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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심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에 유심 공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신규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가입자들 사이에 ‘유심 대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일부 대리점이 기존 유심 교체에 써야 할 물량을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쓴다는 지적이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SK텔레콤에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을 골자로 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또 해킹 사고에 따라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0% 보상 책임 방안도 국민들에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이 밖에 △대국민 일일 브리핑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및 피해 보상 시 입증 책임 완화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 마련 및 이행 △장애 발생 상황 즉각 공유 및 번호이동 처리 지연 관련 조치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이행 계획 제출 △공항 유심 교체 지원 인력 확대 등을 촉구했다. 과기정통부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SK텔레콤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행정지도와 관련된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해킹 사고로 통신사 변경을 원하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위약금 면제가 가능한지 법무법인 3곳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상황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중대 서비스 장애, 부당 요금 청구 등 이동통신사의 귀책 사유가 발생했을 때 통신사를 이동하는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정치권은 이틀째 SK텔레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정도로 큰 사고를 내고 이 정도로 부실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SKT 소비자 권익 및 개인정보 TF’ 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은 SK텔레콤 관계자 등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고 “T월드 매장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령계층 등 통신 취약계층에 대해 SK텔레콤이 일괄적으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우선 SK브로드밴드 소속 인터넷 설치 전문 인력에게 협조를 요청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지원하기로 했다.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4월 30일 3만5212명의 SK텔레콤 가입자가 통신사를 변경했다. 유심 무상교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10만5246명의 가입자 이탈이 발생했다. 다만 SK텔레콤으로 새로 이동한 가입자를 포함할 경우 28∼30일 SK텔레콤 순이탈 규모는 9만333명이었다. 다만 앞으로 SK텔레콤의 가입자 신규 모집이 중단된 만큼 이탈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로 옮겨간 고객은 23만7001명으로 전월 대비 87.8% 늘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부모의 유심 교체 및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해당 휴대전화가 과도한 부가서비스에 가입된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대리점들의 과잉 영업 행태가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 같은 사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부가서비스 목록에서 서비스 가입 여부를 확인하면서 이전에 가입된 유료 서비스를 확인하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SKT 이용자는 SNS 플랫폼인 스레드에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려고 엄마의 티월드(T world)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며 부모의 부가서비스 가입 내역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주식투자노트’ ‘아파트청약케어’ ‘세이프캐시’ 등 이용자와 큰 관계가 없는 총 16개의 부가서비스에 가입돼 있었다. 부가서비스로 나가는 비용만 월 4만3684원에 달했다. 해당 사례가 인터넷 카페 및 커뮤니티에 퍼지며 게시물의 댓글에는 “부모님 휴대전화를 보니 가입 시 약정 조건에 포함된 고가의 부가서비스들이 몇 년째 유지되고 있었다. 해지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니 매달 몇만 원이 새어나간 셈”이라며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공유되며 그간 통신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과잉 영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전화서비스는 2021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의 피해 구제 신청 중 매년 15% 이상을 차지해왔다. 이 중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시키는 ‘부당행위’가 17.2%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유심 교체를 위해 예약한 대리점이 일시 휴점에 들어가거나 폐점한 사례들도 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경기 고양시의 한 SKT 대리점은 지난달 26일 폐점했지만 최근까지 유심 교체가 가능한 대리점으로 검색됐다. SNS 플랫폼인 X에는 “폐점한 대리점으로 유심 교체 신청을 했는데 매장 변경도 안 되고, SKT에 문의하니 다른 대리점에 방문해 보라고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매장 재오픈 준비로 유심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써 붙여 놓거나, 매장 운영 상태를 5월 초까지 모두 ‘휴무’로 돌려놓고 문을 닫기도 했다. SKT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근 대리점으로 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에 대한 여론이 점점 악화되며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SKT 가입자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했다. 