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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어제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은 더 걸렸어요. 오늘은 아예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합니다.” 5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전쟁’을 치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4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기습 폭설’이 내린 가운데 눈은 일부 녹았지만, 강추위에 얼어붙어 퇴근길은 여전히 빙판길인 모습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에 도심 곳곳에선 사고가 발생했다. ‘게릴라 폭설’이 쏟아진 이유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올라가며 좁고 긴 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기습 폭설’에 각종 사고 잇따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4분엔 서울 국회대로 목동교 위에서 차량 12대가 추돌했다. 폭설로 길이 얼어붙어 일어난 사고로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5시 51분경 영등포구 여의도 방향 노들로에서도 5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민 1명이 골절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지방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오전 9시 7분 충북 청주시 청원구 3순환로 오동분기점 지상도로에선 13t 화물차와 승용차 등 9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탑승자 등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는 화물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4일 오후 10시 43분경 봉담과천고속도로 서울 방향 과천 터널 출구 내리막길에서 빙판에 미끄러진 차량 6대의 추돌 사고가 났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터널 양재 방면 출구 쪽에서 도로가 얼어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기 남양주 호평터널 진입 전 도로에선 차량 수백 대가 고립돼 임신부가 “배가 아프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후 경찰은 임신부를 순찰차에 태웠고, 도로에서 4시간 고립된 끝에 임신부를 산부인과로 이송했다. 서울경찰청은 4일 오후 6시부터 5일 오전 5시까지 대설 관련 112 신고가 총 198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중 교통사고 신고는 총 166건이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도 총 1349건, 경기 남부에는 190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폭설의 영향으로 보험사에 접수된 긴급출동 건수도 급증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4일 정오∼5일 정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4개사의 긴급출동 건수는 7만2395건으로, 지난해 12월 일평균(4만2102건)에 비해 72% 증가했다. 직장인 김현영 씨(28)는 “전날 서울 삼성역에서 인천 남동구로 퇴근을 하는데 버스가 너무 막혀 결국 근처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잤다”며 “평소 같으면 집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어제는 폭설로 한 시간 동안 1정거장밖에 이동을 못 해 결국 내렸다”고 말했다. ● 게릴라 폭설, 폭우처럼 ‘좁고 긴’ 구름대 때문 4일 한두 시간 만에 최고 6cm 이상의 ‘게릴라 폭설’이 쏟아진 것은 올여름 폭우처럼 ‘좁고 긴’ 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가량 높아 많은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를 덮은 상황에서 북서쪽에서 영하 35도 이하의 찬 공기가 내려와 강하게 충돌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수증기를 밀어올리는 힘이 강해지고, 강수량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초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아 있어 ‘첫눈이 곧 폭설’이 되는 현상이 종종 생긴다. 지난해 11월 27, 28일에도 서울 및 수도권에 첫눈으로 25cm 안팎의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 소나기성 강수처럼 좁고 강한 띠 형태를 보이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눈이 내렸다”며 “띠 형태의 구름대는 이동 속도가 빨라 단시간 눈이 내린 뒤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추위는 6일부터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아침에는 영하권 기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4∼14도로 예보됐다. 7일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1도∼영상 8도, 최고기온은 8∼16도로 낮 기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제설 작업 두고 여야 간 공방도 여야 간 제설 작업 등을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몰표를 준 강남은 제설 작업 했을까 기대하고 우회해봤지만 다 꽉 막혀 모든 차량이 움직이지 못했다”며 서울시 제설 대응을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윤영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폭설이라는 상황마저 오 시장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 위원장의 저열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4일 강설 예보 시간보다 5시간 앞서 초동 대응에 나섰지만 순간적으로 폭설이 내려 제설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짧은 시간에 눈이 집중돼 미리 뿌린 제설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렸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폭설 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어제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은 더 걸렸어요. 오늘은 아예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합니다.”5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전쟁’을 치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4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기습 폭설’이 내린 가운데 눈은 일부 녹았지만, 강추위에 얼어붙어 퇴근길은 여전히 빙판길인 모습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에 도심 곳곳에선 사고가 발생했다. ‘게릴라 폭설’이 쏟아진 이유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올라가며 좁고 긴 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기습 폭설’에 각종 사고 잇따라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4분엔 서울 국회대로 목동교 위에서 차량 12대가 추돌했다.폭설로 길이 얼어붙어 일어난 사고로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5시 51분경 영등포구 여의도 방향 노들로에서도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민 1명이 골절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지방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오전 9시 7분 충북 청주시 청원구 3순환로 오동분기점 지상도로에선 13t 화물차와 승용차 등 9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탑승자 등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져졌다. 