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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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유통중기팀 데스크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4-03-21~2024-04-20
칼럼27%
경제일반23%
기업20%
산업17%
문화 일반10%
유통3%
  • [광화문에서/박선희]여전히 불행한 한국인, ‘K’를 다시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온 K팝 인기에 대한 반작용일까. 최근 서구 언론들이 K팝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비인간적인 대우와 완벽주의, 가혹한 훈련 기반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얼마 전 CNN과 인터뷰한 하이브 방시혁 의장,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와 인터뷰한 BTS RM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K란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고도 직설적으로 물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해 “무례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구 언론의 ‘삐딱한 질문’ 뒤엔 대중문화의 주류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K컬처에 대한 견제와 콤플렉스가 깔려 있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비판적인 자아상을 정확하게 집어내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 막히는 경쟁, 성과 지향적인 문화, 타인과의 비교에 염증이 난 우리 사회 스스로가 ‘헬조선’ ‘K지옥’이란 말을 이미 써왔기 때문이다. “K가 지겹다”는 말 역시 이미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나왔다. 세계 속의 K는 브랜드가 됐지만, 정작 한국인들에겐 ‘K직장인’(노동집약적이고 위계적인 직장 생활의 희생양) ‘K장녀’(속박적인 가족 문화의 희생양)에서처럼 자조의 접두어이기도 하다. 막상 밖에서 들으니 기분이 더 나빴던 것일 뿐, 사실 그들의 질문은 우리의 목소리였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K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여러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나라로 성장했지만, 사람들은 무척 지쳐 보인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연간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위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다.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34위였다. 자살률은 몇 년째 OECD 국가 1위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불과했다. 세계를 휩쓰는 K열풍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렇다면 K는 정말 상처투성이 훈장일 뿐일까. 1994년생 RM이 이 질문에 내놓은 답은 인상적이다. 그는 일단 K는 ‘조상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 보증서(프리미엄 라벨)’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서양인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둘로 나누어졌고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다. 이런 나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정말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를 해내는 방법이고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부다. 부작용도 있지만, 매우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우문현답이라며 갈채를 받은 이 대답은 또 한 번의 씁쓸한 행복 성적표를 받아든 시점에서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간의 평처럼 ‘한국을 멋대로 평가한 해외 언론에 한 방 먹인 대답’이어서가 아니다. 그보단 여전히 ‘불행한 한국’이란 덫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함께 되새기면 좋을 격려가 아닐까 싶어서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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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 통합 PB브랜드 ‘오늘좋은’ 선보여

    롯데마트가 16일 새로운 통합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차별성을 갖춘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신규 PB를 통해 ‘그로서리 1번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PB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은 롯데마트는 지난해 초부터 각 PB 분석과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병행했다. 그 결과 롯데마트가 집중하고 있는 신선 및 가공식품, 일상용품과 생활잡화 등에서 대표 PB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 중앙연구소가 1년간 협업해 ‘오늘좋은’을 개발했다. ‘오늘좋은’은 기존 롯데마트의 다양한 PB를 통합한 마스터 PB다. 특히 브랜드의 최초 개발 단계부터 ‘효율적이고 편안한 쇼핑을 지향하는 3040 워킹맘’으로 고객 범위를 명확히 했다. ‘트렌디함’, ‘친환경’ 등의 가치를 담아내고, 고도화된 품질관리 프로세스까지 더했다. ‘오늘좋은’이란 브랜드명은 고민 없이 사도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 로고는 쉼표 모양을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새 PB 출시에 맞춰 롯데마트는 16일부터 ‘헬시 플레저’, ‘제로 트렌드’, ‘믹솔로지’ 등 최신 트렌드 상품을 포함한 100여 개의 ‘오늘좋은’ 상품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마트몰 등에서 판매한다.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합리적인 가격, 최적의 품질, 다양한 트렌드까지 반영한 유통 1번지의 대표 필수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롯데 그로서리를 대표하는 PB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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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차세대 한국 수출 주역 글로벌 소비재기업 키워야