무상 유심 교체를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총 7만34명이 SKT를 이탈한 셈이다. SKT 이용자들의 집단 소송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로피드법률사무소 하희봉 대표변호사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T를 상대로 5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단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SKT 이용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무상 유심 교체가 이뤄진 지 사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유심 교체를 신청했으나 신청한 SKT 대리점이 일시 휴업에 들어가 다시 예약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늘며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하는 이용자는 이틀 만에 7만 명을 넘어섰다.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SK텔레콤 가입자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했다.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이용자가 2만294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이용자가 1만5608명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를 이동한 고객은 3262명으로, 29일 SKT 전체 고객 수는 3만2640명 순감했다. 무상 유심 교체가 시작된 28일부터 누적된 SK텔레콤 이탈 고객 수는 7만34명이며, 5만8043명이 순감했다.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 오픈 3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고객들이 늘자, 대기 고객이 많은 SK텔레콤 대리점은 현장 줄서기를 막고 온라인 예약 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고 뜨는 대리점이 막상 현장에 가면 폐점을 했거나 일시 휴점을 한 곳들이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일례로 경기 고양시 일산 백마마을 인근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은 이달 26일 폐점했지만 최근까지 유심 교체가 가능한 대리점으로 검색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는 “폐점한 대리점으로 유심 교체 신청을 했는데 매장 변경도 안되고, SKT에 문의하니 다른 대리점에 방문해 보라고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매장 재오픈준비로 유심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써 붙여 놓거나, 매장 운영 상태를 5월 초까지 모두 ‘휴무’로 돌려놓고 문을 닫기도 했다. SKT 측은 “전산상 예약 시스템이 작동을 하지 않는 휴업, 폐업인 대리점들의 경우에는 인근 대리점으로 자동으로 예약 정보가 넘어간다”며 “실시간으로 대처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근 대리점으로 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에는 이번 해킹 사태로 부모님의 휴대전화 유심보호서비스를 신청하려다 사용하지도 않는 유료 부가서비스가 여럿 가입돼 있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SNS 플랫폼인 스레드에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려고 엄마의 티월드(T world)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며 부모님의 부가서비스 가입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16개의 부가서비스가 가입돼 있었고 부가서비스 요금만 4만3684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피해구제 신청 중 연간 15% 이상이 휴대전화 서비스로, 이중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시키는 ‘부당행위’가 17.2%를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며 SKT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도 본격화되고 있다. S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로피드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대표변호사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T를 상대로 5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이번 지급명령은 단체 소송에 앞서 별도로 제기한 개인 자격의 소송으로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법적 절차를 빠르게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1500여 명의 SKT 이용자가 집단 소송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국내 대표 검색 서비스 기업이자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가 해외에서 로봇 기술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네이버는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 박람회 ‘CES 2019’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5G) 네트워크를 활용한 ‘브레인리스 로봇’을 선보였다. 네이버의 브레인리스 로봇은 고성능 처리 장치를 내장하지 않고 5G 초저지연 통신을 통해 외부 클라우드와 연결돼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는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RIVR’과 공동으로 디지털 트윈 및 측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건설 현장 로봇 애플리케이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기술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증강현실(AR) 기업 나이언틱이 주최한 ‘공간 정밀화 챌린지’와 2024년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네이버랩스가 자체 개발한 ‘더스터’는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기술로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한 지 1년 만에 200건 이상의 논문에 인용됐다. 현재 더스터 오픈소스 기반으로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수십 개의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네이버 제2 사옥 ‘1784’를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설해 100여 대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루키’를 운영하고 있다. 루키는 3500명의 임직원에게 택배, 도시락, 커피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경험을 토대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서울 태평로빌딩 등에도 로봇 기반 스마트빌딩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LG유플러스가 차별화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AI가 안심과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안심 지능’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안심 지능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AI 보안 기술 브랜드 ‘익시가디언’을 선보였다. 익시가디언은 LG유플러스가 보유한 AI 보안 기술을 통합하는 브랜드다. 