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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노래를 발매해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미국 래퍼 카녜이 웨스트(사진)의 내한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쿠팡플레이는 19일 “최근 웨스트의 논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31일 열릴 예정이던 그의 ‘예(YE) 내한콘서트’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내한을 기념해 열렸던 웨스트 브랜드 ‘이지(Yeezy)’의 굿즈 판매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중단됐다. 웨스트는 31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관객 약 5만 명 규모의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웨스트는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인 8일(현지 시간)에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는 제목의 싱글을 발매했다. 해당 곡은 “내 친구들은 다 나치야/히틀러 만세” 등의 가사가 10번 이상 반복되며, 히틀러의 1935년 연설을 샘플링해 곡 말미에 사용했다. 현재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등에선 유해 콘텐츠로 분류돼 들을 수 없다. 웨스트는 올 2월에도 X에 “나는 나치다” “나는 히틀러를 사랑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은 보이그룹 샤이니가 8년 전 세상을 떠난 멤버 종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신곡을 공개한다. 19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샤이니는 데뷔 17주년 당일인 25일 0시에 새로운 싱글 ‘포에트 | 아티스트(Poet | Artist)’ 음원을 공개한다. 해당 싱글은 타이틀곡 ‘Poet | Artist’와 수록곡 ‘스타라이트(Starlight)’ 등 두 곡으로 구성돼 있다. 26일 음반으로도 발매한다. SM에 따르면 ‘Poet | Artist’는 매력적인 보컬 리프(riff·반복 악구)에 레게 리듬과 스네어 드럼이 어우러진 일렉트로 팝 장르의 곡이다. 2017년 12월 세상을 떠난 종현이 단독으로 작사했으며, 작곡에도 참여했다. ‘Poet | Artist’는 2018년 1월 종현이 발표했던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의 제목과 같다. SM 관계자는 “타이틀곡은 시인이자 예술가들의 문학적·시적 허용을 일상에도 적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샤이니는 다양한 음악으로 변신을 시도해 왔다. 2023년 6월 발표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하드(HARD)’에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기도 했다. 이달 23∼25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KSPODOM에서 일곱 번째 단독 콘서트(포스터 사진)를 가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글항아리)으로 세계 경제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로 수많은 도덕적 충돌의 순간을 철학으로 풀어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불평등 전문가’인 두 석학이 지난해 5월 파리경제대에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 두 사상가는 대담에서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탐구하는 한편, 사회·경제·정치적 격차의 근본을 짚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공공 자원은 1919년부터 1990년까지 10배로 늘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정치권이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에 반대한다. 개인이 학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으로 막대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보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준 행운과 요행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해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추첨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 역시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돈이 덜 중요한 사회로 가야 할까’ ‘세계화와 포퓰리즘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불평등 관련 이슈에 대한 두 석학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이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닌 ‘공동선’을 파괴하는 세계적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강한 누진 과세’와 ‘부유층의 정치적 통제’ 등 대책은 다소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글항아리)으로 세계 경제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로 수많은 도덕적 충돌의 순간을 철학으로 풀어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불평등 전문가’인 두 석학이 지난해 5월 파리경제대에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두 사상가는 대담에서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탐구하는 한편, 사회·경제·정치적 격차의 근본을 짚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공공 자원은 1919년부터 1990년까지 10배로 늘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두 사람은 정치권이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에 반대한다. 개인이 학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으로 막대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보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준 행운과 요행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해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추첨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 역시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돈이 덜 중요한 사회로 가야 할까’ ‘세계화와 포퓰리즘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불평등 관련 이슈에 대한 두 석학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이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닌 ‘공동선’을 파괴하는 세계적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강한 누진 과세’와 ‘부유층의 정치적 통제’ 등 대책은 다소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 아닐까.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5년 서울 홍익대 인근 라이브클럽 ‘드럭’. 30년 전 이곳에서 열린 미국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 1주기 추모 공연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인디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꼽힌다. 홍대의 내로라하는 밴드들이 모여 뜨거운 존재감을 뿜어냈다. 당시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기타와 앰프를 마구 때려 부순 녀석들이 있었다. 바닥 한편에 쌓인 맥주캔 무더기에도 뛰어드는 등 그야말로 ‘난동’을 부렸다. 화가 난 클럽 사장이 “니들, 뭐하는 놈들이냐?”고 하자, 뻔뻔하고 패기 넘치는 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밴드예요!” 