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김선미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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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미 기자입니다.

kimsunmi@donga.com

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문화 일반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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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호텔가에 온통 봄이 오나 봄!

    《국내 호텔들이 다양한 봄맞이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벚꽃과 유채꽃이 흐드러진 호텔 정원들을 산책하며 봄의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입맛을 돋우는 미식의 유혹도 물리치기 어렵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서울의 대표 벚꽃 명소로 자리매김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벚꽃 시즌을 맞아 4월 한 달간 호텔 전체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온통, 벚꽃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워커힐 산책로부터 아차산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워커힐로는 서울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서울 벚꽃길’ 중 하나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참여형 프로그램’의 강화다. 호텔 곳곳에 추가된 포토존과 벚꽃 데코레이션은 호텔을 벚꽃으로 물들이며 봄날의 설렘을 가득 선사할 전망이다. 워커힐 벚꽃 지도를 따라 호텔 전체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벚꽃 스탬프 챌린지’도 마련했다. 성인 대상 ‘아트 클래스’와 가족 대상 ‘아뜰리에 드 캔들’ 프로그램은 벚꽃을 활용한 나만의 오브제를 만들 수 있다.워커힐의 벚꽃 시즌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와인 페어 ‘구름 위의 산책’도 4월 11일부터 5월 3일까지 매주 주말 열린다. 특히 올해는 행사 장소를 기존 피자힐 삼거리에서 야외 피크닉 공간 ‘포레스트 파크’로 옮겨 행사의 집중도를 한층 높였다. 캐주얼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20여 개 와인 업체가 참가해 선보이는 1000여 종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3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와인 페어와 연계한 ‘와인 블라썸’ 패키지는 더글라스 하우스 또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 1박과 함께 와인 페어 입장 티켓 2매가 제공되어 축제를 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는 개관 3주년을 맞아 봄의 시작을 알리는 ‘JW 유채 파티가잰’ 축제를 개최한다.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서귀포 바다를 마주한 JW 가든에서 열린다. 만개한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간귀’로 활약한 현상욱 셰프의 시그니처 요리와 모엣 헤네시의 대표 로제 와인 위스퍼링 엔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발로나, 액티브웨어 브랜드 잇존어패럴까지 함께해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3월 제주에는 유채꽃이 절정을 이룬다. 노란 물결이 드넓게 펼쳐지는 JW 가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제 공간이 된다. 포토 스폿이 가득한 유채꽃밭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음악과 미식, 와인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통해 제주의 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JW 유채 파티가잰’은 단순한 계절 이벤트가 아니다. 매년 11월 투숙객과 함께 유채 파종하는 ‘JW 유채 바티가잰(‘밭에 가자’를 뜻하는 제주어)’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다시 모인다. 함께 심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기억하며, 이번 축제는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올해는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생일상’ 콘셉트를 더했다. 제주 지역에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전통 잔치 문화인 ‘가문잔치’에서 착안한 메뉴를 호텔 다이닝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 포시즌스 호텔 서울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미쉐린 1스타 중식 레스토랑 유유안은 5월 15일까지 ‘봄의 여정’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모션은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광둥 요리의 정교한 조리 기법을 결합해 봄의 시작과 생명력,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네 가지 시선으로 계절의 의미를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메뉴는 담양 죽순과 궁채에 산뜻한 시트러스 소스를 더한 ‘이화 죽순 궁채 냉채’, 송이버섯과 백연 제비집을 맑게 고아낸 ‘송이버섯 백연 제비집 탕’, 의성 흑마늘 소스를 곁들여 섬세하게 찐 ‘흑마늘 소스 다금바리 찜’, 그리고 차요테와 한우 1+ 채끝을 볶아낸 ‘차요테 한우 채끝 볶음’ 등 총 네 가지로 구성된다. 해당 메뉴는 점심과 저녁식사에 단품으로 제공된다. 가격은 3만 2천 원부터. >> 파크 하얏트 서울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이 봄 시즌을 맞아 호텔 최고층 더 라운지에서 영국 뷰티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의 대표적인 향수 제품인 ‘English Pear & Freesia’와 ‘English Pear & Sweet Pea’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셜 디너 7코스를 3월 한 달간 선보인다. 잘 익은 서양 배의 맑고 투명한 과실 향과 스위트피의 은은한 플로럴 노트를 한국 식재료와 발효·숙성 기법으로 풀어냈다. 향이 지닌 레이어를 한 접시씩 경험하도록 구성한 시즌 한정 프로모션이다.조말론 디너 코스는 누룩소금으로 요리한 광어, 백간장으로 조린 바삭한 돼지고기, 도미 간장 숙성 구이와 따뜻한 병아리콩 된장 스튜, 국내산 한우 1++채끝 구이 , 배 유자 소르베 , 봄나물 닭육수 죽 , 잉글리시 페어 & 로즈, 커피 또는 차와 디저트로 구성된다. 이용 이용 고객에게는 English Pear & Freesia 코롱 9ml와 English Pear & Freesia 미니 캔들 65g를 증정한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클럽 멤버스 레스토랑은 ‘반찬 셰프’ 송하슬람 셰프와 손잡고 봄의 기운을 담은 미식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송 셰프는 ‘팔도 한상차림’에서 냉이, 달래, 참나물 등 봄철 식재료와 각종 산해진미를 조화롭게 구성해 담아냈다. 여기에 셰프의 섬세한 손맛이 담긴 4가지 시그니처 반찬(황태채 강정, 고추장 방풍나물, 새송이 들깨나물, 쪽파 김 무침)을 더했다. 4월 30일까지 투숙객 및 회원 전용 공간인 클럽 멤버스 레스토랑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는 ‘동대문에서 즐기는 봄의 산책’을 콘셉트로 스프링 투어 이벤트(Spring Tour Event)를 3월 한 달간 진행한다. 국내 고객에게는 봄 날씨 속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동대문 산책 코스를 제안하고, 해외 고객에게는 호텔 인근에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K-스팟을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텔 인근에서 걷기 좋은 코스 5곳인 흥인지문, 청계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시장, 남산골한옥마을을 추천한다. 이 중 세 곳 이상을 방문한 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이를 호텔 측에 제시하면 선세럼과 복소라 풍경 등 경품을 증정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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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K-POP 팬들 위한 환영의 축제!…롯데타운 명동, 보라색 빛으로 물들인다

    롯데백화점이 글로벌 K-POP 팬들을 맞이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표 쇼핑 명소인 ‘롯데타운 명동’ 일대를 보라색 조명으로 물들이는 ‘Welcome lights’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롯데백화점은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간 매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본점(본관 및 신관)과 명품관인 에비뉴엘 건물 외벽을 화려한 보라색 조명으로 연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찾은 K-POP 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롯데타운 명동’ 일대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야간 경관을 선사할 계획이다.외국인 고객을 위한 ‘K-Wave 쇼핑 위크’ 행사도 마련했다. 19일부터 29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과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에서 진행되며, 글로벌 팬을 맞이하는 ‘K-웨이브’의 순간을 콘셉트로 제작한 키 비주얼을 중심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에는 ‘한국 한정 상품(Korea Only)’ 태그를 부착하고, 주요 쇼핑 혜택을 정리한 QR코드를 매장 곳곳에 비치해 외국인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쇼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쇼핑 혜택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행사 기간동안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금액의 7%에 상당하는 롯데상품권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에서는 K-패션 일부 브랜드 10% 할인 혜택과 함께 10% 상당의 롯데상품권 증정 프로모션까지 더해 최대 20%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감사품도 준비했다. 