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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제1·제2형)을 앓는 사람은 돌연 심장사(급성 심장사) 위험이 거의 4배에서 7배 가까이 높으며, 특히 50세 이하 젊은 층의 위험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돌연 심장사는 심장 관련 급성 증상이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발생하여 1시간 이내 사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율이 맺우 낮으며, 생존하더라도 뇌 손상을 동반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코펜하겐 대학병원 리그스호스피탈레(Copenhagen University Hospital Rigshospitale)의 토비아스 스키엘브레드(Tobias Skjelbred) 박사 연구팀은 2010년 덴마크 전체 사망자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 6862건의 돌연 심장사 사례를 추려냈다.그런 다음 해당 데이터를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 정보와 결합해 세 집단 사이의 돌연 심장사 발생률을 비교했다.그 결과, 제1형 당뇨병 환자는 돌연 심장사가 일반 인구보다 3.7배,제2형 당뇨병 환자는 6.5배 더 흔하게 발생했음을 확인했다.특히 50세 미만 젊은 성인에서 위험 증가가 매우 컸으며, 이 연령대의 당뇨병 환자는 돌연 심장사 위험이 일반인보다 7배 더 컸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30~40세, 제2형 당뇨병 환자는 40~50세에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연구진은 또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기대 수명은 14.2년. 제2형 당뇨병 환자는 7.9년 더 짧았으며, 이 중 제1형에서 3.4년, 제2형에서 2.7년은 돌연 심장사 때문에 단축된 것임을 확인했다.스키엘브레드 박사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모든 연령대에서 돌연 심장사가 더 자주 발생하며, 이는 이들의 짧아진 기대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돌연 심장사 위험이 증가하지만, 당뇨병 환자, 특히 50세 미만 젊은 환자에게서는 이 차이가 더욱 크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경고했다.당뇨병이 돌연 심장사와 연관되는 기전도 설명했다.“당뇨병은 허혈성 심장질환(심장에 혈액 공급 부족해 나타나는 질환) 발생을 촉진하는데, 이는 돌연 심장사의 핵심 기전이다. 또한 저혈당과 심장 자율 신경병증 같은 당뇨병 합병증은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여 돌연 심장사 위험을 키울 수 있다.”다만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스키엘브레드 박사 지적했다.연구진은 돌연 심장사 위험이 높다면 이식형 제세동기(ICD)를 장착할 수 있으므로, 다음 단계로 당뇨병 환자 중 예방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집단을 파악하고, 당뇨병 환자의 위험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는 에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꾼 진시황이 그토록 원했으나 끝내 찾지 못한 불로초를 현대과학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최근 학술지 에 ‘노쇠한 고령 생쥐에서 성별에 따른 장기적 노화 역전’(Sex-specific longitudinal reversal of aging in old frail mice)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옥시토신(oxytocin)과 Alk5 억제제(Alk5 inhibito)를 병용 투여하자 노쇠한 고령 수컷 생쥐에서 수명과 전반적 건강 상태가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반면 암컷 생쥐에게서는 같은 ‘회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성별 간 생물학적 차이가 노화 치료의 작용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연구진은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주요 생물학적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약물 병용 전략을 모색했다. 이는 단순히 노화를 억제하는 ‘항노화(anti-aging)’가 아니라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를 젊은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는 개념인 ‘노화 역전’ 연구다.옥시토신은 뇌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자 신경전달 물질로 사람 간 신뢰·유대감·애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흔히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출산 시 분만을 유도하고 수유 시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최근 노화 지연, 회복력 향상, 염증 완화 효과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고 있다. Alk5 억제제는 TGF-β 신호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 약물이다. ‘형질 전환 성장 인자 베타’라고 번역되는 TGF-β는 세포의 성장·염증·면역·조직 회복을 조절하는 강력한 신호 단백질이다. 젊을 때 TGF-β는 조직 회복을 돕고, 상처가 나면 면역 반응 조절, 세포가 필요할 때 성장하도록 조절 등 적절한 수준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노화한 조직에서는 TGF-β가 과도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염증·섬유화·회복력 저하·간과 근육 같은 조직의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Alk5 억제제는 노화 탓에 과도하게 작동하는 TGF-β 신호를 감소시켜 조직 건강을 회복하는 데 사용하는 약물이다.연구진은 25개월(사람 나이 75세에 해당) 된 노쇠한 수컷 생쥐에 ‘옥시토신+Alk5 억제제’(OT+A5i)를 정기적으로 투여했다.그 결과 병용 약물 투여 수컷 쥐는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투여 시점부터 기대 수명이 73% 증가했다. 사망 위험은 3분의 1로 낮아졌다. 또한 체력, 민첩성, 단기 기억 등 건강수명 또한 크게 개선되었다.하지만 암컷에게선 수명 연장이나 지속적 건강 개선과 같은 ‘노화 역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중년 암컷 생쥐에서 가임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관찰되었다.이러한 결과는 노화 중재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짚었다.이러한 약물 조합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연구진은 옥시토신은 이미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고, Alk5 억제제 역시 암 치료제로서 임상시험 단계에 있어, 이 조합 치료가 장차 인간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특히 매우 노쇠한 고령 수컷 생쥐에서 강력한 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OT+A5i는 미래에 고령의 노쇠한 남성의 수명과 건강수명을 유의미하게 연장할 수 있는 유망하고 임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연구진은 65세 이상 지원자 20명을 모집해 임상시험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소비자는 쇼핑 상황 중 ‘함께 사용할 물건을 사야 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R)와 조지메이슨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상황에 따른 소비자의 쇼핑 불안 수준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에 발표했다.공유를 위한 구매에는 데이트할 때 갈 식당 선택, 독서 모임에 가져갈 간식, 가족 여행에서 묵을 숙소 선택,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 때 친구들과 마실 맥주와 안주 종류 선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연구 공동 저자인 마거릿 캠벨(Margaret Campbell) UCR 경영대학 부학장·마케팅학과장은 “함께 사용할 물건을 고를 때 사람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잘 고를 수 있을지 자신감이 떨어진다. 둘 다 만족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잘못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UCR에 따르면, 연구진은 2000명 이상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다음 세 가지 상황을 비교했다.△자기 자신만을 위한 구매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한 구매(선물 등) △함께 사용할 물건을 위한 구매(공동 소비)연구진은 영화 볼 때 먹을 간식, 회의용 건강 음료, 승진 파티용 와인, 여행 일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을 할 때 참여자들이 겪는 불안 수준을 평가했다.그 결과, 공동 소비를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서 가장 큰 불안을 일으켰다.주목할 점은 불안이 생기는 이유였다. 그것은 선택의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책임감의 감정적 무게’가 크기 때문이었다.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밝혀졌다.상대의 취향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불안은 줄고 선택에 대한 확신은 증가했다. 그러나 그 취향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불안이 더 커지고 만족도는 떨어졌다.캠벨 교수는 “상대의 취향을 (이미 알고 있어) 추측하지 않아도 될 때 사람들은 더 편안해했다. 하지만 (공동 소비를 해야 할 무리 중 자신과 다른 취향의 사람이 있기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불안해진다”라고 말했다.연구진은 쇼핑 스트레스를 줄이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1) 상대방의 취향을 최대한 알아두기가능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부담이 작아진다.2) 쇼핑할 사람에게 “아무거나 사”라는 말은 금물“난 신경 안 써”, “네가 알아서 해” 같은 말은 쇼핑하는 사람의 불안을 오히려 증가시키고 관계에 해를 줄 수도 있다.3) 난처한 상황에선 안전한 선택 전략 활용취향이 제각각인 다수가 모인 상황에선 사용 후기가 대체로 좋은 무난한 제품 선택. 