사고는 화물차가 신호 대기중이던 승용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앞선 4일 오후 10시 43분경 봉담과천고속도로 서울 방향 과천 터널 출구 내리막길에서 빙판에 미끄러진 차량 6대의 추돌사고가 났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터널 양재 방면 출구 쪽에서 도로가 얼면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 호평 터널 진입 전 도로에선 차량 수백대가 고립돼 임산부가 “배가 아프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후 경찰은 임산부를 순찰차에 태웠고, 도로에서 4시간 고립된 끝에 임산부를 산부인과로 이송했다. 서울경찰청은 4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대설 관련 112 신고가 총 198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중 교통사고 신고는 총 166건이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도 총 1349건, 경기 남부에는 190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폭설의 영향으로 보험사에 접수된 긴급출동 건수도 급증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4일 정오~5일 정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4개사의 긴급출동건수는 7만2395건으로, 지난해 12월 일평균(4만2102건)에 비해 72% 증가했다.직장인 김현영 씨(28)는 “전날 삼성역에서 인천 남동구로 퇴근을 하는데 버스가 너무 막혀 결국 근처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잤다”며 “평소 같으면 집까지 1시간반 정도 걸리는데, 어제는 폭설로 한 시간 동안 1정거장밖에 이동을 못해 결국 내렸다”고 말했다.● 게릴라 폭설, 올 여름 폭우처럼 ‘좁고 긴’ 구름대 때문4일 한 두 시간 만에 최고 6cm 이상의 ‘게릴라 폭설’이 쏟아진 것은 올 여름 폭우처럼 ‘좁고 긴’ 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가량 높아 많은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를 덮은 상황에서 북서쪽에서 영하 35도 이하의 찬 공기가 내려와 강하게 충돌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수증기를 밀어올리는 힘이 강해지고, 강수량에도 영향을 준다.특히 초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아있어 ‘첫눈이 곧 폭설’이 되는 현상이 종종 생긴다. 지난해 11월 27, 28일에도 서울 수도권에 첫눈으로 25cm 안팎의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 소나기성 강수처럼 좁고 강한 띠 형태를 보이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눈이 내렸다”며 “띠 형태의 구름대는 이동속도가 빨라 단시간 눈이 내린 뒤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추위는 6일부터 누그러질 전망이지만 여전히 아침에는 영하권 기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4~14도로 예보됐다. 7일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1도~영상 8도, 최고기온은 8~16도로 낮 기온이 오를 전망이다. ● 제설 작업 두고 여야간 공방도여야 간 제설 작업 등을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세훈 서울 시장에게 몰표를 준 강남은 제설 작업했을까 기대하고 우회해봤지만 다 꽉 막혀 모든 차량이 움직이지 못했다”며 서울시 제설 대응을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윤영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폭설이라는 상황마저 오 시장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 위원장의 저열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서울시는 4일 강설 예보 시간보다 5시간 앞서 초동 대응에 나섰지만 순간적으로 폭설이 내려 제설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짧은 시간에 눈이 집중돼 미리 뿌린 제설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렸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류중일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사진)이 자신의 전 며느리가 고등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왔다고 주장하며 처벌해달라고 국민 청원을 올렸다. 류 전 감독은 최근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 ‘아동복지법 개선 및 수사 기준 강화 요구’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는 “여러 매체에 보도된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교사 사건의 제보자”라며 “한 명의 부모로서 이번 사건을 겪으며 대한민국 사법기관과 교육행정의 대응에 깊은 실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류 전 감독은 “전 며느리인 여교사가 고3 제자와 학기 중 장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손자가 여러 차례 호텔 등에 동행한 사실도 확인돼 가족에게 큰 상처와 충격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 물증과 여러 정황에도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청은 이를 학대가 아니라고 분류했고, 고등학교 역시 ‘책임이 없다’며 관여를 회피했다”고 덧붙였다. 류 전 감독의 전 며느리는 재직하던 학교의 고교생과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경기·인천 일대 호텔에 가고, 그 장소에 유아였던 아들을 데려간 혐의로 전남편 류모 씨에게 고소당했다. 류 씨는 호텔 로비와 식당 등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 아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4일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가 18세가 되지 않은 고등학생 제자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거나 그 장면을 자녀에게 노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류 전 감독의 손자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도 마찬가지로 불기소됐다. 류 전 감독에 따르면 현재 전 며느리는 교사 복직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들 류 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류중일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전 며느리가 고등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왔다고 주장하며 처벌해달라고 국민 청원을 올렸다.류 전 감독은 최근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 ‘아동복지법 개선 및 수사 기준 강화 요구’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는 “여러 매체에 보도된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교사 사건’의 제보자”라며 “한 명의 부모로서 이번 사건을 겪으며 대한민국 사법기관과 교육행정의 대응에 깊은 실망을 느꼈다”고 말했다.류 전 감독은 “전 며느리인 여교사가 고3 제자와 학기 중 장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제 손자가 여러 차례 호텔 등에 동행한 사실도 확인돼 가족에게 큰 상처와 충격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 물증과 여러 정황에도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청은 이를 학대가 아니라고 분류했고, 고등학교 역시 ‘책임이 없다’며 관여를 회피했다”고 밝혔다.전 며느리는 재직하던 학교의 고교생과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경기·인천 일대 호텔에서 성적 행위를 하고, 그 장소에 아들을 데려간 혐의로 전 남편 류 씨에게 고소·고발된 상태였다.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14일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이 “피의자가 18세가 되지 않은 고등학생 제자에게 성적 학대를 하였다거나 그 장면을 자녀에게 노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살배기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도 마찬가지로 불기소됐다. 류 전 감독에 따르면 현재 전 며느리는 교사 복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은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보수·진보 단체가 집결했다. 진보 단체는 “내란 세력 청산”을, 보수 단체는 “계엄 사과 반대”를 각각 외치며 대치했다.