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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한국기술교육대 온라인 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STEP(스마트 직업훈련 플랫폼) LMS(학습 관리 시스템) 서비스가 훈련 품질 향상에 큰 힘이 됐습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영상 제작 장비, 학사 관리, 라이브 강의까지 통합 지원되니 교육 운영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더 많은 훈련기관이 STEP으로 품질을 향상하길 기대합니다.” 직업전문학교인 한국정보교육원 고현정 원장의 말이다. 이 기관은 2019년 스마트 혼합훈련 시범사업 때부터 STEP의 LM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LMS 서비스는 회원 관리, 훈련생 학습 모니터링, 수강 이력을 비롯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한국기술교육대 온라인 평생교육원은 직업훈련기관과 기업, 대학, 시도 교육청 등에 LMS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교육 훈련 운영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1260여 개 기관에서 112만 명 이상이 혜택을 봤다. 이차전지 제조 공정 자동화 장비 전문기업 ㈜원익피앤이도 2024년 STEP을 사내 교육 플랫폼으로 도입해 692개 온라인 과정을 개설한 이후 총 1420명이 수료했다. 원익피앤이 관계자는 “STEP을 활용해 직무 관련 전문 기술교육을 정규 훈련 체계에 반영하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 향상과 실무 적응력 제고에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교육 품질은 유지하면서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교육 예산을 절감하는 비용 효율성과 콘텐츠 자율성, 교육 다양성을 동시에 얻는 효과가 났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신입사원 교육도 지난해 자체 개발 콘텐츠를 STEP 플랫폼에 등록, 활용해 사원들이 시간과 장소 제약을 받지 않고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STEP은 민간에서 개발이 어려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및 다양한 공학 분야 온라인 학습 콘텐츠 2600여 개를 개발해 재직자와 구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나 무상으로 평생 직업 능력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2400만 명이 STEP 콘텐츠를 학습했다. 글로벌화를 위해 STEP 사이트를 8개 국어로 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하나마이크론 베트남 법인 직원 2000여 명에게 반도체 패키징 기술, 산업안전보건 등 11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또 ‘AI 3대 강국 도약’ 국정 과제에 발맞춰 AI 인재 양성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9∼10월 고용노동부와 함께 ‘AI 리터러시(문해력) 기초’ ‘다양한 AI 서비스 활용 기초’ ‘사무직과 마케팅 직군의 AI 리터러시 향상하기’ 등 4개 콘텐츠를 제공했고, 올해는 주요 산업별 AI 융복합 콘텐츠 24개 과정을 추가해 5월부터 국민에게 공개한다. STEP AI 콘텐츠는 모두 138개가 됐다. 특정 산업과 직무 분야 전문성과 AI 기술을 융합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문제 해결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주요 산업별 AI 융복합 콘텐츠 24개 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경영, 디자인, 제조 생산성과 품질 등 5개 분야 7개 과정과 기계, 전기전자 같은 주요 6대 산업 AI+X(특정 전문 분야) 17개 콘텐츠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과 급속한 AI 발전 시대에는 AI 기본 소양 교육을 넓히고 디지털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쉽게 배울 수 있는 e러닝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누구나 평등하게 AI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STEP은 지난달 사이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등 수요자 중심 학습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입학과 동시에 결정하는 전공 선택의 부담과 대학 생활 적응의 어려움, 이에 따른 심리적 불안정은 적지 않은 대학생이 겪는 문제다. 일방적 강의 중심 수업 방식과 지속되지 않는 상담과 학생 지원 체계로는 이 같은 학생의 고민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대학 교육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의 학습 경험과 적응, 그리고 진로 설계까지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다. 학생 개인 역량이나 노력 문제가 아니라 교육 과정과 지원 체계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교육부 국립대학육성사업이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은 국립대를 지역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재정 지원 사업이다. 교육 여건 개선은 물론 학사 구조와 교육 운영 방식의 혁신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전공 선택과 진로 설계 및 대학 생활 적응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해 교과, 비교과, 상담, 심리 지원을 통합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대는 학생이 대학에서 겪는 총체적 경험을 고려한 교육 혁신에 애쓰고 있다. 전공 탐색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고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을 체험 중심으로 확대하며 학사 운영과 심리 및 상담을 연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립대가 비로소 학생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교양 과목은 체험형 교과 위주로국립한국교통대는 교양 교육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체험과 경험 기반 교과목인 FESTA+(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의실 중심의 지식 전달을 벗어나 학생의 직접 경험을 통해 핵심 역량을 키우고 학습 동기를 높이자는 취지다. 총 15시간 내외 1학점 교양선택 과목인 FESTA+는 단기 집중 이수 및 패스- 논(non)패스 평가 방식이다. 의사소통, 인성, 창의 문제 해결, 융합 실무, 글로컬, 리더십 등 6대 핵심 역량 기준 12개 교과목을 개발해 일부 과목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교과목마다 운영비용을 지급해 실습에 필요한 물품 구입이나 교통비, 장학금 등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캠핑 교육과 인성’ 과목은 체험 중심 교육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1박 2일간 캠핑 이론, 텐트 설치, 음식 만들기 등을 직접 해 보도록 한다. 리더십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을 결합해 공동체 의식과 자기 관리 역량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천체 관측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밤하늘 별자리 여행’은 망원경 조작, 스마트폰 촬영, 별자리 탐색 등을 해 봄으로써 과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목들과 ‘팀 & 커뮤니케이션 콘서트’에는 과목마다 수강생이 약 40명으로 나타났다. 일부 과목은 수강 인원을 늘려 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했다. 캠핑 수업 만족도가 5점 만점 기준 4.9점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전체 과목 평균 만족도가 4.92점으로 매우 높았다. 참여 학생들은 “다른 방식의 수업이라 흥미로웠다”, “배움과 체험을 동시에 해서 만족스러웠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 학생 적응 및 심리 지원 체계 구축국립한밭대는 학생 심리 지원을 특화했다. 기존 상담을 전문 상담사가 맡으면서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해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이 다른 학생을 더 편하게 대화하면서 상담해 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래상담자 양성과 활동 중심이다. 51명이 지원해 47명이 또래상담자가 됐다. 이들은 기본 및 심화 교육을 거쳐 상담 준전문가로 활동한다. 교육 과정 만족도는 4.8점 이상이었다. 또래상담자는 학내에서 1대1 상담을 하게 되는데 1347건이나 이뤄졌다. 집단 상담 프로그램 ‘친구야! 함께 밥 먹자!!’를 통해 관계 형성에는 41회(82시간)에 걸쳐 72명이 참여했다. 신입생의 대학 적응을 돕기 위한 ‘선배와의 대화’에는 또래상담자 41명과 무전공 신입생 473명이 참여해 126건의 멘토링이 진행됐다. 캠페인, 공모전, 평가회 등으로 참여자를 늘렸다. 또래상담은 기반·예방·개입·회복·환류 단계를 거친다. 또래상담자를 양성해 안전망을 구축하고 집단 프로그램과 멘토링으로 학교 적응과 관계 형성을 지원한다. 상담 과정에서 심리적인 위기에 처한 학생이 발견되면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받도록 했다. 기존 상담 체계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일상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또래상담 프로그램 만족도는 4.6∼4.8점으로 참여 학생의 정서 안정 및 대학 생활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상담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또래상담자는 “여전히 ‘내 고민은 사소한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처음 보는 타인에게 이야기하기 망설여진다는 학우가 많다”며 “함께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단순한 상담 서비스를 넘어 구조적 지원 체계로 확장된 또래상담 프로그램은 학생의 심리 문제를 사후에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예방하는 통합 지원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리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 지원청주교육대는 학생 심리 상태와 적응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자기 주도 성장형 자기 이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발성 상담에 그치지 않고 대학 생활 주기별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프로그램은 1학년과 3학년생 대상이다. 참여 학생은 마인드핏 적응 역량 검사를 받은 뒤 대면 해석 워크숍에 참여한다. 3학년은 1학년 때 검사 결과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잠재적 위험군을 빨리 파악해 심층 검사와 개별 상담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먼저 전수 조사를 통해 학생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학생별로 결과 해석 교육을 받아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수요 조사를 반영한 후속 프로그램과 심층 상담으로 이어진다. 방학 때는 집중 상담 기간을 둬서 지속적으로 마음을 관리하도록 했다. 위험군에 속한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실시 결과 1학년 261명 중 95%, 3학년 246명 중 92%가 참여했고 워크숍 참여율 역시 높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정서 상태와 성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대학 생활 적응과 진로 설정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학생들 반응도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과거의 나와 비교해 현재의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등 대체로 긍정적이다. 상담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 역시 자기 이해 기반의 심리 지원 모델이 학생 성장과 교직 전문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너는 춘천에 다녀왔다고 했다. 입학식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이 술을 마신 듯 발그레했다. 