 책을, 서재에는 검토해야 할 책들을 둔다고 했다. 한때 엄격한 ‘듀이 모델’ 신봉자였지만 책 정리에 한 가지 절대 모델이란 없음을 알게 된 후 나 역시 책장 관리에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적용 중이다. 요즘은 ‘독자 키’ 기준으로 책을 분류한다. 거실 한편을 차지한 책장을 어른들 책으로만 채워두는 게 탐욕스럽게 느껴져 세 번째 칸까지 비우고 아이들에게 내어줬기 때문이다. 날이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부쩍 “네 번째 칸까지 손이 닿는다”며 은근한 압박을 해온다는 게 이 분류법의 숙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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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세 돌부처’ 이창호, 시니어 세계바둑 초대 우승

    ‘돌부처’ 이창호 9단(50)이 50세 이상 기사를 대상으로 열리는 첫 시니어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 오픈 결승에서 이창호는 유창혁 9단에게 304수 만에 흑 2집 반승을 거뒀다. 2000년대 초반 세계 바둑을 주름잡던 ‘바둑 전설’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이번 결승은 대국 내내 치열했다. 초반에는 유창혁이 앞섰지만, 중반 이후 인공지능(AI) 승률 그래프가 요동쳤다. 막판까지 역전을 거듭하면서 겨룬 끝에 이창호가 끝내기에서 확실한 승세를 굳히며 2집 반을 남겼다. 우승 후 이창호는 “유창혁 9단은 항상 어렵게 생각하는 선배라서 열심히 두자고 생각했고, 운이 따랐던 것 같다”며 “바둑이 잠깐씩 싫증 날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할 수 있어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즐겁게 생각하고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1986년 11세에 입단한 이창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15년간 세계 바둑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경기 중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로 인해 ‘돌부처’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 오픈은 프로와 아마추어, 국적의 경계가 없는 대회다. 프로는 남자 50세 이상, 여자 40세 이상 기사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졌고, 아마추어는 남자 50세 이상, 여자 19세 이상이 참가하도록 했다. 우승 상금은 3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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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는 K콘텐츠…英-日 제치고 넷플릭스 인기도 2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글로벌 미디어 시장분석업체 암페어(Ampere)는 15일(현지시간) “한국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서 미국 콘텐츠를 제외하고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페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2023년 이래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에서 미국 콘텐츠(56∼5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8∼9%대로 영국(7∼8%)과 일본(4∼5%) 콘텐츠를 넘어선 수치다. 드라마 시장의 전통적 강자였던 영국, 일본을 모두 앞지른 것. 암페어는 “현재 한국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국외(non-US) 프로그램 500개 중 85개(17%)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스트리밍 6억1990만 시간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등이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1과 ‘눈물의 여왕’, ‘사랑의 불시착’ 등 수년 전 공개된 드라마들도 계속 사랑받고 있다. 암페어는 “넷플릭스가 2028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5708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한국 콘텐츠 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CJ ENM의 대규모 투자 등 한국의 콘텐츠 업체들도 글로벌 한류 현상에 올라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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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잃어버린 물건 맡아주는 소파 틈 ‘먼지 할아버지’

    여느 날처럼 체조와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 뭉실 할아버지. 하얀 솜뭉치처럼 동글동글한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은 어쩐지 좀 수상쩍다. 레고 조각, 젤리 봉지 등 버려진 물건이 많은 데다 깊고 어둡다. 이 마을은 어떤 곳일까. 아침부터 부지런히 마을의 분실물 보관소를 찾은 할아버지는 돌돌 말린 커다란 종이 한 장을 빌린다. “바람이 곧 올 것 같아서”란 알쏭달쏭한 이유를 대면서다. 사실 뭉실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패브릭 소파의 깊은 틈 사이다. 할아버지와 그가 반갑게 인사하는 작은 아이들의 정체는 둥글게 뭉친 먼지. 청소기의 강력한 바람이 소파 안을 들쑤셔 모두가 빨려 들어가는 위기의 순간, 뭉실 할아버지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빌려온 커다란 종이를 펼쳐 흡입구를 막아 버린다. 청소기 입구를 막은 건 오래된 가족사진. 집주인이 “이게 여기 있었네” 미소를 짓는 사이,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다시 소파 틈으로 숨는다. 먼지, 장난감, 막대사탕 등 온갖 물건이 뒤엉킨 소파 틈새를 재밌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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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둥실, 별이 돼 떠오른 소중한 내 친구에게