예를 들어 평점이 높은 영화나 리뷰가 좋은 식당을 선택하면 불안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캠벨 교수는 “함께 사용할 물건을 고르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다. 상대방을 실망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사회적 결정”이라며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곧 관계에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가 된다”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고혈압은 아니지먼 정상 범위보다 조금 높은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고혈압이 인지장애 위험을 1.2~1.5배 높이는 등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정상보다는 살짝 높은 상승 혈압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 인구 집단을 통해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정영희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종욱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혈압과 치매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최근호에 발표했다.한림대의료원에 따르면, 최근 약간 높은 혈압도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유럽심장학회는 2024년 지침을 개정하면서 고혈압 전 단계(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70~89mmHg) 구간을 ‘상승 혈압’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혈압 관리를 권고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과 2010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해 혈압 상태와 치매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대상자는 유럽심장학회 지침에 따라 ▲정상 혈압(수축기 120mmHg 미만이면서 이완기 70mmHg 미만) ▲상승 혈압(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70~89mmHg) ▲고혈압(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 또는 고혈압 진단·약물치료 중) 세 그룹으로 분류해 치매 발생률과 위험도를 비교했다.그 결과, 정상 혈압 그룹에 비해 상승 혈압 그룹과 고혈압 그룹 모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기간에 총 12만 1223건의 치매가 발생했으며, 이 중 76.6%가 알츠하이머병, 12.1%가 혈관성 치매였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의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은 1.6% 증가했으며 고혈압군에서는 전체 치매 위험이 2.9% 증가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은 16%, 고혈압 그룹은 37% 더 높게 나타나, 혈압이 높아질수록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연령대별 분석에서는 40~64세 중년층에서 혈압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뚜렷했다. 중년 연령대에서 상승 혈압 그룹은 정상 혈압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군은 33.8% 높았다.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혈압 상승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더욱 두드러졌다. 여성은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한 치매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나, 남성에서는 고혈압 그룹에서만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혈관 건강 악화, 호르몬 변화로 인해 협압 상승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교신저자인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럽심장학회가 제시한 ‘상승 혈압’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실제 치매 위험,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효함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수축기 혈압이 120mmHg를 넘거나 이완기 혈압이 70mmHg를 넘는 단계, 즉 고혈압으로 진단받기 전 상태부터라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이어 “특히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치매 예방을 위한 ‘조기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 교정 등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한편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는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유전적 요인 외에 △나트륨 및 가공식품 과다 섭취 △잦은 음주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수면 부족 또는 수면 무호흡증 등이 꼽힌다. 이는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일주일에 두 번, 회당 최소 20분 이상. 가벼운 인지 기는 저하를 보이는 노인들이 치매 발병 위험을 늦추는 데 필요한 신체 활동의 양과 빈도다.경도 인지장애란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 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지만, 일상생활은 스스로 유지할 수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학술지 에 실린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텍사스 A & M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산하 지역사회 건강·노화 센터 이정주 박사(연구교수)는 “경도 인지장애를 앓는 이들에게 운동이 유익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추적 연구 설계를 사용해 다양한 활동 수준을 분석함으로써,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활동량과 지속 시간’을 규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그는 “경도 인지장애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기억력이나 사고 기능 저하가 눈에 띄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이나 관련 치매로 가는 단계로 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은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크지만, 일부는 오히려 안정되거나 개선되기도 하며, 다른 일부는 치매로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텍사스 A & M에 따르면, 연구진은 미국 50세 이상 성인을 격년으로 추적하는 대규모 조사인 미국 건강·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2012~2020년 주요 자료를 분석했다.경도 인지장애 여부는 다음 세 가지 영역으로 측정했다.△기억력: 단어 10개 즉시 회상 및 5분 후 지연 회상△작업 기억: 100에서 7씩 빼는 계산(5회)△주의력·처리 속도: 20에서 10까지 역순 세기(2회)최종 분석 대상자는 9714명이었다. 남성 68.6%·여성 31.4%, 중앙값 연령 78세, 절반 이상이 기혼자였으며 42%는 사별 또는 이혼 상태였다.연구 기간 8%가 알츠하이머병 또는 다른 치매 진단을 받았다.연구진은 걷기나 스포츠 활동 같은 21가지 유형의 신체 활동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오래 수행했는지를 함께 분석했다.연구 결과 일주일에 2회 이상, 한 번에 최소 20분 이상의 중등도 수준 신체 활동을 하면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초기 인지 기능이 좋을수록 위험이 감소하며, 성별은 치매 위험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공동 저자인 김준형 박사(연구교수) 는 “중간 강도 수준의 신체 활동을 유지한 고령층은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반면 신체 활동이 적은 노인들은 효과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라며 “이는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전략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일상에서 치매 예방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이 박사는 “퍼즐 풀기, 사람들과 어울리기, 신체 활동 유지 같은 활동이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숫자는 2050년까지 세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치매 사례 중 거의 절반은 예방이 가능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신경과학자와 노인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과 같은 일부 위험 요소는 통제할 수 없지만, 생활 습관과 환경 요인을 잘 관리하면 뇌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신경과학자 릴라 랜도스키(PhD)는 청력 손실 7%, 고혈압과 고지혈증(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 7%. 