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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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1년차 기자입니다.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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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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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이 왜 이리 강하지…국채금리 뛰고 뉴욕증시 혼조세[딥다이브]

    미국 국채 금리가 뛰면서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60%와 0.20%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지수는 0.11% 상승했습니다.이날 시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최근의 경제지표를 두고 “우리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과잉 반응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었죠. 이날 발표된 제조업 지표도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전달(47.8)보다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넘긴 건 18개월 만이라고 합니다.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죠.예상외로 강력한 제조업 지표는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22%포인트 뛴 4.312%를 기록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8%입니다. 일주일 전 70%대에서 후퇴한 거죠.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호세 토레스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은 연준이 매파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는 결국 (6월이 아닌) 하반기에나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시장은 이번 주에 발표될 고용지표에 주목합니다. 3월 고용보고서가 5일 나올 예정인데요.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이 20만5000건 증가해 전달(27만5000건)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동안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식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트럼프 미디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인데요. 지난주 상장 후 폭등했던 주가가 이날은 21.47% 폭락했습니다. 2023년 연간실적에서 5820만 달러의 순손실을 보고한 영향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어 7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이날 48달러대로 밀렸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고 합니다. 역시 ‘밈(Meme) 주식’다운 흐름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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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유하지만 이민자는 싫어…네덜란드 ‘부의 역설’[딥다이브]

    성매매·안락사·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관용의 나라, 종교박해를 피해온 위그노를 받아들인 자유의 나라, 세계 최초 다국적 기업 동인도회사를 탄생시킨 세계화 원조 국가. 어디인지 아시겠죠?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부자 나라’로 불려 온 네덜란드입니다.이런 네덜란드가 요즘 급격하게 반이민 정책으로 유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민자 유치가 경제성장 원동력이라고 자부해왔던 네덜란드인지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는데요. 오늘은 왜 네덜란드처럼 부유한 국가에서 반이민 정책이 지지받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이민자·난민·유학생, 이제 그만네덜란드가 외국인을 향해 활짝 열렸던 문을 빠르게 닫고 있습니다. 최근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인 정책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①외국인 근로자 위한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줄입니다=네덜란드는 ‘30% 룰링’이라 부르는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감면 혜택이 있었습니다. 5년 동안 급여의 30%를 소득공제(과세표준에서 제외)해주는 파격적인 제도였는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혜택을 크게 축소합니다. 5년을 20개월씩 세 구간으로 나눠, 단계별 소득공제 비율을 30%-20%-10%로 점차 줄이는 거죠.30% 룰은 네덜란드가 해외 인재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유인책이었습니다. 네덜란드 기업인 반도체 업계 ‘슈퍼을’ ASML의 경우 네덜란드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라, 이 제도가 사라지면 영향이 꽤 큰데요. 이 때문에 지난 1월 ASML의 페터르 베닝크 CEO가 본사 이전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반발했죠.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덜란드가 문을 닫아도 괜찮습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야 할 곳이면 어디든 가겠습니다.”②망명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집니다=누군가가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 그가 실제 위험에 빠졌는지를 어떻게 확인할까요. 지금까진 이민귀화국이 신청자의 진술을 듣고 난민 지위를 줄지 말지를 판단했는데요. 올해 여름부터는 절차가 바뀝니다. 망명 신청자 본인이 자국에서 위험에 처해있다는 증거를 직접 제출해야 하죠. 그냥 단순히 위협받는 집단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위협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죠. 한층 까다로워지는 건데요.이렇게 바꾸는 이유는 뻔합니다. 망명 신청자들이 네덜란드행을 포기하고 다른 유럽 국가로 가게 하려는 거죠.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은 “망명 신청자의 유입으로 인해 네덜란드 납세자들이 연간 240억 유로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망명 신청자들은 고급 유람선에서 무료 뷔페를 즐기는 반면, 네덜란드 가족들은 식료품 지출을 줄여야 한다”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③유학생을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어 강의를 늘립니다지난달 네덜란드 대학 14곳이 유학생을 줄이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 학사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고, 유학박람회를 통해 외국 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자제하기로 했죠. 또 주요 전공(예-경제학이나 심리학) 학사 프로그램은 네덜란드어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에 더해 네덜란드 교육부는 영어로 진행하는 학사 코스의 최대 학생 수 상한선을 정해놓는 법안 제정도 추진 중입니다. 일종의 ‘유학생 쿼터제’를 도입하려는 거죠.네덜란드는 지난 12년 동안 대학 학생 수(대학원 포함)가 25%나 증가했는데요(2011년 65.6만명→2023년 82.1만명). 현재 전체 학생의 4분의 1이 외국 국적이라고 하죠. 학사 프로그램의 30%는 영어로만 제공됩니다. ‘대학의 영국화’라는 비판과 함께, 강의실·거주지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불만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이젠 급격한 ‘대학의 네덜란드화’로 돌아선 건데요. 네덜란드 대학 교수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교수들은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떨고 있다고 합니다.외국인 때문에 살기 어렵다고?개방적인 국가로 유명했던 네덜란드는 왜 돌변했을까요. 흔히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민자가 최근 들어 너무 급증해서, 네덜란드 사람들이 살기 팍팍해졌다고요. 주택공급 부족과 치솟는 임대료, 이게 다 외국인이 밀려들어 온 탓이라는 거죠.이런 대중의 불만을 극우 포퓰리즘이 파고듭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하원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 37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죠. ‘다시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요.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온갖 혐오 발언으로 유명한 정치인이죠. ‘네덜란드판 트럼프의 승리’였습니다.그런데 팩트를 좀 따져보자고요. 정말 최근 들어 네덜란드에 이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까요. 2022년 수치를 보면 그렇죠. 순이민자 수(유입-유출)가 전년의 두 배인 22만명에 달하니까요. 하지만 2023년엔 이 수치가 다시 14만명으로 줄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이민 수요가 2022년 일시적으로 폭발했다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지 모릅니다.네덜란드 경제상황은 어떨까요. 보통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게 실업률과 1인당 GDP 성장률이죠. 그런데 네덜란드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점에 머물러있고요(2023년 3.5%). 2022년 1인당 GDP 성장률은 3.5%로, 다른 유럽국가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네덜란드 주민 1인당 GDP는 5만3200유로, EU 국가 중 4위를 기록했죠(2021년엔 5위). 네덜란드는 전반적으로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습니다.그래서 생기는 의문은 이겁니다. 도대체 왜 이 경제 번영의 시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반이민 극우 정당에 끌리는 걸까요.경제 번영기에 극우정당은 득세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부상은 네덜란드만의 일이 아니죠. 사실 유럽 국가 중 이런 정당이 없는 나라가 드물 정도인데요. 일반적으로는 이렇게들 생각합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때, 즉 경기침체기에 반이민 정당 지지도가 높아진다고요. 먹고 살기 어려워진 가난한 유권자들이 이민자나 소수민족을 배척한다는 거죠.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요.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설명에 도전하는 정치사회학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옵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타케 시프마 연구원의 2021년 논문도 그중 하나인데요. 2009년과 2014년, 유럽 10개국의 선거 데이터를 비교해봤더니, 경기침체기엔 이민 문제를 앞세운 극우 정당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는 거죠. 실업률이 치솟고, 1인당 GDP 성장률이 낮을 땐 반이민 주장이 되레 먹히지 않더라는 겁니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고 나서는 반이민 정당이 더 지지받고요. 상식과는 정반대이죠.시프마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땐 유권자들은 경제 자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기 때문에 극우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낮아집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 이민 문제가 부각되고 극우정당이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생깁니다.”경제가 정말 나쁠 때,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은 경제 살리기이죠. 주구장창 ‘반이민’만 외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설득력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경제침체기에 그들이 외면받는 이유입니다.반면 경제가 괜찮고 먹고살 만하면 오히려 반이민 주장이 귀에 쏙쏙 박힙니다. 프랭크 몰스 미국 퀸즈대학 연구원은 2017년 ‘부의 역설’이란 용어로 이를 설명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혹시 자신이 가진 부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민에 반대한다는 겁니다.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지 못할까 봐, 지위가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반이민 정책에 표를 던지는 거죠. 부유해지면 관대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잃을 게 많아지는 셈입니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스위스처럼 경제가 탄탄한 국가에서 국수주의적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한 건 대체로 경제적 번영 이후라고 합니다.이민 막으려면 경제를 파괴하라‘이민자들은 집과 일자리를 뺏어가고 임금 수준을 떨어뜨리고 복지국가를 훼손한다.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다.’반이민 세력의 흔한 주장이죠. 하지만 지난해 ‘How Migration Really Works’ 책을 낸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하인 데 하스 교수가 30년 동안 이민을 연구한 결론은 다릅니다. 그에 따르면 노동 수요가 외국인 이주를 이끄는 진짜 동인입니다. 부유하고 번영하는 개방형 경제는 많은 노동 이주자를 끌어들이기 마련입니다. 즉, 이민자 급증은 나라 경제의 성공 신호이죠.데 하스 교수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고학력·고령화는 노동자 부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우리가 완전고용과 최대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를 파괴하는 겁니다.”그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한 어떻게 해도-세제 혜택을 줄이고, 망명자를 추방하고, 대학에서 네덜란드어로 가르쳐도-노동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이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민을 막겠다’는 정치권 공약 자체가 환상 또는 거짓말이란 거죠. “이민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 주제를 얘기하는 건 무의미해요. 마치 ‘시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라는 것과 같아요.”물론 아무리 많은 증거와 연구결과를 들이대도 고정관념을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죠. 어쩌면 일단 한번 극단으로 쏠린 뒤에야 제자리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캐나다 출신 네덜란드 기업가 알리 닉남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네덜란드를 보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여요.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일해서 얻은 위대한 것들을 모두 잃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By. 딥다이브지난해 호주 임대주택난을 전해드리면서, 사실 누적된 주택정책 실패 탓인데 극우정당은 이를 이민자 탓으로 호도한다고 설명드린 적 있습니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 상황인데요. ‘이게 다 이민자 때문’이란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지난 10년간의 주택공급 정책 실패를 가리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외국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된 국가로 통하던 네덜란드가 최근 빠르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세제 혜택을 대폭 줄이고, 망명 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유학생을 줄이겠다며 네덜란드어 대학 강의를 늘리고 있죠. -심지어 지난해 11월 하원 선거에선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인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제1당이 됐는데요. 먹고 살기 어려워져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네덜란드는 경제적으로 번영의 시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 침체기엔 구호뿐인 ‘반이민’ 정책보다는 실질적인 경제 정책에 유권자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극우정당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집니다. 반면 경제가 번영하고 사람들이 부유해지면 반이민 주장이 귀에 쏙쏙 들어오죠. 가진 걸 잃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부의 역설’입니다.-이민자가 급증하는 건 사실 경제 성공의 신호입니다. 유입을 정말 막으려면 경제를 파괴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이민자를 막겠다’는 정치인 약속의 허구성을 깨달아야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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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500, 1분기 10% 올랐다…5년 만에 최고[딥다이브]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2%, S&P500은 0.11%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고요. 나스닥지수는 0.12% 하락 마감했습니다. 29일 뉴욕증시가 휴장이라서, 이날이 1분기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는데요. 올 1분기에 S&P500은 10.2% 상승했습니다. 2019년 이후 1분기 상승률로는 최고라고 합니다. 랠리를 주도한 건 엔비디아였습니다. 지난해 말 495.22달러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82.5% 뛰어 이날 종가 903.56달러를 기록했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석 달 동안 1조 달러 넘게 불어났는데요. FT는 엔비디아 시총 증가분이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MSCI 기준) 총 이익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미국주식 가치는 총 4조원 넘게 늘어나서 월가의 비관론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투자자의 낙관론을 부추겼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GDP는 연율로 3.4% 증가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습니다. 또 미시간대학이 조사한 3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79.4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거란 기대감이 커진 거죠.29일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공개될 텐데요. 시장에선 전년 대비 2.5% 상승해 1월(2.4%)보다 증가율이 높아질 걸로 내다 봅니다.엔비디아 말고 1분기에 눈에 띈 주식은 뭐가 있을까요. 디즈니 주가는 이번 분기에 35% 이상 상승했습니다. 테마파크와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실적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디즈니의 4월 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공세를 벌이고 있죠. 표대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됩니다.테슬라는 1분기에 주가가 약 29% 하락했습니다. 2022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는데요. 지난 1년 동안 테슬라 주가는 6.7%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P500은 32% 상승했습니다. 전기차 수요부진과 중국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테슬라는 4월 2일 1분기 생산·인도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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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공급과잉이 낳은 ‘유통 교란종’ 테무… 1년반만에 50개국 상륙 [딥다이브]

