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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쿠바 아바나의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보러 입장하자 1만여 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섭씨 3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두 정상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선글라스를 낀 차림이었다. 단순한 야구 경기 이상이었다. 미 상업 스포츠의 상징인 메이저리그 야구단과 쿠바의 국기(國技)인 야구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려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재키 로빈슨의 부인 레이철 여사를 소개했다. 곁에는 뉴욕 양키스의 간판 유격수였던 데릭 지터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선수들이 함께해 쿠바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중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도 한 뒤 3회까지 경기를 보고 야구장을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람 도중 미 스포츠채널 ESPN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쿠바로 여행을 가 쿠바인들과 생각과 문화를 공유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을 찾은 대학생인 기예르모 곤살레스 씨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의 재결합을 축하하는 놀라운 장면”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경기는 미국이 쿠바를 4 대 1로 이겼지만 점수에 연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바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대중 연설을 하고 전날 정상회담에 이어 정치적 자유 확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국민은 자기 생각을 가슴에만 두지 말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의 지도자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법은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임의로 구금해서는 안 된다”며 쿠바 정부의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형제에 비유하며 유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두 나라는 유사한 식민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오랜 세월 사이가 멀어진 형제 같다”고 했다. 이날 연설장에는 카스트로 의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등이 함께했으며 연설은 쿠바 전역에 TV로 생중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쿠바 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아르헨티나로 떠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 지명에 한발 더 다가섰다. 두 주자는 22일 3개주(공화당 2개주)에서 실시된 미 대선 경선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애리조나에서 압승을 거뒀다. 특히 트럼프는 승자 독식제가 적용된 애리조나에 걸린 대의원 58명을 싹쓸이했다. 유타 주에선 민주당 버니 샌더스와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승리했다. 하지만 대의원 숫자가 적은 데다 정치적 상징성도 크지 않은 지역이라 전체 판세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게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크루즈는 유타에 뿌리를 둔 모르몬교도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트럼프를 제쳤다. 민주당의 아이다호 경선은 샌더스가 가져갔다. 클린턴은 경선 후 “(트럼프가 주장하듯) 테러가 일어났다고 장벽을 세우고 등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건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 못한다”며 “내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최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별다른 연설 없이 트위터를 통해 “애리조나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선까지 클린턴은 대의원 1711명을 얻어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수(2383명)의 71%를 확보했다. 트럼프는 대의원 수 741명으로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1237명)의 60%를 달성했다. 한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원칙에 충실한 보수주의자인 크루즈가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크루즈 지지를 선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중국과의 대화를 공개 제의했지만 중국은 거부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즈 고테묄러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담당 차관은 22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싶다”며 “사드의 기술적 한계와 사실관계에 대해 중국과 앉아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문제는 절대로 간단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 문제의 실제 성격과 위해성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에서 관련국이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중국의 안전 이익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에 앞서 22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현재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과 원칙적으로 그 점(사드 배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의 국방예산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가 한국과 미국의 기존 패트리엇 시스템에 사드를 추가하려는 것은 북한의 전방위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1일(현지 시간) 88년 만의 정상회담에 이어 국빈만찬장에서 다시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반 아바나 혁명궁전에 마련된 만찬장에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도착해 카스트로 의장과 다시 반갑게 악수했다. 그러나 냉랭한 기운이 흐른 회견 분위기 탓인지 서로 얼싸안거나 친밀한 악수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 대신 서로 거리를 두고 긴 악수가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동행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을 카스트로 의장에게 소개했다. 친한파인 찰스 랭걸 민주당 하원의원도 만찬에 참석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만찬장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파일데 유스’라는 밴드가 연주하는 맘보 음악에 귀를 기울인 뒤 별다른 말 없이 메뉴를 집어 들었다. 만찬 메뉴는 쿠바풍이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겼다는 쿠바 칵테일인 모히토를 곁들인 새우 무스, 쿠바 명주인 럼주가 가미된 크림수프가 햄과 함께 나왔다. 메인 요리는 쿠바식 전통 돼지고기 요리였다. 식후용으로 쿠바산 명품 시가도 준비됐지만 금연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시가를 피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니코틴 껌을 씹으며 흡연 유혹을 참고 있다. 