진보 단체인 내란 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집회 참여자 1만 명(오후 8시반 기준, 이하 경찰 비공식 추산)은 “내란·외환 청산하자” 등의 손팻말과 응원봉을 흔들며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털모자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불참했다. 주부 이향화 씨(69)는 “지난해 계엄 선포를 듣고 국회로 달려왔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앞서 오후 4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국회 앞에서 ‘내란 세력 완전 청산·노동 중심 사회 대개혁 실현 결의대회’를 열었다. 보수 단체도 같은 장소에서 ‘맞불’을 놨다. ‘자유민주주의 청년들’ 참여자 400여 명은 “계엄 사과 반대” 등 손팻말을 든 채 “이재명을 재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이윤영 씨(54)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협의도 안 하고 계속 법률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집회에 참여하러 왔다”고 했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 시민단체 1000여 명은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모여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 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이동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전 대통령) 어게인” “(계엄) 사과하면 죽음이다” 등을 외쳤다. 양측 간 대규모 충돌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인 자유대학 집회에서는 한 진보 유튜브 직원이 촬영을 하다 집회 참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국에서도 12·3 계엄 1년을 맞아 집회가 이어졌다. 빛의 혁명 1년 광주공동체는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 대개혁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는 보수단체 프리즘이 ‘합법 계엄 1주년’ 기념행사를,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단이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집회를 각각 열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은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보수·진보 단체가 집결했다. 진보 단체는 “내란 세력 청산”을, 보수 단체는 “계엄 사과 반대”를 각각 외치며 대치했다.진보 단체인 내란 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집회 참여자 4000여 명(이하 경찰 비공식 추산)은 “내란·외환 청산하자” 등의 손팻말과 응원봉을 흔들며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털모자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불참했다. 주부 이향화 씨(69)는 “지난해 계엄 선포를 듣고 국회로 달려왔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앞서 오후 4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국회 앞에서 ‘내란 세력 완전 청산·노동 중심 사회 대개혁 실현 결의대회’를 열었다.보수 단체도 같은 장소에서 ‘맞불’을 놨다. ‘자유민주주의 청년들’ 참여자 400여 명은 “계엄 사과 반대” 등 손팻말을 든 채 “이재명을 재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이윤영 씨(54)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협의도 안 하고 계속 법률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집회에 참여하러 왔다”고 했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 시민단체 1000여 명은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모여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 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이동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전 대통령) 어게인” “(계엄) 사과하면 죽음이다” 등을 외쳤다.양 측간 대규모 충돌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진보 유튜브 직원이 보수단체 자유대학 집회를 촬영을 하다 집회 참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전국에서도 12·3 계엄 1년을 맞아 집회가 이어졌다. 빛의 혁명 1년 광주공동체는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 대개혁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는 보수단체 프리즘이 ‘합법 계엄 1주년’ 기념행사를,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단이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집회를 각각 열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회사원 장해림 씨(29)는 1일 오전 쿠팡에서 탈퇴했다.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나 보상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거의 매일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이용해 온 그는 “당분간 저녁마다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도시락을 쌀 계획이다. 쿠팡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장 씨처럼 ‘탈팡’(쿠팡 탈퇴하기)이나 ‘갈팡’(쿠팡에서 갈아타기)을 결심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최모 씨(63)는 지난달 30일 자녀의 권유로 탈퇴 절차를 밟고 대체 이커머스를 찾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는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쓰는데 집 주소는 물론 공용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 같아 걱정돼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탈퇴 인증글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체 쇼핑몰을 추천해 달라” “그동안 쿠팡에 너무 의지했던 것 같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자영업자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영 씨(57)는 “평소 햄이나 꽁치통조림 등 간편 식품과 고무장갑, 배달용 비닐, 용기 등을 전부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하기도 바쁜데 시장에서 공산품을 사 오거나 아예 쇼핑몰을 옮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탈퇴’ 메뉴까지 찾기 어렵게 설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 고객센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계정을 탈퇴하려면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PC 버전으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PC 화면에서 ‘본인 확인’, ‘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적는 주관식 답변이 필수다. 총 6차례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탈퇴할 수 있는 셈이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멤버십을 먼저 해지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55)는 “이미 5개월 전에 털린 정보라 탈퇴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탈퇴하는 게 마음이 나아서 시도했다”며 “그런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단계가 계속 나오고 마지막에는 꼭 주관식 의견을 쓰라고 해서 굉장히 번거로웠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회사원 장해림 씨(29)는 1일 오전 쿠팡에서 탈퇴했다.