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민동용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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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동용 기자입니다.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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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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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협회 ‘베스트 작가 대상’ 김종원 작가

    사단법인 한국문학협회(이사장 박종래) ‘베스트 작가 대상’에 만은 김종원 작가(77·사진)가 선정됐다. 대상 작품은 작가 부친의 삶과 한국 현대사를 교직한 책 ‘1917년생 화동 김은철 삶과 현대사’(명성서림)다한국문학협회는 21일 서울 중구 명성문화예술회관에서 시상식을 열고 김 작가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김 작가는 20여 년 전 제정된 베스트 작가 대상의 세 번째 수상자다.수상작은 3·1운동 2년 전인 1917년 태어나 197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광복, 6·25전쟁, 4·19, 5·16, 10월 유신 같은 격변기를 산 필부이자 인격자였던 부친의 삶을 통해 현 한국 현대사를 차분히 돌아본다.김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며 그만큼 평범한 국민 삶의 기록을 중요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역사를 보는 새로운 혜안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고교 교육자로 은퇴한 뒤 시, 시조, 수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김 작가는 인문학 연구에 천착하며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부이사장, 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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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빅뱅 같은 일출을 줄게[여행스케치]

    휴대전화 손전등에 의지해 새벽 산 중턱 오솔길을 오른다. 전날 구름과 안개가 잔뜩 꼈다. 걱정이 화선지에 먹물 배듯 가슴 한쪽으로 스며든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천문과학관 주차장까지는 차로 올라왔다. 해발 약 260m. 정상까지 이만큼을 걸어가야 한다. 급경사가 아닌데도 조바심에 숨이 조금씩 차오른다. 고개를 위로 꺾어 어둠이 물러나지 않는 하늘을 훔쳐본다. 하얗고 노랗고 푸른 별들을 내가 머리에 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구름 이불에 여전히 덮여 있는 걸까.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사위는 슬금슬금 뽀얘진다. 지그재그 데크 길이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정상. 해발 518m 억불산(億佛山)이다. 몸을 빙 돌려 사방을 본다. 참 좋다.● 그 일출, 끓며 넘치며동남쪽 멀리 득량만(得糧灣)이 보인다. 장흥 출신 소설가 이승우는 한 작품에서 이런 광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이 ‘자신의 품을 활짝 열어 옷자락 속에 품고 있던 바다를 꺼내 보인 것처럼 여겨졌다.’구름 장막은 다 걷히지 않았다. 득량만 바다와 섬들 위로 몸을 막 일으킨 해가 그 틈새로 노랗다가 불그스름하다가 벌겋다가 시뻘건 색을 드러낸다. 빛이 용암처럼 끈적거리듯 퍼진다. 역광을 받아 어두운 구름층과 수평선 사이 좁고 평행한 공간에 붉은 우리은하가 생긴 듯하다. 득량도와 그 너머 고흥반도가 태초의 땅처럼 신비롭고 아득하다. 빅뱅 순간이 이랬을까.시선을 육지로 돌리니 장흥 북쪽 태반이 드러난다.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억불산 자락 끝에서 장흥평야가 동서로 뻗어 있다. 그 주위를 동북쪽부터 사자산, 제암산이 감싸안고 서쪽으로 용두산과 수인산까지 내달린다.다시 남으로 고개를 향한다. 능선이 아낙네 치맛자락처럼 부드럽게 사방으로 펼쳐지듯 내려온다고 해서 억부산(億婦山)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역시 그렇다. 그 너머로 언덕 같은 산들이 구불구불 점점 낮아지며 끝내는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궁금해진다. 저것은 산줄기가 바다로 내려간 것이냐, 섬 줄기가 뭍으로 올라온 것이냐.어쩌면 둘 다 아니다. 중요한 것은 땅과 물이 만나 서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만나서 소통했다는 얘기다. 즉, 회통(會通)이다. 서로 모순돼 보이는 것들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것. 비록 설익고 억지스럽지만, 억불산에서 깨달은 이 이치를 장흥 곳곳에서 마주치게 될 터였다.● ‘보배로운 숲’에서 소통을 느끼다그 깨달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보림사(寶林寺)다. ‘왜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느냐.’ 깨침은 경전(손가락)이 아니라 불성을 지닌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있다는 선불교(선종)는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 이 땅에 퍼졌다. 9산선문이다.그중 가장 먼저 오늘날 조계종을 연 승려가 도의(道義)다. 보림사는 도의선사가 개창(開創)하고 그의 3대 법손(法孫)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실질적으로 문을 열었다(이일야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 조계종출판사, 2016).부처를 모신 금당 앞에 좌우로 탑을 하나씩 세운 보림사 가람 배치는 예사롭지 않다. 그전까지는 1탑 1금당 배치가 주였다. 이 방식은 금당을 가로막는 탑이 중심으로 보이다. 반면 보림사처럼 좌우로 분산된 쌍탑식은 금당의 중요성을 부각한다(김봉렬 ‘불교건축’, 솔, 2004).그런데 보림사 금당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비로자나불은 선종과 대립하던 교종 중 ‘화엄경’을 근본으로 삼는 화엄종 부처다. 모순된 두 사상이 만나 하나를 지향하는 회통이다. 인간 본질은 부처라는 선종과 인간을 비롯한 온 세계가 불성의 현현(顯現)이라는 화엄종은 모두 ‘본래 부처’라는 생각에서 통한다(‘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경내 모든 불당은 6·25전쟁 때 타버려 1980년대 이후 지었다. 아쉬움은 귀중한 유물로 보상받는다. 통일신라 이후 탑 가운데 아주 드물게 상륜부가 완벽히 남은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보다.철로 만든 불상은 국내에 몇 없다. 높이 252cm, 약 1.5t의 철이 들어간 불상은 도금하지 않아 표면이 거칠고 투박하다. 더 인간적이다. 대적광전 마룻바닥에 앉아 지그시 바라본다. 고동색 철불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보림사는 비자나무 숲 우거진 가지산 품에 안겨 있다. 동쪽에서 바라보면 그 산줄기들이 연꽃 모양을 닮았다.● 매생이, 김, 굴2년 전 장흥을 처음 찾았을 때도, 이번에도 첫날 점심은 굴구이였다. 드럼통을 30cm 높이로 잘라 철판을 얹고 그 위에 굴을 좍 깐다. 익으면 껍질이 살짝 벌어진다. 목장갑 낀 손으로 잡고 열어젖히면 매끄러운 굴 살이 반짝인다.굴구이 집에서는 매생이국이나 매생이떡국을 판다. 매생이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김 양식의 천덕꾸러기였다. 김 홀씨가 붙어 자라는 김발에 매생이가 자꾸 붙었다.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하니 귀찮고 고된 일이었다. 김과 매생이는 서로 모순이었다. 그러나 매생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매생이를 기르게 됐다.남해안 어느 지역이 김 양식을 하지 않겠느냐만, 장흥에서는 좀 다른 김도 난다. 김 양식을 할 때는 바닷속 이물질이 들러붙지 않도록 산(酸)을 뿌린다고 한다. 그런데 산을 뿌리는 대신 썰물 때마다 김발을 뒤집으며 태양으로 이물질을 없앤다. 무산(無酸)김이다.해산물 양식은 종류에 따라 기르는 수심이 다르다. 매생이, 김, 미역, 굴 순으로 깊어진다. 같은 바닷물이라도 깊이에 따라 길러내는 산물이 다르다. 그런 차이가 양식이라는 틀로 한데 묶여 밥상에 오른다.다른 것을 하나로 통하게 한 음식이라면 ‘장흥 삼합’도 빠질 수 없다. 장흥 한우와 키조개 관자 그리고 표고버섯을 구워 고기, 관자, 버섯 한 점씩 쌓아 한입에 넣는다. 관자와 버섯을 육수에 적셔 조리하는 집도 있다. 잘 어울릴까 싶은데 묘하게 조화롭다.● 섬을 핥는 바다 소리지방 소도시에 이른바 힐링 치유 또는 웰니스 증진을 표방하는 시설이 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트레스 검사를 비롯한 건강검진, 명상이나 요가, 한방 족욕, 마사지 테라피 등을 받을 수 있다. 산이나 바다 기운도 받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다. 장흥에도 힐링테라피센터와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마음건강치유센터가 있다.솔직히 난데없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사람이 올까 했는데 군민들이 꽤 온다고 한다. 관광객 같은 외지인에게도 열려 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는 만나서 소통할 공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사실 억불산 전날 일출로 유명한 소등섬을 찾았다. 일몰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물때를 못 맞췄다. 썰물이어서 소등섬은 갯벌에 ‘박혀’ 있었다. 장흥이 낳은 원로 작가 한승원은 고향 바닷가를 작품 배경으로 많이 삼았다. 한 단편에서 그는 ‘파도가 돌담을 핥을 때는 사르륵 소리가 난다’고 했다. 바닷물이 소등섬을 핥고 지날 때는 어떤 소리가 날까. 일출도 일출이지만 다음에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선을 그으면 장흥 남쪽 해안 높이 46m 전망대 ‘126타워’에 닿는다. 광화문, 러시아 하얼빈을 잇는 동경 126도 선상에 있다는 의미에 더해 한(1)민족, 두(2) 나라를 소통 화해 교류 협력 평화 기회라는 6대 가치로 통일하자는 뜻이란다. ‘굳이 여기에?’라고 생각했다가, 이승우 단편 ‘정남진행’ 속 문장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남진. 한반도가 큰 나무라면 수분을 공급받기 위해 뿌리 내리고 있는 물이 그곳 바다인 셈이야.’글·사진 장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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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1년 창학 100년 건국대… ‘원헬스(One-Health)’로 퀀텀 점프 준비 완료

    건국대학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수의과대학이나 동물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최근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는 농축산, 식품, 바이오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공계를 제외한 분야에서 부동산, 경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을 건국대 간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5년 뒤인 2031년, 창학 100년을 맞는 건국대는 지금까지 쌓아온 이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톱(top)5 및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고 진중하게 달리고 있다.● 농축산-의학-과학은 창학의 모태 건국대는 1931년 창학 당시부터 농업과 축산, 그리고 의학을 국가 발전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관련 인재 배출에 주력했다. 학교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常虛 劉錫昶·1900∼1972) 박사는 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항일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해 의술을 통해 나라를 돕겠다는 인술보국(仁術保國)의 길을 걸었다. 유 박사는 광복 전에는 가난한 민중을 치료하기 위해 사회영 중앙실비진료원(社會營 中央實費診療院)을, 광복 후에는 나라를 바로 세울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선정치학관(朝鮮政治學館)을 각각 설립했다.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민족을 위해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호 ‘상허’처럼, 그의 삶은 교육과 의료를 통한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가 세운 민중병원은 건국대병원의 전신이 됐다. 특히 유 박사는 식량 자립과 과학기술 진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통찰 아래 농축산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건국대 초기 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건국대 곳곳에 깊게 뿌리내렸고 수의학과 바이오 분야 학문의 체계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원헬스 전략의 진화 ‘KU AI 원헬스’ 2031년 창학 100주년을 앞둔 건국대는 이런 뜻깊은 전통을 계승해 왔다. 2024년 취임한 원종필 총장이 선포한 특성화 발전 전략 ‘KU 원헬스(One-Health)’가 대표적이다. 원헬스는 바이오, 의료, 정책, 법률, 경제, 문화 같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계해 동물과 인간 그리고 환경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개념이다. 특히 건국대가 오랫동안 학문적 기반을 축적하며 여타 대학보다 강점이 있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의학, 동물 바이오, 첨단 바이오 분야를 토대로 구체화한 발전 전략이다. 건국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최근 원 총장은 기존 원헬스 전략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확장한 ‘KU AI 원헬스’ 비전을 발표했다. AI를 토대로 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간-동물-환경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중점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원헬스 생태계’를 만들 것을 선포했다.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를 위해서는 차세대 펫테크(Pet-Tech·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로 반려동물 건강관리, 안전, 교육 등을 돕는 기술) 사업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AI 기반 동물 정밀 의료 모델을 확립할 예정이다.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차원에서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구축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의료 체계를 고도화하는 ‘KU-의료 데이터 뱅크’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친화적 소재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수의대, 국내 최고 넘어 글로벌 톱 반열 동물과 바이오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원헬스 전략의 핵심은 건국대 수의과대학이다. 건국대 수의대와 부속 동물병원은 글로벌 수준의 임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24년 건국대 동물병원은 아시아 소재 대학 동물병원 최초로 ‘국제 수의 응급 중환자의학회(VECCS)’ 2등급(Level 2) 인증을 획득했다. 수의 응급 및 중환자 진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인 VECCS 2등급은 미국 밖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건국대 수의대의 VECCS 2등급 인증 획득은 병원 시설, 진료 시스템, 인력 구성, 장비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체계가 국제 상급 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건국대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수의응급의료센터를 체계화해 응급 및 중환자 의학 분야를 선도해 왔다. 수의대 학생회 또한 VECCS 학생 조직 ‘SVECCS’에 국내 최초로 정식 가입해 학부 단계부터 글로벌 학술 네트워크와 연결돼 선진 수의학을 배우면서 이끌고 있다.● 다양한 연구 성과 쏟아져 연구 역량 역시 다층적이다. 건국대 수의대 김시윤 교수팀은 하버드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세종대 등과 함께 3년간 70억 원 규모 심장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 유사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 분화 능력을 이용해 복잡한 심장 구조와 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만든 3차원 미니 장기(臟器)를 말한다. 