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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피임약(응급 피임약)을 국내에서 사려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에선 내년 2월부터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처방 약으로만 팔리던 아스카 제약의 ‘노르레보’는 지난 10월 일반 의약품으로 제조·판매 승인을 받았다.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판매를 맡은 다이이치 산쿄 헬스는 사후 피임약을 2월 2일부터 일반 의약품으로 판매한다고 18일 밝혔다. 구매 연령 제한이 없어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사 입회하에 복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 1월에 사후 피임약 판매 약국과 책임 약사의 성별, 영업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판매가는 한 알에 7480엔(약 7만 956원)이다.사후 피임약은 임신을 유발할 수 있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높은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계 후 복용 시점이 빠를수록 피임 효과가 높다.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이 95%에 달한다. 하지만 48시간이 지나면 피임 성공률이 85%, 72시간 지나면 58%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관계 후 72~120시간 이내에 사후 피임약을 먹어야 원치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으며, 복용 후 3주 이내에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피임약은 크게 사전 피임약과 사후 피임약 두 가지로 나뉜다.사전 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 저용량 호르몬제다. 난자의 배란을 억제하거나 자궁경부의 점액을 끈끈하게 해 정자가 자궁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여 임신의 가능성을 낮추는 원리다.사후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보다 농도가 10배 이상 높은 고농축 호르몬(합성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하여 배란을 지연시키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원리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에이 XX.’ 사람 대부분은 가끔 욕을 한다. 깜짝 놀라거나 충격적일 때, 좌절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욕설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욕을 하면 신체 수행 능력이 향상돼 근력과 지구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영국 킬대학교(University of Keele) 연구진은 힘이 필요할 때 욕을 하면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192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조건의 실험을 했다.첫 번째 조건은 참가자들이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양손을 좌판에 대고 팔 힘만으로 몸을 들어 올려 버티는 의자 팔굽혀펴기(Chair Push-Up)를 하면서 2초마다 욕설을 반복하도록 했다.두 번째 조건에선 같은 참가자들이 욕설 대신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동일한 과제를 수행했다.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욕설 팔굽혀펴기’을 먼저 수행하고, 다른 그룹은 ‘착한 팔굽혀펴기’을 먼저 했다.결과는 명확했다. 욕을 뱉으며 과제를 수행할 때 참가자들이 팔굽혀펴기를 더 오래 했다.첫 실험(88명)에선 욕설을 곁들인 참가자들의 의자 팔굽혀펴기 수행 시간이 평균 26.92초로 중립적 단어 조건(24.19초)보다 2.73초 길었다. 두 번째 실험(94명)에서도 욕설 조건(26.97초)이 중립적 단어 조건(24.55초)보다 2.42초 길었다.이 결과를 2022년 수행한 실험(118명)과 통합 분석한 결과 욕설 조건의 의자 팔굽혀펴기 시간이 평균 27.97초로 중립적 단어 조건(25.36초)보다 2.61초 길었다.연구를 이끈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Richard Stephens) 박사는 “어떤 면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상식에 부합한다. 욕이 필요할 때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라며 “욕설은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약물도 필요 없는 자기계발 수단”이라고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말했다.스티븐스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수행 능력 향상은 욕설로 인해 억제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그는 “억제력이 줄어들면 망설임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게 된다. 대시 그냥 ‘해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실험 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욕을 했을 때 참가자들은 ‘심리적 몰입(flow)’ 수준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사람들이 활동에 깊이 빠져들고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욕설이 이런 힘을 갖는 이유는 뭘까?스티븐스 박사는 그 이유가 ‘금기성(taboo)’에 있다고 설명했다.“욕설은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금기어이다. 더 나아가 많은 욕설은 성(性)적인 의미 같은 또 다른 금기를 함께 담고 있어 ‘이중 금기’에 해당한다.”욕설은 사회적 제약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수행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필요할 땐 거리낌 없이 욕을 해도 될까?연구진의 의견은 “그렇다”이다.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이 순간적으로 억제력을 낮춰 수행 능력을 높인다는 이번 발견은, 망설임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는 다른 상황에도 이 효과가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도전적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욕설을 반복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자기 잠재력에 더 가까운 수행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미국심리학회(APA) 저널 에 게재 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나이보다 더 젊은 뇌를 갖고 싶다면, 근력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이달 초 북미 영상의학회(RSNA) 연례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는 것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지키는 데도 핵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이번 연구에서는 복부 깊숙한 곳에서 위·장·간 등 주요 장기를 둘러싼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뇌가 더 빨리 늙어 보이는 경향도 확인됐다. 피하지방은 뇌 노화와 연관이 없었다. 이는 인지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려면 근력 운동과 체중 감량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운동이 뇌에 좋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라는 신경화학 물질이 많이 증가한다. 이는 신경세포(뉴런)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단백질이다. 나이가 들면 줄어들지만, 운동을 통해 늘릴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도 확인했다. 운동한 쥐의 뇌에서는 운동하지 않은 쥐보다 새로운 뇌세포가 2~3배 더 많이 생성됐고, 인지 능력 검사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사람 역시 운동 후 BDNF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예를 들어 주당 25분 정도의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같은 운동을 하면 노년층의 뇌 용적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에서는 하루 3000보 걷기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수행한 대부분의 연구는 유산소 운동 또는 지구력 운동과 뇌 건강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근력 운동이나 근육량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아울러 내장지방에 관한 탐구도 더 많이 필요하다. 내장지방은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전신 염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뇌에도 영향을 줘 치매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대 방사선·신경과 사이러스 라지(Cyrus Raji) 교수 연구팀은 평균 나이 55세인 건강한 성인 1164명의 신체 조직과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정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총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분석했고, 체지방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으로 구분했다. 또 18세~89세 성인 5500명의 MRI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뇌 나이(brain age)를 추정했다.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뇌는 조기 인지 저하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분석 결과, 근육량과 내장지방은 뇌 나이와 강하게 연관돼 있었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라지 교수는 “근육이 많을수록 뇌는 더 젊어 보였고,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뇌는 더 늙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내장지방 대비 근육량의 비율이 높은 사람, 즉 건강에 해로운 내장지방은 많고 보호 역할을 하는 근육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늙은 뇌를 가진 경향이 뚜렷했다. 