당일 합산 30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 고객에게는 K-굿즈인 ‘약과 수저 세트’를, 50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 고객에게는 한국 전통 문양이 담긴 ‘스노우맨 포터블램프’를 선착순 증정한다.롯데백화점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이번 ‘K-Wave 쇼핑 위크’ 전용 리플렛도 별도로 제작한다. 명동 내 주요 로드숍과 중국 최대 와이파이 도시락 브랜드인 ‘로밍맨’ 등과 협업하여 리플렛을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해당 리플렛에 패션/스포츠 상품군 20만원 이상 구매시 사용 가능한 3∼5% 할인 쿠폰을 함께 담아 외국인 고객들의 쇼핑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이 밖에도 본점에서는 K-컬쳐 쇼핑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K-GIFT 큐레이션 공간’을 19일부터 29일까지 지하1층 식품관에서 운영한다. ‘롯데호텔 김치’ 등 총 18개 브랜드의 한국을 대표하는 선물 상품을 진열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연출한다. 또한 해당 기간에는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식품 중심으로 K-푸드존을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박상우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3월 중으로 글로벌 K-POP 팬들의 서울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명동 상권의 중심인 본점을 거점으로 조명 연출과 K-쇼핑 프로모션을 함께 준비했다”며 “외국인 고객들이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쇼핑 콘텐츠와 이벤트를 통해 특별한 방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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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과 재료 맛 더 뚜렷하게…’ GS25, 김밥 싹 바꾼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김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풀체인지 리뉴얼’을 진행한다.이번 리뉴얼은 김밥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한층 고급화되는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김밥 전문점 수준 이상의 맛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GS25는 100여 명의 고객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리뉴얼할 부분을 도출하고 이를 상품 개발에 반영했다.가장 먼저 적용된 변화는 밥과 토핑의 균형이다. 김밥 속 재료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밥의 비중을 약 10% 축소하고 그만큼 토핑 구성을 강화했다. 밥의 감칠맛을 강화하기 위해 콩 추출물을 활용한 조미액을 새롭게 적용했으며, 고소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참깨와 참기름 사용량도 약 1.5배 확대했다. 또 집에서 만든 김밥처럼 토핑 개별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맛살을 튀기거나 계란 굽는 시간을 늘리는 등 재료별 조리 공정을 추가해 맛 완성도를 높였다.패키지도 새롭게 변경했다. 100% 국내산 쌀과 우리 바다에서 난 햇김 사용 등 원재료의 품질을 강조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토핑이 가득 담긴 모습을 연출하고 제품명을 크게 표기해 상품을 직관적으로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GS25는 4월 첫째 주까지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한 리뉴얼 상품과 새로운 콘셉트의 신상품을 주차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먼저 11일에는 ‘튀김유부참치김밥’과 ‘THE근본김밥’ 등 신상품 2종을 선보였다.‘튀김유부참치김밥’은 잘게 썬 햄과 유부 튀김을 섞은 밥에 참치마요를 메인 토핑으로 더해 감칠맛과 고소함은 물론 씹는 식감까지 살린 상품이다. ‘THE근본김밥’은 두툼한 구운 계란과 고소짭짤한 맛살 튀김을 핵심 재료로 활용해 집에서 만든 김밥의 정석 같은 맛을 구현한 상품이다. 그 다음주에는 국내 1위 김치 브랜드 ‘종가’와 협업한 김치 김밥 시리즈 3종을 출시하는 등 3월 한 달간 총 10여 개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안진웅 GS리테일 FF팀 MD는 “최근 편의점 김밥이 간단한 간식을 넘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으면서 맛과 품질에 대한 고객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밥과 재료의 밸런스부터 조리 공정까지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김밥 전문점 수준 이상의 맛을 구현하고, 다양한 콘셉트의 상품 라인업을 늘려 김밥 카테고리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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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라호텔, 도심 속 야외수영장 ‘어번 아일랜드’ 23일 개장

    서울신라호텔이 도심 속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를 23일 개장한다.‘도심 속 휴식의 섬’이라 불리는 어번 아일랜드는 서울 시내에서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온수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체온 유지를 위해 최고 32∼34˚C로 운영되는 온수풀을 비롯해 근적외선 온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숲 속에 둘러싸인 듯 자연 속에 위치한 어번 아일랜드는 다채로운 계절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남산을 조망할 수 있어 선베드에 누워 숲멍, 하늘멍을 하기에 좋다. 특히 봄 시즌에는 남산의 벚꽃을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어 ‘봄캉스’의 성지로 꼽힌다.매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선보여온 어번 아일랜드는 올해 계절별로 즐길거리를 대폭 확대해 운영한다.3월부터 5월까지 봄 시즌에는 ‘봄 세레나데’ 콘셉트로 금관 악기의 따뜻하고 깊은 선율이 울려 퍼진다.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시즌에는 ‘여름의 열기’ 콘셉트의 페스티벌 무드로 EDM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 시즌에는 ‘감성적인 석양’ 콘셉트로 재즈 등의 공연을 제공한다.성수기인 여름부터는 남산과 함께 곱게 물드는 석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루프탑에 바를 오픈한다. 또 주말 와인마켓, 커피 클래스 등을 운영해 이용객들의 즐길거리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어번 아일랜드 뒷편에 웰니스존도 신설한다. 분주한 도심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이곳에서는 명상과 댄스 타임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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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짐을 외면하지 않는 기록의 힘∼”

    멸종위기 식물을 40여 년간 기록해 온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의 전시 ‘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이 4월4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간풀숲에서 열린다. 2018년 설립된 비영리재단 ‘숲과 나눔’이 연 이 전시는 생태계의 뿌리이자 기반인 식물의 멸종위기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전시는 현 소장이 전국의 산과 섬, 습지와 계곡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해 온 멸종 위기식물 사진과 영상, 식물표본, 저술 43권을 바탕으로 구성한 일명 ‘라키비움(Larchiveum)’이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숲과나눔 측은 “현 소장의 방대한 연구 업적과 기록을 ‘환경아카이브풀숲’과 ‘에코포토아카이브’ 에 아카이빙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을 다시 묻는 출발점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제주 조천이 고향인 현 소장에 따르면 제주와 한라산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식물의 보물창고다. 이번 전시에서는 암매와 시로미를 비롯해 제주에 서식하는 희귀식물 13종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매화를 닮아 맑은 인상을 주는 ‘매화마름’을 비롯해 척박한 고산 환경에 적응한 ‘노랑만병초’, 한라산 정상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고산식물 ‘한라솜다리’ 등의 사진들도 전시됐다.현 소장은 “이 전시는 사라지는 생명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사라짐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 자리”라며 “기록은 멸종을 단숨에 막을 수는 없지만 멸종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만들어 보호와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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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00만 달러 관광 계약… ‘콜롬비아 트래블마트’ 성황