신약 후보의 효능과 독성 평가, 질환 연구, 세포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 연구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차세대 실험법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연구 성과가 신약 개발 생태계와 연결돼 임상 검증 및 실제 치료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염병 연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수의대 이동훈 교수팀의 ‘조류인플루엔자(H5Nx)의 장기 진화 양상 분석을 통한 포유류 적응 가능성 탐색 연구’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의 변이 경로를 선제적으로 분석한 작업이다. 이 연구는 지속적으로 유전체를 감시해 유관 기관과 신속하게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미래 인체 감염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안전망과 직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이 교수팀 연구는 국가 보건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글로벌 역량 갖춘 실전형 인재 육성 건국대 수의대 교육 체계는 ‘원데이 스킬(One Day Skill·실용 기술)’을 목표로 현장 중심으로 설계돼 면허 취득 후 현장에서 역량을 즉시 발휘할 수 있는 수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과 외부 대형 병원에서 임상 모의 실습과 반려동물 및 산업 동물 진단과 치료 실습 시행 등을 통해 실전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퍼시픽스테이츠대학교(Pacific States University)와 연계한 해외 임상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임상 경험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 참가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육 투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밖에도 미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포모나(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와 태국 명문 카셋삿대학교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실습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역시 수의대 교육 체계의 중요한 축이다. 건국대 수의대 수의료 봉사 동아리 ‘바이오필리아’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의료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건국대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이 지역사회와 국제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축산 및 생명공학 중심 대학으로 출범한 건국대학교는 이처럼 창학정신을 기반으로 원헬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바이오 및 신약 개발, 동물 의료, 환경보전 연구를 연결하는 수의대와 건국대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亞 제일 큰 동물병원 지어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도전”[INTERVIEW] 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원헬스 연구-수의료 거점 플랫폼 될 것가족 같은 반려동물, 수의사 역할 커져”“아시아 최대 규모 대학 동물병원 신축 계획이 올해 본격화합니다. 연구와 임상, 그리고 교육 기능을 통합한 첨단 인프라인 새 동물병원이 완성되면 ‘원헬스’ 연구와 수의료(獸醫療) 결합 거점 플랫폼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사진)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동물병원을 짓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물병원 신축은 단순한 시설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연구 허브 구축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최 학장은 이어 “현재 건국대 수의대는 감염병 제어와 암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줄기세포와엑소좀을 비롯한 첨단 바이오 분야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획득과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진입을 목표로 이를 위해 꾸준히 도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건국대 수의대는 동물에 대한 의술뿐 아니라 생명과 사람을 중심에 놓는 태도 역시 중시한다. 최 학장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을 넘는 등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수의사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건국대 수의대는 생명 존중 가치를 바탕으로 동물, 인간,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수의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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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대, 생성형 AI 융합 최고경영자과정 개설

    한양대는 4월, CEO 및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2기 생성형 AI 융합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이를 실제 경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습 중심 최고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기술 이해를 넘어 경영 전략, 의사결정 구조, 업무 자동화, 마케팅 혁신, 조직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업 운영 전반을 포괄하는 융합형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특히 생성형 AI를 경영 도구가 아닌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설정한다. AI 시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 역량 강화를 지향한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실전형 구조로 운영된다. 1교시에서는 한양대 교수진과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시대 경영자가 갖춰야 할 전략적 인식과 의사결정 프레임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2교시에서는 경영자가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실습형 수업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즉시 현장 적용이 가능한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실습 과정은 경영 보고서 및 이메일 자동 작성, 프레젠테이션 및 데이터 시각화, 마케팅 콘텐츠 제작, 맞춤형 GPT 챗봇 구축 등 실제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주제로 구성된다. ‘제2기 생성형 AI 융합 최고경영자과정’은 4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총 15주간 매주 수요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다. 대상은 기업 CEO 및 고위 임원 40명 내외다. 한양대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경영자의 필수 전략 자산”이라며 “기업 리더들이 AI를 경영의 언어로 활용해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적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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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과학 인프라와 전담 인력은 시스템으로 지켜야”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협의회(회장 한진 인제대 교수)는 2026년을 ‘CORE NEXT 지속성 확보 원년’으로 정하고 연구 인프라 지속의 제도화와 장비 전담 운영 인력(Staff Scientist)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4일 전국 대학 80여 개 핵심연구지원센터(Core-Facility)와 인프라 고도화시설 협의체인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원센터 연구 인프라의 지속성 유지를 제도로 뒷받침하며, 전담 인력 경력 계발과 고용 지속 구조를 정립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흩어져 있는 연구 장비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계·환경·소재, 바이오, 우주 등 분야별로 모아 공동 활용하고, 전담 인력이 체계적으로 관리해 전문적인 연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조성된 지원센터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동안 국가 연구개발(R&D)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지원센터가 제도적 한계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의제라는 분석이다. 앞서 협의회는 이달 10일 ‘기초과학 인프라와 전담 인력 지속성 확보를 위한 CORE NEXT 정책 포럼’을 열어 지원센터 지속 가능성 방안을 모색했다. 대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 관계자와 전국 주요 대학 지원센터장 및 실무 책임자가 참석했다. 협의회 측은 전담 인력의 고용 불안정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값비싼 장비를 다루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숙련 인력이지만 비정규직에다 처우도 열악해 정부 사업이 끝나면 이탈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립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현 구조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후속 사업 선정에서 탈락하면 센터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축적된 연구 노하우와 인프라가 유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장 연구자들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센터장 책임과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지원센터 운영 방식을 벗어나, 정부와 대학본부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후속 사업 선정 규모 확대, 사업 종료 후 의무 운영 기간의 대학본부 책임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정부 측은 올해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고, 인공지능(AI)과 에너지 같은 초격차 전략기술과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 회복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원센터가 단순한 장비 관리 조직이 아니라 국가 연구 경쟁력의 필수 기반임을 재확인했다”며 “인력, 공간, 장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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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 상상한 만큼 보인다[여행스케치]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 일본어로 시시하다, 쓸모없다, 변변찮다는 뜻이다. 문법적으로는 ‘구다라’에 ‘없다’ 또는 ‘아니다’라는 뜻의 ‘나이(ない)’가 합쳐졌다. 구다라가 없으면, 구다라가 아니면 하찮다, 쓸데없다는 얘기다. 구다라가 뭐기에 그것이 없으면 앙꼬 빠진 찐빵처럼 취급하겠다는 것일까. 구다라는 일본에서 백제(百濟)를 부르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백제와 일본의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선진 문물을 전해줬다는 사실 말고는 말이다. 백제 것이 없다면, 백제 것이 아니면 시답잖다는 관용구가 생길 정도로 백제 문화는 압도적이었다. 동장군이 바깥출입을 단단히 경계하는 이때, 구다라의 정수(精髓)를 찾아 충남 부여와 공주의 박물관을 찾았다. ● 찬찬히 용의 눈을 들여다보다지난해 12월 23일 국립부여박물관에는 이것 하나만을 위한 전시실이 문을 열었다. 높이 62.3cm, 최대 지름 19cm, 무게 11.8kg 유물을 위해 3층 규모 254㎡(77평) 공간을 들였다. 전실(前室) 같은 짧은 복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선다. 고구려 고분 현실(玄室)에 들어온 듯하다. 어둑어둑한 사위 중앙, 황금빛이 사각 유리 상자에 모인다. 그 위를 천장에서 지상 약 250cm 높이까지 내려온 사각 벽이 호위하듯 빛의 산란을 막아 준다. 유리 안쪽 높이 120cm 정도 좌대 위에 도도하게 서 있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다. 이 향로는 향료를 피우는 왕실의 제기(祭器)였다. 향내와 연기는 신(조상)에 대한 찬미의 표시다. 그만큼 중요한 도구였기에 이를 제작할 때 가히 한 나라의 공력이 들어갔을 터다. 가까이 다가가 향로를 바라본다. ‘살아 숨 쉬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맨 위 봉황과 산악도(山嶽圖)를 표현하는 뚜껑, 연꽃 그득한 못(연지·蓮池) 같은 장식의 몸체(노신·爐身)와 이를 지탱하는 용 받침. 뚜껑과 노신이 맞닿는 각각의 테두리에는 흐르는 구름 무늬(유운문·流雲紋)가 새겨져 있다(이하 참조: ‘백제금동대향로’, 서정록 지음, 학고재, 2020년). 어느 시대, 어느 왕 때, 어떤 종교적, 사상적 배경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이 향로 앞에 서 있는 순간에는 무의미하다. 그저 찬찬히 바라볼 뿐이다. 수탉 볏을 한 봉황은 가슴과 턱 사이에 구슬을 두고 있다. 아래에서 연지를 입으로 물어 받치고 있는 용이 떨어트린 여의주인가 싶다. 날갯죽지 윗부분은 활(弓)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몸길이만 한 꼬리는 하늘을 향한다. 봉황과 뚜껑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뚜껑에는 세 산이 중첩해 있는 형태(삼산형·三山形)의 산봉우리가 층층이 늘어서 있다. 정형적인 ‘뫼 산(山)’ 자 모양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변형돼 있다. 뚜껑 맨 위에는 악사 5명이 각각 미국 악기 밴조 비슷한 완함(월금·月琴), 긴 피리, 팬플루트를 연상시키는 배소, 북, 거문고를 연주한다. 몇몇 악사는 머리를 오른쪽으로 틀어 묶은 듯하다. 악사들 주위를 5개 봉우리가 감싸는데 새가 한 마리씩 앉아 있다. 다들 봉황을 쳐다보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세가 다 다르다. 날개를 쭉 뒤로 펴고 머리를 치켜든 것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가슴에 묻고 있기도 하다. 날개를 접은 두 마리는 각각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향한다. 서정록은 “고대 기러기 춤사위를 연상케 한다”고 했는데 그럴 듯도 하다. 봉우리 사이로 계곡이 있고, 폭포가 있고, 시내가 흐른다. 그 사이사이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는 씨를 뿌리고 누구는 낚시한다. 코끼리를 탄 사람이 있고 나무 아래서 참선하는 이도 있다. 폭포물에 머리를 적시는 듯한 사람도 있고 활을 든 사람도 있다. 지팡이 짚은 노인도 보인다.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 무엇을 하는지 분명한 사람도 있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사람이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 속 상체를 돌려 활 쏘는 수렵 인물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는 말도 얼굴을 뒤틀어 화살 쏘는 방향을 쳐다본다. 기수와 말이 일체가 된다. 호랑이 멧돼지 사슴 코끼리 원숭이가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과 뛰논다. 사람 얼굴에 짐승 몸을 하거나 사람 얼굴에 새 몸통을 한 반인반수도 보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신령이든, 인면수신(人面獸身)이든 누구든 얼굴 찡그리지 않는다. 천상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하다. 별유천지(別有天地)이다. 몸체는 3단으로 연꽃잎을 배치했다. 연꽃잎마다 그리고 꽃잎과 꽃잎 사이에 물고기, 신조(神鳥), 신수(神獸) 등을 한 마리씩 돋을새김했다. 몸체에도 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은 팔을 앞으로 뻗고 한쪽 다리는 굽히고 다른 다리는 쭉 편 모습이다. 누구는 택견 동작을 취한다고 하고, 누구는 요고(腰鼓) 연주 자세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달리는 동물 등에 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용이 있다. 