    작은 섬 마을 하굣길. 한 할머니가 고무대야에 가득 담긴 샛노란 작은 것들을 판다. 손안에 폭 감싸 쥐이는 작고 반짝이는, 노오란 그것. 햇병아리가 아니다. 간밤에 해변에 우수수 떨어진 작디작은 별들이다. 할머니가 말한다. “다 자라면 달만큼 커져.” 별 하나를 사서 집으로 온 아이. 별을 잘 못 키워서 금방 사라진 집도 많다는데, 엄마와 아이는 별을 달만큼 키우기 위해 밤마다 함께 산책을 나서며 애지중지한다. 아이가 커지는 만큼 쑥쑥 자라기 시작하는 별. 엄마와 산책할 때도, 귤을 딸 때도 늘 별이 함께 있다. 어느덧 어른이 돼 섬을 떠난 아이.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집에 와 봐야 할 것 같아.” 심상치 않게 커버린 별 때문이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한참을 걸려 집에 도착하자, 마당에 양팔을 벌려도 한 아름에 안기 어려운 크고 환한 별이 있다. 그때가 왔다. 두 사람은 별을 꼭 안아준 뒤 하늘로 올려보낸다. 달처럼 커진 별이 둥실 떠오르더니, 먼 하늘의 별이 돼 빛난다. 우리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 추억, 사랑, 희망….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떠오르게 하는 뭉클한 이야기.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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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 고문치사 보도’ 남시욱 본보 前편집국장 별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사건의 전모를 세상에 알렸던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사진)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8년 경북 의성 태생인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동아일보 수습 1기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1987년 편집국장 때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했으며, 당시 정부의 압력에도 끈질기게 사망 원인이 고문임을 밝혀냈다. 고인은 ‘신문과 방송’ 1997년 8월호에 쓴 글에서 “당시 신변에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부국장에게 ‘내가 어떻게 돼도 박 군 사건은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회고했다. 2007년 제21회 인촌상 수상 소감에서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기자들이 똘똘 뭉쳐 연속 특종 기사를 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고인은 동아일보 상무이사와 논설실장,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문화일보 사장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등을 지냈다. 2017∼2024년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임했고, 관훈클럽 총무와 한국언론협회 이사 등을 맡았다. 인촌상을 비롯해 서울대 언론인 대상, 자랑스런 편협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고려대와 세종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저서로 ‘한국 보수세력 연구’ ‘한국 진보세력 연구’ 등이 있다. 2020년 ‘한미동맹의 탄생비화’를 집필하는 등 고령에도 한반도 평화 및 외교안보 분야 연구에 천착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은산 전 홍익대 교수, 아들 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제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딸 은경 고려사이버대 교수, 사위 권윤상 프레임투자자문 대표, 며느리 김선혜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3일 오전 11시. 02-2227-7580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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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도 못간 ‘한강 노벨상’ 효과… “불안한 시국에 ‘문학의 봄’ 실종”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배출됐지만 문학 붐을 기대했던 ‘노벨문학상 효과’는 반년 만에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문학·출판 업계에선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심각한 상황”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탄핵 정국 등으로 ‘연초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시장은 더욱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문학 매출 반 토막 수준”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지난해 10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9개월 만에 반등해 1년 전보다 1.3%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로 9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가 노벨상 발표 직후 도서 구매가 급증했다. 당시 한 작가의 소설들은 닷새 만에 100만 부가 팔렸고,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유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자연스레 한국 문학 전체로 온기가 퍼지는 ‘한강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하지만 반향은 불과 한 달 만에 꺾이기 시작했다. 11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전년보다 ―12.7% 급감했다. 12월에도 ―4%가 감소해, 한 달이 채 지속되지 못했던 셈이다. 해당 지수는 올해 1월에 5%가량(잠정치) 상승 전환했지만 2월 들어 다시 ―8.1%로 꺾였다. 실제 체감 경기는 수치보다 훨씬 나쁘다고 한다. 한 중견 문학출판사 대표는 “1,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출판사 팀장도 “전반적으로 문학 판매가 확산될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론 정반대”라며 “한 작가의 책을 낸 몇몇 출판사의 매출만 크게 뛰었을 뿐,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주요 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한강 신드롬’에 묻혀 관심을 못 받는 현상도 벌어졌다.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경쟁이 부담스러워 다들 상반기 출간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규모가 작은 출판사일수록 훨씬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의 자체 근육 키워야” 물론 이 모든 걸 한쪽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이어진 시국 불안도 연초 특수를 사라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해마다 연초에 잘나가는 자기계발, 철학, 고전, 잠언집마저 부진하며 출판계 상반기 판매가 둔화됐다”며 “탄핵 정국에 산불까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의 주요 독자층인 2030 여성들 또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문학 시장이 더 힘을 받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문학 시장이 가진 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고, 단발성 유입 외에는 문학 독자의 저변이 넓어지기 어려워졌다. 