낮은 교육 수준 5%, 사회적 고립 5%, 우울증·외상성 뇌 손상·대기오염 각각 3%씩 치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치매 위험 요소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혈관 건강 관리가 핵심혈관질환은 치매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그 위험성이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바바라 스파라치노(MD)는 “중년기의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 흡연은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며 “심장을 보호하는 요인은 뇌 건강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라고 말했다.2024년 랜싯 위원회 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중년의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혈압은 치매 발병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혈관질환을 비롯한 14개의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관리한다면 전 세계 치매의 45%를 예방 또는 지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스파라치노는 “건강검진에서 경계치에 해당하는 수치라도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며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조절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청력 손실, ‘중요한 치매 위험 요인’으로 부상청력 손실은 과거 단순히 삶의 질 저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치매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청력이 저하되면 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뇌에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고, 사회적 활동도 감소한다며 이 두 요소는 장기적으로 뇌 기능을 약화한다고 경고한다.보청기 착용, 인공와우, 청각 보조기기 등 청력 치료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적 단절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전문가들은 규칙적인 대화, 독서, 자원봉사, 새로운 것 배우기, 취미 활동과 같은 일상적인 자극과 소통이 효과적인 인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우울증과 만성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뇌에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스파치노는 “노인의 경우 지속적인 우울증은 치매를 앓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매에 걸리기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배우자나 자녀들은 기분장애를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의료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만성적으로 높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은 염증을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신경과 전문의 아론 리터(MD)는 “기분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뇌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운동 부족, 가장 과소평가 되는 위험 요인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 부족을 치매에서 가장 과소평가 되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스파라치노는 “운동은 혈류 개선, 혈관 위험 감소, 뇌 구조 보호에 모두 도움이 된다”며 “걷기, 가벼운 유산소 운동, 근력 및 균형 운동을 매일 할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신경과 전문의 에이미 샌더스(MD)는 “운동 부족은 영양 결핍이나 불량한 식습관과 결합할 때 인지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규칙적인 유산소·근력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뇌 혈류를 증가시키며,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치매 예방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또한 “포화지방, 설탕, 정제 탄수화물, 초가공식품이 많은 식단은 인지 저하 위험을 높인다”라고 덧붙였다.결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큰 차이를 만든다”전문가들은 치매를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혈관 건강 관리, 청력 보호, 정신건강 치료, 사회적 활동 유지, 규칙적인 운동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향후 뇌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PhD는 연구 중심 학위로 의료분야 연구직에서 주로 활동한다. 반면 MD는 의사 자격을 부여하는 임상 중심 학위로 대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을 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땅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주전부리가 아니다. 노년층이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무염 땅콩을 껍질째 구워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뇌 혈류가 증가하고 기억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나이가 들수록 뇌혈관 기능도 점차 쇠퇴하여 혈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뇌 혈류 감소는 인지 저하·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리적 지표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교가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매일 무염 땅콩을 적당량 먹으면 뇌의 특정 부위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고, 특히 언어 정보 기억 능력이 향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땅콩은 식물학적으로 콩류에 속하지만, 영양 구성은 견과류와 비슷하다.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와 함께 특히 L-아르기닌(L-arginine)이 풍부하다, L-아르기닌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물질일 일산화질소 합성의 전구체로 작용한다는 점이 연구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국제 학술지 에 실린 논문의 교신 저자인 피터 J. 요리스 부교수(영양·운동과학)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는 사망 원인 7위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식단이 어떻게 건강한 노화를 돕는지에 관심이 많다”며 “땅콩은 접근성이 높고 영양이 풍부하지만,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껍질째 구운 땅콩을 사용한 것은, 땅콩 껍질에 레스베라톨과 같은 폴리페놀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이 또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번 무작위·단일 맹검·대조 교차 시험에는 60~75세, 체질량지수(BMI) 20~35인 건강한 노인 31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쪽은 첫 16주 동안 껍질째 구운 무염 땅콩 60g(두 줌)를 매일 섭취하고, 다른 쪽은 먹지 않았다. 8주간의 휴지기 후 다시 16주 동안 역할을 바꿔 실험을 반복했다. 대조군은 땅콩은 물론 다른 견과류 섭취도 금지했다.연구기간 동안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참가자들의 뇌 혈류량을 측정하고, 케임브리지 신경심리검사 자동화 배터리(CANTAB)를 통해 기억력·작업기억·집행기능·반응시간 등 인지 기능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땅콩 섭취군은 전체 뇌 혈류량이 3.6% 증가했다. 부위별로는 회백질 혈류 4.5%, 전두엽 혈류 6.6%, 측두엽 혈류 4.9% 증가로 나타났다. 셋 모두 인지 기능과 밀접한 영역이다.기억력도 개선됐다. 특히 단어 목록을 20분 후 다시 떠올려 맞추는 언어 기억력이 5.8% 향상되었다. 혈압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수축기 혈압 5 mmHg 감소, 맥압 4 mmHg 감소 효과를 보였다. 고령층의 혈압 개선은 심혈관질환 및 인지 저하 예방에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중요한 점은, 이번 연구에 사용한 땅콩은 소금이 없고 껍질째 구운 형태라는 것이다.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이런 효과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요리스 부교수는 말했다.땅콩 섭취기간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총 열량이 340 칼로리 증가했지만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음식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특정 성분(예: 아르기닌, 불포화지방산, 항산화물질 등) 중 무엇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 규명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한 참여자 수가 적고, 건강한 노년층만 포함됐다는 점에서 결과의 일반화에는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스마트폰을 12세 이전에 사용하기 시작한 아동이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수면 부족, 비만, 우울감 등 여러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세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는 13세 전후에 새로 스마트폰을 갖게 된 경우도, 그 직후 1년간 정신 건강과 수면 부족을 겪을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UC) 버클리, 컬럼비아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2016~2022년 동안 ‘아동·청소년 뇌인지 발달 연구’(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Study)에 참여한 9~16세 청소년 1만 588명을 대상으로, 12세 시점의 스마트폰 소유 여부와 건강 지표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이에 따르면 12세에 스마트폰을 보유한 아동(6739명·63.6%)은 스마트폰 비사용 아동(3849명)에 비해△우울증 증상 보고 위험 약 31% 증가(OR 1.31)△비만 발생 위험 약 40% 증가(OR 1.40)수면 부족 위험 약 62% 증가(OR 1.62)로 나타났다.(※ OR(Odds Ratio·오즈비 또는 교차비)은 ‘발생 / 비발생’의 비율이지 위험 그 자체는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위험 증가’로 표현함.)또한 스마트폰을 더 이른 나이에 갖게 된 아동일수록 문제 발생 위험이 높았다.