용의 눈을 보기를 권한다. 상상 동물 용이 반려동물처럼 보인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백제를 위대하게국립공주박물관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령왕릉 자체가 공주박물관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국보 12종 17점을 비롯해 5200여 점 유물이 이 박물관을 지탱한다. 무령왕릉은 백제와 신라 왕릉 가운데 어느 왕이 묻혔는지 밝혀진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무령왕릉 입구에서 관에 이르는 널길 중간에 서서 묘를 지키던 석수(石獸)다. 높이 31.5cm, 길이 48.5cm 돌조각으로 머리에는 철제 뿔이 달려 있다. 무령왕릉을 발굴할 때 입구를 막고 있는 벽돌 더미에서 한 장의 벽돌을 빼내자, 무덤 내부에 응집돼 있던 공기가 분출됐다고 한다. 성에 같은 하얀 기운이 순간적으로 발굴자 눈에 서렸다가 곧 사라졌다는 것이다(‘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 정재윤 지음, 푸른역사, 2021). 어쩌면 왕릉 지킴이 석수의 탄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책이나 TV를 통해 보던 무령왕과 왕비의 금동 신발, 관식(冠飾), 금목걸이, 환두대도 등을 실제로 보니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무릎을 칠 만했다. 그러나 대향로를 본 뒤여서인지 무엇보다 ‘받침 있는 은잔(동탁은잔·銅托銀盞)’이 눈에 더 들어왔다.전체 높이 15cm인 이 유물은 뚜껑과 은잔, 그리고 받침으로 돼 있다. 서정록에 따르면 동탁은잔 장식 무늬 기본 구성이 대향로와 일치한다. 잔 뚜껑에 산악도가 새겨져 있고, 그 산악도 위에 봉황도 그려져 있다. 산들도 삼산형이다. 또 잔에 장식된 것은 연꽃과 용이다. 은잔의 용은 세 마리지만 연꽃을 보호하는 위치는 다를 바 없다. 대향로는 백제 성왕의 아들 창왕(위덕왕)이 애통하게 전사한 부왕을 추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성왕이 부왕 무령왕을 위해 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의 천도라는 국가 중대사를 치른 성왕이 무령왕을 위시해 선대 왕들을 모시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기자는 이 설에 마음이 더 끌린다. 무령왕은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뒤 백제의 재융성을 이끈 왕으로 평가받는다. 불혹의 나이에 뒤늦게 왕이 된 그는 재위 말기인 521년에 ‘(백제는) 다시 강국이 되었다(更爲强國)’고 선언했다. 그런 부친에게 아들이 바칠 만한 ‘선물’ 아니었을까.실제 무령왕릉과 그 곁의 왕릉 1∼6호분은 보존 문제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 모형 무덤 내부 일부가 박물관에 있을 뿐이다. 하릴없이 왕릉원의 왕릉 사이를 걸었다. 무령왕릉 위인지 아니면 6호분 위인지 노랗게 변한 무덤 위에서 후투티 세 마리가 놀고 있었다. 후투티는 봄에 왔다가 가을에 떠나는 여름 철새라고 했는데…. 왕릉원 한쪽에 옛 정림사 연못을 재현했다며 파놓은 ‘백제연못’이 있다. 안내판을 보니 ‘391년 진사왕 때…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진귀한 새를 기르고…’라고 적혀 있었다.글·사진 공주·부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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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세종캠퍼스, ‘AI 융합교육 특성화’로 교육 패러다임 바꾼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부총장 양지운)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교육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교육 체계 전반의 혁신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 발전으로 학문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전공 중심 교육을 넘어 AI 활용·개발 역량과 전공 기반 전문성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 양성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AI 융합교육 특성화’를 교육 혁신의 중심 축으로 삼고, 초지능 사회가 요구하는 실무형·문제해결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전체 교육 구조를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학과를 대상으로 AI·데이터사이언스(AI/DS-Data Science) 융합교육 및 학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전공이 보유한 고유한 학문적 전문성 위에 AI 활용 능력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교육 구조를 바꾼다. 전공 교육의 깊이를 유지하고 AI를 통해 문제를 재정의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지역 산업 특성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스마트시티로 성장 중인 세종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공공데이터, 도시·교통·환경 분야 데이터 활용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수요 기반의 실천형 교육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교육 과정은 ▲AI/DS 트랙 ▲AI/DS 융합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운영한다. AI/DS 트랙은 각 학과의 기존 전공 체계 안에서 AI와 데이터 활용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전공과 연계된 AI 기초·응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DS 융합전공은 AI·데이터 관련 학과와 타 전공 간 협력을 통해 공동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복수 전공 형태의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전공과 학과의 경계를 넘어 학생들이 AI·데이터 분야의 핵심 역량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도록 여러 교과목을 묶어 구성한 교육 과정이다. 급변하는 산업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학 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 문화·스포츠, 약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도 AI·데이터 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과별 특성화 방향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통계학, AI 문화콘텐츠, 경기 데이터 분석 및 AI 전략 등 전공 특성에 맞춘 융합전공과 교육 과정 운영을 통해 학문 간 융합의 폭을 넓힌다. AI 융합교육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원과 교육 환경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전 교원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해 교수·학습 방법 혁신과 전공 연계 교육 과정 설계 역량을 높이고 있다. AI·데이터 특성화 교육 전용 실습 환경을 구축하고, 융합 교육 운영 학과에 대한 교원 충원과 학과 특성화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교육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해 교육 혁신을 뒷받침하는 행정 대응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연구·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AI 기반 연계 행정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 모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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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 자산관리… 불확실성 시대 대비한 ‘자산관리 최고위 과정’ 운영

    자산 관리와 투자의 핵심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3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예기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연세대는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전 중심의 자산관리 역량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연세 자산관리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본 과정을 운영하는 연세대 미래교육원 오석영 원장은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붕괴 우려, 원자재·통상 환경 변화와 함께 국내에서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라며 “국내외 자산 투자에 대한 폭넓은 실전 전략 이해를 통해 성공적인 투자 판단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진은 금융·부동산·대체투자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염승환 LS증권 이사,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 본부장과 연세대 허현승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교육 과정은 자산관리, 금융자산 투자, 부동산 자산 투자, 대체투자, 교양 및 원우 활동과 국내외 워크숍 등 5개 모듈로 구성됐다. 현장 실습과 질의응답을 통해 실무 이해도를 높인다. 5월 말 진행 예정인 합동 해외 워크숍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2∼3곳을 직접 방문한다. 현재 11기를 50명 내외로 모집 중이며, 원서 접수 마감은 3월 17일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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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신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삼성증권은 6일 ‘2026년 소비자 보호 실천 서약식’을 열어 자체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날 서약식에서 공개된 개정 헌장은 금융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회사 경영진이 서약식 현장에서 서명한 이 헌장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비롯해 7가지 ‘핵심 약속’을 담았다. ‘법규 준수 및 개인정보 보호’와 ‘정확한 상품 설명’ 같은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내용과 ‘고령자와 장애인 차별 금지 및 (이들이 상품을 소비하기에) 편리한 환경 조성’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 시스템 운영’ 등 고객에 더욱 친화적인 영업 활동 약속도 들어 있다. ‘금융소비자의 목소리 적극 반영’ ‘금융소비자 대상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같은, 직접적인 금융 서비스 이외의 운영 방침도 제시했다. 올 한 해 이 같은 약속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날 밝혔다. 먼저 사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 행동 수칙(my CoC)’ 공모를 진행해 선정된 방안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또 임직원 모든 컴퓨터 화면보호기에 헌장 내용이 나오도록 해 소비자 보호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항상 의식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고객을 주축으로 평가단과 패널을 운영해 소비자 보호 수준을 평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서약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든 업무의 중심에 둬야 한다”며 “고객이 신뢰하지 않는 삼성증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각오로 모든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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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억5000만 년 살아온 큰 바위에서 겸허함을 배우다[여행스케치]

    어니스트는 자신이 사는 계곡 마을을 굽어보는 ‘큰바위 얼굴’을 매일 바라봤다. ‘큰바위 얼굴은 그의 스승이 되었고 그 얼굴이 표현하는 감정이 그의 심장을 더욱 키워서 넓고 깊은 연민으로 채웠다.’(‘큰바위 얼굴’, 너새니얼 호손 지음, 고정아 번역, 바다출판사, 2010년) 거대한 바위나 암벽은 수천만 또는 수억 년 전에 생겼다. 불교에서 말하는 겁(劫)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버틴 암석에 비하면 인간 삶이란 하잘것없을지 모른다. 새해를 맞아 인고의 세월을 응축한 바위와 돌 앞에서 겸허해지는 기회를 가져 본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寧越)에서다. ● 아주 옛날 영월은 바다였다혹자는 영월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영을 넘고 또 넘어 울음 지으며 찾아들고 다시 떠날 때 또 눈물지으며 돌아선다는 곳’이라고. ‘안녕할 영(寧)’ 대신 ‘재 영(嶺)’을 써서, 높은 산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야(넘을 월·越) 오갈 수 있는 첩첩산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영월군 북면 문곡리에 가면 이 ‘상식’이 뒤집어진다.휘감아 도는 평창강(서강)을 바로 뒤로 한 절벽 아랫부분에 높이 약 16m, 넓이 14m쯤 되는 큰 바위 세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가운데 삼봉을 떼어다 놓은 것 같다. 다른 두 개보다 검은 오른쪽 바위 표면은 굽 없는 대접 수백 개를 뒤집어 붙인 듯 올록볼록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리스어로 층상(層狀) 구조를 뜻하는 ‘스트로마’와 돌을 뜻하는 ‘리토스’가 합쳐진 단어다. 다시 말해 ‘겹겹이 쌓인 돌’이다.재미있는 점은 이 돌이 바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약 35억 년 전 바닷속에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아주아주 작은 녹색 세균들이 있었다. 몸에 끈적끈적한 막을 두르고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썰물 때 물속 모래알이나 흙이 달라붙어 굳었다. 그 위로 다른 세균들이 올라와 쌓이는 과정을 수천, 수만 년 반복하면서 생긴 돌이다.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인 셈이다.문곡리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期)인 약 4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은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대기 중에 드러나는 얕고 따뜻한 갯벌이었다. 층층이 쌓여 누워 있어야 할 바위가 지금은 발딱 서 있다. 지구의 어떤 격렬한 운동이 일으켜 세웠다. 하나 더.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최초 ‘산소 펌프’ 가운데 하나였다. 이 세균들이 만들어 낸 산소가 지구 전체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스트로마톨라이트보다 밝고 옅은 회색을 띤 다른 두 바위 표면에서는 건열(乾裂)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기도 하고, 거북이 등껍질 같기도 하다. 퇴적물이 건조한 환경에서 수축하면서 표면에 생긴 다각형 균열이다. 인간 머리로는 상상도 못 할 간난신고를 견뎌낸 흔적처럼도 보인다.사람 수명은 티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지구 시간이 빚어낸 바위는 또 있다. 역시 오르도비스기에 생성된 영월읍 방절리 선돌이다. 문곡리에서 남쪽으로 6~7km 오면 서강 줄기가 물굽이를 이루는 강변에 서 있다. 높이 약 70m. 원래는 하나의 거대한 석회암 암벽이었다. 암벽 중간 밑부분이 침식돼 그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기둥 같은 돌이 뚝 떨어져 나온 모양새가 됐다. 허리 한번 뒤틀면 10만8000리(약 4만2000km)를 날아간다는 근두운을 탄 손오공을 짐짓 막아서는 부처님 손가락 같다고나 할까.선돌은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 비운의 단종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청령포로 유배 가는 길에 잠시 쉬다 이 돌기둥을 바라보니 신선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선(仙)돌’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우리가 흔히 아는 선돌은 고인돌과 함께 영국 스톤헨지처럼 선사시대 거석 기념물이다. 선돌은 또한 미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매끄러운 직육면체 돌 ‘모노리스(monolith)’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모노리스가 지구 문명을 일으키는 신 같은 역할을 하듯, 방절리 선돌에서도 기묘한 종교성이 느껴진다. 