    불과 1년 반 만에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한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Temu). 초저가와 무료 배송, 광고 공세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유럽 유통 시장까지 뒤흔든다. 중국 공급 과잉 시대가 탄생시킨 생태 교란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파격 초저가로 충동구매 조장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拼多多)가 20일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23%나 증가해 전망치를 한참 웃돌았다. 경쟁사인 중국 알리바바·징둥닷컴의 소매부문 매출 증가율이 불과 2∼3%대인 것과 대비된다. 매출 급성장의 원동력은 핀둬둬의 해외용 플랫폼 테무다.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출시된 테무는 유럽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테무의 지난해 상품 거래액은 약 164억 달러(약 22조 원).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3억3800만 건)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달 월간 활성이용자 수에서 G마켓을 제치고 쇼핑앱 4위(581만 명)를 기록했다. 전 세계 소비자가 테무에 열광하는 건 파격적으로 싼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을 웬만한 쇼핑몰의 반값 이하에 판다. 주문 제품은 중국 내 창고에 모아서 포장한 뒤 해외로 배송되는데, 일정 금액(한국은 1만3000원) 이상이면 배송비는 무료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란 광고 문구처럼 싼 맛에 하는 충동적인 쇼핑을 부추긴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판매자가 정식으로 상품을 수입하면 관세는 물론이고 안전인증 비용까지 내야 해 가격으론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 공급 과잉과 무한 가격 경쟁 싸게 팔면 많이 팔리는 건 당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테무는 중국의 중소·영세업체를 끌어모아 효율적인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주 1회 최저가 입찰이다. 유사 제품에 대해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판매자에게만 테무에서 제품을 팔 권리를 준다. 낙찰받기 위해 판매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엄격한 벌금 규정도 운영한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벌금과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다가 테무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테무는 끄떡없다. 지금 중국은 공급 과잉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도 제품을 공급할 중소업체는 여전히 넘쳐난다. 중국 경기 둔화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 더 그렇다. 중국 매체 36kr은 “테무는 공급 과잉 환경에 맞는 게임 규칙을 설계했다”면서 “압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판매자는 공장 또는 대형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광고 폭탄에 올해도 적자 테무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만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광고비를 써서, 메타의 최대 광고주가 됐다. 테무는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번다.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제품 공급가격과 물류비용, 마케팅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게 있어야 이익이 난다. 현재는 물론 적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테무가 주문당 7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테무는 올해 투자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핀둬둬는 초기 3년은 계획된 적자 구간이라고 보고 테무를 열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집중했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올해는 한국 시장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차별성이 없는 국내 중소사업자에는 특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테무가 언제쯤 흑자로 돌아설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HSBC는 “차별화되는 초저가 전략으로 테무의 강력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2025년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 이와 달리 JP모건체이스는 “테무가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야 2027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규제 위험으로 주가는 주춤 테무의 강세로 핀둬둬는 지난해 4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반짝 상승한 뒤 내리막이다. 13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틱톡 금지법’이 중국 앱 테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이런 이유로 핀둬둬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면 금지까진 아니더라도 유통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정치권에선 800달러 이하 수입품엔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테무 같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도 국내에 의무적으로 대리인을 두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인 상황에서 다시 중국 제조업 의존도가 커진다면 또 다른 마찰과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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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독점 소송은 제국을 무너뜨릴까? 26년 전 MS 사건이 남긴 것[딥다이브]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드렸죠. 과연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구축은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불법 행위일까요. 이제 막 시작된 세기의 소송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데요.이를 계기로 26년 전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벌인 독점 금지 투쟁이 재소환됩니다. 구글·애플의 성장, MS의 쇠퇴와 부활이란 이야기의 시작점이라 할 정도로 역사적인 사건이었죠. 기술 세계의 획기적인 전환점,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그런데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위상은 어찌 보면 지금보다 더 엄청났습니다. 그 당시 MS는 전 세계 그 어느 기업보다도 부유하고 강력한데다, 다른 영역으로까지 지배력을 넓혀가는 야심 찬 기업이었죠. 특히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 창업자는 성공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습니다. 지금의 구글과 애플, 테슬라까지 합쳐놓은 느낌이랄까요.MS 지배력의 기반은 PC 운영체제 윈도우였습니다. 윈도우가 얼마나 핫한 제품이었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 말 개인용 PC의 90% 이상이 MS 윈도우를 사용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윈도우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대대적인 론칭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열리곤 했죠. 뉴욕에선 댄서들이 건물 벽을 타고 다니며 신제품 출시를 알렸고요. 한국에선 코엑스 행사장에 신제품을 한시라도 빨리 사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마치 지금의 아이폰처럼요.미국 정부는 1990년부터 연방거래위원회가 독점 혐의로 MS를 조사해왔습니다. 그리고 1998년 5월 미국 법무부가 20개 주 정부와 함께 MS를 독점금지법(셔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죠.소송의 핵심은 MS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 있었습니다. PC 산업의 절대 강자인 MS였지만 인터넷 대응은 한발 늦었죠. 빌 게이츠는 뒤늦게 1995년에야 인터넷의 상업적 잠재력을 깨닫고 ‘인터넷 해일’이란 메모를 회사 경영진에 보냅니다. MS는 부랴부랴 익스플로러1을 내놨지만, 반응이 시원찮았죠. MS는 경쟁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를 뛰어넘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무료로 끼워 넣습니다. 그리고 PC 제조사에 윈도우 운영체제와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설치해 PC를 출시하도록 압력을 가했죠. 훗날 재판에서 공개된 MS 내부 e-메일에선 ‘넷스케이프의 공기 공급을 차단한다’ 같은 노골적인 표현이 나왔습니다. 생존 위기에 몰린 넷스케이프는 이런 MS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기밀 보고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합니다. 이는 반독점 소송의 근거가 됩니다.가격보다 혁신이 훨씬 중요하다9개월 동안 이어진 1심 재판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당시 재판을 취재했던 뉴욕타임스 기자는 OJ 심슨 사건 수준으로 기사가 쏟아졌다고 회고하죠. 특히 ‘이걸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기존에 봐왔던 반독점 소송과는 여러모로 달랐기 때문입니다.일반적으로 독점기업은 M&A로 몸집을 불립니다. 앞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으로 쪼개졌던 스탠더드오일이나 AT&T가 모두 그런 경우죠. 그런데 MS가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한 건 M&A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윈도우가 소비자 선택을 받았을 뿐이었죠.전통적으로 독점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 후생의 감소, 즉 가격 때문입니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을 걱정하죠. MS의 경우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품 복사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사실상 0인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제품 가격 인상 없이 익스플로러를 번들로 묶어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은 MS의 독점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1999년 12월 포트레이트 오브 아메리카)에서 MS의 해체를 원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죠.그러나 결론은 MS의 완전한 패배였습니다. 1심 법원은 MS가 독점금지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회사를 2개로 분할하라고 명령합니다.당시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이렇게 발끈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현실, 즉 우리 소프트웨어가 수백만 미국인이 PC를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현실을 뒤집는 것입니다.” MS가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공짜로 집어넣은 덕분에 대중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됐으니, 처벌이 아닌 칭찬받을 일이란 주장입니다.하지만 미국 정부와 법원은 인터넷 시대 반독점 사건의 규칙이 바뀌었다고 봤습니다. 이젠 가격보다 혁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 거죠. 만약 MS의 반경쟁 행위가 넷스케이프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소프트웨어 혁신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쓸 수도 있었는데 못 쓰게 됨)로 이어지죠. 2000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버트 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책의 목표는 차세대 넷스케이프, 즉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진입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겁니다.”윈도우의 문이 열리다1심 판결 결과와 달리 MS는 쪼개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분할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미 법무부는 분할 대신 MS가 경쟁사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도록 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PC 제조사가 MS 이외 기업의 소프트웨어도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을 바꾸게 했죠.이를 두고 맹탕 합의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S가 윈도우 라이선스에 대한 특별한 독점금지 면책권을 얻었다”(앤드류 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고 꼬집었죠. MS의 지배적인 지위는 한동안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독점금지 관련 강의를 이 MS 합의 판결로 시작합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합의 판결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조치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어느 각도에서든 새로운 기업을 쫓는 MS의 능력을 제한했죠.”더 개방적인 환경이 도래하자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MS 경쟁사들이 수혜를 입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두 곳이 꼽힙니다. 구글 그리고 애플입니다.구글과 애플의 아이러니2012년 구글 크롬이 MS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릅니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불과 4년 만의 일이죠. 단순한 디자인과 빠른 속도, 강력한 보안. 고성능으로 무장한 크롬은 익스플로러를 무너뜨립니다. 이후 익스플로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결국 사망선고(지원 종료)를 받았죠.20여 년 전 MS 합의 판결이 없었다면 브라우저 시장의 이런 혁신은 가능했을까요. ‘차세대 넷스케이프’를 키우겠다면 반독점 소송의 목표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애플도 마찬가지이죠. 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 아이팟(iPod)은 2001년 처음 출시됐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건 윈도우 운영체제용 아이튠즈(iTunes) 버전이 나온 이후입니다. 뉴욕타임스는 “MS 합의판결이 없었다면 애플이 이런 성공을 거두고 궁극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하죠.아이러니한 건 26년 전 MS 반독점 소송 덕을 톡톡히 본 이들 기업이 이젠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의 대상이 됐다는 점입니다. 미 법무부는 이미 구글을 상대로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고요. 지난 21일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한다”며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죠. 참고로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91%(2월 기준, 2위 빙은 3%)에 달합니다. 애플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64%(2위 삼성은 18%)이고요(전 세계적으로 애플 시장 점유율은 20%).구글과 애플 소송의 결과는 예측하기 너무 이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MS 사건과는 좀 다른 점이 여럿 있죠. 다만 분명한 건 이들 기업이 앞으로 법정에서 싸우느라 몇 년을 소비하게 될 거란 겁니다. 소송 비용이 많이들 뿐 아니라, 기업이 AI 혁신을 위해 치고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26년 전보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요.독점 깬 건 소송 아닌 기술 변화실제로 MS는 반독점 소송 이후 꽤 오랫동안 헤맸습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2019년에 이렇게 말했죠. “반독점 소송이 MS에 나쁜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소송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드는 데 더 집중했을 거고, 오늘날 안드로이드 대신 윈도우 모바일을 사용하게 됐을 것입니다.”2월 현재 전 세계 전체 플랫폼(휴대폰·태블릿PC·데스크톱) 기준으로 운영체제 시장점유율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43.74%)입니다. 2위 MS 윈도우(27.39%), 3위 애플 iOS(17.82%) 순이죠. 2010년 중반까지 점유율 90%대를 기록했던 윈도우가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모바일 장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스크톱이 컴퓨팅 세계에서 훨씬 덜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이제 PC는 개인용 컴퓨팅 세계의 중심이 아닙니다. 윈도우 독점은 무너졌다기보다 무의미해졌습니다.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고요. MS의 모바일 전환이 늦은 게 정말 반독점 소송 탓일까요. 소송이 끝난 건 2001년, 애플 아이폰이 나온 건 2007년인데?글쎄요. 과거 인터뷰에서 MS 전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반응을 이렇게 전했죠. “아이폰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으로(499달러), 비즈니스 고객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키보드가 없어서 그다지 좋은 e-메일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e-메일 기기 정도로 여기다니. MS가 왜 이 시장에서 그토록 뒤처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윈도우 모바일폰은 왜 실패했는가는 긴 이야기기 때문에 생략하고요. 요점은 이겁니다. (빌 게이츠 말과 달리) MS의 독점적 지위를 깨뜨린 건 소송이 아니라 기술의 변화(그리고 경영진의 오판)였습니다.아시다시피 MS의 그 이후 스토리는 해피엔딩입니다. 2014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던 MS를 기사회생시킵니다. 