    세계 여행사와 관광 관련 기업이 모여 여행상품을 거래하는 국제 관광비즈니스 행사 ‘콜롬비아 트래블마트 2026’이 지난달 25∼27일 콜롬비아 보고타 코페이라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콜롬비아 수출 관광 해외 투자 진흥청인 프로콜롬비아가 콜롬비아 여행업협회(ANATO) 관광 박람회와 연계해 개최한 이 행사는 ‘콜롬비아, 아름다움의 나라’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지역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콜롬비아 트래블마트에서 예상되는 관광 거래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8% 증가한 6420만 달러(약 966억 원)다. 35개국 바이어 201명과 콜롬비아 관광기업 217개사가 참여해 2만7000건의 사업 상담이 이뤄졌다. 브라질과 미국 같은 핵심 시장뿐 아니라 핀란드 베트남 싱가포르를 비롯한 신흥 관광 시장 바이어들도 참가해 콜롬비아 관광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함께 열린 관광 박람회에는 사흘간 5만6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콜롬비아 각 지역 문화를 즐겼다. 지역별로는 콜롬비아 쿤디나마르카주가 약 2440만 달러로 가장 높은 비즈니스 기대치를 기록했고 볼리바르(1490만 달러), 안티오키아(79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행사에 앞서 진행된 팸투어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았다. 177명의 해외 관광기업 관계자들이 라과히라, 아마존, 커피 문화경관 지역 체험을 포함한 콜롬비아 6개 관광 지역을 방문했다. 콜롬비아 관광 산업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약 470만 명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미국 관광객이 100만 명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해외여행이 재개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콜롬비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20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관광과 항공 운송 부문 수익은 316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파울라 코르테스 카예 ANATO 회장은 “콜롬비아는 태평양과 카리브해, 두 바다에 접해 있고 아름다운 도시와 음식, 음악, 공예품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갖고 있다”며 “커피와 카카오 농장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형 관광 상품이 민관 협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공항과 항공 인프라 확충, 일부 여행객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콜롬비아 관광업계는 갈수록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해외 여행객 수요를 반영해 지역 관광지를 더욱 활발하게 발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푸투마요주와 카사나레주 등 자연경관이 풍부한 지역을 새롭게 개발해 관광 산업 성장을 이어 간다는 전략이다.보고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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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짐을 외면하지 않는 식물 기록의 힘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멸종위기 식물을 40여 년간 기록해 온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의 전시 ‘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이 4월4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간풀숲에서 열린다. 2018년 설립된 비영리재단 ‘숲과 나눔’이 연 이 전시는 생태계의 뿌리이자 기반인 식물의 멸종위기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전시는 현 소장이 전국의 산과 섬, 습지와 계곡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해 온 멸종 위기식물 사진과 영상, 식물표본, 저술 43권을 바탕으로 구성한 일명 ‘라키비움(Larchiveum)’이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숲과나눔 측은 “현 소장의 방대한 연구 업적과 기록을 ‘환경아카이브풀숲’과 ‘에코포토아카이브’ 에 아카이빙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을 다시 묻는 출발점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제주 조천이 고향인 현 소장에 따르면 제주와 한라산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식물의 보물창고다. 이번 전시에서는 암매와 시로미를 비롯해 제주에 서식하는 희귀식물 13종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매화를 닮아 맑은 인상을 주는 ‘매화마름’을 비롯해 척박한 고산 환경에 적응한 ‘노랑만병초’, 한라산 정상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고산식물 ‘한라솜다리’ 등의 사진들도 전시됐다.13일 공간풀숲에서 열린 특강에서 현 소장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종별로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각 지자체가 보호 식물을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시는 사라지는 생명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사라짐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 자리”라며 “기록은 멸종을 단숨에 막을 수는 없지만 멸종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만들어 보호와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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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데스 구름 위 정원’ 보고타와 사랑에 빠지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카를로스 씨, 저는 꿈을 꾼 것일까요. 콜롬비아에 다녀온 지 불과 1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아득해요. 편도 25시간의 여정은 진작에 각오했지만,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죠. 이른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환승 예정이던 미국 뉴욕행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뉴욕의 폭설로 출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영국 런던에서 환승해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하는 대안밖에 없었죠. 장장 30시간 만에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타행 비행기에서는 가브리엘 마르케스(1927∼2014)의 ‘백년의 고독’을 읽었습니다. 콜롬비아가 낳은 세계적 소설가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의 본업은 신문기자였지요. 가상의 마을 ‘마콘도’에서 펼쳐지는 한 가문의 100년 역사를 다룬 책의 서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세상이 생긴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들이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제게 콜롬비아는 마콘도와 다름없던 미지의 세상이었습니다.● ‘구름 위의 도시’ 보고타에 도착한 지 사흘째, 카를로스 씨 당신을 만났습니다. 보고타 출신으로 스위스에서 관광을 공부하고 30년째 가이드를 한다는 당신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어요. 당신은 말했죠. “보고타는 예로부터 예술과 학문이 발달해 ‘남미의 아테네’로 불립니다.” 당신이 처음 이끈 장소는 보고타 몬세라테 언덕이었어요. 해발 2600m 고산 평원에 자리한 보고타에서 푸니클라(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니 해발 3172m였습니다. 보고타에서 가장 높은(216m) 빌딩인 67층 ‘BD 바카타’가 저 아래 내려다보였죠.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 내가 별과 가까운 구름 위 도시에 와 있구나.’ 당신은 이 언덕이 보고타의 ‘노을 맛집’이라고 알려주었죠. 보고타 시민들은 일요일 아침마다 몬세라테 언덕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 오른다고요. 몬세라테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정상에 성당이 있는 순례의 언덕이었어요. 작은 수조에 동전을 던지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다가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요. 그때 언덕에는 옐로우 엘더가 피어 있었습니다. 노란색 나팔 모양 꽃이 제 소원에 응원의 마음을 건네는 듯했어요.언덕에서 내려와서는 구시가지 ‘라 칸델라리아’를 걸었습니다. 골목 어귀마다 가득한 형형색색 벽화를 보니 왜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토록 마술 같았나 알 것 같았어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주택을 아름답게 복원한 ‘오리헨 비스트로’에서는 당신의 추천을 받아 콜롬비아 전통 치킨스프 ‘아히야코’와 옥수수 반죽으로 만든 빵 ‘아레파’를 먹었습니다. 초록 식물이 가득했던 식당 초입의 백합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맴돕니다.● 지적인 예술 도시 보고타 하면 보테로지요. 당신에게 부탁했어요. “보테로 미술관과 유서 깊은 서점에 꼭 가 보고 싶어요.”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1932∼2023)가 2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해 2000년 문을 연 보테로 미술관이 바로 라 칸델라리아에 있으니까요. 미술관 안에 들어서자 행복감이 뭉게구름처럼 밀려왔어요. 보테로의 그림 속 인물들은 권력자도, 모나리자도, 발레리나도 모두 둥글둥글하지요. 꽃다발 속 꽃들마저 동그래요. 이곳 사람들은 삶의 모진 부분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넘겨 내는 건 아닐까요. 콜롬비아 우버 택시 아저씨의 말이 문득 떠올랐어요. “차창을 활짝 열면 오토바이를 탄 소매치기가 승객의 손에 든 휴대전화를 잡아챌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콜롬비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친절하답니다.” 보테로 미술관에서는 시크릿가든을 만났어요. 건물 중앙의 마당을 회랑형 복도가 둘러싼 정원은 규모는 작아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형적 형식을 따르고 있었어요. 이 정원에서 잠시 숨을 고르니 편안했습니다. 