잠시 눈을 감아 본다.● 인내한 땅속이 품은 석탄과 텅스텐신화보다 더 아득한 지구 시간을 조금 앞으로 감아 보자. 인류 삶과 연관된 돌의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약 3억5500만 년 전~2억95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다. 지금이야 석탄은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범의 하나로 손가락질받지만, ‘검은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현재 인류 문명의 초석을 놓은 것도 석탄이다.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조선 병탄을 꾀하던 일본이 일찌감치 한반도에서 정밀 조사한 것도 석탄을 비롯한 광물자원 매장 분포였다.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한때 잘 나가던 탄광촌이었다. 1935년 강원 지역 최초로 마차 탄광 갱도가 열리자,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일본인도 모여들었다. 탄광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 100여 가구가 살던 두메산골이었다.전성기인 1960년대에는 영월 주민 절반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관에 고급 요정들까지 들어선 큰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옛 영화를 추억하는 ‘탄광문화촌’으로 남아 있다. 1990년 최종 폐광될 때까지 이곳에서 석탄을 캐고 나르던 각종 기계가 전시돼 있다. 갱도 내부는 채탄 각 과정을 실물 크기 인형들로 재현해 놨다.철로 된 도르래 2개가 꼭대기에 달려 있는 5~6m 높이 철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약 12km 떨어진 영월화력발전소까지 석탄을 공중으로 운반하던 가공삭도(架空索道) 탑 중 하나다. 다른 탄광 석탄과 달리 이곳 석탄은 딱딱하지 않아 손으로 만지면 툭 부서져 밀가루처럼 됐다. 연기도 잘 나지 않았다. 이것을 ‘솔개차’라고 불린 쇠 통에 담아 케이블카처럼 공중으로 실어 보냈다.일제는 왜 대도시들에는 전기를 공급하지도 않는 화력발전소를 1937년 이곳에 지었을까. 그것을 알려면 지구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돌려야 한다. 한 1억~2억 년쯤 앞으로 말이다. 중생대 쥐라기에서 백악기(약 2억 년 전~6600만 년 전)까지다.이 시기 한반도에서는 격렬한 화산과 마그마 활동이 벌어져 중석(重石·텅스텐)이 다량 함유된 광상(鑛床)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영월군 상동읍이다.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지리 교과서에서 ‘상동 텅스텐’을 외웠을 것이다.1931년 만주사변에 이어 1937년 중일전쟁까지 일으키며 전쟁 소용돌이를 몰고 온 일본에 중석은 더 강한 병기 제조에 꼭 필요한 핵심 전략 물자였다. 따라서 중석 제련을 위한 전기 공급이 절실했다.1916년 중석 노두(露頭·지표면에 드러난 광맥)가 발견된 이래 상동 중석 채굴은 부침을 겪었다. 전시에는 활황이었다. 한때 한국 수출의 6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 시기에는 시쳇말로 똥값이 됐다. 활황기에는 마차 탄광촌처럼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는 동네’가 상동이었다. 6·25전쟁 직후 몇 년간은 폐쇄된 과거 갱도를 몰래 뚫고 들어가 텅스텐이 함유된 회중석을 캐내는 도굴꾼이 많았지만, 그러려니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중석 광산에서 나오는 임금으로 영월 경제는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영월에는 술주정꾼이 많다’는 기사(조선일보, 1959년 4월 10일자)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휴업, 폐업, 재개업을 거듭하다 중국산 덤핑 공세에 밀려 1994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캐나다 광산업체 알몬티가 지분 100%를 인수해 텅스텐을 재생산하기 직전이다.회중석에 254nm(나노미터) 파장 자외선을 쐬면 텅스텐이 든 부분이 파랗게 빛을 낸다. 아주 자잘하게 박혀 있어 참깨 같다고들 한다. 그 ‘작고 푸른 참깨’가 만들어지기까지 돌이 감내한 시간에 살짝 경외감이 든다.● 소박한 영혼, 소박한 심장바위와 돌이 들려주는 장대한 시간 속에 빠져 있었다면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다. 영월군 한반도면에 있는 ‘영월지오뮤지엄’에 가 보자. 사회적 기업인 이 지질 박물관은 10여 년 전 영월로 귀촌한 민경문 관장이(67) 고군분투해 만들었다. 그저 쉬러 왔던 영월이 5억 년 전에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랍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땅과 돌에 매달렸다. 교과서부터 국내외 관련 논문을 찾아 읽었다. 전국을 돌며 한반도 각종 지질 시대를 표상하는 돌 300여 개와 화석들을 수집했다. 제국의 특성답게 집어삼키려는 나라 정탐에 공을 들인 일본이 작성한 전국 지질 지도를 비롯한 각종 지도와 책, 논문도 모았다.민 관장이 바라는 것은 명예나 지위가 아닌 것 같다. 발 딛고 사는 이 땅이 품은 돌과 바위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정도다. ‘소박한 영혼, 소박한 심장, 소박한 희망….’ 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에서 찾은 것도 그런 것이었을 테다.글·사진 영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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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교 50주년 서일대, AI·창업·지역상생으로 ‘서울 대표 전문대’ 굳힌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서일대(총장 오선)는 ‘지덕배양 초지일관(知德培養 初志一貫)’의 교육 이념 아래 지와 덕을 겸비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대표 전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서일대는 29개 학과의 전문학사 학위 과정과 19개 학과의 학사학위 전공 심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2500여 명의 신입생과 6000여 명의 재학생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전담학과인 글로벌AI융합학과를 신설했다. 4개국 1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들도 서일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경쟁력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특히 ‘신 산업분야(AI 분야) 특화 선도 전문대학 지원사업 2.0’에 선정돼 급격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게임융합학과는 AI와 게임 산업을 융합한 전문 기술인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첨단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전공 간 융·복합적 사고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론·실습·프로젝트를 통합한 ‘Exss Micro Module’ 교육 체계를 도입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창업교육 혁신선도대학(SCOUT)’ 사업에도 선정돼 지역 기반의 창업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자체 및 지역 산업체와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 Mirror형 실험·실습실, 공유 주방 등 실무형 교육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학 협력 기관 및 지역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취·창업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챗GPT, OpenAI 등 신산업 분야 기술 습득을 위한 교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특강, 산업체 연수, 교수법 개발 등)을 운영하고,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과정 및 융합능력 함양 코스를 적용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서일대는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사업, 대학일자리 플러스사업 등 다양한 취·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학생들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 기회와 실질적인 취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혁신과 학생 지원 성과를 바탕으로 서일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를 갖춘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7년 연속 KS-SQI(한국서비스품질지수) 전문대학(서울) 부문 1위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서일대는 서울 중랑구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역 앵커 기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중랑구의회와 중랑구청, 지역 법률·경제·언론·의료계 관계자 및 전문가, 지역 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협력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학 총장과 중랑구청장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협력실무협의회’를 통해서도 다양한 지역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일대·중랑구청 주차장 개방 협약’, ‘거리 정화 캠페인’, ‘홀몸 어르신 돌봄 활동’, ‘취약계층 대상 영양·안전·위생 교육’ 등 실질적인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환경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약 10억 원을 들여 배양관 PC실습실 리모델링과 호천관 서일메이커센터, 도서관 첨단강의실 2개실과 서일어울림라운지를 개소했다. 또 PC실습실 및 첨단강의실 6개실을 리모델링 하였고, 서일 공유 주방 실습실도 구축했다. 이어 기존 흥학관을 새롭게 정비해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시설을 신축했다. 2023학년도 4월에는 헬스장(서일 피트니스센터)을 열었다. 서일대는 2026학년도 정원 내 전형을 통해231명을 모집하며 이는 모집정원(2125명)의 10.8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모집 기간은 12월 29일부터 2026년 1월14일까지다. 실기, 면접고사는 2026년 1월 24∼ 25일이며, 합격자는 2026년 1월30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실기/면접위주 전형으로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만화웹툰학과를 모집한다. 그 외의 학과는 수능위주전형, 학생부위주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수능위주전형은 수능성적 100%로 선발하며 국어, 수학, 영어 3개 과목 중 우수과목 2개, 탐구영역 중 우수과목 1개 등 총 3개 과목의 백분위 성적을 반영한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학생부성적 100%로 선발한다.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중 우수 2개 학기를 반영한다. 서일대는 지원 자격이 가능한 전형에 최대 2개 학과(전형)에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 단, 실기/면접학과 간 복수지원은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본인이 유리한 전형으로 2개 학과를 지원하거나, 원하는 학과에 2가지 전형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일대 관계자는 “정시에는 선발 인원이 많은편이 아니지만 수시에서 이월되는 인원이 있다. 이를 홈페이지에서 잘 확인해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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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학교별 쏠림 뚜렷… 공업계 전반 약세 속 용산철도고 2년 연속 지원율 1위

    전국 특성화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이 마무리되면서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직업계고 지원은 과거처럼 전반적 증가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지원자 수의 증감만으로 직업계고의 위상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계열과 학교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 선택 기준이 ‘안정적 취업’에서 ‘관심 분야 체험과 적성 탐색’으로 이동하면서 직업계고 내부에서도 계열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 있는 특성화고가 많은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직업계고는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통해 71개교에서 1만 290명을 모집했다. 1만3055명이 지원해 충원율 95.5%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높은 충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진로체험 프로그램 1408개, 입학설명회와 캠프 423회에 연인원 2만8463명이 참여하는 등 외형상 진로 안내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학교 현장과 교육청 차원에서 직업계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치 이면의 흐름은 다르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전체 충원율보다 지원이 어디로 몰렸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예능·체능, 방송·관광 등 콘텐츠·서비스 계열로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공업계 특성화고는 전반적으로 지원 감소를 겪고 있다.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인력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업계 직업 교육은 ‘산업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선택받기 어려운 분야’라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이는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산업 구조 변화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공업계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용산철도고는 2년 연속 공업계 지원율 1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계열에서는 지원율이 2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공업계 하락이라는 큰 흐름과 뚜렷이 대비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공업계 안에서도 학교별 경쟁력 차이가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용산철도고의 사례는 ‘왜 어떤 공업계 학교는 선택받고, 어떤 학교는 어려워지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홍보 효과로 보지 않는다. 철도라는 산업의 전망, 교육 과정과 직무의 명확한 연결, 실습 중심 교육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산학 협력의 지속성이 결합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직업 교육’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로 선택 과정에서 정보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교육의 결과는 외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제1회 서울 직업계고 학생 로봇대회(SSRC)에서는 용산철도고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합팀 ‘터틀리스’가 종합 1위, 또 다른 연합팀 ‘중간만’이 종합 3위에 입상했다. 철도·기계·제어 기반 교육을 바탕으로 다른 학교와 협력해 성과를 낸 사례다. 전공 중심 실습 교육이 문제 해결력과 융합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학교 교육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직업계고 모집은 이제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학교와 계열의 경쟁력이 수치로 드러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예능·방송·관광 계열로의 쏠림과 공업계 전반의 약세 속에서도 용산철도고가 2년 연속 기간산업 분야 지원율 1위를 기록한 사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막연한 직업 교육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의 연결이 설명되는 교육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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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 5만 개 끓여 보며 성능 테스트… “무인점 라면 조리기 95% 차지”[유레카 모멘트]