국내 통신사 최초의 ‘온디바이스 AI’, 세계 최초의 온디바이스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인 ‘통화 위변조 감지 기술’, 국내 유일 소프트웨어 방식의 ‘양자암호 보안 기술’ 등을 포함한다. 온디바이스AI는 고객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내장된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고 단말기 안에서만 처리해 고객의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인 ‘익시오’에 온디바이스 기능을 탑재했다. 통화 위변조 감시 기술인 ‘안티딥보이스’도 연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안티딥보이스는 AI가 기계로 제작한 위조 음성을 식별해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똑같이 복제하거나 위조하는 등의 신종 범죄가 늘고 있다. 안티딥보이스는 이를 95% 정확도로 구분해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양자암호 기술로 보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안 수준을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단계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객 데이터가 저장되기 전부터 양자암호를 적용해 외부의 데이터 유출 시도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지난달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국토를 불태웠다.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차, 살수차, 진화 대원 등이 긴급 투입됐고 접근이 제한되는 지역은 산불 진화 헬기가 대거 투입됐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중대형 헬기 중에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산불 진화에는 산림청, 소방청이 보유한 수리온 산림 헬기와 소방 헬기 8대가 현장에 투입됐으며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육군, 경찰, 해병대 등에서 운영 중인 수리온도 추가 투입됐다. 산불이 확산되며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군용 및 관공서용 수리온 헬기가 약 270회 이상 산불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이번 산불을 통해 국산 헬기 도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부 기관 헬기 중 국산 헬기는 전체의 약 28% 정도다. 산림청의 주력 헬기인 러시아산 카모프(KA-32)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품 수급이 되지 않아 가동률이 낮은 상황이다. 또 야간 산불 진화 작업이 불가능하다. 반면 수리온은 한국형 전자지도, 스마트형 통합항전장비, 공중충돌방지장비, 최신 야시영상장비 등을 탑재해 야간 및 악조건에서도 산불 진화를 수행할 수 있다. 수리온은 이런 성능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지난해 말 이라크 정부와 수출 계약을 맺으며 첫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계약된 헬기는 소방 임무를 위해 개발된 소방 헬기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설계 능력을 토대로 고객 맞춤의 다양한 파생형 헬기를 개발해 국내외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밝혔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3대 축’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3대 축을 혁신 경영의 기반으로 삼아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예상하고 2011년 창립 이후 14년간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장시켜왔다. 창사 한 달 만인 2011년 5월 착공한 생산능력 3만 L 규모의 1공장을 시작으로 당시 업계에서 단일 공장 기준 한계효율 생산능력으로 여겨지던 9만 L를 훌쩍 넘는 15만4000L 규모 2공장을 건설했다. 이후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 기록을 넘는 3공장(18만 L), 4공장(24만 L), 5공장(18만 L)까지 가동을 개시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L로 압도적인 수준의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능력뿐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글로벌 규제 기관으로부터 3월 말 기준 제조 승인 356건을 획득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매출 상위 20위 제약사 중 17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포트폴리오 면에서는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빠르게 시장을 키우고 있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외 거점도 미국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주요 지역에 영업 및 개발 거점을 갖추고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도 영업사무소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LG CNS가 기업 AX(인공지능 전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앞세워 ‘AX 전문기업’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LG CNS의 매출은 5조9826억 원, 영업이익은 512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AI, 클라우드 관련 실적은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LG CNS는 금융, 제조, 공공 등 다양한 산업군의 AX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AIOps 플랫폼’ 구축, 신한카드와 NH농협은행의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신한은행 ‘AI 브랜치’ 개발, KB금융그룹 미래형 고객센터 구축 고도화 등 금융 업계에서 다양한 AX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130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생명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X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기업인 W&B와 에이전틱 AI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를 통해 에이전틱 AI 기술을 공유하고 서비스 운영 및 성능 최적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이전틱 AI는 생성형 AI보다 자율적인 의사 선택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AI로 최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이 외에도 글로벌 AI 기업인 코히어와의 AX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맞춤형 에이전틱 AI 서비스 공동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X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도 첫 웨이브가 왔다고 봅니다. 