윈도우에 대한 집착의 고리를 끊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AI라는 새 영역을 과감히 개척해 나간 덕분입니다. MS는 더 이상 PC라는 플랫폼에 갇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MS 사례는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에 걸려있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애플·구글·아마존·메타)에도 메시지를 줍니다.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는 건 달리 보면 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란 신호라는 것, 다른 성장 동력을 빨리 찾아내는 게 진짜 살길이란 것 말이죠. By.딥다이브이번에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 조나단 캔터 차관의 발표문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경쟁은 오늘날의 시장과 기술뿐만 아니라 내일의 혁신도 보호합니다.” MS 사건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법무부가 애플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26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윈도우로 PC 시대를 평정했던 MS. 웹 브라우저 시장까지 지배하기 위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공짜로 끼워팔았는데요. 이는 넷스케이프를 비롯한 경쟁사를 질식시키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라는 게 법원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 덕분에 윈도우가 경쟁사에도 열리면서 구글과 애플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구글과 애플이 다시 반독점 소송 대상이 됐으니, 세상사는 돌고 돕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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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아 가격 구리보다 비싸졌다…뉴욕증시는 숨고르기[딥다이브]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주식시장이 한숨 쉬어가는 분위기인데요. 2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41%, S&P500 0.31%, 나스닥지수는 0.27%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는 29일 오전에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되죠. 같은 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도 예정돼있는데요. 지난주엔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호했던 주식시장이지만, 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다소 높게 나올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29일은 부활절 연휴의 시작인 ‘성금요일’을 맞아 뉴욕증시가 휴장하고요. PCE 물가지수에 대한 시장 반응은 다음 주 월요일(4월 1일)에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주가가 워낙 단기간에 뛰면서 실적 기대치와 주가의 괴리가 커진 것도 증시엔 부담입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S&P500지수가 올해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UBS는 “기본 시나리오는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후퇴하며 금리가 하락하는 미국의 연착륙”이라며 “이것이 주식시장엔 유리한 배경을 제공한다고 기대하지만, 많은 좋은 소식이 이미 지수 수준 가격에 반영돼있다”고 이유를 설명합니다.이날 눈에 띄는 뉴스는 보잉의 데이브 칼훈 CEO가 연말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입니다. 칼훈 CEO뿐 아니라 래리 켈너 이사회 이장, 상용기 부문 책임자 스탠 딜까지 줄줄이 물러나기로 했는데요. 보잉은 지난 1월 737 기종의 도어패널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한 사고 이후 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경영진 개편이 보잉의 변화 계기가 될 거란 점에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인데요. 보잉 주가는 이날 1.36% 상승 마감했습니다.원자재 시장에선 코코아가 단연 뉴스거리입니다. 코코아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다 못해,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뉴욕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7.94% 올라 t당 9649달러를 기록했는데요. 한 달여 전 코코아 가격이 역사상 한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인 6000달러대를 기록했다고 전해드렸건만(딥다이브 코코아 편 참고). 당시 “t당 1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했던 씨티그룹의 전망이 이렇게 금세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블룸버그는 “심지어 코코아 가격이 산업용 금속인 구리보다 더 높아졌다”면서 “2025년 부활절엔 초콜릿 가격이 훨씬 더 비싸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합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 오레오를 만드는 몬덜레즈의 주가는 이날 각각 2.89%, 2.14% 하락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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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찍 뜬 드론택시, 멀리 날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야기[딥다이브]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 미래인 2015년으로 간 주인공이 가장 먼저 본 건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미래보다도 9년이 지난 지금. 흔히 ‘드론 택시’ 또는 ‘플라잉카’로 불리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의 상업용 비행이 이제 머지않았는데요.이러한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선두주자 중 하나가 이항 인텔리전트(亿航·EHang)라는 중국 기업입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럿 따내며 이 분야에서 ‘중국식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한국에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죠. 논란도 많은 이항을 중심으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산업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드론택시 팝니다. 단돈 4.4억원!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제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 이항이 18일 중국의 대표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2인용 드론택시 ‘EH216-S’ 판매를 시작했거든요. 판매가격은 239만 위안(약 4억4000만원). 무료 배송해주고, 7일 안에 반품이 가능합니다.그냥 ‘쇼’ 아니냐고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EH216-S는 지난해 10월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이 발행한 표준 감항인증서를 획득한 모델입니다. 실제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거죠. 드론택시로 불리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를 만드는 전 세계 수백개 기업 중 감항인증서를 획득한 건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참고로 EH216-S는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하는 무인기입니다.모든 항공기는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감항인증을 받아야만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사람을 태우는 유인기 성능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인증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죠. 사실 eVTOL이 상업용 운항을 위한 감항인증을 받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단순히 인증 기준을 맞추냐, 못 맞추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예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게 큰 문제이죠. 전기로 충전하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2~6인승짜리 작은 항공기는 너무나 새롭고 낯선 신문물이기 때문입니다.미국의 eVTOL 대표 기업인 조비(Joby)에비에이션 사례와 비교해볼까요. 조비는 이미 군사용 감항인증을 받아 미국 공군에는 지난해부터 항공기 납품을 시작했죠. 하지만 상업용 서비스는 아직입니다. 아직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감항인증 절차 5단계 중 3단계까지만 마친 상태라는데요. FAA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초의 eVTOL 상업 운항이 2025년에나 가능할 거라고 전망한 적 있습니다. 즉, 내년에나 인증을 내줄 수 있다는 거죠.그런데 중국은 절차 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그만큼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뜻이죠. 이항의 허톈싱 부사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중국민간항공국과 함께 감항성 표준을 완료했다”고 설명하는데요. 비유하자면 자기네가 시험 문제를 출제(표준 구축)한 뒤, 대학 입학시험을 봐서 합격한 셈입니다.이항 창업자인 후화즈 CEO는 이러한 속도전 덕분에 “미국에 비해 선점자로서 이점을 얻게 됐다”고 말합니다. 일단 중국에서 상업용 운항으로 실적과 수익을 올리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인증받기 수월해질 수 있어서죠. 이건 과거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썼던 전략과 비슷해 보입니다. 좀 설익은 기술이라도 일단 빨리 시장에 내놓고 보조금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수요를 창출해내는 거죠. 그러면 기업은 그 돈으로 기술개발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갈 수 있고요.일찍 뜨긴 뜰 텐데이항은 엔지니어 후화즈가 2014년에 설립한 기업입니다. 항공 매니아인 후화즈는 ‘조종사가 필요 없는 유인항공기’를 목표로 삼고 이 산업에 뛰어들었는데요.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첫 eVTOL ‘EH184’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과거 이 회사의 매출 대부분은 항공미디어 사업(드론쇼)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UAM(도심항공교통)용 항공기는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돈 먹는 하마였는데요. 최근엔 얘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지난주 이항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매출(1억1700만 위안, 약 1550억원)이 전년보다 165% 증가했는데, 2인용 항공기 EH216 시리즈 판매량이 전년도 21대에서 52대로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이항에 따르면 EH216-S가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인증을 받은 뒤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죠.이제 이항은 ‘세계 최초 감항인증 eVTOL’이란 타이틀을 내세우며 올해 중 가장 먼저 일반인 대상 서비스에 나설 기세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지방자치단체와 잇따라 판매 계약을 맺고 있죠. 아직 중국민용항공총국의 감항인증을 받지 못한 중국 내 다른 경쟁사(자동차업체 샤오펑의 ‘샤오펑후이톈’과 지리차의 ‘웨페이창콩’)보다는 한발짝 앞서 나가고 있는데요.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일찍 날면 멀리 날 수 있을까요. 후화즈 CEO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EH216-S이 도시 위의 항공택시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데요. 이항에 투자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안목이 맞아떨어진 걸까요.정말 도심을 날 수 있을까물론 UAM(도심항공교통) 시장은 아직 열리지도 않은 초기 시장이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만 봐서는 이항의 원대한 이상이 실현될지엔 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유명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 저격으로 유명)가 이항 주식을 매도하라는 보고서를 냈죠.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는데요.후화즈 창업자는 이항의 사업모델을 ‘테슬라와 우버의 혼합’으로 설명해왔습니다. ‘자율 항공 택시’ 사업을 하겠다는 비전이죠. 그래서 지난해 10월 이항이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인증서를 최초로 받았다고 발표했을 때, 다들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도심에서 교통체증 없이 하늘을 날아 출퇴근한다는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라고요.그런데 힌덴버그 리서치 확인 결과, 이는 실제와 차이가 큽니다. 인증에 수많은 비행 제한 사항이 따라붙었기 때문인데요. 야간, 악천후, 물 위, 인구밀집 지역, 다른 항공기와 동일한 공역 등에선 비행할 수 없다는 조건입니다. 결국 인구가 많은 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에서 관광용으로만 띄울 수 있다는 뜻이죠.이에 대해 이항 측은 “안전을 위해 초기 단계에선 작동이 제한된다. 앞으로 이러한 제한을 점차적으로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힌덴버그가 밝힌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거죠. 아울러 초기엔 후난성의 아이자이 현수교 같은 유명 관광지가 운항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죠.우리가 꿈꾸는 ‘드론 택시’보다는 경비행기 투어에 가까운 건데요. 인증에 제한 조건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를 투자자들에게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겠죠. 명색이 나스닥 상장사인데 말이죠.아울러 힌덴버그 리서치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항이 도시 지역에서 여객운송 사업을 하려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항공기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전합니다. 최대 비행시간 30분, 비행범위 30㎞의 2인승 항공기인 EH216-S는 스펙 면에서 다른 회사 경쟁모델보다 많이 뒤지는 게 사실인데요. 현금 보유액이나 연구개발 투자금액이 훨씬 큰 국내외 경쟁사(미국 조비, 독일 볼로콥터, 중국 샤오펑후이톈 등)를 앞서나갈 수 있을까요. 물론 후화즈 CEO는 “앞으로 상업 운영을 꾸준히 확장하면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요.그래서 결론은? eVOLT, 즉 하늘을 나는 전기자동차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초기 단계의 맨 앞줄엔 중국기업, 특히 이항이 서게 될 확률이 현재로선 높아 보이죠.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수준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충전시설과 소음 문제, 배터리 화재 가능성 등 고려할 점이 많고요. 무엇보다 ‘정말 그 수요가 있는가(또는 비용이 얼마나 드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하죠.미국 연방항공청은 2028년이면 대규모로 드론택시가 운행하게 될 거라고 내다봅니다. 1차원(선)이던 도심 교통이 3차원(입체)으로 바뀔 걸 상상하면 정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그 승자를 가늠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점, 함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항 주가가 한달 새 71%나 뛴 걸 보면 서둘러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많은 듯하지만 말이죠. By.딥다이브나스닥 상장사인 이항은 한때 한국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유명했죠. 2021년 초 주가가 불과 서너달 만에 15배 가까이 뛰면서 시장을 흥분케 했던 적 있는데요. 하지만 당시 공매도 보고서를 얻어맞으면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만큼의 주가 급등락은 아니지만, 여러 뉴스들로 다시 주목 받는 기업이라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 eVOLT 제작사 이항이 드론택시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감항인증을 받은 eVOLT 임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이죠. -이항은 ‘중국식 속도전’으로 세계 최초 상업 비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쟁쟁한 국내외 경쟁사보다 먼저 치고 나가고 있는 건 확실해보이죠. -그런데 일찍 날면 멀리 날 수 있을까요. 이항이 받은 감항인증은 도시지역은 날 수 없는 제한이 있어 사실상 관광용이 될 거라는데요. 우리가 꿈꾸는 ‘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엔 역부족입니다. 누가 이 시장의 테슬라가 될지, 판단은 아직 이릅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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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증시, 또 사상 최고치…레딧은 상장 첫날 48% 급등[딥다이브]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 경신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는데요. 이날 다우지수는 0.68%, S&P500은 0.32%, 나스닥지수는 0.20% 상승 마감했습니다. 앞서 20일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죠. 이에 시장이 다시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가 들썩이는데요. 프리덤캐피털마켓의 제이 우드 전략가는 CNBC에 “시장이 연착륙 이야기를 믿고 있다”며 “연준이 말하는 게 무엇이든 시장의 귀엔 음악으로 들릴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합니다.21일 뉴욕증시에서 가장 돋보인 기업은 레딧이죠. 이날 ‘RDDT’라는 티커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는데요. 공모가격인 34달러보다 48% 상승한 50.44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데뷔이죠. 이로써 레딧의 시가총액은 95억 달러로 불어났는데요. 아직 2021년 마지막 자금 조달에서 기록했던 100억 달러의 가치 평가엔 못 미치긴 합니다.레딧은 공모물량의 최대 8%를 이용자들에게 배정했는데요. 레딧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엔 공모주를 배정받은 사람들의 수익 인증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레딧 주식에 대한 응원과 저주의 댓글도 함께 올라오고요. 레디터의 뜨거운 관심이 과연 레딧 주가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시장에선 흥미롭게 지켜볼 겁니다. (참고)애플도 이날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16개 주가 애플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4.09% 하락했죠.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애플이 권력을 유지한 건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 때문”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는데요.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태블릿PC·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죠. 이런 전략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다른 업체를 경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본 겁니다.아마 이 소송의 결론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텐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송이 애플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켜 애플의 구독 서비스 사업 성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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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IPO 흥행 조짐…새로운 밈주식? AI 수혜주?[딥다이브]