    라면 조리기는 20여 년 전에 나왔지만 ‘한강라면’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이를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만든 것이 전국 무인 라면점을 휩쓴 주방 가전업체 범일산업 하우스쿡 라면 조리기다. 독자적인 인덕션 코일 기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K컬처라는 ‘날개’를 달았다. 한강라면이 한강을 벗어나게 만든 유레카 모멘트는 여기서 시작됐다.2014년 말이었다.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범일산업 회의실에서 외부 자문역 컨설턴트와 연구팀원 몇 명, 그리고 신영석 대표(58)가 머리를 맞댔다. 범일산업은 주로 전기밥솥용 열판과 전자기유도가열(IH·인덕션 히팅) 코일을 일본 가전 대기업에 납품했다. 그런데 일본 측에서 인덕션 코일을 활용해 튀김기를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부품뿐 아니라 완제품 생산의 기회였다. 튀김기 장단점 등을 논의하다 한 팀원이 말했다. “인덕션 코일 기술이 있으니 라면 조리기도 검토해 보면 어떨까요.” 신 대표 머릿속이 번쩍했다. ‘이거다’ 싶었다. 부친이 일군 회사를 이어받은 경영 2세는 사업을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부품 산업의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완제품 생산이라는 어렴풋한 생각만 있었다. 그러려면 생소한 것은 할 수 없다. 갖고 있는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면 조리기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한강라면’은 분위기였지만… 라면은 집 밖에서는 주로 분식집에서 가스불 솟구치는 화구에 끓이는 것이 상례다. 그걸 전열기로 끓여 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 라면 조리기다. 업계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본다. 초기의 라면 조리기는 주로 하이라이트 전열기를 사용했다. 하이라이트는 전기를 넣으면 열선이 빨갛게 달궈지면서 가열되는 방식이다. 한 영세 업체에서 만들었는데 이후 다른 업체로 넘어가거나, 그 업체가 문을 닫는 등 곡절을 겪으며 내구성 같은 제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열선 방식 조리기가 서울 한강공원 몇몇 매점에 ‘즉석 끓인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돼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강공원 매점과 휴게소를 대체한 일부 편의점에 몇 개씩 들어가 있었다. 상품이라고 할 만한 품질은 아니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저렴했지만 잔고장이 많고, 조리기 표면이 뜨거워 화상을 입을 우려도 컸다. 끓어 넘친 라면 국물이 눌어붙으면 잘 닦이지 않아 위생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용 용기가 없어서 알루미늄박 그릇에 먹어야 했다. 결정적으로, 라면 맛이 그저 먹을 만했을 뿐 식당이나 집에서 끓여 먹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강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입소문이 난 것은 한강의 독특한 분위기 덕이었다. 한강은 조깅이나 산책하러 온다든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거나 작은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맛보다는 강을 보며 라면을 먹는다는 분위기를 중시한다. 당연히 지금의 ‘한강라면’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의 대중성은 없었다. 다만 하이라이트에서 인덕션으로 조리기 방식이 전환되려는 조짐은 나타났다. 2015년에는 몇몇 조리기 업체가 범일산업에 인덕션 코일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라면 조리기 시장에 뛰어들어도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라면은 한국인 거의 누구나 즐겨 먹기에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컸고, 품질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기존 조리기를 기술로 뛰어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조사해 보니 해외에는 라면 조리기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라면도 라면이지만 전체적으로 음식을 다룬다고 하면 시장이 더 커질 것 같았다. 더욱이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다고 토대가 빈약한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기술이나 자금이 부담스러운 시장이라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 물을 빨리 끓여 연속으로 조리하기1980년 신 대표 부친 신평균 회장이 세운 범일산업은 전기 가열(히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기술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진 1998년 미쓰비시 산요 샤프 타이거 등 일본 6대 가전업체 가운데 4대 업체에 밥솥용 열판을 국내 최초로 수출했다. 이후 히팅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인덕션 코일을 개발해 국내 유명 밥솥 제조업체에 납품했고 일본에도 수출했다. 현재 대기업 인덕션 제품에도 들어간다. 신 대표가 자사 하우스쿡(Hauscook) 브랜드 라면 조리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을 빨리 끓이는 기술이다. 음식은 무조건 센 불에 끓인다고 제맛이 나지는 않는다. 매운탕이 일정 시간을 끓여야 진국이 나오는 것처럼 라면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넉넉히 끓여야 라면 본연의 맛이 난다. 하우스쿡 조리기에서 물 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다른 업체 것들은 대략 2분이다.“대부분 라면 조리기는 조리 시간을 3분 50초∼4분으로 설정합니다. 라면 맛을 제대로 내려면 이 시간 상당 부분을 조리에 써야 하는데, 물 끓이느라 반 이상 쓰고 나머지 시간에 조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면발의 쫄깃함이나 제 국물 맛이 나오지 않는 거죠.” 이 회사 인덕션 코일의 에너지 효율은 90% 이상이다. 반면 국내 여러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인덕션 코일 효율은 70∼80%다. 같은 시간에 어느 것이 더 빨리 끓을지는 여기서 일단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빨리만 끓여서도 충분하지 않다. 빨리, 오류 없이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신 대표는 “조리기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해 라면을 5만 개 넘게 끓여 본 것 같다. 조리기 한 대를 24시간 풀(full)로(쉬지 않고) 가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리 시간을 4분으로 할 때 조리기 한 대당 하루에 대략 360개 라면을 끓일 수 있다. 이렇게 연속 사용하면서도 단 한 차례도 오류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 대표도 집에 가져가서 계속 테스트한 것은 물론이다. 1년여 연구개발 끝에 2016년 8월 첫 제품이 나오고, 이후 약 1년간 보완하고 2017년 본격적으로 시판에 돌입한 조리기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신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다만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연구팀원이 그동안 하지 않던 업무를 한다든지 여러 요인 때문에 그만두겠다고 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주변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기존 부품 생산과 판로가 안착한 상태에서 경험도 없는 완제품을 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개발하다가 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2018년 판로 개척을 위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근처에 라면 조리기와 튀김기를 엮어 ‘라면에 빠지다’라는 매장을 열었을 때는 부친이 “왜 하지 않던 일을 하며 돈을 쓰느냐”면서 앓아눕기도 했다. 한참 설득해야만 했다. 품질과 기술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믿는 조리기가 빛을 본 데에는 두 가지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K컬처의 ‘힘’ 최근 국내 매출 상위권에 드는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전국의 무인 라면점을 자체 조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좀 더 스마트한 매장을 쉽게 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증가 추세인 무인 라면점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 회사 관계자가 신 대표에게 “다녀 볼 수 있는 라면점은 다 둘러봤는데 설치된 조리기의 95%가 하우스쿡이더라”고 말했다. 라면 조리기를 본격 출시한 직후 국내외 바이어들과 상담해 보니 반응이 썩 좋았다. 판로가 쉽게 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급격한 변화는 신 대표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서 비롯됐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과 후를 비교하면 극과 극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자영업자나 바이어들이 라면 조리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도입 여부를 고민했다면, 팬데믹 이후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틀로는 매출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리기 판매가 급증했다. 무인 라면점도 마찬가지다. K팝 대유행에 힘입은 K푸드 약진과 높아지는 K컬처 위상도 한몫했다. 외국인 관광객 버킷리스트에 ‘한강에서 라면 먹기’가 빠지지 않고, 심야나 새벽에 무인 라면점에서 외국인이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이 유튜브에 넘쳐 났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화룡점정이었다. 물론 라면 조리기는 아직 충분히 대중화하지 않았다. 한국 인구의 5%가 알까 말까 할 정도다. 그러나 해외 라면 시장이 커지면서 조리기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 규모는 2015년부터 10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해 10억2000만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에 7억3172만 달러(약 1조480억 원) 수출을 올려 1조 원을 일찌감치 넘었다. 하우스쿡은 미국을 비롯해 5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쿡 조리기를 몇 대 설치한 미 텍사스주 한 식당에서는 하루 라면이 600그릇 팔린다고 한다. 고객도 백인이나 중남미계 미국인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국산 조리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아 당분간 국산을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신 대표는 본다. 다만 K푸드는 중시하지만 ‘K조리기’는 등한시하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한강라면 시식 행사했을 때 쓰인 조리기는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라면만으로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신 대표는 생각한다. 라면은 라면대로 계속 가되 다른 K푸드에도 활용하고 나아가서는 현지 음식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인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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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위로 솟은 울산바위… 고흥 금강죽봉[여행스케치]

    전남 고흥은 반도다. 그곳에서 태어난 화가 천경자(1924∼2015)는 말했다. 삼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 가슴을 못 견디게 설레게 했다고. 지난달 고흥반도 최남단 도화면의 제일 남쪽 섬 지죽도로 향하는 기자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뭍과 연결된 지죽대교(지호대교)로 가지 않고, 어렵게 얻어 탄 뱃머리에서 바람을 가르며 가는 길이어서 더욱 그랬다. 녹동항에서 떠난 지 30여 분 지났을까. 좌현 쪽 김 양식장 너머로 보였다. 울산바위가.● 늠름하면서도 단아하다 물론 그럴 리 없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수천만 년 만에 다시 발걸음을 남쪽으로 내디뎠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최고 높이 100m, 넓이 200m 남짓한 거대한 암벽이다. 하나의 큰 바위처럼 보이는데 다시 보니 커다란 암석 덩어리 네댓 개가 어깨를 겯고 앉아 있는 듯하다. 드러난 부분만 그렇다. 바다 위 10∼20m의 해안단구, 그 위로 약 80m 높이의 곰솔과 굴참나무 숲 지대까지 합치면 위아래 길이 200m 남짓한 암벽이다. 나무들은 바위 위에 쌓인 흙에서 자랐을 터다. 웅장한 화강암 봉우리 6개로 이뤄진 울산바위가 바다 위로 솟았다 할 만도 하지 않겠는가. 암벽은 회백색과 베이지색이 섞인 빛깔을 띤다. 카메라를 줌인해서 들여다보니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주상절리다. 제주도 중문 해안에서 보는 주상절리처럼 검은색을 띠지는 않는다. 현무암이 아니라 화산재 같은 화산 분출 물질이 퇴적해 생긴 응회암이어서다. 네댓 개 응회암 봉우리마다 각이 넷 이상 진 돌기둥 수십 개가 다발을 이루고 서 있다. 길이가 서로 다른 대나무 십여 개를 둥글게 이어 붙여 소리를 내는 전통 관악기 생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터다. 다만 그 대나무 원 안에 대나무를 촘촘히 채워 넣은 형상이다.지죽도에서 가장 높은 태산(큰산)의 남서쪽 사면 금강죽봉(金剛竹峰)이다. 바다를 향해 거의 꼿꼿하게 떨어져 내리는 절벽이다. 봉분이나 완만히 이어지는 언덕 같은 섬들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직립한 자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같은 배에 탄 일행 누구도 탄성 하나 내뱉지 않는다. 숨을 죽인다. 침엽수 가득한 다른 섬들이 늦가을임에도 푸른 기운을 띨 때, 뼈처럼 견고한 빛을 내뿜는 금강죽봉은 저 멀리 북태평양으로 곧은 시선을 보낸다. 용모는 굳세지만 온유하며 자태는 늠름하면서도 단아하다. 황홀하게 멈춰 섰던 뱃머리를 동북 방향으로 돌린다. 왼쪽으로 지죽대교를 두고 지나 도화면 동남쪽 해안으로 다가간다. 육지 끄트머리 암석 언덕이 바다에 발을 담근 곳에서 기묘한 바위가 보인다. 활개바위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바닷물이 높이 15m 정도 되는 바위 한쪽에 폭 3m가량 구멍을 세로로 길게 뚫어 놨다. 흔히 석문이라고들 부르는데, 물에 몸을 반쯤 담근 거인이 한쪽 팔을 벌려 땅을 짚고 있는 모양새다. 활개바위라고 이름 붙인 연유는 좀 싱겁다. 1580년에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발포 수군진성(鎭城)에 수장인 만호로 와서 18개월 있었다. 훈련 중 장군이 내린 명령에 따라 깃발을 흔들어 수병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 바위 모양이 활개 치듯 휘날리는 깃발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게다. 글쎄다.● 이름에 값하는 유래 찾기 사실 금강죽봉이라는 이름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죽도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40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금강죽봉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죽봉은 이해할 만하다. 금강죽봉을 잘 보면 어떤 봉우리는 단층선이 수평으로, 다른 봉우리는 사선으로, 두세 줄씩 나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 등장하는 3층 케이크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 단층선들이 멀리서 보면 대나무 마디로 보일 법하다. 어마어마한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기에 죽봉이다. 그러나 왜 ‘금강’이 붙었는지 똑떨어지는 설명이 없다. 금강산을 줄여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동해안 주상절리대(帶) 해금강 총석정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금강이라는 얘기인데 다소 심심하다. ‘금강산에서 1만2000봉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남쪽 바다 죽봉이 황급히 가다 그만 시간이 지체돼 이곳에 머물렀다’ 같은 전설도 없다. 