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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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6-06-06~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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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할아버지, 오르페우스가 되세요

    “마누라가 탔는지 안 탔는지 확인도 안 하고 가버리네요.” 한산한 휴일 전철에서 할머니의 숨찬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멋쩍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훌쩍 앞서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전철에 먼저 탄 모양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지 뒤처져 걷던 할머니는 문이 닫히기 전 급히 뛰어 가까스로 올라탔다. “마누라 버리고 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타박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탄 줄 알았지…” 하며 연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올 때 절대 뒤를 봐서는 안 됐지만 초조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내를 영영 떠나보내야 했다. 오페라, 연극, 창극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걸음 빠른 할아버지들은 오르페우스가 되어도 좋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할머니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 길 가실 때 자주 뒤돌아보면서 할머니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세요. 나란히 걸으시면 더 좋고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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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션 “4남매와 함께 뛰고 구르며 어린이날 추억 만들어요”

    가수 션(45·사진)이 자녀들과 1.5km 마라톤, 보물찾기 등을 하며 어린이날을 보낸다. 션은 5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잔디광장에서 열리는 ‘킨더 플러스 스포츠 패밀리 런’에 자녀 4남매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킨더 초콜릿, 페레로 로쉐 등을 만드는 이탈리아 제과전문업체 페레로 그룹의 아시아리미티드 한국지사가 마련한 것으로, 올해로 두 번째다. 션은 지난해에도 4남매를 모두 데리고 참가했다. 아이들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션은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 운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가 어렵지 않아 여섯 살 막내도 지난해 신나게 노는 등 아이들이 너무나 즐거워해 지인들에게도 많이 권했다. 여러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1.5km 마라톤 구간은 비눗방울을 지나가는 코스, 튜브 구멍 사이에 발을 넣은 후 뛰면서 장애물을 통과하는 코스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에어바운스, 트램펄린, 공굴리기 등도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부모와 어린이를 합쳐 1500여 명이 참석한다. 어린이는 무료다. 션은 “어린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노는 기쁨을 맛보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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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을린 사랑’ 중견 연극배우 이연규 씨 별세…향년 52세

    중견배우 이연규 씨가 암으로 투병하다 2일 별세했다. 향년 52세.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극단 실험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고인은 호소력 있고 안정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 연기자였다. 고 김동현 연출가가 이끈 극단 코끼리만보에서 활동하며 ‘그을린 사랑’, ‘대학살의 신’ 등에 출연하며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암과 싸우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은 고인은 “집에 있으면 환자지만 무대에 서면 배우가 된다. 내게 연기는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식이자 행복이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미련하다고 말할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남편인 배삼식 극작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47)가 쓴 ‘먼 데서 오는 여자’로 201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기억을 잃은 아내 역을 맡은 고인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제대로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시상식장에서 고인은 “축하해준 친구 중 한 명이 ‘그 상은 한 작품에서의 연기만 보고 준 게 아니라 5년, 10년 동안 쭉 지켜보다가 주는 상’이란 말을 했는데, 참 좋았다”고 울먹였다. 이에 앞서 2012년 ‘그을린 사랑’에서는 기구하고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어머니 역을 절절하게 연기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2072-2091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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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연극 트렌드를 한눈에… ‘창작의 의미’ 어떻게 표현했을까

    제38회 서울연극제가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국내 연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연극제의 키워드는 달걀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모르는 창작의 의미를 담았다. 공식 선정작은 10편이다. ‘페스카마―고기잡이 배’(10∼21일·동양예술극장 3관)는 1996년 남태평양에서 조업하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살해한 사건을 다뤘다. 참담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잔혹성,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 현실을 통해 인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손’(18∼28일·드림아트센터 4관)은 일본의 유명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와이 히데토의 희곡을 창작집단 라스(LAS)의 이기쁨 연출가가 풀어낸 작품이다. 같은 사건이 아들과 어머니의 시점으로 두 번 반복되는 형식이다. 손가락을 잘라낼 수 없는 것처럼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의미를 짚었다. 성과 성욕, 사랑에 무지한 우리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낸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7일까지·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공연 중이다. 극단 행길의 이강임 연출가가 맡았다. ‘지상 최후의 농담’(7일까지·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적군에게 잡힌 포로들이 처형을 앞두고 죽음의 공포를 잊기 위해 나누는 농담을 다뤘다.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문삼화 연출가의 작품이다. 국가, 도시가 무엇인지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의 한국을 조명한 ‘2017 애국가―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7일까지·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공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말 잘 듣는 사람들’(18∼28일·알과핵 소극장)도 만날 수 있다.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연출가는 ‘벚꽃동산’(7일까지·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재해석해 꿈을 매개로 아픔과 슬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무인텔’(4∼14일·알과핵 소극장)은 두 명의 50대 지식인을 통해 정의와 불의, 정직과 거짓, 원칙과 변칙에 대해 논의한다. 인간다운 삶에 대해 묻는 ‘사람을 찾습니다’(7일까지·동양예술극장 3관)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초혼 2017’(4∼14일·이해랑예술극장)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프린지―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에 극단 잎새, 극단 지오 등 24개 단체가 참가해 무료로 공연을 올린다. 매주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마로니에 공원 등에서 배우들이 시민들과 함께 희곡 읽기도 진행한다. 02-765-750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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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롭게 탄생한 그레이 로맨스… 아름다운 선율로 잔잔한 여운