혼자서 닭갈비를 먹었다고 했다. 명문대 좋은 과에 수석으로 붙은 네가 생활에 쫓길 일은 없어 보였다. 대학로 술집 골방에서 동문 선배들은 술을 권했다. 너는 마다하지 않았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 노래가 빠질 순 없었다. 너는 ‘행복의 나라로’를 불렀다. 술기운이 돌고 고개들이 주억거렸다. 누군가 ‘소양강 처녀’를 읊조렸다. 모두 따라 했다. 목 놓아 부를 일은 아니었는데 소리는 커져만 갔다…. 문득 한 세대 전 네 모습이 생각났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 보다. 너를 싣고 갔을 통일호 열차는 이제 없다. 경춘선 itx-청춘에 올라탔다.● 맑고 평온하게 아마 너도 그때 갔을 터다. 소양호에서 청평사(淸平寺) 가는 배에 올랐다. 소양호는 위도 38도선 위에 걸쳐 있다. 지금이야 별다른 의미는 없다. 호수 양쪽 기슭 산자락을 적시며 배는 나아간다. 고물 뒤로 하얀 물보라가 퍼져 나간다. 서두르는 기색 없이 15분 남짓. 선착장에 다다른다.청평사 오르는 길은 신록이 완연하다. 진달래와 철쭉 황매화 산수유 등속이 연두 숲에서 점점이 색을 발한다. 계곡물 흘러내리며 삽상한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의 시작은 아마도 구성(九聲)폭포다. 주위에 멋들어진 소나무 아홉 그루가 있다고 해서 구송폭포라고도 했단다. 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뒤로 하고 다시 걷는다.네모난, 정확히는 기다란 사다리꼴 연못이 나온다. 그림자 영(影)자를 써서 영지(影池)인데 비출 영(映)자를 쓰기도 했다. ‘청평사 뒤 오봉산 부용봉 바위가 비친다’ ‘절에서는 보이지 않는 연못에 청평사가 투영된다’ ‘산 능선을 걷는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등 유래가 여럿이다. 고려 중기 12세기 초, 아내와 사별하고 죽을 때까지 30여 년간 이곳에 은거한 이자현(1061~1125)이 조성했을 것이다. 큰 가뭄이나 홍수 때도 연못 물이 줄거나 늘지 않았다고 한다. 쳐다보는 이의 마음도 그렇게 평온하기를 바라는 걸까.고려 초기 창건했다는 청평사는 큰 절은 아니다. 사찰 입구 일주문도 없고 가람도 비좁다. 법당 극락전은 불에 탄 것을 몇십 년 전에 중건했다. 안내판 설명은 6·25전쟁 때 소실됐다고 했지만, 그전에 정신착란을 일으킨 여성이 불을 질러 전소했다는 기사(조선일보 1950년 2월 15일 자)가 있다.다만 두 번째 문인 천왕문 격의 회전문(迴轉門)이 있다. 고쳐 지은 지 500년쯤 된 보물이다. 공주를 사랑한 뱀이 있었다. 사랑이 지나쳐 공주 몸을 빙빙 감고 놓아 주지 않았다. 부처에게 공덕을 드리겠다는 말에 풀어 줬다. 불사(佛事)는 마쳤지만 공주는 나오지 않았고 뱀은 이 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도리어 천둥번개 치며 쏟아지는 폭우에 떠내려갔다.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번뇌에선 풀려난 셈이다. 실제 빙빙 돌지는 않는 회전문은 윤회전생(輪迴轉生)의 문이다(전석순, ‘춘천’, 21세기북스, 2020).회전문으로 들어서고 회전문으로 나왔다.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연지에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차분하게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다 사라진다. 병풍처럼 서 있는 산들 사이로 멀리 유람선 한 척 다가온다. 물안개가 산등성이 곳곳에서 자욱하게 피어오른다.이자현의 사촌이 반란을 일으킨 왕의 외척 이자겸이다. 권력을 집착해 제명에 못 죽은 친척과 달리 이자현은 청평거사라 불리며 천수를 다했다. 머리는 비에 젖었지만 마음은 맑고 평온했다.● 푸르고 잔잔하게35년 전 네가 처음 찾았을 때도 그랬듯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하지만 그 이름에 호수는 없다. 봄 춘(春), 내 천(川). 봄의 내, ‘봄내’다. 봄이 먼저 와서 흐른다. 댐이 서면서 호수가 생겼다. 섬이 그 안에 생겼다. 중도가 그렇다.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자리에 쌓인 퇴적물이 만들어 낸 섬이 중도다. 둘로 나누어져 상중도와 하중도가 됐는데 흔히 하중도를 가리킨다(‘춘천’). 네가 만약 그때 가 봤다면 배 타고 의암호를 가로질렀을 것이다. 지금은 거대한 원 모양 주탑이 케이블로 상판을 견인하는 춘천대교로 간다.외지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다른 지방 도시처럼 중도 주변에도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가 생겼다. 너는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중도에서 뭍을, 뭍에서 그 섬을 보면 뭔가 아련하고, 호수 위에서 섬과 뭍과 물을 보면 마음이 잠잠해진다. 너울이 이는 바다에 산처럼 솟은 섬과 달리 잔잔하고 푸른 수면 위에 다져 놓은 단 같은 땅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춘천대교 동북쪽 소양강 어귀 소양스카이워크 부근에 소양강처녀상(像)이 있다. 5m 높이 기단에 7m 높이로 서 있다. 위압적인데 살짝 관능적이다. ‘열여덟 딸기같이 어린 내 순정’이라는 노랫말이 무색해진다. 호반이 주는 봄의 흥취와 살짝 엇박자가 난다고나 할까.춘천대교 남쪽 공지천 어귀에는 출렁다리 ‘춘천 사이로 248’이 있다. 다리에 올라서서 양 천변을 바라본다. 벚꽃길이다. 제철의 마지막 벚꽃이 흐드러졌다. 다리 가운데에서 중도가 마주 보인다. 멀리 앞뒤로 늘어선 낮고 높은 산들을 배경으로 빨갛고 파랗고 노란 건물과 구조물 들이 보인다. 거대한 색동 블록을 쌓아 놓은 듯하다.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곳이 레고랜드다. 중도에 들어서 레고랜드로 향하는 것은 탐험에 나서는 것 같다. 황량한 땅에 철제 울타리가 빙 둘러쳐 있다. 미지의 보물섬일 수도, 킹콩의 ‘해골 섬’일 수도 있다. 호텔과 놀이동산이 있는 그곳은 블록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환상의 섬이다. 밀레니얼 세대 부모가 알파 세대 자녀들과 함께 블록으로 만든 미니어처 서울 도심, 경복궁, 야구장 사이를 거닌다.그 울타리 밖은 역사의 땅이다. 선사시대와 철기시대 유적과 유물들이 땅 위아래 산재한다. 개발과 일자리, 그리고 보존이라는 언어와 행동이 부딪힌다. 레고랜드에서 10여 분 걸으면 철기시대 돌무지무덤(적석총)이 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도 놓여 있다. 고인돌 저 너머로 울긋불긋 레고랜드가 보인다. 중용의 길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춘천은 봄꽃춘천대교에서도, 스카이워크에서도, 출렁다리에서도, 레고랜드에서도 그 산이 보인다. 춘천의 주산 봉의산(鳳儀山·해발 300.3m)이다. 너는 아마 이 산에 오를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여행지로 이름이 난 곳도 아니었다. 왠지 발걸음이 옮겨졌다.강원도청 뒷길을 따라 30분 정도. ‘봉의산’ 표지석이 꽂힌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웃자란 나무들과 뻗어 나온 잎들에 시야가 확 트이지는 않는다. 그 틈바구니로 본다. 춘천은 분지였구나. 그것도 산들이 두 겹으로 에워싼. 춘천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금병산 대룡산 마적산 오봉산 가덕산 북배산 등이 안에서 둥그렇게 스크럼을 짜고, 그 바깥으로 더 높은 수리봉 가리산 용화산 구절산 부용산 촛대봉 등이 비를 가려 주듯 어깨동무하고 서 있다.춘천 출신 작가 전석순에 따르면 어느 외국인 선교사는 봉의산을 꽃술, 둘러싼 산들을 꽃잎으로 보고 춘천을 한 송이 꽃에 비유했다(‘춘천’). 춘천은 지금 봄 내음 물씬한 봄꽃인 셈이다.봉의산을 내려와 약사 고갯마루에 있는 죽림동 성당에 들렀다. 가지런히 다듬어진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은 로마네스크 양식 본당으로 향한다. 인간의 고통을 사랑으로 보듬는 예수성심상이 잔디밭에 하나, 성당 입구에 더 큰 것이 하나 서 있다. ‘너는 그곳에서 잘 있는 거니?’서울 청량리로 돌아오는 전철을 탄다. 흘러가는 한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터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글·사진 춘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라남도 고흥군(군수 공영민)은 25, 26일 거금도에서 ‘고흥 블루마린 자전거 여행’을 연다.거금도 일대 해안과 거금대교를 잇는 총연장 약 40km 코스를 자전거로 달린다. 약동하는 신록과 청명한 바다 사이를 질주하며 관광 명소와 맛깔스러운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출발점은 거금도 김일기념체육관이다. 이어 익금해수욕장, 금의시비공원, 거금 생태숲, 거금도 북부해안도로를 거친 다음 거금대교 중간 반환점을 돌아 다시 김일기념체육관으로 골인하게 된다.거치게 되는 각 명소에는 문화와 역사를 배우며 스탬프를 받는 지점이 모두 5곳 마련돼 있다. 또한 특산물인 유자로 만든 유자에이드, 유자라면을 비롯해 다양한 고흥 미식을 맛볼 수 있다. 완주자는 고흥 특산물로 구성된 기념품을 받는다.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여행은 참가 정원 400명을 벌써 다 채웠다. 고흥군 관계자는 “블루마린 자전거 여행은 고흥 주민과 방문객이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자리”라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관광지로 고흥을 발전시키는 데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 2024년 인공지능(AI)/기계학습(ML) 실무자 65명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한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 보고서는 80% 넘는 AI 프로젝트가 실패한다고 추정했다. 단 실패 원인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저널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2%는 데이터와 AI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문화와 변화 관리라고 답했다.최근 글로벌 기업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AI 전환(AX)이다. 성공적인 AX로 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책 ‘소크라테스와 AX’(북랩)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AI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람, 조직, 리더십 문제라는 것이다.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AX에 관한 100가지 질문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던지면서 그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질문은 노골적이다. “경쟁사가 전부 AI를 쓰면 당신 회사의 무기는 뭡니까? 사장님 미소?” “열정은 반드시 식습니다. 단언합니다. 2500년간 인간을 관찰한 결론입니다.” “AI 거버넌스에 쓰는 돈은 어떻게 정당화합니까? ‘보험’이라고 하면 됩니까?”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 “당신은 AI를 샀습니까? 아니면 조직을 바꾸었습니까?” 그리고 거울을 꺼내며 말한다. “거울이 보여주는 건 얼굴이 아닙니다. 리더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보여줍니다.” AX 의사결정에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이 해답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건네는 거울이 됐으면 한다고 저자 배기원 갈렙앤컴퍼니 이노베이션센터장은 말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미당(未堂) 서정주는 고향인 전북 고창의 소요산에 올라 북쪽 곰소만(灣) 건너 부안 변산(邊山)반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바다에 체념하여 그 모가지를 들여대고 있는 무슨 큰 생물 같은…’(동아일보 1962년 3월 14일 자). 어쩌면 그 생물은 동시대 시인 노천명의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이 아니었을까. ‘물속 제 그림자 들여다보고/※…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먼 산을 쳐다보는…’(시 ‘사슴’ 중). 바다를 향하는 반도는 섬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무게중심은 어쨌든 뭍에 두고 있지 않겠는가. 하물며 이름마저 ‘가장자리 산’인 변산이야 더 그렇지 않을는지. 그래서 유념해야 할 터다. 변산반도 곳곳 명승은 이름과 실상이 어긋나 보이면서도 묘하게 조화롭다는 것을. ● 바다와 산이 바위로 호응하다변산은 의상봉(해발 508m)이 최고봉이다. 한데 관음봉(424m)을 정상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여기저기 봉우리들 다시 말해 이 산 저 산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부안군 땅 절반가량인 변산반도는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나뉜다. 하지만 외변산은 산이 아니라 강이다. 그런데 그 강은 강이 아니라 해변이다. 이름하여 채석(彩石)강과 적벽(赤壁)강이다.서해 쪽으로 튀어나온 변산반도 맨 왼쪽 해안에 있는 두 ‘강’ 이름의 유래는 중국이다. 채석강은 당나라 시인 이백이 세상을 떠난 전설 같은 일화에 등장한 강이고, 적벽강 또한 송나라 소동파의 유명한 시 ‘적벽부’ 배경이 되는 강이다. 한 소설가는 ‘중화 사대주의가 여기까지 미치다니…’하며 혀를 찼고, 한 언론인은 ‘연안이 굽어서 마치 강어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요한 것은 강에 현혹되지 않고 실체에 접근하는 일이다.