국가가 주도하던 사업을 이제는 민간 기업에 맡기고 우리는 그 다음 미래 기술로 나가야 합니다.” 29일 이상철 항우연 원장(사진)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사업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큰 흐름(웨이브)이 항우연에도 왔다며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제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 현재 항우연은 2조 원 규모의 차세대발사체 사업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지식재산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 소장은 “국가가 관여한 계약이기 때문에 한화와 지재권을 공동 소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주항공청 중개로 한화와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해 개발하겠다는 우주항공청의 변경 계획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특별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아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소장은 “상황을 지켜보며 차세대발사체가 재사용발사체로 변경되든, 되지 않든 관계없이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장비 개발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도 첫 웨이브가 왔다고 봅니다. 국가가 주도하던 사업을 이제는 민간 기업에 맡기고 우리는 그 다음 미래 기술로 나가야 합니다.”29일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사업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큰 흐름(웨이브)이 항우연에도 왔다며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제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가 왔다는 의미다.현재 항우연은 2조 원 규모의 차세대발사체 사업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지적재산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 소장은 “국가가 관여한 계약이기 때문에 한화와 지재권을 공동소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주항공청 중개로 한화와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전환해 개발하겠다는 우주항공청의 변경 계획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특별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아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소장은 “상황을 지켜보며 차세대발사체가 재사용발사체로 변경되든 되지 않든 관계없이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장비 개발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를 위한 항우연과 한화 간의 기술 이전 계약은 내달 중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2023년 3차 발사부터 발사 운용에 참여하고 있다. 체계종합기업은 우주발사체 설계부터 조립,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실리며, 위성의 목표 궤도 진입을 위해 새벽 1시경에 발사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오늘은 유심 재고가 없습니다. 온라인 예약만 가능합니다.”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매장이 보유한 유심 재고가 모두 소진돼 오후에 온 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가야 했다. 직원들이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예약법을 계속해서 안내했지만 곳곳에서 “아침부터 미리 안내를 했어야 하지 않나”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어떻게 교체하냐” 등 불만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대리점을 찾은 이모 씨(49)도 “사람이 많이 올 걸 알았을 텐데 유심을 충분히 확보해 놓았어야 하지 않느냐”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해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 시스템도 ‘먹통’온라인 예약 시스템 접속마저 쉽지 않았다. 이날 오픈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예약자들이 몰리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대리점 직원의 안내로 낮 12시가 넘어 온라인 예약을 시도한 김모 씨(62)도 대기 인원 13만8538명 중에 한 명이었다. 10분 넘게 기다려 가까스로 예약에 성공했지만 ‘예약 완료’ 메시지에도 언제 교체가 가능한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T월드 앱에는 동시 접속자가 50만 명 넘게 몰리기도 했다. 고객센터 역시 연결이 되지 않는 ‘불통’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당장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 물량은 100만 개에 불과한 탓에 무상 교체 대상인 약 2500만 명이 모두 유심을 바꾸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심 부족이 단기간 내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유영상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 대표는 본사 직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대리점 무상 교체 서비스 현장 지원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SK텔레콤은 유심 교체를 완료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8일 오후 6시 기준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2300만 명 가운데 741만 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통신사에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유심이 부족해 제때 교체를 하지 못했다면 유심보호서비스라도 가입해야 한다. 유심보호서비스가 100% 작동한다면 유심 복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킹 공격으로 비정상적으로 이동한 데이터가 9.7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 기준 52억 자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해킹 주체 등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짧게는 2,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혼란 틈탄 악성 공격에 ‘해킹 포비아’ 확산이번 혼란을 틈타 유심 교체 안내메시지를 빙자한 ‘피싱 문자’도 늘어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일부 검색엔진에서 ‘유심 무상 교체’나 ‘유심보호서비스’와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실제 언론 보도의 일부를 인용한 것처럼 보이는 사이트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비영리 도메인을 거쳐 도박 사이트나 악성 사이트로 연결돼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2차 피해와 그에 따른 기업 중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SK텔레콤 이용자인 임원들에게 유심 교체를 지시했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사내 공지를 통해 SK텔레콤 유심 교체를 권고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24일 계열사 임원들에게 ‘SK텔레콤 이용자는 유심을 교체하거나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해킹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진원지인 SK텔레콤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하락한 5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유심 제조사들과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SK텔레콤 해킹으로 가입자 유심(USIM) 정보가 탈취된 사건에 대응해 가입자들이 소송 준비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이어 공동 대응을 위한 카페까지 개설됐다. 