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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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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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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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구리가 귀해졌다…왜 더 많이 캐내지 못할까?[딥다이브]

    인류 최초의 산업용 금속. 세계 경기 판단의 지표가 되는 원자재. 전기화의 대표적 금속.뭘 얘기하는지 아시겠죠. 바로 구리입니다. 구리 가격이 최근 t당 1만 달러를 다시 넘어서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13년 전 끝난 ‘슈퍼사이클’이 다시 시작될 거란 관측까지 나오는데요. 구리의 수요 공급 상황이 어떻길래 이런 전망이 힘을 얻는 걸까요. 오늘은 심상찮은 글로벌 구리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구릿값 연말 1만2000달러 전망“금세기 구리의 두 번째 장기 강세장이 시작됐다.” 씨티그룹의 원자재 분석가 맥시밀리언 레이튼의 주장입니다. 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3년 내 폭발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죠.“구리의 시대는 지금이다.” 지난 3월 골드만삭스의 이런 선언은 국제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겼는데요.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연말 구리 가격 목표치를 1만 달러에서 1만2000달러로 높여 잡았습니다. 내년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는 1만5000달러이고요.구리에 대한 관심이 정말 뜨겁습니다. 구리 가격은 이미 올해 들어 19.4%나 뛰었습니다.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종가는 1만219달러로, 역사상 최고점(2021년 5월 1만460달러)에 근접했죠.지금의 예사롭지 않은 구리 가격 상승세가 일부 전문가 얘기대로 새로운 슈퍼사이클의 전조일까요? 그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일단 슈퍼사이클이 어떤 건지 간단히 살펴보죠. 1900년대 이후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총 4번 있었고, 다음과 같습니다.①1915~1921년 : 1차 세계 대전의 군사 수요와 유럽의 전후 재건②1933~1937년 :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 &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재무장③1949~1957년 :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과 유럽의 재건과 산업화④2001~2011년 :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인프라 수요 폭발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지속적으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은 제약되면서 가격 상승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것을 뜻하는데요. 그동안의 슈퍼사이클은 주로 전쟁과 재건,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그 주기나 기간은 들쑥날쑥했고, 예측하기도 어려웠죠. 이중 중국 경제가 주도한 마지막 슈퍼사이클이 가장 크고 강하고 길었는데요. 이 기간 구리 가격은 t당 13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철광석은 t당 12달러에서 187달러, 석유는 배럴당 25달러에서 100달러로 뛰었습니다.마지막 슈퍼사이클이 끝난 뒤, 구리 가격은 경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세계 경기 흐름을 워낙 민감하게 반영해서 ‘닥터 코퍼(경기를 알려주는 구리 박사)’라고 불릴 정도였죠.그런데 요즘 닥터 코퍼가 이상합니다. 글로벌 성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가격이 급등합니다. 가장 큰 구리 수요처인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처음엔 이러다 말겠지라고 봤던 전문가들도 이제 ‘왜 구리 가격이 구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가’를 이야기합니다. 그 결론을 요약하자면 이겁니다. 구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공급 확대는 지정학적·환경적·경제적·기술적 문제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구리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점점 커질 겁니다.수요 : 전기화와 AI 기술 개발구리는 전기와 열이 잘 통하고(전도성), 가공하기 쉬운데다(연성), 부식에도 강한(내식성) 금속입니다. 게다가 금이나 은처럼 비싸지도 않죠. 건물 배관부터 모터 코일까지, 다양한 곳에 구리가 쓰이는 이유인데요.가뜩이나 쓰임새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수요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습니다. 한두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말이죠.①탈탄소화와 전기화=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구리는 전기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금속이죠. 예컨대 고급 전기차 1대엔 약 78㎏의 구리가 쓰입니다(휘발유 차량은 22㎏). 해상풍력은 같은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보다 약 3배 많은 구리를 사용하죠. 풍력터빈과 태양전지, 모두 구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알루미늄도 전도체이긴 하지만 전도성이 구리의 65%밖에 되지 않아, 모터 코일로는 쓸 수 없다는군요.어스리소스인베스트먼트의 CEO인 요아힘 베레자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정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인류 이전 역사 전체에서 쓴 것과 거의 같은 양의 구리가 필요합니다.”원자재 컨설팅기업 우드매켄지의 전망도 참고할 만한데요. 구리 수요에서 녹색 부문(신재생에너지+전기차)의 비중이 앞으로 10년 동안 두배로 커지면서(8%→16%), 2033년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은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3200만t이 될 거라고 합니다.②전력 인프라 투자와 AI 기술개발=현재 구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전력입니다. 변압기와 전선 모두 구리가 꼭 필요하죠. 미국 정부는 지난해 노후된 전력망 강화에 사상 최대 규모인 4조7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유럽(독일-영국 해저케이블 연결 등)과 중동(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역시 이미 대규모 전력망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죠. 또 급격한 도시화(향후 20년 동안 수억명이 도시로 이주 예정)로 인프라투자가 가속화하는 인도·동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전력 인프라 투자 붐이 이어지는데요.얼마 전 여기에 AI 기술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붐까지 가세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것 있죠(). 이 역시 구리 수요가 추가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래 지속된 GPU 가뭄은 기본적으로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에너지 제약(전력 부족)이 IT산업의 다음 병목현상이 될 것입니다.”공급 : 캐내기가 너무 어려운 구리구리 수요가 아무리 급증해도 공급이 이를 따라올 수만 있다면 가격은 뛰지 않을 겁니다. 전기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3대 금속이 구리·리튬·니켈인데요. 구리와 달리 리튬과 니켈 가격은 지난 1년간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한 탓도 있지만, 리튬과 니켈 광산 개발이 지난 몇 년 동안 워낙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공급이 너무 빨리 증가해버렸기 때문이죠.그런데 구리는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국제구리연구그룹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은 고작 연평균 2.1% 늘어나는 데 그쳤고요. 올해는 더 낮은 0.5% 증가에 그칠 거란 전망입니다. 수요는 뛰는데 공급은 제자리인 셈입니다. 바로 이 점, 즉 공급을 크게 늘리기가 어렵다는 게 구리가 특별한 이유인데요.혹시 구리 매장량이 고갈됐느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류는 7억 미터톤의 구리를 캐냈고요. 땅에 묻혀있는 것으로 확인된 매장량은 21억 미터톤에 달합니다. 또 발견되지 않은 채 묻힌 구리도 약 35억 미터톤으로 추정되고요. 구리는 재활용이 매우 쉬운 금속이기 때문에(무한 재활용 가능), 인류는 아직 땅속에 구리를 많이 남겨놨습니다.문제는 이걸 캐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기술과 비용, 그리고 사회·환경 측면 모두에서 말이죠.① 기술과 비용 문제광산에서 구리 광석을 캐낸다고 그게 반짝반짝한 구리 덩어리는 아니죠. 구리 광석엔 아주 적은 양의 구리만 포함돼 있습니다. 10년 전엔 상위 15개 구리광산의 경우 이 비율(광석등급)이 평균 1.2%였는데요. 이젠 0.72%로 떨어졌습니다. 등급이 낮다는 건 같은 양의 구리를 얻는 데 더 많은 광석이 필요하단 뜻이죠. 광산이 전보다 훨씬 커져야 하는 겁니다. 인력도 돈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죠.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의 경우를 볼까요. 세계 최대 규모 노천 구리광산 지대인 추키카마타는 100년 전부터 구리 채굴을 해온 곳인데요. 지표면엔 이제 수익성 있는 광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20년 전 칠레 국영 광산회사 코델코가 현대적인 지하광산 건설하기로 계획을 세운 이유이죠. 노천 채굴장 바로 아래에 90마일이 넘는 지하터널을 건설하는 계획이었는데요. 처음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총 70억 달러가 투자된 지하광산은 2019년 개장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예측한 생산량에 도달하는 건 2030년에나 가능하죠. 뚫기엔 너무 단단한 바위와 붕괴, 설계 수정과 컨베이어 벨트의 결함 등. 너무 많은 장벽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델코의 맥시모 마체코 회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지하채굴 기술의 최전선에 있다”면서 지하 구리광산 프로젝트의 복잡성을 강조합니다. 칠레 구리·광업연구센터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1t의 구리를 생산하는 데 드는 투자비는 2006년 이후 5배로 뛰었습니다.② 인허가와 환경 문제물론 구리 광산이 큰돈이 된다는 확신만 있으면 투자비가 늘어나도 기업은 뛰어들 겁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인허가에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죠.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구리 광산을 새로 발견해서 실제 금속을 캐내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4년입니다. 석유 유전이 보통 5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절차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구리 채굴은 대량의 폐기물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이 매우 큽니다. 특히 주변 물이 산성화돼서 독성을 띠게 되면 큰 재앙이 아닐 수 없죠. 지난해 1월 칠레 정부는 펭귄보호구역 인근에서 추진 되던 구리 광산 프로젝트를 수년간 이어진 논란 끝에 결국 거부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파나마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와 위헌소송 끝에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인 ‘코브레 파나마’ 폐쇄를 결정했죠. 전 세계 공급량의 1.8%(40만t)가 사라진 겁니다.이런 이유로 광산 공룡 기업은 새 구리광산 개발에 나서는 대신 기존 광산 인수에 열을 올립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는 2022년 12월 몽골 구리광산을 소유한 터콰이즈힐리소스를 33억 달러에 인수했고요. 세계 최대 광산기업 호주 BHP는 지난해 5월 호주 구리광산을 보유한 오즈미네랄즈를 64억 달러에 인수했죠. 최근 BHP는 구리 생산량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 영국 107년 역사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는데요(현재 BHP는 구리 생산량 3위, 앵글로아메리칸은 6위). 다만 BHP가 한차례 인수가를 올렸는데도(58조원) 퇴짜를 맞은 상태입니다.구리 부족 해결법은 바다?구리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구리 공급은 정체됐습니다. 심각한 구리 공급부족 사태가 임박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5만4000t, 내년엔 46만7000t의 공급 부족을 예상했고요.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31년이면 구리 공급 부족 규모가 650만t에 달할 걸로 예측합니다. 공급이 예상 수요량(2031년 3660만t)의 82%밖에 되지 않을 거란 우울한 전망이죠.조만간 현실화할 구리 공급부족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블룸버그는 구리를 더 많이 재활용하고(현재 구리 재활용 비율은 30% 이상), 구리를 덜 쓰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테슬라 사이버트럭은 포드 F-150 라이트닝보다 구리를 40% 적게 사용), 원광석에서 구리를 더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혁신적인 정제기술 개발)고 강조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것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심해채굴.바다 밑엔 육지의 모든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구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죠. 다만 심해채굴이 과연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은데요.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정부의 심해채굴 프로젝트를 승인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당장 채굴에 나선다는 뜻은 아니고, 일단 상업적 탐사부터 허용한 거긴 한데요. 노르웨이 대륙붕 해저엔 구리뿐 아니라 아연, 망간, 코발트 풍부하다고 하죠. 석유부국 노르웨이가 구리까지 얻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도, 붉은 금속을 향한 인류의 욕망이 걱정스럽습니다. By.딥다이브그동안 전기화로 구리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전해드렸는데요(). 지금의 가격 상승세를 이해하려면 공급 측면이 매두 중요해서, 이 부분을 좀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1만 달러를 돌파하며 무섭게 뛰는 구릿값. 과연 구리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는 걸까요. 마지막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2011년 끝났습니다.-구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데다, 각 국이 전력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도 한몫 합니다.-공급은 정체돼있습니다. 구리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좀처럼 채굴이 팍팍 늘지 않습니다. 수익성 좋은 구리 광석이 이미 사라지면서 더 깊고 큰 구리 광산이 필요하다보니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환경 이슈로 개발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것도 새 광산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땅에서 구리 캐내기가 어렵다면 혹시 바다 밑을 파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정부는 이런 심해채굴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올해 안에 탐사가 시작된다는군요.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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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핏의 선택’ 보험사 처브, 주가 4.7% 급등[딥다이브]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장중 4만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썼습니다. 다만 장 막판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지수는 소폭 하락 마감했죠. 1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0%, S&P500 0.21%, 나스닥지수는 0.26%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블루칩을 모은 다우지수가 3만선을 돌파했던 건 2020년 11월.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이 알려졌던 시기였는데요. 그로부터 3년 6개월 만에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전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죠. 코메리카웰스매니지먼트의 존 린치 CIO는 “이번 성과는 자본 형성, 혁신, 이익 성장, 경제 회복력의 힘을 입증한다”면서 “최근 기술적 모멘텀과 수익, 금리 등의 강점은 단기적인 추가 상승을 시사한다”고 말합니다.이날 다우지수의 신기록에 크게 기여한 종목은 월마트입니다. 예상보다 강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6.99% 급등했죠. 1분기 매출(1615억 달러)과 동일 점포 매출 증가율(3.8%), 주당순이익(EPS, 0.60달러) 모두 월가의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더그 맥밀런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이것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가 인상이 아닌 거래 건수와 시장 점유율 증가가 강력한 실적의 원동력이란 뜻이죠.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진 소비자들이 일반상품보다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홈디포나 타겟 같은 경쟁업체 판매는 위축되고, 식료품에 강점이 있는 월마트가 이익을 얻고 있죠. 월마트는 더 많은 가격 할인과 신제품 출시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900개 이상 매장을 리모델링한다는 계획도 밝혔죠.또 눈에 띄는 종목은 스위스 손해보험사 처브입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67억 달러(약 9조원)어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날 주가가 4.71% 상승했습니다. 이로써 처브는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 중 9번째로 비중이 큰 종목이 되었다고 합니다.처브는 세계 최대의 상장 손해보험사이죠. 보험사는 버핏이 투자하기 좋아하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특히 처브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1.3배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게 투자 이유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버크셔해서웨이는 2개 분기 넘게 처브 지분 투자 사실을 비밀로 유지해왔다가 이번에 공개했습니다.애플, 셰브론, 파라마운트글로벌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일부 매각한 종목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중 파라마운트는 버크셔가 약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매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버핏은 이달 초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그것(파라마운트)을 모두 팔았고 꽤 많은 돈을 잃었다”면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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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잡는 인플레… 美유권자 80% “물가 불만” 바이든 재선 먹구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실시한 미국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를 이렇게 전했다. 