반대로 내장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제 나이보다 젊은 뇌를 갖고 있었다. 피하지방은 뇌 나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 연구는 근육과 내장지방이 뇌의 인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조직 모두 뇌로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화학 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근육에서 나오는 물질은 신경세포 생성과 연결을 촉진하는 반면,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그 반대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이번 연구는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근력 운동은 모든 주요 근육군에 자극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 번에 8~12회를 1~3세트 반복 시행하는 게 효과적이다.라지 교수는 “중년부터 대부분 사람은 근육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근력 운동은 이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내장지방을 줄이는 것 역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모두 내장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다.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위고비(Wegovy) 같은 GLP-1 계열 체중 감량 약물도 내장지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근력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육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라고 라지 교수는 경고했다.내장지방을 줄이는 지름길은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병행하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내장지방 감소에는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섭취를 중심으로 하고, 생선, 가금류, 달걀, 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단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 지중해식 식단과 함께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근육과 내장지방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동료 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지 않은 예비 연구다. 또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근육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것이 뇌 노화를 늦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두 요소가 뇌 노화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마라톤을 오래 뛰면 심장이 상할까. 많은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품어온 이 의문에 대해, 10년 추적 연구가 내놓은 답은 예상과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상’이다.대부분의 운동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한꺼번에 42.195㎞를 3~5시간(아마추어 기준) 달리는 마라톤은 신체에 매우 큰 부담을 주는 고강도 스포츠다. 근육과 관절에도 미세 손상을 주지만 특히 심장에 큰 부하가 걸린다.이전 연구에 따르면, 마라톤 직후 전반적인 심장 기능에 이상이 나타났으며 특히 폐로 혈액을 보내는 우심실의 혈액 배출 능력이 단기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은 얼마 안 가 회복됐다. 그러나 장기적 추적 연구가 거의 없어, 마라톤을 오랫동안 반복하면 심장에 부담이 쌓여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 섞인 궁금증을 품은 마라토너가 많다.실제 일부 연구자들은 장기간의 극심한 지구력 운동이 우심실에 불리한 구조적 변화(재형성)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면서, 이를 ‘운동 유발 부정맥성 심근병증’과 유사한 상태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에 스위스, 독일, 미국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10년간 일반 마라톤 참가자들의 심실 기능을 추적 관찰했다.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심장학(JAMA Cardiology)에 최근 게재됐다.연구진은 독일의 아마추어 남성 마라토너 30명(평균 나이 43세)을 모집해, 2009년 마라톤대회 2주 전, 완주 후 1시간 이내, 완주 1일과 3일 후, 그리고 완주 10년 후 각각 심장 상태를 평가했다.그 결과, 취미 수준의 중년 남성 마라토너들은 마라톤 직후 일시적으로 심장 기능 변화가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는 심실 기능이 정상 범위 내에서 유지됐다.경기 직후 폐로 혈액을 보내는 우심실의 박출률(심장의 펌프 기능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3일 이내 회복됐고, 10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심실 박출률은 경기 직후 중앙값 52.4%에서 47.6%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경기 1일째에는 50.7%로 감소 폭이 줄었다. 3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10년이 지난 후에도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산소를 혈액에 실어 온몸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박출률과 이완 기능에서도 소폭의 변화가 관찰됐다. 하지만 정상 범위 내에 들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심실과 좌심실의 박출률은 트로포닌 T(troponin T)의 농도와 3차원 심장 초음파 검사 등으로 평가했다. 트로포닌 T는 심근 괴사의 대표적 지표로 알려진 단백질이다. 다만 마라톤과 같은 극심한 운동 후에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이는 병적 손상과는 다르다.연구진은 마라톤 직후 나타나는 트로포닌 T의 일시적 증가가 10년간의 지구력 훈련과 대회를 거친 뒤 우심실 박출률이나 좌심실 박출률의 변화와 연관이 없었다고 보고했다.마라톤 달리기는 우심실 수축 기능의 급격하고 측정할 수 있는 저하를 유발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며 대부분의 취미 수준 남성 마라토너에서 10년에 걸친 장기적인 우심실 기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설명.다만 이 연구는 비교적 건강한 중년 남성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로, 엘리트 선수나 울트라 마라톤 같은 초장거리 대회 참가자, 여성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훈련 강도와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무리한 운동은 경계해야 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고지방 치즈와 고지방 크림을 많이 섭취하면, 장기적으로 치매 발병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지방 치즈와 고지방 크림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연관성만을 보여준다.고지방 치즈는 지방 함량이 20% 이상인 치즈로 체더·브리·고다 치즈 등이 해당한다. 고지방 크림은 대개 지방 함량이 30~40%이며 휘핑·더블·클로티드 크림 등이 포함된다. 매장에서는 흔히 전지방(full-fat) 제품으로 표시된다.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의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제품 중 고지방 치즈·크림 만이 인지 기능 보호 효과가 있었다. 저지방 치즈·크림, 우유, 버터, 요구르트 등 다른 유제품은 치매 위험 감소와 무관했다.연구를 주도한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영양역학자 에밀리 소네스테트(Emily Sonestedt) 조교수는 “수십 년 동안 고지방 식단과 저지방 식단을 둘러싼 논쟁은 건강 지침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때로는 치즈를 제한해야 할 건강하지 않은 식품으로 분류하기도 했다”며 “이번 연구는 일부 고지방 유제품이 오히려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지방과 뇌 건강에 대한 오랜 통념에 도전하는 결과”라고 말했다.연구진은 연구 시작 시 평균 나이 58세인 스웨덴 성인 2만 7670명을 평균 25년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1주일간의 식사 기록을 작성했고, 지난 몇 년간 특정 식품을 얼마나 자주 섭취했는지에 대한 설문에 응답했다. 또한 음식 조리 방식에 관해서도 연구진과 대화했다.연구 기간 내 총 320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연구진은 하루 고지방 치즈 50g 이상 섭취한 사람들과 15g 미만 섭취한 사람들을 비교했다. 고지방 치즈를 많이 섭취한 그룹에서는 10%가 치매에 걸렸다. 반면 적게 섭취한 쪽에서는 13%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나이, 성별, 교육 수준, 전체 식단의 품질을 보정한 뒤 분석한 결과, 고지방 치즈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적게 먹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13% 낮았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29%까지 위험이 감소했다.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와도 관련이 있었지만, 이 병의 유전적 위험 요인인 APOE e4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만 이러한 효과가 관찰됐다. 다시 말해 APOE ε4 유전자 변이를 최소 1개 보유한 사람(전체 인구의 15~20%)은 어떤 종류의 유제품을 섭취하든 이점을 얻지 못했다.연구진은 또한 하루 고지방 크림을 20g 이상 섭취한 사람들과 전혀 먹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했다. 20g은 헤비 휘핑크림 약 1.4큰술에 해당한다. 이는 권장 섭취량(1~2큰술) 범위에 포함되는 양이다. 헤비 휘핑크림은 생크림보다 지방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비슷한 보정을 거친 뒤 분석한 결과, 고지방 크림을 매일 섭취한 사람들은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위험이 16% 낮았다.이번 연구 결과가 고지방 치즈와 고지방 크림을 많이 먹으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관찰연구의 한계상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스웨덴인만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인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스웨덴에서는 대개 치즈를 가열하지 않고 섭취한다. 