채석과 적벽 모두 바다에 깎인(해식·海蝕) 가파른 절벽(단애·斷崖)이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색깔과 바위, 그리고 바위에서 깎여 나온 돌이다.채석은 여러 가지 고운 빛깔 돌이라는 뜻이다. 그 돌들은 수천만 년 동안 깎이며 무수한 층을 이뤄 서 있거나 해변에 깔려 있다. 예전에는 책거리 그림처럼 책이 빼곡히 쌓였다고 해서 ‘책바위’라 했고, LP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레코드판을 쌓아 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20m 높이 ‘바위 병풍’이라고도 했다.‘해에 바래고 물에 씻긴’ 절벽은 주로 흑갈색부터 황갈색까지 빛을 낸다. 절벽에서 파도와 해류에 깎인 파편이 바닷물에 시달리면 다양한 빛깔 조약돌이 된다. 이곳에서 주은 검거나 흰 돌은 그대로 바둑돌이 됐다.채석강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1.5km쯤 가면 적벽강이 있다. 적벽은 황토처럼 불그스름하고 누르스름하고 황금빛을 내기도 하고 꽃자주색을 뿜어내기도 한다. 채석의 단애가 층층이 쌓였다면 적벽은 껍질이 벗겨져 모습이 드러난 석류알 같은 절리(節理)들이 헤아릴 수 없다.두 강의 깎아지른 절벽에는 파도가 파낸 깊고 넓은 동굴이 곳곳에 보인다. 누구는 예전에 이런 동혈(洞穴)에서 선비들이 소박한 술상을 차려 놓고 시를 읊었다고도 하고, 누구는 용왕에게 치성을 올렸다고도 하는데,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자연 조화를 내변산에서 다시 볼지는 몰랐다.내변산은 산이다. 산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과 절경을 모아서 부르는 이름이다. 그중 하나가 개암사다. 창건한 지 1400년 가까이 됐다지만 현재 법당들은 다 임진왜란 이후 지은 것이다. 이 절 대웅보전에서 수직으로 눈을 들면 저 멀리 산 위에 나란히 선 커다란 바위 2개가 보인다. 울금바위(우금암)다. 높이가 각각 30m, 40m가량인데 세 개의 굴을 품고 있다.개암사에서 40분 정도 올라가면 처음 보는 것이 원효굴이다. 신라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굴이다. 단순히 동굴이 아니라 거대한 절벽에 두 개의 굴이 양쪽으로 파여 있다. 유심히 바라보니 절벽 어디까지는 층층이 촘촘히 쌓여 있고, 어디부터는 각진 석류알처럼 삐쭉빼쭉 튀어나온 듯 깎여 있다. 채석과 적벽의 절묘한 조화다. 산과 바다의 오묘한 호응이다. 새삼 억겁의 세월, 지구의 운동에 탄복한다.● 이름 그대로, 직소폭포외변산과 달리 내변산은 이름 그대로인 풍광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직소(直沼)폭포다. 변산반도 중심부에서 관음봉을 향해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지금이야 길도 내고 데크도 깔고 계단도 둬서 그곳까지 가기가 어렵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녹록지 않았을 법하다.신록이 시나브로 영역을 넓혀 가는 즈음이라 산이 물을 내놓는지 오솔길 군데군데가 질퍽하다. 계곡을 발아래 두고 걷다 보니 물소리가 점점 우렁우렁해진다. 폭포를 원경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전망대에 서니 저 멀리 하얀 폭포 줄기가 거대한 암벽을 둘로 가르며 떨어진다. 그 물은 거세게 흘러와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 다시 조그만 폭포를 만들어 낸다. 더 걷는다.폭포로 가려면 계곡을 내려가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선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짙은 비취색 용소(龍沼)로 30여 m 낭떠러지 위에서 물이 거침없이 수직 낙하한다. 그래서 직소인 게다. 수천만 가닥 가느다란 흰 실을 한데 묶어 낸 듯한 물줄기다.조선시대 한 선비는 이를 보고 흑룡이 치솟는 것 같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알겠다. 흑룡은 과거 기우제를 드리는 대상의 하나로 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제 가뭄이 들었을 때 이 용소에서 비를 바라는 제사를 드렸다.신기한 점은 폭포가 떨어지면서 굉음을 내는데 주위는 되레 적막해지는 듯하다는 것이다. 용소 주변 바위에 앉아 무심하게 보고 있자니 노이즈 캔슬링 기능 탁월한 이어폰을 낀 것 같다. 지워준 것은 소리가 아니라 번잡한 마음이었을지 모르겠다. 가슴이 후련해진다.91년 전 이곳을 찾은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는 직소폭포가 ‘송도 3절’인 개성 박연폭포에 비길 만하겠다고 했다(동아일보 1935년 9월 6일 자). 박연폭포를 보지 못해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직소폭포가 건네는 봄의 흥취에 자못 취한 것은 사실이다.내친김에 관음봉 주위를 에둘러 내소사(來蘇寺)로 내려갈까 싶다. 직소폭포에서 재백이고개 초입 재백이다리까지 1km 남짓 호젓한 길을 걷는다. 평지에 가까운 경사인 데다 왼쪽으로 직소폭포를 향해 흐르는 시내가 동행한다. 상쾌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녹음이 우거지고 온갖 꽃이 더 핀다면 금상첨화일 테다.20여 년 전 결혼을 앞두고 아내는 내소사행을 고집했다. 일주문부터 이어진 전나무 길을 걸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였다. 반대로 채석강에 가면 커플이 깨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아무 근거는 없었다. 20여 년 만에 다시 온 내소사는 전나무 길도, 오색단청 세월에 씻겨 속살 드러낸 나뭇결 따스한 대웅보전 꽃살문도 그대로였다. 그때는 눈길 주지 않은 내소사 이름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을 봤다. ‘이곳에 오면(來) 소생할(蘇) 수 있다’는 뜻이란다. ‘당나라 소정방이 찾은 절’이라는 일설보다는 훨씬 낫다.● 서민 위한 생태탐방원채석강과 적벽강 사이 물굽이 해변 언덕에 변산반도생태탐방원이 있다. 왠지 학술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름이지만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이다. 서해를 품은 조망은 ‘왜 이곳에 5성급 호텔이 들어서지 않은 것일까’ 생각하게 할 정도다. 가격도 저렴하다 할 정도로 상식적이다. 공단에서는 변산반도에 생태탐방원을 비롯해 ‘직소천자동차야영장’ ‘고사포야영장’ ‘워케이션센터’ 같은 시설을 두고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료는 매우 합리적이다.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것들을 이용하려면 예약해야 하는데 성수기는 물론이고 비성수기에도 예약 사이트에서 ‘광클릭’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한다. 기왕에 혈세를 들이는 것이라면 진짜 서민들에게 기회를 먼저 주는 예약 방식은 어떨까 싶다.글·사진 부안=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록이 짙어지는 초여름, 녹음의 정원이 부른다. 5월 31일 떠나는 한진관광 ‘교토 정원 탐방 4일’ 여행은 일본 정원 역사를 꿰뚫는 여정이다. 정원 전문가 본보 김선미 기자가 동행해 호응이 컸던 지난해 ‘북해도 정원 탐방’을 잇는다. 역시 함께하는 김 기자가 깊이 있는 해설을 제공한다. 고도(古都) 교토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방식의 정원을 품고 있다. 중심에 큰 연못을 두고 주위에 산책로를 만들어 걸으면서 감상하는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은 대표적이다. 반면 아예 물을 들이지 않고 바위와 모래만으로 산과 물을 표현하는, ‘마른 산수’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다다미방에 앉아 기둥과 보가 만든 프레임을 통해 정원을 그림처럼 감상하는 액자정원이 있고, 오래된 사찰 큰스님 거처 공간 주변을 둘러싼 호조(方丈)정원에, 서방 극락정토를 구현한 정토정원도 있다. 이 정원들이 함축하는 시간은 약 1200년이다. 8세기 초부터 헤이안(平安) 가마쿠라(鎌倉) 무로마치(室町) 에도(江戸) 메이지(明治)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른다. 정원에는 그만의 풍경이 존재한다. 수령 800년을 넘는 녹나무 군집과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사이 6월 햇빛에 더 푸르른 단풍 아오모미지가 터널을 이룬다. 그 아래 수련이 피고, 1만 그루 수국이 만개한다. 바닥에는 융단 같은 이끼가 터를 넓히고 기암괴석이 자태를 뽐낸다. 사각형 모양 이끼와 네모난 돌들이 번갈아 배열돼 일본 전통의 이치마쓰(市宋) 격자무늬를 이룬다. 그만의 서사도 자리한다.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내를 건너야 하는 어미 호랑이. 새끼 한 마리는 포악해 어미가 없으면 다른 형제를 잡아먹을 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우화를 흰모래 위 바위들로 표현한다. 일본 최대 호수 비와(琵琶)호 물을 끌어들여 연못뿐만 아니라 개울과 조그만 폭포를 조성했다. 그 물길은 로마식 아치형 수로교를 흐른다. 일본에서는 조경사를 작정가(作庭家)라고 한다. 정원을 설계하고 디자인해 이야기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무로마치 시대 소아 미(相阿弥), 에도 시대 고보리 엔슈(小堀遠州), ‘근대 일본 정원의 선구자’ 7대 오가와 지헤이(小川治兵衛), 근대 조경의 거장 시게모리 미레이(重森三玲)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원 여행 나흘간 탐승할 소라쿠엔(相樂園) 루리코인(瑠璃光院) 난젠지(南禪寺) 료안지(龍安寺) 무린안(無鄰菴) 쇼렌인(青蓮院) 도후쿠지(東福寺) 등에서다. 이따금 정원 밖 발길 멎는 곳에서 우지차(宇治茶)를 음미하고 호쿠사이(北斎)의 우키요에(浮世絵)를 보며 기모노도 입어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진관광 홈페이지 혹은 예약센터 참조.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건국대학교(총장 원종필)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광진구 교내 학생회관과 청심대 일대에서 ‘2026학년도 전공 탐색 박람회’를 연다. 인공지능(AI) 시대 맞춤형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특히 의무적으로 제2 전공을 이수해야 하는 지난해 신입생과 올해 입학생들이 다(多)전공, 융합 전공, 연계전공 같은 학사 제도를 이해해 복수 학위와 부전공, 소단위 전공 등 학업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상담, 체험, 간담회 등을 유기적으로 구성했고,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축제형 프로그램도 준비했다.총 39개 학과와 11개 부서가 전공 상담, 미래 설계, 체험, 이벤트 존(zone)으로 나눠 모두 55개 부스를 운영한다.전공 상담 존에서는 각 학과 교수와 재학생이 전공별 교육 과정과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와 도움을 제공한다. 미래 설계 존에서는 교양 과정 상담을 비롯해 취업과 창업, 대학원 진학, 전문자격증 제도, 다전공 및 학사제도 안내 같은 전공 선택 이후 경로를 상담해 준다.체험 존에서는 실감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메타 캠퍼스’와 가상현실(VR) 체험, 디지털 배지, 3D 프린팅 및 공간 컴퓨팅을 비롯한 첨단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알아볼 수 있다. 또 무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건국대 ‘GTEP 사업단’의 참여 기업 제품도 써 볼 수 있다. 다양한 실습형 콘텐츠를 통해 각 전공이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이벤트 존에서는 퍼스널 컬러 판별 체험을 비롯한 참여형 프로그램과 푸드트럭, ‘인생네컷’ 사진 같은 축제용 이벤트가 열린다. 박람회 기간 학생회관 프라임홀에서는 전공 간담회가 열린다. 학생 수요를 조사해 선정된 주제를 놓고 해당 전공 교수가 발제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간담회 주제는 AI 시대 컴퓨터공학의 변화, 피지컬 AI 기술과 전기전자공학의 전망, AI와 공공서비스, 미래 자동차 산업, 바이오 신약 개발, 기술 경영과 AI, 지속 가능 에너지 등 최신 이슈를 반영했다.교육 과정 혁신과 학사제도 개선을 통해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는 건국대는 AI 기반 학습 환경 구축을 비롯한 미래 교육 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이현숙 대학교육혁신원장(교육학과)은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다양한 전공을 충분히 탐색하고 적성과 흥미에 맞는 방향을 찾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스로 질문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록이 짙어지는 초여름, 녹음의 정원이 부른다. 5월 31일 떠나는 한진관광 ‘교토 정원 탐방 4일’ 여행은 일본 정원 역사를 꿰뚫는 여정이다. 정원 전문가 본보 김선미 기자가 동행해 호응이 컸던 지난해 ‘북해도 정원 탐방’을 잇는다. 역시 함께하는 김 기자가 깊이 있는 해설을 제공한다.고도(古都) 교토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방식의 정원을 품고 있다. 중심에 큰 연못을 두고 주위에 산책로를 만들어 걸으면서 감상하는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은 대표적이다. 