    미국판 디시인사이드, 밈(meme) 주식의 성지. 어디인지 아시겠죠. 바로 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레딧(Reddit)입니다. 이 레딧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하면서 잠잠했던 미국 IPO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꽤 뜨겁다는데요. 설립 이후 19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건만. 투자자를 끌어당기는 레딧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또 알아둬야 할 리스크 요인은 어떤 게 있을까요. 벌써부터 주가가 얼마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지가 궁금해지는 기업, 레딧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기업가치 8.5조원 가나레딧이 드디어 IPO를 합니다. 2019년 핀터레스트 이후로 처음 상장되는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입니다. 주당 31~34달러의 공모가로 2200만주를 매각하기로 했죠. 이 계획대로라면 총기업가치는 최대 64억 달러(약 8조5300억원)에 달할 겁니다.레딧의 공모가격은 20일(현지시간) 확정되는데요. 분위기는 좋습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청약 신청이 공모물량의 4~5배에 달한다는군요. 목표주가 범위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레딧 주식은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를 개시합니다. 티커는 ‘RDDT’.레딧 기업가치가 64억 달러?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에 대한 판단은 물론 투자자마다 엇갈리는데요. 이전보다는 많이 겸손해진 가격임엔 틀림없습니다. 2021년 8월 마지막 자금조달 라운드에서는 레딧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찍었으니까요.그만큼 금리인상으로 돈줄이 마르면서 투자자들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죠. 동시에 이제 스타트업도 자존심을 굽히고 한층 낮은 가치 평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주가 34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레딧의 주가매출비율(=주당 매출액/주가)은 약 6.7배. 2019년 상장 당시 핀터레스트의 절반 수준입니다. 확실히 거품이 빠진 셈이죠.19년 연속 적자 행진레딧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7300만명(월간으로는 4억3000만명). 방문자 수 기준으로 세계 15위에 달하는 거대 사이트입니다. 웃긴 영상부터 온갖 정보와 뉴스, 일상 이야기까지. 10만개 넘는 게시판(레딧 용어로는 ‘서브레딧’)이 운영되고 있죠. 전체 누적 게시물 수는 10억 개, 댓글은 160억 개가 넘습니다. 정말 쉴 새 없이 새 글과 새 댓글이 올라오죠. 익명 회원(레디터)들은 놀라운 참여 열기로 커뮤니티에 활기를 더합니다. 사용자는 게시물에 대해 업(Up) 또는 다운(Down)으로 투표할 수 있는데요. 그 투표 점수(업-다운)가 높은 게시물일수록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레딧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나옵니다.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에 광고를 띄우죠. 월 5.99달러짜리 프리미엄 구독 상품(광고 없이 이용 가능)도 있지만 매출 비중은 2%도 되지 않습니다. 2023년 레딧 매출은 8억400만 달러(약 1조700억원). 전년보다 20.5% 늘었습니다.하지만 레딧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습니다. 2005년 설립 뒤 지난해까지, 줄곧 적자였죠. 지난해에도 908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게시물이 주로 텍스트 기반이라서 상대적으로 서버 비용이 덜 드는 편인데도 말이죠. 번스타인의 마크 스무리크 애널리스트는 “18년이나 됐는데 여전히 수익성이 없는 회사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면서 이 점을 꼬집는데요.사용자수와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돈을 벌진 못하는 레딧. 과연 수익성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돈 나올 구멍 찾았다레딧 측은 꽤 낙관적입니다. IPO를 앞두고 올해 드디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죠. 조정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기준으로 흑자로 전환할 거라는 뜻인데요. 광고나 멤버십 구독료가 크게 늘어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았기 때문이죠. 바로 데이터 판매.레딧은 지난달 구글과의 제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구글이 레딧의 게시글과 댓글을 사용해 AI를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을 맺은 거죠. 연간 라이선스 금액은 6000만 달러(800억원)에 달합니다.레딧엔 그야말로 세상만사 모든 주제에 대해 관련성 높은 대화가 가득 쌓여있죠. AI를 학습시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데이터의 노다지나 다름 없습니다.마침 생성형 AI 붐이 일고 있으니 구글 말고도 이런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겠죠. 뉴스트리트리서치의 댄 새먼 애널리스트는 이런 고마진 사업이 2027년엔 레딧 총매출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레딧의 조정 EBITDA가 지난해 -6930만 달러에서 올해는 +1억7200만 달러로 불어날 거라고도 전망했죠.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남겨서 그동안 쌓여온 게시물과 댓글이 이렇게까지 돈이 된다니.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 수 없는데요. 물론 이 AI 붐이 언제 꺼질지는 알 수 없다는 건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최근 레딧이 AI 학습용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과 관련해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부담이긴 하고요.레디터를 주주로 모십니다레딧의 정체성은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의 흥망을 결정하는 건 유저들인데요. 특히 레딧은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보다 사용자 의존도가 훨씬 높습니다. 게시판을 실제 열고 운영·관리하는 건 ‘중재자(moderator)’라고 불리는 사용자들이죠.레딧의 정규직원 수는 2013명밖에 안 되는데요. 레딧에서 활동하는 중재자 수는 하루 6만명이나 됩니다. 게시판이 주제에 맞게 운영되도록 스팸과 악플을 지우고 규칙을 적용하는 일을 죄다 중재자들이 하죠. 사실상 이들의 무급 노동에 의지해 굴러가는 커뮤니티입니다.그래서겠죠. 레딧은 이번 IPO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공모 주식 중 176만주(8%)를 1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사용자와 회사 임직원 가족 등에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레딧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서 포인트 점수인 ‘카르마(Karma)’를 많이 얻은 사용자일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습니다. 그동안은 평판을 과시하는 것 말고는 딱히 쓸 데가 없었던 카르마가 이제야 돈이 되는 셈이죠(물론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면 되레 손해이지만).미국 공모주 청약은 보통 기관투자자들만의 잔치이죠. 개인투자자를 위한 일반청약 절차가 따로 없어서 일반적으로 미국 IPO에선 개인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요. 그래서 레딧의 이런 결정이 눈길을 더 끕니다.자칫하면 밈 주식 될라여기까지만 보면 이용자와 상생하는 훈훈한 스토리이지만. 바로 이 점이 레딧엔 큰 위험 요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레딧 사용자들이 배정받는 주식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되지 않거든요. 즉 공모주를 받은 개인 주주는 거래 개시 당일부터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그런데 레딧 사용자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2021년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가를 일주일 만에 700% 폭등시킨 밈 주식 열풍의 주역 아닙니까. 레딧 공모주를 손에 넣은 이들은 이번엔 또 어떻게 떼를 지어 움직일까요. FT에 따르면 이미 레딧 주식이 새로운 ‘밈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나온다는데요. 이 점을 레딧 경영진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레딧은 투자설명서에서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언급하며 “주식 가격과 거래량이 우리의 기본 비즈니스나 거시경제, 산업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유로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하지만 좀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레딧이 사용자에게 배정한 공모주 물량 비중이 묘하다는 거죠. 레딧은 최대 8%를 할당했는데요. 이는 과거 에어비앤비(호스트에게 7% 배정)나 우버(운전자에게 3% 배정)와 비교할 때 그렇게까지 크진 않죠. 특히 ‘미국 개미의 성지’로 통하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2021년 상장 당시 무려 25%를 이용자에 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보수적인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FT는 칼럼에서 “레딧의 행동은 레딧을 그토록 상징적으로 만든 파괴적인 정신을 조용히 거부하는 것”이라며 “이 IPO가 커뮤니티를 위한 가치 창출보다는 소유주를 위한 가치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동시에 이렇게 꼬집죠.“레딧은 재정적 성숙을 위해 공동체 정신을 버렸다.”참고로 레딧의 최대주주는 미국 출판재벌인 뉴하우스 가문의 어드밴스입니다. IPO 이후엔 전체 지분의 약 26.5%를 소유하게 되죠. 2대 주주는 중국 텐센트(9.7%)이고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관련된 법인 5곳이 그다음으로 많은 지분(7.6%)을 보유하게 됩니다.예상치 못했던 샘 올트먼 이름이 대주주 명단에 등장해서 다들 깜짝 놀랐는데요. 이 중 정확히 샘 올트먼 개인 소유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IPO로 그가 가진 레딧주식 자산 가치가 약 6000만 달러(약 800억원)로 불어날 거라는 추정을 내놨죠. 참고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가 집계한 올트먼의 보유자산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 By.딥다이브얼마 전 뉴스레터에서 레딧 IPO 기사를 전해드렸더니, 구독자님이 레딧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레딧의 수익모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게 됐습니다. 이런 질문과 의견, 늘 환영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밈 주식의 성지, 소셜미디어 레딧이 IPO에 나섰습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일면서 순조롭게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전망입니다.-레딧의 지난해 매출은 8억 달러. 하지만 설립 뒤 한번도 이익을 내본 적이 없다는데요. 올해는 아마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구글 같은 AI 개발 기업에 AI 학습용으로 레딧의 사용자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이터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레딧의 생명줄을 쥔 건 결국 사용자입니다. 레딧은 공모주 물량의 일부를 사용자들에 배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러다 레딧이 혹시 밈 주식 되는 건 아닐까요. 어쨌거나 샘 올트먼은 대박 날 것 같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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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구글, AI 동맹 맺나…알파벳 주가 4.6% 급등[딥다이브]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20%, S&P500 0.63%, 나스닥지수는 0.82% 올랐죠. 모처럼 매그니피센트7 주식이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기술주 랠리를 이끈 건 역시나 AI 기술인데요. 이날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블룸버그 기사가 나오면서 알파벳 주가가 4.6% 급등했죠. 애플 주가도 0.64% 올랐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테스트해 왔는데요. 애플의 AI 기술력이 구글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제휴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휴가 성사되면 구글은 제미나이의 잠재 사용자 수십억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오픈AI를 포함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갈 수 있겠죠.이날 장 마감 직후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가 개막했는데요. 행사장에 1만6000명이 들어찰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젠슨 황 CEO가 새로운 플래그십 AI 칩인 코드명 ‘블랙웰’ B200을 공개했죠. 기존 H200보다 두배 이상 많은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슈퍼칩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행사를 앞두고 이날 0.70% 상승했습니다.한편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또 올랐습니다. 10년 물 금리가 0.021%포인트 오른 4.325%를 기록했는데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6월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6월 인하 확률이 50%대로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4차례가 아닌 3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죠.이번 주는 그야말로 중앙은행의 주가 될 겁니다. 일본은행이 오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요. 현재 -0.1%인 기준금리(단기 정책금리)를 0.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이는 17년 만에 처음이 됩니다. 일본은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임금 인상률이 평균 5.28%에 달하는 등,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신중한 일본은행이 드디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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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틱톡을 팔아라, 못 팔면 아웃! 그런데 누가 사지?[딥다이브]

    전 세계 11억명이 쓰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에서 퇴출당할 판입니다. 미국 하원이 13일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죠.미국에선 향후 몇 달 동안 틱톡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엄청나게 뜨겁겠지만, 솔직히 미국인도, 틱토커도 아닌 우리 삶은 뭐 그리 달라질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이 이슈에 주목하는 건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겠죠. 오늘은 틱톡 금지법이 불러올 효과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틱톡 금지법? 매각법?찬성 325대 반대 65. 13일 틱톡 매각법이 미국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외국의 적(=중국)’이 통제하는 앱의 배포·유지·업데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이죠. 그 대상은 미국에서만 1억7000명의 사용자를 가진 동영상 플랫폼, 틱톡입니다.이 법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합니다. 만약 매각하지 않으면 애플이나 구글의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 앱의 다운로드와 업데이트가 금지되죠(어기면 앱스토어 운영사를 처벌받음).틱톡이 확보한 민감한 사용자 정보(위치, 연락처 목록, IP주소, 생체인식 데이터 등)를 중국 정부에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게 법 제정 이유입니다. 물론 진짜 틱톡이 정보를 넘겼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특별히 더 사용자 정보를 많이 수집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려할 만한 근거가 없는 건 아니죠. 중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정부가 요구하면 기업이 데이터를 넘겨주도록 강제하는 국가보안법이 있으니까요.팔면 되잖아. 누구한테?미국 틱톡 이용자들은 난리 났죠. 특히 틱톡 플랫폼으로 먹고사는 마케터나 크리에이터엔 날벼락 같은 소식인데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등장하고, 의원실에 항의 전화 폭탄 세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 즉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반면 법에 찬성하는 쪽에선 이런 식으로 반응하죠. ‘누가 틱톡 금지한대? 다른 주인 찾아서 팔면 되잖아. 매각하면 그만인데, 뭐 그리 난리야.’ 같은 법이지만 찬성 측은 틱톡 매각(Tiktok Sale), 틱톡 금지(Tiktok Ban)로 표현합니다.사실 중국 앱에 대해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매각을 요구한 게 처음은 아니죠. 동성애자 데이트앱 그라이더(Grindr)는 2020년 같은 이유로 중국 모기업이 지분을 미국회사에 판 적 있고요. 자, 그럼 누가 틱톡을 살 수 있으려나요.일단 웬만한 현금동원력으론 어렵습니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상장기업인 거 아시죠(기업가치 2680억 달러, 약 353조원). 물론 바이트댄스에서 틱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이긴 한데요. 그래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틱톡의 가치가 400억~500억 달러(약 52조~65조원)는 될 거라고 합니다.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미국 빅테크가 떠오르죠. 언론에선 메타·구글·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 이름을 거론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MS는 4년 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지금과 비슷한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실제 틱톡을 인수하려고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하지만 빅테크의 틱톡 인수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이죠. 