조사 결과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58%), ‘바이든 정책이 경제를 해친다’(49%) 등 경제에 대한 나쁜 평가가 많았는데,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인플레이션이었다.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대한 답변으로 ‘물가 상승’이 8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요즘 미국 경제는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단속 못 해 정권이 흔들리는 사례가 지금 미국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은 월가 예상치보다 높은 0.5%(전월 대비)로 집계됐다.● 바이든 인플레, 카터 이후 최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치만 보면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다. 2022년 한때 9%를 웃돌던 물가상승률이 최근엔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에 더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가 상승 속도보다는 ‘절대 가격이 높냐 낮냐’가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현재 미국 물가 수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20년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그가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3년 동안 가격 변화를 보면 △임대료 19.5% △중고차·트럭·육류 20% △레스토랑·식료품 21% △항공료 23.5% △전기료 28% △가스 34.6% △계란 37.4% △자동차보험료 44% 등 생활물가의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8명의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물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연평균 5.5%로, 지미 카터(10.3%)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1.2%),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1.9%) 때는 저물가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현 정부 들어서 물가가 용수철처럼 크게 튀어 오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악명이 높았던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WSJ는 “유권자들은 로널드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6번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에 익숙해졌다가 바이든 정권하에서 갑자기 물가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비록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다소 내려왔지만 국민들 사이에 고물가에 대한 잔상이 워낙 강렬히 남아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경제가 다시 회복되더라도 이를 국민이 인식하게 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구호를 앞세워 조지 부시를 꺾고 승리했는데, 실제로는 선거 1년 전부터 이미 미국 경기는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중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잡기 실패하면 선거 필패” 인플레이션이 정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많다. 미국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분석에 따르면 1970년부터 전 세계에서 발생한 57건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된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특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일어난 지 2년 안에 선거가 일어났을 땐 4번 중 3번꼴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유라시아그룹의 로버트 칸 이사는 “인플레이션은 (현 정권이) 좌파냐 우파냐와 상관없이 현재 권력을 잡은 사람을 벌한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골스턴 선임연구원도 “일시적이든 구조적이든 인플레이션은 ‘나쁜 정치’”라며 “대중은 자신의 최고 관심사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의 물가 흐름은 앞으로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대세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언제든지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역시 저가 중국산의 수입을 막아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대선의 승부를 가를 접전지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애리조나와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졌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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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가 바이든 잡겠네…정권 흔드는 인플레이션[딥다이브]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습니다. 국민들은 성장 못 하는 것은 용서해도, 인플레이션을 못 막으면 분노할 겁니다.”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경제학자가 했던 조언입니다. 그리고 그 경고가 이번 총선에선 현실로 다가왔는데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콜롬비아·브라질·아르헨티나·폴란드·파나마 등, 여러 나라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정권이 바뀌기까지 했죠.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어떨까요? 경제는 호황이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오늘은 인플레이션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바이든 경제정책 점수가 낮은 이유‘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실시한 미국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를 이렇게 전합니다. 바이든 경제정책에 반대한다(58%), 바이든 정책이 경제를 해친다(49%)는 응답 비중이 모두 전달보다 높아졌는데요. 이들 응답자에게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단연 물가상승(80%)이었습니다. 참고로 ‘경제를 누가 더 잘 다루느냐’는 질문에선 줄곧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앞서고 있죠(5월 조사에선 트럼프 41% 바이든 35%).참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높은 경제성장률, 역대급으로 낮은 실업률, 사상 최고를 경신 중인 주식시장. 지표상으로 미국 경제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호황을 구가하고 있거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첫 3년 데이터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지표로 봤을 때 바이든 취임 이후 미국 경제는 강하게 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자리를 엄청나게 창출해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성과를 좀처럼 알아주지 않죠. 도대체 왜 유권자가 생각하는 경제 상황은 실제 경제지표와 다를까요.이와 관련해 각종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가장 흔한 건 언론 탓이란 겁니다.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보도가 늘어난 게 소비자들이 ‘경제가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인데요. 다만 그 인과관계는 불분명합니다. 이를 연구한 브루킹스연구소의 밴 해리스는 이렇게 묻습니다. “소비자들은 뉴스 때문에 경제에 대해 더 부정적입니까? 아니면 뉴스가 소비자의 믿음에 맞춰 더 부정적인 이야기를 보도하고 있습니까?” 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또 다른 분석은 원래 경제가 다시 좋아져도 이를 국민이 인식하게 되는 데는 원래 시간 차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임했던 1990년 7월 시작된 경제불황은 1991년 봄 공식적으로 끝났는데요. 그런데도 빌 클린턴은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표어를 앞세워 부시를 꺾고 승리했죠. 실제로는 18개월 전 이미 미국 경제는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중이었는데도 말이죠.인플레이션이란 나쁜 정치그리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이게 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란 겁니다. 아무리 경제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좋아도, 물가를 잡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건데요. 앞에서 언급했던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과 같은 이야기입니다.미국 인플레이션은 이제 잡히지 않았느냐고요? 그렇긴 하죠. 2022년 한때 9%를 웃돌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엔 3%대로 안정됐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게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에 반응합니다. 물가 상승 속도(빨리 오르느냐 천천히 오르느냐)보다는 절대 가격(가격이 높냐 낮냐)이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더 중요한 거죠.아무리 인플레이션이 둔화해도,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는 한 가격은 계속 오릅니다. 물가상승률이 3%이든 1%이든, 소비자에 와닿는 건 ‘2020년보다 지금 물가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3년 동안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이 정도 올랐습니다. 임대료 19.5%, 중고차·트럭·육류는 20%, 레스토랑과 식료품 21%, 항공료 23.5%, 전기료 28%, 가스 34.6%, 계란은 37.4%, 자동차 보험료 44%.바이든 정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실업률 4% 미만을 기록했죠. 고용에 있어서는 빛나는 성과를 자랑하는데요. 유권자들은 경제를 평가할 때 실업률보다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건 비합리적인 걸까요?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은 이자율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이고요. 무엇보다 실업과 달리 모든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보통 사람들에게 무역수지는 뉴스에나 나오는 수치이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실직한 사람이 아닌 한 큰 의미 없죠. GDP 성장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상황은 GDP 성장률에 반영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다릅니다. 그 변화를 누구나 바로 알아차릴 수 있죠. 정부 통계 발표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장 볼 때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달라진 가격표를 확인하고 이렇게 반응하죠. “가격이 왜 이래?”특히 가격이 오른 제품이 식료품이라면 그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식료품·휘발유처럼 자주 사는 물건 가격은 아주 잘 기억합니다. 대신 작년에 산 세탁기나 침대 가격은 잊어버리죠. 미국에서 가구·가전제품 같은 고가품 가격이 하락세이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 뛰었다’고 여기는 이유입니다. 햄버거나 과자, 과일을 사는 데 전보다 더 많은 돈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그 가격이 당분간 떨어질 것 같지도 않죠.물론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같은 문제가 겹친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네덜란드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정부가 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유권자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경제학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물가도 덩달아 오르면 이를 ‘좋은 인플레이션(또는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를 두고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갈스턴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제학과 달리) 정치학에선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는 게 훨씬 더 명확합니다. 일시적이든 구조적이든 인플레이션은 ‘나쁜 정치’입니다. 대중은 자신의 최고 관심사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을 용서하지 못합니다.”물가 충격과 정권 교체그럼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정권이 바뀌냐고요? 역사적으로 볼 때 다 그런 건 아니지만(예-지난해 튀르키예 대선), 그럴 확률이 높아집니다. 미국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로버트 칸 이사에 따르면 말이죠. 197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57건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된 비율은 58%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일어난 지 2년 안에 선거가 일어났을 땐 4번 중 3번꼴로 정권교체가 일어났죠. 그는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은 (현 정권이) 좌파이냐 우파이냐와 상관없이 현재 권력을 잡은 사람을 벌합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사설에서 지적한 것도 바로 이 점인데요. 미국의 최근 8명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소비자물가상승률 그래프를 제시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평균 5.5%로, 인플레이션으로 악명 높았던 지미 카터 대통령(10.3%) 다음 2위에 해당하죠. 아시다시피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WSJ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민주당원들은 1984년 재선에 성공한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평균 (인플레이션) 5.1%를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과거(이전 정부)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 유권자들은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6번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바이든 정권하에서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급등했습니다.”누가 이겨도 물가는 불안하다좀 더 긴 역사를 보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도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데 특별히 나아 보이진 않습니다. 1953~2020년(아이젠하워부터 트럼프까지)을 비교하면 민주당 정권은 평균 인플레이션이 3.35%, 공화당은 3.5%로 도긴개긴이니까요.11월 대선을 앞두고 양당이 내놓은 정책은 어떨까요. 일단 바이든 정부는 대기업과 최상위 부자들에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겠다는 부자증세를 주장하죠. 이것만 보면 ‘증세→재정 적자 축소→통화량 감소→인플레이션 둔화’라는 공식엔 들어맞긴 한데요. 문제는 동시에 대중국 관세 인상도 추진 중이라는 겁니다.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지난달 3배 인상하도록(7.5%→25%)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데 이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관세 인상 계획도 14일 발표할 텐데요. 중국 견제와 자국 제조업 육성이란 취지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건 뻔합니다.트럼프 후보는 아예 중국뿐 아니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공약하며 한술 더 뜨는데요. 아울러 “바이든의 세금 인상 정책을 대신해 중산층·상위층·하위층·비즈니스 계층에 대규모 감세를 하겠다”며 전 계층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면서 세금을 낮춰 경제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겠다니, 영 앞뒤가 맞진 않네요.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훗날은 생각하지 않고 화끈한 정책을 내놓는 거야 흔한 일이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되레 경제를 쑥대밭으로 내놓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있는데요.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인플레이션에 대응한다며 경제의 모든 물가와 임금을 90일 동안 동결하는 무지막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언론과 경제학계는 기절했지만, 여론조사에서 75%가 이를 찬성했고 단기간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죠. 이듬해 대선에서 닉슨 대통령은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는데요. 이후 미국 경제는 전대미문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에 처하며 가라앉습니다. 미국 정치가 역사에서 배워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진 않기를 바랍니다. By.딥다이브인플레이션은 힘이 참 셉니다.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유권자 여론을 뒤흔들고, 정권을 위협하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물가 기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경제정책에 반대한다는 유권자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호황인데도, 바이든은 경제에 있어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그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있습니다. 실업률이나 GDP 성장률과 달리 인플레이션은 누구나 생활 속에서 바로 느낄 수 있는 경제지표입니다. 전 국민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히 강력합니다. 물가 상승률(오르는 속도)보다는 물가 수준 자체가 중요합니다. -인플레이션 쇼크는 종종 정권교체로 이어집니다. 최근 8명의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 중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은 초조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을 단숨에 잡을 화끈한 정책은 없어 보입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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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밈 주식의 부활? 게임스톱 주가 74% 폭등[딥다이브]