그 악동들이 이후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한국 인디 문화를 이끌어 가는 밴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당시 사장이 고소는커녕 오디션을 보게 했던 그들은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룩셈부르크’ ‘명동콜링’ 등의 노래들로 세상을 수놓았다. 이젠 인디 밴드의 상징이 된 ‘크라잉넛’이다. 걷는 길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인 그들을 9일 서울 마포구 합주실에서 만났다.● 30년간 지켜 온 ‘야생화’ 정신 “이렇게 오래 활동할 줄은 몰랐어요, 하하.” 크라잉넛은 “데뷔 30주년이란 게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인디의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증언 밴드’가 됐다는 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크라잉넛은 초중고교 동창인 박윤식(49·보컬, 기타)과 이상면(49·기타), 이상혁(49·드럼), 한경록(48·베이스) 등 초대 멤버가 그대로다. 드럭에서 일하던 ‘공익 형’ 김인수(51·키보드)도 1999년 2집 때 합류한 뒤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춘 공력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인터뷰도 ‘친구들의 수다’에 가까웠다. 박윤식이 “30년쯤 되면 목소리도 안 나오고, 배 나오고, 머리도 벗겨질 줄 알았는데 아직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자, 이상면이 “덜 벗겨진 거지”라고 응수했다. “1980년대 롤링스톤스가 미국 투어할 때 국내 음악 잡지에 ‘마흔 넘어서도 록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뭐지)….” 겸연쩍은 듯한 김인수의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한 비결은 뭘까. 역시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래 해왔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쟤가 화가 날지를 잘 알아요. 싸워 봤자 화해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안 싸우고 화해도 안 하면 되죠.”(이상혁) 크라잉넛은 30년 내내 대형 자본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음악을 만드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유지해 왔다. 잘 팔릴 음악보단 에너지 넘치고, 덜 다듬어졌더라도 싱그러운 ‘야생화’ 같은 음악 세계를 지켰다. 한경록은 “인디 밴드이다 보니 음악뿐만 아니라 기획, 홍보까지 직접 해야 했다”며 “이런 경험치가 쌓여 변화에 적응하는 ‘변온동물’처럼 살아남을 노하우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크라잉넛 하면 떠오르는 곡 ‘말 달리자’ 역시 이런 야생의 반항기에서 나왔다. ‘음악 좀 안다’ 하는 형들의 “너희가 하는 건 펑크록이 아니야”란 훈수에, ‘닥쳐’라고 통쾌하게 답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펑크록 밴드는 공장 노동자여야 하고, 머리는 어때야 한다는 등의 프레임에 갇히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함께 울고 웃는 노래 만들고파” 지난달 28일 발표한 신곡 ‘허름한 술집’은 20대의 혈기왕성한 노래는 아니다. 차분하지만 정겨운 정서가 돋보인다. “간헐적 단식 해보려는데/동네 친구들이 모여드네” ‘빨간 뚜껑 소주’를 먹던 기찻길 술집 등 3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장소들을 소재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도 홍대 문화공간 ‘제비다방’에서 구형 스마트폰으로 찍어 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했다. 한경록은 “동네에 오래 있었던 친근한 공간을 ‘허름한 술집’으로 표현했다”며 “이 노래가 ‘퇴근 뒤 한 잔’ 같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크라잉넛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홍대 클럽들과 상생할 수 있는 ‘연중 공연’은 물론이고 홍대 갤러리와 협업해 인디의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 크라잉넛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어떤 모습일까. “대단한 히트곡보다는 이 시대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고 싶어요. 일단 30주년 찍었으니 31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한경록, 이상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5년 서울 홍익대 인근의 라이브 클럽 ‘드럭’. 이곳에서 열린 미국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 1주기 추모 공연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인디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꼽힌다. 흩어져 있던 홍대의 인디 밴드들이 결집해 각자의 존재감을 뿜어냈다.이 공연에서 무대에 난입해 기타와 앰프를 마구 때려 부순 악동들이 있었다. 바닥 한켠에 쌓인 맥주캔 무더기에 뛰어드는 등 그야말로 ‘난동’을 부렸다. 화가 난 클럽 사장이 “니들, 뭐하는 놈들이냐?”고 물었다. 답은 패기 넘치고 뻔뻔했다. “저희는 밴드에요!” 사장은 고소는커녕 이들에게 오디션을 보게 했다. 그렇게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명동콜링’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든 1세대 인디 밴드 ‘크라잉넛’이 탄생했다. ●‘인디의 역사’ 크라잉넛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의 역사는 곧 인디의 역사다. 9일 서울 마포구의 합주실에서 만난 멤버들은 “이렇게 오래 활동할 줄 몰랐다”면서도 “인디의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증언 밴드’가 됐다는 게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고교 동창인 박윤식(49·보컬, 기타), 이상면(49·기타), 이상혁(49·드럼), 한경록(48·베이스)이라는 초대 멤버에 드럭에서 일했던 ‘공익 형’ 김인수(51·키보드)가 1999년 2집 때 합류한 뒤 한 번도 멤버가 바뀌지 않았다. 오래 합을 맞춘 이들인 만큼 인터뷰는 사실 ‘친구들의 수다’에 가까웠다. 박윤식이 “30년쯤 되면 목소리도 안 나오고, 배 나오고, 머리도 벗겨질 줄 알았는데 아직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자, 이상면이 “덜 벗겨진 거지”라고 응수했다. “1980년대 롤링스톤즈가 미국에서 투어할 때 우리 나라 음악 잡지에 ‘40이 넘어서도 락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뭐지)….” 겸연쩍은 듯한 김인수의 말에 멤버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지금까지도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아는 친구사이이기 때문이라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쟤가 화가 날지를 잘 알아요. 싸워봤자 화해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안 싸우고 화해도 안 하면 되죠.”(이상혁) 크라잉넛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대형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잘 팔릴 음악보다는 거칠고, 덜 다듬어졌지만 싱그러운 ‘야생화’ 같은 음악 세계를 지켜 온 비결이다. 한경록은 “인디이기 때문에 음악 뿐 아니라 기획, 홍보까지 직접 해야 했다”라며 “이런 경험치가 쌓여 변화에 적응하는 ‘변온동물’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공전의 히트곡 ‘말 달리자’ 역시 야생의 반항기에서 나왔다. ‘음악 좀 안다’ 하는 형님들이 하는 “너희가 하는 건 펑크록이 아니야”라고 훈수에 대해 ‘닥쳐’라고 통쾌하게 응답한 것이다. 이들은 “펑크락 밴드는 공장 노동자여야 하고, 머리는 어때야 한다는 등의 프레임에 갇히기 싫었다”고 회상했다.●“함께 울고 웃는 노래 만들고파”지난달 28일 발표한 신곡 ‘허름한 술집’은 20대의 혈기왕성함보단 차분하지만 흥겨운 정서를 담고 있다. “간헐적 단식 해보려는데/동네 친구들이 모여드네” ‘빨간 뚜껑 소주’를 먹던 기찻길 술집 등 멤버들이 3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여러 장소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는 홍대 문화공간 ‘제비다방’에서 구형 스마트폰으로 찍어 레트로한 느낌을 더했다. 