빅테크가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공격적으로 적용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와서 ‘틱톡 인수는 괜찮아’라고 태도를 바꾸진 않을 겁니다. 미국 못지않게 강하게 빅테크를 때리고 있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고요.또 중국 정부 역시 매각엔 큰 장애물입니다. 이미 4년 전 중국 정부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포함한 AI 기술의 수출을 제한했죠. 사실 틱톡의 경우엔 그 추천 알고리즘이 핵심 자산인데요. 중국 정부가 ‘알고리즘은 못 판다’며 매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틱톡이 기업공개를 한다면?대안은 있습니다. 틱톡을 떼서 다른 기업에 합병시키는 게 아니라, 별도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겁니다. 그럼 반독점법 규제가 걸림돌이 될 일은 없으니까요. 법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관련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기만 하면 매각으로 인정됩니다.바이트댄스의 외부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틱톡이 기업공개를 하면 기존 지분 중 일부를 틱톡 주식으로 바꿀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틱톡 지분은 100% 바이트댄스 소유이지만, 바이트댄스 지분의 60%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세쿼이아 캐피털, 서스퀘하나, 제너럴 애틀랜틱 등)가 보유하죠. 하지만 IPO도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닌데요. 지금부터 IPO를 준비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6개월 기한 안에 상장을 마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2019년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256억 달러이었거든요. 아마 틱톡은 그 두배 가까이 될텐데? 참, 답이 안 나오죠. 틱톡 퇴출=메타 대박?너무 커서 팔기도, 분사도 어렵다니. 그럼 이대로 틱톡은 미국에서 장사를 접어야 할까요. 솔직히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실제 틱톡을 완전히 금지한 국가는 이미 있습니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네팔.이 중 인도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인도는 2020년 6월 틱톡과 위챗 등 중국 앱 59개를 금지해버렸죠.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는데요. 국경 지역에서 중국군과의 물리적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직후였습니다.당시 인도는 틱톡을 먹여 살리는 가장 큰 시장이었죠. 틱톡 사용자 수가 1억5000만명이나 되고, 글로벌 다운로드 수의 30%를 차지했을 정도였는데요. 인도 정부의 조치로 수많은 인도의 틱토커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전업 크리에이터들이 한순간에 직업을 잃게 된 건데요.하지만 그 후로 생각보다 인도의 사용자들은 빠르게 틱톡을 잊었습니다. 2021년 인스타그램이 숏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를 인도에 출시했기 때문이죠. 2019년 인도에서 다운로드 수 6위에 그쳤던 인스타그램은 2021년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도의 인스타그램 활성 이용자 수는 이제 2억1000만명에 달한다고 하죠.미국에서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케피오스에 따르면 전 세계 틱토커는 이미 페이스북(82%), 인스타그램(80%), 유튜브(78%)를 이미 사용하고 있죠. 틱톡 같은 짧은 동영상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에도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틱톡이 미국에서 사라지면 일부 인기 틱토커들은 전 세계에 걸쳐있던 기반을 잃겠지만, 대다수 이용자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 다른 앱을 스크롤 할 겁니다. 틱톡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약 2.5%)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 건 아마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되겠죠. “틱톡이 없으면 페이스북이 더 커진다”며 돌연 틱톡 금지에 반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좀 황당하지만) 일리 있습니다.남겨진 질문; 보복과 황금률생각해보면 국가보안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킨 미국인데, 틱톡이라고 막지 못하겠나 싶습니다. 동시에 이런 논리도 미국에선 통합니다. ‘공정한 경쟁? 중국은 검열을 따르지 않는 미국 소셜미디어 회사를 금지했잖아.’ 중국이 한 걸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일종의 보복 논리인데요. 13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틱톡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라는 스티브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미국 기업이 소유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이런 걸 소유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다고요.”중국은 2009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구글 접속을 차단했죠. 인스타그램·넷플릭스도 볼 수 없고요.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조치인데요. 덕분에 중국은 자체적인 소셜미디어 서비스(웨이보·더우인·샤오홍슈 등)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됐습니다.맞는 말이라고요? 중국이 한 것 그대로 돌려받아야 한다고요? 네, 감정적으로는 참 설득력 있는데요. 이와는 좀 다른 의견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가안보 공무원이었던 하버드 로스쿨 강사 티모시 에드가가 지난해 인터뷰에서 펼친 주장인데요.“틱톡에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든, 규정을 만들 땐 황금률(‘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우하라’)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대로 적용될 경우에도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규제만 채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채택하는 게 무엇이든 다른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에 그와 같은 짓을 한다면 우리는 ‘그 통제가 합당해 보인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디지털 신냉전 시대에 황금률 운운하다니,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니냐고요? 글쎄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에 대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를 떠올리면 꼭 그렇진 않을지도. By.딥다이브틱톡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상원이 남아있습니다. 현재로선 상원 통과엔 불확실성이 크다는데요. 아마 상당 기간 미국에선 시끄러울 만한 이슈라서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하원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13일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6개월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앱을 미국에서 금지하는 법입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팔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500억 달러 가치의 틱톡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는 반독점법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죠. IPO가 대안이지만 너무 큰 틱톡을 6개월 안에 상장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이대로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당한다면? 아마 빈자리를 경쟁업체가 빠르게 메울 겁니다. 그중 승자는 인스타그램을 가진 메타가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중국이 할 법한 일(소셜미디어 금지)을 미국이 한다는 사실이 좀 놀라운데요. 다른 나라 인터넷 데이터 감시한 사실이 폭로됐던 건 다 까먹어버린 미국입니다. *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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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가 다시 오르네?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딥다이브]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다우지수는 -0.35%, S&P500- 0.29%, 나스닥지수 -0.30%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6% 상승했는데요. 월가 예상치(0.3%)를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전월(0.3%)보다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연간으로는 물가가 1.6% 상승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죠.앞서 나온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3.2%로 예상(3.1%)을 약간 웃돌았거든요.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긴커녕 오히려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 셈인데요.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거대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정체되었고, 역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가 계속 나오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도 덧붙였죠.당장 다음주 19, 20일에 FOMC가 열리죠. 기준금리는 동결이 확실시되지만, 연준이 장기금리와 GDP,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을 어떻게 수정할지가 관심거리인데요. 끈적한 물가 때문에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보낼 거란 기대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채금리는 크게 올랐죠. 미 국채 10년 금리는 0.1%포인트 올라, 4.292%를 기록했습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애널리스트는 “채권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인가, 그렇다면 (주식)시장에 더 많은 하방이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예스’”라고 말합니다.이날 주식시장 하락은 기술주가 주도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3.97%와 3.24% 하락 마감했고요. 테슬라 역시 주가가 4.12% 빠졌습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주가가 이날 50% 넘게 폭락했는데요. 미국의 전기차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던 피스커가 파산신청 가능성에 대비해 구조조정 고문을 고용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영향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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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가격, 阿 흉작에 1년새 3배로… 값싼 초콜릿 시대 저문다 [딥다이브]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의 작황 부진으로 인한 공급 쇼크 탓이다. 글로벌 제과업체는 줄줄이 초콜릿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값싼 초콜릿 시대가 저물어간다. ● 카카오 가격, 1년 새 3배로 뛰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카카오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t당 7974달러. 지난달 초 사상 처음 t당 50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제 8000달러가 코앞이다. 올해 들어 가격이 91%, 1년 전과 비교하면 205% 급등했다. 카카오 가격이 오름세를 탄 건 지난해부터. 최근 헤지펀드까지 가세하면서 오름폭을 더 키웠다. 씨티그룹은 “카카오 가격이 1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제과업계는 비상이다. 비용 압박이 커지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미국 허쉬의 마이클 벅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카카오 가격 상승으로 올해 수익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며 “제품 가격 조정을 포함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오레오로 유명한 몬덜리즈의 디르크 판더퓟 CEO 역시 지난달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올해도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은 꼬투리병과 엘니뇨의 습격 카카오 가격의 기록적인 급등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심각한 공급 부족 탓이다. 세계 1, 2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카카오 수확량은 1년 전보다 30% 넘게 급감했다. 두 나라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카카오 흉작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상기후와 전염병이다. 지난해 여름 이 지역은 카카오나무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인 ‘검은 꼬투리병’이 농장을 휩쓸었다. 장마 기간 평년의 두 배에 달하는 비가 퍼부어 물난리를 겪은 탓이다. 이어 겨울엔 엘니뇨가 닥쳤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남은 카카오나무까지 시들게 했다. 내다 팔 카카오가 부족하다 보니 카카오 가격이 치솟아도 이들 수출국엔 돌아오는 게 없다. 보통 카카오는 공급 시점보다 12개월 앞서 수출계약을 맺는데,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이번 시즌 선도계약 판매를 중단했다. 작황 부진으로 기존 계약 물량마저 채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 투자하기엔 너무 가난한 농부들 국제카카오기구는 “현재 진행 중인 공급 부족 사태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 구조적 문제의 중심엔 가난한 카카오 농부들이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약 100만 명, 가나는 80만 명의 소규모 자작농이 카카오를 재배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민 중 56%, 가나는 58%가 세계은행 절대빈곤선(하루 소득 1.9달러) 이하에 머문다. 카카오나무는 한번 검은 꼬투리병에 걸리면 되살릴 길이 없다. 미리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십 년 된 늙은 나무를 뽑아내고, 병에 강한 신품종으로 대체해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만약 감염됐다면 병든 나무를 얼른 잘라내고, 살균제를 뿌리고, 새 묘목을 심는 것만이 방법이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들은 묘목이나 살균제, 비료를 살 돈이 없다. 예방은커녕 복구도 불가능하다. 가나의 한 카카오 농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카카오 농사를 시작한 이래 농장이 이렇게 심하게 공격당한 건 처음”이라며 “내가 벌어들이는 돈은 농장에 다시 투자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수년간 이어질 공급 부족 카카오는 두 나라 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양국 정부는 뒤늦게 카카오 농장 재건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가나 카카오위원회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콰도르, 브라질 같은 남미의 카카오 생산국은 이를 기회 삼아 카카오 재배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려면 3년이 걸린다. 앞으로 수년 동안 전 세계 카카오 공급이 부족할 거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가격 상승세가 더 이어질 거라고 본다. ING의 워런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카카오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시장이 균형을 되찾기엔 충분치 않다”면서 “상당한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수준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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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무는 왜 이렇게 싼가…최저가를 향한 무자비한 돌진[딥다이브]