이날 만찬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두 정상의 건배사가 빠진 점이다. 통상 국빈 만찬에선 두 정상이 상대방 언어로 건배사를 하며 우의를 다지는 게 보통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건배사와 유머 섞인 연설 대신 기막힌 쿠바 음악만이 흐른 만찬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70)가 또다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경영진 및 편집국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군의 아시아 주둔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군사적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이 효과적인 평화유지 세력이 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거론하며 “한국은 매우 부유하고 위대한 산업 국가인데 우리가 (한국에 투자)하는 만큼 공평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끊임없이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고 기동훈련을 하지만 돌려받는 것은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a fraction)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대외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외교적 고립주의 또는 불(不)개입주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그는 이날 “미국은 이제 안으로 눈을 돌려 자원을 국내 인프라 건설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1일 역사적인 쿠바 방문 이틀째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1961년 단교(斷交)된 양국 관계를 복원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핵심 이슈인 대(對)쿠바 금수 조치 해제, 민주화 등을 놓고서는 견해차를 보여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먼 현실을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동안의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해가며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날(nuevo dia)”이라고 했다. 카스트로 의장도 미국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64)가 2013년 아바나에서 미 플로리다까지 횡단한 사례를 거론하며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이내 이견을 노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개방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제한 뒤 “쿠바의 민주주의, 인권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수 조치는 미국이나 쿠바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언젠가는 해제될 것”이라면서도 “(해제의 열쇠를 쥔) 미 의회가 얼마나 빨리 금수 조치를 해제할지는 쿠바 정부가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 말을 듣고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며 “금수 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은 양국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쿠바 당국이 정치적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에 흥분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계인 CNN 짐 어코스타 기자가 “왜 정치범을 석방하지 않느냐”고 묻자 동시통역용 헤드폰을 연거푸 만지작거리며 당황해했다. 그는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 보라”고 반문한 뒤 “명단을 제시한다면 나는 오늘 밤 안으로 (이들을) 석방할 것이다. 나는 인권과 관련한 (미국의) 정치적 조작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 의장의 강한 어조에 오바마 대통령은 살짝 당황하는 듯했다. “이쯤 하면 질문은 됐다”고 회견을 마무리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그러자 카스트로 의장은 오른팔로 오바마의 왼팔을 잡고 들어올렸다. 양국 관계를 힘차게 복원하자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왼팔에 힘을 쭉 빼 손목이 흐느적거렸다. 인권 문제에 대한 카스트로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 AFP통신은 “(회담을 잘 마무리했다는 취지로) ‘승리의 팔’을 들어올리려는 카스트로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정상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쿠바 한복판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인권 문제를 거론토록 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운전사인 라울 리오스 씨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세계 어느 국가가 완전히 인권을 보장하느냐”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카스트로 의장이 쿠바에서 모든 인권이 존중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한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아바나 대극장에서 쿠바인들을 상대로 첫 대중연설을 하고 쿠바의 실질적 개혁 개방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쿠바 미국대사관에서 쿠바의 반(反)정부 인사들과 시민운동가들을 만나고, 미 메이저리그 야구팀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시범경기를 본 뒤 2박 3일간의 쿠바 일정을 마무리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가 또 다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이런 인식이 공화당의 한반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트럼프는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경영진 및 편집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군의 아시아 주둔정책을 공개로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군사적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이 과연 효과적인 평화유지 세력이 될 능력이 있는지 심히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트럼프는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을 거론하며 “한국은 매우 부유하고 위대한 산업 국가인데 우리가 (한국에 투자)하는 만큼 공평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끊임없이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고 기동훈련을 하지만 우리가 돌려받는 것은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a fraction)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트럼프는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군사개입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WP의 질문에 “미국은 과거에 매우 힘 있고 매우 부유한 국가였지만 지금은 가난한 채무국”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최근 몇 달 간 각종 유세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에 대해 ‘푼돈(peanu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나치게 적다고 주장해왔다.