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는데도 회사가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이나 보상을 내놓지 않는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거의 매일 쿠팡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이용해온 그는 “당분간 저녁마다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도시락을 쌀 계획이다. 쿠팡은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장 씨처럼 ‘탈팡’(쿠팡 탈퇴하기)이나 ‘갈팡’(쿠팡에서 갈아타기)을 결심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최모 씨(63)는 지난달 30일 자녀의 권유로 탈퇴 절차를 밟고 대체 이커머스를 찾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3)는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쓰는데 집 주소는 물론 공용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 같아 걱정돼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탈퇴 인증글 등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대체 쇼핑몰을 추천해달라” “그동안 쿠팡에 너무 의지했던 것 같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자영업자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지영 씨(57)는 “평소 햄이나 꽁치통조림 등 간편 식품과 고무장갑, 배달용 비닐, 용기 등을 전부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자영업자는 “가게 운영하기도 바쁜데 시장에서 공산품을 사 오거나 아예 쇼핑몰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이런 상황에서 쿠팡은 ‘탈퇴’ 메뉴까지 찾기 어렵게 설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 고객센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계정을 탈퇴하려면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PC 버전으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PC 화면에서 ‘본인 확인’, ‘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적는 주관식 답변이 필수다. 총 6차례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탈퇴할 수 있는 셈이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멤버십을 먼저 해지해야 한다.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 씨(55)는 “이미 5개월 전에 털린 정보라 탈퇴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탈퇴하는 게 마음이 나아서 시도했다”며 “그런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단계가 계속 나오고 마지막에는 꼭 주관식 의견을 쓰라고 해서 굉장히 번거로웠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에게 2000만 원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했다. 21일 서울남부지법 민사 항소 3-2부(재판장 허일승)는 최 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 씨는 2016∼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안 전 의원이 자신의 은닉 재산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봤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항간에 도는 의혹이나 제삼자 발언을 인용한 것임에도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직접 조사한 것처럼 말해 원고에 대한 비난 수위가 거세지는 데 일조했다”며 “원고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발언 내용과 원고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앞서 1심은 안 전 의원 측이 소송 절차에 대응하지 않아 변론 없이 종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2심은 안 전 의원의 발언이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봐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의원 발언 가운데 ‘스위스 비밀계좌 관련 의혹’과 ‘미국 방산업체 회장 접촉 및 이익 취득’ 주장 부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환송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밝혀졌다. 다만 피의자는 이미 10년 전 사망한 상태여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장모 씨(범행 당시 60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 6월과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각각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몸통 전체가 쌀포대나 돗자리에 담겨 있었다.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8년간 현장 탐문과 수배 전단 배포 등 수사를 벌였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2013년 장기 미제 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 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재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피해자 시신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에 주목해 공사 현장 관계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 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전국을 돌며 1514명의 DNA를 확보해 대조했다. 외국인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해외 데이터베이스와도 비교했지만 일치하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 이후 수사 대상을 사망자로 확대해 관련성이 있는 56명을 후보군으로 좁혔고,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사망한 장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경찰은 경기 남부권 병의원 40곳을 탐문해 한 의료기관에 보관돼 있던 장 씨 DNA를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범행 피해자의 옷 등에 남은 유전자 정보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피해자들은 장 씨가 근무하던 빌딩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간 뒤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5∼2006년 서울 서남권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성폭력 사건으로 한때 동일범 소행으로 의심됐던 일명 ‘엽기토끼 살인 사건’은 장 씨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에게 2000만 원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했다.21일 서울남부지법 민사 항소 3-2부(재판장 허일승)는 최 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 씨는 2016~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안 전 의원이 자신의 은닉 재산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봤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항간에 도는 의혹이나 제삼자 발언을 인용한 것임에도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직접 조사한 것처럼 말해 원고에 대한 비난 수위가 거세지는 데 일조했다”며 “원고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발언 내용과 원고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앞서 1심은 안 전 의원 측이 소송 절차에 대응하지 않아 변론 없이 종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2심은 안 전 의원의 발언이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봐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의원 발언 가운데 ‘스위스 비밀계좌 관련 의혹’과 ‘미국 방산업체 회장 접촉 및 이익 취득’ 주장 부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환송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밝혀졌다. 