아쉽다. 이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나름대로 이름값에 걸맞은 유래를 생각해 봤다. 금강은 불교에서 벼락 또는 가장 단단한 것, 즉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뛰어난 것이나 훌륭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쓴다(‘한국불교문화포털 불교용어’). ‘금강신(身)’은 부처의 몸을 말한다. 언뜻 금강죽봉은 가부좌를 틀어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는 석가세존의 용자(容姿)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죽봉도 심상치 않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불교와 대나무는 인연이 깊다. 불교 최초의 절은 대나무숲 동산에 지은 죽림정사(竹林精舍)다. 대나무는 승려의 수행을 상징하는 죽비가 됐고, 고승들의 지팡이로 이용됐다. 금강죽봉 북동쪽 활개바위를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은 코끼리였다. ‘거인의 한쪽 팔’은 영락없는 코끼리 코였다. 불교에서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나타낸다. 부처님을 오른쪽에서 모시는 보현보살은 자비를 상징하는데, 그는 흔히 코끼리를 타고 있다. 수행으로 본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尋牛圖)에서 소는 ‘인간의 본래 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금강죽봉이 있는 지죽도를 하늘에서 보면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인 와우형이다(‘한국의 섬: 강진군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이재언 지음, 이어도, 2021). 금강죽봉이 있어야 할 자리로는 더할 나위 없다.● 삼치, 유자, 천경자이튿날 오전 8시 나로도호 수협 위판장에서 경매가 시작됐다. 참돔, 병어, 붕장어, 붉바리, 갈치 등을 채운 나무상자들 사이에 삼치가 서너 마리 보인다. 새벽 조황이 별로였나 보다. 그러나 보통 식당 삼치구이에 나오는 삼치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길이가 1m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기도 한다. 선착장에 정박한 삼치잡이 배는 다른 고깃배와 사뭇 다르다. 조타실 양쪽에 길이가 5m는 됨직한 대나무가 각각 서 있다. 어장에 도착하면 낚시가 줄줄이 달린 낚싯줄 십여 개를 각 대나무에 매달아 내리고 배를 달린다. 삼치들이 뒤쫓아와 낚시를 문단다. 이른바 채낚기 방식이다. 1970년대까지는 안강망이나 유자망을 사용했지만 그때는 삼치가 아주 많을 때였다. 한겨울이 제철인 삼치회를 처음 먹어 봤다. 아주 연해서 두툼하게 썬 살을 고흥 특유의 양념장에 찍어 묵은지와 함께 마른 김으로 싸 먹는다. 따뜻한 밥 한술과 같이 먹어도 별미다. 한겨울 삼치는 ‘지방이 오를 대로 올라 치즈 향까지 살짝 난다’는 사람도 있다.고흥은 5월에 우주항공축제, 11월에 유자 축제를 연다. 최근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나로도 나로우주센터와 국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유자가 고흥의 주축인 셈이다. 지난달 초 열린 유자 축제에서 눈길을 끈 건 행사장 몇 곳에서 유자와 함께 있는 크고 작은 우주비행사 인형이었다.그리고 천경자가 있다. 그의 가족은 광복을 즈음해 가산을 날린 부친 탓에 ‘북간도를 향하는 기분으로 고향을 버리고 광주로 갔다.’ 그의 ‘완전한 귀향’을 고흥은 바라고 있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 데 이어, 올해도 그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63점을 프린팅해 ‘리마스터전’을 7일까지 연다. 고향 출신 생존 화가를 위해 미술관을 세운 어느 도시에 비하면 아직 생가도 복원하지 못했으니 갈 길이 좀 멀긴 하다. 그래도 그 이름에 값하는 결실을 기대한다.글·사진 고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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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이전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은 힙했다[유레카 모멘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하반기(7∼12월) ‘글로벌 핫플’이 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미 작년 기준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 8번째로 많은 사람이 찾었던 곳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변화의 기폭제 중 하나가 기존 유물 전시 문법을 뒤집은 ‘사유의 방’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변화의 유레카 모멘트는 바로 그 지점이다.그것은 어쩌면 도원결의였다. 1990년대 말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는 대공사가 시작된 참이었다. 몇 년 뒤에 들어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을 짓는 일이었다. 분주히 터를 닦고 기초공사를 하는 현장에 중박 전시과 소속 30대 학예연구사 3인이 들락거렸다. 전시과는 건물이 세워지면 그 안을 어떤 유물들로 채울지 고민하는 부서다. 어느 날, 이 세 명이 새로운 중박에서 꼭 전시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이 말했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보여 주고 싶어.” 다른 사람이 말했다. “국내에 있는 금관 6개를 다 모아서 전시하고 싶군.” 마지막 사람이 말했다.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2점을 한자리에 나란히 놓고 싶은데.” 20여 년 뒤 중박 관장이 되는 마지막 사람은 자신의 꿈을 잊지 않았다.● 난제를 마주하다그것은 난제였다. 신소연 중박 미래전략담당관실 학예연구사(현 전시과 학예연구관)가 그 말을 들은 것은 2020년 12월이었다. “금동반가사유상 2점만의 전시실을 만들어 봅시다.” 두 달 전 취임한 민병찬 관장의 취임 일성이나 마찬가지였다.각각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이 100여 년 전 세상에 다시 그 존재가 알려진 이래 함께 전시된 적은 세 번뿐이었다. 1986년 중박이 서울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로 옮겼을 때의 ‘이전 개관 전시’가 처음이었다. 현재 중박으로 오기 전 해인 2004년 고별 전시가 두 번째였고 2015년 ‘고대불교조각대전’이 마지막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평소에는 중박 3층 불교조각실의 반가사유상실 유리 진열대에 6개월~1년마다 두 점이 번갈아 가며 전시될 뿐이었다. 그런 두 국보가 사람들과 항상 만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했다.이현숙 디자이너(현 디자인팀 디자인전문경력관)에게 민 관장의 말은 “다 새롭게 해 보자”는 주문이었다. 유물과 받침대 배치부터 벽체 설치, 조명 등 전시장 공간 조성 전문가인 이 디자이너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전시장은 넓어야 한다’였다. 전시장이 넓어야 관람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해가 바뀌어 2021년 1월, 서울 서대문구 건축설계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 회의실. 최욱 건축가는 방금 맞은편에 앉은 민 관장이 밝힌 요청 사항을 속으로 곱씹었다. “두 불상을 동시에 전시하되 유리 진열장에는 넣지 않으며 불상 뒷면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뒷면을 볼 수 있다면 국보에 손이 닿는다는 얘기인데…. 어렵군.’ 문득 대학 시절 즐겨 찾던 소극장이 떠올랐다. 24m. 무대의 배우와 객석의 관객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최대 거리. 24m 이내에서라면 배우의 속눈썹이 떨리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를 벗어나면 배우의 동작은 연기가 아니라 활동에 그친다. 불상과 관람객 사이 긴장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거리가 필요했다.● 기존 공식을 벗어나다그것은 아름다운 결별이었다. 전시 공간은 2층에 마련됐다. 그동안 반가사유상을 보러 3층 불교조각실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박물관 마니아를 빼고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유물 기증자 이름을 딴 기증실 2칸과 그 옆 영상 다목적 공간을 모두 텄다. 기존 반가사유상실보다 8배 커졌다. 이 디자이너의 ‘몰입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최 건축가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24m’를 모두 반영했다.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반가사유상의 가치, 본질,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젊은이가 더 많이 찾게 할 수 있을까. 해법은 박물관 전시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전시실 이름부터 달라야 했다. 시대별, 유물별 명명법으론 부족했다. 반가사유상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야 했다.반가사유상은 깨달을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지만 중생 구제를 위해 해탈을 미루는 보살이다. 억만 겁 떨어진 도솔천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올 미륵불이다.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의 미소를 짓는다. 생각하는 것, 곧 사유는 모든 종교를 떠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보편적인 가치다.그렇게 전시실 이름은 ‘사유의 방’이 됐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야 했다. 또 사유의 방은 당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립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와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했다.사유의 방에는 반가사유상을 설명하는 판이나 오디오 해설 장비는커녕 전시품 이름과 지어진 연도 등을 알리는 간단한 명패도 없다. 정보와 지식 전달을 우선으로 하는 박물관 전시 전면에서 텍스트를 배제했다. “그 넓은 데에 불상만 달랑 두 점 놓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겠다고?” 같은 반응도 나왔지만, 신 연구관과 이 디자이너는 “오로지 그 안에서 반가사유상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고수했다.브랜딩 전문가, 청소년 연구자들과의 많은 워크숍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MZ세대는 텍스트를 즐겨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MZ세대는 오감을 통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 체험, 느낌을 선호했다. 중요한 것은 반가사유상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사유의 방에서 자신만이 겪는 ‘무엇’이었다.● ‘몸의 건축’을 구현하다그것은 여행이었다. 그 무엇을 찾는 과정은 사유의 방 앞에 섰을 때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여기서부터 사유의 방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의 여정을 출발하는 것이다.사유의 방은 2층이지만 중박 출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자리한 실내 광장 으뜸홀에서 가까웠다. 빛과 외기가 바로 유입될 확률이 높았다. 이 디자이너는 사유의 방 구상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터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슷하게 최 건축가도 복도를 생각했다. 주로 지하에 있던 소극장 입구를 향해 침침한 계단을 내려가며 눈이 어둠에 서서히 익숙해지듯, 불상에 맞춘 낮은 조도(照度)에 서서히 순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왼쪽으로 15m 정도 복도를 걸어가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빛을 찾아간다. 두 불상은 전시실 중앙에 있지 않다. 중앙은 권위적이다. 24m 앞 왼쪽에 놓인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이 보인다. 78호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렇다. 78호와 83호 두 불상은 일직선상에서 나란히 정면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78호는 약간 틀어져 있다. 두 불상이 놓인 타원형 원반 모양 받침대도 살짝 그렇다. 두 불상이 바라보는 각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관람객은 두 불상의 정면을 동시에 바라볼 수 없다.그렇다면 보는 사람이 움직여야 보인다. 두 불상 주위를 탑돌이하듯 돌면서 봐야 한다. 때때로 멈춰서도 봐야 한다. 서양 건축이나 그림은 눈으로 보는 소실점이 중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명작 ‘최후의 만찬’에서 보듯 소실점의 목표는 가운데 앉은 예수 그리스도로 명확하다. 그러나 사유의 방은 소실점이 흩어져 버린 공간이다. 최 건축가는 전시물에 집중하는 기존 전시장의 시각적 건축을 보는 사람의 ‘몸의 건축’으로 바꾸려고 했다. 일방적인 시각 체험이 아니라 온몸으로 오감을 다 써서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불상만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그렇다. 전남 해남산 붉은 흙에 계피, 편백 등을 혼합해 바른 벽은 살짝 바깥으로 기울었다. 옛날 학교 복도처럼 널을 길게 이어 붙인 바닥도 1도의 경사가 있다. 그래서 전체 공간이 평행하지 않다. 그 물매가 사람을 천천히 걷게 한다. 불상에 다가갈수록 오르막이지만 걸을 때는 느껴지지 않는다. 불상 뒤에 서 보면 어느덧 올라온 느낌이 든다. 불상 앞에서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불상 뒷면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다. 다시 구배를 의식하지 못한 채 걸어 내려온다. 입구에서 보는 풍경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나가는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간다. 천상계의 고요한 어둠에서 밝고 분주한 현실로 발을 내디딘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다그것은 아이러니였다. 애초 최 건축가는 사유의 방 천장을 매트로 막고 검은 숯을 칠해 빛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했다. 빛을 온전히 불상에만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천장 소방 시설 때문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불활성 가스를 활용한 소화 방식이어서 천장을 막아 공간 부피가 줄 경우 가동했을 때 자칫 폭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자니 노출 배관 인테리어처럼 돼 버려 볼썽사나울 수 있었다.고심 끝에 최 건축가가 내놓은 대안이 지름 2cm가량의 알루미늄 봉이었다. 검게 칠한 길이 1~2m짜리 알루미늄 봉 2만1000개를 촘촘히 박기로 했다. 길이에 따라 다른 부착 위치를 일일이 표시한 도면까지 그렸다. 반가사유상으로 갈수록 내리막이 되게 설계했다. 두 불상 바로 위에는 짧은 봉들을 궁륭처럼 박아 마치 하늘을 향해 뚫린 듯한 효과를 냈다.이 대안을 많은 관람객은 신기해하면서 큰 관심을 가졌다. 그저 진기해서만은 아니다. 알루미늄 봉의 잘린 은색 단면은 아주 미세하게 오돌토돌하다. 그 작은 홈들이 간접조명 빛을 잠시 머금었다가 뱉어낸다. 무언가를 염원하는 촛불 같기도 하고, 은하수를 이루는 별과도 같다. 최 건축가는 “천장이 빛을 흡수하지 못할 거면 미묘하게 스스로 빛을 반사하는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계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는 빛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두 불상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가 특히 그렇다. 금속 받침대는 숯으로 칠했다. 그런데 이 받침대는 평평하지 않다. 두 중심을 향해 서서히 5cm가량 옴폭하게 들어가 있다. 최 건축가는 이 옴폭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야만 받침대 테두리가 빛을 살짝 받아 두 불상이 더 존귀하게 살아난다고 봤다. 현실적인 존재가 아닌 미륵불이 추상적인 공간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알루미늄 봉 하나를 2인 1조로 천장에 붙이는 데에 2분이 걸렸다. 2만1000개를 모두 부착하려면 산술적으로만 쳐도 7000시간이었다. 이 때문에 당초 중박 개관일인 10월 28일에 사유의 방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2주일 뒤인 11월 11일로 미뤄졌다.이 디자이너가 최 건축가와 가장 많이 논의한 것도 알루미늄 봉이었다. 하나라도 떨어져 국보를 손상해서는 안 됐다. 봉 부착 작업을 지휘하는 금속반장에게 이 디자이너가 말했다. “반장님 손자가 나중에 사유의 방에 와서 떨어진 봉에 맞아 다치면 안 되잖아요.” 무척 고된 일이었지만 사유의 방이 공개되던 날 금속반장을 비롯한 작업반원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은 모두 사유의 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흔들리는 것은 마음일 뿐그것은 기적 같았다. 공개 후 1년 만인 2022년 중박 조사 결과 사유의 방 관람객은 약 64만 명이었고 얼마 뒤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유의 방을 보러 중박을 찾은 관람객 비율도 높아졌다. 연령대별 관람객 비중에서도 30대가 20.2%로 40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젊은이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박물관에 가니 반가사유상도 봐야지’가 아니라 ‘반가사유상을 보러 중박에 가야지’라는 브랜딩 목적이 실현되고 있었다.반가사유상의 반가(半跏)는 한 다리 무릎에 다른 다리를 올리고 그 위에 오른쪽 팔꿈치를 의지하고 손가락으로 턱을 괴는 자세다. 인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때 깊이 생각하는 자세다. 해탈할 자격과 능력이 충분히 되는 미륵보살도 우리처럼 고민한다. 그윽한 미소는 숙고하다 찰나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미소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두 반가사유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것은 언제나 우리 마음이다. 두 불상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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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대 주관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대학융합 팀티칭’으로 경계 허무는 교육 혁신 가속