연구진은 “스마트폰 소유 연령이 1년 낮아질 때마다 비만 위험은 9%, 수면 부족 위험은 8%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경우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12세 시점에 스마트폰이 없던 3486명을 분석한 결과, 13세가 되면서 새로 스마트폰을 갖게 된 1546명은 여전히 스마트폰 비사용 또래에 비해 △임상적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 위험 57% 증가(OR 1.57)△수면 부족 위험 50% 증가(OR 1.50)라는 결과를 보였다.이는 중학교 진학 무렵 스마트폰을 처음 갖게 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급증이 짧은 기간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연구진은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정서, 수면,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환경 요인”이라며 “부모는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줄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최근 국내 한 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2.6%에 달한다.전문가들은 아직 미성숙한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특히 취침 1~2시간 전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스크린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은 야외 활동 및 운동 시간을 늘리도록 부모의 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온라인판에 1일(현지시간)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격일 단식은 체중 감량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금식일 소량의 단백질 보충제를 먹더라도 근육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싱가포르 과학자들이 수행한 첫 번째 연구는 과체중에 해당하는 체질량지수(BMI) 23 초과 아시아 남성(21~35세) 20명을 대상으로 했다.이들은 24시간 주기로 금식일과 섭취 일을 4주간 반복했다. 단 금식일엔 성인 남성 하루 권장 섭취 열량 2500 칼로리(㎉)의 5분의 1 수준(400~600㎉)의 소량의 식사를 정오~오후 2시 사이에 허용했다. 섭취 일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일부 연구에 따르면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 감소는 다른 간헐적 단식 대비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격일 단식은 근육 손실이라는 건강상 중요한 우려 사항이 존재한다. 연구 1은 격일 단식의 단기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금식일 단백질 보충이 근육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추가 연구(연구 2)를 수행했다.이를 위해 첫 번째 연구와 같은 조건의 아시아 남성 26명을 추가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눴다. 다른 조건은 연구 1과 모두 같았으며, 연구 2에 참여한 실험군에만 금식일에 25g의 유청 단백질을 추가로 제공했다.연구 1 참가자들은 금식일에 평균 525칼로리를 섭취했다. 영양소 구성은 탄수화물 38%, 지방 37%, 단백질 25%였다.연구 2 참가자 중 단백질 보충제 그룹은 금식일에 495칼로리를 섭취했다. 탄수화물 34%, 지방 26%, 단백질 40%였다. 대조군은 533칼로리를 섭취했으며, 탄수화물 46%, 지방 33%, 단백질 22%였다.연구 1에서 7명, 연구 2에서 2명이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실험 도중 이탈했다. 또한 연구 2에서 단백질 보충제 섭취 군과 대조군 사이에서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단백질 보충을 했든 하지 않았든, 체중 감소와 근 손실 패턴이 같았기 때문에 따로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1차 연구와 2차 연구를 완료한 37명의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했다.실험 종료 후 분석 결과체중은 평균 2.4㎏ 감소했다.체지방은 1.6㎏ 감소했다.근육 포함 제지방(체지방을 제외한 체중)은 0.8㎏ 감소했다.혈압과 공복 혈당은 변화가 없었다. 주목할 점은 단백질 보충군과 대조군 사이에 어떠한 측정 항목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실험군(49.4g)은 대조군(28.5g)에 비해 금식일에 단백질 섭취량을 1.7배 늘렸음에도 근육량 감소는 줄지 않았다. 이는 ‘에너지 제한 중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도 근육 보존이 어렵다’라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다만 섭취 일에 단백질을 얼마나 먹었는지 파악하지 않아 총단백질 섭취량은 알 수 없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제한 없이 음식을 먹는 날에도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치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당 0.8g이다. 몸무게 60㎏인 사람은 48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단 활동량이 증가하거나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0~1.2g/㎏ 혹은 그 이상이 권장되기도 한다. 실제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하루 평균 1.25g/㎏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근육을 유지하면서 체중 감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단백질 양보다 류신(근육의 단백질 합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류신 섭취량을 측정하지 않았다.연구진은 4주 이상의 단기 격일 단식은 정상체중~비만 젊은 남성에서 체중과 체지방을 감소하는 데 효과적이나 근육량 감소도 함께 발생하며, 금식일의 저용량(25g) 단백질 보충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 게재됐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식용유이자 각종 가공식품의 주요 성분인 콩기름(대두유)이 비만을 유발하는 경로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UCR) 연구자들은, 콩기름이 단순히 ‘지방’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자 경로를 통해 우리 몸의 지방 대사 시스템을 방해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연구진은 일반 쥐와 유전자 변형 쥐에게 똑같은 콩기름이 풍부한 고지방 먹이를 제공했다.일반 쥐는 빠르게 체중이 증가했다.하지만 유전자 조작 쥐는 동일한 칼로리와 동일한 지방량을 섭취했음에도 살이 거의 찌지 않았다.결정적 차이는 간에서 만들어 내는 ‘간세포 핵인자 4 알파’(HNF4α)라는 단백질의 형태였다. HNF4α는 간세포의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로, 지방 대사·포도당 조절·콜레스테롤 합성 등 수백 개의 유전자 활동을 관리하는 핵심 조절자다.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두 가지 HNF4α를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주로 생성되는 형태와 달리 대체 형태는 질병, 염증, 금식, 알코올성 지방간 등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서만 나타난다. 살이 안 찐 쥐, 즉 유전자 변형 쥐는 HNF4α의 대체 형태를 더 많이 만들었다. 그 결과 콩기름, 특히 리놀레산을 신체가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져 같은 먹이를 먹어도 거의 살이 찌지 않았다. 연구진은 “단백질의 작은 차이 하나가 지방 대사 전체 경로를 바꿀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콩기름에는 오메가-6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다중 불포화 지방산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에게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 대신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의 다중불포화지방 섭취를 권고해 왔다. 불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이번 연구는 다중불포화지방 자체는 안전하더라도, 몸속에서 무엇으로 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콩기름과 해바라기씨유 등에 많이 들어있는 리놀레산은 체내에서 여러 효소에 의해 옥실리핀(oxylipin)이라는 생리활성 분자로 전환된다. 리놀레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옥실리핀 또한 과다 생성된다. 이는 염증 증가·지방 축적 촉진·지방산 연소 능력 저하·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 역할) 기능 억제와 연관된다. 지방은 많이 쌓이는데, 이를 태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니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반면 유전자 변형 쥐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전환하는 양이 크게 적었다.동일한 콩기름 기반 먹이를 먹었음에도 간 기능이 더 좋았으며(염증과 지방간 억제 영향), 미토콘드리아도 훨씬 더 잘 기능(지방을 연소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HNF4α 형태의 ‘다름’에서 비롯됐다.추가 분석 결과, 유전자 변형 쥐는 리놀레산을 옥실리핀으로 바꾸는 데 관여하는 두 종류의 주요 효소군의 발현 수준이 매우 낮았다.이들 효소(LOX·CYP)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유사하게 작용하며, 그 수치는 유전, 식단, 생물학적 요인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이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누군가는 더 찌고 다른 누군가는 덜 찌는 이유를 설명해 줄수 있다.연구진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혈중 옥실리핀 수치는 체중과 연관이 없으며, 간의 옥실리핀 농도만 비만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이는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기 대사 교란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의미다.UCR의 세포생물학자이자 교신 저자인 프랜시스 슬라덱(Frances Sladek) 교수는 “2015년 연구에서 이미 콩기름이 코코넛오일보다 비만 유발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 알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문제의 핵심이 기름 자체도, 리놀레산 그 자체도 아니라, 그 지방이 몸 안에서 무엇으로 전환되는가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라고 말했다.