    지난달 말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K콘텐츠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부문으로 패션, 식품, 관광이 연계된 고부가가치 기반의 K콘텐츠를 꼽았다. 지금까지 K콘텐츠와 관련된 담론에서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영화나 음악 같은 대중문화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K콘텐츠의 경제 효과는 소비재 산업의 수출과 합쳐졌을 때 본격화된다. 한국 문화에 호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분야는 결국 식품, 패션, 뷰티, 리빙 같은 소비재 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착실히 쌓아온 K브랜드 파워가 실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소비재 산업 수출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K푸드의 인기는 주목해볼 만하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해외시장 매출은 이미 내수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매출 비중은 전체 47%까지로 올라갔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67%, 삼양식품은 68%였다. 식품 기업을 더 이상 내수 기업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해외 진출 식품 기업들의 특징은 기존의 한류 영향력이 거셌던 동남아나 중동 시장을 넘어 북미나 유럽 등 소비 시장의 주류로 치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K치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나 K빵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소비 본류인 미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K패션이나 K스타일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련되고 핫하다는 의미에서 ‘K힙’이란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K브랜드 수출의 최전선에 선 소비재 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인식은 그간 높지 못했다. 연구개발(R&D)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내수 시장 관점에서 규제만 많았다. 식품업계에선 “아직도 식품 등이 제대로 된 산업 취급을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계속됐다. 한국에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없는 것은 이런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는 소비재 기업이 전혀 없다. 미국 ‘존슨앤드존슨’, 독일 ‘아디다스’, 프랑스 ‘로레알’ ‘루이뷔통’, 영국 ‘유니레버’ 등 선진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소비재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정부가 제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소비재를 지목한 건 긍정적 인식 변화다. 연매출 100조 원이 넘는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있느냐 여부는 한 국가의 문화적 영향력, 브랜드 파워를 측정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도 이런 힘이 있다. 이미 꿈틀대고 있는 K붐을 산업 효과로 본격화하는 첫 단추는 우리부터 K소비재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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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유별난 한국인 명품 사랑… 오명 대신 K패션 전조 되길

    블랙핑크 제니나 방탄소년단(BTS) 지민 등 K팝 스타들이 샤넬, 디올 같은 명품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하는 것은 이제 뉴노멀이다. 이런 현상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커지면서 한국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이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시장인 동남아 시장에서의 효과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자체가 명품 시장에서 그만큼 중요해졌단 뜻이다. 한국은 명품업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에 달했다. 1인당 구매 금액은 325달러(약 40만 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미국, 중국이 각각 280달러와 50달러인 것과 대비된다.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는 최근 “한국은 세계 명품 시장의 별”이라며 “한국은 패션을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브랜드들도 찾는다”고 보도했다. 세계의 시선이 한국의 명품 시장에 쏠리지만, 사실 한국인의 유난한 명품 사랑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과시나 체면 문화는 가장 쉬운 답이지만 불충분하다. 사실 한국인은 특별함, 구별됨, 탁월함에 대한 갈망이 예외적으로 높다. 교육열도 높고 부에 대한 욕망도 크다. 예술, 운동도 평범한 수준에선 만족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스타일이라고 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말처럼 패션은 옷 자체가 아니라 변화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좋은 시나 시퀀스를 골라내는 안목과 디자인의 고유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긴 힘들다. 자기 파괴적 수준의 지출이 아니라면 명품 사랑 자체를 실용적 잣대로 비판하는 건 무의미하다. 패션도 결국은 미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직 우리에게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패션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소비산업은 결국 문화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문화란 게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지진 않는다. 1800∼1900년대부터 수공업 공방의 유산에서 오늘에 이른 유럽 명품 브랜드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K자가 붙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K패션 역시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섬의 시스템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한 현지 반응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모던한 디자인에 독창적 감성을 더한 한국 패션에 이례적으로 유럽 등지의 바이어들이 몰리며 관심을 보였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K컨템(컨템퍼러리)’으로 불리며 국내 젊은 소비자들을 몰고 다닐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명품 소비국이 오명이 아니라 새로운 K웨이브의 전조였다는 걸 K패션이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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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V 1000대가 제품 운반… 소팅봇은 분류작업 뚝딱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에서 작업자들은 집품을 위해 한 발자국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바둑판처럼 구획이 나뉜 바닥의 수많은 QR코드를 따라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무인 운반 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s)가 주문 제품이 보관된 선반을 통째로 작업 구역 앞으로 정확하게 옮겨줬기 때문이다. 선반이 도착하자 주문 제품이 담긴 위치가 모니터에 떴다. 작업자는 해당 위치에서 제품을 꺼내 스캔하고 상품 분류 구역으로 옮겨질 상자에 담았고 이 과정까지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람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게 아니라 물건이 사람에게 오는 ‘GTP(Goods to person)’로 불리는 첨단 물류 기술이다.이달 3일 찾은 쿠팡 대구 FC에는 쿠팡이 그간 쌓아온 물류 노하우와 AI 기반의 자동화 혁신 기술이 집약돼 있었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에 문을 연 이곳은 3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축구장 46개 넓이(연면적 33만 ㎡,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지은 아시아권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다. AGV 로봇뿐 아니라 소팅봇, 무인 지게차 등 다양한 최첨단 물류 기술이 적용되고 있었다. 쿠팡은 ‘첨단 물류의 테스트베드’로 베일에 싸여 있던 대구 FC 곳곳을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업무 단계는 줄고 안정성 높이고… 인간과 로봇의 공존 7·9층 AGV 구역에서는 로봇 1000대 이상이 활약하고 있다. 수백 개의 제품이 진열된 최대 1t의 선반을 들어 올린 뒤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면서 평균 2분 안에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선반들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수시로 위치를 바꿔 가며 이동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강정훈 전무는 “AGV가 도입된 후 작업자 업무가 65% 줄었다”며 “자동화 기술은 작업자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쾌적한 근로 환경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무인 지게차가 대표적이다. 인근 물류센터로 보낼 재고를 보관하는 5층 보충센터는 무인 지게차와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이 펜스로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 센터 곳곳에 비치된 지게차는 작업자 입출고 명령이 떨어지자 벽에 부착된 대형 QR로 위치를 인식해 작업 장소에 도착했다. 스피드게이트가 열리자 무거운 팰릿을 보관 위치로 알아서 옮겼다. 박주호 대구 풀필먼트센터 센터장은 “사람이 스피드게이트 인근에 가면 지게차 작동이 자동으로 정지되고 알람이 울려 사고 위험을 줄인다”고 했다. ●최대 기피 분류 업무도 로봇이 뚝딱… “물류, 기술집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소팅봇 역시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노동 강도가 높아 가장 기피했던 ‘분류 업무’를 대체해 줬다. 상품을 각 지역 배송 캠프로 보내기 전 최종 분류하는 1층 허브를 찾자 수많은 소팅봇들이 오토 배거(Auto Bagger·자동 포장기)를 지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운반된 상품의 운송장을 스캔한 후 몇 초 만에 배송지별 분류함에 떨어트려 놓았다. 분류작업장이 초당 2.5m씩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백 대의 소팅봇으로 장관을 이뤘다. 일반 직원 업무량은 65% 단축됐다. 물류자동화는 최근 물류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각 업체가 첨단기술을 통해 노동집약적 구조를 벗고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쿠팡은 대구 FC에 자동화 물류 기술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 인력 등 25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대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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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데믹 기대… 한국콜마, 세종에 AI 기술 적용한 화장품 공장 짓는다