    중국발 융단폭격, 차이나커머스의 공습, 초저가 싹쓸이, 미친 가성비…. 요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이 쇼핑앱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1년 반 만에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해 유통·광고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테무(Temu)’입니다.테무가 왜 이렇게 잘나가는지 알려면 모기업 핀둬둬(拼多多)가 어떤 기업인지를 알아야죠. 을 통해 핀둬둬의 성장 역사를 한번 정리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핀둬둬·테무 심화편’입니다. 관대함과 무자비함의 양면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와 테무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 세계 휩쓰는 ‘테무 쇼크’각국이 중국 직구 택배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이 전년보다 121%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직구를 제쳤고요(중국 직구 3.3조원, 미국 직구 1.8조원). 미국에선 관세면제 혜택을 받는 800달러 미만 소포 물량이 지난해 10억개가 넘어서, 2019년의 두배 수준이었다는데요. 그중 3분의 1이 테무 또는 중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택배였다죠.택배물량 폭증으로 페덱스 실적을 웃게 하고, 온라인 광고 폭탄으로 메타플랫폼 주가를 뛰게 만든 테무. 2022년 9월 해외시장 중 처음으로 미국에 앱을 론칭한 뒤, 불과 1년 반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함 50개국으로 영역을 넓혔는데요. ‘도대체 테무와 핀둬둬는 누구인가’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옵니다.테무와 핀둬둬의 급부상에 가장 놀라는 건 중국 언론입니다. ‘싸구려 저질 제품 파는 쓰레기 앱’이라며 중국에서도 멸시당했던 핀둬둬이건만. 어떻게 창업 9년 만에 전자상거래의 리더로 올라서게 됐는지를 두고 각종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특히 지난해 11월 한때나마 핀둬둬 시가총액이 알리바바마저 제쳤던 게(이후 다시 역전)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를 한탄하는 알리바바 직원의 인트라넷 게시글에 마윈 창업자가 직접 댓글을 달았을 정도(댓글 내용은 ‘AI 전자상거래 시대가 이제 막 시작했고, 이는 누구에게나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PDD(핀둬둬)의 지난 몇 년간의 결정과 노력을 축하해야 합니다’).이 정도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핀둬둬(또는 테무) 쇼크’가 닥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데 핀둬둬의 성공엔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비결은 매우 단순하죠. 바로 가격입니다. 다른 경쟁사는 물론 소비자 기대치마저 뛰어넘는 초저가.싸게 팔면 많이 팔리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가격은 거의 모든 소비 결정에 있어 핵심 요소이죠. 제품 가격이 훨씬 더 싸진다면 확실히 잘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어떤 물건이 안 팔린다면 가격이 충분히 저렴하지 않다는 뜻이겠죠.그런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왜 이런 뻔한 전략을 다른 데는 쓰지 않는 걸까요. 왜 유독 핀둬둬만 그렇게 계속 싸게 팔 수 있을까요. 바로 핀둬둬만큼 ‘낮은 가격’에 대해 진심으로 올인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낮은 가격에 진심이다구글 엔지니어 출신 황정(黃崢, Colin Huang)이 중국에서 핀둬둬를 창업한 2015년을 생각해 볼까요. 당시 중국은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알리바바(티몰)나 징둥닷컴 같은 중국의 초대형 쇼핑 플랫폼은 ‘소비 업그레이드’가 추세라고 봤죠.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온라인쇼핑몰과 비슷한 전략이죠.하지만 핀둬둬는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어떻게 더 가격을 낮출까’만 고민했죠. 핵심 타깃고객은 이른바 ‘제5 순환도로 바깥’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베이징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순환도로 바깥에 사는 이들, 즉 아직 온라인쇼핑을 누리지 못한 저소득층과 농촌인구의 잠재력에 주목한 겁니다.그렇다고 이런 저가정책이 돈 없는 소비자만을 위한 건 아닙니다. 황정 창업자는 과거에 핀둬둬의 가성비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죠. “제 어머니는 식료품이나 휴지를 살 땐 여전히 1~2위안 차이를 신경 쓰면서도 고급 아이폰을 구매합니다. 소비능력과는 관련 없습니다. 가성비는 보편적인 요구사항입니다.”‘더 저렴하게 사는 것=소비자의 본능’임을 간파한 건데요. 그게 바로 테무가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는 분명 중국보다는 품질에 더 까다로울 가능성이 크지만, 그들도 가격에 민감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황정의 표현대로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망고 한 상자를 9.9위안(1800원)에 사려는” 소비자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습니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가성비를 향한 소비자 열망은 다르지 않다는 걸 테무가 증명하고 있습니다.벌금으로 단련한 공급망저가정책의 성패는 공급망에 달렸습니다.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팔 수 있는 공급업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죠. 중국에 있는 수많은 중소·영세 제조업체는 핀둬둬의 강력한 성장 기반이 됐습니다. 핀둬둬는 ‘판매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이들 업체를 빠르게 흡수합니다. 판매자는 결제업체 수수료 0.6%만 내면 되는 구조이죠. 또 주요 제품의 공장을 직접 입점시켜 중간 유통비용을 줄였고요.문제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제품도 너무 많다는 겁니다. 중국 핀둬둬 플랫폼은 약간의 보증금(2000위안, 36만원)만 내면 쉽게 셀러가 될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자칫 싸구려 저질제품만 플랫폼에 넘쳐날 우려가 크죠. 판매자는 허위 마케팅으로 불량제품을 잔뜩 팔아치운 뒤 튀면 그만이지만, 플랫폼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핀둬둬 역시 이런 이유로 초기에 품질 낮은 불량, 짝퉁 제품으로 악명 높았습니다.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핀둬둬는 아주 엄격하면서도 무자비한 벌칙 규정으로 대응합니다. 위조·불량품을 판매하거나 허위배송·배송지연, 상품설명과 제품이 다른 경우, 고객 문의에 대한 응답률이 50% 미만으로 저조하면 사전 계약에 따라 판매자에 벌금을 부과하는데요. 특히 위조품을 판매하다 걸리면 누적 판매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내야 합니다. 이는 중국에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규정인데요.판매업체들은 이 벌금 규정이 너무 가혹하고 부당하다며 반발합니다. 2018년엔 벌금을 얻어맞은 판매자들이 핀둬둬 본사 앞에 “핀둬둬가 상인의 판매대금을 횡령했다”는 현수막을 내걸며 항의하기도 했죠. 한 판매자는 현지 언론에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핀둬둬 공급업체 중 벌금을 내지 않은 곳이 없고, 그 액수도 적지 않습니다. 벌금 때문에 파산한 업체도 많아요.”하지만 이런 잡음에도 이런 강력한 통제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입니다. 이제 중국에서 핀둬둬는 단순히 싸구려 불량 위조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가격을 생각하면 품질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쇼핑몰로 통하기 시작했죠(물론 여전히 ‘조잡하다’는 비판도 많음). 벌금이란 채찍질을 휘두르며 혹독한 단련시킨 덕분에 공급망이 다듬어진 겁니다. 핀둬둬의 저가 공급 생태계를 ‘잔인한 정글’에 비유하는 이유입니다.소말리아 테무의 최저가 입찰핀둬둬의 해외판인 테무는 이보다 한발짝 더 나아갑니다. 일단 알아두실 점은 테무와 핀둬둬는 운영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라면 핀둬둬 앱엔 장바구니가 없고 테무는 있다는 거죠. 즉, 핀둬둬는 판매업체가 소비자에 각각 물건을 직접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핀둬둬는 창고를 운영할 필요가 없고요.반면 테무는 중국 내 창고를 운영합니다. 해외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하면 중국 판매업체가 물품을 테무 창고로 보내고, 테무 측이 이걸 모아 포장해서 해외로 배송하죠. 중국 중소제조사 입장에선 테무가 해외 판매·보관·배송·유통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해외진출이 간편하는 장점이 있습니다.테무도 핀둬둬처럼 엄격한 벌금 규정을 운영합니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엔 판매자에 벌금을 물리죠. 특히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판매금액의 최대 5배를 물어내야 한다는데요. 핀둬둬의 10배보다는 약하지만, 이 역시 너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실제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제기로 인해 테무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판매자가 테무 본사에 항의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죠.벌금보다 더 가혹한 건 가격압박입니다. 핀둬둬와 달리 테무에선 아무나 물건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판매자는 테무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물건을 팔 수 있죠. 또 반드시 주 1회 입찰을 거쳐야 하는데요. 최저 입찰가를 제시해서 낙찰받은 업체에만 테무에서 제품을 판매할 권리가 부여됩니다.만약 현재 테무에 15위안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 다른 업체가 같은 제품에 입찰하면서 14위안을 제시한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밖에 없습니다. 테무 판매를 포기하거나, 14위안보다 낮은 가격을 쓰거나. 아마 많은 경우 후자를 택하겠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사람이 없을 때까지 입찰은 계속됩니다.이게 바로 이미 저렴한데도 테무에선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같은 판매자가 다른 플랫폼(쉬인, 틱톡, 알리익스프레스 등)보다 테무에서 더 싸게 물건을 팔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테무는 판매자를 최대한으로 쥐어짜는 데 매우 효과적인 플랫폼입니다.중국 네티즌들은 이런 테무의 최저가 입찰 방식을 가리켜 이렇게 부릅니다. ‘소말리아 해적 플랫폼’. 가격압박과 벌금 때문에 테무 판매를 포기하고 떠난다는 판매자들의 사연도 SNS에선 이어지는데요.그럼에도 이런 테무의 전략이 먹힐 수 있는 건 지금이 ‘공급과잉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업체가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간다 해도, 제품을 공급할 중국 중소 제조사는 여전히 넘쳐납니다. 중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공장을 계속 돌리고 생존하려면 제조사는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라도 물건을 팔아넘겨야 하니까요. 즉, 테무의 탄생과 성공 자체가 공급과잉 시대의 반영입니다. 어쩌면 테무 입장에선 가장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한 곳의 공급업체만 남아도 상관없을지 모릅니다.계획된 적자 전략은 들어맞을까정리하자면 핀둬둬와 테무는 ‘초저가’라는 목표를 향해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합니다. 소비자한테는 한없이 관대한데(예-테무는 90일 안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 공급업체엔 가혹하기 짝이 없죠. 사람에 비유하자면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이랄까요.이런 최저가를 향한 무서운 집중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테무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마침 ‘소비 양극화’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도 맞아떨어졌고요. 테무가 지난해 상반기 2023년 연간 매출 전망을 150억 달러라고 밝혔을 땐 다들 달성 가능성을 의심했는데요. 연간 실적 발표(18일 예정)를 앞둔 지금은 모두가 이 목표를 초과달성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성장세가 압도적이기 때문이죠.물론 테무 자체는 아직 적자입니다. 셀러에게 광고를 팔아서 돈을 버는 핀둬둬와 달리, 테무는 현재 광고수익 없이 판매 수수료로 돈을 버는 수익구조이죠. 테무가 판매한 소비자 가격에서 제품 납품가격과 물류비용, 마케팅 비용까지 다 제하고 남는 게 있어야 이익이 날 텐데요. 지금으로서는 테무가 SNS 광고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워낙 커서, 적자가 불가피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무가 지난해 메타플랫폼(페이스북+인스타)에 쓴 광고비만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였다고 하죠. “광고로 쏟아지는 돈의 소방호스를 열었다”(리테일시장 분석가인 스카이 카나베스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며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요.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테무가 지난해 주문당 7달러의 손실을 보았을 거라고 추정합니다.하지만 핀둬둬 플랫폼 역시 2015년 설립 뒤 줄곧 적자이다가 2020년 3분기에야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자, 순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죠. 테무 프로젝트 역시 막대한 초기 투자로 인해 3년 동안은 손실을 입을 거라고 예상하고 뛰어든 겁니다. 지금은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 구간인 셈이죠.그럼 언제쯤 테무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까요. 전망은 엇갈리는데요. JP모건체이스는 신중한 편입니다. 지난해 테무가 30억 달러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을 거라며, 2027년에야 35억 달러 흑자로 전환될 걸로 전망하죠. 물론 테무가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거란 전제에서 말이죠. 최근 미국에서는 낮은 품질에 대한 실망 때문에 테무의 재구매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데요. JP모건은 테무가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이와 달리 HSBC는 테무가 2025년이면 흑자로 전환할 거라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공급망에 대한 강력한 교섭력과 차별화되는 초저가 전략으로 테무의 강력한 성장이 이어질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65억 달러로 추정되는 테무의 상품거래량(GMV)이 올해 480억 달러, 2027년엔 1400억 달러로 불어날 거라고도 내다봤습니다. 테무는 이미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를 차지했다는데요. HSBC는 2027년이면 주요 선진시장(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3~6% 점유율을 기록하게 될 거라고도 덧붙입니다.과연 어느 쪽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죠. 일단 18일 실적 발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핀둬둬는 군대처럼 효율적이고 민첩하면서 추진력이 강한 조직입니다. 생각보다 더 강하고 빠르죠.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는 절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십시오. By.딥다이브5개월 만에 핀둬둬를 또 다루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테무 때문에 워낙 난리이니,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됐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핀둬둬(테무)의 급부상에 놀라고 있습니다. 핀둬둬의 성공 비결은 단순 명료합니다. 바로 낮은 가격이죠. 저렴한 가격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요할 정도로 초점을 맞췄습니다.-싸게 파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잘못하면 품질이 형편없는 저질 불량품만 넘쳐날 수 있으니까요. 핀둬둬는 무지막지한 벌금 규정으로 이를 통제했습니다. 불이익 받은 판매자들의 비난이 빗발쳤지만 결과적으로 공급망을 다듬게 됐습니다.-핀둬둬의 해외판매용 플랫폼 테무 역시 공급자를 강력하게 규제합니다. 최저 입찰을 통한 무자비한 가격 경쟁으로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추는 데 성공합니다. 공급 과잉 시대이기에 가능한 전략입니다.-테무는 막대한 광고비로 인해 적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과연 핀둬둬의 계산대로 2025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엇갈립니다. 솔직히 이런 전자상거래 기업은 처음 봐서 예측이 쉽진 않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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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PI 앞둔 뉴욕증시 관망세…금값은 또 사상 최고[딥다이브]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과연 금리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를 저울질하며 눈치싸움을 하는 모습입니다. 11일(현지시간) S&P500은 0.11%, 나스닥은 0.41% 하락했고요. 다우지수는 0.12%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다우존스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년 동기대비 3.1% 상승을 예상합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연간 3.7% 상승이 전망되고요. 이번 발표는 연방준비제도가 3월 FOMC를 열기 전 마지막으로 나오는 중요한 경제지표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쏠리는데요. 이미 시장이 조기 금리인하 신호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실제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주식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FS인베스트먼트의 라라 레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대폭 인하할 능력이 있다고 여전히 너무 낙관한다”면서 “2월 물가 지표는 연준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이날 눈에 띄는 건 금값입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올해 4월물 금값은 3.1달러(0.14%) 상승해 온스당 2188.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1979년 금 선물이 거래된 이래,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입니다. JP모건의 분석가들은 “금이 새로운 최고치로 급격히 뛰어올랐고, 그 강도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말합니다. 금값은 왜 뛸까요. 일단 최근 몇주 동안의 가격 상승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같은 자산에 비해 금의 매력도가 올라간다는 설명이죠.하지만 그 이전부터 금값은 뛰었는데? 이는 경제적·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것과 연관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국의 부동산 위기, 영국의 경기침체 같은 요인이 모두 금 수요를 부추긴다는 거죠. 자고로 금은 전통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으니까요. 금 랠리는 얼마나 더 이어질까요. 씨티그룹이나 JP모건은 2300달러를 목표 가격으로 제시합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이미 금값이 많이 오른 만큼 이젠 다른 귀금속에 눈을 돌리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휘튼프리셔스메탈의 CEO 랜디 스몰우드는 “은은 일반적으로 금보다 나중에 움직인다”면서 “금이 먼저 오른 다음엔 은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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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키가 작아지는 이유…슈링크플레이션의 심리학[딥다이브]