1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강 책을 가장 많이 샀던 독자층은 50대였다. 같은 시기 이들이 문학책을 구입한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3월 25일 기준 24%대로 떨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으로 새로운 문학 독자층이 유입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 시장의 이 같은 침체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쏟아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김승복 일본 구온출판사 대표는 “해외에선 ‘한강 효과’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결국 계약까지 가려면 자국 인지도와 판매 부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학시장이 뒷받침해 줘야 ‘K문학’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우리 국민의 독서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 해 두 사람 중 한 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줄이기 쉬운 분야가 독서 지출인데, 공적 지원마저 줄고 있다.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시국과 상관없이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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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만에 꺾인 ‘한강 효과’…올초 문학 매출 반토막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배출됐지만, 문학 붐을 기대했던 ‘노벨문학상 효과’는 반 년 만에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문학·출판 업계에선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심각한 상황”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탄핵정국 등으로 인해 ‘연초 특수’까지 사라지며 시장은 더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문학 매출 반토막 수준”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지난해 10월 서적 출판업 생산은 9개월 만에 반등해 1년 전보다 1.3%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로 9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가 노벨상 발표 직후 도서 구매가 급증했다. 당시 한 작가의 소설들은 닷새 만에 100만 부가 팔렸고,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유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자연스레 한국문학 전체로 온기가 퍼지는 ‘한강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하지만 반향은 불과 한달 만에 꺾이기 시작했다. 11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전년보다 -12.7% 급감했다. 12월에도 -4%가 감소해, 한 달을 채 지속되지 못했던 셈이다. 해당 지수는 올해 1월에 5% 가량(잠정치) 상승 전환했지만, 2월 들어 다시 -8.1%로 꺾였다.실제 체감 경기는 수치보다 훨씬 나쁘다고 한다. 한 중견 문학출판사 대표는 “1,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출판사 팀장도 “전반적으로 문학 판매가 확산될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라며 “한 작가의 책을 낸 몇몇 출판사 매출만 크게 뛰었을 뿐,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이러다보니 오히려 주요 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한강 신드롬’에 묻혀 관심을 못받는 현상도 벌어졌다. 한 대형출판사 관계자는 “경쟁이 부담스러워 다들 상반기 출간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규모가 작은 출판사일수록 훨씬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문학의 자체 근육 키워야”물론 이 모든 걸 한쪽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지난해 12월 계엄부터 이어진 시국 불안도 연초 특수를 사라지게 만든 주요 원인이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해마다 연초에 잘나가는 자기계발, 철학, 고전, 잠언집마저 부진하며 출판계 상반기 판매가 둔화됐다”며 “탄핵 정국에 산불까지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 주요 독자층인 2030 여성들 또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문학 시장이 더 힘을 받기 힘들었단 의견도 나온다. 한국 문학시장이 가진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도 예전같지 않고, 단발성 유입 외에는 문학 독자의 저변이 넓어지기 어려워졌다. 1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강 책을 가장 많이 샀던 독자층은 50대였다. 같은 시기 이들이 문학책을 구입한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3월 25일 기준 24%대로 떨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으로 새로운 문학 독자층이 유입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시장의 이같은 침체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쏟아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김승복 일본 쿠온출판사 대표는 “해외에선 ‘한강 효과’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결국 계약까지 가려면 자국 인지도와 판매부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학시장이 뒷받침해줘야 ‘K-문학’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우리 국민독서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 해 두 사람 중 하나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줄이기 쉬운 분야가 독서 지출인데, 공적 지원마저 줄고 있다. 지원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시국과 상관없이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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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고장난 시계가 되어버린 우리 엄마를 고쳐주세요!