    한국콜마가 세종시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화장품 생산기지를 신설한다고 25일 밝혔다.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와 엔데믹을 맞아 국내외 시장의 화장품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한 투자다. 이번에 세종시에 짓는 화장품 공장은 총 5만8895㎡ 규모 부지로 연간 2억2000개 생산이 가능하다. 올해 1분기 착공해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세종시 공장이 준공되면 한국콜마의 국내 기초·색조 화장품 생산능력은 연간 8억700만개로 늘어난다. 색조화장품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80% 오른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공정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다. AI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량률이 가장 낮은 최적의 공정을 찾아내고, 이를 품목별로 표준화해 빠르게 적용할 예정이다. 할랄 보증 시스템도 구축해 중동과 동남아 할랄시장 등 새로운 시장 수요도 준비한다. 친환경 물류센터도 짓는다. 물류센터는 환경보호를 위해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며 건물 지붕 전체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재고 위치, 불량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생산 현장과 연동해 관리할 수 있는 창고관리시스템(WMS)도 도입한다. 작업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재고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성을 높인 시스템이다.한국콜마 관계자는 “새로 건립되는 생산기지는 국내외 900여 고객사에게 최적화된 공정을 통해 최고의 품질로 생산한 제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세종시 공장을 콜마의 글로벌 미래시장 핵심 기지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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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스경암 안유수 이사장, 25년째 백미 기부