제게 시크릿가든은 예상치 못한 순간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마음의 환기구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테로 미술관 길 건너편 건물의 연갈색 벽면에는 스페인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정원을 가꾼다는 건 내일을 믿는 일이다-오드리 헵번.’ 알고 보니 이 건물은 100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루이스 앙헬 아랑고 도서관이었어요. 2007년 유네스코가 ‘세계 책의 수도’로 보고타를 선정한 이유를 알 만했지요.우리는 보고타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레르네르 서점에서 함께 시집을 골랐죠. 호세 아순시온 실바(1865∼1896)의 시집은 콜롬비아 난초와 벌새가 표지에 그려져 있어 마치 예술작품 같았어요. 신비로운 밤의 정원을 우수 어린 언어로 담아 냈던 그의 시처럼요. 이보다 아름다운 여행 기념품이 또 있을까요.● 생물다양성의 도시 카를로스 씨, 당신에게 특히 고마운 게 있어요. 보고타 식물원에 동행해 준 거요. 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보고 싶던 곳이었답니다. 안데스산맥의 세 지맥이 흐르는 데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카리브해 해안까지 끼고 있는 콜롬비아에는 4000종 넘는 난초와 1900종 넘는 새가 서식해 지구의 새 다섯 종 중 한 종이 이곳 하늘을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세계적 생물다양성 국가의 생태계를 압축해 보여 주는 장소가 바로 보고타 식물원입니다. 보고타 시민들의 휴식처인 시몬 볼리바르 공원 바로 옆에 있는 보고타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호세 셀레스티노 무티스 식물원’. 식물원에 들어서기 전 맨 먼저 마주치게 되는 흉상의 인물이 호세 셀레스티노 무티스(1732∼1808)였습니다. 보고타에 백신을 도입한 스페인 신부이자 과학자인 그는 콜롬비아 식물과 동물 연구에 일생을 바쳤죠. 매표소 옆에는 높다란 야루모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산과 숲을 마치 눈 덮인 산처럼 보이게 하던 커다란 은빛 잎의 바로 그 나무였어요. 이 나무는 단순한 경관 식물이 아닙니다. 훼손된 숲에서 가장 먼저 자라면서 새들에게 잎과 열매를 제공해 생태계를 되살립니다.1955년 문을 연 보고타 식물원의 자랑은 2022년 완공된 유리 온실 ‘엘 트로피카리오’였어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현대적인 식물 전시 온실이죠.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강렬한 햇살이 온실의 육각형 패턴 프레임을 통과하며 바닥에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드리웠어요. 6개의 독립적인 생태 온실을 둘러보는 건 가슴 벅찬 일이었어요. 안데스에만 존재하는 고산 습지 생태계 파라모의 대표 식물 프레일레혼을 본 뒤 열대림 온실에서는 헬리코니아, 사막 온실에서는 선인장을 보았습니다. 감탄을 연발하는 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카를로스 씨 당신은 콜롬비아 나라꽃 카틀레야 트리아나이 난초도 소개해 주었죠. 온실을 나와 장미원을 둘러본 후 정원 카페에서 보낸 잠시의 호젓한 시간도 좋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뉴욕을 거쳤으니 이번에 지구 한 바퀴를 돈 셈입니다. 힘든 여정이어서 아직도 체력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보고타가 벌써 그립습니다. 콜롬비아 로컬 카페 ‘크레페 앤드 와플’의 크레페와 아이스크림, 당신이 단골로 다닌다는 스페셜티 커피숍 ‘아모르 퍼펙토’의 커피 맛도 잊을 수 없어요. 어떡하죠. 예술과 정원, 커피 향이 어우러진 지구 반대편 보고타가 자꾸 마음에 어른거려요. 저, 보고타와 사랑에 빠졌나 봐요.글·사진 보고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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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데스 구름 위 정원’ 보고타와 사랑에 빠지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카를로스 씨, 저는 꿈을 꾼 것일까요. 콜롬비아에 다녀온 지 불과 1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아득해요. 편도 25시간의 여정은 진작에 각오했지만,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죠. 이른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환승 예정이던 미국 뉴욕행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뉴욕의 폭설로 출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영국 런던에서 환승해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하는 대안밖에 없었죠. 장장 30시간 만에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보고타행 비행기에서는 가브리엘 마르케스(1927~2014)의 ‘백년의 고독’을 읽었습니다. 콜롬비아가 낳은 세계적 소설가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의 본업은 신문기자였지요. 가상의 마을 ‘마콘도’에서 펼쳐지는 한 가문의 100년 역사를 다룬 책의 서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세상이 생긴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들이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제게 콜롬비아는 마콘도와 다름없던 미지의 세상이었습니다.● ‘구름 위의 도시’보고타에 도착한 지 사흘째, 카를로스 씨 당신을 만났습니다. 보고타 출신으로 스위스에서 관광을 공부하고 30년째 가이드를 한다는 당신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어요. 당신은 말했죠. “보고타는 예로부터 예술과 학문이 발달해 ‘남미의 아테네’로 불립니다.” 당신이 처음 이끈 장소는 보고타 몬세라테 언덕이었어요. 해발 2600m 고산 평원에 자리한 보고타에서 푸니클라(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니 해발 3172m였습니다. 보고타에서 가장 높은(216m) 빌딩인 67층 ‘BD 바카타’가 저 아래 내려다보였죠.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 내가 별과 가까운 구름 위 도시에 와 있구나.’ 당신은 이 언덕이 보고타의 ‘노을 맛집’이라고 알려주었죠.보고타 시민들은 일요일 아침마다 몬세라테 언덕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 오른다고요. 몬세라테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정상에 성당이 있는 순례의 언덕이었어요. 작은 수조에 동전을 던지고 간절하게 소원을 빌다가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요. 그때 언덕에는 옐로우 엘더가 피어 있었습니다. 노란색 나팔 모양 꽃이 제 소원에 응원의 마음을 건네는 듯했어요.언덕에서 내려와서는 구시가지 ‘라 칸델라리아’를 걸었습니다. 골목 어귀마다 가득한 형형색색 벽화를 보니 왜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토록 마술 같았나 알 것 같았어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주택을 아름답게 복원한 ‘오리헨 비스트로’에서는 당신의 추천을 받아 콜롬비아 전통 치킨스프 ‘아히야코’와 옥수수 반죽으로 만든 빵 ‘아레파’를 먹었습니다. 초록 식물이 가득했던 식당 초입의 백합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맴돕니다.● 지적인 예술 도시보고타 하면 보테로지요. 당신에게 부탁했어요. “보테로 미술관과 유서 깊은 서점에 꼭 가 보고 싶어요.”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1932~2023)가 2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해 2000년 문을 연 보테로 미술관이 바로 라 칸델라리아에 있으니까요. 미술관 안에 들어서자 행복감이 뭉게구름처럼 밀려왔어요. 보테로의 그림 속 인물들은 권력자도, 모나리자도, 발레리나도 모두 둥글둥글하지요. 꽃다발 속 꽃들마저 동그래요. 이곳 사람들은 삶의 모진 부분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넘겨 내는 건 아닐까요. 콜롬비아 우버 택시 아저씨의 말이 문득 떠올랐어요. “차창을 활짝 열면 오토바이를 탄 소매치기가 승객의 손에 든 휴대전화를 잡아챌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콜롬비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친절하답니다.” 보테로 미술관에서는 시크릿가든을 만났어요. 건물 중앙의 마당을 회랑형 복도가 둘러싼 정원은 규모는 작아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형적 형식을 따르고 있었어요. 이 정원에서 잠시 숨을 고르니 편안했습니다. 제게 시크릿가든은 예상치 못한 순간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마음의 환기구란 생각이 들었어요.보테로 미술관 길 건너편 건물의 연갈색 벽면에는 스페인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정원을 가꾼다는 건 내일을 믿는 일이다-오드리 헵번.’ 알고 보니 이 건물은 100만 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루이스 앙헬 아랑고 도서관이었어요. 2007년 유네스코가 ‘세계 책의 수도’로 보고타를 선정한 이유를 알 만했지요.우리는 보고타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레르네르 서점에서 함께 시집을 골랐죠. 호세 아순시온 실바(1865~1896)의 시집은 콜롬비아 난초와 벌새가 표지에 그려져 있어 마치 예술작품 같았어요. 신비로운 밤의 정원을 우수 어린 언어로 담아 냈던 그의 시처럼요. 이보다 아름다운 여행 기념품이 또 있을까요.● 생물다양성의 도시카를로스 씨, 당신에게 특히 고마운 게 있어요. 보고타 식물원에 동행해 준 거요. 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보고 싶던 곳이었답니다. 안데스산맥의 세 지맥이 흐르는 데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카리브해 해안까지 끼고 있는 콜롬비아에는 4000종 넘는 난초와 1900종 넘는 새가 서식해 지구의 새 다섯 종 중 한 종이 이곳 하늘을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세계적 생물다양성 국가의 생태계를 압축해 보여 주는 장소가 바로 보고타 식물원입니다.보고타 시민들의 휴식처인 시몬 볼리바르 공원 바로 옆에 있는 보고타 식물원의 정식 명칭은 ‘호세 셀레스티노 무티스 식물원’. 식물원에 들어서기 전 맨 먼저 마주치게 되는 흉상의 인물이 호세 셀레스티노 무티스(1732~1808)였습니다. 보고타에 백신을 도입한 스페인 신부이자 과학자인 그는 콜롬비아 식물과 동물 연구에 일생을 바쳤죠. 매표소 옆에는 높다란 야루모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산과 숲을 마치 눈 덮인 산처럼 보이게 하던 커다란 은빛 잎의 바로 그 나무였어요. 이 나무는 단순한 경관 식물이 아닙니다. 훼손된 숲에서 가장 먼저 자라면서 새들에게 잎과 열매를 제공해 생태계를 되살립니다.1955년 문을 연 보고타 식물원의 자랑은 2022년 완공된 유리 온실 ‘엘 트로피카리오’였어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현대적인 식물 전시 온실이죠.