하지만 다른 식 문화권에서는 치즈를 가열해 먹는 경우가 많다.한편, 지난 11월 에서도 치즈를 매주 한 번 이상 먹으면 치매 위험이 최대 2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적당한 음주는 심장에 좋다.”한때 상식처럼 통했으나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이 말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가 지난 7월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발표한 과학적 검토 논문에서, 하루 1~2잔의 가벼운 음주는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정리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결론을 두고 의료계와 공중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방울의 알코올도 암 위험을 높인다”라는 최신 연구 결과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이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논쟁을 뉴욕타임스가 정리해 보도했다.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오래전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구강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최소 7가지 이상의 암 발생 위험이 음주량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소량·경도 음주에서도 암 위험이 상승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고했다.그런데도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 질환만을 기준으로 “가벼운 음주는 해롭지 않을 수 있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협회 측은 “이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심장 전문의를 위한 학술적 검토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메시지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핵심은 근거의 질이다. 해당 논문이 주로 인용한 연구들은 대부분 관찰연구다. 관찰연구는 음주와 질병의 ‘연관성’은 보여줄 수 있지만, 원인과 결과, 즉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할 수는 없다. 소량의 술이 건강에 좋다는 이론은 존스홉킨스대 인체 생물학 교수였던 레이먼드 펄 박사가 1920년대 처음 제시했다. 이른바 ‘J자형 곡선’ 모델이다. 그의 관찰연구에 따르면 과음자는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J의 오른쪽 위), 가벼운 음주자는 사망률이 가장 낮았으며(J의 바닥), 금주자는 가벼운 음주자보다는 사망률이 높지만, 과음자보다는 낮았다(J의 왼쪽 끝).하지만 2000년대 초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과거 연구에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는 이미 질병 때문에 술을 끊은 사람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고,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멘델리안 무작위 분석’ 연구들이다. 이 연구들은 술을 잘 못 마시게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분석했다. 체질 때문에 평생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이들은 J자형 곡선과 달리 심혈관 질환이나 조기 사망 위험이 가벼운 음주자와 비교해 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적당한 음주가 심장을 보호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비판자들은 “심장에 약간의 이점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암·부정맥·고혈압·뇌졸중 위험을 함께 고려하면 결코 음주를 권장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특히 ‘하루 한두 잔이 괜찮다’라는 메시지는 대중에게 왜곡되어 전달되기 쉽고, 음주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유럽 심장 네트워크(European Heart Net 세계심장 연맹(World Heart Federation) 같은 단체들은 적당한 음주 역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한다.이번 논문은 AHA의 기존 식이·생활 습관 권고인 ‘알코올 섭취는 제한하거나 가능하면 하지 말 것’, 그리고 2023년 발표한 ‘안전한 알코올 섭취 수준은 없다’라는 발표와도 어긋나는 듯 보인다.AHA의 태도 변화는 실제 미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식이 지침 개정을 앞두고 지난 9월, 알코올이 최소 7가지 암과 연관돼 있으며 하루 한 잔만 마셔도 구강암과 식도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을 강조한 보고서를 철회했다. 대신 행정부는 적당한 음주자가 금주자보다 심근경색 위험과 전체 사망률이 낮다고 결론 내린 또 다른 보고서를 식이 지침 논의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음주 제한을 더 엄격히 강화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 역시 여성의 경우 음주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인정했다. 현재 미국인 식이 지침에서는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까지를 허용하고 있다. (1잔은 순수 알코올 14g으로 맥주 355㎖, 와인 150㎖, 증류주 45㎖에 해당한다.)일련의 변화에 미국 주류업계의 로비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이번 건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큰 결론을 정책 근거로 삼는 순간, 그 피해는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소주 한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자기 체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정도의 음주조차 심장 건강을 해치고, 특히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내 연구진은 심혈관 건강에 있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음주량은 없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국내에선 암에 이어 2위다.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이대인·강동오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심혈관센터 김선원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와 심혈관 질환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단 한 잔의 음주도 심장 리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적당한 음주가 심혈관 건강에 좋다”는 근거 불분명그동안 일부 연구에서는 경·중등도 음주가 특정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돼 왔다. 하지만 연구마다 대상 질환과 음주 습관, 개인 특성이 달라 결과가 엇갈렸고, 이를 바탕으로 명확한 임상 지침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이에 연구팀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 무작위 임상시험, 멘델리안 무작위 분석, 기초 병태생리 연구를 종합 검토해 단순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패턴, 개인의 유전적·생물학적 차이가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양을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알코올, 몸속에서 어떻게 심장을 망가뜨리나?연구진은 알코올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했다.1차 유발 단계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염증 반응이 활성화하면서 에너지 대사 균형이 깨진다.2차 매개 단계일차적인 생물학적 변화는 뇌와 자율신경계의 조정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호르몬과 면역 체계의 균형을 저해한다.최종 장기 반응그 결과 혈소판 응집과 혈전 형성 촉진, 혈관 염증과 동맥경화가 가속화한다. 이에 따라 심장과 뇌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이 누적된다.이러한 연쇄 반응이 반복되면 결국 심방세동, 뇌졸중, 심부전 등 중증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한 잔만 마셔도” 심방세동 위험 증가질환별 분석 결과는 더욱 분명했다.소주 한 잔 수준의 소량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주당 소주 6~7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섭취하면, 심방세동 위험이 비음주자보다 약 8% 증가했다.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심방세동 위험은 비례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소주 1병을 넘는 폭음은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나아가 이러한 음주로 의한 심방세동 발생 증가는 색전성 뇌졸중과 심부전 등 심혈관 사건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논문 제1 저자인 이대인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졸중·심부전·돌연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평소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며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환자라면 소량의 음주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데 큰 학문적·임상적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술에 약한 체질 많은 아시아인 더 위험연구진은 유전자에 따른 차이도 함께 분석했다.그 결과,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ALDH2·ADH1B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체내에 독성 알코올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더 오래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혈관 염증과 심장 전기 신호 이상이 더 쉽게 발생했다. 이는 이른바 ‘술이 약한 체질’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소량 음주라도 심방세동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혈압·심근경색·사망 위험까지 증가연구에서는 음주로 인한 추가 위험도 확인됐다.