이와 함께 트럼프는 이날 회동에서 냉전 이후 서방 안보체제의 중심축이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필요성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관련해서는 “동맹들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만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 독일은 왜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트럼프가 내놓은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외적 개입을 자제하는 외교적 고립주의 또는 불(不) 개입주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날 “미국은 이제 안으로 눈을 돌려 자원을 국내 인프라 건설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2014년 국교 정상화 추진 선언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 조치 해제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의 개혁 개방을 위해선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고립 국가였던 쿠바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제 세계 유일의 고립 국가로 남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쿠바인들을 상대로 첫 대중연설을 하고 쿠바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선 정치범 문제 등 쿠바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 후에는 반(反)체제 인사들도 접견한다. 하지만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이 지나치게 쿠바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미묘한 입장 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쿠바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 방문 전 반체제 인사 수백 명을 연행하거나 구금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의 역사적인 쿠바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착 후 숙소인 멜리아 아바나 호텔에서 제프리 드로런티스 쿠바 주재 미국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군함을 타고 3일이 걸려 쿠바에 도착했지만 나는 비행기를 타고 3시간도 안 걸려서 왔다. 이번 방문은 쿠바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쿠바, 잘 지냈어요(Que bola Cuba)?” 20일(현지 시간) 오후 4시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태운 ‘에어포스 원’이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착륙한 뒤 트위터에 스페인어로 이렇게 썼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쿠바 영토에 착륙한 첫 미국 대통령으로서 쿠바 국민들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88년 전인 1928년 미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던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군함을 타고 카리브 해를 건넜다.○ 외교 업적에 화룡점정 찍으려는 오바마 아바나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공항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산을 받쳐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렸다. 하얀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는 모습에서 이란 핵협상에 이어 1961년 단교(斷交)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까지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뒤에는 부인 미셸 여사와 장모인 메리언 로빈슨 씨, 봄방학 중인 딸 말리아, 사샤 양도 함께 있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40명의 정치인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착 직후부터 아바나 곳곳을 누볐다. 미주 대륙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 구도를 깨고 쿠바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시키기 위한 행보였다. 숙소인 멜리아 아바나 호텔로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들과 현지 직원들을 불러 격려하면서 이번 방문으로 미-쿠바 관계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사관 재개설 전부터 미국 이익대표부에서 일해 왔던 쿠바 직원들을 가리키며 “이들이야말로 미국과 쿠바를 하나로 묶어왔다”며 감사를 표했다. 일부 쿠바 직원이 자녀를 데리고 오자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색창연한 아바나의 명물인 구도심을 걸어서 둘러본 뒤 아바나 대성당을 찾아 이번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막후에서 기여한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성당 앞에서는 쿠바 경찰의 경계가 삼엄한 가운데 수백 명의 현지인이 나와 “오바마, 오바마”를 연호했다. 낡은 TV 안테나를 고쳐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 도착을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로라 페레스 씨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전면적 개방은 경계하는 카스트로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오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쿠바 국교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4년간 이어져 온 대(對)쿠바 금수 조치 등 경제 제재 해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 제록스, 페이팔 등 미국 기업 관계자 10여 명을 대동한 것도 쿠바의 경제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쿠바는 라울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 집권 때보다는 경제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확산되고 국민의 40%인 1100만 명은 국영 기업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라울 정권도 갑작스러운 개방으로 체제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데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쿠바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전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 회원 등 반정부 인사 수백 명을 연행하거나 일시 구금했다. ‘인권과 국가 화해를 위한 쿠바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엘리사르도 산체스 씨도 19일 아바나 공항에서 3시간 반 동안 구금됐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카스트로 정부가 일시적으로 정치적 자유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쿠바가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감안해 22일 대중 연설에서 실질적 개방을 위해서는 쿠바 당국이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반정부 인사와 면담하고, 미국적 상업 스포츠의 상징인 메이저리그 야구팀(탬파베이 레이스)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시범경기를 참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식 쿠바 개혁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했다. 