한경록은 “동네에 오래 있었던 친근한 공간을 ‘허름한 술집’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 노래가 퇴근 후 맥주 같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크라잉넛은 앞으로도 3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대의 클럽들과 상생할 수 있는 ‘연중 공연’은 물론, 홍대 갤러리와 협업해 인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앞으로의 크라잉넛은 어떤 모습일까. 한경록은 “대단한 히트곡보다는 이 시대에 함께 웃고 웃을 수 있는 노래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30주년 찍었으니 31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이상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のびた人陰を鋪道にならべ, 夕闇の中を君と步いてる).”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의 내한 콘서트에서 그의 대표곡 ‘눈의 꽃(雪の華)’이 울려 퍼졌다. 가수 박효신의 리메이크 버전이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음악(OST)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나카시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1절 후렴에서 나카시마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일본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꼭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요(今年最初の雪の華を二人寄り添って ながめているこの瞬間に幸せが溢れ出す).” 10, 11일 이틀간 열린 나카시마의 첫 내한 콘서트가 관객 75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한 그는 최근 J팝 열풍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조 J팝 디바’다. 원래 10일 하루 공연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발매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하루 더 연장했다.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는 데뷔 25년 차 가수는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열창했다. 차분한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술이 달린 검정 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카시마는 첫 곡으로 2021년 발표한 발라드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선택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연이어 ‘가장 예쁜 나를(一番綺麗な私を)’, ‘꽃다발(花束)’ 등 장기인 발라드를 선보이던 그는 자신이 과거 펑크 로커 역을 연기한 영화 ‘나나’(2005년)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를 부르며 ‘반전미’를 선사했다. 노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은 10여 년간 이관(耳管) 개방증(귓속의 관이 계속 열리는 병)을 앓다가 회복한 나카시마의 굴곡진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우울함에 갇힌 듯한 초반부를 지나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지”라며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지난해 발매한 ‘언페어(Unfair)’는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빠른 박자가 어우러지며 그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무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현대 무용 등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보완했다. 다만 ‘윌(Will)’, ‘오리온(Orion)’ 등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메들리’의 일부로 짧게 들려준 점은 아쉬웠다. 나카시마는 콘서트 끝자락에 “오늘은 여러분이 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없었을 날입니다”라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은 또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었어요(のびた人陰を鋪道にならべ, 夕闇の中を君と步いてる)”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42)의 내한 콘서트에서 그의 대표곡 ‘눈의 꽃(雪の華)’이 울려 퍼졌다. 가수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배경음악(OST)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나카시마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1절 후렴에서 나카시마가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일본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꼭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요(今年最初の雪の華を二人寄り添って ながめているこの瞬間に幸せが溢れ出す).”10, 11일 이틀간 열린 나카시마의 첫 내한 콘서트가 관객 75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한 그는 최근 J팝 열풍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조 J팝 디바’다. 원래 10일 하루 공연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발매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하루 더 연장했다. “부르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는 데뷔 25년 차 가수는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열창했다.차분한 검정 드레스와 화려한 술이 달린 검정 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카시마는 첫 곡으로 2021년 발표한 발라드 ‘알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知りたいこと、知りたくないこと)’을 선택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과거도, 미래도 필요 없이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연이어 ‘가장 예쁜 나를(一番綺麗な私を)’, ‘꽃다발(花束)’ 등 장기인 발라드를 선보이던 그는 자신이 과거 펑크 로커 역을 연기한 영화 ‘나나(2005년)’의 OST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를 부르며 ‘반전미’를 선사했다.노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은 10여 년 간 이관(耳管) 개방증(귀 속의 관이 계속 열리는 병)을 앓다가 회복한 나카시마의 굴곡진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우울함에 갇힌 듯한 초반부를 지나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지”라며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지난해 발매한 ‘언페어(Unfair)’는 세련된 피아노 연주와 빠른 박자가 어우러지며 그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무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현대 무용 등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보완했다. 다만 ‘윌(Will)’, ‘오리온(Orion)’ 등 한국에서 인지도 있는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메들리’의 일부로 짧게 들려준 점은 아쉬웠다.나카시마는 콘서트 끝자락에 “오늘은 여러분이 오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면 (공연이) 없었을 날입니다”라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은 또 다시 그를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저는 다시 K팝 아이돌을 하고 싶습니다.” 켄타(본명 다카다 겐타·高田健太·30)에게선 K팝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배어났다. 