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12g(소주 약 1.5잔)을 초과할 때 고혈압 발생 위험의 지속 증가 경향이 관찰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다,폭음은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 위험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심근경색 병력 가진 환자에서 음주 시 사망 위험이 더욱 뚜렷했다.주 1회 이상 소주 1병(알코올 50g) 초과 과음이나 폭음 습관 역시 관상동맥질환 위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됐다.술, 줄이는 게 아니라 끊는 게 안전논문 공동 제1 저자인 김선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음주가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섭취량 기준으로 판단하던 기존 관점을 넘어, 개인의 유전자적 특성, 기저 질환, 음주 패턴에 따라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교신 저자인 강동오 교수는 “이번 결과는 향후 국내 음주 가이드라인 개정과 고위험군 관리 전략 수립 및 환자 맞춤형 예방·치료 정책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Trend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초청 리뷰 논문으로 게재됐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인간의 신체 능력은 19~36세 사이에 정점에 도달한 뒤, 35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라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다시 말해, 어느 나이에서든 신체 활동을 시작하면 모든 체력 영역에서 유의미한 향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카롤린스카 의과대학)는 ‘스웨덴 신체 활동 및 체력 연구’(Swedish Physical Activity and Fitness study)의 일환으로 1958년 출생한 남녀 수백 명(남성 222명·여성 205명)을 16세부터 63세까지 47년간 추적 관찰하며 이들의 체력·근력·근지구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탐구했다.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남녀 모두 36세 이전에 신체 능력의 정점에 도달하며, 약 40세 이후부터 모든 체력 지표가 유사한 양상으로 점점 더 빠르게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이 연구의 핵심이다. 정점 이후 연간 감소율은 첫 10년 동안 평균 1% 미만이었으나, 관찰 기간의 마지막 10년(53~63세 구간)에는 연 2% 이상으로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남녀 모두에서 정점 연령 대비 63세까지의 신체 능력 손실은 약 37%(30~48%)에 달했다.신체 능력의 정점 도달 시기와 이후 나타나는 비선형적 감소 양상은 엘리트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그러나 정점 이후 누적 손실 폭과 연간 감소율은 운동선수보다 일반 인구에서 더 컸다. 63세 시점에서 일반인(이번 연구 참가자들)들은 유산소 능력과 근지구력에서 정점의 약 65%만 유지했다. 반면, 같은 나이의 운동선수들은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긍정적인 발견도 있었다. 운동은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다.신체 활동은 절대적인 신체 능력 수준과 나이 관련 감소 속도 모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16세 시점에 여가 시간 신체 활동이 활발했던 사람들은 전 생애에 걸쳐 더 높은 유산소 능력, 근지구력, 근력을 유지했다. 이는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신체 기능 유지에 중요함을 보여준다.고무적인 점은 성인이 된 이후에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 역시 몇 살에 시작했는지에 상관없이 신체 능력이 5~10%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시절의 운동 부족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남긴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결과다. 특히 “신체 활동이 근감소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근거 기반 중재라는 점에서, 임상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연구를 이끈 카롤린스카 연구소 임상검사 의학과의 마리아 베스테르스탈(Maria Westerstahl) 조교수는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이번 연구는 신체 활동이 신체 능력 저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왜 모든 사람이 약 35세 전후에 최고 신체 능력에 도달하는지, 그리고 왜 운동이 신체 능력 저하를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하는지에 대한 기전을 앞으로 더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바나나는 논쟁적인 과일이다. 달콤한 맛 때문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과일’로 오해받기 쉽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꺼리는 식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나나는 어떻게, 얼마나,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며 “잘만 먹으면 혈당 걱정 없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과일”이라고 말한다.바나나와 혈당의 관계는 혈당 지수(GI)와 혈당 부하 지수(GL), 익은 정도, 식이섬유 함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당뇨·영양 전문가들이 미국 건강 전문 매체 이팅웰(EatingWell)을 통해 설명했다.혈당 지수 vs 혈당 부하 지수, 무엇이 다를까?혈당 지수(GI)는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바나나의 GI는 약 42~62로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 이 수치만 보면 혈당을 제법 올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GI만으로 음식의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혈당 부하 지수(GL)다. GL은 혈당이 오르는 속도(GI)에 더해, 1회 섭취량에 함유된 탄수화물의 총량을 반영해 혈당 상승 크기를 추산하는 지표다. 다시 말해, 얼마나 먹는지, 또한 무엇과 함께 먹는지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중간 크기의 바나나 1개는 GL이 중간 수준으로, 균형 잡힌 식사의 일부로 섭취하면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큰 바나나를 단독으로 먹으면 혈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덜 익은 바나나, 혈당 관리에 더 유리한 이유바나나의 익은 정도도 혈당 반응에 영향을 준다. 초록빛이 도는 덜 익은 바나나에는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데, 이는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식이섬유처럼 작용해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며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반면 바나나가 노랗게 변하고 갈색 반점이 생길수록 저항성 전분은 줄고, 단순당 비중이 늘어나 혈당이 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다만 전문가들은 “잘 익은 바나나도 과자나 설탕이 든 디저트에 비하면 혈당 상승 폭은 훨씬 완만하다”라고 설명한다.식이섬유가 혈당 상승 늦춰바나나에는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가 모두 들어 있다. 물에 녹아 체내에서 분해가 되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화와 당 흡수를 늦춰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돕는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의 체내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두 가지 식이섬유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바나나는 같은 탄수화물 함량을 가진 쿠키·크래커 같은 가공 간식보다 혈당을 훨씬 안정적으로 올린다.혈당 걱정 줄이는 ‘똑똑한 바나나 섭취법’바나나가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다음과 같은 섭취 요령을 참고하면 된다.단백질·지방과 함께 먹기: 바나나를 요거트, 견과류, 땅콩버터 등과 함께 먹으면 소화가 느려져 혈당 상승이 완만해진다.양 조절하기: 큰 바나나보다는 작은~중간 크기가 적당하다.덜 익은 바나나 선택하기: 꼭지 쪽이 약간 초록빛을 띠는 바나나가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식사 일부로 섭취하기: 공복에 단독으로 먹기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에 곁들여 먹거나 간식의 일부로 먹는 것이 좋다.‘당 많은 과일’이 아니라 ‘활용하기 나름인 과일’바나나는 혈당을 급등케 하는 탄수화물 덩어리가 아니다. 심장 건강과 혈압 조절에 중요한 칼륨,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비타민 B6, 염증 감소에 도움이 되는 카테킨과 도파민 같은 항산화 물질 등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도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바나나는 무조건 피해야 할 과일이 아니라, 혈당 지수와 혈당 부하 지수의 차이를 이해하고 섭취 방법을 조절하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고 강조한다.달콤한 맛만 보고 바나나를 멀리하기보다, △단백질·건강한 지방과 함께 먹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조합하며 △적당한 양과 덜 익은 바나나를 선택하는 전략을 활용한다면 바나나는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과일이 될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면서 성격이 눈에 띄게 변하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말과 행동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인의 전두측두엽치매는 서양 환자와 증상이 뚜렷하게 달라, 기존 국제 진단 기준만으로는 놓칠 위험이 있으므로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진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11개 병원에서 모집한 조발성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225명의 임상 정보와 뇌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 환자의 증상이 서양 환자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기억력보다 ‘성격 변화’가 먼저전두측두엽치매는 주로 50~6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퇴행성 치매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기억력 저하보다는 성격 변화, 감정 둔화, 언어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이 치매는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실어증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로 2022년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사실이 공개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얼굴 못 알아봐도’ 치매 진단에서 빠질 수 있다?