성공한다면 마지막 남은 고립 국가인 북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2014년 국교 정상화 추진 선언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 쿠바 금수 조치 해제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의 개혁, 개방을 위해선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고립 국가였던 쿠바가 오바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제 세계 유일의 고립 국가로 남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쿠바인들을 상대로 첫 대중연설을 하고 쿠바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선 정치범 문제 등 쿠바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 후에는 반(反) 체제 인사들도 접견한다. 하지만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이 지나치게 쿠바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미묘한 입장 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쿠바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 방문 전 반체제 인사 수백여 명을 연행하거나 구금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공항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의 역사적인 쿠바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착 후 숙소인 멜리아 아바나 호텔에서 제프리 드로렌티스 쿠바 주재 미 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군함을 타고 3일에 걸쳐 쿠바에 도착했지만 나는 비행기를 타고 3시간도 안 걸려서 왔다. 이번 방문은 쿠바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최초로 무수단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20일 제기됐다. 북한은 3일 300mm 방사포(100∼150km)를 시작으로 스커드미사일(10일·500km), 노동미사일(18일·800km·이상 발사 당시 사거리) 등 단계적으로 사거리가 더 긴 발사체를 발사했다. 도발의 강도를 높여온 북한의 다음 선택은 무수단미사일 발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50여 기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무수단미사일은 650kg 무게의 탄두를 싣고 3000km 이상 날아갈 수 있다. 주일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괌 기지까지 타격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 경로처럼 남쪽으로 쏴 필리핀 동쪽 해상 등 영해를 피하는 방식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 무력시위를 하는 한편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시험할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도 나온다. 북한이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한 노동미사일은 200여 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정비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20∼30년간 노후화된 미사일을 ‘재고 처리’용으로 추가 발사할 수 있다는 것.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원은 “북한이 수명이 다한 프로그 로켓 69발을 2014년 사흘 동안 대량 발사한 것처럼 노후화된 미사일 몇 발을 쏠 수 있다”고 전했다. 무인기를 활용한 도발도 우려된다. 우리 군이 2014년 3, 4월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정찰용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분석한 결과 수류탄 한 개 정도를 장착할 수 있는 조잡한 수준인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그러나 북한은 2년간 무인기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데다 자폭형 무인기를 100기 넘게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무인기에 탄저균이나 사린가스 등 생화학무기를 실어 도심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잡하다고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차 핵실험으로 도발 수위를 절정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6일과 14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 부근에서 활발한 활동이 나타났다며 북한이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높아지자 해병대는 유사시 한반도 전역에 24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3000명 규모의 연대급 신속기동부대를 처음으로 창설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한국을 겨냥한 상륙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군은 18일 종료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에 대한 북한의 맞불 놓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전에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 격)에 이어 이명수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소개된 것과 달리 이번엔 이명수가 먼저 소개되는 등 군부 권력 변화도 포착됐다. 보위사령관으로 알려진 조경철은 보위국장으로 소개됐다. 김정은을 근접 경호하는 보위사령부가 보위국으로 개편된 것이다.손효주 hjson@donga.com·윤완준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일 역사적인 쿠바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찾는 것은 역대 두 번째로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은 2014년 12월 발표한 양국 국교 정상화에 화룡점정을 찍고 이란 핵협상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이어지는 임기 말 외교 업적을 과시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도 “대화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인 미셸 여사와 딸 말리아 사샤, 장모인 메리언 로빈슨과 함께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도착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쿠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마련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대(對)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비롯해 양국 관계 정상화 추진 상황과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치범 문제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쿠바의 실질적인 개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첫 대중 연설을 갖고 “쿠바의 미래는 쿠바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권 개선과 자유 확대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18일 사전 브리핑에서 “쿠바 국민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당국의 반대에도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반체제 인사들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바 사회 개방을 위해선 인터넷망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버라이즌, AT&T 등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이번 방문에 동행시켜 현재 4% 안팎에 머물고 있는 쿠바 내 인터넷 접속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재개된 우편 서비스를 통해 16일 쿠바 여성 일레아나 야르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양국이 공통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쿠바 커피를 한잔 할 