    엄마는 늘 시간을 잘게 쪼갠다. “10분 내로 준비해.” “3분 뒤에 불끄는 거야.” 엄마의 재촉이 너무 듣기 싫어서, 제발 저 소리 좀 멈췄으면 기도하고 잤던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시계로 변했다. 아무 말도 안 하는 시계. 완전히 멈춘 시계로. 아이는 구조 요청을 해보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시계방에 시계 엄마를 안고 찾아가 보지만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한다. 낙심하는데, 시계방 주인이 흘리듯 말한다. “시계탕에나 가보든가.” 시계탕이 뭘까. 시계탕이 뭔지 모르지만 무작정 시계가 된 엄마를 데리고 앞을 향해 걷는 아이. 숲속에서 미아가 된 건 아닐까 걱정할 즈음, 정말로 뜨끈한 물이 고인 시계탕이 보인다. 낯선 할머니가 시계탕을 지키고 있다. 시계탕은 고장난 시계들로 가득하다. 거기에 엄마를 넣어놓고, 시계탕 할머니가 엄마를 고쳐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긴 하루가 간다. 시계로 변한 엄마는 다시 원래 엄마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엄마도 가끔 고장이 난다. 현실에 치여 사는 엄마들, 가끔 나사 한두 개 빼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재밌게 일러주는 책. 초현실주의 작가의 그림을 오마주한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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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유 2억-배수지 1억 산불피해 성금… 한지민-박보영-고민시도 기부 동참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피해 지원과 구호를 위해 잇따라 기부에 나서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26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산불 피해 지원과 소방관 처우·인식 개선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피해를 입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진화에 힘쓰고 계신 소방관분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배우 배수지도 이날 성금 1억 원을 기부했다. 소속사 측은 “산불 피해가 확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을 함께하고 싶어 했다”며 “하루빨리 산불이 진화돼 이웃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한지민과 박보영은 산불·화재 등 재난 현장의 소방관 지원을 위해, 배우 고민시와 고윤정, 가수 겸 배우 혜리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각 5000만 원씩 기부했다. 배우 박진영도 산불 피해 지원과 소방관 지원을 위해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밖에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와 만화가 겸 유튜버 침착맨(본명 이병건)은 각각 5000만 원, 2000만 원을 기부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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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할머니는 물건 모으기 선수… 근데 청소는 어떻게 한담?