연구진이 주목한 유형은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rtvFTD)다. 이 유형은 얼굴 인식과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돼, 가족이나 지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감정 반응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난다.문제는 아직 이 유형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진단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서양에서 제안된 두 가지 진단 기준을 한국인 환자에게 적용해 봤다.그 결과, 얼굴 인식 장애는 한국인과 서양인 환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지만,기억력 저하·우울증·공감 능력 감소·강박적 사고 등은 한국인 환자에게서는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반면, 충동적인 말과 행동을 참지 못하는 ‘탈억제’ 증상은 한국인 환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자주 관찰됐다.뇌영상은 같지만, 임상 증상은 달라MRI 분석에서는 얼굴 인식과 관련된 우측 측두엽과 방추회(얼굴을 인식하는 뇌 부위)의 위축이 한국인 환자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즉, 뇌 손상 부위는 서양인과 비슷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문화와 인구 특성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이로 인해,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기억력 저하나 우울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한국인 환자는 서양 기준에 따르면 해당 치매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형 진단 기준 필요”연구를 주도한 김은주 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인 환자의 임상 양상과 문화적 행동 특성을 고려하면, 기존 국제 기준만으로는 우측 측두엽변이 전두측두엽치매를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며 한국형 진단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뇌질환연구과장은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감정이 둔해지는 변화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진단 기준 개발을 위해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걱정·불안이 많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성격 특징인 신경증(neuroticism) 성향의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실하고 외향적일수록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아일랜드 리머릭대학교(University of Limerick·UL)가 주도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웨스트버지니아대·노스웨스턴대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4개 대륙에서 수행한 다수의 종단 연구를 종합 분석해 성격 특성이 수명 및 사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권위 있는 학술지 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총 56만 9859명, 599만 7667인년(person-years), 4만 3851건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주요 성격 특성인 신경증,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과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살펴봤다.그 결과,-성인의 경우, 불안·걱정·정서적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증 성향이 높을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직적이고 자기 통제가 강한 성향을 의미하는 성실성이 높을수록 사망 위험은 낮아졌다.-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외향성 역시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연령은 신경증과 사망 위험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 그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외향성과 사망 위험의 연관성은 일부 국가(미국과 호주)에서 특히 뚜렷했으며, 일본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외향적 성향이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대부분의 연구에서 개방성과 친화성은 사망 위험이나 건강 결과와 약하거나 유의하지 않은 연관성을 보였다.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 신경증의 경우, 기존 문헌에서도 세포 노화 지표인 텔로미어 단축과 관련된 노화 가속, 세포 내 발전소로 통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인지 저하, 치매 위험 증가 등 다양한 건강 결과와 연관되어 있다고 연구진은 짚었다.연구를 이끈 마이레 맥기한 UL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연구들을 종합한 이번 리뷰는 성격이 수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며 “우리의 사고방식과 감정, 행동 양식은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사는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성격은 건강과 장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영향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전통적인 공중 보건 결정 요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늙은 피’는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된 뇌 변화를 가속화 할 수 있지만, ‘젊은 피’는 이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치매 원인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런데 최근 ‘혈액의 나이’가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학술지 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젊은 동물의 혈액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보호 효과를 보였지만, 나이 든 동물의 혈액은 오히려 신경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칠레와 미국 공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널리 사용하는 유전자 변형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생쥐들에게 30주 동안 매주 젊은 생쥐 또는 나이 든 생쥐에서 채취한 혈액을 주입한 뒤, 기억력과 뇌 변화를 관찰했다.결과는 명확했다.노화한 쥐에서 뽑은 ‘늙은 혈액’을 수혈한 생쥐는 기억력이 더 빨리 저하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더 많이 축적됐다. 반면, 젊은 혈액을 공급받은 생쥐는 이러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화되거나 늦춰지는 경향을 보였다.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주로 뇌 안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노화 관련 인자가 뇌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연구진은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물질들이 뇌의 신경세포 간 연결, 칼슘 신호,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즉, 노화한 혈액은 뇌에 ‘나쁜 신호’를 보내 질병을 촉진하고, 젊은 혈액은 상대적으로 ‘보호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가 “젊은 피를 수혈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선을 긋는다. 이 같은 결과는 혈액 속 특정 물질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을 더욱 강화한다. 해당 물질들을 찾아내 표적 치료하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가능성이 있다.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단순히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액을 포함한 전신 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만성 염증 관리 등 혈액과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술자리가 빈번해지는 연말이다. 술을 마시면 라면 생각이 유독 간절해진다. 왜일까?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술 마신 뒤 라면이 생각나는 이유첫째, 저혈당 때문이다.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간은 이를 해독하기 위해 많은 양의 포도당과 수분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떨어지고, 그 여파로 뇌에 공급할 에너지가 줄어든다. 이러한 저혈당 상태는 음주 2~3시간 후에 일어난다. 혈당을 올릴 음식이 당기는 것이다.라면은 흰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 만들어 혈당지수(GI)가 높다. 먹자마자 혈당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품이다.둘째, 수분과 전해질 손실 때문이다.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일으켜 소변량을 늘린다. 