    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안유수 이사장(93·사진)이 1999년부터 2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명절마다 이어온 백미(白米) 기부를 올해도 실천했다. 16일 에이스경암에 따르면 안 이사장은 설을 앞두고 올해 백미 10kg짜리 5900포를 성남시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약 1억4000만 원 상당으로 이는 성남시 관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5622가구와 소년소녀가장 278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에이스침대 창업주인 안 이사장은 1999년부터 매해 설과 추석 명절마다 이웃을 위한 백미 기부 활동을 이어왔다. 25년간 지역 사회에 기부한 백미(10kg) 양은 13만6560포(1365t)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2억 원에 이른다. 안 이사장의 기부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시적 지원이 아닌 지속적 기부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 있다”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은 민족의 온정을 나누는 설 명절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며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이웃들이 백미로 지은 든든한 쌀밥과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설 명절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백미 기부 외에도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해 5차례에 걸쳐 15억 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강원 고성지역과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6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지만 1994년부터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경로회관을 운영하기도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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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한국의 미스터리 출산율…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핀란드 기자 출신 여성이 미국 남자와 결혼해 노르딕 이민자로 살게 된다. 미국 사회의 모든 것이 핀란드와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처음이 출생이다.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무료 진료, 출산 선물, 출산 휴가와 공립 어린이집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갖춘 노르딕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모든 짐을 개인의 어깨 위에 지운다. 제왕절개 수술 후 6주 만에(이것도 관대한 편이란다) 출근했다 수술 부위가 터지고 생후 4개월 아기를 월 1200달러씩(지금은 더 비싸다) 쓰며 어린이집에 맡기는 미국 친구의 삶을 보면,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란 관점에선 핀란드보다 한참 뒤처진 나라다. 그는 노르딕 국가의 선진적 복지와 미국의 열악함을 조목조목 비교한 책을 쓴다. 제목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건 이 책에서 미래적이라며 자랑한 거의 모든 제도가 한국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떤 건 우리가 더했다. 예컨대 핀란드 유급 출산휴가는 10개월인데 한국은 유급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통상임금 80% 지급)이 법제화돼 있다. 교원, 공무원은 3년(1년까지만 유급)도 쓴다. 나라에서 아기 옷, 장난감 등을 한 박스 가득 선물해주는 핀란드 ‘엄마 상자’ 역시 ‘마더박스’ ‘해피박스’ 등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아빠 휴직도 도입돼 있고 0세부터 종일 무료 양육도 된다. 만약 핀란드가 ‘미국의 미래’라면, 한국이야말로 ‘미래 그 자체’여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충격적인 출산율이 그 증거다. 2021년 합계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인 0.8명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로 꼽힌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무 효과도 못 봤다. 예산과 제도를 늘릴수록 출산율만 더 뚝뚝 떨어지는 미스터리만 남겼다. 꼴찌 출산율은 우리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는 이상 신호다. 최근 미국의 한 리서치 업체가 선진 17개국에서 실시한 삶의 우선순위 관련 설문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만 가족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꼽았다. 가정의 우선순위조차 이렇게 밀린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이타성이 발현되고 호의와 연대가 공고할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59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하위 수준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서 낙관과 헌신, 사랑의 첫 결단인 출산율이 높을 수가 없다. 지금도 정부는 육아휴직 연장, 수당 인상 같은 정책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출산 시 대출 탕감 아이디어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돈이면 다 된다고 믿는 이런 식의 정책조차 한국 사회가 앓는 심각한 병증의 단편으로 읽힌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뭔지 더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아무리 미래적인 정책이 와도 이 미스터리는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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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유수 에이스경암 이사장, 설 맞아 1.4억 상당 5900포 쌀 기부

    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안유수 이사장(93·사진)이 1999년부터 2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명절마다 이어온 백미(白米) 기부를 올해도 실천했다. 16일 에이스경암에 따르면 안 이사장은 설을 앞두고 올해 백미(10kg) 5900포를 성남시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약 1억4000만 원 상당으로 이는 성남시 관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5622세대와 소년·소녀 가장 278세대에 전달될 예정이다. 안 이사장은 1999년부터 매해 설과 추석 명절마다 이웃을 위한 백미 기부 활동을 이어왔다. 25년 간 지역 사회에 기부한 백미(10kg) 양은 13만6560포(1356t)로 금액 환산하면 32억 원에 이른다. 안 이사장의 기부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시적 지원이 아닌 지속적 기부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 있다”며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은 민족의 온정을 나누는 설 명절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며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이웃들이 백미로 지은 든든한 쌀밥과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설 명절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백미 기부 외에도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해 5차례에 걸쳐 15억 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강원도 고성지역과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6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지만 1994년부터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경로회관을 운영하기도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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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식품 유통기업 오아시스, 코스닥 상장 추진

    신선식품 유통기업 오아시스가 다음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523만6000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500원~3만9500원이다. 공모금액은 1597억¤2068억원이다. 오아시스는 다음 달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된 생산자 네트워크를 기반의 식품 기업으로 2018년 ‘오아시스마켓’을 론칭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2015년 매출 193억원에서 2021년 3569억원으로 18.5배 성장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물류·유통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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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목 위에 열린 다차원의 세계, 영원히 기억할 당신의 이야기는…