반면 아예 물을 들이지 않고 바위와 모래만으로 산과 물을 표현하는, ‘마른 산수’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미시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다다미방에 앉아 기둥과 보가 만든 프레임을 통해 정원을 그림처럼 감상하는 액자정원이 있고, 오래된 사찰 큰스님 거처 공간 주변을 둘러싼 호조정원(方丈庭園)에 서방 극락정토를 구현한 정토정원도 있다.이 정원들이 함축하는 시간은 약 1200년이다. 8세기 초부터 헤이안(平安) 가마쿠라(鎌倉) 무로마치(室町) 에도(江戸) 메이지(明治)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른다.정원에는 그만의 풍경이 존재한다. 수령 800년을 넘는 녹나무 군집과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사이 6월 햇빛에 더 푸르른 단풍 아오모미지가 터널을 이룬다. 그 아래 수련이 피고, 1만 그루 수국이 만개한다. 바닥에는 융단 같은 이끼가 터를 넓히고 기암괴석이 자태를 뽐낸다. 사각형 모양 이끼와 네모난 돌들이 번갈아 배열돼 이치마쓰(市宋) 격자무늬를 이룬다.그만의 서사도 자리한다.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내를 건너야 하는 어미 호랑이. 새끼 한 마리는 포악해 어미가 없으면 다른 형제를 잡아먹을 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우화를 흰모래 위 바위들로 표현한다. 일본 최대 호수 비와호(琵琶湖) 물을 끌어들여 연못뿐만 아니라 개울과 조그만 폭포를 조성했다. 그 물길은 로마식 아치형 수로교를 흐른다.일본에서는 조경사를 작정가(作庭家)라고 한다. 정원을 설계하고 디자인해 이야기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무로마치 시대 소아미(相阿弥), 에도 시대 고보리 엔슈(小堀遠州), ‘근대 일본 정원의 선구자’ 7대 오가와 지헤이(小川治兵衛), 근대 조경의 거장 시게모리 미레이(重森三玲)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원 여행 나흘간 탐승할 소라쿠엔(相樂園) 루리코인(瑠璃光院) 난젠지(南禪寺) 료안지(龍安寺) 무린안(無鄰菴) 쇼렌인(青蓮院) 도후쿠지(東福寺) 등에서다. 이따금 정원 밖 발길 멎는 곳에서 우지차(宇治茶)를 음미하고 호쿠사이(北斎)의 우키요에(浮世絵)를 보며 기모노도 입어 볼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한진관광 홈페이지 혹은 예약센터 참조.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최근 국립대학의 교육과 역할이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사회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 위기, 지역 산업 구조 변화, 생활 안전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지역 단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했던 대학이 이제는 지역 사회와 연결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공공기관으로 기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방식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립대학은 지역 주민, 지자체, 산업체와 협력해 환경 보호, 산업 혁신, 지역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 사회적 가치를 결합하는 모델 구축이다. 학생들은 단순 학습을 넘어 지역 현안 해결과정에 참여하고, 대학은 그 결과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은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국립대학을 국가와 지역의 전략 과제를 수행하는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연구 자원이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도록 지원한다. 대학의 역할을 ‘교육기관’에서 ‘지역 문제 해결의 중심축’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수 환경 지역에 기여할 창업 인재 육성 강원대는 접경 지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있다. 다수의 군 장병이 거주하고 있는데 전역 이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 기반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다. 대학은 이를 지역 인구 유출과 직결된 문제로 봤다. 그래서 군·지자체·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창업 교육 모델을 구축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강원 열린 군대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군 장병을 대상으로 기술 창업 교육과 사업화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업가 정신 함양과 창업 트렌드 이해를 위한 기초 교육부터 인공지능(AI), 앱 개발, 드론 등 4차 산업 기반 기술 교육과 일반 창업 과정을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지역 특성을 반영해 국방 분야와 연계한 창업 교육을 강화했다. 국방 사업 관리와 무기체계 사업 관리 과정 등의 교육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국방 특허 기술을 활용한 창업 교육도 병행한다. 국방기술 기반 창업 포럼을 운영해 기술 사업화와 취·창업을 연계하는 구조도 구축했다. 강원 열린 군대 스타트업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116명이 참여했다. 창업 동아리 구성과 경진대회 등 프로그램을 통해 다수의 예비 창업 팀을 발굴했다. 국방 스타트업 경진대회 수상, 청년 창업자 육성 사업, 초기 창업 패키지 등의 정부 지원 사업 유치, 실제 법인 설립 성과가 나왔다. ● 지역 문제 해결 실험실, 캠퍼스 밖으로 경상국립대는 대학 내부의 창업 교육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GNU STARTUP PIONEER’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기초 교육부터 창업 동아리 활동, 실전 창업,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구조를 마련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출발해 실제 시장 진입까지 연결되는 ‘창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참여 학생들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한 참가자는 “온라인 창업 기초 교육과 멘토링이 특히 도움이 됐다”며 “창업 아이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교육 비교과 이수자는 목표였던 1165명을 넘어 1249명에 이르렀다. 창업 동아리와 유망 창업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학 기반 창업 생태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작부터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의제로 다루는 창업 프로그램도 있다. 경상국립대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ESG 기반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 현안을 직접 해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해커톤’과 ‘리빙랩’ 방식을 결합해 진행된다. 참가 학생들은 해커톤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후 경남 지역 현장에서 약 5주간 리빙랩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팀별 실행 지원금과 전문가 멘토링이 제공돼 아이디어의 실행력과 완성도를 높인다. 학생들은 환경, 안전, 사회적 취약 계층 지원 등 다양한 지역 문제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복합적인 지역 현안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한 참여 학생은 “전문가 피드백과 현장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문제 해결 방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창업 교육을 통해 기른 문제 해결 역량을 지역 사회 현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학생 역량 강화와 지역 사회 기여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참여형 교육으로 환경 문제 해결 한국체대는 환경 문제를 교과목 중심의 이론 교육을 넘어 지역 기반 현장 참여형 교육으로 확장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립대학의 공공적 책무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의 해양과 산림 환경 대상의 실천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경인교육대, 서울과학기술대, 한경국립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수도권 5개 대학 학생 42명이 참여해 진행됐다.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결합해 지역 환경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은 기후 위기와 해양 환경, ‘Leave NoTrace(LNT)’ 원칙에 대한 전문가 특강을 시작으로, 스쿠버 다이빙 장비 활용과 안전 교육이 진행됐다. 이후 해양 쓰레기 수거, 해안 정화 활동, 산림 보호 활동 등을 대상으로 한 실습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팀별 로 환경 보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지역 환경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해결 실천 방안을 고민하는 경험을 쌓았다. 한 참여 학생은 “환경 보호는 특정 활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 전반과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여 학생들은 환경 문제를 특정 분야의 과제가 아닌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인식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ESG 경영이나 환경 관련 직무를 진로로 고려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텀블러 사용을 실천하는 등 개인의 생활 방식 변화로 확장된 사례도 나왔다. 한국체대 관계자는 “생태계 체험 교육을 통해 지역 환경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실천 의지를 높이고,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속적인 환경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사단법인 한국문학협회(이사장 박종래) ‘베스트 작가 대상’에 만은 김종원 작가(77·사진)가 선정됐다. 대상 작품은 작가 부친의 삶과 한국 현대사를 교직한 책 ‘1917년생 화동 김은철 삶과 현대사’(명성서림)다한국문학협회는 21일 서울 중구 명성문화예술회관에서 시상식을 열고 김 작가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김 작가는 20여 년 전 제정된 베스트 작가 대상의 세 번째 수상자다.수상작은 3·1운동 2년 전인 1917년 태어나 197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광복, 6·25전쟁, 4·19, 5·16, 10월 유신 같은 격변기를 산 필부이자 인격자였던 부친의 삶을 통해 현 한국 현대사를 차분히 돌아본다.김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나라의 근본은 국민이며 그만큼 평범한 국민 삶의 기록을 중요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역사를 보는 새로운 혜안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고교 교육자로 있으면서 시, 시조, 수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김 작가는 은퇴한 뒤 인문학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성동문학’ 창간 및 주간, ‘한국시조문학’ 주간,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부이사장, 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문학협회 자문위원 및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휴대전화 손전등에 의지해 새벽 산 중턱 오솔길을 오른다. 전날 구름과 안개가 잔뜩 꼈다. 걱정이 화선지에 먹물 배듯 가슴 한쪽으로 스며든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천문과학관 주차장까지는 차로 올라왔다. 해발 약 260m. 정상까지 이만큼을 걸어가야 한다. 급경사가 아닌데도 조바심에 숨이 조금씩 차오른다. 고개를 위로 꺾어 어둠이 물러나지 않는 하늘을 훔쳐본다. 하얗고 노랗고 푸른 별들을 내가 머리에 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구름 이불에 여전히 덮여 있는 걸까.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사위는 슬금슬금 뽀얘진다. 