    할머니집이 좋은 이유는 집 안에 가득 쌓인 온갖 신기한 것들 때문이다. 심지어 등산과 탐험이 가능할 정도로 갖은 물건이 쌓여 있다. 냉장고를 열면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 것 같지 않은 음식이 꽉 차 있고, 거실부터 지하실까지 선반이 가득 찼다. 다 이유가 있다. “잘 놔두면 나중에 다 쓸 데가 있단다.” 할머니의 주장이다. 할머니는 오래된 것은 버리기 아깝고, 새것은 쓰기 아깝다고 한다. 그 덕에 집이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찼다. 문제는 할머니 집이 공원으로 재개발되면서 이사를 가야 하게 됐다는 것. 이 많은 짐을 할머니 혼자 다 정리할 수 없다 보니 온 가족이 출동해 짐 정리를 돕는다.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할 것들과, 정리해서 나누고 처분해야 할 것들을 가족들이 함께 고르기 시작한다. 대만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신이유아문학상 수상작. “다 쓸 데가 있다”며 뭐든 쟁여두는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은 만국 공통인 모양이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두루 생각해 보게 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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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우울과 불행에 힘겨운 한국… 심리 치료도 국가가 나서야

    비슷한 비극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올해 들어서만 대중의 사랑을 받던 유명인들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쳤다. 각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일가족의 소식이 몇 주 시차를 두고 계속 전해진다. 안타까운 뉴스를 접할 때마다 떠올린 저 질문을 이제는 바꿔야 할 시점임을 느낀다. ‘우리 사회가 비슷한 비극을 계속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뭘까.’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인의 행복 상태를 보여주는 성적표가 몇 가지 날아온다. 통계청은 지난달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내놨다. 2023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떨어졌다. 반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자살률은 하락하고 있는데, 한국만 나 홀로 상승 중이다. 20년 넘게 이어지는 곤혹스러운 추세다. 이달에는 세계행복보고서(WHR)가 발표하는 각국의 행복 순위도 공개됐다. 2025년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 한국은 147개국 중 58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했다. 역시 OECD 기준으로 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이처럼 삶의 만족도 저하와 비정상적 자살률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정신 건강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처는 여전히 너무나 안이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공중보건의 비상사태”라는 진단이 나오는데도 전향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출간된 책 ‘심리 치료는 왜 경제적으로 옳은가’에 따르면 영국은 공적 의료 제도인 ‘심리 치료 접근성 향상 서비스’(IAPT)를 이미 2008년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인지행동치료(CBT)에 기반을 둔 무료 심리 치료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가가 직접 심리 치료에 나선 이유는 마음의 병을 방치했다가 뒤늦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대가가 초창기 치료비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행 5년 만에 40만 명이 혜택을 봤고, 절반 이상의 건강이 호전됐다. 소득, 학업 성취, 고용률까지 올랐다. 2018년에는 우울과 고독감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겠다며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하기도 했다.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했던 심리 문제를 국가가 공적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제언은 우리 사회가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해에야 영국식 모델을 본떠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작했지만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외로움부’를 도입한 영국의 자살률(2021년 기준)은 인구 10만 명당 8.4명으로 OECD 평균(10.6)보다 낮다. 전담 부처를 신설해서라도 심리 문제의 공적·국가적 개입이 시급한 나라가 있다면, ‘자살률 1위’ 오명을 못 벗는 한국만큼 급한 나라가 없다. 이제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비극의 악순환을 끊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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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서예전람회, 4월 9~11일까지 작품 접수

    한국서가협회(이사장 한윤숙)가 제33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를 개최한다. 4월 9일부터 11일까지 △한글서예 △한문서예 △문인화 △전각(篆刻)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한다. 수상자는 다음 달 29일 동아일보와 협회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을 수여한다. 각 부문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을 준다. 입상 작품은 6월 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전시한다. 자세한 사항은 협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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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성 유족 “조의금 전액 기부… 기억해주신 분들께 감사”

    10일 세상을 떠난 가수 휘성(본명 최휘성)의 유족이 장례 기간 모인 조의금 전액을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고인의 동생인 최모 씨는 17일 휘성의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장례 기간 보내주신 조의금들은 모두 가수 휘성의 이름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사용하고자 한다”며 “차후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안 되나요’ ‘위드 미(With me)’ 등으로 2000년대 리듬앤드블루스(R&B) 장르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휘성은 10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14∼16일 장례가 엄수되는 동안 빈소에 많은 동료 가수와 팬들이 찾아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최 씨는 “형의 음악을 통해 행복했고 삶의 힘을 얻었다는 말씀들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다시 한번 형을 기억해 주시고 찾아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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