정부와 SK텔레콤 측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해킹으로 인한 여파가 커지자 ‘SKT 유심 해킹 공동 대응’ 홈페이지 및 네이버 카페 등이 개설됐다. 홈페이지 운영진은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금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중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SK텔레콤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이번 유심 정보 유출의 정확한 규모와 영향,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정부의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안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27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종료됐다. 동시에 이번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네이버 카페도 개설됐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3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집단소송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힌 글만 1만7000개가 넘었다. 이들은 카페에서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법률 자문 및 변호사 선임을 통해 집단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벌써 일부 법률사무소들은 집단소송 제기를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이 한국 정부의 시정권고를 일부 수용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신규 다운로드가 막혀 있던 딥시크는 두 달여 만에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앱 스토어를 통해 딥시크를 내려받을 수 있다. 28일 딥시크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개정하면서 한국어판을 공개하고 개인정보 정책을 일부 개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실태 점검 결과 딥시크는 데이터를 국외 이전하는 것에 대해 이용자 동의를 받거나 처리방침을 공개하지 않았고, 사용자가 채팅창에 입력한 프롬프트 데이터를 중국 기업에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를 받은 기업은 중국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인 볼케이노다. 개보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프롬프트 데이터 즉각 파기와 한국어 처리방침 공개, 아동 개인정보 수집 확인 및 파기 등을 시정권고했다. 딥시크는 이런 시정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한국에 대한 별도 부속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개인정보가 해외로 이전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사용자의 프롬프트 데이터를 삭제하고 데이터가 AI 학습에 사용되지 않도록 선택하는 ‘옵트아웃’ 기능도 추가됐다. 다만 딥시크는 이미 볼케이노로 전송된 사용자의 프롬프트 데이터를 즉각 파기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개보위에서는 관련 자료를 받아 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대상포진 백신이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감염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71∼88세 노인 28만여 명의 건강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경우 향후 7년간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20%가량 낮은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연구진은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시행했던 대상포진 무료 백신 접종 정책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했다. 2013년 시작된 대상포진 접종 정책은 79세 국민을 대상으로 1년간 백신 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백신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 딱 1년만 무료 접종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백신을 맞은 79세와 맞지 않은 80세 노인 간의 백신 효과 차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는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구진은 무료 접종 자격이 주어진 79세 전후 노인들의 건강 기록을 집중 분석했다. 그리고 향후 7년간 백신 접종을 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들의 건강을 추적 관찰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집단에서는 대상포진 발생률이 약 37% 감소한 동시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위험 역시 20%가량 낮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영올드& ‘젊은 치매’가 는다빠르게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의 건강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젊은 치매 환자가 늘면서 치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간편한 혈액 기반의 진단법이 개발돼 영올드의 치매 예방과 치료가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최근 성인병을 앓고 있는 중년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70, 80대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여겨졌던 치매의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65세 미만에서 발병하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한다. 