지그재그 데크 길이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정상. 해발 518m 억불산(億佛山)이다. 몸을 빙 돌려 사방을 본다. 참 좋다.● 그 일출, 끓며 넘치며동남쪽 멀리 득량만(得糧灣)이 보인다. 장흥 출신 소설가 이승우는 한 작품에서 이런 광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이 ‘자신의 품을 활짝 열어 옷자락 속에 품고 있던 바다를 꺼내 보인 것처럼 여겨졌다.’구름 장막은 다 걷히지 않았다. 득량만 바다와 섬들 위로 몸을 막 일으킨 해가 그 틈새로 노랗다가 불그스름하다가 벌겋다가 시뻘건 색을 드러낸다. 빛이 용암처럼 끈적거리듯 퍼진다. 역광을 받아 어두운 구름층과 수평선 사이 좁고 평행한 공간에 붉은 우리은하가 생긴 듯하다. 득량도와 그 너머 고흥반도가 태초의 땅처럼 신비롭고 아득하다. 빅뱅 순간이 이랬을까.시선을 육지로 돌리니 장흥 북쪽 태반이 드러난다.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억불산 자락 끝에서 장흥평야가 동서로 뻗어 있다. 그 주위를 동북쪽부터 사자산, 제암산이 감싸안고 서쪽으로 용두산과 수인산까지 내달린다.다시 남으로 고개를 향한다. 능선이 아낙네 치맛자락처럼 부드럽게 사방으로 펼쳐지듯 내려온다고 해서 억부산(億婦山)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역시 그렇다. 그 너머로 언덕 같은 산들이 구불구불 점점 낮아지며 끝내는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궁금해진다. 저것은 산줄기가 바다로 내려간 것이냐, 섬 줄기가 뭍으로 올라온 것이냐.어쩌면 둘 다 아니다. 중요한 것은 땅과 물이 만나 서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만나서 소통했다는 얘기다. 즉, 회통(會通)이다. 서로 모순돼 보이는 것들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것. 비록 설익고 억지스럽지만, 억불산에서 깨달은 이 이치를 장흥 곳곳에서 마주치게 될 터였다.● ‘보배로운 숲’에서 소통을 느끼다그 깨달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보림사(寶林寺)다. ‘왜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느냐.’ 깨침은 경전(손가락)이 아니라 불성을 지닌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있다는 선불교(선종)는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 이 땅에 퍼졌다. 9산선문이다.그중 가장 먼저 오늘날 조계종을 연 승려가 도의(道義)다. 보림사는 도의선사가 개창(開創)하고 그의 3대 법손(法孫)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실질적으로 문을 열었다(이일야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 조계종출판사, 2016).부처를 모신 금당 앞에 좌우로 탑을 하나씩 세운 보림사 가람 배치는 예사롭지 않다. 그전까지는 1탑 1금당 배치가 주였다. 이 방식은 금당을 가로막는 탑이 중심으로 보이다. 반면 보림사처럼 좌우로 분산된 쌍탑식은 금당의 중요성을 부각한다(김봉렬 ‘불교건축’, 솔, 2004).그런데 보림사 금당은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비로자나불은 선종과 대립하던 교종 중 ‘화엄경’을 근본으로 삼는 화엄종 부처다. 모순된 두 사상이 만나 하나를 지향하는 회통이다. 인간 본질은 부처라는 선종과 인간을 비롯한 온 세계가 불성의 현현(顯現)이라는 화엄종은 모두 ‘본래 부처’라는 생각에서 통한다(‘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경내 모든 불당은 6·25전쟁 때 타버려 1980년대 이후 지었다. 아쉬움은 귀중한 유물로 보상받는다. 통일신라 이후 탑 가운데 아주 드물게 상륜부가 완벽히 남은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보다.철로 만든 불상은 국내에 몇 없다. 높이 252cm, 약 1.5t의 철이 들어간 불상은 도금하지 않아 표면이 거칠고 투박하다. 더 인간적이다. 대적광전 마룻바닥에 앉아 지그시 바라본다. 고동색 철불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보림사는 비자나무 숲 우거진 가지산 품에 안겨 있다. 동쪽에서 바라보면 그 산줄기들이 연꽃 모양을 닮았다.● 매생이, 김, 굴2년 전 장흥을 처음 찾았을 때도, 이번에도 첫날 점심은 굴구이였다. 드럼통을 30cm 높이로 잘라 철판을 얹고 그 위에 굴을 좍 깐다. 익으면 껍질이 살짝 벌어진다. 목장갑 낀 손으로 잡고 열어젖히면 매끄러운 굴 살이 반짝인다.굴구이 집에서는 매생이국이나 매생이떡국을 판다. 매생이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김 양식의 천덕꾸러기였다. 김 홀씨가 붙어 자라는 김발에 매생이가 자꾸 붙었다.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하니 귀찮고 고된 일이었다. 김과 매생이는 서로 모순이었다. 그러나 매생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매생이를 기르게 됐다.남해안 어느 지역이 김 양식을 하지 않겠느냐만, 장흥에서는 좀 다른 김도 난다. 김 양식을 할 때는 바닷속 이물질이 들러붙지 않도록 산(酸)을 뿌린다고 한다. 그런데 산을 뿌리는 대신 썰물 때마다 김발을 뒤집으며 태양으로 이물질을 없앤다. 무산(無酸)김이다.해산물 양식은 종류에 따라 기르는 수심이 다르다. 매생이, 김, 미역, 굴 순으로 깊어진다. 같은 바닷물이라도 깊이에 따라 길러내는 산물이 다르다. 그런 차이가 양식이라는 틀로 한데 묶여 밥상에 오른다.다른 것을 하나로 통하게 한 음식이라면 ‘장흥 삼합’도 빠질 수 없다. 장흥 한우와 키조개 관자 그리고 표고버섯을 구워 고기, 관자, 버섯 한 점씩 쌓아 한입에 넣는다. 관자와 버섯을 육수에 적셔 조리하는 집도 있다. 잘 어울릴까 싶은데 묘하게 조화롭다.● 섬을 핥는 바다 소리지방 소도시에 이른바 힐링 치유 또는 웰니스 증진을 표방하는 시설이 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트레스 검사를 비롯한 건강검진, 명상이나 요가, 한방 족욕, 마사지 테라피 등을 받을 수 있다. 산이나 바다 기운도 받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다. 장흥에도 힐링테라피센터와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마음건강치유센터가 있다.솔직히 난데없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사람이 올까 했는데 군민들이 꽤 온다고 한다. 관광객 같은 외지인에게도 열려 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는 만나서 소통할 공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사실 억불산 전날 일출로 유명한 소등섬을 찾았다. 일몰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물때를 못 맞췄다. 썰물이어서 소등섬은 갯벌에 ‘박혀’ 있었다. 장흥이 낳은 원로 작가 한승원은 고향 바닷가를 작품 배경으로 많이 삼았다. 한 단편에서 그는 ‘파도가 돌담을 핥을 때는 사르륵 소리가 난다’고 했다. 바닷물이 소등섬을 핥고 지날 때는 어떤 소리가 날까. 일출도 일출이지만 다음에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선을 그으면 장흥 남쪽 해안 높이 46m 전망대 ‘126타워’에 닿는다. 광화문, 러시아 하얼빈을 잇는 동경 126도 선상에 있다는 의미에 더해 한(1)민족, 두(2) 나라를 소통 화해 교류 협력 평화 기회라는 6대 가치로 통일하자는 뜻이란다. ‘굳이 여기에?’라고 생각했다가, 이승우 단편 ‘정남진행’ 속 문장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남진. 한반도가 큰 나무라면 수분을 공급받기 위해 뿌리 내리고 있는 물이 그곳 바다인 셈이야.’글·사진 장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건국대학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수의과대학이나 동물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최근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는 농축산, 식품, 바이오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공계를 제외한 분야에서 부동산, 경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을 건국대 간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5년 뒤인 2031년, 창학 100년을 맞는 건국대는 지금까지 쌓아온 이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톱(top)5 및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고 진중하게 달리고 있다.● 농축산-의학-과학은 창학의 모태 건국대는 1931년 창학 당시부터 농업과 축산, 그리고 의학을 국가 발전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관련 인재 배출에 주력했다. 학교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常虛 劉錫昶·1900∼1972) 박사는 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항일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해 의술을 통해 나라를 돕겠다는 인술보국(仁術保國)의 길을 걸었다. 유 박사는 광복 전에는 가난한 민중을 치료하기 위해 사회영 중앙실비진료원(社會營 中央實費診療院)을, 광복 후에는 나라를 바로 세울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선정치학관(朝鮮政治學館)을 각각 설립했다.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민족을 위해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호 ‘상허’처럼, 그의 삶은 교육과 의료를 통한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가 세운 민중병원은 건국대병원의 전신이 됐다. 특히 유 박사는 식량 자립과 과학기술 진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통찰 아래 농축산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건국대 초기 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건국대 곳곳에 깊게 뿌리내렸고 수의학과 바이오 분야 학문의 체계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원헬스 전략의 진화 ‘KU AI 원헬스’ 2031년 창학 100주년을 앞둔 건국대는 이런 뜻깊은 전통을 계승해 왔다. 2024년 취임한 원종필 총장이 선포한 특성화 발전 전략 ‘KU 원헬스(One-Health)’가 대표적이다. 원헬스는 바이오, 의료, 정책, 법률, 경제, 문화 같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계해 동물과 인간 그리고 환경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개념이다. 특히 건국대가 오랫동안 학문적 기반을 축적하며 여타 대학보다 강점이 있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의학, 동물 바이오, 첨단 바이오 분야를 토대로 구체화한 발전 전략이다. 건국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최근 원 총장은 기존 원헬스 전략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확장한 ‘KU AI 원헬스’ 비전을 발표했다. AI를 토대로 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간-동물-환경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중점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원헬스 생태계’를 만들 것을 선포했다.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를 위해서는 차세대 펫테크(Pet-Tech·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로 반려동물 건강관리, 안전, 교육 등을 돕는 기술) 사업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AI 기반 동물 정밀 의료 모델을 확립할 예정이다.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차원에서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구축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의료 체계를 고도화하는 ‘KU-의료 데이터 뱅크’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친화적 소재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수의대, 국내 최고 넘어 글로벌 톱 반열 동물과 바이오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원헬스 전략의 핵심은 건국대 수의과대학이다. 건국대 수의대와 부속 동물병원은 글로벌 수준의 임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24년 건국대 동물병원은 아시아 소재 대학 동물병원 최초로 ‘국제 수의 응급 중환자의학회(VECCS)’ 2등급(Level 2) 인증을 획득했다. 수의 응급 및 중환자 진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인 VECCS 2등급은 미국 밖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건국대 수의대의 VECCS 2등급 인증 획득은 병원 시설, 진료 시스템, 인력 구성, 장비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체계가 국제 상급 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건국대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수의응급의료센터를 체계화해 응급 및 중환자 의학 분야를 선도해 왔다. 