콩기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용유 중 하나다.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전체 섭취 칼로리에서 콩기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10%로 5배 급증했다.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패스트푸드, 드레싱, 소스, 마요네즈 등 초가공식품 형태로 대부분 섭취한다.콩기름 자체는 콜레스테롤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콩기름 섭취가 오히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콩기름과 함께 리놀레산 함량이 높은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등 이른바 씨앗 기름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조사 중이다.슬라덱 교수는 “콩기름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인체가 진화과정에서 감당하도록 설계된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이 문제”라며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후 100년이 지나서야 경고문이 붙었다. 콩기름 과잉 섭취의 위험성이 알려지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정리하면, 콩기름은 인체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풍부해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다 섭취는 문제가 된다. 리놀레산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내 효소에 의해 옥실리핀 과다 생성 → 염증 → 지방 축적의 악순환을 만든다.따라서 건강을 위해 기름에 튀긴 음식, 각종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연구 결과는 학술지 에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1년에 한 살씩 나이를 먹듯 생물학적 노화도 선형적으로 진행될까? 아니다. 인체 노화는 50세 전후에 태풍이 휘몰아 치듯 급격히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조직과 장기의 노화 속도는 이 시기에 이전 수십 년보다 훨씬 가팔라지며, 그중에서도 대동맥이 가장 빨리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피를 온몸에 공급하는 중요 혈관이다.인간은 대부분의 포유류보다 수명이 길다. 하지만 대가도 따른다. 장기 기능 저하로 인한 만성 질환 위험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개별 장기가 어떤 패턴으로 노화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이에 중국 과학원, 베이징 생명체학 연구소, 베이징 수도 의과대학 등 공동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신체에서 단백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사했다.연구진은 14세부터 68세까지 사후 시신 기증자 76명의 조직을 대상으로 신체의 7개 기관인 심혈관계·소화계·내분비계·면역계·호흡기계·피부계·근골격계를 포괄해 13개 주요 장기와 혈액에서 총 516개 표본을 채취했다. 이어 각 조직에서 발견된 단백질을 분류하고, 나이에 따라 단백질량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그 결과, 45~55세에 단백질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대동맥에서의 변화가 가장 뚜렷해 이 조직이 노화에 매우 취약함을 시사한다.비장과 함께 소화 효소 및 호르몬을 생산하는 췌장도 큰 변화를 보였다.연구진은 추가 검증을 위해 노화와 연관된 대동맥에서 합성하는 특정 단백질(GAS6)을 실험용 쥐에게 주입했다.그러자 쥐의 신체 활동 능력, 악력, 지구력, 균형감각, 협응력이 저하했으며 혈관 노화 지표도 뚜렷했다. 근력, 특히 악력(손아귀 힘)은 노화 관련 질병과 부상 관리 능력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진은 혈관이 노화 촉진 물질을 온몸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이에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작년 에 게재한 연구에서 44세와 60세를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관별 노화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첫 번째 변곡점(44세)에서는 지방·카페인·알코올 대사, 심혈관 질환, 피부·근육 기능과 관련된 분자의 변화가 있었고, 두 번째 변곡점(60세)에서는 탄수화물·카페인 대사, 면역 조절, 신장 기능 등에서 변화가 나타났다.중국 과학자들의 새로운 연구는 인간의 노화가 다양한 신체 시스템이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준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노화 및 노화 관련 질환에 대한 표적 치료 개발을 도와 고령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에 지난 7월 먼저 공개된 후 2025년 10월 2일 발행된 ‘에 정식으로 실렸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대기 오염이 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규칙적인 운동이 주는 건강상 이점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영국·덴마크·중국·대만·호주 공동 연구진은 세계 각국에서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15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전체 사망률, 특히 암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대한 규칙적인 운동의 보호 효과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연구진은 지름 2.5마이크로미터(PM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농도에 주목했다. 이는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침투해 혈류에 실려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 (마이크로(μ)는 100만분의 1을 뜻하는 접두어다)연구진은 연평균 PM 2.5 농도가 25㎍/㎥ 이상일 때 운동이 주는 건강상의 이점이 뚜렷하게 약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공공 진료센터 홍윤철 교수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23.5㎍/㎥였다. 이번 연구의 위험 기준 이하였으나 환경부 기준치(15㎍/㎥)를 크게 웃돌았다.연구를 주도한 대만 국립중흥대학교 포웬 쿠(Po-Wen Ku) 교수는 “대기가 오염된 환경에서도 운동은 여전히 이롭지만, 대기질이 개선되면 운동으로 얻는 건강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주요 결과7건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일주일에 2시간 30분(150분) 이상 중강도 또는 고강도 운동을 한 사람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연구 기간 내 사망 위험이 30% 낮았다.하지만 이러한 고 활동 그룹이 초미세먼지 농도 25㎍/㎥ 이상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운동으로 인한 위험 감소 효과가 12~15%로 절반 수준으로 약화했다.특히 PM 2.5가 35㎍/㎥ 이상이면 운동의 이점이 더욱 낮아졌으며, 특히 암 사망 감소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연구 결과는 의학저널 에 게재됐다.대기 오염이 건강에 악영향 미치는 기본 메커니즘최근 대규모 연구와 메타 분석들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록 규칙적인 운동의 보호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준다.운동 중에는 평소보다 호흡량과 심박수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어 폐·혈관·심장에 더 많은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혈관 자극, 혈압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초미세먼지 ‘나쁜’ 날, 운동 할까? 말까?공기 질이 나쁠 때,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실외에서 오래 격렬하게 운동할 경우 유산소 운동의 장점이 줄어들거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여럿 있다. (오염 수준이 낮거나 보통이면 운동의 이점이 여전히 크다는 결과도 있다)따라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은 실외 운동을 자제하는 게 권장된다. 운동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단, 대기오염 물질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으므로 공기 정화 등 실내 공기 질에도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실외 활동을 포기하기 싫다면, 오염 정도에 따라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거리를 줄이고 강도를 낮추는 식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작년 손상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8.3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4위로 나타났다. 특히 44세 이하 인구에서는 사망원인 1위였다.질병관리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손상 발생 현황 통계자료집 ‘손상 발생 현황 INJURY FACTBOOK 2025’을 27일 발간했다.손상은 질병을 제외한 각종 사고·재해 또는 중독 등 외부적인 위험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 또는 그 후유증을 뜻한다. 암(24.3%), 심장질환(9.4%), 폐렴(8.4%)에 이어 손상(8.3%)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손상은 특히 젊은 층의 목숨을 위협한다.15∼24세 인구 10만 명당 20.2명(68.6%), 25∼34세 33.6명(63.6%)이 손상으로 사망해 압도적 1위였다. 35~44세도 인구 10만 명당 41.5명(41.8%)으로 가장 높았다.손상의 주요 내용으로는 추락·낙상, 운수사고, 중독, 부딪힘 등이다. 2023년 355만 명이 손상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았다. 같은 해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의 손상 기전을 살펴보면, 추락·낙상(51.6%), 운수사고(19.9%), 부딪힘(11.0%) 순이다.