다만 피의자는 이미 10년 전 사망한 상태여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장모 씨(범행 당시 60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6월과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각각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몸통 전체가 쌀포대나 돗자리에 담겨 있었다.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8년간 현장 탐문과 수배 전단 배포 등 수사를 벌였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2013년 장기 미제 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 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재수사가 본격화됐다.경찰은 피해자 시신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에 주목해 공사 현장 관계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 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전국을 돌며 1514명의 DNA를 확보해 대조했다. 외국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해외 데이터베이스와도 비교했지만 일치하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 이후 수사 대상을 사망자로까지 확대해 관련성이 있는 56명을 후보군으로 좁혔고,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했지만 2015년 사망한 장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경찰은 경기 남부권 병의원 40곳을 탐문해 한 의료기관에 보관돼 있던 장 씨 DNA를 확보하고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범행 피해자의 옷 등에 남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수사 결과 피해자들은 장 씨가 근무하던 빌딩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간 뒤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5~2006년 서울 서남권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성폭력 사건으로 한때 동일범 소행으로 의심됐던 일명 ‘엽기토끼 살인 사건’은 장 씨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이 벌어진 지 6년 7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해 20일 이렇게 말했다. 법원이 현직 의원 6명과 전직 의원 17명, 보좌진 등 총 26명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원 유죄로 판단하면서 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1심에선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지만 항소심 이후 결과를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法 “패스트트랙 충돌, 면책특권 대상 아냐”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에 대해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김정재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벌금 400만∼1000만 원을, 국회법 위반 혐의는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직 의원들이 모두 벌금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받으며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국회법 위반은 벌금 5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날 재판부는 국회 본관 7층에 있는 의안과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를 분리해 선고했다. 회의방해죄는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회의를 방해해야 성립하는데, 회의장이 본관 2, 4층에 있어 검찰이 장소별 충돌 사태를 분리해서 기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현직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 4당 측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방해하고, 국회 의안과 직원 및 경위 등의 공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저항권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행사한 물리력이 비교적 중하지 아니하고 대체로 상대방의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됐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 총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 선고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26명이고, 검사 제출 증거 수가 2000개가 넘으며, 관련 증인이 50명이 넘는 등 방대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檢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검토”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9월 나 의원 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는 등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보다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날 판결 직후 송 원내대표는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이 사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법에서 금지하는 폭력 행위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정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야 4당이 불법적으로 패스트트랙 상정을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저항한 것뿐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나 의원은 “(유죄 판결은) 아쉽지만 지금 민주당의 의회독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지선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원의 호된 꾸짖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 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벌금 150만 원을,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는 벌금 1500만 원과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국회의 방침을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쟁점 법안의 정당함을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에서 벌어졌던 충돌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며 저항권 행사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고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2013년 8월부터 시행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로 현역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직 의원 6명은 모두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형 이상,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데, 전현직 의원 23명 모두 기준 이하로 선고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다수당 폭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끔 국회 폭력을 용인한 꼴”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선 지검장 18명 명의 입장문을 대표로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날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명서 