    물가지수 발표를 앞둔 뉴욕증시가 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13일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21%, 0.02% 하락했고요. 나스닥 지수는 0.29%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번 주 월가의 관심은 15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온통 쏠립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4월 CPI 상승률이 3.4%로, 3월(3.5%)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1~3월 CPI는 계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주식시장을 긴장시켰는데요. 이번에 전망에 부합하는 수치가 나온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며 안도할 겁니다. 물론 또다시 전망치를 웃돌면 시장엔 부담으로 작용하겠죠. 포트피트 캐피탈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댄 아이는 WSJ에 “우리는 모두 관망 모드에 있다. CPI 보고서를 앞두고 큰 베팅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날 증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종목은 게임스톱입니다. ‘밈 주식’ 본색을 되찾은 게임스톱 주가가 이날 74.4% 급등했습니다. 2021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인데요. 또 다른 밈 주식 AMC엔터테인먼트는 78%, 허츠글로벌 12%, 플로그파워는 13% 상승을 기록했습니다.밈 주식 열풍이 다시 분 건 이날 주식트레이더 키스 질이 3년 넘게 잠자고 있던 자신의 X 계정 ‘로어링 키티’에 다시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키스 질은 2021년 1월 일어난 게임스톱 사태를 주도한 인물이죠. 게임스톱 주식은 당시 2주 동안 21배나 급등했고, 이에 공매도 세력은 파산에 이르기까지 했는데요. 그가 새로 올린 밈(의자에 앉은 채 자세를 고치는 남자 이미지)이 신호라고 본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밈 주식의 성지’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은 이날 ‘가즈아’를 외치는 댓글들로 들썩거렸는데요. B라일리웰스의 수석시장전략가 아트 호건은 “로어링 키티가 오늘 (게임스톱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킨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면서 “이 현상에 참여한 사람들을 투자자로 규정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뜨는 기업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거죠.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은 지난해 4분기에 시장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매장 수는 줄어들고 있고, 인력도 감축 추세인데요. 이날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은 93억 달러로 불어났지만 2021년 최고치인 370억 달러엔 여전히 한참 못 미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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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자 때문에 살 집이 없다고? 대이민 시대와 주택 위기[딥다이브]

    유학도, 해외 취업도 앞으론 한층 어려워질지 모르겠습니다. 캐나다·호주 같은 ‘이민자의 나라’가 이주민을 위한 문을 빠르게 닫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2년 간 이어진 전례 없는 ‘이민 붐’의 반작용인데요. 그 배경엔 공통적으로 심각한 주택난이 있습니다.이민 문제와 관련해 딥다이브에선, 소식을 전해드린 적 있죠. 어쩌다 보니 이민 이야기를 연속으로 전하게 되는데요. 이번엔 대이민 시대와 주택 위기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호주 : 순이민 절반으로 줄인다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 호주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타이틀이죠. 그도 그럴 게 호주는 2000년대 들어서만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60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습니다. 호주는 오랫동안 새로 온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나라였습니다.하지만 호주의 포용력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폭발적으로 이민자 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6월까지 1년 동안의 호주 순이민자 수는 51만8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죠. 수도인 캔버라 인구(약 40만명)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도착한 겁니다.문제는 이민자 급증이 주택위기와 동시에 일어났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살 집이 없어 노숙자가 급증한 호주의 임대주택 위기를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상황은 그때보다 악화됐습니다. 4월 호주의 전국 평균 주택임대료는 1년 전보다 8.5% 오른 주당 627달러(56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코로나 시작점인 2020년 3월과 비교하면 50%가량 뛴 겁니다. 동시에 임대주택 공실률은 사상 최저(1.0%) 수준이죠. 과장이 아니라 직업이 있어도 살 집을 구하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몰려드는 이민자는 최악 임대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죠.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중도 좌파인 노동당 정부마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순이민자를 2025년까지 지난해의 절반인 25만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합니다. 호주 정부가 이민자 감축 목표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요.이어 새로운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기술이민과 관련해 점수 테스트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나이·영어능력·학력·경력을 종합해 점수화), 유학생 비자의 영어점수와 재정능력 기준을 높이는 겁니다.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저숙련 기술자나 초보 수준 강좌를 듣는 외국인 수강생은 이제 받지 않겠다는 거죠.클레어 오닐 호주 내무장관은 지난달 성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이민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호주에 적합한 더 작고, 더 잘 계획되고, 더 전략적인 이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민을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전염병을 제외하면 호주 역사상 이민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하는 시기가 될 겁니다.”캐나다 : 임시 이주민 50만명 감축이민 급증과 극심한 주택난이란 면에서 캐나다는 호주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캐나다엔 지난해 100만명 넘는 이민자가 정착했습니다. 순이민자 수만 보면 미국의 3분의 1이지만, 인구 1000명당 이주민 수를 비교하면 미국의 3배(미국 10명, 캐나다 32명)에 달하죠. 캐나다의 지난해 인구증가율은 무려 3.2%. 1957년(3.3%) 이후 최고를 기록했는데요.동시에 임대료는 매우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3월 캐나다 임대료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5%나 뛰었는데요. 무려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2020년 2월 한 달에 1900캐나다달러였던 밴쿠버 원베드룸의 평균 임대료가 이젠 2700달러(약 270만원)로 치솟았습니다.‘이민자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이민 친화 국가로 유명하던 캐나다에서 이렇게까지 급격히 이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데요. 특히 쥐스탱 트뤼도 총리 취임 뒤 인구 고령화 대책으로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춘 게 문제라는 비판이 커집니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지난 3월 이민 억제 계획을 발표합니다. 영주권 없는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같은 임시이민자 수를 2026년까지 현재보다 20% 줄이겠다는 목표입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무는 임시이민자는 250만명이 넘는데, 이를 50만명 넘게 감축하겠다는 거죠.새 정책에 따르면 이제 캐나다 기업은 왜 캐나다인이 아닌 비영주권자를 고용하는지 이유를 일일이 소명해야 합니다. 유학생은 최소 2만635달러(약 2060만원)을 보유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요.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캐나다 인구증가율은 연 1% 수준으로 줄어들 거라는데요. 이에 대해 몬트리올은행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카프치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영향으로 임대료와 주택 압력이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우리가 보게 될 금리도 내려갈 겁니다.영국 : 부양가족 못 데려온다영국이 호주·캐나다처럼 이민자 물결로 골치라는 건 좀 아이러니합니다. 이민을 억제하겠다며 EU에서 탈퇴(브렉시트)까지 했는데, 되레 2022년과 2023년 순이민자 수는 브렉시트 투표(2016년) 이전의 2배 가까이로 늘었기 때문인데요. EU 국가 대신 인도·나이지리아·중국(홍콩 포함) 출신 이민자가 급증했다고 하죠.올해 연말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민자 급증은 집권당에 큰 부담입니다. ‘지속 불가능한 대량 이민이 주택난을 악화시킨다’는 야당의 공격이 거센데요. 특히 지난해 임대료가 9.3%나 급등하면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통계청의 인구 추정치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죠. 이런 추세대로 이민이 늘면 현재 6700만명인 영국 인구가 2026년에 7000만명, 2036년엔 7400만명으로 불어날 거란 전망입니다.이에 영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비자발급 요건을 대폭 높여 이민자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기술비자 소득 기준을 50%나 높이고, 외국인 학생과 간병인이 부양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오지 못하게 했죠. 최근 영국 내무부는 실제 비자 발급 건수가 올해 들어 “현저히 감소”했다며 “합법 이주를 역대 최대규모로 줄인다는 약속”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찬하는데요. 당장 유학생 급감으로 울상인 영국 대학들은 “경제적 자해 행위”라고 반발하지만, 정부 기조가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제임스 클레버리 내무 장관은 “이민을 줄이려는 우리 계획은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남아있다”고 말했죠.이민과 집값 상관관계는?종합하자면 주요 선진국의 기록적인 이민 붐이 주택위기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여론 악화에 직면한 정부는 부랴부랴 이민 억제책을 내놓기 바쁩니다. 이제 누가 더 이민을 많이 줄이나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한 느낌인데요.임대료 급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이게 다 이민자 때문’이란 말은 귀에 쏙쏙 박히기 마련입니다. 보통 이민 온 사람은 바로 집을 사기보다는 임차로 한동안 지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대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좀 따져봅시다. 지금 임대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결정적 원인이 정말 이민일까요. 이민을 막으면 이 지긋지긋한 주택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호주 학생숙소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임대 위기에서 유학생 역할에 대한 통념 깨기’)는 간단한 통계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반박합니다. 호주에서 임대료가 치솟고 공실률이 급감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로 유학생 유입이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던 2020년부터라는 거죠. 팬데믹 당시 국경을 폐쇄했던 호주가 이민자에 완전히 다시 문을 연 건 2022년. 그 2년 전부터 임대주택 위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정부 규제, 건설비용 상승, 주택공급 지연, 공공임대 주택 부족, 높은 금리 등. 각종 요인으로 누적된 공급난이 주택위기의 진짜 원인으로 꼽히죠.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대부분 국가(한국 포함) 주택시장이 겪고 있는 공급부족 상황과 결국 원인은 같습니다.호주 주택·도시연구소의 마이클 포더링햄 소장도 비슷한 의견인데요. “비자요건 변경은 우리 임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시장의 틈새 부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순이민을 절반이 아니라 아예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합니다.또 이들 선진국의 문제 중 하나는 주택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노동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겁니다. 주택난 타개를 위해 집을 더 지어야 하는데, 이민자 없이 어떻게 그 많은 집을 지을까요? 이 때문에 캐나다 정부는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제한하면서도 건설 부문은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반이민으로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게 모순되는 이유이죠.임대료와는 달리 이민자 급증이 이들 선진국 집값을 끌어올리진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호주에서 주택가격은 지난해 하락하다 다시 올라, 현재는 2022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요. 캐나다·영국에선 2022년 정점과 비교해 집값이 오히려 하락한 상태입니다. 결국 이민보다는 금리가 집값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알 수 있죠.이민 유입이 주택가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립니다. 이민으로 영국 인구가 1% 증가하면 집값이 1% 오른다는 연구결과(영국 이주자문위원회, 2018년)가 유명한데요. 동시에 이민자가 1% 증가하면 그 지역 집값이 1.7% 내린다는 논문(필리파 사 킹스칼리지대학 교수, 2014년)도 있습니다. 이민자가 늘면 고소득자들이 그 지역을 떠나기 때문이죠. 이를 종합한 옥스퍼드대 이민관측소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이민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집값이 이민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큽니다. 따라서 집값과 이민 사이의 인과관계 규명은 어려운 일입니다.”물론 그렇다 해도 ‘주택대란은 이민자 탓’이란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30년 넘게 이민을 연구한 헤인 더 하스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이를 “전형적인 희생양 정치”라고 잘라 말하죠. 영국의 작가 케난 말릭이 가디언에 쓴 칼럼 한 대목을 전합니다. “영국 노동자들이 영국 주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줄 서서 기다리는 이민자 때문이 아니라 당국이 충분한 주택을 건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자들이 공공주택에 ‘홍수처럼’ 몰려들어 영국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한다는 건 정치인·전문가·학자들이 만들어낸 신화입니다.” 물론 신화란 원래 깨기가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By.딥다이브‘이민 없인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이민자는 싫다’는 심리. 솔직히 이해도 됩니다. 문제를 키우는 건 이를 이용해 본질(주택 정책 실패)을 은폐하는 정치인들일지도.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례 없는 ‘이민 붐’을 겪던 캐나다, 호주, 영국이 이민자를 위한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역대급 이민자 유입과 엄청난 임대료 인상이 동시에 닥쳤는데요. 주택위기로 인해 이민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정치권은 여론을 달래기 위해 서둘러 이민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비자를 내주는 기준을 대폭 올리거나, 부양가족을 데려오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반이민’을 외쳐야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입니다.-따져보면 주택위기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이민 수요보다는 누적된 주택공급 부족이 결정적이죠. 이민을 틀어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다 이민자 탓’이란 주장은 계속될 겁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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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자 늘면 금리 내릴까? 뉴욕증시 상승 마감[딥다이브]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거란 희망이 살아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85%, S&P500 0.51%, 나스닥지수 0.27% 상승했는데요. 다우지수는 7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고, S&P500은 다시 5200선을 돌파했습니다.이날 시장을 들뜨게 만든 건 새로 나온 주간 실업수당 청구데이터였습니다. 5월 4일로 끝나는 한 주 동안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1000건으로 집계됐는데요. 2023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겁니다.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죠.실업자가 늘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은 반색했습니다. 고용시장이 식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입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67.9%로 높여 잡았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게임회사 로블록스입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무려 22%나 급락했죠. 1분기 매출 자체는 양호했는데요.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월가 전망치보다 낮은 8억7000만~9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시장이 크게 실망했습니다. 데이비드 바수츠키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플랫폼의 일반 사용자 수가 계속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1분기엔 예상보다 적은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전반에 걸쳐 게임 기업들은 팬데믹 때보다 플레이어 참여가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죠. 로블록스는 이달 초부터 게임 내부에 광고를 배치하며 매출 성장을 꾀하고 있는데요. 광고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또 다른 종목은 에어비앤비입니다. 역시 1분기 실적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다소 약한 2분기 매출 가이던스(26억8000만~27억400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주가가 6.87% 하락 마감했죠. 회사 측은 부활절이 3월이었던 것과 환율 역풍을 2분기 부진의 이유로 꼽았는데요. 전반적으로 팬데믹이 끝난 직후의 여행 붐이 다시 정상화되면서 숙박 예약 건수 성장률이 둔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파리 올림픽, 독일 유로컵이 여행수요를 촉진할 3분기엔 매출 성장이 다시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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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한애란]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 잡아먹는 시대