    날이 갈수록 쿠키와 비누는 작아지고, 휴지는 얇아지고, 음료수병은 날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반김의 한봉지 용량은 5g에서 4.5g으로, 서울우유 체다치즈 한봉지(20매)는 400g에서 360g으로 각각 10%나 줄었다죠.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여서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 소비자 분노가 폭발하고 있죠. 지난달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초콜릿바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언급했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냉정하게 한번 따져봅시다. 왜 이렇게까지 제조업체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려고 안달일까요. 또 이에 대해 소비자는 왜 그렇게 화가 나는 걸까요. 이를 다룬 최신 경제학과 마케팅학 논문 세 편을 기반으로 슈링크플레이션과 그 혐오증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수십 년째 이어진 수축수축(shrink)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용어는 2009년 영국 출신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창안했는데요. 사실 이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국제적 현상입니다.학계에 잘 알려진 사례 중엔 1988년 미국 커피 브랜드 촉풀오넛츠(Chock full o’Nuts)가 있죠. 당시 가루 커피 한캔 용량은 1파운드, 즉 16온스가 표준이었는데요. 이 회사는 은근슬쩍 용량을 13온스로 줄입니다. 용량을 표시한 글꼴 크기도 일부러 작게 줄였죠. 교묘하게 단위가격을 23%나 올린 이 전략은 성공했고, 다른 커피 회사도 이를 따라 하면서 ‘가루 커피 한캔=13온스’가 대세가 됩니다(이후 11온스로 더 줄임).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기만행위라고요? 네, 동의하지만 법적으로는 좀 따져볼게요.대부분 국가는 포장지에 제품가격뿐 아니라 단위당 가격도 함께 표시하도록 의무화합니다. 미국은 1967년부터, 한국도 1999년부터 ‘단위가격 표시의무제도’를 운영 중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선 84개 품목이 대상이고요. ‘100g당 500원’, ‘100㎖당 1000원’ 식으로 가격을 표시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게 말이죠. 만약 기업이 이 단위 가격을 명확하게 제품에 표시했다면, 대부분 국가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합법적입니다.①정신물리학; 크기 인식의 오류인플레이션이야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죠. 원자재나 인건비 같은 비용이 상승할 때, 기업의 선택지는 보통 세 가지입니다.1. 제품 가격을 올린다.2. 더 저렴한 재료로 만든다.3. 제품 용량을 줄인다.그리고 많은 경우 3번을 선택합니다. 토블론은 삼각형 사이 공간을 늘려서 초콜릿바 용량을 10% 줄였고요. 게토레이는 ‘더 잡기 쉽고 공기역학적’이라며 병 모양을 바꿔 용량을 14% 줄였죠. 왜 그럴까요.일단 정신물리학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크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물체의 실제 크기와 다릅니다. 일종의 착시현상인데요. 특히 크기 변화가 삼차원으로 발생하면 소비자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대표적인 게 ‘높이 편향’이죠. 가늘고 높은 물체는 굵고 낮은 물체보다 용량이 커 보입니다. 너비보다는 높이가 가장 눈에 띄는 치수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용량이어도 길쭉한 병에 든 주스, 길쭉한 상자에 든 과자가 소비자에겐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죠. 만약 제품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밑면적을 줄인다면? 아마 대다수 소비자는 변화를 잘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또는 차이가 얼마 안 된다고 과소평가하겠죠. 제조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 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제품 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②인지 편향=소비자는 가격만 본다게다가 소비자들은 또 다른 강력한 인지 편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격에 집중하는 편향인데요. 호주 맥쿼리대학의 야오 준 박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줍니다.연구진은 호주 브리즈번 슈퍼마켓에서 5개 제품(코코넛롤, 과자, 비스킷, 두유, 코코넛워터)을 가지고 실험했습니다. 4주에 걸쳐 매주 이 제품의 가격 안내판을 바꾼 뒤 판매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했죠. 사실 이 기간에 실제 제품 가격이나 용량엔 아무 변화가 없었는데요. 마치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이전 판매가와 제품 크기에 대한 정보를 바꿔 표시했습니다.실험 결과가 흥미로운데요. 4주 동안 판매량은 이렇게 달라졌습니다.1. 용량은 그대로, 가격만 올렸음 = 391개2.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은 줄었음 (일반적인 슈링크플레이션) = 435개3. 용량이 늘었지만 가격도 올림 = 448개4. 가격이 내려갔지만 용량도 줄어듦 (변형된 슈링크플레이션) = 530개네 경우 모두 단위 가격은 똑같이 올랐다고 안내했거든요(코코넛롤 10g당 38센트→43센트). 그러니까 상식적으로는 판매량이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었는데요. 실제로는 차이가 꽤 컸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만 올리는 것(1번)보다는 차라리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2번)일 때 더 많이 구매했고요. 특히 용량과 가격이 동시에 다운되는 ‘변형 슈링크플레이션’(4번)은 엄청난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왜일까요? 야오 준 박사는 ‘실버 라이닝 효과(silver lining effect)’로 설명합니다. 작은 이익(더 낮은 가격)을 큰 손실(더 작은 용량)에서 분리하면(4번), 그냥 손실만 있는 경우(1번 또는 2번)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이는 겁니다.그래서 결론은? 야오 준 박사는 “쇼핑객에겐 크기나 무게보다 가격이 더 눈에 띈다”면서 “사람들은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그게 적은 용량을 뜻하더라도) 타고난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가격만 보는 인지 편향은 매우 강력하고, 그게 바로 제조사들이 제품 용량 줄이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라는 겁니다.③용량 감소보다 가격 인상에 4.6배 민감소비자가 용량 줄이기보다는 가격 인상에 더 민감하다는 건 경험적으로도 확인됩니다. 그럼 그 민감도 차이가 얼마나 될까요.서강대 김인경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는데요. 김 교수는 2018년 남양유업이 맛있는우유GT 1000㎖ 제품 용량을 900㎖로 줄인 뒤 판매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가지고 분석했습니다. 결론이 좀 놀라운데요.제품 용량을 10% 줄인 건 단위 가격을 11.1%나 올린 것과 똑같거든요. 아시다시피 수요는 가격에 반비례하죠. 김 교수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정도 가격 인상이면 관찰 기간(61주) 동안 이 제품 판매량이 4600만 리터로 줄어든다는 예측이 나왔는데요.실제 판매량은 무려 5500만 리터. 예측치를 20%나 웃돌았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팔린 거죠. 이를 시뮬레이션과 비교한 결과, 용량을 그대로 두고 제품 가격을 2.4% 올린 것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남양유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겁니다. 만약 용량을 줄이는 대신 제품 가격을 11.1% 인상하는 정공법으로 갔다면 판매량 타격이 훨씬 컸겠죠.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다운사이징(용량 감소)보다 제품가격 인상에 약 4.6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하는데요. 민감도 차이가 그렇게 크기 때문에 기업은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꼼수를 써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겁니다. 그만큼 소비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손실을 입고 있고요.슈링크플레이션 혐오증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용량을 줄여도 소비자들이 많이 사잖아? 그럼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받아들이는 거 아닌가’라고요.그런데 인지편향(높이와 가격이 눈에 더 띔)과 정보마찰(단위 가격 변화를 인식 못함)로 인해 구매가 줄지 않는다고 해서, 그 소비자가 그걸 실제 용인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 혐오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라몬율대학교의 이오아니스 에반젤리디스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인데요.에반젤리디스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인상(용량은 그대로)과 용량 감소(가격은 그대로), 두 가지 상황을 주고, 각각 얼마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다섯 가지 종류의 설문을 거쳤지만 응답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생산비용이 증가해서 제품 가격을 올린 경우’를 두고는 ‘공정하다’고 평가한 응답이 생각보다 많았는데요(대체로 50% 이상). ‘생산비용이 증가해서 제품 크기를 줄인 경우’는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최대 7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 가격을 올리든, 용량을 줄이든 사실 단위 가격은 똑같이 올랐는데도 말이죠. 명백히 소비자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을 더 싫어했습니다.연구진은 이런 슈링크플레이션 혐오 현상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건 기만적인 행위라는 소비자 믿음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연구에 참여한 소비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크기를 줄이는 것보단 가격을 올리는 게 정직하죠. 소비자는 제품 크기가 줄어든 걸 인식하지 못할 수 있어서 불공정합니다. 제조사가 ‘이제 감자칩 수가 25% 줄어듭니다’라고 라벨을 붙이진 않잖아요?”달라지는 용량 표시잘 모르는 채 당해서, 알고 나면 더 기분 나쁜 게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그래서 이를 연구한 학자 공통된 결론은 이겁니다. 더 이상은 소비자들이 꼼수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강화된 규제가 필요합니다. 만약 우유팩 용량이 10%가 줄었다면 ‘단위 가격이 11.1%나 올랐잖아’라고 소비자가 바로 알아채야죠. 비싸진 제품 대신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하고요.이를 위해 브라질에선 2021년 규정을 바꿔 제조사가 용량 변경 사실을 제품 포장에 써넣도록 의무화했고요(변경 뒤 최소 6개월간 공지해야).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지난해부터 26개 제품에 대해 용량이 감소한 경우 큼지막한(가로 세로 13㎝) 슈링크플레이션 경고 스티커를 선반에 붙이고 있습니다.그럼 한국은? 내년부터 강화된 용량표시 규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브라질 모델을 따라가는데요. 식품이나 생활화학제품의 용량이 줄어 단위 가격이 오르면, 변경 내용을 3개월 이상 표시하도록 의무화합니다. 내년부턴 쇼핑할 때 제품 겉면의 용량 표시를 좀더 유심히 살펴보세요.제품의 크기, 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플랫폼도 도움될 겁니다. 일본엔 민간이 운영하는 ‘가격인상비망록’이란 사이트가 있는데요. 과자부터 샴푸까지, 온갖 제품의 가격 인상과 제품 용량 감소와 그 이유를 세세하게 기록해 공개합니다. 모리나가 밀크 캐러멜의 경우 1913년 첫 출시 이후 가격뿐 아니라 한 갑에 몇알이 들어있는지까지 빼곡히 기록돼 있을 정도.우리나라도 소비자원의 ‘참가격’ 사이트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개편한다는데요. 더 투명한 정보, 더 촘촘한 감시가 과연 수십년째 이어진 ‘같은 가격, 더 작은 초콜릿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인지편향을 극복하는 소비자의 각성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 By.딥다이브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 입장에선 똑똑한 마케팅 기법입니다. 마치 새로운 패키지로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홍보하며 교묘하게 가격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이를 깨닫고, 분노하면서 이젠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세계 각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화두입니다. 제품 가격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두는 겁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해서 고객을 잃는 것은 막으면서도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사람들이 인지하는 크기가 실제 크기와 다를 수 있다는 점,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겁니다. 가격에만 집중하는 소비자의 강력한 인지편향도 슈링크플레이션이 수십년 째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 가격에 대해 용량감소보다 4.6배나 민감합니다. -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슈링크플레이션에 지쳤고, 이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정직하지 못한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더 투명하게 용량 변동 정보를 표기하도록 규제가 바뀔 테니, 앞으론 좀 달라지길 기대합니다.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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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금리인하 머지않았다”… S&P500 사상 최고치[딥다이브]

    뉴욕증시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발언에 힘입어 이틀 연속 상승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S&P500은 1.03%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요. 나스닥지수는 1.51%, 다우지수는 0.34%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상원의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신호가 협조한다면 금리 인하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죠.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선 “경제가 예상 경로로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완화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답변했는데요. 이보다 더 진전된 발언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환호한 겁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기술전략가 아담 턴퀴스트는 “시장은 이를 기대하고 있었고, 마침내 연준 관계자로부터 이를 듣게 됐다”면서 “금리인하가 다가오고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졌다”고 말합니다. 이날 매그니피센트7 주식은 애플을 제외하곤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무려 4.47%나 뛴 926.69달러로 거래를 마쳤죠. 주당 9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입니다.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애플과의 시가총액 격차가 3000억 달러 미만으로 좁혀졌는데요. 미즈호증권이 엔비디아 목표가를 85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향하는 등, 주가가 더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혹시 이러다가 엔비디아가 애플 시총마저 추월하려나요.이날 눈에 띄는 종목으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있습니다. 이날 주가가 8.95%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비자와 테슬라를 넘어섰습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12위로 올라섰죠. 이날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임상실험에서 기존 제품보다 체중감량에 더 큰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한 영향입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알약 버전의 새 비만치료제 ‘아미크레틴(amycretin)’의 임상 1상 시험 결과 참가자 체중이 12주 만에 13.1% 감소했다는데요.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거둔 위고비의 효과(같은 기간 6% 감량)를 압도합니다. 2상 시험 결과는 2026년 초에나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출시까진 시간이 걸리는데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의 위상이 한층 확고해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또다른 특징주로는 여성 속옷 업체 빅토리아시크릿이 있습니다. 이날 주가가 29.7%나 급락했죠. 4분기 매출은 증가했지만, 올해 예상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 예측(61억8000만 달러)를 밑도는 60억 달러로 제시했기 때문인데요. 회사 측은 새로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주가를 방어하진 못했습니다. 주요 투자은행 역시 이날 줄줄이 빅토리아시크릿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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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보다 뜨겁다…튀르키예 주식시장에 무슨 일[딥다이브]

    올해 들어 주가지수가 20% 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핫한 주식시장은 어디일까요. 아마 많은 분이 일본을 떠올릴 텐데요. 일본 말고 여기도 있습니다. 바로 튀르키예.튀르키예는 경제 상황이 썩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죠. 오히려 67%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사상 최저로 떨어진 통화가치, 극과 극 통화정책까지. 혼란이 상당한데요. 그럼에도 튀르키예 증시가 3년째 급등세를 이어가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오늘은 뜨거운 튀르키예 증시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엔비디아보다 낫다? 튀르키예 기술주‘엔비디아는 잊어라. 튀르키예 기술주는 두배로 올랐다.’며칠 전 튀르키예 현지 언론의 기사 제목입니다. 튀르키예의 대표지수인 ‘보르사 이스탄불(BIST) 100’은 지난달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죠.이 지수 상승세를 이끈 건 단연 기술주입니다. IT 관련주만 묶은 BIST 정보기술 지수는 올해 들어 두 달여 만에 93% 뛰었습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기업 MIA테크놀로지 같은 종목은 같은 기간 주가가 104% 올랐죠. 미국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 70% 올랐는데, 그보다도 수익률 면에서 앞섭니다.혹시 튀르키예 기술주에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요? 사실 인공지능(AI)과 관련한 특별한 호재 거리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무섭게 뛴 종목들도 대부분 고만고만한 중·소형주들이고요. 그런데 왜 이 난리인지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답은 이렇습니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까지 다들 튀르키예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서 안달났기 때문입니다. 신흥시장 전문 펀드매니저인 엔레 아카크마크는 FT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증시의 뜨거운 투자 열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이고, 좋은 소식도 좋은 소식입니다.”67% 초인플레이션과 주식 투자일단 튀르키예 현지 투자자, 특히 개미들 입장에서 한번 볼까요. 튀르키예 개인투자자라면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주식시장이 빠르게 우상향하며 260% 넘게 지수가 올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초인플레이션 탓에 아무 투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돈이 증발해 버릴 판이기 때문이죠.2월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67.07%. 한때 85%(2022년 10월)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이 좀 잡히나 싶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뛰고 있습니다.물가가 뛰는데 금리가 낮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만히 앉아서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죠. 은행예금은 당장 깨고 수익률 높은 곳으로 옮겨가는 게 살길입니다. ‘내 돈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그게 바로 2021년 말부터 튀르키예 개미투자자들을 움직인 원동력입니다.그런데 지난해 6월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죠. 어느 정도냐면 기존에 8.5%였던 기준금리가 총 7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올 1월엔 45%가 됐습니다. 물가를 잡겠다며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정공법을 쓴 겁니다.