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강렬한 햇살이 온실의 육각형 패턴 프레임을 통과하며 바닥에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드리웠어요. 6개의 독립적인 생태 온실을 둘러보는 건 가슴 벅찬 일이었어요. 안데스에만 존재하는 고산 습지 생태계 파라모의 대표 식물 프레일레혼을 본 뒤 습윤 열대림 온실에서는 헬리코니아, 건조 열대림 온실에서는 선인장을 보았습니다. 감탄을 연발하는 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카를로스 씨 당신은 콜롬비아 나라꽃 카틀레야 트리아나이 난초도 소개해 주었죠. 온실을 나와 장미원을 둘러본 후 정원 카페에서 보낸 잠시의 호젓한 시간도 좋았습니다.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뉴욕을 거쳤으니 이번에 지구 한 바퀴를 돈 셈입니다. 힘든 여정이어서 아직도 체력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보고타가 벌써 그립습니다. 콜롬비아 로컬 카페 ‘크레페 앤드 와플’의 크레페와 아이스크림, 당신이 단골로 다닌다는 스페셜티 커피숍 ‘아모르 퍼펙토’의 커피 맛도 잊을 수 없어요. 어떡하죠. 예술과 정원, 커피 향이 어우러진 지구 반대편 보고타가 자꾸 마음에 어른거려요. 저, 보고타와 사랑에 빠졌나 봐요.보고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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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올, 위대한 꽃의 유산… 조나단 앤더슨의 2026년 봄·여름 오뜨 꾸뛰르 쇼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 로댕 미술관은 거대한 꽃의 무대로 변신해 있었다. 천장의 이끼 캐노피에 거꾸로 매달린 수많은 연보라색 실크 꽃들이 산들산들 흔들렸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디올의 ‘2026년 봄·여름 오뜨 꾸뛰르(최고급 맞춤복)’ 쇼가 시작됐다.꽃의 향연이었다. 검정, 하양, 주황의 드레스는 왼쪽 어깨 위에 난초과 식물을 드라마틱하게 얹어 조형적 실루엣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의 주인공이었던 시클라멘! 깔끔하게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묶은 모델들의 양쪽 귀에는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크기의 시클라멘 장식이 달려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클라멘이 이렇게도 우아하고 미학적일 수 있나.모든 것은 한 다발의 꽃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디올의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된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쇼를 앞둔 며칠 전 시클라멘이 접시 위에 놓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제 첫 오뜨 꾸뛰르 쇼를 존 갈리아노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친절하게도 검은 실크 리본으로 묶은 시클라멘과 테스코에서 산 케이크를 가져다주었죠. 제가 받아본 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쇼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북아일랜드 출신의 앤더슨은 어릴 적부터 디올의 전설적 디자이너 갈리아노를 흠모하며 패션에 대한 꿈을 키웠다. 런던 패션 칼리지를 졸업하고 ‘JW 앤더슨’을 세운 그는 2013년부터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침체됐던 브랜드를 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런 그가 지난해 디올 수장으로 발탁된 후 이번에 선보인 첫 오뜨 꾸뛰르 쇼는 갈리아노에 대한 오마주였다. 갈리아노가 자신의 정원에서 꺾어 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선물한 시클라멘은 디올의 위대한 유산이기도 했다.앤더슨이 선보인 스타일은 디올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볼륨 드레스, 실크 꽃잎과 깃털처럼 층층이 쌓은 오간자 장식이 펼쳐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디올이 패션쇼가 끝난 후 1주일간 로댕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나가며 공개강연과 학교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다. 오뜨 꾸뛰르를 폐쇄된 특권의 세계가 아니라 공유 가능한 미래 세대의 문화 자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전통과 실험, 역사와 현재, 장인정신과 조형적 탐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디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꽃의 유산이 어떤 미래를 설계할지 주목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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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 메종 뒤 쇼콜라’ 수석 초컬릿 장인, 한국 방문

    프랑스 초콜릿 브랜드 ‘라 메종 뒤 쇼콜라’의 수석 초컬릿 장인 니콜라 클루와조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1977년 파리에서 탄생한 라 메종 뒤 쇼콜라는 ‘초콜릿의 오뜨 꾸뛰르’로 불리며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에 문을 열었다.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니콜라 클루와조는 프랑스 최고 장인에게 수여되는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교한 기술력과 혁신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초콜릿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한국에서 초콜릿 클래스 프로그램과 시식회를 진행하며,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알렸다.라 메종 뒤 쇼콜라는 올해 발렌타인데이 컬렉션에서 ‘포부르의 중심에서 전하는 사랑’을 테마로 정했다. 일러스트는 클라라 파네티에가 파리의 아름다움을 담아 완성했다. 이번 컬렉션은 하트 모양 선물 박스, 프랄린과 가나슈, 딸기 조각을 활용한 한정 초콜릿 세트 등 다양하게 구성돼 받는 이에게 미각과 시각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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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롯데뮤지엄이 3월 15일까지 타샤 튜더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기획전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을 연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타샤 튜더(1915∼2008)를 조명하는 전시다. 자연과 계절의 흐름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 그녀의 작품 세계와 삶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필요한 느린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는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으로 데뷔한 이후 ‘마더 구스’와 ‘1은 하나’로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 중 하나인 ‘칼데콧 상’을 받았다. 이후 ‘타샤의 특별한 날’ 등 100여 권의 저서와 삽화를 남기며 미국의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50대 무렵부터 손수 가꾼 30만 평에 이르는 정원과 집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등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성한 총 12개 섹션을 통해 타샤의 예술세계와 삶을 연결한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 조형물은 관람객이 타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는 상징적 장치다. 이후 만나게 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동화 작가’ 섹션에서는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30여 권의 초판본과 그녀의 데뷔작 ‘호박 달빛’ 55주년 특별판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와 원화들을 볼 수 있다.이어지는 섹션들은 타샤의 예술적 원천이었던 자연을 다룬다. 그녀의 삶의 중심이자 철학을 담은 매개였던 방대한 식물 스케치, 반려견 ‘코기’와 동물들을 그린 원화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을 전한다.전시의 중반부는 타샤의 느린 삶의 미학을 일상의 풍경으로 재현한다. ‘식탁 위의 따뜻한 온기’, ‘가족과 함께한 느린 하루’,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쁨’ 섹션은 타샤가 손수 일구어낸 의식주 문화를 다룬다. 그녀의 요리법과 일상을 담은 저서 ‘타샤의 식탁’ 속 소박한 식탁과 작업실을 재현하고, 가족과 함께한 일상이 담긴 삽화와 크리스마스 카드도 전시한다. 노동이 곧 놀이이자 기쁨이었던 타샤의 삶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자급자족적 삶과 소박한 행복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하이라이트는 ‘정원, 타샤의 세계’ 섹션이다. 코티지 가드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그녀의 정원을 모티프로 꽃과 향기, 계절의 변화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한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타샤 튜더’를 감상하면 타샤의 삶을 보다 심도깊게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개봉했던 영화가 이번 전시와 연계돼 재개봉했다. 전시장 내에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료 상영 중이다. 가드닝, 티 클래스, 어린이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타샤 튜더 재단은 “이번 전시는 타샤 튜더의 예술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고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그녀의 창작 과정의 근간을 이룬 문화적 가치와 삶의 철학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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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미, 새로운 ‘알파 컬렉션’ 캠페인 공개