    에르메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스토리를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표현한 에르메스 시계 컬렉션을 소개한다. 독특하고 획기적인 컴플리케이션이 구현하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통해 에르메스와 시간의 특별한 관계를 선보인다.아쏘 르 땅 보야쥬(Arceau Le Temps Voyageur) 2022년 GPHG에서 여성용, 남성용 컴플리케이션 2개 부문 수상을 한 아쏘 르 땅 보야쥬는 여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에르메스의 고유의 세계관을 담은 시계다. ‘여행자의 시간’이라는 뜻의 아쏘 르 땅 보야쥬는 월드 타임이라는 클래식한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을 에르메스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개발한 ‘트래블링 타임(Traveling Time)’ 메커니즘이 특징이다. 24개 도시의 타임 존을 디스크 타입으로 제공하며 아티스트 제롬 콜리아르가 상상해낸 실크 스카프의 환상적인 지도 위로 서브다이얼이 마치 위성처럼 회전하면서 도시를 넘나들며 사용자가 설정한 세컨드 타임 존의 시와 분을 알린다. 카운터 외곽에 장착한 레드 팁은 해당 도시명을 가리키고, 12시 방향의 홈 타임 인디케이터는 로컬 타임을 직관적으로 표시한다. 이 특별한 기능은 122개 부속품으로 이뤄진 두께 4.4mm의 모듈을 탑재한 인하우스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H1837’로 작동한다. 아쏘 르 땅 보야쥬(Arceau Le Temps Voyageur)는 41mm의 플래티넘 케이스에 매트 블랙 DLC 코팅의 티타늄 베젤을 장착했고, 38mm 블루 모델은 스틸 케이스로 선보인다.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heure de La Lune) 아쏘 레흐 드라룬은 전통적인 문페이즈를 에르메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혁신적인 컴플리케이션 기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생동감으로 빛난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문 페이즈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달의 색다른 모습을 제시하며 운석 다이얼 위에 두 개의 카운터가 돌고 있고, 전용 모듈과 H1837 매뉴팩처 무브먼트의 움직임에 따라 자개 소재의 달이 모습을 감추고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두 개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짓궂게도 위아래가 뒤섞여 남반구 달은 ‘북’쪽에, 북반구 달은 ‘남’쪽에 위치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해 깊은 우주로 빠져들게 한다. 폴리싱 및 마이크로 블래스티드로 마감한 117개의 부품은 4.2mm 두께의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837 안에 모두 조립돼 있다. 에르메스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59일 동안 다이얼 위를 회전하는 프레임의 세밀한 두께를 구현해 찬사를 받았다. 아쏘 레흐 드라룬은 초기 모델을 선보인 이후 동일한 케이스 크기와 무브먼트를 유지하며 운석 등 다양한 소재를 다이얼에 적용하고, 이와 어울리게 케이스 소재, 핸즈와 서브 다이얼에 변화를 주며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아쏘 리프트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Arceau Lift Tourbillon R´ep´etition Minutes) 아쏘 리프트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는 에르메스 최초로 플라잉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 기능이 결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애나멜 다이얼 위 커팅된 말 형상 프레임 사이로 에르메스의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 무브먼트가 더욱 매혹적으로 드러나며, 이 위로 또 하나의 특별한 컴플리케이션인 플라잉 뚜르비용이 더해져있고 이를 말 목 부분에 위치한 6시 방향의 동그란 구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뚜르비용의 설계에 사용된 두 개의 H 문양이 합쳐져 완성된 더블 H 형태는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에 위치한 에르메스 매장의 상징적인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뚜르비용 캐리지와 베럴의 브리지를 담고 있는 이 디자인은 파리지앵의 감성이 담긴 건물의 입구와 난간, 계단, 그리고 리프트(엘리베이터)를 장식하고 있는 예술적인 패턴에서 유래되었다. 오픈워크 형태로 완성된 가느다란 핸즈와 아쏘 라인의 특징인 달리는 말을 연상시키는 경사진 숫자들은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다이얼을 더욱 강조한다. 다이얼 위 컷 아웃 부분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마감된 백케이스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는 새로운 에르메스 매뉴팩처 수동 메캐니컬 무브먼트 H1924는 직경 43mm의 티타늄 케이스 속에서 미닛 리피터의 선명한 소리를 발산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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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부터 케이크까지 ‘뉴플레이션’의 한 해[광화문에서/박선희]

    유통·소비산업의 한 해를 되돌아보자면 올해는 유난히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된 올해 5월경 미국에서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됐다. 이 신조어는 연이은 식품가격 인상이 외식물가로 전이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금세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런치플레이션은 시작에 불과했다. 6∼7월 소비자물가 인상률이 20여 년 만에 6%대가 계속되는 등 물가가 폭등하며 누들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동일하지만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 등 가격 인상과 관련된 각종 신조어들이 계속해서 생겼다. 상승률 자체는 정점을 찍었던 여름철이 지나며 조금 완화됐지만 물가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냉면값이 1만 원에 이르는 등 저렴한 한 끼로 인기였던 면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고 주요 커피업체들도 8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급기야 연말을 맞아 ‘케이크플레이션’이 등장했다. 시중 프랜차이즈 카페·베이커리에서 보통 2만 원대면 구입할 수 있었던 케이크 가격이 원재료와 부자재,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해 3만∼4만 원대를 훌쩍 넘기게 됐다. 호텔 케이크 가격은 2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뒤에 ‘플레이션’을 붙이기에 어색한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그야말로 ‘뉴플레이션’의 한 해였다.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올해 식료품과 관련된 신조어가 유독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식품뿐 아니라 전기·가스·서비스 영역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리오프닝의 설렘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가 덮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건 실질소득 감소만 봐도 알 수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월급쟁이 가구의 실질소득은 1년 새 약 5% 급감했다. 올해 3분기(7∼9월) 상용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실질소득 감소 폭은 이 기간 각각 5.1%, 5.6%로 더 컸다. 우려스러운 건 새해에도 이 같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내년까지 5% 안팎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전망인데 내년 상반기가 특히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말 각 소비재 기업들은 새해부터 식품과 생필품 가격 인상을 연이어 예고하고 나섰다. 가구부터 냉동식품, 유제품, 컵커피, 콜라, 샴푸, 치약까지 전방위적이다. 연말 각종 트렌드 서적들은 내년 ‘씀씀이 다이어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플렉스(flex·과시적 소비)의 시대는 끝났고 ‘과시적 비소비’의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례없던 뉴플레이션의 한 해를 보냈지만 진짜 긴축은 새해에 포문을 열 것 같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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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요일→평일 바꾼다