그는 2017년 방영한 엠넷의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에 유일한 일본인 연습생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이돌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5일 자신의 활동을 돌아본 에세이 ‘천 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비밀신서)을 출간한 그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보통’이라는 틀에서 조금 벗어난 인생을 살아 왔다”며 “나의 또 다른 ‘홈(home)’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책을 내 기쁘다”고 말했다. 책에는 그만의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중학생 때 K팝 보이그룹 틴탑의 노래를 들은 순간 ‘온몸의 세포가 들끓는 듯한 전율’을 느낀 켄타는 스무 살 때 캐리어만 끌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뿐이었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켄타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도전했다”며 “지금은 1년에 일본인 10∼20명이 K팝 아이돌로 데뷔하는 시대지만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많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켄타는 프로듀스101 출연 당시 100명 중 24위를 기록해 정식 데뷔조 ‘워너원’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로 결성된 파생 그룹 JBJ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멤버 상균과 ‘켄타상균’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데뷔 초반에는 거의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집에도 돌아가지 못했다”면서도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보자’고 뜨거운 마음을 나눴던 순간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언어의 장벽’ 탓에 힘든 적도 많았다. 일본인 특유의 ‘애매한 표현’을 한국인 멤버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켄타는 “그 때문에 얕은 관계밖에 맺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집밥과 힘든 일에 저보다 더 눈물 흘려준 멤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데뷔라는 ‘천국’이 있었다면, ‘지옥’도 만만치 않았다. 켄타상균은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게 됐고, 두 멤버는 각각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켄타는 “가진 게 1000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이라며 “어떻게든 된다고 믿으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극적인 희비의 순간을 오가면서도 벼려진 ‘자기 신뢰’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을 믿는 것’이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늘 그때그때의 ‘지금’을 진심을 다해 살아 왔다”고 말했다. 켄타는 2021년 회화 작품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대 때는 ‘오직 내가 빛나는 것’이 목표였다면, 30대엔 누군가를 비춰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 진(33·사진)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진은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며 “아픈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고 밝게 뛰어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게나마 후원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진은 1월에도 저개발국 난치병 환자들을 돕는데 써 달라며 고려대학교의료원에 1억원을 기부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Welcome to the jungle, We got fun and games.(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여기엔 재밌는 게임이 있어.)” 1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미국 하드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히트곡 ‘웰컴 투 더 정글’이 울려퍼지자 2만5000여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보컬 액슬 로즈는 전성기 시절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원숙미가 가득한 샤우팅을 뿜어냈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열린 내한 공연의 열기는 비온 뒤 쌀쌀한 날씨도 잊게 할 정도로 뜨거웠다. 1985년 결성된 건스 앤 로지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강렬한 전성기를 누렸다. 세계적으로 앨범이 1억 장 이상 팔렸고, 201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1990년대 후반 기타리스트 슬래시와 베이시스트 더프 매케이건이 팀을 탈퇴했다가 2016년 재결합했다. 이번 공연은 로즈가 다른 멤버를 이끌고 왔던 2009년과 달리 오리지널 원년 멤버 3명이 처음으로 ‘완전체’ 무대를 선보이는 무대였다. 이날 콘서트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혈기 왕성했던 ‘악동’들은 이제 더는 없었다. 그 대신 환갑을 넘은 나이에 맞게 노련한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히트곡 ‘미스터 브라운스톤(Mr. Brownstone)’과 ‘차이니스 데모크라시(Chinese Democracy)’, ‘리브 앤드 렛 다이(Live and Let Die)’ 등을 쉬지 않고 부르며 나이를 잊게 하는 열정도 가득했다. “여러분이 그리웠다. 우리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정도의 간단한 인사 말곤 별다른 멘트도 없었다. 로즈 특유의 금속성 쇳소리는 확실히 무뎌져 있었다. 반면 스탠딩 마이크를 든 과감한 움직임과 깊은 내공이 스며든 부드러운 고음이 나름대로 멋들어진 매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20세기 사랑받던 ‘속주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꼽혔던 슬래시는 여전했다. ‘더블 토킹 자이브(Double Talkin’ Jive) ’등에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기교를 펼치며 폭주했다. 하이라이트는 보컬과 떼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 기타 리프가 고조될수록 함성은 더 크게 메아리쳤다. “역대 가장 긴 버전으로 들려주겠다”며 연주한 메가 히트곡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도 여운이 짙었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로즈는 40년의 관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건스 앤 로지스는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를 끝으로 앙코르도 없이 ‘쿨’ 하게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멤버들와 관객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넘쳐났다. “슬픔과 함께 ‘파라다이스 시티’를 들려주며 떠납니다. 끝내 주게 좋은 밤 되세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호크아이’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제레미 레너(54)가 약 2년 전 제설차 사고를 당했을 때 죽음을 넘나드는 ‘임사(臨死) 체험(죽음에 가까워진 상태를 느끼는 체험)’을 했다고 털어놨다.3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너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과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빙판에 쓰러져 45분 동안 응급 구조대를 기다리던 중 잠시 죽음에 가까워진 상태를 체험하는 임사 체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3년 1월 네바다주 리노 인근 별장에서 폭설에 갇힌 조카를 구하려다 7t 규모 제설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흉부 외상과 뼈 30개가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레너는 회고록에 “얼음 위에서 약 30분 동안 의식적인 호흡을 아주 오래 했다. 