    지난주 고전하던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15% 급등한 적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이라 부르는 자율주행 기능을 중국에서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것이 테슬라 실적에 얼마나 큰 호재인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대신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이거다. 중국 전기차는 이제 자율주행 시대로 넘어간다.테슬라에 기대하는 메기 효과 자율주행 기술 강자인 테슬라에 중국 시장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왜 테슬라에 선선히 자기네 시장을 내주려 할까. 테슬라라는 대형 메기를 연못에 던져서 다른 물고기들(중국 전기차 제조사)이 더 빨리 헤엄치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테슬라 메기 효과 덕을 본 적 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설립을 승인했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합작법인이 아닌 완전 소유로 중국에 생산공장을 연 건 최초였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당시 중국은 양적으론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짝퉁’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그 시점에 정부가 대형 메기 테슬라를 풀었다. 2019년 말, 테슬라가 중국에서 만든 모델3가 막대한 보조금까지 받으며 출시됐다. 소비자는 열광했고, 전기차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확 높아졌다. 기술에서 밀리던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한 속도전을 펼쳤다. 신모델 개발·출시를 불과 2년 만에 끝냈다. 선두업체 비야디(BYD)는 8만 위안(약 1500만 원) 이하 모델부터 100만 위안(약 1억9000만 원) 넘는 슈퍼카까지, 1년에 10종 넘게 신차를 쏟아냈다. 그 결과 2018년 10만 대였던 비야디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5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판매 1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머스크조차 “그들의 자동차는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 침투율이 이미 40%에 육박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이제 자율주행이다. 화웨이·샤오펑·리오토·샤오미·비야디 등 최근 2년 동안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 중국 제조사만 10곳이 넘는다. 이대로 가격경쟁 늪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최신 기술로 치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스마트 전기차’ 경쟁은 치열하지만 뚜렷한 강자는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자율주행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알고리즘 기술에서 테슬라보다 2∼3년 뒤처져 있다. 쌓아둔 주행 데이터양에서도 격차가 크다. 테슬라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술력으론 압도할 수밖에 없다.중국 기업의 무서운 모방 능력 하지만 중국 제조사는 이를 무섭게 뒤쫓아 올 것이다.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능력에서만큼은 중국 기업은 최고다. 과거 태양광 모듈·디스플레이가 그랬고, 스마트폰에서도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 일단 기술을 어느 정도만 따라잡으면, 그때부턴 막강한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이 테슬라의 FSD 중국 출시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자신감을 보인 이유다.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빨라야 추월할 수 있다.” 2022년 비야디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한 말이다. 중국의 빠른 물고기 떼가 이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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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가 더 급해” 성장 이끈 이민자에 문닫는 선진국들

    전례 없는 이민 붐이 주요 선진국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선 이민이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통제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영국 캐나다 호주 정부는 비자 받기 어렵게 만드는 이민 억제책을 내놨다. 이민이 주도해 온 경제성장 모델이 흔들린다.● 美 대선 핫이슈 부상한 이민 문제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지금 가장 큰 이슈는 경제도, 인플레이션도 아닌 이민이다. 갤럽이 매달 실시하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 여론조사에서 이민은 2∼4월 석 달 연속 1위에 올랐다. 1999년 첫 조사 이래 이민이 이렇게 오래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미국으로의 이민 행렬은 역대급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지난해 순이민자 수(유입 인구―유출 인구)를 330만 명으로 추정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42만 명)과 비교하면 8배로 폭증했다. 이 중 240만 명은 무단으로 국경을 넘었거나 아직 법원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이민자다. 지난해 텍사스주가 이민자를 대거 뉴욕 시카고로 실어 나른 뒤 넘치는 이민자로 인한 혼란상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세는 유권자를 파고들었다.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들어 “국경 폐쇄 권한”을 운운하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국 정부가 망명 신청 기준을 높이고 새로 도착하는 이민자를 추방하는 조치를 준비 중이란 보도가 이어진다.● 이민 문 닫는 선진국들 이민이 최대 정치 현안이 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민자 수(51만8000명)를 기록한 호주 정부는 2025년까지 이 수치를 25만 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술이민 자격을 대폭 강화하고 유학생 영어 점수 기준을 올리는 정책을 내놨다. 클레어 오닐 호주 내무장관은 지난달 성명에서 “우리가 물려받은 이민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가파른 인구 증가율(지난해 3.2%)을 기록한 캐나다 역시 이민 억제로 돌아섰다. 2026년까지 캐나다에 머무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수를 지금(250만 명)보다 20% 줄인다는 목표다. 이달부터 캐나다 기업은 영주권 없는 외국인을 채용하기가 어려워진다. 올해 말 총선을 앞둔 영국은 숙련 노동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임금 수준을 대폭 올려(2만6200파운드→3만8700파운드·약 6600만 원) 이민자 줄이기에 나섰다.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고임금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던 세제 혜택을 크게 줄였고, 뉴질랜드는 최근 저숙련 직업 이민자에게도 영어 기준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배경엔 심각한 주택난이 있다. 주택 부족으로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악화한 여론을 반이민 정책으로 달래려는 것이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주택 공급난은 사실 전 세계 공통 현상. 하지만 이들 국가에선 이를 이민자 탓으로 돌린다. 심지어 이민자에게 복지 혜택을 챙겨주느라 국가 재정이 거덜 날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도 나온다.● 경제 성장 동력 흔들릴까 이민자 유입은 선진국 경제를 떠받쳐온 원동력이다.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이들 나라에서 건설, 숙박, 간병 같은 영역을 저임금의 이민자 노동력이 메워 왔다. 그 덕분에 높은 임금 상승률 없이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밀려드는 유학생 덕분에 대학은 등록금 수익을 두둑하게 올렸다. 저출산으로 고갈 위험에 빠졌던 국가의 연금 시스템도 생명을 연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례적인 대규모 이민자 유입”이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3월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의 고용 호황과 소비 지출 증가 모두 “이민자 효과”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민 증가세를 꺾는다는 건 곧 경제 성장이 꺾인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미 캐나다 금융회사 데자르댕은 “이민 정책 변화로 캐나다는 올해 실질 GDP가 감소하는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반이민 정책이 실제론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헤인 더 하스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저서 ‘이민의 실제 작동 방식’에서 선진국의 반이민 정책이 “본질을 은폐하는 정치적 쇼맨십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선거용 보여 주기식 정책이지 실제 이민 증가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는 뜻이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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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가 중국에서 황금열쇠를 구했다? 자율주행 이야기[딥다이브]

    며칠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깜짝 중국 방문이 소식 화제였죠. 테슬라가 조만간 중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출시하게 될 거란 소식에 주가가 한때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테슬라가 “중국에서 황금열쇠를 얻었다”라는 분석도 나왔는데요.테슬라는 FSD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다시 휩쓸 수 있을까요. 도대체 중국 정부는 왜 테슬라에 손을 내민 걸까요. 오늘은 테슬라와 중국 자율주행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테슬라가 기술기업인 이유“FSD가 공개 출시되는 날은 역사상 가장 큰 자산가치 상승의 날이 될 겁니다.”2021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던 글이죠. 지난해 주주 총회에서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만큼 그는 자율주행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에 꽂혀있습니다. 테슬라가 FSD(Full Self Driving)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베팅해온 이유입니다.테슬라의 미래 캐시카우는 자동차 판매가 아닌 FSD 소프트웨어 판매와 로보택시 서비스가 될 거라고 보는 건 머스크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현재 연간 약 10억 달러인 테슬라의 FSD 관련 매출이 2030년 최대 750억 달러로 늘어날 거라 예측했고요. 모건스탠리 역시 “테슬라의 가장 큰 가치 동인은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수익”이라고 분석한 적 있습니다. 테슬라 고객에게 FSD 소프트웨어를 팔고(미국 구매가격 8000달러/월 구독료 99달러), 다른 차량 제조사에 FSD 라이선스를 팔고, 더 나아가 우버에 맞먹는 무인택시(로보택시) 사업까지 하는 것. 그게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이죠.테슬라는 2020년 FSD 베타 버전 1을 출시했고요. 지금은 버전 12.3까지 진화했습니다. 위험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단계(조건부 자동화)입니다. 물론 이름(Full Self Driving, 완전자율주행)과는 달리 인간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레벨5)까진 아니고, 아직 ‘베타(테스트 버전)’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긴 한데요. 그래도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란 평가를 받습니다.하지만 FSD에 대한 시장 관심은 올해 들어 시들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테슬라를 둘러싼 좋지 않은 뉴스(판매 부진, 실적 둔화, 가격 인하, 정리해고)가 연이어 터져나왔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28일 머스크 CEO가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날아가 2인자인 리창 총리와 만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중국 당국이 테슬라에 데이터 안전검사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FSD 출시를 막았던 규제를 푼 겁니다. 사실상 FSD 중국 출시 길이 열린 셈이죠.머스크는 이번에 중국 IT기업 바이두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사용 계약도 맺었습니다. 4월 30일부터는 테슬라 중국 홈페이지에서 차를 구매할 때 FSD 기능을 6만4000위안(약 1200만원)에 추가할 수 있게 됐죠. 물론 주요 기능(도심 자율보조운전, 신호등 인식)은 ‘곧 출시 예정’이라고만 밝힌 상태이지만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중국에서 완전한 FSD 서비스를 출시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인데요. 테슬라에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죠. 중국엔 이미 170만명의 테슬라 소유주가 있습니다.데이터 전송, 승인해줄까자, 그럼 이제 테슬라가 FSD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을까요. 많은 테슬라 주주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①아직 남은 걸림돌(규제) 그리고 ②의외로 만만찮은 경쟁자들이죠.①중국 차량 데이터 전송은?앞에서 언급한 대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최고수준입니다. 특히 FSD가 버전1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찬사를 받았는데요. ‘엔드 투 엔드(End-to-End)’ 방식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확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비디오 데이터 입력)부터 끝(제어)까지 전부 순수한 AI 기술로 작동한다는 뜻이죠.이게 뭐가 다르냐고요? 기존 버전11까진 코드가 30만 줄이 넘게 존재했죠. 무수히 많은 규칙을 인간 개발자가 직접 미리 입력해놨는데요. 버전 12의 코드는 고작 3000줄입니다. 시나리오별로 일일이 코딩하지 않아도 대량의 비디오 데이터만 있으면 FSD가 알아서 학습하는 방식이죠.덕분에 버전12에서 FSD는 훨씬 더 인간처럼 운전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 이제 무조건 차를 멈추지 않아요. 대신 잠깐 차선 바깥으로 벗어나서 장애물을 피해서 가죠. 운전 스타일이 한층 유연해진 겁니다. 자율주행의 챗GPT 느낌이랄까요.수십만 줄의 코드는 이제 필요 없지만 대신 데이터는 한층 귀중해졌습니다. 특히 숙련된 운전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FSD 훈련의 관건인데요.원래 데이터는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죠. 1분기 말 기준 테슬라 FSD의 누적 주행거리는 무려 12억5000만 마일(약 20억㎞)에 달하는데요. 그 어떤 경쟁업체(예-웨이모, 크루즈)보다 월등히 앞섭니다.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맞게 FSD를 훈련시키려면 중국 내 테슬라의 운전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현재 중국 차량 데이터는 보안 규정에 따라 정부 승인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없습니다. 테슬러 역시 2021년부터 중국에서 수집한 모든 차량데이터를 상하이 데이터센터에만 저장해놓고 있죠. 즉, 데이터는 있지만 이를 미국으로 보내서 FSD 학습에 사용하진 못하는 겁니다.과연 머스크가 이 규제까지 풀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베이징으로부터 데이터 해외 전송 승인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도 기대하는데요. 아직까진 이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죠.②경쟁자는 화웨이? 샤오펑?화웨이,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BYD 등.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 중국 제조사는 10곳이 넘습니다. “중국에서 3만 달러가 넘는 모델은 이제 경쟁하려면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을 갖춰야 한다”(중국 스타트업 딥루트.ai 창업자 맥스웰 저우)고 얘기할 정도로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요. 중국 기업은 아직은 레벨2(운전자의 집중력 필요) 수준 자율주행에 머물지만, 레벨3에 근접했다며 ‘레벨 2.99’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죠. 성장이 둔화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신 기술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스마트카 시대’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테슬라가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월등한 기술력으로 단숨에 시장을 평정할까요? 물론 기술력과 축적된 데이터 용량에선 테슬라가 압도적인 우위입니다. 예컨대 중국에서 가장 자율주행 성능이 앞선다는 화웨이의 ADS 2.0 총 주행거리는 테슬라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중국의 알고리즘 기술 수준이 테슬라보다 약 2~3년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중국 내에서도 나옵니다.하지만 중국 기업이 뛰어난 게 있죠. 가성비와 모방능력입니다. 요즘 중국에선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는 제조사도 많습니다. 화웨이 ADS 2.0은 유료 서비스이지만, 그 가격은 3만6000위안(약 645만원) 정도이죠. 테슬라 FSD(6만4000위안)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가세한다면 어떻게 될지가 뻔합니다. 시노오토인사이트의 설립자 투 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 소비자들이 테슬라 기술을 선호하는 게 보이면 현지업체들은 곧바로 가격 인하에 나설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서구 분석가들은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가 자동으로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습니다.”또 중국이 테슬라 기술을 모방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앞에서 테슬라의 ‘엔드 투 엔드’ 방식 FSD를 설명드렸는데요. 중국 기업도 이를 줄줄이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니오는 올해 상반기에 엔드 투 엔드 능동형 안전기능을 출시한다는 계획이고요. 샤오펑 역시 자율주행 기술이 엔드 투 엔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죠.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가 보여온 미친 속도전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만만찮을지 모릅니다.중국은 왜 테슬라를 키울까여기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은 왜 테슬라 FSD에 호의적일까요.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머스크와 리창 총리의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창 총리는 2018년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열었을 때 상하이시 당서기였죠. 당시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메기 효과’를 노리고 테슬라 공장을 승인했습니다. 대형 메기 테슬라를 연못에 풀면 다른 물고기(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더 빨리 헤엄칠 거라고 본 거죠.