    대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구시와 8개 구·군, 지역 대형 및 중소 유통업계는 19일 대구 북구 산격동 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 유통업 발전 및 소비자 편익 향상을 위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구·군별 의사 결정을 거쳐 내년 1분기(1∼3월) 중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경우 매달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도록 했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정해야 하지만 지자체장이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쇼핑 편익을 제공하고, 유통업계의 상생 협력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지역 상권의 활성화와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2012년 시행돼 올해로 10년째인데 당초 의도와 달리 전통시장 등을 살리는 데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답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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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發 소비산업 변화 위협적 경고로 인식해야 [광화문에서/박선희]

    저출생이 심화되면서 영유아 식품시장 철수를 선언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LG생활건강은 분유를 비롯한 영유아 식품 브랜드 ‘베비언스’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생산분을 끝으로 생산을 멈춘다. 매일유업도 일부 분유 제품을 단종시키고 있다. 롯데제과는 ‘파스퇴르’의 이유식 사업을 접었다. 몇 달 전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를 발표하고 전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던 푸르밀 사태도 따지고 보면 저출생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 회사는 일방적인 대량 해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며 사업 종료를 철회하는 대신 인원 30%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경영상의 문제점이 많았지만 익숙한 히트 상품을 내온 유제품 기업이 아예 회사 문을 닫으려고 한 배경에는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깔려 있었다. 영유아 식품, 장난감, 유아 의류 등을 제조하는 소비재 기업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위협감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국내 성장에 한계가 있다 보니 해외 자본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철수, 사업 종료가 수시로 일어난다. 토종 아동복 브랜드 해피랜드는 10여 개에 달했던 브랜드를 2개로 줄였고 25년간 선보였던 유아복 브랜드 ‘파코라반베이비’ 사업도 접었다. 아가방앤컴퍼니, 제로투세븐 등 국내 대표적 아동복 기업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유아동 상품만큼 직접적이진 않지만 식품, 의류 등 소비 산업 전반은 인구구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이 신사업을 늘리고 해외 진출 확대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것은 사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동기에서다. 이대로라면 인구의 자연 감소분만으로도 시장 자체가 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2020년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접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출산율은 2025년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문제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처럼 다뤄지기 쉽다. 실험실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가열되는 온도에 무의식중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저출산의 여파가 실제 우리 삶을 파고들 때는 멀쩡하던 직장이 사라지고, 사업이 종료되는것 이상의 파괴적인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사실상 산업을 넘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존속 자체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이미 소비 산업 전반에 암울한 징후들이 가시화됐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얼마나 직접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해지는 경고 신호를 놓쳐선 안 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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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묘 와인바-15m 벨리곰…‘재미의 극대화’ 잇단 히트