    ● 대학과 지역 간 경계 넘어 학생과 교수 공유2024년 출범한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대학융합 팀티칭’이라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형태의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중앙대(주관대학)를 비롯해 강원대, 한남대, 금오공과대, 인하공업전문대, 강원특별자치도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컨소시엄이다.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3D 프린팅) 분야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의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 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첨단산업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학과와 전공, 소속 대학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첨단 분야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교육 체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학과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대학 간 경계까지 허무는 야심 찬 인력 양성 사업이다.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첨단 분야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 비이공계 학생도 첨단산업 이해와 실무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024년 2학기부터 운영 중인 ‘대학융합 팀티칭’은 하나의 과목을 다른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강의하고 여러 대학의 학생이 수강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대학과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 학생과 교수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혁신융합대학사업이 지향하는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대학융합 팀티칭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들이 하나의 과목에서 자신의 전공 및 연구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만을 강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교수의 강의 부담은 줄어드는 동시에 교육 효과는 높아진다. 학생들 역시 여러 대학 교수의 강의를 타 대학, 타 전공 학생들과 함께 수강함으로써 다양한 관점과 학문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이 모델이 도전적인 이유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의와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대학 소속 교수 2∼3인이 교과목 개발부터 운영 전 과정에 공동참여 하고 있다. 2024년 2학기 시범 운영을 거쳐 2025년 1학기에는 전체 19개 이론 과목 중 12개 과목을 2인 이상의 타 대학 교수들이 공동 강의했다.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독 강의와 대학 융합 팀티칭 간 만족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향후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교육부 COSS 사업의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학생 수준 차이 고려 맞춤형 강의 가능본 사업단의 대학융합 팀티칭은 특히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과 결합하기에 적합하다. 각 COSS 사업단에서 개설되는 과목은 차세대 반도체, 첨단소재, AI 등 전문성이 높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기초 지식이 거의 없는 다양한 비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강의가 필수적이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단독 강의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 한 명의 교수가 전체 강의 분량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융합 팀티칭에서는 2∼3명의 교수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해 강의를 준비한다. 개발 시간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박광용 중앙대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 단장은 “소속 대학이 다른 교수들이 모여 교과목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학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지만 다른 대학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러 분야, 여러 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과목을 만드는 작업은 도전에 가까운 시도다”라며 “이렇게 힘든 개발 과정을 통해 만든 교과목도 현실적으로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사업단이 시도하는 교육 모델의 확산과 공유를 위해 수고스러운 과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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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출신 교수 지도 + AI기반 제작 교육’… 한국영상대, 실무혁신형 창작 교육 모델(AID) 구축

    한국영상대(총장 유주현)가 콘텐츠 산업의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 속에서 실무 중심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 90% 이상의 교수진을 필두로 AI기반 교육 혁신 전략(AID)을 도입해 제작단지형 캠퍼스 내 실습·창작 환경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온 교수진이 만드는 교육” 한국영상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교수진이다. 대학 교수진의 90% 이상이 영화·방송·웹툰·음향 등 콘텐츠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교수들은 현장에서 익힌 제작 방식과 산업 흐름을 고스란히 수업에 반영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멘토’로 활동하는 것이다. 만화웹툰전공 박지연 교수는 최근 제작한 ‘강치 아일랜드’ 애니메이션으로 KBS 지상파 방송을 내보냈다. 웹소설전공 영화영상학과 이원영 교수는 최근 연출작 ‘미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과 남도영화제 작품상 등 성과를 올렸다. 방송영상미디어과 오경란 교수는 AI 기반 영화 ‘Voices’로 서울 국제 AI영화제 금상을 수상했다. 기술 변화 중심의 영상 제작 방식을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 AI+Innovation+DX… AID 전략으로 고도화된 교육 모델 한국영상대는 이러한 실무형 교육체계를 AID(AI+Innovation+DX) 전략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대학과 교수진은 생성형 AI, 분석도구, 자동화 제작 프로그램 등을 교육 과정 전반에 빠르게 도입해 AI 기반 제작 교육을 확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과정에서 영상·웹툰·XR(확장현실) 제작에 AI 도구를 실질적인 ‘창작 도구’로 활용한다. 기존의 실무형 제작 교육이 AI 기반 제작 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동시에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쌍방향 창작 수업’을 통해 대학은 AI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대학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콘텐츠 제작스튜디오, AI콘텐츠연구소, AI 전용 실습실 등을 순차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 공간들은 AI 기반 영상제작, 웹툰 생성, XR 콘텐츠 제작, 자동화 편집 등의 제작 방식들을 구현하는 창작 플랫폼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XR·Dolby·8K까지 갖춘 제작단지형 캠퍼스 한국영상대의 전통적 강점인 ‘제작단지형 캠퍼스’는 AID 전략과 결합해 더욱 강력한 융합 제작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세종 최초 XR 스튜디오를 구축해 AI 기반 실시간 모션캡쳐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국내 교육 기관 최초로 Dolby Atmos 음향 스튜디오을 도입하고 8K 카메라·편집실까지 구축하는 등 ‘AI+콘텐츠 융합 교육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학생들은 AI 활용 영상 제작, XR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 실습, AI 스토리·캐릭터 생성, Dolby 기반 공간 음향 디자인 구축 등을 경험할 수 있다. ● 취업률과 현장에서 입증된 경쟁력 이 같은 교육 환경은 취업률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영상대는 예, 체능계열 비중이 70% 이상인 대학 가운데 취업률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산업체와 공동으로 실무형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학생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AI 학습지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학습-성과-취업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범죄도시’ 2·3편을 연출한 이상용 감독이나,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로망스’로 백금상을 수상한 한만택 감독 등은 대학의 교육 모델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교수진의 현업 경험과 학생들의 제작 경험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졸업 후 돋보이는 현장 적응력과 직무 수행 역량이 나오고 있다. 한국영상대는 제작단지형 캠퍼스를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전문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영상대 유주현 총장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경험한 제작 환경과 협업 문화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한국영상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무형 교육의 강점을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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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은 인간을 품는 힘이자 창조의 원천’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65일간 펼쳐진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2일 끝났다. 8월 30일부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19개국 작가 429명, 84개 기관이 포용디자인 작품 163점을 선보였다. 일상의 불편 해소를 목표로 하는 포용디자인은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언어, 문화, 교육, 감각이 달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도록 도우며 사회 구성원의 연대와 배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를 반영하듯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 2전시관에서 열린 ‘포용디자인과 삶’ 전시가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2전시관에서는 관절염을 앓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디자인한 ‘옥소 굿그립 감자칼’ 같은 실생활을 반영한 작품이 전시돼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관람객들은 비엔날레를 찾은 이유에 대해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28.1%) ‘디자인에 대한 관심’(23.6%) 순으로 답했다. 포용디자인이 생활의 편리함 추구를 넘어 예술적으로 관심을 받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시 작품과 함께 비엔날레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와 여러 행사도 주목받았다. 개막식에서 발표한 ‘광주 포용디자인 매니페스토’는 ‘디자인은 모든 인간을 품는 힘이자 창조의 원천이며,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선언했다. 디자인의 정수는 포용에 있다는 것이다. ‘72시간 포용디자인 챌린지’에서는 6개국 14개 대학 디자인 전공 학생 40여 명이 자신들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끄집어내 디자인으로 해결 방법을 찾는 협업의 장이었다.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살아가다’를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는 토마스 가비 세계디자인협회(WDO) 회장과 라마 기라우 ‘유럽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Europe)’ 회장 등이 포용디자인의 가치와 실천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주제 발표를 했다. 학생들이 주축이 돼 구상해 비엔날레에서 전시된 프로젝트 디자인이 실제로 적용될 예정이다. 광주와 전남 디자인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KDM+(코리아디자인멤버십 플러스) 회원들과 최태옥 코디네이터(㈜디자인바이 대표)의 기차역 유도 사인, 노선도, 종합안내도, 개찰구, 발매기 등 포용디자인은 올해 안에 광주송정역에 반영된다. 2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윤범모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동시대에 던진 화두 ‘포용’에 많은 이가 공감하는 전시였다. 전시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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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이 떠오른다, 가자… 남원, 달을 품은 마을[여행스케치]