그리고 실제로 통했습니다. 2018년 10만대에 그쳤던 중국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대수가 지난해 150만대를 넘어선 걸 보면 알 수 있죠.중국 컨설팅업체 오토모티스 포어사이트의 장위 회장은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고 봅니다. “테슬라의 FSD 출시로 인해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인데요.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 역시 링크드인에 같은 맥락의 글을 올렸습니다. “나는 두 팔 벌려 이러한 발전(FSD의 중국 출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고 수준의 기술 도입은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여기까지만 보면 테슬라와 중국 정부, 양쪽에 윈윈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완성을 위한 시장과 데이터를 모두 얻고, 중국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게 될 테니까요.하지만 중국 이외 지역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옵니다. 테슬라가 자칫하면 ‘중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대만의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소 다이즈옌 연구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제조사는 (해외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해서 제품을 얻은 다음 가격 인하 경쟁으로 먹어치울 겁니다. 이는 일종의 ‘길러서 잡아먹기’이죠. 과거 대만 사업의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태양광모듈부터 LED 산업까지, 과거 대만 기업이 이런 중국의 수법에 이미 많이 당했다는 뜻이죠. (물론 테슬라는 해외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합작투자 파트너 없이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열었으니, 스토리는 좀 다릅니다.)대만 차이신미디어의 셰진허 회장 역시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에 주의를 당부합니다. “중국이 머스크에게 완전자율주행을 열어주면, 앞으로 그(머스크)의 데이터는 모두 (중국으로) 넘겨지게 될 겁니다. 만약 머스크의 (자율주행) 핵심기술이 중국에서 완전히 복제된다면 된다면 미래엔 테슬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어떤가요. 대만 전문가의 지나치게 편향된 주장일까요? 그럴지도. 하지만 “(머스크가) 중국에서 황금열쇠를 얻었다”라는 중국 온라인 매체(시나과학기술)의 분석과 비교하면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중국 전기차 기업의 자율주행 경쟁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불붙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시점에 테슬라라는 메기를 푸는 것도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중국 전기차 레이스의 후반전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테슬라가 야심차게 개발해온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의 중국 출시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FSD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키워온 테슬라엔 기회입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차량 데이터의 미국 전송을 승인해줄지가 관건입니다. 또 기술력은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성비+모방 전략으로 뒤따라올 중국 현지 기업과도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메기효과’를 기대하고 테슬라와 손잡았습니다. 현재로선 양측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셈인데요. 테슬라는 ‘중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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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AI 큰 발표” 예고…시간 외 주가 6% 급등[딥다이브]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전날 나온 연준의 입장이 비둘기파적이라는 데 안도했기 때문인데요. 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85%, S&P500 0.91%, 나스닥지수 1.51% 상승 마감했습니다. 특히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세입니다. 전날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죠.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우려를 진정시킨 건데요. 에드워드존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CNBC 인터뷰에서 “연준 회의가 우려보다 덜 매파적이자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합니다. 금리인하가 지연되긴 하지만, 기본 시나리오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보는 거죠.이제 투자자 관심은 3일 나올 4월 고용보고서에 쏠립니다. 다우존스 설문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비농업 일자리 증가가 24만 건으로, 전달(30만3000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여전히 고용시장은 견고하지만 전달보다 신규고용 증가세가 둔화한다면 주식시장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날 가장 관심을 끈 기업은 애플인데요. 장 마감 뒤 발표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약간 웃돌았습니다. 다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459억6000만 달러)이 1년 전(513억3000만 달러)보다 10% 넘게 줄어들었는데요. 맥(PC+노트북) 판매량은 4% 증가했지만, 여전히 2022년의 최고치보다는 낮았습니다. 대신 서비스 매출이 14.2%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죠.시장이 특히 환호한 건 애플의 자사주 매입 계획인데요. 애플은 이사회가 1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 사상 최대 규모이죠. 또 팀 쿡 CEO는 다음 주 아이패드 출시 행사와 6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와 관련한 “큰 발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6에 새로운 AI 기능이 추가될 거란 기대감을 키우는 발언이죠.이에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 창립자 진 먼스터는 FT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애플의) 비즈니스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향후 3분기에 성장을 가속화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바로 주가가 오르는 이유이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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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업 성지’ 성수, 언제까지 힙할까? 상권 성장의 공식 [딥다이브]

    서울의 7대 상권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명동, 강남역, 홍대, 가로수길, 청담·도산공원, 이태원·한남, 그리고 성수입니다. 2년 전만 해도 ‘6대 상권’이었는데, 성수가 추가됐죠. 매출 성장률 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상권이기도 합니다.성수가 뜬다, 힙하다는 얘기가 나온 진 사실 오래됐죠. 그래서 요즘엔 ‘이제 성수도 곧 한물가지 않을까?’라고 묻는 이들이 많아지는데요. 상권이라는 게 본래 생물 같아서 갑자기 쑥쑥 크기도, 급 시들어버리기도, 다시 살아나기도 하는 법이죠.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 임차자문팀 이사를 만나 성수를 중심으로 한 상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성수의 시작과 상권 성장 공식허름한 정비공장과 철공소, 인쇄소가 모인 준공업지역. 성수의 본 모습이죠. 이런 성수의 변화가 시작된 건 2011년입니다. 지금은 성수의 대표 거리가 된 연무장길에 복합문화공간 ‘대림창고’가 문을 열었죠. “2012년이었어요. 당시 H&M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콜라보레이션을 기념한 파티를 대림창고에서 열었죠. 그땐 행사는 다 강남에서 했거든요. 행사를 가면서 ‘아니 무슨 성수에서 행사를 해?’라고 했어요. 공장이 늘어선 길이 저녁이라 컴컴했죠. 그리고 빨간 벽돌의 커다란 창고건물에 탁 들어갔는데. 공간이 주는 임팩트가 있는 거예요.”오래된 공장 건물을 트렌디한 상점으로 바꾸는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던 시점이었습니다. 2005년 재개발이 시작된 뉴욕 브루클린의 환골탈태가 영감을 줬죠. 한강만 건너면 바로 압구정·청담인 데다,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된 황금입지. 이전에도 막연히 ‘앞으로 뜰 곳’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성수에 ‘한국의 브루클린’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상권의 성장엔 공식이 있습니다. 어디든 처음 뜨기 시작할 땐 먹고 마시는 곳, 업계 용어로 F&B(Food and Beverage)부터 들어오죠. 힙한 카페와 식당들이 생겨나면서 주목을 끌고요. 이어 화장품이나 소품처럼 작고 가벼운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 유동인구(트래픽)가 늘고 매출이 성장하면 패션 브랜드가 들어오는데요. 처음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브랜드가 먼저 오지만 점점 대기업, 글로벌 브랜드까지 진출합니다.뜨는 상권은 많지만, 이 단계를 착착 밟아 성장을 이루는 곳은 드뭅니다. 좀 뜨는 듯하다 마는 곳이 대부분이죠. ‘다음엔 어디가 뜰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예를 들면 경리단길은 예전에 굉장히 핫했고요. 망원동이 갑자기 주목받기도 했죠. 여기저기가 막 뜨는데요. 실제로는 거기에 패션브랜드까지 들어와서 상권이 유지·발전되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에요. 쇼핑할 때 ‘거기에 무슨 브랜드가 있더라’라며 찾아갈 수 있는 상권은 손에 꼽히죠.”뜨는 상권 중 하나였던 성수는 2019년 블루보틀 1호점이 들어서면서 입지가 확고해집니다. 다만 그때까지도 성수라는 상권은 점으로 이뤄졌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겁니다.“예전엔 성수라고 하면, 그게 뚝섬역인지 성수역인지 서울숲 옆인지가 모호했어요. 도대체 그 뜬다는 성수가 어디인 건지, 말하는 사람마다 달랐죠. 그런 ‘점’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한 게 코로나 이후인 2021년쯤이고요. 지금은 연무장길이라는 ‘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오프라인 상점의 암흑기였던 코로나 팬데믹에 성수라는 상권은 오히려 도약기를 맞았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그 중심엔 이게 있습니다. 팝업스토어.팝업이 만든 넷플릭스 같은 공간팝업의 성지. 성수를 일컫는 말이죠. 역시나 인터뷰를 진행한 4월 19일에도 연무장길 곳곳에서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요. 진로 소주, 농심 짜파게티, 샤넬, 쿠팡처럼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려 운영하는 팝업도 많았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대기줄이 꽤 길더군요. 성수에선 이런 팝업스토어가 일주일에 40~60개씩 열린다고 합니다.브랜드는 왜 오프라인 팝업을 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쇼핑 비중이 너무 커진 게 그 배경입니다.“이전부터 오프라인 상점이 죽을 거란 얘기는 많았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닥치면서 거의 모든 거래가 급격히 모바일로 다 넘어갔죠. 그럼 우려대로 오프라인이 사라졌느냐 하면 아니었어요. 이전엔 오프라인에서 쇼핑하고 온라인에서 마케팅했던 세상인데, 이게 완전히 뒤바뀝니다. 쇼핑은 온라인에서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은 한계가 있으니 마케팅은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거예요. 오프라인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게 훨씬 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무신사 같은 국내 최고의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죠.”팝업스토어는 물건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철저히 마케팅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2020년 4~12월 성수 연무장길에서 열린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였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로 불리며 크게 화제가 됐는데요. 코로나 와중에도 6만명이나 찾았을 정도로 히트하면서 성수동이 MZ에 먹히는 팝업 명소임을 입증합니다. 이듬해 2021년 LG전자의 ‘금성오락실’ 팝업스토어도 큰 인기를 끌었고요. 급기야 2022년 5월 이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내면서 성수는 명실공히 팝업의 성지가 됐죠. 바로 디올입니다.“명품브랜드는 MZ세대를 만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해요. 백화점의 VIP 고객은 계속 품고 가야 하지만, 사실 코로나 때 명품브랜드가 성장한 배경엔 젊은층이 있거든요. 20대도 명품 스티커즈 신고, 티셔츠 입게 된 거죠. 명품브랜드 입장에선 백화점이 아닌 미래의 소비자들이 있는 재미있는 공간에서 젊은 브랜드로 만나야만 하는 건데요. 그게 바로 디올이 파격적으로 성수에 연 이유였고, 대성공을 거뒀죠.”팝업은 성수 상권의 정체성이 됐습니다. 팝업스토어들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골목의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데요. 올 때마다 바뀌는 곳,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 됐죠. 마치 추천 영상이 수시로 바뀌는 넷플릭스를 연상케 합니다.“그게 바로 상권을 살리는 재밌는 포인트인데요. 만약 팝업이 없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좀 지루해질 거예요. 그럼 오늘 왔으니 내일 또 와야 하는 게 아니고, 뻔한 거리가 될 텐데요. 성수는 팝업이 주 단위, 일 단위로 워낙 다양하게 열리다 보니까 오늘 놀다 갔지만 내일 또 새로운 게 있고, 다음 달 보면 또 완전히 달라져 있죠. 생동감 있고 더 재미있는 상권으로 유지될 수 있어요.”그래서 ‘맥락이 없다’, ‘혼란스럽다’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종잡을 수 없는 다양성이 요즘 추세라는군요.“실제 이 길을 걸으면서 ‘이런 브랜드도 있었어?’라는 질문들 많이 하세요. 아예 간판을 못 읽는, 우리가 몰랐던 온라인에만 있었던 브랜드들이 막 밖으로 뛰쳐나왔거든요. 도대체 여기가 옷 파는 곳인지, 가방을 파는 곳인지, 들어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는 매장들이죠. 다양한 게 공존하는 그런 게 바로 지금 트렌드예요. 딱 ‘이거다’라는 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자기만의 재밋거리를 찾아다니는 거죠.”팝업스토어는 성수동 부동산 시장을 확 바꿔놨습니다. 아예 팝업 대관만 전문으로 하는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죠. 이날도 여기저기서 팝업 대관용 건물이 공사 중인 게 보였는데요. 팝업은 짧게 공간을 빌리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아닌 사용대차계약을 맺습니다. 이 때문에 상가임대차보호법(1년에 임대료 최대 5% 인상) 적용도 받지 않고,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수요 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최근 성수의 대형 팝업용 공간은 임대료가 하루 1000만원이 넘기도 합니다. 참고로 10여 년 전 평당 3000만원 정도였던 이 지역 땅값은 최근엔 2억~2억5000만원에 달한다는군요.힙스터 떠나면 성수의 미래는?평일 낮에도 몰려든 20대 젊은이들,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려 줄 서있는 인파, 거기에 외국인 관광객 무리까지. 누가 뭐래도 성수는 지금 제일 핫한 상권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성수는 언제까지 이렇게 핫할까요. 앞으로 더 뜰까요, 아니면 이제 질까요.“저희끼리도 엄청나게 토론하고요. 마케팅 업계에서도 화두입니다. 지금까진 너무 좋은데, 성수가 더 갈 거냐 말 거냐, 과연 6개월 뒤에 성수에서 팝업을 해도 되느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죠. 그런데 성수만큼 (팝업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이 있느냐면, 아직은 없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좀 더 갈 거고요. 또 팝업이 진짜 마케팅의 큰 축이 됐기 때문에 ‘팝업을 이제 안 할 거야’라는 브랜드도 없죠.”팝업 말고도 성수의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오피스입니다. 성수동의 오피스 공실률은 0%. 그만큼 수요가 넘쳐나서 곳곳에 오피스 빌딩 올라가고 있는데요. 이미 이곳에 자리잡은 무신사 외에도 젠틀몬스터 본사가 곧 준공예정입니다.특히 리테일 상권 중심인 연무장길 주변에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잇달아 들어서는데요. 북쪽으로 불과 160m 간격을 두고 나란히 있는 성수일로6길엔 최신식 오피스빌딩 ‘팩토리얼 성수’가 두 달 전 준공했고요. 또 연무장길 남쪽으로 약 280m 떨어진 옛 이마트 본점 자리엔 크래프톤이 대규모로 사옥을 짓고 있습니다.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블럭이 모두 오피스로 채워지는 중이죠.“넥타이 맨 아저씨들보다는 백팩 메고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젊은층이 많은 기업들이 성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무신사·젠틀몬스터·크래프톤이 대표적인데요.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젊음’이란 느낌을 공통적으로 가진 기업이죠.”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지어진다는 건 상주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주로 소비여력이 큰 젊은 직장인들이죠. 상권의 성장을 따지는 가장 큰 기준은 결국 매출인데요. 그런 면에서 성수 상권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설사 유행이 지나고 힙스터가 떠난다 해도, 직장인들이 밀려올 테니까요.“상권이 힙한 것과 상권이 성장·성숙하는 건 다른 개념입니다. 힙스터들 입장에선 옛날엔 ‘나만 아는’ 성수였는데, 지금은 모두가 찾아오는 성수가 됐어요. ‘특별함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거고요. 아마 힙하다는 느낌은 결국 줄어들 수밖엔 없을 거예요. 만약 성수에 오피스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힙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순간 갑자기 공실만 남아버릴 수 있겠죠. 하지만 성수는 계속 오피스가 등장하고 상주인구가 늘고 있어요. 상권의 성숙도가 올라가서 안정화되면 매출과 찾는 소비자는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죠.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수의 방향성이 달라질 겁니다.” By.딥다이브솔직히 취재 전까지는 연무장길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고, 계속 상권이 확장 중이라는 데 또 놀랐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낡은 공장으로 가득했던 성수동이 뜨기 시작한 지 10여 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렸던 성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급부상합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확 커지면서 반대로 오프라인 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상권은 식음료로 시작해 화장품 같은 소품을 거쳐, 패션 브랜드 순으로 단계를 거치며 성장합니다. 성수는 2022년 디올의 팝업스토어가 들어오면서 ‘팝업의 성지’이자 가장 핫한 상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합니다. -‘성수가 언제까지 핫할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건 사실입니다. ‘힙함’은 분명히 언젠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성수는 오피스타운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습니다. 힙스터는 떠나도 젊고 소비력 높은 상주인구가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죠.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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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벳, 깜짝 실적에 첫 배당까지…시간외 주가 12% 폭등[딥다이브]