이때 체내의 수분뿐만 아니라 나트륨 등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간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라면 국물은 이러한 갈증과 전해질 욕구를 순간적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술은 식욕을 자극2017년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이 식욕을 유발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안주를 충분히 먹었더라도 술을 마신 뒤 배고픔이 느껴지는 이유다. 이 또한 음주 후 라면을 찾는 간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라면, 숙면 방해하지만 라면은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 국내 시판 라면 대부분은 흰 밀가루를 팜유로 튀겨 만든다. 팜유에는 포화지방산이 많아 과다 섭취 시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라면수프에는 나트륨도 많이 들어있다. 라면 한 봉지에 1500~2000㎎이 들어있다. 면에도 나트륨이 첨가돼 있다. 라면 한 봉지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섭취 권장량(2000㎎)을 충족한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라면은 소화가 느린 음식이다. 자는 동안에도 위가 계속 일을 해야 하므로 숙면을 방해한다.■ 라면 대신 뭘 먹을까?음주 후 무언가 먹고 싶다면, 라면 대신 다음과 같은 음식을 먹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이온 음료: 수분과 전해질을 빠르게 보충아이스크림: 당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위 부담이 적음과일: 수분·비타민·천연 당을 동시에 공급■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거짓알코올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적당히 마시면 보약’이라는 통설 또한 거짓으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술을 마신다.스트레스 완화나 사회적 친밀감 증진과 같은 ‘심리적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가 꼭 필요하다.WHO는 남성의 경우 한 번에 순수 알코올 60g(소주 약 7잔·맥주 500㎖ 약 3캔), 여성은 40g(소주 약 5잔·500㎖ 약 2캔) 이상을 마실 때 과음으로 본다. ■ 건강을 위한 음주 요령질병관리청은 생활 속 음주 관리법으로 되도록 술을 마시지 말고, 마신다면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마시고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고한다.‘원샷’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오르며 인체에 큰 부담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술자리 약속이 잡혔다면 미리 적정 음주량을 정하고, 마신 뒤 적어도 3일은 금주해 간의 회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암 유발 위험이 매우 큰 유전자를 지닌 줄 모른 남성이 기증한 정자가 유럽 전역에서 최소 197명의 아기 출생에 사용된 사실이 유럽 14개 공영방송 합동 조사에서 밝혀졌다.문제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 중 일부는 이미 암으로 사망했으며, 해당 유전자를 물려받은 대다수 아이는 평생 암 발병 위험이 매우 크다고 유전학자들은 우려했다.BBC, DW 등 유럽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 남성은 본인이 희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실을 모른 채 학생이던 2005년부터 정자를 기증했다. 이후 17년 동안 여러 국가에서 그의 정자가 난임 치료에 사용됐다.기증자는 건강했고, 유럽 정자은행(European Sperm Bank) 기증자로 등록할 때 기증자 검사도 문제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도 전 그의 일부 세포에서 DNA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돌연변이는 TP53 유전자에 생겼는데, TP53은 우리 몸의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핵심 유전자다. TP53 돌연변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이라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유발한다.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평생 약 90%의 확률로 암이 발생한다. 특히 어린 시절 각종 소아암과 성인이 된 후 유방암 발병 위험이 매우 크다. 기증자의 신체 세포 대부분은 정상 TP53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정자의 최대 20%가 TP53 돌연변이를 포함하고 있었다. 해당 변이가 있는 정자로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신체의 모든 세포에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니게 된다. 이게 바로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이다.암 유전학자인 클레어 턴블 런던 암연구소 교수는 “끔찍한 진단이다. 가족에게는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BBC에 말했다.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매년 전신 MRI, 뇌 MRI, 복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며, 여성은 유방암 위험 때문에 젊은 나이에 유방 절제술을 선택하는 예도 많다.이번 사건은 기증 정자와 관련된 암 사례에 주목한 의사들이 지난 5월 열린 유럽 인간 유전학회(ESG)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드러났다.당시 동일인의 기증 정자로 태어난 사실이 확인된 67건 가운데 23명이 TP53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중 10명은 이미 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조사를 맡은 유럽방송연맹(EBU) 탐사 저널리즘 네트워크에 참여한 기자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4개 국가에서 최소 197명의 아이가 이 남성의 기증 정자로 태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아이가 실제로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아직 자료 확보가 안 된 국가도 있어 실제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문제가 된 정자는 덴마크에 본사를 둔 유럽 정자은행에서 14개국 67개 생식의학 클리닉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국가는 나라별로 한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에 관한 규정이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동일 기증자의 정자 사용을 제한하는 법은 없다.유럽 정자은행은 해당 정자의 ‘과도한 사용’을 인정하며, 영향을 받은 가족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은행 측은 또한 “해당 돌연변이는 기존 선별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유형이었으며, 문제가 드러나자 즉시 기증자를 차단했다”라고 밝혔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다크 초콜릿에 들어 있는 성분이 신체의 생물학적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연구진은 코코아나무 씨앗에서 추출하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식물성 알칼로이드가 혈액 내에서 높게 나타날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젊게 측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칼로이드는 질소를 함유한 염기성 유기화합물을 가리킨다.)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영국인 509명과 독일인 1160명을 합친 166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혈액에서 테오브로민 농도를 측정한 뒤, DNA 메틸화 패턴과 텔로미어 길이 등 생물학적 노화의 분자적 지표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테오브로민 수치가 높을수록 실제 나이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가 더 젊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후성유전학자 조르다나 벨(Jordana Bell) 교수는 “다크 초콜릿의 주요 성분이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일상적인 식품이 건강과 장수에 관한 어떤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연구진은 코코아와 커피에 들어 있는 다른 성분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조사했지만, 테오브로민만이 독특한 연관성을 보였다. 테오브로민은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인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기침을 완화하는 전문 의약품 성분으로도 쓰인다. 다만 해당 성분의 의약품 복용 시 어지러움·구역·두통·복통 등 부작용 유발 우려가 있어 2023년 11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반입 차단 대상에 포함됐다. 인간에게는 비교적 안전하게 작용하지만 동물(특히 개, 고양이 등)에게는 근육경련, 호흡곤란, 설사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식물성 화합물이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후성유전)에 영향을 미쳐 노화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관계를 잘 이해하면 노화뿐 아니라 희소 질환 치료의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테오브로민이 어떻게 세포 내 기전을 조절하는지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테오브로민 단독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크 초콜릿의 폴리페놀과 같은 다른 성분과의 상호작용 때문인지도 살펴볼 계획이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고무적이라고 하더라도 “다크 초콜릿을 많이 먹을수록 더 젊어진다”라는 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크 초콜릿에는 설탕, 지방, 기타 첨가 성분도 들어있으므로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이 반드시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차단하는 정책을 10일부터 시행한 가운데, 아이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집중력 저하·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A) 발생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호주 정부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미국 어린이 8300여 명을 10세부터 14세까지 4년간 추적 관찰해 소셜미디어 사용이 부주의 증상(inattention symptom) 증가와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에 8일(현지 시각) 게재 됐다.