그것은 분당 10∼20회씩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었고, 그때 내가 (잠시) 죽었다”고 썼다. 또 “내 일생을 볼 수 있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죽음 속에서는 시간이 없었고, 영원처럼 느껴졌다”고도 회상했다. 레너는 당시 사경을 헤매면서 가족 및 친구들이 앞에 서서 그에게 “(생명줄을) 놓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평온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당시 사투를 벌이면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배운 라마즈 호흡법을 사용한 것이 자신을 살렸다”고도 밝혔다. 그는 최근 출연한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서도 “당시 고통이 너무 심해 뇌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저 패닉에 빠지지 않고 계속 호흡하며 견디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렀고, 눈알이 튀어나와 숨이 정상적으로 쉬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어둠 속에 있던 아가야. 이제 나와서 햇빛을 보았구나. 울지 마라, 걱정 마라.”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 불렸던 자장가의 일부다. 옛 부모들도 현대인처럼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진땀을 뺐던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문자 체계로 알려진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들은 이처럼 고대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당대의 삶을 들여다 보는 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저자는 법학대학원을 준비하다 우연히 고대 서적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메소포타미아를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된다. “(수업을 들은 지) 불과 몇 시간 뒤 쐐기문자에 홀딱 빠져 남은 생애 동안 점토판을 읽을 태세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저자에게 유물은 누군가 손으로 빚고, 기록하고, 남기려 했던 ‘삶의 증거’다. 수메르인이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건설한 도시 우르에는 엔니갈디난다 공주의 궁전이 있었다. 이 궁전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서로 다른 시대의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처럼 고대인들이 의도적으로 유물을 모아 놓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저자는 “고대인도 역시 현대인처럼 자신보다 더 오래된 시간과 연결되려 했다”고 했다. 수수께끼 같던 유물에서 초기 인류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하는 게 흥미롭다. 궁전에 흩어진 채로 발견된 학습용 서판에선 교육과 학교 생활의 불안함을 읽어내고, 점토 원뿔을 가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신과 소통했는지를 탐구한다. 탄탄한 연구와 합리적인 추론으로 고대 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따돌림당했거나 분리된 것 같은 경험이 있잖아요.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셰리든 애덤스) “작은 사랑이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다고 느꼈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든 스쳐 가는 사람한테든, 조그만 사랑으로 세상이 바뀔지도 모르잖아요.”(코트니 몬스마) 7월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의 투톱 주인공 글린다(몬스마)와 엘파바(애덤스)를 맡은 배우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는 초록 피부의 마녀 엘파바와 야망 가득한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세계 16개국에서 7000만 명이 관람했다. 누적 매출은 60억 달러(약 8조54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가수 신시아 어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출연한 영화도 국내에서 220만 명이 관람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2023년 성사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위키드 내한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뮤지컬 슈퍼바이저 데이비드 영은 “지난 한국 공연 마지막 날에 팬들이 축구장에 온 것처럼 소리 지르던 걸 기억한다”며 “이번에도 꼭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찰떡 캐스팅’인 주연 배우들은 물론이고 앙상블까지 저희가 원하는 오리지널리티를 실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배우들은 위키드가 2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몬스마는 “어떤 사회나 시대에서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무대와 의상도 완벽해 블록버스터 뮤지컬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덤스도 “인류가 예전부터 호기심을 가졌던 것들을 언급했기에 사랑받지 않나 싶다”고 했다. 위키드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현란한 액션도 주요 볼거리. 수천 개의 비누 거품과 함께 하늘에서 나타나는 글린다,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솟아오르는 엘파바는 화려한 조명이나 입체적인 음향과 잘 어우러진다. 몬스마는 “높은 곳의 거품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들부들 떨리고 긴장될 때도 있지만, 그만큼 무대에 서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했다. 애덤스는 “의상도 무겁고 빗자루도 타야 하지만 그만큼 멘털을 관리하고 잘 쉬어가면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와 ‘파퓰러(Popular)’ 등 많은 이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들도 많다. 영은 “이전 공연보다 음악의 속도감을 올리고, 개그 코미디도 현시대에 맞게 바꿨다”며 “관객들이 달라진 곳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드는 7월 1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먼저 선보인다. 올 11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1월에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컬처의 전성기가 계속될지는 우려스럽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이제 숨 고르기를 넘어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일보의 기획시리즈 ‘K컬처, 해외 석학에게 길을 묻다’와 관련해 한류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사의 고위 관계자가 보내온 메시지다. 갈수록 글로벌 콘텐츠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 구조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상황이란 진단이다.한류는 여전히 뜨겁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여전하고, ‘폭싹 속았수다’ 등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진다. 