    뉴욕증시가 미국의 성장률 둔화 충격으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98%, S&P500 0.46%, 나스닥지수 0.64%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는데요. 대신 장 마감 후 깜짝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습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6%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치(2.4%)를 밑돈 건데요. 동시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3.4% 상승해, 전 분기(1.8%)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경제성장은 둔화하는데 인플레이션은 강해진 거죠. 웰스 파고의 세미어 사마나 전략가는 “이번 GDP 보고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 상승)에 가깝다”고 우려합니다. 동시에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감이 사그라들었죠.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올해 연말까지 단 1차례의 금리인하만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하지만 정규장 마감 뒤 나온 빅테크의 실적 발표는 시장을 다시 들뜨게 만듭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인데요. 클라우드컴퓨팅 부문 성장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주당 순이익 역시 1.89달러로 추정치(1.53달러)를 웃돌았죠. 특히 사상 처음으로 주당 0.2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죠. 7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결정했습니다. 알파벳의 루스 포랏 CI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부문에서) AI 솔루션의 기여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블룸버그는 구글이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 MS에 이어 현재 3위이지만, AI 역량 덕분에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시간외거래에서 알파벳 주가는 12%가량 급등했습니다.MS도 이날 깜짝실적을 내놨습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웃돌았는데요. 클라우드컴퓨팅 플랫폼인 ‘애저’에 오픈AI의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MS의 아미 후드 CFO는 “아직 장기적인 AI 수익 창출 기회는 초기 단계이지만, 현재 위치에 대해 만족한다”고 밝혔는데요. 시간외 거래에서 MS 주가는 4%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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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불황에 빠진 화학업계에 역대급 공급 과잉 폭풍이 몰아친다.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 중동의 대형 석유기업까지 플라스틱 공장 증설에 뛰어들어서다. 통상 3∼4년이던 경기 사이클이 사라지고, 앞으로 5년 동안 암흑기가 이어질 거란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2028년까지 이어질 공급 과잉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국내 화학업계는 불황의 한복판에 있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실적이 하락세를 타면서 올해 들어 주가도 급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은 대표적인 경기순환업종이다. 3∼4년 주기로 업황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지금의 부진엔 중국 영향이 크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중국의 플라스틱 수요가 꺾였다. 동시에 2019년부터 중국이 공격적으로 플라스틱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을 부추겼다. 올해 말이면 중국은 자체 소비량의 105%에 달하는 충분한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수요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 이진명 애널리스트는 “부양책 효과로 최근 중국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공급이다. 2028년까지 계획된 증설 물량이 역대급이다. 이를 주도하는 건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중동의 대형 석유기업이 앞다퉈 플라스틱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정유회사 셸은 2022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폴리에틸렌 단지를 열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되면 축구장 300개 크기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국 기업 엑손모빌은 중국 광둥성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석유화학 단지를 2025년 완공한다. 셰브론은 지난해 합작사인 셰브론필립스케미컬을 통해 미국 텍사스주와 카타르에 대형 화학 플랜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도 플라스틱 야망을 키운다. 지난해 사우디 주베일에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아미랄’을 착공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사우디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약 3분의 1을 플라스틱 생산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석유화학 뉴노멀” 석유공룡들이 일제히 플라스틱 공장 증설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휘발유 시대가 저물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JP모건은 내년이면 전 세계 휘발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년부턴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대형 석유회사는 플라스틱으로 눈을 돌렸다. 플라스틱 수요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9년(4억6000만 t)의 약 3배인 13억2000만 t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도 같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자동차 경량화, 택배 물량 증가도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긴다. 플라스틱의 98%는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미국과 중동은 원료 확보가 쉽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아시아 기업보다 비용 경쟁력에서 앞선다. 현재 플라스틱 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2019년 80%대 후반이던 전 세계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80%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대규모 증설까지 더해진다니 암울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덩치 큰 사람이 대포 쏘듯이 작은 욕조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평했다. 원자재시장 분석기업 ICIS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공장 가동률이 올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수요가 회복돼도 2028년까지 설비 가동률은 70%대에 머물 거란 전망이다. 플라스틱 산업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깊고도 긴 공급 과잉 위기다. 존 리처드슨 ICIS 컨설턴트는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면서 “이것이 석유화학의 뉴노멀”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최소 수년간은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플라스틱 생산 급증은 화학업계뿐 아니라 환경에도 재앙이다. 새 플라스틱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이 경제성을 잃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밀도 폴리에틸렌 새 제품 현물가격은 t당 943달러, 재활용 가격은 1631달러였다. 2019년엔 재활용 가격이 더 저렴했지만 이후 역전돼 격차가 벌어졌다. 재활용 플라스틱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비용을 이유로 약속 이행을 머뭇거린다. 세계 재활용 관련 기업 모임인 세계재활용기구(BIR)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유럽에선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업체 중 사업을 접거나 생산량을 감축하는 곳이 속출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추진력이 순수 플라스틱의 저렴한 가격으로 타격 받았다”고 BIR은 지적한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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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고용 미스터리 풀렸다…불법이민의 경제학[딥다이브]

    미국 고용시장은 왜 이렇게 계속 뜨거울까. 고용이 이렇게 뜨거운데, 왜 물가는 다시 급등하지 않을까. 지난 1년여 동안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혼란에 빠지게 했던 수수께끼입니다.너무 뜨거운 고용시장은 주식시장엔 악재로 통하기도 하죠. 고용이 급증하면 보통은 물가가 들썩거리기 마련인데요. 혹시 이를 우려해서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그런데 최근 이 ‘고용 미스터리’가 풀린 듯합니다. 해답은 바로 이민에 있었죠. 불법이민과 미국 경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고용 서프라이즈의 진짜 이유지난 5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에 시장이 깜짝 놀랐습니다. 비농업 고용이 전달보다 무려 30만3000건이나 늘었기 때문인데요. 예상치(21만건)를 훌쩍 넘어선 기록이었습니다.이런 ‘고용 서프라이즈’ 미국에선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23년 이후 15번의 고용 보고서에서 무려 11번이 전망치를 웃돌았고요. 그 차이가 10만명 넘는 경우도 5차례나 됐는데요. 어떻게 고용이 이렇게 계속 서프라이즈일 수 있을까요. 매달 수십만 개의 추가되는 일자리를 채우는 건 도대체 누구일까요. 고용이 급증했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어떻게 3%대로 안정돼 있을까요.이에 대해 미국 씽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3월 낸 연구보고서가 화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게 다 ‘불법이민의 효과’라고 합니다.이 연구의 기초자료는 올 1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이민자수 추정치인데요. CBO는 지난해 미국의 순이민자수가 무려 330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죠. 이게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잘 안 잡힐 텐데요. 기존 최고 기록이 2005년 190만명인데, 이걸 140만명이나 초과한 겁니다. 어마어마하죠.특히 이 중 240만명은 불법 이민자라고 합니다. 무단으로 국경을 넘었거나(밀입국자), 비자기간을 초과했거나, 이민 법원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죠. 이런 불법 이민자 중 상당수가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자로 채용되고 있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이민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신규고용이 얼마나 늘어날지를 계산했는데요. 그 결과가 꽤 놀랍습니다.과거 미국에선 월 6만~10만명 정도 일자리가 증가하는 게 적정선으로 통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신규 취업자 수 균형점이 그 정도라는 뜻이었는데요. 최근의 이민 물결을 반영한 결과, 그 수치가 월 16만~20만명으로 확 늘어납니다. 신규고용이 기존 전망의 두 배로 늘어나도 물가가 들썩거릴 일이 없다는 거죠. 이민자 급증이 미국 노동시장의 공식을 바꿔놓은 셈입니다. 다시 말해, 월 20만명쯤의 고용 증가는 이제 ‘뉴노멀’이 됐습니다.이 연구를 담당한 웬디 에델버그 브루킹스연구소 이사(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연구결과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노동시장을 둔화시키기 위해 생각만큼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파월도 믿는 이민자 효과브루킹스연구소는 이민 증가가 고용시장뿐 아니라 소비 호황에도 한몫한다고 분석합니다. 밀려든 이민자들이 지난해 미국의 실질 소비자지출을 0.2%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추정인데요. ‘왜 이렇게 소비 지출이 계속 늘지?’에 대한 답 역시 이민에서 찾을 수 있단 겁니다. 요약하자면 미국 경제가 잘 나가는 건 여러모로 이민 급증 덕분입니다.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혹시 브루킹스연구소는 진보 성향이라 이민에 대해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게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볼 건 아닙니다. 고용시장 활황이 이민자 덕분이란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이를테면 FHN파이낸셜과 모건스탠리는 이민 증가를 반영해 고용시장 균형점(물가 상승 없는 고용 증가폭)을 월 26만5000명으로 높여 잡았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1일 보고서에서 “이민이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이런 추세는 20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죠. 하버드대학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노동시장 강세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한 단어, 이민자.”무엇보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이 ‘불법이민자 효과’를 믿고 있는 듯합니다. 바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인데요.파월 의장은 이달 초 스탠퍼드대학 연설에서 “미국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죠. 아울러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경제는 더 커졌지만 더 타이트하진 않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는 지난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했을 때도 이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이민과 노동력 참여가 지난해 우리가 이룬 매우 강력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하는 건 사실을 보고하는 것뿐입니다.”“더 많은 이민자” 외치는 기업들만약 이민 급증이 정말 미국 경제를 강하게 만든다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민자에 문을 더 활짝 열어야죠.그리고 이를 열렬히 주장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주로 기업들인데요. 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그래서 이민자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업종에서 특히 목소리를 내고 있죠. 예컨대 이런 업종입니다. 건설·운송·창고·숙박·식품서비스.플로리다주에서 44개 호텔을 경영하는 잔 가우텀 CEO는 AP뉴스 인터뷰에서 객실 청소와 세탁 일을 맡을 미국인 근로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경제를 부흥시키려면 확실히 더 많은 이민자가 이 나라로 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죠.텍사스주 건설사 CEO인 에디 마틴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업을 잃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가 노령화됐고, 이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인력부족으로 주택 건설 기간이 9개월에서 14개월로 늘어났는데요. 그는 의회가 더 많은 이민자 고용을 위해 새로운 취업비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타이슨푸드는 미국 최대의 육류가공업체인데요. 지난달 뉴욕시의 비영리 난민지원단체와 협업해 남미 출신 망명신청자 80여 명을 테네시주 훔볼트 공장에 채용했죠. 고기를 세척하고 자른 고기를 담고, 뼈를 검사할 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인데요. 이 회사 관계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그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추가로 4만2000명을 고용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연방정부가 취업허가만 내준다면 이민자를 대거 채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건 기업만이 아닙니다. 일부 주 정부도 구인난 해소를 위해 이민자 채용 문을 활짝 열고 있는데요. 지난해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일리노이주는 미국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도 경찰로 채용할 수 있게 법을 바꿨죠. 그만큼 경찰 할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만든 고육책인데요. ‘외국인이 미국 시민을 체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의 비판도 나왔지만, 점점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는 주 정부가 늘어만 갑니다.좋은 정치와 나쁜 경제이민자에 대한 이 강력한 수요를 채워주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에 따라 법원에 망명신청을 하면 180일이 지난 뒤에야 취업허가가 나오는데요. 이 기간을 대폭 줄여주면 됩니다. 난민이 몰려들어 골치인 도시는 혼돈에서 벗어나고,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골치인 지역은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으니 윈윈이죠. 이는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이민자에 신속한 법적 허가를 부여해서 수많은 뜨거운 노동시장 중 한 곳으로 보내는 것이 이민자와 고용주, 그리고 미국 경제에 승리를 제공할 겁니다.”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그런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이민문제이기 때문이죠.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지난해부터 국경 지역엔 비상이 걸렸죠.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이민자들을 민주당이 집권한 뉴욕, 시카고 등으로 실어 날랐고요. 대도시 곳곳이 이민자 수용소가 돼버린 혼란상이 언론에 연일 보도됐죠. 여론은 돌아섰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엔 이미 ‘실패’라는 딱지가 붙었는데요.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혐오를 부추기는 공세(‘이민자가 피를 오염시킨다’)까지 이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갤럽은 매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데요. 올해 2월과 3월, 두 달 연속으로 이민(28%)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민이 경제(14%)나 인플레이션(11%)보다 더 중대한 문제라니. 놀라운데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민이 1위에 오른 건 5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례적으로 커진 겁니다.이런 상황에서 ‘이민은 경제에 좋다’는 경제학자 말이나, ‘더 많은 이민자를 달라’는 기업의 목소리가 잘 통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조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폐쇄 가능성”을 운운하며 최근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는데요.투자회사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민 단속은 좋은 정치지만 나쁜 경제입니다.(…) 정치적 반발이 (경제적) 횡재를 위태롭게 합니다.(…) 현명한 정치인은 혼란스러운 불법 이민 통제와 반이민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제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균형 잡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By.딥다이브얼마 전 딥다이브 네덜란드 반이민 정책 편에서 “이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를 파괴하는 것”이란 이민 전문가 발언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민의 나라, 미국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고용이 이렇게 빠르게 급증하는데 왜 물가 상승률은 안정돼있을까. 미국 경제학자들을 지난 1년간 혼란에 빠뜨렸던 ‘고용 미스터리’인데요. 이제 그 답을 찾아가는 듯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민 효과입니다.-연구에 따르면 이민으로 노동력 공급이 급증하면서 전보다 고용시장 균형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도 월 20만명의 취업자 수가 추가될 수 있는 겁니다. 뜨거운 고용시장을 식히려고 연준이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투자자들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이미 건설, 숙박, 식품 관련 기업에선 ‘더 많은 이민자를 채용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일부 주 정부는 경찰 구인난 해결을 위해 이민자를 경찰로 채용하려 합니다.-문제는 정치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민에 대한 거부감이 유례없이 커졌습니다. 초조해진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폐쇄를 운운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러다 ‘이민 대박’의 기회를 망치는 건 아닐까요.*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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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테크 실적 나온다…뉴욕증시, 일제히 반등[딥다이브]