국내 조발성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8%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조발성 치매 환자는 2018년 6만3231명으로 2009년(1만7772명) 대비 3.6배로 급증했다. 의료계에서는 40, 50대 중장년층도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중년기 BMI 높을수록 치매 조기 발병 2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종류의 치매 중 조발성 치매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 등이 뇌에 쌓이면서 뇌 기능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동맥 경화로 뇌 혈류가 감소하거나 뇌졸중 등에 의해 나타난다.앞서 진행된 많은 연구들은 조발성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성인병을 꼽는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존스홉킨스대 등 공동연구진은 50대의 비만은 알츠하이머 발병을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분자정신의학’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1 높아질 때마다 알츠하이머 발병 예측 시기가 6.7개월 빨라졌다. 가령 BMI가 30인 경우 BMI가 25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가 약 3년 빠르게 발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중년기 BMI가 높을수록 뇌의 전두엽에서 측정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이 더 많았고,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조기 발병을 일으킨다고 추정했다.●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기술 빠르게 개발전문가들은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조발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은 주로 환자의 인지 기능 평가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사단층촬영(PET) 등 뇌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진단 시점에는 이미 병이 상당 부분 진전된 경우가 많고, 치매가 의심되는 젊은 환자들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뇌 영상 검사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뇌척수액, 혈액 기반의 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는 뇌척수액에서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을 검출해내는 진단 키트 ‘일렉시스’를 출시했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2023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 결과와 90% 이상 일치하는 등 높은 정확도를 보이지만, 허리의 척추 사이에 바늘을 꽂아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요추천자’ 시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로슈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함께 혈액 기반의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피플바이오가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검사 제품인 ‘알츠온’을 개발해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하나로의료재단 등 국내 대형 건강검진센터들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과장은 “최근에는 혈액 기반의 조기 진단 기술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어 조기 진단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부산에서 SK텔레콤(SKT) 가입자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가 가입자도 모르게 다른 통신사 전화로 개통된 뒤 가입자 계좌에서 수천만 원이 빠져나갔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SKT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와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28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24일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에게 이 같은 취지의 신고를 접수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22일 자신이 사용하던 SKT 휴대전화가 갑자기 먹통이 돼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이 과정에 본인 명의로 갑자기 다른 알뜰폰이 KT에 개통되고, 본래 쓰던 휴대전화는 사용이 정지된 사실을 파악했다. 같은 날 남성의 통장 계좌에선 1000만 원씩 5차례에 걸쳐 총 5000만 원이 모르는 사람에게 이체됐다. 남성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경찰은 SKT 유심 정보 유출과의 연관성은 낮을 것으로 보면서도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심 정보 탈취만으로 다른 통신사에 가입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SKT 관계자도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서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금융 정보 등이 필요한데, 탈취된 유심 정보에는 암호화된 개인 식별 정도만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IT) 당국은 피해자가 부고 문자를 위장한 피싱 문자 속 링크를 눌렀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유심 유출보다는 스미싱 피해 사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경찰은 60대 남성의 돈이 입금된 계좌를 파악해 예금주 등을 쫓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부산 남부서 수사팀은 “유심 정보 유출 외에 스미싱과 보이스피싱 등의 전화금융 사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청은 SK텔레콤 해킹 공격 사건과 관련해 “이달 22일 SKT로부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를 접수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킹 세력 등이 특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린 민관 합동 조사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네이버가 조직적으로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며 여론몰이를 하는 이른바 ‘좌표찍기’ 단속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이 포착된 기사에는 별도 문구를 통해 안내하고, 이용자가 스스로 기사 및 댓글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28일 제휴 언론사 공지를 통해 “댓글 공간에서 이용자 반응이 급증하는 현상을 언론사가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기능을 29일부터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해당 기사에는 ‘이용자 반응이 급증한 댓글이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추가한다. 