아이들은 하루 평균 2.3시간 동안 TV나 온라인 비디오(유튜브 등) 시청, 1.5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 그리고 1.4시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비디오 게임이나 TV·유튜브 시청과 ADHD 관련 증상(집중력 저하·과잉행동·충동성 등) 사이에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셜미디어 사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주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유전적 소인, 가계 소득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 등을 통제한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연구진은 주의산만이 증가할수록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지, 즉 반대 방향의 영향도 존재하는 살펴봤다. 결과는 ‘아니오’ 였다. 영향은 한쪽 방향으로만 나타났다.이에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사용과 부주의 증상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으며, 이는 인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소셜미디어 사용이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간 ‘디지털 미디어가 도파민(쾌락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주의력을 떨어뜨린다’라는 가설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연구는 그중 소셜 미디어와의 관련성만을 시사한다.연구 공동 저자인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인지 신경과학자 토겔 클링베리(Torkel Klingberg)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은 아이들에게 지속적 산만함을 초래하여 집중을 방해한다”라고 설명했다.그는 연구 보도자료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연구 관련 글에서 “소셜미디어는 메시지와 알림 형태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메시지 자체는 방해가 되지 않더라도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려는 생각만으로도 인지적 산만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해는 순간적으로 집중을 깨뜨리지만, 수개월·수년 동안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집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반면 게임은 하루 종일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도록 요구해 소셜미디어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 개인 수준에선 ‘크지 않지만’, 인구 전체에는 큰 영향소셜미디어의 악영향은 개인 수준에서는 통계적으로 크지 않았다. 정상 범위의 주의력을 가진 아이가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다고 해서 곧바로 ADHD 진단을 받을 수준으로 나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구 전체의 부주의 수준이 조금만 증간해도 진단 기준을 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짚었다.이론적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체 인구가 소셜미디어 사용을 1시간 늘릴 경우, ADHD 진단은 약 30% 증가할 수 있다.실제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ADHD 진단율 상승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클링베리 교수는 지난 10~20년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이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증가했다는 여러 자료가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10대는 하루 약 5시간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상당 시간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미국 전국 아동 건강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ADHD 유병률은 2003~07년 9.5%에서 2020~22년 11.3%로 증가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사실상 ‘0’에서 하루 5시간까지 늘어난 사이 생긴 변화다.이에 호주 당국의 조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관련 법을 제정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적용 대상은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10개 소셜미디어이며, 향후 다른 소셜미디어도 추가될 수 있다.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이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이용자는 로그인을 하지 않은 채해당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접근할 순 있다.그럼에도 호주 정부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보유를 막으면 소셜미디어의 가장 해로운 요소인 알고리즘이나 푸시 알림 같은 중독성 있는 기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이 조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는 꽤 오랫동안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축적된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들도 호주를 따라야 할지 모른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매일 8캔의 고(高)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신 50대 남성이 뇌졸중을 겪은 사례가 에 소개됐다.논문을 작성한 영국 노팅엄대학병원 의사들은 에너지 음료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음료의 판매와 광고에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BMJ에 따르면, 평소 건강하던 이 남성은 감각 인지와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시상(視床) 부위에 뇌졸중이 발생했다. 증상은 왼쪽 신체의 힘 빠짐과 감각 저하, 균형·보행·삼킴·말하기 어려움 등으로, 이를 통틀어 ‘운동 실조증’이라고 한다.병원에 왔을 때 그의 혈압은 254/150㎜Hg로 정상 혈압 120/80㎜Hg보다 극히 높았다. 혈압을 낮추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자 수축기 혈압이 170까지 떨어졌다. 이차성 고혈압 검사(호르몬 이상, 콩팥 질환, 혈관 기형, 약물 등)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하지만 퇴원 후 다시 혈압이 상승했으며, 약물 용량을 늘렸음에도 변함없이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의사들은 원인을 찾던 중 그가 하루 평균 에너지 음료 8캔을 마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캔에 카페인 160㎎이 들어 있었다. 그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거의 1300㎎으로 권장 최대 섭취량 400㎎의 3.25배에 달했다.그는 권고에 따라 카페인 음료 섭취 습관을 끊었다. 이후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혈압약도 더는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왼쪽 신체의 감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그는 “에너지 음료가 내 몸에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며 “8년이 지난 지금도 왼손과 손가락, 왼발과 발가락이 여전히 저린다”라고 말했다.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의사들은 많은 사람이 에너지 음료를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성을 지적했다.이들은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과 함께 당분 함량도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다른 여러 화학물질도 함유하고 있어 허혈성(혈액 공급 제한) 및 출혈성(뇌출혈)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음료 용기에 표기된 카페인 함량은 ‘순수 카페인’만을 뜻한다. 하지만 과라나(천연 카페인이 풍부한 식물로 카페인 음료의 원료로 사용) 같은 성분에는 커피콩의 두 배 농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의사들은 “타우린, 과라나, 인삼, 글루크로노락톤 등 다른 첨가물들의 상호작용이 카페인의 효과를 증폭해 여러 기전을 통해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에너지 음료 중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야(YA)이며 250㎖ 한 캔에 카페인 162.4㎎을 함유했다. 체중 50kg의 청소년이 이 음료 한 캔 마시면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125mg)의 130% 수준을 섭취하게 된다.몬스터(350㎖)는 93.8mg, 레드불(250)은 58.1mg이다.당류는 ‘몬스터에너지’가 38.6g으로 가장 높았다. 이 음료 한 캔을 마시면 첨가당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50g)의 77% 수준을 섭취하게 된다. 레드불은 26.3g의 당류를 포함한다.이번 건은 단일 사례보고이지만 저자들은 “현재 증거가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관련 문헌이 늘어나고 있으며,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이 매우 높은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과 사망률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고당 음료의 잘 알려진 건강 위해성을 고려할 때,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음료 판매 및 광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향후 뇌혈관·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과 성인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고 연방 보건 당국이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조사는 백신 접종으로 어린이들이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건의 일환이다.