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자살과 자해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독으로 나타났다.2024년 자해·자살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전체 손상 환자 중 8.0%이며, 2015년 2.4%와 비교해 9년 새 3.3배 증가했다. 손상 사망에서도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이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6.5명에서 2024년 29.1명으로 증가했다.자해·자살로 입원 또는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손상 기전을 분석한 결과, 중독으로 인한 손상 발생이 가장 높은 것(입원 76.1%, 응급실 67.4%)으로 나타났다.특히, 15~24세의 중독 손상 환자 중 91.3%가 자해·자살 목적이었는데, 이 중 여성의 비율이 76.2%로 남성(23.8%)보다 약 3.2배 더 높게 나타났다.관련 자료는 ‘국가손상정보포털(https://www.kdca.go.kr/injury)〉 자료실 〉 통계집 〉 손상 발생 현황 INJURY FACTBOOK 2025’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가수들이 비슷한 조건의 비(非) 유명 가수들보다 평균 수명이 거의 5년 짧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사생활 붕괴로 인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과 수면 부족, 알코올과 약물에 노출되기 쉬운 생활방식 등 가수라는 직업이 갖는 고유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명성’ 그 자체가 수명 단축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연구는미국과 유럽 가수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국내 사정과는 다를 수 있다.앞선 연구에서 유명 가수들이 일반인보다 일찍 사망하는 경향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하지만 그 원인이 음악 산업의 노동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스타들만의 삶의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명성 자체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했다.독일 비텐/헤어데케대학교(Witten/Herdecke University)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유럽 가수 648명을 대상으로 사망 위험 분석을 했다.이 중 324명은 세계적인 유명 가수, 나머지 324명은 출생 연도, 성별, 국적, 인종, 음악 장르, 밴드 보컬 또는 솔로 여부 등 같은 조건의 비(非) 유명 가수였다.추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1950년에서 1990년 사이에 활동한 가수들에 집중했다. 남성이 83.5%, 평균 출생 연도는 1949년(1910~1975년 출생), 북미 출신이 61%, 나머지는 영국을 포함해 유럽 출신이었다. 장르는 록 65%, 리듬 앤드 블루스(R&B) 14%, 팝 9%, 뉴웨이브 6%, 랩 4%, 일렉트로니카 2% 순이었다. 밴드 멤버가 59%였고, 솔로는 29%, 밴드·솔로 겸업 12%였다. 인종은 백인 77%, 흑인 19%, 기타 인종 4%였다.유명 가수 표본은 음악 통계 웹사이트 어클레임드뮤직(acclaimedmusic.net)의 역대 톱 2000 아티스트 목록에서 선정했으며, 팬 투표나 음반 판매량이 아니라 전문가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조사 결과,유명 가수들은 평균 79.75세에 숨진 비 유명 가수보다 4.56년 이른 75.19세에 대개 사망했다. 밴드 활동은 솔로 활동 대비 사망 위험을 26%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를 고려해도 명성의 영향은 그대로 남아 유명 가수들은 덜 유명한 가수들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33%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정기적 흡연 시 사망 위험 34%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사망 위험이 더 커진 것은 가수들이 명성을 얻은 후에야 나타났으며, 이는 명성 자체가 조기사망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더욱 강화했다. 즉, 일찍 죽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유명해진 이후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연구진은 “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더 높은 조기사망 위험은 명성을 얻은 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명성이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명성은 이미 위험에 노출된 집단에 추가적인 취약성을 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유명 가수가 먼저 숨질 위험이 큰 이유는 뭘까?연구진은 명성을 얻은 사람이 받는 특수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중의 관심, 공연 스트레스, 장기 투어로 인한 사생활 상실 등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악화하고, 이를 건강하지 않은 방법(음주와 약물 남용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대중음악계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특히 영국)의 유명 가수들은 6개월~1년의 장기 투어가 다반사다.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소모가 뒤따른다.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히트곡을 내지 못하면 바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 사생활 실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기계처럼 팬과 미디어를 응대해야 하는 감정 노동 등은 스타가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다.유명 가수의 수명이 더 짧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스타는 엄청난 돈을 번다. 일반적으로 부유층이 수명이 더 긴 경향이 관찰된다. 하지만 유명 가수는 그 반대다.연구자들은 “명성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이점을 상쇄할 만큼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유명인의 취약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앓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거의 두 배 더 높으며, 진단 초기에 양압기 치료를 시작하면 위험을 3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에 24일(현지시각) 게재된 이번 연구는 199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재향군인 1100만 여명(평균 나이 60세)의 건강 기록을 분석하고 평균 5년간 추적 조사했다.연구 대상자의 약 14%가 수면 무호흡증을 겪고 있었다. ABC뉴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들은 첫 진단 6년 후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보다 두 배 가까이 컸다.하지만 진단 후 2년 이내에 지속성 기도 양압 호흡기(CPAP) 치료를 시작한 경우 파킨슨병 진단 위험은 약 30% 감소했다. CPAP는 수면 중 기도를 열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여 수면의 질을 높이고 건강 문제 발생 위험을 낮추는 장치다.연구진은 수면 무호흡증이나 파킨슨병 발생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요인, 예를 들어 높은 체질량지수(BMI),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불안, 외상성 뇌손상 등을 조정한 후에도 위험은 여전히 존재했다고 밝혔다.연구 공동 저자인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병리학 조교수 그레고리 스콧은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연구 보도자료에서 말했다.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충분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면 중 뇌의 회복 과정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다.수면 무호흡증의 증상으로는 코골이, 숨을 헐떡이거나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갑자기 깨는 현상, 충분히 긴 시간을 잤음에도 느껴지는 피로감. 밤중에 자주 깨는 것 등이 있다.파킨슨병은 신경 세포가 손상되고 죽어가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가장 심한 신경 손실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 안쪽 깊숙한 곳의 흑질에서 일어난다. 도파민은 운동 조절에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이다.파킨슨병은 매우 다양한 증상과 연관되는데 떨림, 움직임이나 보행의 어려움, 균형 문제, 침 흘림, 수면 장애, 말하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 등이 있다.논문 제1 저자인 미 재향군인회 포틀랜드 의료 시스템의 신경과 전문의이자 OHSU 조교수인 리 닐슨은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뇌가 밤마다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이는 파킨슨병 발병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경로일 수도 있다”며 “CPAP(양압기) 치료가 실제로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에 기뻤다”라고 ABC뉴스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압기 치료가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의 파킨슨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긍정 평가하며, 수면 무호흡증을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인간의 뇌는 인생에서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치며, 9·32·66·83세가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뇌과학자들은 0세부터 90세까지 총 3802명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해 얻은 결론을 국제학술지 에 2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인간의 뇌 발달은 다음의 다섯 시기(단계)를 거친다.