    실적시즌의 하이라이트를 앞두고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22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67%, S&P500 0.87%, 나스닥지수 1.11% 상승했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6일 연속 하락세를 끝내고 상승 전환한 겁니다. 지난주 전 세계를 긴장케 했던 중동지역의 긴장은 한층 완화됐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에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이에 국제유가와 금 가격은 이날 하락했는데요. 이제 시장의 관심은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로 쏠립니다.‘매그니피센트 7’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 알파벳(구글), 테슬라가 이번 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죠. 블랙록은 주간논평에서 이번 주 나올 기업 실적이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주식 선호도를 계속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준이 될 거라고 분석했는데요. 주가 상승으로 이미 크게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실적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시장의 기대감은 높은 편입니다. 블룸버그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1분기 기업 실적이 S&P500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메모에서 “기업 수익이 둔화할 조짐은 전혀 없다. 경제는 계속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죠. HSBC의 미국주식 전략가 니콜 이누이는 “1분기 실적시즌은 미국 주식에 지지를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다만 2024년의 남은 기간의 실적 전망도 높여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요. 씨티그룹은 1분기 기업 이익이 예측치를 초과할 확률은 76%이지만, 올해 남은 기간 실적이 상승할 가능성은 49%에 그친다고 분석합니다. 기업이 실적 전망을 높이는 걸 주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이번 주 금요일에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발표됩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이지요. 연준의 FOMC 정례회의는 4월 30일과 5월 1일 열릴 예정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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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의 교차점, 아파트 재건축의 역사(feat. 용적률 마법)[딥다이브]

    재건축 불패신화 깨졌다. 황금알 낳던 재건축이 돈 먹는 하마가 됐다. 재건축은 이제 끝이다.요즘 이런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유찰되고, 수억대 추가 분담금 갈등으로 멈춰 선 현장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죠.그런데 궁금합니다. 도대체 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언제부터 열렸을까요. ‘재건축=대박’ 공식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지금 같은 혼돈은 이전엔 없었을까요. 과거 신문기사를 자료 삼아, 재건축의 긴 역사를 일부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국식 정비사업, 재건축의 시작재건축.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서, 기존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다시 짓는 걸 말하죠. 그 재건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곳이 나옵니다. 마포주공아파트.얼마 전 ‘마포주공아파트’란 제목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그만큼 국내 아파트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곳인데요.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일환으로 마포형무소 농장터에 지은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였습니다.1962년 준공된 10개 동 6층짜리 마포주공아파트(642가구) 당시로선 보기 드문 고급 현대식 아파트였습니다.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건 물론, 단지 안에 놀이터와 운동장, 분수대까지 있었죠. ‘연예인 아파트’라 불리는 대표 부촌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종 영화 배경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세월이 지나 아파트가 노후화되자 준공 25년이 된 1987년 마포아파트 입주민들이 뭉쳐서 ‘가옥주모임’을 결성합니다. 국내 첫 재건축 추진 위원회였죠. 사실 그땐 우리나라에 재건축에 관한 규정조차 없었을 때인데요. 그해 12월 재건축 규정(주택건설촉진법)이 생겨났고, 이듬해인 1988년 12월 마포아파트가 처음으로 재건축사업 승인을 받습니다.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을 약속하고 주택공급에 한창 열을 올리던 시기입니다. 마포아파트 용적률은 87%밖에 되지 않았죠. 이를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면 집주인은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으니 좋고, 정부는 서울 시내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으니 윈윈이었습니다.물론 재건축 추진 과정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습니다. 세입자 반발이 극심했고, 철거반원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는데요. 1994년 7월 16, 17층짜리 아파트 14개 동(982가구)의 마포삼성아파트로 재건축됩니다. 국내 최초 재건축 단지로 기록됐죠. 이제 그 마포삼성아파트가 준공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군요. 만약 국내 최초의 ‘재재건축’ 아파트가 탄생할 수 있다면, 그 유력한 후보지입니다.용적률 마법과 강남 불패신화1987년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처음에 정한 재건축 연한은 20년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20년이 지나면 아파트가 너무 낡아서, 수리하느니 새로 짓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입니다.그래서 1990년대에 접어들자 서울 강남 일대에도 재건축 바람이 솔솔 불어옵니다. 강남지역은 1963년 경기도에서 서울로 편입돼 개발이 시작됐죠. 이 지역에 처음 들어선 아파트가 1972년 논현동 영동공무원아파트였고요. 길동시영·구반포·삼성AID 아파트 준공이 1974년, 잠실3단지가 1975년이었습니다. 초창기 아파트들이 20년을 채워가면서 집주인들도 재건축 꿈을 키우게 됐는데요. 모두 용적률 90% 안팎 저층아파트였습니다.당시 정부가 법으로 정한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은 무려 400%. ‘200만호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1990년 정부가 300%이던 제한을 400%로 확 풀어놨는데요. 자고로 정비사업에서 용적률이란 ‘헌법’과 같은 존재이죠. 용적률 100%도 안 되는 저층 아파트에 400% 용적률을 적용한다는 건 사실상 ‘재건축 투기’ 길을 열어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게다가 이런 기대감에 불을 붙이는 정책이 발표됩니다. 1993년 2월 건설부가 준공 후 20년이 채 되지 않았더라도 아파트가 낙후됐거나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기준을 더 완화했죠. 그해 1월 청주 우암상가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곧이어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아파트 붕괴사고를 막겠다며 재건축을 더 쉽게 만든 겁니다.어떻게 됐을까요. 재건축 투자 열기가 확 달아오릅니다. 당시는 이미 200만호 건설이 끝난 뒤, ‘서울엔 이제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던 시점입니다. 그런데 수익성 있는 노른자위 입지에 자리 잡은 기존 아파트를 재건축할 길이 열렸으니, 투자자들이 몰려듭니다. 지은 지 15년 넘어 재건축을 바라보게 된 아파트값이 급등했고요.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전에 앞다퉈 뛰어들어 무이자로 1억원 넘는 이주비를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전례 없는 과열 경쟁이 벌어졌죠.용적률 낮은 저층 아파트를 골라 사서 재건축하면 1억원 이상도 남길 수 있다는 공식이 이때 자리 잡습니다. 지방에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사러 올 정도로 투자 열풍이 불었는데요.1995년 동아일보는 이렇게 전합니다.“새집보다도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가 값이 더 많이 오른다. 준공 후 5년에서 10년 사이인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이미 15년 이상 된 아파트들은 재건축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이익을 기대하긴 곤란하다.”1996년 도곡 주공1단지 2억에 샀으면…하지만 ‘강남 재건축 대박’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벽이 남아 있었습니다. 잠실, 반포, 청담·도곡 지역 저층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저밀도 아파트 지구’로 묶여 있었던 거죠. 애초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6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서울시가 못 박아 놓은 단지였습니다.아파트가 좁고(15평 내외), 배관도 낡아서 못 살겠다며 주민들은 아우성이었습니다. 잠실 시영아파트나 주공1단지는 임시 조합을 설립해 시공사까지 미리 선정해놓고 압박했죠. 한동안 서울시 입장은 완고했습니다. “도로, 상수도, 주차장 등 주변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든다”는 이유였는데요.그렇게 수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1996년 11월 마침내 서울시가 총 5개 지구(잠실, 반포, 청담·도곡, 화곡, 암사·명일동)의 고층 재건축을 허가한다고 발표합니다. 총 5만여 가구를 7만 가구로, 용적률 90% 안팎이던 걸 285%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었죠.부동산 시장은 ‘강남의 얼굴이 바뀐다’며 환호했고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3난’이 닥칠 게 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3난이란 자재난, 교통난, 전세난이었죠. “재건축이 완료되면 강남·송파구 교통량은 현재(1996년)의 2.3배, 서초구는 2.1배가 될 것”이라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추정이 나왔습니다. 지금 강남 교통난을 그때 이미 예견한 셈이죠. 당시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를 좀 살펴볼까요. 재건축 예정인 저밀도 단지 중 도곡 주공1단지가 가장 투자가치가 높다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그때 당시 ‘13평형 매매가 2억+금융비용 9600만원+추가분담금 1억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2001년 완공 시 43평 입주까지 드는 비용이 약 4억5000만원이었습니다. 인근 럭키아파트 45평형(4.9억~5.3억원) 시세보다 저렴했죠.실제로는 이 단지는 예정보다 늦은 2006년에나 완공됐는데요. 그래도 남는 장사였던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도곡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도곡렉슬 43평의 현재 시세는 32억원 안팎입니다.IMF 때 죽었다 부활한 재건축여기까지만 보면 규제가 재건축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물론 사업 승인권이 지자체에 있으니 당연히 지자체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요. 그렇다고 규제만 왕창 풀어준다고 재건축 사업이 다 되는 건 아닙니다. 건설경기와 금리 같은 외부환경이 다 받쳐줘야만 계속 나아갈 추진력이 있죠. 1996년 환호했던 재건축 시장은 이듬해 바로 고꾸라집니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죠.시장엔 한파가 몰아칩니다. 주택건설사가 잇따라 부도에 처했고요. 살아남은 건설사는 재건축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며 줄줄이 기존 계약을 취소합니다. 할부금융사가 중도금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돈줄도 막혔고요. 무엇보다 정리해고 피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분양받을 사람이 없죠. 재건축은 올스톱됩니다.흔히 공급 위축은 2~3년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얘기하죠. 2000년대 초반이 딱 그랬는데요. 죽어있던 재건축 시장이 2년 만에 다시 깨어납니다. 재건축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상품권과 전자제품을 뿌리고,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는 등 수주경쟁은 더욱더 극성스러워졌죠. 계속 규제를 풀기만 했던 정부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규제 강화에 나선 것도 이 시점입니다. 소형주택 건설 의무제(2001년), 후분양제 도입(2003년), 용적률 25% 임대아파트 의무화(2005년), 재건축 연한 40년 연장과 초과이익 환수법 제정(2006년) 등이 줄이어 나옵니다.욕망의 시장에서 패배자는 누구?시대와 관계없이 이런 재건축 수주 활황기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꼭 불거져 나오는 이슈가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입니다. 달콤한 약속을 쏟아냈던 시공사들이 착공을 앞두고는 각종 비용 발생이 추가됐다며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하죠. 건설사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달려든 사업장일수록 공사비 갈등이 벌어지는 법입니다. 지난 30여년간 재건축 사업에서 건설사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아 왔죠.공사비 증액 분쟁의 승리자는 물론 건설사였습니다. 그럼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조합원일 것 같지만, 대체로 아니었습니다. 바로 일반 분양자를 포함한 무주택자들이죠.잠실 저층 단지 중 가장 처음 재건축에 성공한 잠실 주공4단지(레이크팰리스) 사례를 볼까요. 2003년 시공사가 3년 만에 공사비를 37% 올린다고 통보하면서 조합원 반발이 상당히 컸던 곳이죠. 34평의 추가부담금이 6890만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이 금액이 327만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대신 일반 분양가가 평당 1200만원에서 1990만원으로 대폭 상승했죠. 공사비 증액 부담을 일반 분양에 떠넘긴 겁니다.도대체 그렇게 비싸게 주고 누가 사냐는 말이 나왔지만, 막상 2004년 분양 당시 경쟁률은 최고 335대 1. 그 가격에도 팔린다는 신호를 주면서 이후 나머지 단지 분양가 역시 비슷한 수준에 맞춰졌습니다. 높은 분양가는 연쇄적으로 주변 시세까지 들썩이게 만들었죠.일부의 욕심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교란시켰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예나 지금이나 재건축은 철저한 ‘욕망의 시장’입니다. ‘각자 욕망에 충실할 것’ 이외의 다른 규칙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죠. ‘사인 간 계약’이라며 추가 부담금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갈등에 대해 행정당국이 수수방관하는 것 역시 30년째 그대로이고요.재건축은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수백, 수천 세대가 사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한 번에 허물고 다시 짓는 건 다른 데선 찾아보기 어렵죠. 용적률을 끌어올려 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용적률의 매직’ 덕분에 꽤 오랫동안 이 신기한 시스템이 유지됐는데요. 그 마법의 수명이 이제 다 되었을지 모른다는 분석이 최근 이어집니다. 이제 재건축을 재건축할 시점이 된 걸까요. 그렇다면 다음엔 무엇이 올까요. By.딥다이브옛 아파트 단지 사진을 찾다 보니, 재건축이 만든 풍경의 변화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지개벽, 상전벽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인데요. 동시에 좋은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과연 재건축이 아닌 무엇이 채워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한국식 정비사업인 재건축의 시작은 마포주공아파트입니다. 1987년 당시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주택 건설’ 정책과 맞물려, 서울 요지에 신규 주택공급을 늘리는 수단으로 재건축이 시작됐죠.-1990년대가 되자 20년 연한을 채운 강남지역에 재건축 바람이 불어옵니다. ‘용적률 높여 재건축하면 1억원은 번다’는 용적률 게임의 공식이 자리 잡으면서 투기 열풍이 일었고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힘을 실어줬습니다.-이후에도 건설경기와 금리 흐름, 규제 변화에 따라 재건축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는데요. 호황기가 지나가면 어김없이 시공사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곤 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데요. 다만 용적률의 마법이 점점 수명이 다해간다는 점이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죠.