    투미(TUMI)가 기존의 ‘알파(Alpha) 컬렉션’을 정제된 실루엣과 새로운 비전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이번 컬렉션은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 랜도 노리스와 아시아·태평양 홍보대사 웨이 다 쉰이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알파 컬렉션을 조명하는 두 가지 캠페인으로 전개된다.투미의 글로벌 캠페인은 영화적 서사를 구현했다. 클래식 액션 영화의 미장센을 재해석한 이번 연출은 정확성과 집중력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했다. 동시에 공개된 아시아·태평양 캠페인은 현대적 건축미가 돋보이는 공간을 배경으로 절제된 움직임을 담아냈다. 투미의 새로운 알파 컬렉션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제품 전반에 반영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인 FXT™ 발리스틱 나일론을 중심으로 군더더기 없는 수납 구조, 소음 없는 자석 잠금장치,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직관적 설계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주요 제품으로는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투미 브리프 팩’을 비롯해 수납 효율을 극대화한 ‘더블 익스팬션 더플’, 넉넉한 용량을 갖춘 ‘듀얼 액세스 익스팬더블 4휠 캐리온’ 등이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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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라호텔에서 만나는 ‘신라베어 테마룸’

    제주신라호텔이 신라호텔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신라베어’를 활용한 키즈 객실 ‘신라베어 테마룸’을 선보인다.신라베어 테마룸은 호텔 내 단 2개 객실만 운영되는 한정 객실로, 가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정원 전망 스위트 객실에 조성됐다. 객실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 텐트를 설치하고, 소·중·대형 신라베어 인형과 신라베어 자수 쿠션, 신라베어 자수 키즈 욕실가운 등 신라베어 테마 소품을 비치해 아이 눈높이에 맞춘 공간으로 완성했다.객실 내에 신라베어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녹여 아이에게는 놀이 공간, 부모에게는 편안한 휴식과 사진 촬영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신라베어 테마룸은 ‘스위트 아이러브 포 키드(Sweet I Love For Kid)’ 패키지 예약 시 이용할 수 있다. 이 패키지는 어린이 동반 가족 고객을 위해 마련된 상품으로, 부모와 아이가 ‘따로 또 같이’ 꽉찬 2박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패키지는 5월 말까지 이용할 수 있다.△아이와 레저 전문가가 3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하프데이 키즈 캠프’ △캠핑장에서 키즈 쿠킹 타임과 야식을 즐길 수 있는 ‘캠핑 모먼츠’ △제주신라호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해녀 신라베어’ 선물 △공항과 호텔 간 픽업&샌딩 서비스 △익스프레스 체크인 서비스 △웰컴 트리트(하우스 와인, 쿠키, 초콜릿) 등 스위트 객실의 혜택도 포함된다.제주신라호텔 관계자는 “신라베어는 어린이 고객에게 친근한 호텔 마스코트로,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즐거운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테마룸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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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소멸의 시학’ 展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5월3일까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전시를 연다. 자신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작품을 ‘삭는 미술’이란 이름으로 묶어 소개한다. 인류세(인류 활동이 지구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 앞에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며 그 역사적, 미학적, 사회적 의미를 탐색한다.전시장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흙이다. 미술관 측이 공개 모집한 시민 경작자들이 갈퀴를 들고 흙을 갈고 있다. 그런데 그냥 흙이 아니다.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는 서울에서 구한 폐기물을 뒤섞어 ‘네오 소일(Neosoil)’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작품명 ‘흡수’). 서울대 토양생지화학연구실의 실험과 자문을 통해 생성된 이 흙을 관람객은 원하면 조금씩 집에 가져갈 수 있다. 공동체의 경험이 새겨진 아카이브이자 토대인 흙을 재생시키고 나누며, 작품은 삭는 미술에 내재하는 공동성의 계기를 보여준다. 피어오르는 연기의 춤을 감상하자고 제안하는 여다함의 ‘향연’, 썩어가는 과일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빛을 밝히고 연주를 이어가는 유코 모리의 ‘분해’ 등 작품들은 모두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나타난다는 점에서 수행적 특징을 갖는다. 천, 항아리, 마른 꽃, 발효액, 곤충과 곰팡이가 함께 만드는 댄 리의 작품은 미술관을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꾼다. 건물 중정인 전시마당에는 풀을 뭉쳐 만든 고사리의 ‘초사람’과 흙을 다져 만든 김주리의 ‘물산’이 펼쳐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을 나며 작품은 어떻게 서서히 형태를 잃어갈지. 작품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어떤 새싹이 움틀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환경 인식을 반영한 미술작품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급진적인 미술관의 모델을 상상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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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김선미의 시크릿가든]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롯데뮤지엄이 3월 15일까지 타샤 튜더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기획전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을 연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타샤 튜더(1915~2008)를 조명하는 전시다. 자연과 계절의 흐름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 그녀의 작품 세계와 삶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필요한 느린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는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으로 데뷔한 이후 ‘마더 구스’와 ‘1은 하나’로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 중 하나인 ‘칼데콧 상’을 받았다. 이후 ‘타샤의 특별한 날’ 등 100여 권의 저서와 삽화를 남기며 미국의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50대 무렵부터 손수 가꾼 30만 평에 이르는 정원과 집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등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성한 총 12개 섹션을 통해 타샤의 예술세계와 삶을 연결한다.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 조형물은 관람객이 타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는 상징적 장치다. 이후 만나게 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동화 작가’ 섹션에서는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30여 권의 초판본과 그녀의 데뷔작 ‘호박 달빛’ 55주년 특별판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와 원화들을 볼 수 있다.이어지는 섹션들은 타샤의 예술적 원천이었던 자연을 다룬다. 그녀의 삶의 중심이자 철학을 담은 매개였던 방대한 식물 스케치, 반려견 ‘코기’와 동물들을 그린 원화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을 전한다.전시의 중반부는 타샤의 느린 삶의 미학을 일상의 풍경으로 재현한다. ‘식탁 위의 따뜻한 온기’, ‘가족과 함께한 느린 하루’,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쁨’ 섹션은 타샤가 손수 일구어낸 의식주 문화를 다룬다. 그녀의 요리법과 일상을 담은 저서 ‘타샤의 식탁’ 속 소박한 식탁과 작업실을 재현하고, 가족과 함께한 일상이 담긴 삽화와 크리스마스 카드도 전시한다. 노동이 곧 놀이이자 기쁨이었던 타샤의 삶은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자급자족적 삶과 소박한 행복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하이라이트는 ‘정원, 타샤의 세계’ 섹션이다. 코티지 가드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그녀의 정원을 모티프로 꽃과 향기, 계절의 변화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한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타샤 튜더’를 감상하면 타샤의 삶을 보다 심도깊게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개봉했던 영화가 이번 전시와 연계돼 재개봉했다. 전시장 내에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료 상영 중이다. 