네이버는 비정상적으로 공감 혹은 비공감이 증가한 기사를 감지하면 최종 감지 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 내에 언론사에 이를 통보한다. 언론사는 감지 기사목록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의 댓글을 막거나 댓글 정렬을 공감순이 아니라 최신순으로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네이버는 향후 비정상적인 댓글 반응에 대한 감시 기준을 고도화하고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번 기능 신설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여론몰이 및 댓글 조작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유튜브 및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기사나 인터넷 게시물의 주소를 공유하며 특정 댓글의 추천 수가 급증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트래픽 급증이 발생하면 언론사에 즉시 알리고 이용자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오늘 유심 재고가 없습니다. 온라인 예약만 가능합니다.” 유심 무상교체가 시작된 28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의 SK텔레콤 대리점 앞은 유심을 교체하려는 20~30명의 대기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일찌감치 이 매장이 보유한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대리점 직원들은 지금 유심 재고가 없으니 온라인으로 예약하라는 안내를 반복했다. 이에 “아침부터 미리 안내를 했어야 하지 않나”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어떻게 교체하냐” 등 불만과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점심 시간을 쪼개 대리점 앞을 찾은 이모 씨(49)는 대기인원만 10만 명 넘게 몰린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페이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많이 올 걸 알았을 텐데 충분히 유심을 확보해 놓았어야 하지 않나. 불편하고 답답하다”며 “해킹사태 이후인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에서 내 개인정보가 다른 곳에서 활용됐다는 이메일도 왔었는데, 언제 유심을 바꿀 수 있다는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너무 오래 대기할 것을 우려해 번호표도 발급하는 매장들도 나왔다. 이처럼 매장을 방문해도 유심이 없어 허탕을 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온라인으로 유심교체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해 예약하면 고객이 방문 신청한 매장의 번호로 예약 확인 문자가 발송된다. 방문 예약 날짜에 맞춰 매장명, 매장 주소가 포함된 안내 문자가 별도로 발송될 예정이다. 교체 날짜 안내 문자는 예약 순서대로 고지된다. 그러나 예약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에는 언제 교체가 가능한지 날짜가 적혀있지 않았다. “유심 수급 상황에 따라 여러 날이 소요될 수 있으니 양해 부탁한다”고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가입자들은 오전 일찍 매장에 유심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줄을 서거나, 교체 가능 날짜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 접속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오픈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예약자들이 몰리며 접속장애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T월드 앱에는 접속자가 10만명 넘게 몰리며 접속이 지연됐다. 고객센터 역시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불통’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인 패스(PASS) 접속도 지연됐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 ‘엠세이퍼’ 공식 홈페이지에도 접속자 수가 급증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유심 재고 부족에 타 통신사에 SOS…교체에 수개월 전망도SK텔레콤은 이달 18일 해킹으로 인한 유심 정보 유출로 이날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현재 보유한 유심은 100만 개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과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 명을 합치면 교체 대상자가 모두 2500만 명에 달한다. 재고 부족에 따라 언제 유심 교체가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급한대로 SK텔레콤은 다른 통신사들에도 남는 유심 재고를 넘겨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유심 재고 확보 상황에 따라 유심 교체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만큼 유심 재고를 보유한 통신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SK텔레콤의 협조 요청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로밍 가입자들도 문제다. 유심보호서비스를 신청하려면 로밍 서비스를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떠났을 경우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고 국제전화요금을 비싸게 부담하거나, 출국 전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 교체를 하고 떠나야 한다.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 재고 부족으로 교체하지 못하면 유심보호서비스를 신청해 로밍서비스를 해지해야 하는 셈이다. SK텔레콤 측은 “로밍 가입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며 “다만 로밍 가입자도 기본적으로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 강화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는 ‘유심 대란’이 벌어지자 일단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먼저 권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불법 복제 유심을 통해 기존에 사용자가 쓰던 휴대전화 외에 다른 휴대전화 개통 시도가 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결제를 시도할 경우 즉시 이를 차단해 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보호서비스는 복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어서 유심 교체보다 더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에 가입했는데도)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100%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어떠한 유심 정보가 유출됐는지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일단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며 “유심이 부족해 제때 교체를 하지 못했다면 일단 유심보호서비스라도 가입해야 한다. 