수의대 학생회 또한 VECCS 학생 조직 ‘SVECCS’에 국내 최초로 정식 가입해 학부 단계부터 글로벌 학술 네트워크와 연결돼 선진 수의학을 배우면서 이끌고 있다.● 다양한 연구 성과 쏟아져 연구 역량 역시 다층적이다. 건국대 수의대 김시윤 교수팀은 하버드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세종대 등과 함께 3년간 70억 원 규모 심장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 유사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 분화 능력을 이용해 복잡한 심장 구조와 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만든 3차원 미니 장기(臟器)를 말한다. 신약 후보의 효능과 독성 평가, 질환 연구, 세포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 연구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차세대 실험법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연구 성과가 신약 개발 생태계와 연결돼 임상 검증 및 실제 치료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염병 연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수의대 이동훈 교수팀의 ‘조류인플루엔자(H5Nx)의 장기 진화 양상 분석을 통한 포유류 적응 가능성 탐색 연구’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의 변이 경로를 선제적으로 분석한 작업이다. 이 연구는 지속적으로 유전체를 감시해 유관 기관과 신속하게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미래 인체 감염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안전망과 직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이 교수팀 연구는 국가 보건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글로벌 역량 갖춘 실전형 인재 육성 건국대 수의대 교육 체계는 ‘원데이 스킬(One Day Skill·실용 기술)’을 목표로 현장 중심으로 설계돼 면허 취득 후 현장에서 역량을 즉시 발휘할 수 있는 수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과 외부 대형 병원에서 임상 모의 실습과 반려동물 및 산업 동물 진단과 치료 실습 시행 등을 통해 실전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퍼시픽스테이츠대학교(Pacific States University)와 연계한 해외 임상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임상 경험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 참가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육 투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밖에도 미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포모나(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와 태국 명문 카셋삿대학교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실습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역시 수의대 교육 체계의 중요한 축이다. 건국대 수의대 수의료 봉사 동아리 ‘바이오필리아’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의료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건국대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이 지역사회와 국제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축산 및 생명공학 중심 대학으로 출범한 건국대학교는 이처럼 창학정신을 기반으로 원헬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바이오 및 신약 개발, 동물 의료, 환경보전 연구를 연결하는 수의대와 건국대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亞 제일 큰 동물병원 지어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도전”[INTERVIEW] 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원헬스 연구-수의료 거점 플랫폼 될 것가족 같은 반려동물, 수의사 역할 커져”“아시아 최대 규모 대학 동물병원 신축 계획이 올해 본격화합니다. 연구와 임상, 그리고 교육 기능을 통합한 첨단 인프라인 새 동물병원이 완성되면 ‘원헬스’ 연구와 수의료(獸醫療) 결합 거점 플랫폼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사진)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동물병원을 짓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물병원 신축은 단순한 시설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연구 허브 구축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최 학장은 이어 “현재 건국대 수의대는 감염병 제어와 암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줄기세포와엑소좀을 비롯한 첨단 바이오 분야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획득과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진입을 목표로 이를 위해 꾸준히 도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건국대 수의대는 동물에 대한 의술뿐 아니라 생명과 사람을 중심에 놓는 태도 역시 중시한다. 최 학장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을 넘는 등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수의사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건국대 수의대는 생명 존중 가치를 바탕으로 동물, 인간,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수의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양대는 4월, CEO 및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2기 생성형 AI 융합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이를 실제 경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습 중심 최고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기술 이해를 넘어 경영 전략, 의사결정 구조, 업무 자동화, 마케팅 혁신, 조직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업 운영 전반을 포괄하는 융합형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특히 생성형 AI를 경영 도구가 아닌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설정한다. AI 시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 역량 강화를 지향한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실전형 구조로 운영된다. 1교시에서는 한양대 교수진과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시대 경영자가 갖춰야 할 전략적 인식과 의사결정 프레임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2교시에서는 경영자가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실습형 수업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즉시 현장 적용이 가능한 실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실습 과정은 경영 보고서 및 이메일 자동 작성, 프레젠테이션 및 데이터 시각화, 마케팅 콘텐츠 제작, 맞춤형 GPT 챗봇 구축 등 실제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주제로 구성된다. ‘제2기 생성형 AI 융합 최고경영자과정’은 4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총 15주간 매주 수요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다. 대상은 기업 CEO 및 고위 임원 40명 내외다. 한양대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경영자의 필수 전략 자산”이라며 “기업 리더들이 AI를 경영의 언어로 활용해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적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협의회(회장 한진 인제대 교수)는 2026년을 ‘CORE NEXT 지속성 확보 원년’으로 정하고 연구 인프라 지속의 제도화와 장비 전담 운영 인력(Staff Scientist)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4일 전국 대학 80여 개 핵심연구지원센터(Core-Facility)와 인프라 고도화시설 협의체인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지원센터 연구 인프라의 지속성 유지를 제도로 뒷받침하며, 전담 인력 경력 계발과 고용 지속 구조를 정립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흩어져 있는 연구 장비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계·환경·소재, 바이오, 우주 등 분야별로 모아 공동 활용하고, 전담 인력이 체계적으로 관리해 전문적인 연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조성된 지원센터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동안 국가 연구개발(R&D)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지원센터가 제도적 한계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의제라는 분석이다. 앞서 협의회는 이달 10일 ‘기초과학 인프라와 전담 인력 지속성 확보를 위한 CORE NEXT 정책 포럼’을 열어 지원센터 지속 가능성 방안을 모색했다. 대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 관계자와 전국 주요 대학 지원센터장 및 실무 책임자가 참석했다. 협의회 측은 전담 인력의 고용 불안정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값비싼 장비를 다루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숙련 인력이지만 비정규직에다 처우도 열악해 정부 사업이 끝나면 이탈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원센터 자립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현 구조에서는 과도한 경쟁으로 후속 사업 선정에서 탈락하면 센터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축적된 연구 노하우와 인프라가 유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장 연구자들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센터장 책임과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지원센터 운영 방식을 벗어나, 정부와 대학본부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후속 사업 선정 규모 확대, 사업 종료 후 의무 운영 기간의 대학본부 책임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정부 측은 올해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고, 인공지능(AI)과 에너지 같은 초격차 전략기술과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 회복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원센터가 단순한 장비 관리 조직이 아니라 국가 연구 경쟁력의 필수 기반임을 재확인했다”며 “인력, 공간, 장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 일본어로 시시하다, 쓸모없다, 변변찮다는 뜻이다. 문법적으로는 ‘구다라’에 ‘없다’ 또는 ‘아니다’라는 뜻의 ‘나이(ない)’가 합쳐졌다. 구다라가 없으면, 구다라가 아니면 하찮다, 쓸데없다는 얘기다. 구다라가 뭐기에 그것이 없으면 앙꼬 빠진 찐빵처럼 취급하겠다는 것일까. 구다라는 일본에서 백제(百濟)를 부르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백제와 일본의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선진 문물을 전해줬다는 사실 말고는 말이다. 백제 것이 없다면, 백제 것이 아니면 시답잖다는 관용구가 생길 정도로 백제 문화는 압도적이었다. 동장군이 바깥출입을 단단히 경계하는 이때, 구다라의 정수(精髓)를 찾아 충남 부여와 공주의 박물관을 찾았다. ● 찬찬히 용의 눈을 들여다보다지난해 12월 23일 국립부여박물관에는 이것 하나만을 위한 전시실이 문을 열었다. 높이 62.3cm, 최대 지름 19cm, 무게 11.8kg 유물을 위해 3층 규모 254㎡(77평) 공간을 들였다. 