주식투자자분들은 경험으로 알겠지만, 대체로 ‘금리 인상=주식시장엔 악재’입니다. 금리가 뛰면 예금과 채권의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으로는 돈이 덜 몰리게 되죠. 그래서 일반적인 공식대로라면 증시 열기가 좀 식어가야 할 텐데, 웬걸. 금리를 올리기 전의 두배 수준으로 주가지수가 뛰었습니다.기준금리 인상이 호재?금리인상이 왜 튀르키예 증시에선 호재로 작용하는지를 알려면, 이 나라 통화정책 스토리를 좀 알아야 합니다. 지난 2년여간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갔는데요.“고금리는 모든 죄악의 부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전에 했던 말이죠. 2021년 말 터키 정부는 신경제 모델을 선포하고 독특한 경제실험을 합니다. ‘물가 상승의 원인이 금리’라며 금리 인하에 나선 건데요. 금리를 내리면 물가도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흑자가 될 거란 논리를 펼쳤죠. 좀 이상하다고요? 네, 물론 경제학 상식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9%였던 기준금리를 2023년 2월까지 8.5%로 뚝 떨어뜨려 버립니다.그래서 결과는? 당연히 물가는 치솟았죠. 살인적으로 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서민들이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 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간 칼부림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리라화 가치는 폭락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하면서 외환보유액은 대폭 쪼그라들었죠. 경상수지 적자는 신기록을 경신했고요.경제는 대혼란에 빠졌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놀랍게도 연임에 성공했죠. 그리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곧바로 경제 정책을 유턴해버립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CEO 출신인 하피제 게이 에르칸을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죠. 에르칸 총재는 취임하자마자인 지난해 6월 8.5%인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전 세계에 알립니다.그리고 연이어 기준금리를 팍팍 올리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섰는데요. 그러자 해외 투자자들이 튀르키예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①리라화 통화가치가 역사적으로 바닥인 데다(=앞으로 리라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 큼), ②다른 신흥국 주식과 비교하면 아직 주가가 저렴하다(=12개월 선행 PER 신흥시장 평균 12배, 튀르키예 4배)는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게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드디어 각성해서 경제정책까지 멀쩡해졌으니? ‘이제는 좀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투자를 좀 해도 되겠네’라고 시각이 바뀝니다.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튀르키예 주식 순매수 행렬이 시작됐고요. 올해 들어서도 두 달 동안 주식 1억154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그동안 증시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외국인 시총 보유 비중 2021년 말 40.5%→2023년 5월 27.4%→2023년 12월 38%).외국인의 귀환은 당연히 증시엔 큰 호재인데요. A1캐피탈의 유제이어 도안 부사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습니다. “BIST 지수가 과도하게 할인된 상태인데다, 환율 흐름이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최근의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상승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1만 포인트가 심리적으로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목표라고 봅니다.”개미들의 식지 않는 공모주 사랑외국인 귀환 전까지 증시를 떠받쳐온 튀르키예 개미들의 투자 열기도 여전합니다. 튀르키예 중앙등록청이 최근 발표한 주식 투자자 수는 823만명(주식 잔고가 있는 사람 기준). 1년 전(425만명)과 비교하면 두배 수준입니다.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살짝 줄어드는 듯하다 2월 들어 다시 크게 늘었는데요.금리가 올랐다곤 하지만(주요 은행 예금금리는 42.5~47% 수준), 물가상승률(2월 67%)보단 아직 한참 낮죠. 그러니 여전히 주식이 매력적이고요.무엇보다 개미들의 ‘공모주 대박’을 향한 기대감이 투자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IPO 열광자들이 2월 들어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인데요.2020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따상(공모가 두배 시초가+상한가)’ 대박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것 기억하시죠. 지난해 튀르키예 증시가 딱 그 분위기였습니다. ‘공모주의 마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일단 상장하면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찍으며 급등하는 종목이 줄이어 나왔는데요. 변압기 제조사 애스터 에네르시(ASTOR) 주가는 공모가(12.37리라)의 약 10배, 농업회사 타르킴 플랜트 프로텍션(TARKM)는 공모가(107.5리라)의 약 7배 정도로 뛰었습니다. 튀르키예 중앙등록청에 따르면 지난해 IPO에 참여한 누적 투자자 수가 약 1억 명에 달합니다(참고로 튀르키예 인구는 약 8500만명).공모주 마법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상장된 설탕 제조사 보르스크(BORSK) 주가는 공모가의 약 90%, 시멘트제조사인 리막 동부 아나톨리아 시멘트(LMKDC)는 100% 넘게 주가가 올랐으니까요. 대박 내지 한탕을 노린 초보 개미들이 여전히 계속 신규 유입되는 이유입니다.물론 이쯤 되니 걱정의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공모주를 노리는 개인들은 증권신고서조차 보지 않고 뭘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곤 하죠.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지수에서 가중치가 높은 대형 우량주와는 거리가 먼데요. 현지 언론은 공모주 투자자가 “대부분 젊고 야심이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라며 이들에게 “게임하듯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참 익숙한 얘기입니다.주가지수 1만 포인트 찍나여기까지만 보면 튀르키예 주가지수가 2년 반 전 2000포인트에서 9000포인트까지 뛴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전망일 텐데요.튀르키예의 투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입니다. 올해 들어 지수가 워낙 빠르게 올라 일시적으론 차익 매도가 나올 순 있지만, 증시엔 호재가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①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②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조만간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하죠. 이제 지수 1만 포인트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갑니다.하지만 주의할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던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달 초 돌연 사임했는데요. 그는 X(트위터)에 남긴 장문의 글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죠.(부연 설명=에르칸 총재의 친정 부모님이 매일 중앙은행으로 출근해 일종의 ‘비선 실세’ 노릇을 했다고 지난 1월 직원이 폭로. 이후 부모님이 사무실에 온 건 에르칸 총재의 모유 수유를 위해서였다-아들은 지난해 6월 임명 당시 생후 9개월-는 해명성(?) 기사가 이어지면서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부음.)에르칸 사임을 두고 튀르키예 야당이 내놓은 논평에 뼈가 있습니다. “에르칸 사임의 가장 큰 이유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아르헨티나가 되려고 할 때, 에르칸은 상황을 깨닫고 일찍 떠났습니다.”(참고로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11.4%)야당 말대로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다시 심상찮습니다.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다시 70%를 코앞에 뒀는데요. 새 중앙은행 총재인 파티 카라한은 현재 45%인 기준금리를 올해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죠. 인플레이션이 올 5월까지 72~73%까지 오르긴 하겠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연말이면 36%로 진정될 거라고 전망하는 겁니다.그런데 과연 이 정도 기준금리로 물가가 잡힐까요. 또 아무리 금리 올리면 뭐 하나요. 정부는 지난주 1700만명의 퇴직자에게 5000리라(약 21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발표하며 예산을 펑펑 쓰고 있는데요. 마침 3월 말이 튀르키예 지방선거이거든요. 선거 앞두고 재정지출 수도꼭지가 열렸습니다.“4~5월 인플레이션이 80% 넘게 상승하고, 연말에도 잘해야 60%”(시난 알신 키르클라넬리대 교수)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이제 나옵니다.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문제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살아있다”(실바 바하르 바지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코멘트에도 귀 기울일 만합니다. 만약 튀르키예가 여기서 금리를 더 올린다면 그땐 증시에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By.딥다이브예금금리가 45%라기에 놀랐는데, 물가상승률이 67%라니. 튀르키예 주식 투자자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예전 우리 동학개미 모습도 오버랩되네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튀르키예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20% 오르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2021년 말부터 시작된 랠리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그동안 주식 호황은 고물가에 습격당한 개미투자자들의 절박함 덕분이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투자에 뛰어든 겁니다.-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도 합세했습니다.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연임 이후 경제정책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덕분입니다.-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더 오를 거란 낙관론이 파다합니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튀르키예 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엔 큰 변수로 남아있습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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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지금은 거품일까?[딥다이브]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나타났던 S&P500과 나스닥의 신기록 경신 행진이 멈춘 겁니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25%, S&P500 -0.12%, 나스닥 -0.41%로 거래를 마쳤죠. 이날도 엔비디아의 질주는 계속됐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던 엔비디아는 이날 주가가 3.6% 더 올랐죠. 하지만 나머지 ‘매그니피센트7’ 주식-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MS, 테슬라-는 모두 하락했죠. 특히 테슬라 주가는 이날 7.16%나 빠졌는데요.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7 종목 간의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밥 돌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 그룹은)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때로 부딪히는 일 없이는 하늘까지 올라갈 수 없죠.”AI 열풍을 타고 몇주 동안 극적으로 오른 뉴욕증시. 혹시 이건 거품의 징조일까요? 이를 두고 월가가 주목하는 두 전략가의 의견이 엇갈리는데요.JP모건체이스의 수석시장전략가인 마르코 코라노빅은 그렇다고 봅니다. 그는 4일 투자메모에서 “주식이 계속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이상 급등하는 것은 시장에 거품이 쌓이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합니다. “투자자들은 수익률 증가가 경제성장을 반영한다고 가정하지만, 2024년 수익 전망은 낮아지고 있고 시장은 사이클에 너무 안주해있다”고도 언급하죠. 투자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이와 달리 골드만삭스 수석 미국주식 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지금의 랠리가 과거 버블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극단적인 가치평가를 받는 주식이 훨씬 적다는 거죠. 2021년엔 ‘닥치고 성장주 투자’였다면 지금은 지수에서 비중이 큰 대형 기술주에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코스틴은 “이번은 다르다”면서 “우리는 현재 매그니피센트7의 가치가 펀더멘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주식 책임자인 사비타 서브라마니안도 낙관론에 힘을 보탭니다. 이날 그는 S&P500 연말 목표를 5000에서 5400으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현재보다 지수가 5%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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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소라 다음은?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시대 온다 [딥다이브]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챗GPT’부터 간단한 문장만 주면 고품질 동영상을 뚝딱 만드는 ‘소라(Sora)’까지.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공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20일 서울대 AI연구원에서 만났다.●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지금의 AI는 글자·이미지·영상으로 세상을 감지한다. (물컵을 들며) 하지만 이게 뭔지 진짜 알려면 만져보고 들어보면서 배워야 한다. 그래야 훨씬 똑똑해진다. AI가 몸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장 원장이 내다보는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는 바로 ‘AI 로봇’이다. 몸과 센서, 액추에이터(Actuator·구동기)가 있어서 움직이며 학습하는 AI를 뜻한다.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일일이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기존 로봇과는 다르다. 김 교수는 “기존 로봇은 로봇 팔 길이와 무게가 얼마인지 재서 수식으로 개발했다면, AI 로봇은 그런 정보 없이 학습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공부에 비유하자면 암기식이 아닌 자기주도형 학습인 셈이다. AI 로봇의 사례로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달 공개한 ‘모바일 알로하’가 있다. 두 팔을 가진 이 로봇은 새우 요리와 설거지, 청소까지 척척 해낸다.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하는 훈련을 수십 차례 거치자, 혼자서 간단한 집안일을 수행하게 됐다. 장 원장은 “몸만 있고 말은 못 했던 로봇과 말은 많은데 몸은 없는 챗GPT, 그 둘이 결합하는 시도가 이제 막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지금의 AI는 정신노동만 수행한다. 그런데 몸을 가지면 육체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 시대엔 이런 로봇이 필요하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로봇도 AI와 결합하면 현실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서빙로봇 같은 현재의 로봇은 정해진 일만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애매하다”며 “이것저것 다 해주는 범용 로봇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AI 로봇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열려 있단 뜻이다. “우리가 챗GPT 같은 걸 만들기엔 이미 많이 늦었다. 반면 오감을 데이터화해서 로봇이 학습하게 하는 건 이제 시작이고 똑같은 출발선에 있다. 로봇에 집중하는 AI는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다. 제조업하고도 연결된다.” 장 원장은 이렇게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대 AI연구원이 개발 중인 AI 로봇팔은 지난해 국제 AI 로봇 대회인 ‘로봇컵’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미국은 로봇 투자 붐 문제는 AI 로봇이 아직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022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해 2만 달러(약 2700만 원)에 팔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 로봇팔 하나에 드는 원재료비만 약 2만 달러. 지난해 12월 영상이 공개된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는 한 대에 30만 달러(약 4억 원) 정도 들었을 걸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낙관론을 전했다. “진짜 원재료, 즉 쇠값만 따져보면 차보다 쌀 수 있다. 결국 대량 생산의 문제다. 만약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말 자동차만큼 필요해진다면, 2만 달러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미국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장 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선 투자자들이 ‘다음’을 찾아서 이미 그리로 가고 있다”며 “그래서 미국이 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개발 인력 수에서 압도적이다. 박 교수는 “요즘 미국의 AI 관련 논문을 보면 저자 중 중국인이 없는 경우가 없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자금과 인력에서 모두 밀린다. 대학원 졸업생들도 한국 대기업보다 초봉을 3∼4배 더 주는 미국 기업을 선망하는 게 현실이다. 아직 시장이 보이지 않는 AI 로봇 산업에 선뜻 거액을 투자하려는 대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쓴소리를 했다. “한국 대기업도 로봇이 언젠가는 뜰 거라는 걸 10년 전에 이미 알았다. 그런데 기업에선 공공연하게 ‘1조 원의 시장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얘기하더라. 그렇게 때를 놓쳤는데, 과연 10년 뒤에 들어가서 주도할 수 있겠나.” 덩치 큰 대기업이 혁신을 선도하지 못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 역시 AI 챗봇 출시를 머뭇거리다 스타트업인 오픈AI에 선수를 빼앗겼다. 김 교수는 “대기업이 돈이 없거나 미래를 모르진 않지만 나서서 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며 “그런 걸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키워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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