첫째, 유년기: 0~9세-이 시기 뇌의 특징은 ‘네트워크 통합’이다. 아기의 뇌에서 많은 시냅스(뇌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 구조) 가 과도하게 생성되는데, 이 중 활동성이 높은 연결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제거된다. -0~9세 동안 뇌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재배선 된다. -회백질과 백질의 부피가 빠르게 증가하며 피질 두께가 정점에 도달하고, 뇌 표면의 주름이 안정화한다.-9세 전후에서 뇌는 인지 능력이 급격하게 확장하고, 동시에 정신건강 취약성(불안과 ADHD) 등이 증가하는 발달적 분기점에 들어선다.둘째, 청소년기: 9~32세뇌의 청소년기는 10대가 아닌 30대 초반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백질의 부피 증가가 지속되며 뇌 연결망의 조직화가 점점 더 정교해진다. -이 시기는 뇌 연결 효율성이 증가하는 유일한 시기이며, 이는 인지 수행 능력 향상과 관련 있다.-뇌가 일정 기간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달 추세를 유지하는 시기이다.-정신건강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큰 시기이다.-연구진은 32세가 생애 전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뇌 배선이 방향을 가장 크게 바꾸고 구조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셋째, 성인기: 32~66세가장 길고 안정적인 시기이다.-뇌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거의 없다.-이 단계를 ‘지능과 성격이 비교적 안정되는 시기’로 본 다른 연구 결과들과 일치한다.-뇌 영역 간 연결이 점점 분리되며 기능적 전문화가 증가한다.넷째, 초기 노화기: 66~83세-노화기 시작하지만 갑작스럽고 급격한 쇠퇴는 아니다.-백질이 서서히 약화하며 뇌 네트워크의 재구성이 진행된다. 젊은 시기에는 다양한 뇌 영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작동하는 ‘중앙집중식’ 구조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영역 간 장거리 연결이 감소하면서 뇌는 더 ‘분절된’ 형태로 바뀌어 각각의 영역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혈압, 심혈관 문제 등 노년기 위험 요인이 증가해 치매와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다섯째, 후기 노화기: 83세 이후네 번째 전환점인 83세 무렵에 생애 마지막 뇌 구조 변화가 시작된다.-중앙집중식 뇌 연결이 심하게 감소해 뇌 각 영역이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작동은 더욱 약화한다.-특정 뇌 영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뇌과학연구소 던컨 애스틀(Duncan Astle) 부소장은 “뇌의 발달은 단순한 지속적 변화가 아니라 몇 번의 큰 전환점으로 이루어진다. 이 시기들을 알면 언제 뇌가 취약한지, 왜 특정 시기에 학습 장애나 정신 질환이 증가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산업화 이후 문명의 눈부신 발전이 인간의 생활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았으며, 그 변화 속도가 인간의 생물학적 적응 속도를 앞질러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영국 러프버러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은 원래 자연환경에 적응해 진화해 왔지만, 산업화 이후 불과 몇 세대 만에 환경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연구진은 이를 환경적 불일치(Environmental Mismatch) 가설이라고 부르며, 자연에 맞춰 설계된 우리의 몸과 정신이 현대 도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때 다양한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연구진에 따르면, 수십만 년 동안 인류는 수렵 채집 생활이 요하는 높은 이동성, 간헐적이며 단기간에 해소되는 스트레스, 낮은 오염도, 자연광과 어둠의 리듬, 자연과의 지속적 접촉에 적응해 왔다. 인간의 신체 기능과 스트레스 반응, 면역 체계는 이러한 조건에 맞게 진화했다.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300년 만에 인간의 생활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오늘날 도시에는 교통·산업 소음, 빛 공해,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 초가공식품, 좌식 생활, 끊임없는 감각 자극(디지털 미디어) 등이 일상화 됐다.취리히대 콜린 쇼(Colin Shaw) 박사는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사자와 맞닥뜨렸을 때처럼 급성 스트레스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자연에서 사자는 가끔 나타나거나 곧 사라졌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소음, 업무 스트레스, 교통 체증까지 모두 급성 위험 신호(사자)처럼 받아들여져 스트레스 시스템이 꺼지지 않은 채 장시간 활성화된다”라고 말했다.연구진은 기존의 인류학·생리학·생태학·공중보건 연구를 종합해 현대 도시 환경이 인간의 핵심 생물학적 기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리했다.첫째, 생식 기능 저하: 세계적으로 출산율 및 정자 수와 운동성 감소. 연구진은 인과관계가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환경 물질(살충제·난연제·미세플라스틱 등) 노출 증가와의 연관성이 지적된다고 설명.둘째, 면역 기능 이상: 알레르기·자가면역질환· 만성 염증 수준 증가. 자연과의 접촉이 줄어 생물 다양성에 기반한 면역 자극이 약해졌다는 ‘위생 가설’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 중 하나.셋째, 인지 기능 손상: 만성 소음 등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빛 공해 등으로 인한 수면 약화, 장기적 스트레스 등에 의한 인지 발달 둔화 및 노화 가속화.넷째, 신체 기능 저하: 좌식 생활 증가 등 신체 활동 감소에 따른 지구력과 근력 감소.연구진은 또한 자연환경과 산업화한 환경을 비교한 실험·역학 연구를 통합한 결과, 도시의 일상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단·장기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단기 영향은 불안 증가, 수면의 질 악화, 집중력 및 인지 기능 저하 등이다.장기 영향은 심혈관 부담 증가, 만성 스트레스,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 면역 기능 저하, 생식 기능 약화 등이다.진화론적 관점에서 종의 성공은 생존과 번식에 달려 있다. 연구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두 가지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 환경이 생물학적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 세계 출산율 감소와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증가를 꼽았다.쇼 박사는 “산업화는 한편으로 지구상의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부, 안락함,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산업적 성과 중 일부가 우리의 면역, 인지, 신체, 그리고 생식 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역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정자 수와 운동성 감소다. “이는 식품에 함유된 살충제와 제초제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쇼 박사는 지적한다.연구진은 “그렇다고 자연 속으로 돌아가 살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다.해결책은 도시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자연을 핵심 건강 요인으로 보고, 수렵·채집 시절의 환경과 비슷한 공간을 보호하거나 재생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접근법은 인간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 설계다.예를 들어, △녹지·공원 등 자연 공간 확대 △소음·대기 오염 저감 정책 강화 △자연광 활용 △밤 시간 빛 공해 최소화 △보행·자전거 기반의 이동 환경 개선 △초가공식품 의존도를 낮추는 식문화 개선 같은 것이다.연구자들은 “인류는 자연 속에서 진화했지만, 산업화의 속도는 유전적 적응 속도를 훨씬 뛰어 넘는다”며 “이제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주장한다.그러면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자연을 다시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도시 환경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이 건강 문제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내장지방과 근육량의 비율이 뇌 건강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 대 근육 비율이 낮은 체형이 뇌 나이가 젊다는 것. 내장지방 대 근육 비율이 낮다는 것은 내장지방을 전체 근육량으로 나눴을 때 그 값이 작다는 뜻이다. 즉 내장지방은 적고 근육량은 많은 상태다.내장지방은 복부 깊숙이 위치하며 심장, 신장 등 중요한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숨어있는 지방이다. 내장 지방은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해 근육 기능을 방해하며, 제2형 당뇨병·지방간·심장병 등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육량이 줄고 복부지방이 늘어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신체 지표가 뇌 노화와 직접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뇌의 노화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해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요소다.북미 영상의학회(RSNA) 연례 학술대회(11월 30~12월 4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대 방사선·신경과 사이러스 라지(Cyrus Raji) 교수는 “근육량이 많고 숨은 복부 지방이 적은 건강한 신체는 뇌도 건강하고 젊은 경향이 있다”며 ‘뇌가 건강하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 질환 위험도 낮아진다“라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에는 평균 나이 55세인 건강한 성인 1164명이 참여했으며, 모두 전신 MRI를 통해 뇌, 지방, 근육 조직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18세~89세 성인 5500명의 MRI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뇌 나이(brain age)를 추정했다. 