이름 올린 선임 검사장 전격 사의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명의로 일선 검사장 17명과 함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박 검사장은 당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선 검사장 중 최선임(29기)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른바 ‘검사 파면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 역시 반발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인사 조처 및 징계, 감찰을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나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주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직급 강등 조치로 징계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들을 위해서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평검사 강등에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딱히 내부 반발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신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29기)와도 만나 검찰 조직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합리적 의문 제기, 징계 사유 아냐” 반발법무부는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직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인사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개인 비위가 적발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다만 당시엔 비위 혐의를 근거로 했던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에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징계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썼다. 한 부장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부당한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은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를 다른 관련 사건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18일 예정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를 이첩한다는 방침이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선 지검장 18명 명의 입장문을 대표로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날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 징계 가시화되자 전격 사의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명의로 일선 검사장 17명과 함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박 검사장은 당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선 검사장 중 최선임(29기)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른바 ‘검사 파면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 역시 반발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인사 조처 및 징계, 감찰을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나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주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법무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직급 강등 조치로 징계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들을 위해서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평검사 강등에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딱히 내부 반발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신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29기)과도 만나 검찰 조직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합리적 의문 제기, 징계 사유 아냐” 반발법무부는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직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인사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개인 비위가 적발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이에 권 전 검사장은 “부당한 직급 강등”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직급이 아닌 보직 변경”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비위 혐의를 근거로 했던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검찰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에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징계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썼다. 한 부장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부당한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이유 만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경찰은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를 다른 관련 사건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18일 예정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를 이첩한다는 방침이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청각장애인 2명이 커피숍에 앉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성 직원이 커피를 가져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채 수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한다. 장애인 손님들은 놀란 듯 “수어를 잘하신다.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모습이 담긴 11초 분량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달궜다. 조회 수는 142만 회를 넘어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등 댓글이 잇따랐다.“카페를 찾는 손님이 누구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인 경기 안산시의 한 커피숍 점주 이모 씨(31)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별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크게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이 알려지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이름 공개도 사양했다. 이 씨는 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경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엔 청각장애인이 자주 왔는데, 이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통해 ‘주문 도와드릴까요’ 등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청각장애인 손님들이 커피숍을 찾았을 때도 평소처럼 응대했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담긴 영상을 최근 큰 뜻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화제를 모은 것이다. 