시간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는 찬성하나 갑작스러운 개혁, 개방이 체제 혼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 양국 간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쿠바는 체제와 사상을 크게 바꿀 의사가 없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자칫 단순한 관광 행사로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도 9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첫 쿠바 방문을 환영하지만 미국의 쿠바에 대한 내정 간섭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쿠바의 체제 변화를 모색하는 미국의 정책은 반드시 매장되어야 한다”며 “쿠바에 반대하는 미국 언론의 공격은 종식되어야 하며 쿠바 국민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빈센트 브룩스(사진) 미국 태평양 육군(USARPAC) 사령관이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사령관으로 옮기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후임으로 브룩스 사령관을 내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부터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를 지휘해 온 브룩스 사령관은 한반도 군사 동향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 미 웨스트포인트(육사)를 졸업한 브룩스 사령관은 1980년대 한국에서 근무한 바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보수의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새 연방 대법관에 메릭 갈런드 연방항소법원장(63)을 지명하면서 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갈런드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될 경우 동성결혼과 낙태 문제 등 주요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최종 법적 판단을 내리는 대법관의 이념 지형이 50여 년 만에 진보 우위로 기울기 때문이다. 갈런드 후보자 지명에 대해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감안해 (다수당인) 공화당이 거부할 수 없는 인물이면서 (보수로 기울어 있는) 대법관의 이념적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사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갈런드 후보자는 초당적 지지와 존경을 받아온 인물로 상원은 인준을 진행해 헌법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런드 후보자는 중도 진보 성향으로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1997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을 때 찬성 76, 반대 23으로 무난히 임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또 다른 대법관 후보로 검토했던 인도계 스리 스리니바산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49) 카드를 버리고 60대의 백인 갈런드를 택한 것도 상원 인준 절차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역대 대통령들이 종신직인 연방 대법관 자리에 코드가 맞는 인물을 오래도록 남겨 두기 위해 젊은 인사를 지명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갈런드가 임명되면 대법관의 이념 지형은 보수 우위(보수 5, 진보 4)에서 진보 우위(진보 5, 보수 4)로 바뀌게 된다. 뉴욕타임스가 연방 대법관들의 이념 성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진보 성향의 대법관 5명 중 가운데에 위치한다. 8년 만의 정권 교체에 도전하는 공화당은 지난달 13일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내년에 새로 뽑히는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갈런드 지명 후 성명을 내고 “상원은 새 대법관 후보자를 인준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상원은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인준 절차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세론’이 현실이 되면서 공화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경선 후보인 트럼프는 본선 경쟁력에선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에게 밀린다. 올 11월 대선에서 클린턴이 당선되면 갈런드보다 훨씬 왼쪽에 있는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일에 전체 정원의 3분의 1이 교체되는 상원 선거를 앞둔 의원들로서는 갈런드라는 무난한 인물을 무조건 외면했다가 헌법의 의무를 방기했다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공화당이 상원 인준을 거부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이 휴회하는 동안 임명을 강행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은 대법관은 임기가 다음 의회 회기까지로 제한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선거가 열리는 해에 모두 8명의 연방 대법관이 지명됐으며 이 중 6명이 임명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빈센트 브룩스(사진) 미국 태평양 육군(USARPAC) 사령관이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사령관으로 옮기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후임으로 브룩스 사령관을 내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부터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를 지휘해 온 브룩스 사령관은 한반도 군사 동향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 주한미군에서 복무한 바 있는 브룩스 사령관은 미 웨스트포인트(육사) 첫 흑인생도대장 출신으로 임명될 경우 첫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메릭 갈런드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63·사진) 이 새 연방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로써 미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지금까지 보수 우위(보수 5명, 진보 4명)에서 수십 년 만에 진보 우위(진보 5명, 보수 4명)로 바뀌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앤터닌 스캘리아의 사망으로 공석인 대법관에 갈런드 원장을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갈런드 대법관 후보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중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갈런드 후보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공화당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혀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아,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 15일 오후 10시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 회견장.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지 6곳 중 5곳에서 승리한 공화당 대선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70)는 자신이 소유한 이곳의 회견장에서 스스로도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하이오 주 경선만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에게 내줬을 뿐, 트럼프의 대대적인 압승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날 승리로 공화당 주류에 회복 불가능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았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을 그의 지역구로, 안방이나 다름없는 플로리다에서 큰 표 차로 따돌려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도록 만든 것은 이날 경선의 하이라이트였다. 