가드닝, 티 클래스, 어린이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타샤 튜더 재단은 “이번 전시는 타샤 튜더의 예술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고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그녀의 창작 과정의 근간을 이룬 문화적 가치와 삶의 철학을 함께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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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짐에 대하여…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소멸의 시학’ 展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5월3일까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전시를 연다. 자신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작품을 ‘삭는 미술’이란 이름으로 묶어 소개한다. 인류세(인류 활동이 지구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 앞에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며 그 역사적, 미학적, 사회적 의미를 탐색한다.전시장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흙이다. 미술관 측이 공개 모집한 시민 경작자들이 갈퀴를 들고 흙을 갈고 있다. 그런데 그냥 흙이 아니다. 미국 작가 아사드 라자는 서울에서 구한 폐기물을 뒤섞어 ‘네오 소일(Neosoil)’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작품명 ‘흡수’). 서울대 토양생지화학연구실의 실험과 자문을 통해 생성된 이 흙을 관람객은 원하면 조금씩 집에 가져갈 수 있다. 공동체의 경험이 새겨진 아카이브이자 토대인 흙을 재생시키고 나누며, 작품은 삭는 미술에 내재하는 공동성의 계기를 보여준다.피어오르는 연기의 춤을 감상하자고 제안하는 여다함의 ‘향연’, 썩어가는 과일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빛을 밝히고 연주를 이어가는 유코 모리의 ‘분해’ 등 작품들은 모두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나타난다는 점에서 수행적 특징을 갖는다.천, 항아리, 마른 꽃, 발효액, 곤충과 곰팡이가 함께 만드는 댄 리의 작품은 미술관을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꾼다. 건물 중정인 전시마당에는 풀을 뭉쳐 만든 고사리의 ‘초사람’과 흙을 다져 만든 김주리의 ‘물산’이 펼쳐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을 나며 작품은 어떻게 서서히 형태를 잃어갈지. 작품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어떤 새싹이 움틀지.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환경 인식을 반영한 미술작품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변화에 부응하는 급진적인 미술관의 모델을 상상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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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올 패션쇼에 왜 시클라멘이 등장했을까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 7구 로댕 미술관은 거대한 꽃의 무대로 변해 있었다. 천장의 이끼 캐노피에 거꾸로 매달린 연보라색 실크 꽃들이 산들산들 흔들렸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디올의 ‘2026년 봄·여름 오뜨 꾸뛰르(최고급 맞춤복)’ 쇼가 시작됐다.꽃의 향연이었다. 왼쪽 어깨 위에 난초 장식을 드라마틱하게 얹은 드레스는 조형적 실루엣이 돋보였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시클라멘이었다.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 모델들의 양쪽 귀에는 어른 주먹 두 개 만한 크기의 시클라멘 장식이 달려 있었다. 화분 식물로 흔히 보아온 시클라멘이 이토록 우아할 수 있다니.이번 쇼의 시작은 한 다발의 시클라멘이었다. 디올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쇼를 며칠 앞두고 접시 위에 놓인 시클라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제 첫 오뜨 꾸뛰르 쇼를 존 갈리아노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검은 실크 리본으로 묶은 시클라멘과 테스코에서 산 케이크를 제게 가져다주었죠. 지금껏 받아본 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쇼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북아일랜드 출신의 앤더슨은 어릴 적부터 디올의 전설적 디자이너 갈리아노를 동경하며 패션의 꿈을 키웠다. 런던 패션 칼리지를 졸업하고 자신의 브랜드 ‘JW 앤더슨’을 세운 그는 2013년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침체됐던 브랜드를 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디올 수장에 오른 뒤, 첫 오뜨 꾸뛰르 쇼의 중심에 시클라멘을 내세웠다. 디올은 정원에서 태어난 브랜드다. 창립자 크리스찬 디올은 프랑스 노르망디 그랑빌의 바닷가 정원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평생의 미학적 원천으로 삼았다. 1947년 발표한 기념비적인 ‘뉴 룩(New Look)’은 잘록한 허리,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를 통해 꽃봉오리가 만개하는 순간을 옷으로 구현했다. 디올은 창립 초기부터 꽃을 브랜드의 서사 장치로 활용해왔다. 특히 중요한 꽃은 은방울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은방울꽃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며 컬렉션마다 은밀히 수놓았다. 장미도 중요한 모티프였다. 겹겹의 꽃잎 구조는 드레스의 볼륨으로 이어져 특유의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었다. 이브 생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갈리아노에 이르기까지 디올의 디자이너들은 각각의 시대 언어로 꽃을 재해석해왔다. 이번 쇼에도 시클라멘뿐 아니라 은방울꽃과 장미 등 디올의 계보를 잇는 꽃들이 ‘창조적 연속성’으로 표현됐다. 디올은 이번 쇼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자연을 모방하며 항상 무언가를 배웁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진화하고 적응하고 인내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입니다. 오뜨 꾸뛰르 역시 그렇습니다. 전통적 장인정신과 실험적 시도가 복잡하게 얽힌 아이디어의 실험실이자, 오랜 세월을 견뎌낸 기법들이 살아있는 지식으로 승화되는 공간입니다.” 자연에서 오뜨 꾸뛰르의 갈 길을 찾고 있다는 선언이었다.그렇다면 왜 시클라멘이었을까. 공식적인 해석은 없었기에 조심스레 이유를 헤아려본다. 시클라멘은 겨울에 핀다. 땅속에 단단한 덩이줄기를 품고 힘을 비축한 뒤 조용히 존재를 드러낸다. 꽃잎은 고개를 숙인 듯한 하트 모양이다. 디자이너가 교체되고 스타일이 달라져도 장인정신과 아카이브는 땅속에서 이어진다는 것, 겸손하게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하겠다는 의지 아니었을까.갈리아노가 후임 앤더슨에게 건넨 시클라멘은 브랜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연출하고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로댕 미술관을 채운 꽃은 살아있는 자연이 아니라 장인의 손을 거쳐 실크로 구현된 자연이었다. 디올에게 꽃은 자연의 상징이자 브랜드 자산이다. 아름다움과 전략은 무대 위에 나란히 선다. 디올은 쇼가 끝난 후에도 로댕 미술관에서 일주일간 전시를 이어가며 어린이들을 위한 강연과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뜨 꾸뛰르를 폐쇄적 특권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다음 세대의 문화적 유산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시클라멘 화분을 새로 집에 들였다. 평범하다고 여겼던 시클라멘이 유독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오지만 의미를 입히는 건 사람이다. 꽃은 그 자리에 있지만, 해석은 늘 우리 몫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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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산수에 두루미가 점 찍고 선 긋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기다란 목을 꼿꼿이 편 두루미가 가느다란 다리를 사뿐히 들어 올려 하얀 눈밭을 걷고 있었다. 두루미가 왜 예로부터 학(鶴)으로 불렸는지 단박에 알겠다. ‘뚜르륵, 뚜르륵.’ 두루미가 내는 의외로 우렁찬 소리가, 정신을 깨우는 영하 10도의 겨울 공기 속으로 퍼졌다. 두루미를 바라보는 일은 명상에 가깝다. 마음을 비우려 애쓰지 않아도 평온해진다. 먹이를 찾는 두루미의 걸음은 느릿하면서도 리듬이 있고 순백의 깃털에서는 기품 있는 윤기가 흐른다. 이곳은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인 강원도 철원이다.● ‘비밀의 호수’와 점·선·면 철원이 탐조(探鳥) 여행 명소가 되기 시작한 건 2012년 휴전선에서 불과 6km 떨어진 동송읍 양지리가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서 해제되면서다. 6·25전쟁 이후 폐쇄됐다가 1970년대에 마을이 들어선 양지리에는 철원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1976년 ‘비밀의 호수’가 조성됐다. 토교저수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먹이가 풍부하던 이곳에 겨울 철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 가운데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두루미도 있었다. 일부는 ‘식량난’을 피해 북에서 내려와 ‘탈북 두루미’로 불리기도 한다.철원은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제203호)의 국내 최대 월동지다. 두루미 1500마리와 재두루미 1만 마리 등 약 1만2000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두루미가 순백의 깃털과 붉은 정수리로 시선을 붙든다면 재두루미는 회색 몸통과 목 뒤의 흰 띠로 한결 차분한 인상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두루미는 3800마리. 그중 1500마리가 겨울에 철원을 찾는다. 이른 아침 토교저수지에 도착하니 예닐곱 명의 탐조객이 이미 찾아와 삼각대를 설치해 두고 있었다. 눈과 얼음, 물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진 드넓은 저수지에서 잠을 잔 두루미들이 막 깨어나 ‘먹이 터’로 날아가려던 참이었다. 저 너머 재두루미 수백 마리가 회색 점처럼 모여 있었다.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고요하게 새를 바라보는 모습은 일종의 수행이었다. 인간과 새가 어우러진 한 폭의 단색화였다. 