    롯데마트 광고마케팅팀은 올 초부터 ‘관심급구’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애 대상은 새롭게 출현한 소비자, 이른바 ‘뉴컨슈머’다. 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원 두 명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기존 대형마트에선 찾기 힘들던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올해 4월 동묘 와인바 팝업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는 가족 단위로 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차별화된 경험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을 겨냥했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마트 와인을 선보여 알음알음 찾아온 MZ세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8월엔 강원 양양 서피비치에서 수박 팝업 매장을 열고 ‘수박바’ 등 재밌는 형태로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마트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있는 현장에 찾아간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경험과 의미 발견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뉴컨슈머 시대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롯데쇼핑은 MZ 사원들이 주도하는 기발한 프로젝트를 늘려 젊은 소비자들을 잡고 ‘팝업의 성지화’ 등 공간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뉴컨슈머들을 공략하고 있다. ○ MZ 직원 전권 발탁에 ‘미닝아웃’ 상품 강화 최근 롯데쇼핑은 기존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MZ 사원들에게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권을 주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MZ 소비자이기도 한 MZ 직원을 통해 수시로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소비재·유통기업 44곳을 대상으로 MZ세대 수요 반영이 기업활동에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설문한 결과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43%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올해 4월 325만 명이 다녀가며 인증샷 열풍을 불러온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의 15m 벨리곰 조형물 역시 롯데홈쇼핑 MZ 직원의 아이디어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저연차 사원들에게 ‘한번 해 봐라’며 주도권을 준 결과 마트, 쇼핑몰 등 전통적 유통공간을 젊고 새롭게 인식시킬 히트 상품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사회적 소비 등에 대한 뉴컨슈머의 관심도 상품 개발과 구매 전반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같은 설문에서 MZ세대 소비 기준이 가성비를 넘어 주로 재미·흥미, 트렌드, 환경, 젠더 같은 ‘미닝아웃(Meaning out)’에 있다고 봤다. 롯데쇼핑은 이를 반영해 2021년 선보인 제타플렉스점에서 유통업계 최초로 ‘아쿠아포닉스’(농수융합) 방식으로 재배한 채소를 판매 중이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를 키우며 발생한 유기물로 채소를 재배하고, 정화된 물을 사육수로 다시 환원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 ‘팝업의 성지화’로 뉴컨슈머 잡기 이커머스 시대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마케팅 공간을 넘어 이색 체험, 즐거움, 감동을 주는 공간이어야 뉴컨슈머의 발길을 모을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 내 엔터테인먼트나 다른 고객들과 유대감을 형성한 경험이 브랜드 매력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은 공간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해 나가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팝업의 성지화’를 목표로 인증샷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팝업 스토어를 수시로 선보이고 있다. 6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선보인 테니스 팝업 매장 ‘더 코트’에는 10일간 약 20만 명이 다녀갔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스포츠 매출은 전년 대비 25% 이상 늘었다. 5월 강렬한 레드 인테리어로 꾸며진 잠실점 ‘발렌티노 뷰티’ 팝업 역시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소비가 발달할수록 오프라인은 불확실성이란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해 ‘꼭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소비자 몰입도를 높이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나 자연 친화적 설계,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등은 오프라인 전략을 잘 구사했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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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티에 우아함 더했다… 마세라티, 럭셔리 SUV ‘그레칼레’ 선봬

    이탈리안 하이퍼포먼스 럭셔리카 마세라티가 17일 ‘2022 그레칼레 론칭 프레스 데이’ 행사에서 마세라티의 새로운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그레칼레(Grecale)’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마세라티 브랜드 역사상 두번째 SUV 모델인 그레칼레는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마세라티 슈퍼 스포츠카 MC20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일상의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SUV 모델로서 스포티함과 우아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함께 마세라티의 열정과 혁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칼레는 마세라티 SUV의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재정립하는 상징적 모델이다.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최고속도 시속 285km, 제로백 3.8초의 주행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마세라티 엔진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몰입형 소너스 파베르 다차원 사운드 시스템의 조합으로 한 차원 높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그레칼레는 300마력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GT 버전, 330마력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모데나 버전, MC20와 같은 네튜노 엔진을 기반으로 530마력의 V6 엔진이 장착된 고성능 트로페오 버전의 3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그레칼레는 SUV에 맞게 수평적 측면보다는 수직적 측면의 디자인적 요소를 갖췄다. 전면은 그레칼레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으로 과하지 않은 낮고 인상적인 그릴을 적용해 슈퍼 스포츠카 MC20를 떠올리게 한다. 후면부에는 부메랑 테일라이트와 마세라티 특유의 사다리꼴 라인을 적용했고 스포츠카처럼 마감한 실내 공간, 날렵한 리어 윈도, 강력하고 대담한 펜더, 시각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아 보이게 하는 등 쿠페 효과가 더욱 부각되어 그레칼레만의 스포티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레칼레는 넓은 공간과 편안함이 돋보이는 패밀리 사이즈 SUV 모델로 GT 버전 기준 △전장(길이) 4850mm △휠베이스(축간거리) 2901mm △전고(높이) 1670mm △전폭(너비) 1950mm(모데나, 트로페오의 경우 30mm 넓음)는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디지털 시계뿐만 아니라 취향에 따라 스킨과 모습을 변경하는 디지털 화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기술적으로도 더욱 풍성해졌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그레칼레의 가격은 9900만 원부터 시작된다. 한국 마세라티 김광철 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마세라티 SUV의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재정립하는 상징적 모델인 그레칼레를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그레칼레의 국내 출시를 통해 럭셔리 SUV 수입차 시장에서 마세라티가 제2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레칼레는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이라는 뜻으로 모든 것을 몰아붙이는 마세라티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람의 이름을 발췌해 모델의 이름을 짓는 것은 마세라티의 오랜 전통이다. 한편 마세라티는 그레칼레 출시를 기념해 고유한 인테리어 및 기술 콘텐츠가 담긴 한정판 모델인 그레칼레 프리마세리에 에디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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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마을 만두서 목장갑 나와… “무기한 판매 중단”