    왼쪽에서 세 번째 기둥일 터다. 몽룡이 서쪽을 바라보며 기대어 실성한 듯 외쳐댄 곳이. “저기 저 건너 운무중(雲霧中)에 울긋불긋하고 들락날락하는 것이 사람이냐, 신선이냐? … 나 보기에는 아마도 사람이 아니로다. 천년 묵은 불여우가 날 호리려고 왔나 보다!”(‘교주 남원고사·校註 南原古詞’, 정길수 교주, 알렙, 2024) ‘청천(晴天)에 떠 있는 송골매도 같고, 석양에 나는 물 찬 제비도 같은’ 춘향이 그네 뛰던 곳은 오작교(烏鵲橋) 곁이었을 테고.전북 남원 광한루원(廣寒樓苑)만큼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엮여 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장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광한루에 올라 춘향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춘향은 현재의 연인일 수도 있고, 짝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첫사랑의 추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판소리 한 마당, 소설 한 편으로 이 같은 정념을 부르기에는 역부족이다. 광한루 마루에 앉아 눈앞의 연못 연지(蓮池)를 바라보니 그건 아무래도 달(月)인 듯하다.● 달을 품은 도시, 남원남원은 광한루라는 달을 품은 도시다. 광한루로 대표되는 광한루원은 사실 달을 땅에 투영한 것이다. 조선 세종 시절 전라관찰사 정인지가 광한루에 올라 “월궁(月宮)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가 예 아니더냐”고 한 데서 모든 게 시작됐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달의 서울에 있는 궁전(월궁)에서 선녀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때 보니 현판에 그렇게 쓰여 있더라는 전설에서 따온 말이다. 황희 정승이 서울을 못 잊어 붙였을 법한 이름 ‘광통루(廣通樓)’가 달을 뜻하는 광한루로 바뀐 것이다.이후 400여 년간 후손들이 한 일은 천상을 상징하는 달의 요소를 하나씩 보태는 일이었다. 광한루원 앞 섬진강 지류 요천(蓼川)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지는 은하수였고, 홍예문(虹霓門) 네 곳을 아래에 둔 돌다리는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이 만나는 오작교였다. 연못에 송강 정철이 만든 자그마한 인공 섬 3개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따서 봉래(蓬萊·금강) 방장(方丈·지리) 영주(瀛洲·한라)의 삼신도(島)가 됐다.1970년대까지 광한루 정면에 붙어 있던 현판 ‘계관(桂觀)’은 어떤가. 월궁에 있다는 계수나무 높은 궁전을 말한다. 중국 한나라 무제가 수도 장안에 만들었다는 관(觀) 이름이기도 하다. 관은 루(樓)와 같다. 훗날 광한루가 북쪽으로 기울자 이를 지탱하기 위해 중층 계단을 이어 붙이고 지붕을 씌웠는데 이를 월랑(月廊)이라고 한다. 달에 토끼와 같이 산다는 두꺼비를 형상화한 돌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토끼와 경주한 거북이는 광한루 앞 연못에서 오작교를 바라보는 ‘자라돌(鼈石)’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전통적인 정원 유형을 월궁조원(月宮造園)이라고 한단다.그렇다고 상상 속 달의 공간만은 아니다. 실제로 달을 보는 명승이었다. 계관이 달리 계관이 아니다. 계수나무, 즉 달을 바라보기(觀)에 이만큼 좋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은 광한루원을 돌담이 둘러싸고 있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방은 트여 있었다. 남쪽으로 400년 전 밤나무 울창하던 터에 시장인 율장(栗場)이 섰고, 요천 너머 금암봉 승월대(乘月臺)로 달이 올라왔다.한국인에게 달은 특별하다. 어머니들은 정화수 떠 놓고 달에 빌었다. 자녀의 건강을, 남편의 장도(壯途)를, 부모의 만수무강을. 연인들은 달을 보며 빌었다. 사랑의 성취를. 달은 나였고 너였고 우리였다.약 90년 전 한 언론인은 말했다. ‘조선에 루(樓)라는 이름의 유명한 사적 건물은 거의 산 아니면 구릉에 있다. 안주 백상루,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 다만 광한루는 평탄한 시가지 한가운데 놓여 있다. … 이 모든 루가 자연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지나지 못하나 광한루만은 자연이 루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서춘, 조선일보 1936년 8월 4일자) 달리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가 아니다. 그럼 옛 가객들이 ‘달세계’라 부른 청허부는 어디 있냐고? 정문 현판을 보면 된다.● 정령치에서 반달을 보다달과 가까이 가 보자. 남원 주천면과 산내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 정령치(峙)다. 해발 1172m 고갯마루에 정령치 휴게소가 있다. 전망대에서 30여 계단을 오르면 남원을 동과 서로 가르는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에 서면 동으로 바래봉과 뱀사골 계곡이, 서로 천왕봉과 세석평전 반야봉 등이 내다보인다. 지리산 주요 능선과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남북으로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능선, 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 생태 축이기도 하다. 과거 길을 내서 끊어져 있던 것을 그 아래로 터널을 뚫어 길을 돌리고 상당히 복원했다. 백두산까지 1300km쯤 남았다고 이정표가 말한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정령치 능선 오솔길에 서니 동쪽은 운해(雲海)로 자욱하고 서쪽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다. 구름이 능선을 넘어가려 애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드론 카메라를 띄워 한쪽 구름바다와 다른 쪽 구불구불 겹친 산들이 어깨를 맞댄 광경을 찍고 싶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이다. 사전 허락을 받을 생각도 못 했다. 아쉬운 마음에 되짚어 내려오는 길에 생각한다. 하얀 구름과 푸른 산이 반반이었다. ‘흠, 반달이로군.’내려오는 김에 아주 내려오자. 달궁계곡이다. 그래, 맞다. 또 달이다. 원래는 ‘달 궁전’이었는데 궁에 이른다는 뜻의 달궁(達宮)으로 바뀌었다. 삼한시대 궁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높이 10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산내면 달궁마을에서 이웃한 심원마을까지 약 6km를 물이 흐른다. 심산유곡이다.가을 단풍도 좋지만, 계곡가에서 바라보는 달빛 또한 운치 있을 듯하다. 계곡 위 도로에 펜션과 식당이 수십 곳.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식탁들이 늘어섰고, 곳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야밤 음주는 위험하지만 반주 한잔 정도는 어떨까.어머니와 연인만이 아니다. 옛사람들은 대작(對酌)하는 달을 벗처럼 여겼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서 홀로 술 마신다)/아가월배회(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니 달은 배회하고)/아무영영란(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니 그림자는 어지럽다)’(이백 ‘월하독작’ 중에서)● 달에 가까이 가는 법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살아 있는 화가를 위한 공간이다. 남원 출신 김 화백이 기증한 자신의 대표작들과 문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미술관 건축 자체가 또 다른 그림 같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낮은 경사의 길 양쪽은 다랑이논 구조다. 논배미 같은 층마다 찰랑찰랑 담긴 물에 사람이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달이 보일 것이다.미술관 내부 서너 곳에 조명을 어둡게 한 작은 방들이 있다. 밖이 내다보이는 벽 하나는 통창이다. 마련된 벤치에 앉아 야외를 바라보도록 했다. 숲이, 소나무가, 물이 그리고 하늘이 보인다. 밤에는 물론 달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나를 보게 된다.남원은 10월에 3대 축제를 연다. 광한루원을 밤에 볼 수 있는 남원국가유산야행과 흥부제, 그리고 ‘2025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이다. 특히 올해는 드론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드론은 날아 달 가까이 올라간다. 드론을 날리는 일은 어쩌면 달이 되어 우리 자신을 내려다보는 일이다.중국 전설에서 달에는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 상아(嫦娥)라고도 한다. 중국은 2004년부터 달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세 번째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그 프로젝트 이름이 ‘창어(상아·嫦娥의 중국어 발음)’다. 지금 남원에서 날리는 드론에 그런 웅대한 꿈이 담겨 있길 달에 기원한다.글·사진 남원=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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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 ‘경계없는 혁신’으로 융합 인재 키운다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이 ‘경계없는 혁신’을 내세우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단순히 학문 간의 경계를 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간의 장벽까지 허물며 진정한 의미의 교육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COSS)’은 대학 간 개방과 공유, 그리고 협력을 통해 기존 학과의 경계를 허물고 대학 간 장벽까지 제거하려는 대담한 시도다. 이를 통해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첨단 분야의 교육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참여 대학과 학생들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함께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선도한다. 혁신적 시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4년에 공식 출범한 이 사업단의 주관대학은 중앙대다. 강원대, 한남대, 금오공대, 인하공업전문대학,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가 함께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단은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3D 프린팅) 분야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물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시대와,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교육이다. 첨단소재와 제조 분야를 선도할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기술과 산업, 학문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며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실무 역량을 동시에 갖추게 된다.● 대학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팀 티칭’ 사업단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융합 팀 티칭(Team Teaching)’이라는 혁신적 강의 모델을 과감히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단일 교수 중심 강의 방식을 탈피해 대학 간 협력과 교수 간 융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현한다. 2024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서로 다른 대학 소속 교수 2∼3명이 공동으로 교과목을 설계하고, 강의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 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와 연구 경험을 최대한 살려 강의 일부를 담당함으로써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교육의 전문성과 깊이를 함께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학생들은 여러 대학 교수들의 전문 지식을 직접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 대학 및 다른 전공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는 융합적 사고 능력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특히 이 팀 티칭 모델은 AI 기반 맞춤형 교육 시스템과 결합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하도록 설계돼 있다. 박광용 단장은 “여러 대학의 교수가 협력해 과목을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과 세계로 확장되는 실습 중심 교육사업단은 교내 교육 혁신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과 글로벌 무대로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큐슈대학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이러한 국제적 교육 확장의 대표적 사례다. 중앙대를 포함한 5개 대학의 학부생 46명은 큐슈대학 학생들과 7개 국제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각 팀은 3D 모델링과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의 공공성 강화와 지속 가능한 혁신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탐색했다. 소속 대학과 전공이 모두 다른 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Shine World’ 팀은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개발’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은 큐슈대학 연구실과 토요타 스마트 팩토리를 직접 탐방하며 첨단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국제 협업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는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로벌 시장과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첨단 기술이 실제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또한 사업단은 지산학(地産學)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현장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8월 27일 열린 ‘지산학 프로젝트 발표회’에는 5개 대학 학부생 28개 팀과 20개 기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기업과 공동으로 첨단소재·나노기술·적층제조 분야의 실제 기술 과제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화학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 제작’ 등 세 개 프로젝트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소재 분석, 시제품 제작, 성능 검증까지 직접 수행하며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능력을 습득했다.● ‘f(x) 아카데미’: 융합을 넘어 확장으로 사업단은 앞으로 ‘f(x) 아카데미’를 추진하면서 융합 교육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힐 계획이다. 여기서 ‘f(x)’는 수학적 개념에서 착안한 것으로, 동일한 입력(x)이라도 함수(f)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첨단소재·나노융합·적층제조 기술이라는 동일한 입력이 반도체·바이오·건축·국방 등 기존 기술 분야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매우 융합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다. ‘f(x) 아카데미’의 첫 번째 주제는 방위산업으로, 미래 산업의 핵심 영역을 탐색하는 시작점이 될 예정이다. 사업단은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에 맞춰 2026년 1월 중에 18개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1박 2일 집중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10월 29일에는 국방부와 컨소시엄 대학이 함께하는 ‘국방기술 혁신을 위한 소재·나노기술·적층제조 특별 심포지엄’을 개최해 산·학·연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첨단소재·나노융합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은 앞으로도 대학 간, 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학사제도를 발전시키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첨단 교육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교수, 학생, 시설, 장비를 공유하는 개방형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교육 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순한 교육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여 학생들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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