하지만 내부에서 바라보는 한류 핵심 종사자들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한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교두보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이에 동아일보는 K컬처 기업 핵심 종사자 20인을 대상으로 한류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는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브와 SM, JYP, YG, 카카오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비롯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형 드라마 제작사, 영화 배급사 등 K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대표 및 전략책임자, 고위급 실무자가 참여했다. ● “한류, 정체 위기 경고등 켜졌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다수는 K컬처가 현재 성장 정체기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했다. 20명 가운데 13명(65%)이 “한류가 정체 상태에 들어섰다”고 답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성장 둔화 신호와 여러 형태의 구조적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정치·경제적 불안정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 한 제작사 관계자는 “K팝 시장은 하락세에 있지만 드라마 부문은 여전히 성장세여서 분야별로 정체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류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 심화’(11명)를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해외 플랫폼 전략 변화’(9명), ‘콘텐츠 포맷 반복과 차별화 부족’(9명)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꼽혔다. K팝 분야에선 유사한 외형과 전략을 반복하는 제작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한 응답자는 “비슷한 비주얼과 전략을 가진 K팝 그룹들이 연달아 데뷔하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기획사들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류 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는 ‘수익 모델의 지속 불가능성’(8명)이 꼽혔다. 특히 K드라마 분야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짚었다. K팝은 공연과 부가 사업의 수익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팬덤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컬처웍스의 한 관계자는 “영화 흥행 실패가 재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제작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피프티피프티, 뉴진스 사태 등에서 보듯 K팝은 저작권과 아티스트 관계, 팬덤의 과도한 개입 같은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익숙한 공식 버리고 현지화 전략 나서야”응답자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해외 현지화 강화’(10명)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단순히 콘텐츠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의 창작자들과 협업해 현지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를 함께 기획·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K팝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고, 다국적 아티스트를 육성해 각국 시장에 맞춰 현지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장르물, 실험작 등 장르 및 포맷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창작자 중심의 수익 배분과 제작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류 산업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11명이 ‘중장기 반등’을 내다봤다. K팝의 성장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고, BTS가 군입대로 완전체 활동을 멈추는 등 일시적인 악재들이 해결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소 기획사들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팬덤의 확장 등은 한류 성장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손승애 쇼박스 드라마사업총괄 대표는 “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제작과 유통 방식을 전면적으로 ‘리셋’ 한다면 중장기 반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재개방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익숙해진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제작 관행이나 불균형한 수익 구조, 폐쇄적인 제작 환경 등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도 많았다. 제작자와 창작자가 존중받는 환경과 유연한 협업 모델, 변화하는 팬덤 생태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하 콘텐츠판다 총괄이사는 “OTT의 득세로 인한 시장 구조 변화, 수익 악화가 현재 위기의 핵심”이라며 “글로벌 OTT에 종속되지 않고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적으로 좋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것이 한류의 생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따돌림당했거나 분리된 것 같은 경험이 있잖아요.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셰리든 아담스)“작은 사랑이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다고 느꼈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든 스쳐 가는 사람한테든, 조그만 사랑으로 세상이 바뀔지도 모르잖아요?” (코트니 몬스마)7월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의 투톱 주인공 글린다(몬스마)와 엘파바(아담스)를 맡은 배우들은 4월 30일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는 초록 피부의 마녀 엘파바와 야망 가득한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세계 16개국에서 7000만 명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누적 매출은 60억 달러(약 8조54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가수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출연한 영화도 국내에서 220만 명이 관람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2023년 성사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위키드 내한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뮤지컬 수퍼바이저 데이비드 영은 “지난 한국 공연 마지막 날에 팬들이 축구장에 온 것처럼 소리 질러주던 걸 기억한다”며 “이번에도 꼭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찰떡 캐스팅’인 주연 배우들은 물론 앙상블까지 저희가 원하는 오리지널리티를 실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배우들은 위키드가 20여년 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몬스마는 “어떤 사회나 시대에서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무대와 의상도 완벽해 블록버스터 뮤지컬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담스도 “인류가 예전부터 호기심을 가졌던 것들을 언급했기에 사랑받지 않나 싶다”고 했다.위키드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현란한 액션도 주요 볼거리. 수천 개의 비누 거품과 함께 하늘에서 나타나는 글린다,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솟아오르는 엘파바는 화려한 조명이나 입체적인 음향과 잘 어우러진다. 