전실(前室) 같은 짧은 복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선다. 고구려 고분 현실(玄室)에 들어온 듯하다. 어둑어둑한 사위 중앙, 황금빛이 사각 유리 상자에 모인다. 그 위를 천장에서 지상 약 250cm 높이까지 내려온 사각 벽이 호위하듯 빛의 산란을 막아 준다. 유리 안쪽 높이 120cm 정도 좌대 위에 도도하게 서 있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다. 이 향로는 향료를 피우는 왕실의 제기(祭器)였다. 향내와 연기는 신(조상)에 대한 찬미의 표시다. 그만큼 중요한 도구였기에 이를 제작할 때 가히 한 나라의 공력이 들어갔을 터다. 가까이 다가가 향로를 바라본다. ‘살아 숨 쉬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맨 위 봉황과 산악도(山嶽圖)를 표현하는 뚜껑, 연꽃 그득한 못(연지·蓮池) 같은 장식의 몸체(노신·爐身)와 이를 지탱하는 용 받침. 뚜껑과 노신이 맞닿는 각각의 테두리에는 흐르는 구름 무늬(유운문·流雲紋)가 새겨져 있다(이하 참조: ‘백제금동대향로’, 서정록 지음, 학고재, 2020년). 어느 시대, 어느 왕 때, 어떤 종교적, 사상적 배경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이 향로 앞에 서 있는 순간에는 무의미하다. 그저 찬찬히 바라볼 뿐이다. 수탉 볏을 한 봉황은 가슴과 턱 사이에 구슬을 두고 있다. 아래에서 연지를 입으로 물어 받치고 있는 용이 떨어트린 여의주인가 싶다. 날갯죽지 윗부분은 활(弓)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몸길이만 한 꼬리는 하늘을 향한다. 봉황과 뚜껑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뚜껑에는 세 산이 중첩해 있는 형태(삼산형·三山形)의 산봉우리가 층층이 늘어서 있다. 정형적인 ‘뫼 산(山)’ 자 모양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변형돼 있다. 뚜껑 맨 위에는 악사 5명이 각각 미국 악기 밴조 비슷한 완함(월금·月琴), 긴 피리, 팬플루트를 연상시키는 배소, 북, 거문고를 연주한다. 몇몇 악사는 머리를 오른쪽으로 틀어 묶은 듯하다. 악사들 주위를 5개 봉우리가 감싸는데 새가 한 마리씩 앉아 있다. 다들 봉황을 쳐다보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세가 다 다르다. 날개를 쭉 뒤로 펴고 머리를 치켜든 것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가슴에 묻고 있기도 하다. 날개를 접은 두 마리는 각각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향한다. 서정록은 “고대 기러기 춤사위를 연상케 한다”고 했는데 그럴 듯도 하다. 봉우리 사이로 계곡이 있고, 폭포가 있고, 시내가 흐른다. 그 사이사이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는 씨를 뿌리고 누구는 낚시한다. 코끼리를 탄 사람이 있고 나무 아래서 참선하는 이도 있다. 폭포물에 머리를 적시는 듯한 사람도 있고 활을 든 사람도 있다. 지팡이 짚은 노인도 보인다.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 무엇을 하는지 분명한 사람도 있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사람이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 속 상체를 돌려 활 쏘는 수렵 인물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는 말도 얼굴을 뒤틀어 화살 쏘는 방향을 쳐다본다. 기수와 말이 일체가 된다. 호랑이 멧돼지 사슴 코끼리 원숭이가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과 뛰논다. 사람 얼굴에 짐승 몸을 하거나 사람 얼굴에 새 몸통을 한 반인반수도 보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신령이든, 인면수신(人面獸身)이든 누구든 얼굴 찡그리지 않는다. 천상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하다. 별유천지(別有天地)이다. 몸체는 3단으로 연꽃잎을 배치했다. 연꽃잎마다 그리고 꽃잎과 꽃잎 사이에 물고기, 신조(神鳥), 신수(神獸) 등을 한 마리씩 돋을새김했다. 몸체에도 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은 팔을 앞으로 뻗고 한쪽 다리는 굽히고 다른 다리는 쭉 편 모습이다. 누구는 택견 동작을 취한다고 하고, 누구는 요고(腰鼓) 연주 자세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달리는 동물 등에 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용이 있다. 용의 눈을 보기를 권한다. 상상 동물 용이 반려동물처럼 보인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백제를 위대하게국립공주박물관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령왕릉 자체가 공주박물관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국보 12종 17점을 비롯해 5200여 점 유물이 이 박물관을 지탱한다. 무령왕릉은 백제와 신라 왕릉 가운데 어느 왕이 묻혔는지 밝혀진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무령왕릉 입구에서 관에 이르는 널길 중간에 서서 묘를 지키던 석수(石獸)다. 높이 31.5cm, 길이 48.5cm 돌조각으로 머리에는 철제 뿔이 달려 있다. 무령왕릉을 발굴할 때 입구를 막고 있는 벽돌 더미에서 한 장의 벽돌을 빼내자, 무덤 내부에 응집돼 있던 공기가 분출됐다고 한다. 성에 같은 하얀 기운이 순간적으로 발굴자 눈에 서렸다가 곧 사라졌다는 것이다(‘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 정재윤 지음, 푸른역사, 2021). 어쩌면 왕릉 지킴이 석수의 탄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책이나 TV를 통해 보던 무령왕과 왕비의 금동 신발, 관식(冠飾), 금목걸이, 환두대도 등을 실제로 보니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무릎을 칠 만했다. 그러나 대향로를 본 뒤여서인지 무엇보다 ‘받침 있는 은잔(동탁은잔·銅托銀盞)’이 눈에 더 들어왔다.전체 높이 15cm인 이 유물은 뚜껑과 은잔, 그리고 받침으로 돼 있다. 서정록에 따르면 동탁은잔 장식 무늬 기본 구성이 대향로와 일치한다. 잔 뚜껑에 산악도가 새겨져 있고, 그 산악도 위에 봉황도 그려져 있다. 산들도 삼산형이다. 또 잔에 장식된 것은 연꽃과 용이다. 은잔의 용은 세 마리지만 연꽃을 보호하는 위치는 다를 바 없다. 대향로는 백제 성왕의 아들 창왕(위덕왕)이 애통하게 전사한 부왕을 추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성왕이 부왕 무령왕을 위해 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의 천도라는 국가 중대사를 치른 성왕이 무령왕을 위시해 선대 왕들을 모시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기자는 이 설에 마음이 더 끌린다. 무령왕은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뒤 백제의 재융성을 이끈 왕으로 평가받는다. 불혹의 나이에 뒤늦게 왕이 된 그는 재위 말기인 521년에 ‘(백제는) 다시 강국이 되었다(更爲强國)’고 선언했다. 그런 부친에게 아들이 바칠 만한 ‘선물’ 아니었을까.실제 무령왕릉과 그 곁의 왕릉 1∼6호분은 보존 문제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 모형 무덤 내부 일부가 박물관에 있을 뿐이다. 하릴없이 왕릉원의 왕릉 사이를 걸었다. 무령왕릉 위인지 아니면 6호분 위인지 노랗게 변한 무덤 위에서 후투티 세 마리가 놀고 있었다. 후투티는 봄에 왔다가 가을에 떠나는 여름 철새라고 했는데…. 왕릉원 한쪽에 옛 정림사 연못을 재현했다며 파놓은 ‘백제연못’이 있다. 안내판을 보니 ‘391년 진사왕 때…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진귀한 새를 기르고…’라고 적혀 있었다.글·사진 공주·부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고려대 세종캠퍼스(부총장 양지운)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교육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교육 체계 전반의 혁신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 발전으로 학문과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전공 중심 교육을 넘어 AI 활용·개발 역량과 전공 기반 전문성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 양성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AI 융합교육 특성화’를 교육 혁신의 중심 축으로 삼고, 초지능 사회가 요구하는 실무형·문제해결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전체 교육 구조를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학과를 대상으로 AI·데이터사이언스(AI/DS-Data Science) 융합교육 및 학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전공이 보유한 고유한 학문적 전문성 위에 AI 활용 능력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교육 구조를 바꾼다. 전공 교육의 깊이를 유지하고 AI를 통해 문제를 재정의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지역 산업 특성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스마트시티로 성장 중인 세종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공공데이터, 도시·교통·환경 분야 데이터 활용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수요 기반의 실천형 교육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교육 과정은 ▲AI/DS 트랙 ▲AI/DS 융합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운영한다. AI/DS 트랙은 각 학과의 기존 전공 체계 안에서 AI와 데이터 활용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전공과 연계된 AI 기초·응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DS 융합전공은 AI·데이터 관련 학과와 타 전공 간 협력을 통해 공동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복수 전공 형태의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전공과 학과의 경계를 넘어 학생들이 AI·데이터 분야의 핵심 역량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도록 여러 교과목을 묶어 구성한 교육 과정이다. 급변하는 산업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학 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 문화·스포츠, 약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도 AI·데이터 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과별 특성화 방향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통계학, AI 문화콘텐츠, 경기 데이터 분석 및 AI 전략 등 전공 특성에 맞춘 융합전공과 교육 과정 운영을 통해 학문 간 융합의 폭을 넓힌다. AI 융합교육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원과 교육 환경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전 교원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해 교수·학습 방법 혁신과 전공 연계 교육 과정 설계 역량을 높이고 있다. AI·데이터 특성화 교육 전용 실습 환경을 구축하고, 융합 교육 운영 학과에 대한 교원 충원과 학과 특성화 연구비 지원 등을 통해 교육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해 교육 혁신을 뒷받침하는 행정 대응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연구·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AI 기반 연계 행정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 모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자산 관리와 투자의 핵심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3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예기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연세대는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전 중심의 자산관리 역량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연세 자산관리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본 과정을 운영하는 연세대 미래교육원 오석영 원장은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붕괴 우려, 원자재·통상 환경 변화와 함께 국내에서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라며 “국내외 자산 투자에 대한 폭넓은 실전 전략 이해를 통해 성공적인 투자 판단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진은 금융·부동산·대체투자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염승환 LS증권 이사,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 본부장과 연세대 허현승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교육 과정은 자산관리, 금융자산 투자, 부동산 자산 투자, 대체투자, 교양 및 원우 활동과 국내외 워크숍 등 5개 모듈로 구성됐다. 