연구 결과, 평균 뇌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약간 높은 56.04세로 나타났다. 이는 뇌 나이 격차(brain age gap)라고 부른다.분석 결과,-내장지방 대비 근육 비율이 낮을수록(즉 근육 많고 내장지방이 적을수록) 뇌가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반대로 내장지방 대비 근육 비율이 높을수록(즉 근육 적고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뇌 나이가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피부 바로 아래 지방인 피하지방은 뇌 나이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지 박사는 “내장지방은 당뇨,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과 연관이 있으며, 체내 염증 상태를 높여 장기적으로 뇌에 영향을 준다”라고 설명했다.비만 여부를 평가할 때 흔히 사용하는 체질량지수(BMI)는 체지방 분포와 근육량을 반영하지 못해 뇌 건강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BMI는 정상이나 근육량이 적고 복부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 체형은 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위험이 있다.근육량을 늘리고 내장지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최근 에 따르면 내장지방 감소에는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섭취를 중심으로 하고, 생선·가금류·달걀·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단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 지중해식 식단과 함께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효율적이다.내장지방 감소에는 유산소 운동이 특히 효과적이다.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이나 주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 권장된다.근력 운동은 주 2회 이상 모든 주요 근육군에 자극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 번에 8~12회를 1~3세트 반복 시행한다.근육량은 건강한 노후와 장수를 위한 핵심 요소다. 간헐적 단식이든, 비만 치료제든 어떤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근육 손실이 동반되기에 근력 운동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김치가 인체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하고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한국 연구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건강한 면역 체계는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응하는 신체 방어 기능을 지원할 수 있다.세계김치연구소는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통해 김치 섭취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방어 기능을 강화하는 면역 조절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에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김치의 면역 효과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세계 최초의 연구로, 김치 섭취가 대사 건강뿐 아니라 면역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12주간 진행한 이번 무작위·이중 맹검·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연구진은 13명의 과체중 성인을 세 그룹을 나눠 각각 위약(4명), 자연발효 김치 분말(5명), 종균발효 김치 분말(4명)을 섭취하도록 했다. 3개월 후 연구진은 말초혈액 단액세포(Peripheral Blood Mononuclear Cell·PBMC)를 채취하고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cRNA-seq)을 실시했다. 이 첨단 기술을 통해 기존 검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세포별 미세한 면역 반응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분석 결과, 종류에 상관없이 김치 섭취 그룹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서 ‘적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알리는 요원’ 역할을 하는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s·APCs)의 기능이 강화되어 외부 세균과 바이러스를 더 잘 인식해 신호를 전달했고,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조율하는 ‘지휘자’ 같은 면역세포인 CD4+ T세포가 방어세포와 조절세포로 균형 있게 분화했다.다시 말해, 김치는 단순히 면역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방어 능력을 강화하면서, 불필요할 때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정밀 조절자’(Precision regulator)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김치의 발효 방식에 따라 면역 조절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자연발효 김치와 종균발효 김치 모두 면역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그 중 종균발효 김치에서 항원 인식능력 강화와 불필요한 과도신호 억제를 통한 면역 조절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이는 향후 종균발효 기술을 활용해 김치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논문 제1 저자인 세계김치연구소 이우재 김치기능성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김치가 방어세포를 활성화하면서도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이중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앞으로 김치·유산균의 면역 및 대사 건강 관련 연구를 국제적으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이번 결과는 향후 기능성 식품 개발, 백신 효과 개선, 면역 질환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임신 전이나 임신 중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면 처음부터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임신 기간 체중이 더 많이 증가하고, 조산(조기 분만)과 임신성 당뇨병 위험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협력 대규모 비영리 의료·연구 네트워크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이 주도한 연구 결과는 에 25일(현지시각 24일) 게재됐다.의사들은 임신 중 비만 치료제 사용 중단을 권장한다. 동물 실험에서 임신 중 사용이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매스 제너럴 브리검의 소아 내분비내과 전문의이자 논문 제1 저자인 재클린 마야(Jacqueline Maya) 박사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태아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 전에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복용 중단이 임신 중 체중 증가와 임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자 했다”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연구진은 2016년 6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일어난 약 15만 건의 임신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제2형 당뇨병 및 체중 감량 치료제로 쓰는 GLP-1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임신 중 권장치보다 체중이 더 많이 증가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GLP-1 약물 처방을 받은 448건의 임신 중 65%에서 ‘과도한 임신 중 체중 증가’가 나타났지만, GLP-1 약물 처방 이력은 없지만 나이·체중·건강 상태, 인종 등 특성이 비슷한 1344건의 임신에서는 49%만이 과도한 체중 증가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임신 전이나 임신 초기에 GLP-1 RA 복용을 중단한 여성은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임신 중 평균 3.3kg 체중이 더 증가했다.GLP-1 RA 중단 그룹은 과도한 임신 중 체중 증가(권장량 초과) 위험이 32% 높았고, 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30%, 임신성 고혈압 질환(임신 중독증 포함) 위험이 29%, 조산 위험이 34% 더 높았다. 하지만 신생아의 고(高)체중 또는 저체중 출산 위험, 출생 신장(아이의 키), 제왕절개 분만율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이 연구의 중요한 한계 중 하나는 GLP-1을 사용한 사람들을 GLP-1 사용 경험이 없지만 체질량지수(BMI)가 비슷한 사람들과 비교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연구자들은 위고비나 젭바운드 같은 GLP-1 약물을 처방받아 체중이 감소한 이후의 BMI를 기준으로 치료군을 평가했는데, 이는 GLP-1 처방 전보다 BMI가 낮아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연구진은 임신 전 GLP-1 복용의 이점과 임신을 위해 복용을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 간의 균형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임신 전 체중 감소는 임신성 당뇨병 위험 감소, 임신성 고혈압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향후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GLP-1 처방 전 체중(기저 BMI)을 반영하고, 그와 비교할 비슷한 초기(연구 개시 시점) BMI를 가진 대조군을 찾아 비교할 계획이다. 마야 박사는 현재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GLP-1 약물을 임신 전 체중 감량에 활용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 비록 임신 중에는 약물을 중단하더라도 맥락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