유심보호서비스가 100% 잘 작동을 한다면 유심 복제 등을 막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이참에 통신사 갈아타자’…스마트폰 판매보조금 경쟁 우려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SK텔레콤 가입자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SK텔레콤 가입자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128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가 385명이다. 일부 SK텔레콤 영업점에서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통신사에서 자사로 이동하는 고객에게 보조금을 추가 지급해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 S25 기본 모델을 현금 완납 기준 5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통법은 7월 말 폐지 예정으로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 위반 여부가 있을 경우 휴대전화 유통점에 대해 조사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하는 일부 대리점, 판매점들이 보유한 유심을 무상 교체 서비스에 이용하지 말고 최대한 판매 건 위주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SK텔레콤이 대리점 등에 영업인력을 보내 유심 교체에 쓰도록 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블루고스트는 지금까지 달에서 가장 긴 상업용 임무를 수행한 착륙선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런 족적을 남긴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올 1월 달 표면에 착륙해 임무 수행까지 무사히 마친 파이어플라이의 탐사선 블루고스트. 블루고스트는 달에 착륙해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초의 상업용 달 착륙선이다. 블루고스트보다 앞서 지난해 2월 달에 착륙한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착륙 이후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블루고스트 임무를 진두지휘한 제이슨 김 파이어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팀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민 2세대로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블루고스트 발사를 불과 4개월 앞둔 지난해 10월 파이어플라이로 영입돼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김 CEO는 “무엇보다 신뢰, 협력을 쌓고 혁신의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200도 이상의 일교차 견딘 블루고스트올해 1월 15일 발사된 블루고스트는 지난달 2일 달 앞면의 대형 분지 ‘마레 크리시움’에 무사히 착륙했다. 하지만 달 착륙은 임무의 시작에 불과했다. 지구와는 다른 혹독한 환경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블루고스트는 착륙 후 14일간 탐사선에 탑재된 10개의 과학연구 장비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며 임무를 완료했다. 김 CEO는 “낮과 밤 온도 차이가 200도 이상 나는 달의 환경을 블루고스트가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웠다”며 “한낮의 열기를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션이었다”고 전했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시간대에 달 표면은 110도까지 올라간다. 반면 해가 지는 밤이 찾아오면 달의 온도는 영하 135도까지 떨어진다. 그는 “이렇게 달의 표면이 뜨거울 때 임무를 수행했던 달 착륙선 임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매우 부족했다”며 “이번 블루고스트 임무로 다양한 (착륙선의) 재료가 열을 어떻게 유지하고 방출하는지에 대한 열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미래 로봇이나 유인 우주 임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화성’ 외쳐도 달 중요성 여전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우주 탐사의 무게 중심이 달에서 화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CEO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달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달은 태양계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화성에서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서식지를 실험하려면 반드시 달이 필요하다”며 “달에는 메탄, 희토류 금속과 같은 자원이 풍부하고, 이런 자원들은 화성 등 심(深)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탐사에 앞서 반드시 달 탐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학계와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이어플라이는 현재 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달과 화성 사이의 장거리 통신 중계를 위한 궤도 우주선 등 달과 화성을 잇는 다양한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CEO는 우주 산업 인재를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잃지 말고 우주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파일럿을 꿈꾸며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시력 문제로 한 차례 좌절을 겪었다. 이후 전기공학 학위를 따 7년간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미국 방위 기업인 노스롭 그루먼, 레이시언 테크놀로지, 보잉을 거쳐 현재 파이어플라이 CEO 자리까지 오게 됐다. 김 CEO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주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학이나 물리학뿐만 아니라 예술가, 커뮤니케이터, 정책 전문가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우주 산업에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연구소와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나선다. 원자력연은 아르곤연구소와 ‘소듐냉각고속로(SFR) 선진 모델링·시뮬레이션 및 검증 분야 핵심기술개발’ 공동 연구 사업을 24일 새롭게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SFR은 물이 아닌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 노형이다. 열효율과 안전성이 높아 핵심 차세대 원자로로 꼽힌다. 원자력연은 SFR 원자로 내부의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검증할 수 있는 실험 인프라인 ‘스텔라(STELLA)’를 보유하고 있어, SFR 내부의 열유동(열의 이동)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SFR 열유동 데이터가 부족하다. 양국은 공동 연구를 통해 상호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