철원군은 1999년 양지리를 ‘철새 마을’로 지정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DMZ 두루미 평화타운’을 조성했다. 이곳을 총괄 계획한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두루미라는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가 공간을 살렸다”고 했다. 비무장지대와 접한 농촌 마을을 정비한 이 평화·생태 관광지는 겨울철이 되면 두루미를 보러 오는 탐조객들로 활기를 띤다. 해설사와 차를 타고 검문초소에 신분증을 제시한 뒤 민통선 이북 지역을 둘러보았다. 인간은 38선을 그었지만, 두루미들은 분단의 시간이 멈춘 듯한 들판 위를 날아오르며 하늘에 선(線)을 그었다. 두루미 발자국이 눈밭 위에 찍는 점과 새의 커다란 날갯짓이 하늘에 긋는 선이 모여 청아한 겨울 산수를 이뤘다. ● 인내하며 바라보는 법 민통선을 빠져나와 동송읍 이길리의 한 탐조대를 방문했다. 양지리 토교저수지에서 잠을 잔 두루미들은 해가 떠오르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이길리야말로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농민들이 두루미 먹으라고 물과 볏짚을 남겨두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두루미를 촬영 중인 외국인 부부를 우연히 만났다. 기다란 망원렌즈로 찍는 그들의 사진은 누가 봐도 전문가 수준이었다.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했던 미국인 브라이언 해리스 씨와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병원 임상병리사로 일했던 교포 주미 해리스 씨였다. 은퇴한 남편이 먼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아내도 따라 입문해 부부가 국제사진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주미 씨가 말했다. “은퇴 후 삶의 공허함을 느끼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증 질환을 겪었습니다. 현대 의학과 전통 치료를 가리지 않고 시도해도 소용이 없었죠.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다니다가 남편의 오래된 카메라와 렌즈로 새 사진을 찍어 보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적절한 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원하는 사진을 항상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삶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웠고요. 새 사진을 찍으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이 부부는 당초 일본 홋카이도로 두루미 사진 촬영 여행을 준비했다가 철원에 두루미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종일 기다리며 관찰한 끝에 두루미들이 서로를 향해 구애하며 춤을 추고 부리를 맞대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해리스 부부는 말했다. “한국에서 이렇게 멋진 두루미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기뻐요.” 오랜 기다림 후 얻은 사진은 인간과 두루미가 서로를 비추며 응답하는 조응(照應)의 순간이었다. 인류학자 팀 잉골드는 조응을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이라고 말한다. 존재들이 서로 얽혀 살아 움직이는 세계에서 응답은 책임이 되고, 호기심은 보살핌이 된다. 철원을 찾는 귀한 두루미를 바라보면서, 생명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고 보살필 책무를 생각했다.●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 발아래로 투명한 강물이 흘렀다. 겨울철에만 열리는 ‘한탄강 물윗길’이다. 눈 덮인 강변과 검은 현무암 절벽 아래 있으니 진경산수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강을 따라 걸으니 고석정(孤石停)의 바위 절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루미 날갯짓이 찰나의 선이라면, 이 강과 절벽은 수만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면(面)이다. 철원에는 끊어진 선의 흔적도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북으로 향하던 금강산전기철도 터와 옛 김화역 자리다. 한때는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인간의 선은 멈췄지만, 두루미는 그 위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로질러 날아간다. 김화읍 생창리 용양보의 물길도 걸어 보았다. 얇게 언 강물 위로 마른 낙엽이 내려앉아 있었다. 겨울의 정적 때문이었을까.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산문집 ‘얼음 속을 걷다’가 떠올랐다. 그는 병든 지인을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혹한의 겨울을 걸었다. 눈길 위에 남은 발자국은 기도의 선이었다. 걷는다는 건, 세계와 관계 맺는 결심이다. 겨울의 철원에서 배운 것은 기다림의 자세였다. 알아차리되 서두르지 않는 일, 주의를 기울이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일. 두루미는 하늘과 땅뿐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선을 남겼다.글·사진 철원=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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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선미]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기엔 인생은 짧다

    최근 상영 중인 ‘타샤 튜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뒤, 그동안 타샤 튜더(1915∼2008)란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타샤는 시골에 집을 짓고,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정원을 가꾸고, 동화 삽화를 그렸던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을 꾸몄던 미국 할머니였다. 알고 보니 타샤의 삶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미국 보스턴의 저명한 가문 출신 아버지와 독립심 강한 화가 어머니는 타샤가 아홉 살 때 헤어졌다. 타샤 역시 결혼 7년 만에 갈라서 어린 네 자녀를 홀로 길렀다. 그녀는 저서 ‘타샤의 정원’에 썼다. “먹고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림 그리는 일을 하지요. 만약 그럴 필요가 없다면 기쁜 마음으로 종일 정원에서 화초를 돌보며 아름답게 핀 꽃을 즐길지도 모르죠.”내일의 성취보다 오늘의 식탁 타샤는 93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100여 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부엌 한구석 작은 테이블에서 아이들 밥을 지으며 그 많은 책을 지었다. 타샤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어린이 책 중 하나인 ‘비밀의 정원’의 삽화도 그렸는데 이 책으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당장 살아갈 형편이 궁해 인세 대신 적은 삽화료만 받았다. 그런데도 늘 작은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았다.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타샤는 말했다. “즐기지 않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요.” 그녀의 딸 베서니 튜더가 펴낸 책 ‘나의 엄마, 타샤 튜더’에도 이 대목이 나온다. “엄마는 평생 인생과 세월의 무게를 버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에게도 아픔과 고통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거나 이미 일어나버린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가르쳐주셨지요. ‘즐겁게 살아가렴. 우울해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 밖으로 나가서 꽃향기를 맡아보렴.’”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는 ‘스틸(Still), 타샤 튜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전시 연계로 영화가 재개봉한 것이다. 타샤의 그림 190여 점 속에는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성공도 없다. 그저 계절의 흐름에 따라 가족이 함께 식탁을 차리고, 정원을 돌보고, 크리스마스 썰매를 타고, 벽난로 앞에 마주 앉아 나눈 평범한 일상이 있다. 흔히 떠올리는 이상적 가족의 표본과는 거리가 있어도 따스한 온기가 배어 있다. 가족은 타샤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녀는 네 자녀와 반려견 ‘코기’의 모습을 담아 그림을 그렸고 자녀들은 ‘소신 있게 삶을 선택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어머니의 삶을 존경했다.가족, 삶을 지탱하는 비밀의 정원 요즘 우리는 거의 모든 세대가 고립돼 있다. 이런저런 성취의 목표에 내몰려 가족과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짧다. 함께 있어도 디지털 화면을 본다. 그러면서 늘 ‘나중’을 말한다. 일이 끝나면, 형편이 나아지면 그땐 행복할 거라고. 타샤의 정원과 식탁은 우리가 잃어버린 행복의 감각을 소환한다. 그녀가 삽화를 그린 ‘비밀의 정원’ 속 아이들은 정원을 함께 가꾸며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고립을 깨고 나올 일상의 정원이 필요하다. 1인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설 명절이면 우리는 늘 그래 왔듯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인다. 하지만 밥상 위에는 성공을 잣대로 한 질문과 세대 간 갈등이 종종 오른다. 타샤의 식탁은 달랐다. 가족을 평가하거나 비교하지 않았고, 살아온 날들을 증명하느라 애쓰지 않았다. 이번 명절, 불필요한 호기심은 내려놓고 서로의 마음을 그저 주의 깊게 들어주면 좋겠다. 정원이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듯 가족도 그렇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가꿀 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가족이 이제 세상에 없거나,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의 식탁을 내일로 미뤄둘 수 없다.김선미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kimsunmi@donga.com}

    •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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