*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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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스닥 5일 연속 하락…넷플릭스는 ‘깜짝 실적’ 발표[딥다이브]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5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금리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기 때문인데요. 18일(현지시간) S&P500은 0.22%, 나스닥지수는 0.52%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0.06%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날 시장이 주목한 건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었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세마포 세계 경제 서밋’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추가 금리 인상은 기본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데이터가 우리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또다른 공개행사에 참석한 래티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발언도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우리는 올해 연말 무렵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말했죠.이에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0.058%포인트 오른 4.99%를 기록했고요. 금리 영향이 큰 기술주 주가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테슬라는 3.55%, 마이크로소프트는 1.84% 하락을 기록했죠.이날 장 마감 뒤엔 넷플릭스 1분기 실적이 발표됐는데요. 신규 가입자 수와 매출·영업이익 모두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1분기에 무려 933만 명의 가입자가 추가됐는데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배 넘게 늘어난 겁니다. 비밀번호 공유를 제한하려는 노력이 신규 가입자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죠. 넷플릭스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보한 유료 고객 수는 2억6960만 명에 달합니다.다만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빠졌는데요. 회사 측이 올해 연간 매출 성장이 13~15%에 그칠 거라는 다소 약한 가이던스를 내놓은 영향입니다. 또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별 가입자 수를 더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는데요. 이 역시 투자자들에겐 실망스러운 점입니다. 지금의 가입자 증가 물결이 끝나갈 수 있다는 신호이니까요.이날 미국 백화점 기업 노드스트롬은 창업자 가족이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하려 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4.4% 뛰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이날 9.6% 급등해 t당 1만103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신기록이네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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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싼 플라스틱의 공습…이 산업이 위험해 보인다[딥다이브]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환경 이야기냐고요? 아니, 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공장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라스틱 시장의 공급과잉이 위험수준이란 경고음이 커지는데요.왜 플라스틱 공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을까요. 더 많은 플라스틱, 더 값싼 플라스틱은 얼마나 위험할까요. 오늘은 플라스틱 시장의 역사적 공급과잉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물질소비의 민주화 시대플라스틱은 너무 흔해서, 기술 진보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요? 플라스틱의 화려한 과거를 모르시는군요. 1959년 동아일보 기사 속 표현을 인용하자면, 플라스틱은 ‘20세기의 총아’이자 ‘세기의 혁명’을 일으킨 놀라운 신소재입니다.플라스틱은 유연하고 강합니다. 얇은 필름부터 단단한 케이블까지, 모든 형태로 만들 수 있죠. 닳지도 않아요. 얽힌 종이클립처럼 반복되는 분자 사슬로 이뤄진 ‘중합체’이기 때문입니다.당구공용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한 최초의 플라스틱(셀룰로이드)이 개발된 건 1869년이지만, 대량생산이 시작된 건 제 2차 세계대전부터이죠. 군인들이 플라스틱 헬멧과 비닐 비옷을 착용하고, 나일론 낙하산을 타면서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했고요. 전쟁이 끝난 뒤엔 소비자 시장에서 플라스틱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플라스틱 포장재는 식품산업, 합성섬유는 의류산업의 혁명을 가져왔고요. 플라스틱 덕분에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이 끝없이 넘쳐나게 됐습니다. 누구나 플라스틱 제품을 누릴 수 있는 ‘물질소비의 민주화’ 시대가 열렸죠.싸고 편리한 플라스틱에 인류는 금세 중독됐습니다. OECD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은 지난 30년 동안 4배로 불어났죠. 그 소비량이 앞으로 줄어들 거란 예측이나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OECD는 2060년엔 플라스틱 소비량이 2019년(4.6억 톤)의 3배 수준(13.2억 톤)으로 증가할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 어떤 다른 소재보다도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빨대·비닐봉지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국가가 많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플라스틱은 규제 논의를 피해 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범퍼나 사무실 깔개, 주택의 PVC 파이프와 창호를 무엇이 대체할 수 있을까요. 합성섬유 혼방을 모두 제외한다면 옷장의 옷이 과연 몇벌이나 남을까요.역대급 플라스틱 공급과잉인류는 플라스틱 소비를 멈추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게 되겠죠. 환경엔 암울할지 몰라도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 기업엔 좋은 소식인데요.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는 잔뜩 가라앉아있는 상태입니다. 2022년 시작된 다운사이클(하락기) 한복판에 있죠. 물론 사이클은 늘 있었고, 보통 3~4년 주기로 반복되기 마련인데요. 문제는 이게 그냥 지나가는 사이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 같은 암흑기가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단 비관적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플라스틱이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이죠. 원자재시장 분석기업 ICIS이 지난달 웨비나에서 이 산업을 전망했는데요.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폴리프로필렌(PP) = 앞으로 5년(2024~2028년) 동안 글로벌 수요가 연평균 4.2% 성장할 겁니다. 아시아 신흥국의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이 전 세계 PP 수요를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능력도 크게 늘면서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79%)보다 더 낮아질 전망입니다. 2019~2021년 87% 안팎이었던 가동률이 급락한 뒤 회복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PP 시장의 공급과잉은 구조적입니다. 경쟁 심화로 생산업체는 과거의 마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겁니다.폴리에틸렌(PE)= 글로벌 PE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더 빨리 증가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지난해 가동률은 81%였고요. 올해 이후에도 계속 내려가 2028년엔 74%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과잉생산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점점 악화할 거란 뜻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영비용이 높은 곳(유럽)부터 영향을 받을 겁니다.요약하자면 플라스틱 수요는 늘지만, 그보다 공급이 훨씬 더 빨리 늘어나서 큰일입니다. 당분간 공급과잉은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 수년 동안 유례없는 수준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고, 마진이 쪼그라들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ICIS의 존 리처드슨 컨설턴트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장기 데이터는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석유화학의 뉴노멀입니다.”플라스틱이 석유의 미래?지금의 공급과잉 사태는 중국 영향이 큽니다. 코로나 이전엔 중국의 플라스틱 수요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해, 끝없이 팽창할 것만 같았죠. 중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들이 이를 믿고 투자를 왕창 벌여놨는데요. 2021년 중국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크게 둔화하고 말았습니다. 공장은 지어놨는데 팔 곳은 없고, 제품 가격은 뚝뚝 떨어지는 상황입니다.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독일 바스프는 지난해 2600명(전체 직원의 2%)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죠. 단기간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보고 허리띠를 조이는 건데요.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공장설립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공장이 세계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죠. 미국 석유회사 셸(Shell)은 2022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펜실베이니아 폴리에틸렌 단지를 열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축구장 300개 크기로, 총비용이 무려 1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엑손모빌은 중국 광둥성에 총 100억 달러를 들여 건설 중인 석유화학 단지를 2025년 완공할 예정이고요. 셰브런은 지난해 합작사인 셰브론필립스케미칼을 통해 미국 텍사스와 카타르에 대형 화학 플랜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해 사우디 주베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을 착공했죠.업황이 이미 바닥인데, 왜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걸까요. 치킨게임이라도 벌이겠다는 걸까요. 이와 관련한 배런스의 최근 분석이 눈에 띄는데요. 대형 석유회사들이 휘발유에서 플라스틱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겁니다.기관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세계 휘발유 소비는 곧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죠(JP모건은 정점을 2025년으로 예상). 천천히, 하지만 영구적으로 전 세계 휘발유 소비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대세인데요. 석유회사 입장에선 이대로 앉아서 두고 볼 수만은 없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플라스틱인 겁니다. 적어도 휘발유처럼 몇 년 안에 수요가 줄어들 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플라스틱은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들어지죠. 천연가스와 석유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지역과 기업이 비용 측면에서 단연 유리한데요. 미국과 중동의 석유기업은 그런 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합니다. 즉,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를 수익화하기에 또 다른 좋은 방법이 됐습니다.플라스틱을 포함한 화학제품 시장은 연료(휘발유·디젤·제트유) 시장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과연 덩치 큰 대형 석유회사들이 이 작은 시장에 뛰어들어서 뭘 얼마나 얻을진 의문이죠. 먹을 게 있긴 할까요. 이를 두고 배런스는 “마치 덩치 큰 사람(대형 석유회사)이 욕조(플라스틱 시장)에 뛰어들어 대포를 쏘는 것과 같다”고 평하는데요. 다른 경쟁자를 밖으로 밀어내고 시장을 잡아먹을 거란 뜻이 담겨있습니다. 아마도 비용 경쟁력에서 불리한 유럽과 아시아(중국 제외)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죠.아무리 봐도 생산이 문제이건만플라스틱 생산 과잉과 가격 급락은 석유화학 업계에만 큰일이 아닙니다. 환경 측면에서도 재앙이죠. 썩지 않는 쓰레기가 더 넘쳐나는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요. 매립지에서 종이는 분해되는데 2~6주, 오렌지 껍질은 6개월이 걸리지만 플라스틱은 수백, 수천 년이 걸립니다.재활용하면 된다고요?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9%만 재활용되는 것 아시나요.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이 다 녹여서 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죠. 또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 두 번까지만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결국 언젠가는 매립·소각될 운명입니다.무엇보다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쉽고 저렴한데 재활용이 과연 크게 늘 수 있을까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만든 고밀도 폴리에틸렌 현물가격은 t당 943달러, 재활용한 고밀도 폴리에틸렌 가격은 1631달러입니다. 2019년만 해도 재활용 가격이 더 저렴했지만 이후 역전돼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이죠. 새 플라스틱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재활용은 점점 더 경제성 없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약속과 착한 소비에 기대는 데는 한계가 있죠.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플라스틱은 폐기물과 재활용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생산이 문제입니다. 생산을 어떻게 줄일지를 논의하긴커녕, 반대로 갈수록 공급이 더 넘쳐날 거라니 걱정스러운데요. 싸구려 플라스틱의 공습이 무섭습니다. By.딥다이브플라스틱 산업이 지금 불황인 건 틀림없습니다. 다만 다운사이클이 얼마나 이어질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죠. 여기에선 비관론에 초점 맞춰 살펴봤지만, 낙관론(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조기에 회복될 수 있다)도 있다는 점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지금은 플라스틱 시대입니다. 30년 동안 4배로 늘어난 플라스틱 사용량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늘어갈 겁니다. OECD는 2060년이면 지금의 3배가 될 거라고 내다봅니다.-문제는 수요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플라스틱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공장 가동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공급과잉은 앞으로 5년 이상 이어질 전망입니다.-플라스틱 공급 확대를 주도하는 건 중국, 그리고 미국과 중동의 대형 석유회사입니다. 플라스틱이 석유의 미래라고 여기고 새로운 공장을 앞다퉈 건설 중인데요. 이들은 비용 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우리에겐 위험 요인입니다.-값싼 플라스틱이 지금보다 더 넘쳐나게 된다니, 환경 측면에선 너무나 암울한 소식입니다. 과연 인류는 플라스틱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요.*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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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채금리 왜 이래…나스닥 1.8% 급락[뉴욕증시]

    국채 금리가 뛰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S&P500은 1.2% 하락해 5100선 아래로 밀려났고요. 다우지수는 0.65%, 나스닥지수는 1.79%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변동성이 심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죠. 주말 사이 이란의 이스라엘 영토 직접 공격이란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는데요. 증시는 이스라엘이 당장 보복에 나서진 않은 만큼, 확전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실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반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하지만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반등하던 주가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28%포인트 오른 4.627%를 기록했죠.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건데요. 예상보다 강력한 소매판매 지표가 나오면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더 미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입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예측치(0.3%)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은 강력한 소비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중동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는데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오히려 크게 하락하다니(=금리 상승),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는 5개월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테슬라입니다. 실적 부진으로 전 세계 인력 10%를 감축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5.59% 급락했죠. 통상 인력감축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가엔 호재인 경우가 많은데요. 테슬라의 경우엔 회사가 정말 어렵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떨어진 겁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조직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것(감원)보다 더 싫어하는 일은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는데요. 테슬라의 핵심 경영진인 드루 배글리노 수석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지금은 실적시즌이죠. 이날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 주가는 2.92% 상승했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추정치를 한참 웃돌았는데요. 성과를 내지 못하던 소매금융 비중을 줄이고, 원래 잘하던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쪽에 집중한 게 통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주엔 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존슨앤존슨·유나이티드항공이 16일, 넷플릭스 18일, P&G가 1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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