플로리다에서 트럼프는 46%, 루비오는 27%를 얻었다. CNN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는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궤멸당했다. 초상집 수준이다”라고 했다. 11, 12일 시카고 등에서 잇따라 터진 유세장 폭력 사태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승을 거두면서 이제 관심은 그가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를 뚫고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될 수 있느냐에 쏠린다. 상황은 그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지금까지 트럼프, 테드 크루즈, 루비오, 케이식 등 4명으로 치러졌던 경선이 루비오의 하차로 ‘1강(트럼프) 1중(크루즈) 1약(케이식)’ 3파전으로 정리됐다. 앞으로 루비오 지지자의 표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체 대의원 과반수(1237명)를 확보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가 과반을 갖고 가면 공화당 지도부의 중재 전당대회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과반을 못 얻으면 7월 중재 전당대회에서 ‘반(反)트럼프’ 단일 주자에게 반 이상을 몰아줘 그의 후보 등극을 저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과반 확보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회견에서 “일부 언론이 내가 40%대 후반의 대의원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웃기는 소리”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리틀 마코’라고 비꼬며 경선 내내 싸웠던 루비오에 대해 “마코의 정치적 미래는 여전히 밝다”며 그의 지지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다가섰다. CNN은 “중재 전당대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트럼프의 후보 등극은 이제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경선에서 한 곳도 얻지 못한 크루즈는 ‘루비오 낙엽 줍기’에 나섰다. 그는 “두 팔 벌려 루비오 지지자를 환영한다”고 했다. 케이식은 오하이오 승리를 계기로 자신이 루비오 대신 공화당 주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주류 중 일부에선 케이식을 밀고 있다. 그는 승리 후 유세에서 “경선을 완주해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식의 시선은 벌써 중재 전당대회에 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 하차한 루비오는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해 함구했다. 그가 확보한 대의원 168명은 그가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7월 전당대회에서 지지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무능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선 전문가인 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명예교수(69·사진)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향후 판세와 트럼프 대선 후보 등극 가능성 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악관행 열쇠(The Keys to the White house)’ 등의 저서를 통해 대선 흐름을 분석해 온 정치사학자인 그는 CNN과 뉴욕타임스의 단골 정치평론가다. ―15일 경선 이후 판세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정리될 것이다. 공화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도널드 트럼프로 결론 날 것으로 본다.” ―지난주 유세장 폭력사태 등 트럼프 등장 후 미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그래도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폭력 사태의 1차 책임은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에게 있다. 하지만 그가 갈등의 출발점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7년 동안 반대만 하고 정치적 생산성을 저하시킨 공화당이 주로 만들어낸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창조해낸 괴물이자 프랑켄슈타인이다.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 현상이 반짝 인기에 그칠 줄 알았다. “유권자들이 이런 식으로 기성 정치권을 탄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현상을 단순히 백인 노동계층의 일시적인 정치적 분노 표출 정도로만 봐선 안 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그를 후보직에서 끌어내리려 한다. “그럴 경우 공화당은 민주당에 백악관을 그대로 바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순순히 테드 크루즈나 다른 주자를 찍을 것 같은가. 민의를 왜곡하는 공화당의 중재 전당대회는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는 정치적 자살 행위다.” ―한국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인이 아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에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한국에서도 복합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반 총장은 한국판 트럼프이자 버니 샌더스다. 이들이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것처럼 반 총장은 ‘서울 아웃사이더’ 아닌가.”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메릭 갈랜드(사진·63)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이 새 연방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앤터니 스캘리아의 사망으로 공석인 대법관에 갈랜드 원장을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갈랜드 대법관 후보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중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갈랜드 후보자는 상원 인준 과정을 통과해야 대법관으로 지명된다. 하지만 공화당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혀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갈랜드가 대법관으로 취임하면 미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지금까지 보수 우위(보수 5명, 진보 4명)에서 수십 년 만에 진보 우위(진보 5명, 보수 4명)로 바뀌게 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애나 리치앨런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예고한 데 대해 14일(현지 시간) 논평을 내고 “북한은 동아시아 역내 긴장을 악화시키는 도발적 언행을 삼가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우리의 공통된 도전 과제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평화와 안보를 공고히 하는 기존의 규칙과 기준을 강화할 것이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금융제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이를 위해 대북 금융제재를 담당하는 애덤 주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대행을 15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과 홍콩으로 보내 대북제재 문제를 논의토록 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