몬스마는 “높은 곳의 거품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들부들 떨리고 긴장될 때도 있지만, 그만큼 무대에 서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했다. 아담스는 “의상도 무겁고 빗자루도 타야 하지만 그만큼 멘탈을 관리하고 잘 쉬어가면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와 ‘파퓰러(Popular)’ 등 많은 이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들도 많다. 영은 “이전 공연보다 음악의 속도감을 올리고, 개그 코미디도 현시대에 맞게 바꿨다”며 “관객들이 달라진 곳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위키드는 7월 1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먼저 선보인다. 올 11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1월에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 보이그룹 ‘이펙스’(사진)가 다음 달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한국 국적의 아이돌이 중국 본토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9년 만으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을 단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요기획사 C9엔터테인먼트는 29일 “소속 그룹 이펙스가 다음 달 31일 푸저우에서 단독 콘서트 ‘청춘결핍 인 푸저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시작한 ‘청춘결핍’ 아시아 투어로, 중국 마카오와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푸저우를 방문한다. K팝 아이돌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본토에서 콘서트나 공연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국적인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산시성 등에서 공연했으며, 이달 3인조 힙합 그룹 ‘호미들’이 우한에서 공연했다. 가수 겸 배우인 김재중도 이달 충칭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가요계에선 이펙스의 공연이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임을 감안할 때 더 많은 K팝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 성사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세븐틴 등 대형 K팝 가수들은 마카오 등에서 중화권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는 중국 본토에서 1만 석 이상의 공연이 허가가 나느냐가 관건”이라며 “중국 정부가 소규모 공연을 허용하며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요즘 한국 드라마는 나올 때마다 거의 항상 세계 넷플릭스 ‘톱 10’ 안에 들어갑니다. 모두가 방탄소년단(BTS)을 알고 있고, ‘오징어 게임’은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죠. 한류가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mainstream)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국제관계학 교수(45)는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영상 인터뷰에서 이미 K콘텐츠는 영미 작품들과 같은 반열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Phenomenon)’이 아닌 주류 문화로 접어든 게 명백하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출신인 파르도 교수는 유럽 내 한국 전문가로 손꼽힌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에서 한국 이슈를 다루는 ‘한국 석좌’도 겸하고 있다.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간된 저서 ‘새우에서 고래로: 잊혀진 전쟁부터 K-팝까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 강국이 되기까지를 다뤘는데, 지난해 한국어판(열린책들)으로도 출간됐다. 파르도 교수는 “앞으로도 한류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꾸준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콘텐츠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한국 아티스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한국 영화를 보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보편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한국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메시지에 세계가 반응하는 것이다.” ―25년 전 초기 한류는 ‘겨울연가’나 ‘H.O.T.’ 같은 몇몇 대박 상품이 주도했다. 지금과 달라진 점은 뭘까. “솔직히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문화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는 점이 닮았다. 다만 그때와 비교해 오늘날 팬덤은 규모가 훨씬 커졌다. 연령대도 10대부터 노년층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또 다른 주목할 변화는 K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금 한류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한류가 너무 상업화되거나 획일화됐다는 비판도 있다.“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K콘텐츠 중 일부는 매우 대중적이다. 하지만 마이너한 것 역시 존재한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을 보면 상당히 상업적이다. 하지만 2000∼2010년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들은 상업성이 옅었다. 드라마도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 있는 반면, 한국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작품들도 있다.” ―K팝은 어떻게 평가하나.“K팝은 분명히 (영화나 드라마보다) 상업적인 측면이 짙다. 하지만 그런 만큼 가장 파급력이 강하다. 하지만 BTS를 예로 들어보자. 데뷔 초부터 곡을 직접 썼고, 소속사는 당시 ‘빅 3(SM·YG·JYP엔터테인먼트)’도 아니었다. 이후 스트레이 키즈도 직접 곡을 만들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 블랙핑크 역시 솔로 활동에선 (그룹 때보다) 훨씬 덜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K콘텐츠가 진화하고 있단 뜻인가. “그렇다. 아이돌들이 만들어지는 공식(formula)을 보면, 2000∼2010년대보다 덜 획일적이다. 다양성 측면에선 과거보다 오히려 상업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뭣보다 K팝 아티스트 육성 방식을 보라.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이나 가족 문제 등 개인적인 삶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나.” ―아직 한류가 아시아와 북미, 유럽에서만 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선 여전히 덜 알려진 편인 것 같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제한적인 데다 인터넷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선 여전히 주류인 TV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K콘텐츠를 알릴 필요가 있다.” ―K콘텐츠에 한국적 요소는 꼭 필요하다고 보나.“이제 K콘텐츠는 세계적인 주류가 됐다. 꼭 한국적인 것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선 벗어나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을 보라. 출연진이 다 외국인이고, 한국적인 배경도 없었다. 하지만 봉 감독은 분명 한국인이다. 이게 현재 한류가 위치한 지점이다. 한국에서 만들었어도 내용은 완전히 글로벌한 콘텐츠들이 세계인에게 더 큰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아까도 언급했듯, 다양성이 중요하다.” ―K팝 기획사들도 현지와 협력해 외국인 아이돌을 만들기도 한다.