현장 실습과 질의응답을 통해 실무 이해도를 높인다. 5월 말 진행 예정인 합동 해외 워크숍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2∼3곳을 직접 방문한다. 현재 11기를 50명 내외로 모집 중이며, 원서 접수 마감은 3월 17일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삼성증권은 6일 ‘2026년 소비자 보호 실천 서약식’을 열어 자체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날 서약식에서 공개된 개정 헌장은 금융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회사 경영진이 서약식 현장에서 서명한 이 헌장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비롯해 7가지 ‘핵심 약속’을 담았다. ‘법규 준수 및 개인정보 보호’와 ‘정확한 상품 설명’ 같은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내용과 ‘고령자와 장애인 차별 금지 및 (이들이 상품을 소비하기에) 편리한 환경 조성’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 시스템 운영’ 등 고객에 더욱 친화적인 영업 활동 약속도 들어 있다. ‘금융소비자의 목소리 적극 반영’ ‘금융소비자 대상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같은, 직접적인 금융 서비스 이외의 운영 방침도 제시했다. 올 한 해 이 같은 약속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날 밝혔다. 먼저 사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 행동 수칙(my CoC)’ 공모를 진행해 선정된 방안은 업무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또 임직원 모든 컴퓨터 화면보호기에 헌장 내용이 나오도록 해 소비자 보호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항상 의식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고객을 주축으로 평가단과 패널을 운영해 소비자 보호 수준을 평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서약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든 업무의 중심에 둬야 한다”며 “고객이 신뢰하지 않는 삼성증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각오로 모든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어니스트는 자신이 사는 계곡 마을을 굽어보는 ‘큰바위 얼굴’을 매일 바라봤다. ‘큰바위 얼굴은 그의 스승이 되었고 그 얼굴이 표현하는 감정이 그의 심장을 더욱 키워서 넓고 깊은 연민으로 채웠다.’(‘큰바위 얼굴’, 너새니얼 호손 지음, 고정아 번역, 바다출판사, 2010년) 거대한 바위나 암벽은 수천만 또는 수억 년 전에 생겼다. 불교에서 말하는 겁(劫)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버틴 암석에 비하면 인간 삶이란 하잘것없을지 모른다. 새해를 맞아 인고의 세월을 응축한 바위와 돌 앞에서 겸허해지는 기회를 가져 본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寧越)에서다. ● 아주 옛날 영월은 바다였다혹자는 영월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영을 넘고 또 넘어 울음 지으며 찾아들고 다시 떠날 때 또 눈물지으며 돌아선다는 곳’이라고. ‘안녕할 영(寧)’ 대신 ‘재 영(嶺)’을 써서, 높은 산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야(넘을 월·越) 오갈 수 있는 첩첩산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영월군 북면 문곡리에 가면 이 ‘상식’이 뒤집어진다.휘감아 도는 평창강(서강)을 바로 뒤로 한 절벽 아랫부분에 높이 약 16m, 넓이 14m쯤 되는 큰 바위 세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가운데 삼봉을 떼어다 놓은 것 같다. 다른 두 개보다 검은 오른쪽 바위 표면은 굽 없는 대접 수백 개를 뒤집어 붙인 듯 올록볼록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리스어로 층상(層狀) 구조를 뜻하는 ‘스트로마’와 돌을 뜻하는 ‘리토스’가 합쳐진 단어다. 다시 말해 ‘겹겹이 쌓인 돌’이다.재미있는 점은 이 돌이 바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약 35억 년 전 바닷속에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아주아주 작은 녹색 세균들이 있었다. 몸에 끈적끈적한 막을 두르고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썰물 때 물속 모래알이나 흙이 달라붙어 굳었다. 그 위로 다른 세균들이 올라와 쌓이는 과정을 수천, 수만 년 반복하면서 생긴 돌이다.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인 셈이다.문곡리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期)인 약 4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은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대기 중에 드러나는 얕고 따뜻한 갯벌이었다. 층층이 쌓여 누워 있어야 할 바위가 지금은 발딱 서 있다. 지구의 어떤 격렬한 운동이 일으켜 세웠다. 하나 더.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최초 ‘산소 펌프’ 가운데 하나였다. 이 세균들이 만들어 낸 산소가 지구 전체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스트로마톨라이트보다 밝고 옅은 회색을 띤 다른 두 바위 표면에서는 건열(乾裂)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기도 하고, 거북이 등껍질 같기도 하다. 퇴적물이 건조한 환경에서 수축하면서 표면에 생긴 다각형 균열이다. 인간 머리로는 상상도 못 할 간난신고를 견뎌낸 흔적처럼도 보인다.사람 수명은 티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지구 시간이 빚어낸 바위는 또 있다. 역시 오르도비스기에 생성된 영월읍 방절리 선돌이다. 문곡리에서 남쪽으로 6~7km 오면 서강 줄기가 물굽이를 이루는 강변에 서 있다. 높이 약 70m. 원래는 하나의 거대한 석회암 암벽이었다. 암벽 중간 밑부분이 침식돼 그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기둥 같은 돌이 뚝 떨어져 나온 모양새가 됐다. 허리 한번 뒤틀면 10만8000리(약 4만2000km)를 날아간다는 근두운을 탄 손오공을 짐짓 막아서는 부처님 손가락 같다고나 할까.선돌은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 비운의 단종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청령포로 유배 가는 길에 잠시 쉬다 이 돌기둥을 바라보니 신선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선(仙)돌’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우리가 흔히 아는 선돌은 고인돌과 함께 영국 스톤헨지처럼 선사시대 거석 기념물이다. 선돌은 또한 미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매끄러운 직육면체 돌 ‘모노리스(monolith)’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모노리스가 지구 문명을 일으키는 신 같은 역할을 하듯, 방절리 선돌에서도 기묘한 종교성이 느껴진다. 잠시 눈을 감아 본다.● 인내한 땅속이 품은 석탄과 텅스텐신화보다 더 아득한 지구 시간을 조금 앞으로 감아 보자. 인류 삶과 연관된 돌의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약 3억5500만 년 전~2억95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다. 지금이야 석탄은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범의 하나로 손가락질받지만, ‘검은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현재 인류 문명의 초석을 놓은 것도 석탄이다.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조선 병탄을 꾀하던 일본이 일찌감치 한반도에서 정밀 조사한 것도 석탄을 비롯한 광물자원 매장 분포였다.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한때 잘 나가던 탄광촌이었다. 1935년 강원 지역 최초로 마차 탄광 갱도가 열리자,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일본인도 모여들었다. 탄광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 100여 가구가 살던 두메산골이었다.전성기인 1960년대에는 영월 주민 절반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관에 고급 요정들까지 들어선 큰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옛 영화를 추억하는 ‘탄광문화촌’으로 남아 있다. 1990년 최종 폐광될 때까지 이곳에서 석탄을 캐고 나르던 각종 기계가 전시돼 있다. 갱도 내부는 채탄 각 과정을 실물 크기 인형들로 재현해 놨다.철로 된 도르래 2개가 꼭대기에 달려 있는 5~6m 높이 철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약 12km 떨어진 영월화력발전소까지 석탄을 공중으로 운반하던 가공삭도(架空索道) 탑 중 하나다. 다른 탄광 석탄과 달리 이곳 석탄은 딱딱하지 않아 손으로 만지면 툭 부서져 밀가루처럼 됐다. 연기도 잘 나지 않았다. 이것을 ‘솔개차’라고 불린 쇠 통에 담아 케이블카처럼 공중으로 실어 보냈다.일제는 왜 대도시들에는 전기를 공급하지도 않는 화력발전소를 1937년 이곳에 지었을까. 그것을 알려면 지구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돌려야 한다. 한 1억~2억 년쯤 앞으로 말이다. 중생대 쥐라기에서 백악기(약 2억 년 전~6600만 년 전)까지다.이 시기 한반도에서는 격렬한 화산과 마그마 활동이 벌어져 중석(重石·텅스텐)이 다량 함유된 광상(鑛床)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영월군 상동읍이다.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지리 교과서에서 ‘상동 텅스텐’을 외웠을 것이다.1931년 만주사변에 이어 1937년 중일전쟁까지 일으키며 전쟁 소용돌이를 몰고 온 일본에 중석은 더 강한 병기 제조에 꼭 필요한 핵심 전략 물자였다. 따라서 중석 제련을 위한 전기 공급이 절실했다.1916년 중석 노두(露頭·지표면에 드러난 광맥)가 발견된 이래 상동 중석 채굴은 부침을 겪었다. 전시에는 활황이었다. 한때 한국 수출의 6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 시기에는 시쳇말로 똥값이 됐다. 활황기에는 마차 탄광촌처럼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는 동네’가 상동이었다. 6·25전쟁 직후 몇 년간은 폐쇄된 과거 갱도를 몰래 뚫고 들어가 텅스텐이 함유된 회중석을 캐내는 도굴꾼이 많았지만, 그러려니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중석 광산에서 나오는 임금으로 영월 경제는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영월에는 술주정꾼이 많다’는 기사(조선일보, 1959년 4월 10일자)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휴업, 폐업, 재개업을 거듭하다 중국산 덤핑 공세에 밀려 1994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캐나다 광산업체 알몬티가 지분 100%를 인수해 텅스텐을 재생산하기 직전이다.회중석에 254nm(나노미터) 파장 자외선을 쐬면 텅스텐이 든 부분이 파랗게 빛을 낸다. 아주 자잘하게 박혀 있어 참깨 같다고들 한다. 그 ‘작고 푸른 참깨’가 만들어지기까지 돌이 감내한 시간에 살짝 경외감이 든다.● 소박한 영혼, 소박한 심장바위와 돌이 들려주는 장대한 시간 속에 빠져 있었다면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다. 영월군 한반도면에 있는 ‘영월지오뮤지엄’에 가 보자. 사회적 기업인 이 지질 박물관은 10여 년 전 영월로 귀촌한 민경문 관장이(67) 고군분투해 만들었다. 그저 쉬러 왔던 영월이 5억 년 전에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랍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땅과 돌에 매달렸다. 교과서부터 국내외 관련 논문을 찾아 읽었다. 전국을 돌며 한반도 각종 지질 시대를 표상하는 돌 300여 개와 화석들을 수집했다. 제국의 특성답게 집어삼키려는 나라 정탐에 공을 들인 일본이 작성한 전국 지질 지도를 비롯한 각종 지도와 책, 논문도 모았다.민 관장이 바라는 것은 명예나 지위가 아닌 것 같다. 발 딛고 사는 이 땅이 품은 돌과 바위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 정도다. ‘소박한 영혼, 소박한 심장, 소박한 희망….’ 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에서 찾은 것도 그런 것이었을 테다.글·사진 영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