    유기농 식품 유통사인 초록마을의 만두 제품에서 목장갑(사진 점선 안)이 나와 해당 제품 판매가 무기한 중단됐다. 3일 초록마을을 운영하는 정육각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초록마을 우리밀교자만두에서 목장갑이 나왔다는 고객 민원이 접수됐다. 포장지 안에 목장갑이 만두와 엉겨 붙은 사진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왔다. 초록마을은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쳐 이달 1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전국 390여 개 매장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초록마을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을 수립하기 전까지 해당 제조사에서 생산된 상품(우리밀교자만두 외 6종) 판매를 무기한 중단한다”며 “전체 상품에 대해 제조사와 내부 검수 프로세스를 점검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식품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초록마을은 대상그룹 산하에 있다 올해 3월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인 정육각에 인수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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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선희] 방어보단 집중과 공감, 신뢰 지키는 골든 룰

    한때 편의점 오픈런을 불러일으켰던 포켓몬 빵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SPC 계열 제빵 공장의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불붙은 불매 운동의 여파다. 대형마트에선 포켓폰 빵 판매가 10% 줄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들도 많게는 30%가량 판매가 줄며 타격을 받고 있다. 당장 줄어든 매출보다 우려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고조된 소비자들의 반기업 정서다. 사고에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 앞에서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한 해명에만 치중했던 이 회사의 대응은 ‘불매운동’이라는 좀 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역풍을 자초했다. ‘반감고객들’(삼성경제연구소)이란 책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역량이 떨어지는 것보다 사회에 해를 끼치며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느낄 때 훨씬 강한 분노를 느낀다. 이 반감은 직장생활이나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종종 느끼는 적대감보다 더 강렬한 감정이라고 한다. 반감고객의 대두는 기업으로선 큰 위기다. 특히 여러 종류의 반감 중에서도 불매운동처럼 집단적인 보복 행동을 보이는 건 응급상황에 가깝다. 소비자를 잃을 뿐 아니라 내부 타격도 심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반감은 내부 직원 만족도와 업무 효율,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컸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비화되는 걸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다. 이 책에 따르면,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와 같다. 손실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으며 굳이 노력을 들여 문제를 제기하러 왔을 만큼 고통 역시 크다. 병원 사정 생각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고통과 상처에 집중하고 공감해줘야 한다. 무반응이나 회피성 발언은 가장 나쁘다. 이러한 공감 노력은 부정적 평가가 확실시돼 강한 분노가 증폭되기 전, 과격한 공격과 집단항의로 이어지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대기업이 느린 의사 결정 속도와 윗선 눈치 보기 문화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보신주의가 공고한 관료조직 역시 이런 상황에서의 악수를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은 SPC사태에 “인간적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공감력을 주문했던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놓고는 중요 부처에서 “미리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다” 등의 회피성 발언이 성급하게 튀어나왔다. 슬픔을 공분으로 키운 SPC 사태의 패착을 보면서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줘야 할 정부가 불매 대상 기업이 받던 유의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진 건 모두에게 손실이다. 설령 책임 소재가 확실치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충분한 공감이 먼저라는 골든 룰은 변하지 않는다. 그게 소비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 기업의 자세인 것처럼,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임을 기억해야 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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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3년만에 희망퇴직… 15년차 이상 대상 “조직 재정비”

    하이트진로가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0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위로금으로 15년차 이상 근속자에게는 통상 임금의 34개월 치, 20년차 이상 근속자에게는 40개월 치를 지급한다. 2020년 희망퇴직 시행 후 3년 만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희망퇴직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신규 채용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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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마을 냉동만두서 목장갑이… “제품 무기한 판매중단”

    유기농 식품 유통사인 초록마을의 만두 제품에서 목장갑이 나와 해당 제품 판매가 무기한 중단됐다. 3일 초록마을을 운영하는 정육각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초록마을 우리밀교자만두에서 목장갑이 나왔다는 고객 민원이 접수됐다. 포장지 안에 목장갑이 만두와 엉겨붙은 사진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왔다. 초록마을은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쳐 이달 1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전국 390여 개 매장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초록마을은 이날 올린 홈페이지에 사과문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을 수립하기 전까지 해당 제조사에서 생산된 상품(우리밀교자만두 외 6종) 판매를 무기한 중단한다”며 “전체 상품에 대해 제조사와 내부 검수 프로세스를 점검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식품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초록마을은 대상그룹 산하에 있다 올해 3월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인 정육각에 인수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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