보건복지부 앤드루 닉슨 대변인은 “FDA는 코로나19 백신과 잠재적으로 연관된 사망 사례에 대해 여러 연령대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복수의 현지 주요 언론에 따르면, FDA에서 백신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고위 관계자인 비네이 프라사드는 지난달 유출된 내부 이메일에서, FDA가 백신 승인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설정할 것이며,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단순히 감염을 막는 항체 생성 여부만이 아니라, 시판 후 최소한 실제 질병으로부터 보호 효과를 입증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 같은 결정 배경과 관련해 “FDA의 안전성 자료를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최소 10명의 미국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망 위험이 극히 낮은 건강한 어린이들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접종 의무화에 떠밀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백신을 맞았다”라고 이메일을 통해 주장했다.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관련 조사 범위를 확대해 성인의 사망 가능성까지 살펴보고 있다는 소식은 블룸버그 통신이 가장 먼저 보도했다. 백신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가 이끄는 보건복지부는 지난봄 임신한 여성이나 아동에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기로 하는 등 백신 정책을 변경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기술 기반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 개발에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취소하기도 했다.프라사드 FDA 생물의약품 평가센터장의 백신 승인 기준 변경 계획이 공개된 후 전직 FDA 국장 12명은 지난주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기고문에서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감염병 대응 능력을 약화하고, 취약 계층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12명의 저자들은 “백신 안전성, 유효성, 가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규제 모델을 훼손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조치들, 그리고 이 조치들이 부과되는 일방적 방식 탓에 공익이 훼손된다”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FDA의 새 기준이 비과학적이며 협업과 토론을 막는다고 지적했다.한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금융 분석가들은 프라사드 센터장의 이메일에 언급된 더욱 엄격한 검토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하며, 해당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워싱턴포스트는 이에 앞서 프라사드 센터장의 계획은 케네디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이메일 발송 또한 장관과 논의 없이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밤잠을 7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더 짧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는 미국 전역의 모든 카운티(한국의 군 또는 구와 비슷) 3141곳의 수면 패턴과 기대수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 이 결과는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부유한 지역이든, 의료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 지역이든 상관없이 거의 똑같이 나타났다.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OHSU) 연구진은 미국 내 카운티별 평균 수명과 질병통제센터(CDC)에서 2019~2025년 해마다 수집한 수면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주민 비율이 높은 카운티는 예외 없이 기대수명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 패턴은 흡연, 비만, 신체 활동 부족 등 다른 주요 건강위험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거의 모든 주에서 매년 동일하게 반복됐다. 주목할 점은, 여러 생활 습관 중 수면 부족이 흡연 다음으로 수명과의 연관성이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음식이나 운동보다도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비만과 당뇨병을 추가해 다시 분석했을 때도 흡연과 비만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사망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국제 학술지 ‘’에 8일(현지 시각) 게재된 논문의 책임 저자인 OHSU의 수면 생리학자 앤드류 맥힐 교수는 “수면 시간이 수명과 이렇게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줄 몰랐다. 우리는 수면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며 “사람들은 가능하면 7~9시간의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대학 보도 자료에서 말했다.이번 연구에선 수면 부족이 기대수명을 단축하는 기전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맥힐 교수는 수면 부족이 심혈관 건강, 면역 체계,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리학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이번 연구는 수면 시간과 기대수명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관찰 연구로 수면 부족이 직접적으로 수명을 단축한다는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또한 개인의 의학적 상태, 약물 복용, 특정 수면 장애, 수면의 질 같은 요소들을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매우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럴 때 실내에서 가습기를 사용하면 독감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다. 겨울은 기온이 낮고 건조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의 생존력이 더욱 높아진다. 독감이 특히 추운 계절에 잘 걸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에 모여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그 과정에서 기침이나 재채기하며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비말)을 공기 중에 퍼뜨리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지나치게 습도가 낮은 공기도 문제다. 공기의 상대습도가 보통 30% 이하로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은 표면의 수분이 더 빠르게 증발해 미세 입자(비말 핵) 형태로 공기 중에 장시간 떠다닐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우리의 입·코·손을 거쳐 내부로 들어올 위험이 커진다.건조한 공기는 신체의 중요 방어막을 약화할 수도 있다. 우리의 비강과 기도를 덮고 있는 점막은 병원체를 걸러내 면역 체계가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데, 공기가 건조하면 이 보호막이 손상돼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반면 공기 중에 수분이 많으면 비말의 무게가 늘어나 바이러스를 더 빨리 바닥으로 가라앉힌다.주요 보건기구는 겨울철 실내 상대습도를 30~50%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전문가들은 천식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35~45%의 더 좁은 범위를 추천한다.가습기가 바이러스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2018년 학술지에 실린 한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가습기를 설치한 유치원 교실은 그렇지 않은 교실보다 독감 유사 질환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올 10월 에 발표한 공기청정기 관련 연구를 보면, 고효율 공기청정기 설치 초등학교 교실에서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줄었지만, 바이러스의 총량은 줄지 않았다. 연구 저자들은 상대습도가 높을수록, 특히 40% 이상일 때 바이러스 노출이 낮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기청정기만으로는 바이러스 총량을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했기 때문에 습도 조절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다만 습도가 60% 이상으로 너무 높아도 문제다. 특정 박테리아나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등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다. 여러 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겨울철 실내 습도는 40~50%가 이상적이다. 집이나 방 크기에 비해 너무 큰 가습기를 사용하면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번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가습기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감염병 전문가들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일 물을 교체하고, 주 1회 이상 살균 세척을 권장한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는 탱크 내부에서 얇은 막을 형성하여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물질을 흡입하면 폐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가습기 물은 수돗물이 권장된다. 수돗물에 함유된 미량의 염소가, 물탱크 내부의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초음파식 가습기는 수돗물 속 미네랄이 ‘백색가루’로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제조사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