이 씨는 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삭막한데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청각장애인 2명이 커피숍에 앉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성 직원이 커피를 가져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채 수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한다. 장애인 손님들은 놀란 듯 “수어를 잘하신다.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모습이 담긴 11초 분량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달궜다. 조회수는 142만 회를 넘어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등 댓글이 잇따랐다.“카페를 찾는 손님이 누구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인 경기 안산시의 한 커피숍 점주 이모 씨(31)는 1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별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크게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이 알려지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이름 공개도 사양했다.이 씨는 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경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엔 청각장애인이 자주 왔는데, 이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통해 ‘주문 도와드릴까요’ 등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청각장애인 손님들이 커피숍을 찾았을 때도 평소처럼 응대했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최근 큰 뜻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다가 화제를 모은 것이다.이 씨는 여성 이주 노동자가 커피숍에서 업무를 보고 쉴 수 있도록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일과 쉼 사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SNS에는 ‘배달 기사님께 무료 음료 제공’ ‘퇴근할 땐 (직원끼리) 서로 안아주기’ 등 훈훈한 일상도 함께 올리고 있다. 이 씨는 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삭막한데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마약 반입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마약 운반책의 자필 편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의 수신인은 함께 마약을 밀수한 또 다른 운반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편지의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합수단 “세관 도움 없었다”는 취지의 편지 확보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합수단은 지난 7월, 백해룡 경정이 2023년 9월 5일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여성 운반책 A 씨가 수감된 교정시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작성한 편지를 확보했는데, 그 안에는 마약 밀수 당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백 경정이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으로, 과거에는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에 협조했다”고 진술했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특히 해당 편지의 수신인은 당시 함께 검거된 B 씨로 확인됐다.백 경정은 그동안 마약 운반책 3명(A 씨, B 씨, C 씨)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9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말레이시아 국적 운반책 2명을 검거해 “세관 직원이 범행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운반책들은 경찰 조사에서 “올해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할 당시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 세관이 너희를 알아보고 빼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이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근거로 세관 연루 가능성을 수사했지만, 백 경정은 이후 “검찰과 경찰 고위 간부들로부터 외압을 받고 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백 경정이 합수단에 파견된 뒤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기존 합동수사팀과 별도로 소규모 전담팀을 구성해 백 경정에게 세관 마약 사건을 맡긴 상태다. 다만 공정성 논란 등을 이유로, 백 경정이 속한 수사팀은 ‘외압 의혹’ 부분은 담당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이 확보한 편지는 백 경정이 파견되기 전 이미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책 “거짓말할 이유 없다” 진술한 인물A 씨는 2023년 인천공항 현장검증 당시 “허위 진술을 하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경찰의 말에 “누구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는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 인물이다.또 다른 운반책 C 씨는 같은 현장검증에서 “정신분열증이 도졌는지 귀에서 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복잡하다”며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A 씨와 C 씨는 마약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올 당시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4번과 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허벅지 압박으로 피가 흘러 뒤처졌지만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확보된 편지에는 이 같은 초기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운반책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인 만큼, 초기 진술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합수단은 편지의 작성 경위와 내용의 사실관계를 검증 중이다. 백 경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부터 합수단에 파견돼 세관 마약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갑자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어요. 자세히 보니 주인 없는 개였습니다.” 서울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일대에선 최근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대는 관악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 등이 마취총을 이용해 6마리를 포획했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인근에선 예전에도 들개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서울대는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포획틀을 운영해 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이 산속에서 들개가 됐다”며 “유기견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2세대 들개가 늘어났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근에 들개 약 3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대 인근에서 포착된 들개 떼 영상과 들개와 마주쳤을 때 “비명을 지르지 말고 관심을 주지 말 것” “손에 든 음식은 버리고 뒤돌지 말 것” 등 행동 요령이 공유되고 있다. 관악구는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관악구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로, 2023년 46마리, 지난해 56마리보다 증가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려견과 산책할 때 조심하고, 들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