“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단지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섰단 뜻이다. 이제 세계 각지에서 K콘텐츠를 ‘창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유럽축구클럽 대항전)을 보라. 어느 나라 선수가 뛰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어느 클럽이 최고인지가 중요하다. K팝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 콘텐츠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된 것이다.” ―중국 ‘한한령(限韓令)’ 등 여전히 한류에 민감한 나라들이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외국 문화에 대한 검열이 심한 나라다. 한국이 중국 시장에 맞추려고 콘텐츠를 자체 검열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 이는 경제적 손해로도 이어진다. 중국을 너무 의식하기보단 (한류를 좋아하는) 중국 젊은 세대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K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류는 이제 너무나도 다양해졌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장르가 주도하는 형태는 아닐 것으로 본다. 팝과 영화, 드라마부터 문화,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가 각각의 순간에 주목받을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 보이그룹 ‘이펙스’가 다음 달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한국 국적의 아이돌이 중국 본토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9년 만으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을 단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요기획사 C9엔터테인먼트는 29일 “소속 그룹 이펙스가 다음달 31일 푸저우에서 단독 콘서트 ‘청춘결핍 인 푸저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시작한 ‘청춘결핍’ 아시아 투어로, 중국 마카오와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푸저우를 방문한다.K팝 아이돌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본토에서 콘서트나 공연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국적인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산시성 등에서 공연했으며, 이달 3인조 힙합 그룹 ‘호미들’이 우한에서 공연했다. 가수 겸 배우인 김재중도 이달 충칭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가요계에선 이펙스의 공연이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임을 감안할 때 더 많은 K팝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 성사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방탄소년단(BTS) 제이홉과 세븐틴 등 대형 K팝 가수들은 마카오 등에서 중화권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는 중국 본토에서 1만 석 이상의 공연이 허가가 나느냐가 관건”이라며 “중국 정부가 소규모 공연을 허용하며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도 올해 11월 중국 항저우에서 1만8000석 규모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가진다. 이번 공연은 2017년 페리가 반(反)중 성향의 의상을 착용했었단 이유로 중국 입국이 거부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8년 만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의 이론에 따르면 육아는 ‘어머니의 일’이다. 여성은 본능적으로 남성보다 상냥하고 이기심이 덜하다. 이 때문에 남성은 짝과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여성은 최상의 유전자를 가진 수컷의 자녀를 낳아 양육에 집중해야 한다.시대가 변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들도 훨씬 늘어났다. 그렇다면 이런 남성들은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 것일까.책 ‘아버지의 시간’에 따르면 답은 ‘아니요’다. 이 책은 “남성에게도 양육에 대한 본능이 있다”고 본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모성 연구자인 저자는 ‘남성들의 양육’으로 관심사를 넓혔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것은 단지 성 역할의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책은 생후 1000일 전후의 영아와 아버지의 관계를 다루면서 남성 양육 감정의 기원을 탐구한다.흥미로운 점은 아기를 돌보는 남성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곧 아기가 태어날 아빠에게 신생아가 덮던 담요로 감싼 아기 인형을 안게 하고, 녹음된 신생아 울음소리를 들려줬다. 그랬더니 남성들의 프로락틴(포유류 암컷의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수치는 상승하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하락했다. 아기와의 놀이 시간을 가진 아빠가 애착 형성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여성이 배제된 ‘남성 커플’ 간의 양육에 대한 자연 실험은 통념을 뒤집는다. 동성 커플 사이에선 ‘의도하지 않은’ 임신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버지가 이성 부모보다 따뜻하게 자녀와 상호 작용한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하지만 이들의 뇌 편도체와 시상하부를 포함한 ‘감정 처리 네트워크’가 활성화됐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 네트워크는 그동안 포유류 ‘어머니’가 아기의 안전을 유지하도록 발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은 성 염색체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각 성별은 서로에게 발견되는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동일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영장류 수컷이 제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르완다의 비릉가 화산 고지대에 사는 산악고릴라는 우두머리 수컷 ‘실버백’이 새끼를 돌본다. 어미와 함께 실버백을 따르는 새끼들은 그의 보호를 받는다. 50여 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두 살에서 여덟 살 사이에 어미를 잃은 산악고릴라 새끼 고릴라 59마리는 수컷의 보살핌 덕에 어미가 있는 새끼 고릴라와 동일한 생존율을 보였다.세계적으로 결혼 연령이 늦어지며 출산이 늦어지는 현상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보조 생식 기술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잉태된 아이들보다 더 나은 양육 환경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부모들이 간절히 원해서 태어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양육에 대한 법적, 개인적, 정치적 관점은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보살핌”이라며 “아이에게 함께 살며 보살핌을 제공하면 모두 가족”이라고 분명히 한다.오늘날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로 남녀 간의 ‘육아 분담’은 대체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동시에 ‘남성적 본능’을 근거로 이에 반발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책은 자연에 기대 남성의 육아 참여를 등한시하는 게으른 통념을 시원하게 무너뜨린다. 저자의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남성도 매우 세심하고 부드러운 보살핌을 수행할 수 있다”는 통찰은 현대 사회에 또 다른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