    소설과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건 모험이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최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담백하고 잔잔한 여운을 선사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단, 그레이 로맨스를 기대하진 마시길. 남녀 모두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박은태(36)와 옥주현(37)은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보다 한층 젊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풀어낸다. 그러니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소설과 영화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길 권한다. 프리랜서 사진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주부인 프란체스카는 나흘을 함께 보내며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함께 떠나진 못한다. 박은태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진가라기보다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 같다. 그래서 그가 사랑을 고백할 때는 진실한 느낌을 준다. 옥주현은 아이 둘을 키우고 농장 일을 하며 일상에 찌들어 가는 주부 같진 않지만 꿈을 잃고 공허해하는 프란체스카의 내면을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두 배우가 함께 부르는 ‘비포 앤드 애프터 유(Before and After You)’, ‘원 세컨드 앤드 어 밀리언 마일스(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슬프고도 매혹적인 주요 넘버는 귓가에 오래도록 맴돈다. 뮤지컬에서 음악의 힘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드넓은 미국 대륙과 프란체스카의 고향인 이탈리아 나폴리는 영상을 통해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프란체스카 남편 버드 역의 박선우, 이웃 친구 마지 역의 김나윤 등도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만든다. 6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만∼14만 원. 1588-521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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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룡 “朴 前대통령 취임사서 ‘문화융성’ 거론 뒤 문체부에 해석 지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을 거론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그 의미를 해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국민대 석좌교수)은 28일 서울 중구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 정책’ 토론회 기조 발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날 토론회는 지역별 문화재단의 모임인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공동주최했다. 유 전 장관은 “‘문화융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그 후 이 단어에 대해 해석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문체부가 나름대로 해석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가운데 문화융성, 경제부흥, 국민행복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의논해 설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 날 유 전 장관은 “문화를 통해 행복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는 잘못되지 않았지만 진정성이 부족했고, 목표에 어울리는 방법과 절차를 채택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했던 유 전 장관은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한 것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자기편을 지원한 건 과거부터 있었던 일인데 왜 이번에만 문제 삼느냐는 의견이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범죄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몰래 지원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적인 조직을 이용해 아주 떳떳하게 자기편에게만 공적인 재원을 나눠줌으로써 권력을 사유화했다. 이는 범죄다”고 비판했다. 또 “문체부 실무자는 예술인들에게 사과했는데 우리 사회 지도자는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한 적이 있느냐.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현직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장관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전직 장관이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관장이 없는 단체가 많은데 오히려 조직이 더 잘 돌아가는 이상한 상황이다.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에게 들으니 다른 어느 때보다 문체부가 잘 돌아가고 있고, 내가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내가 이러려고 장관을 했나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유 전 장관은 행정기관이 정책을 만들면 문화재단은 집행하고, 민간 전문가와 단체는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수직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 관련 주체들의 역할과 권한을 분산하고 수평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지원을 할 때도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중점을 둬야 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원칙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갑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단과 예술가 등은 수평적 관계를 맺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유 전 장관은 “예술가들이 공기 먹고, 땅 파 먹고 사는 게 아니다. 나도 재능기부를 해 달라고 요청한 뒤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던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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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창건 설화 속 용 9마리 장엄등으로 재현… ‘무풍한송로’엔 학 모양 등 200마리 설치

    통도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용 9마리를 장엄등으로 만날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맞아 통도사는 다음 달 8일까지 용 9마리를 포함해 장엄물 2000여 개와 등 1만 개를 밝힌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약 1400년 전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할 때 구룡지라는 큰 연못에 용 9마리가 살고 있었다. 자장율사는 절을 지어야 하니 연못을 떠나 달라고 했지만 용들이 응하지 않자 종이에 ‘화(火)’자를 써서 하늘로 날렸다. 연못의 물이 끓어오르자 용 세 마리는 동쪽으로 도망갔고 다섯 마리는 서쪽으로 사라졌다. 남은 한 마리가 절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며 머물게 해 달라고 간청하자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그 연못이 현재 대웅전 옆에 있는 구룡지다. 통도사는 이 설화를 장엄등으로 재현했다. 구룡지 위에는 절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용을 설치했다. 나머지 용 8마리는 총림문부터 일주문 사이에 차례로 자리 잡았다. 용의 머리 위에는 갖가지 색깔의 빛나는 여의주 1000여 개를 달았다. 통도사의 유명한 명품 솔밭길인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에서는 학 200마리를 장엄등으로 만날 수 있다. 무풍한송로는 ‘춤추는 바람에 따라 차가운 기운의 노송이 물결치는 길’이라는 뜻이다. 산천어등, 풍등, 솟대등을 비롯해 다양한 등도 볼 수 있다. 통도사는 휠체어를 타고 절을 찾는 이들도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새로 제작했다. 봉축법요식은 5월 3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점등식과 전통 낙화 시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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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내국인 30만 명-외국인 2만 명 참여 … 종교의미 넘어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 직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인 연등 행렬은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연등을 만들고, 등을 들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함께 한다. 크기가 작은 행렬등은 당일 직접 들고 오고, 대형 장엄등은 전날 미리 서울 동대문으로 이동시킨다. 시대에 따라 연등 행렬의 코스도 변화했다. 1955년에는 서울 조계사를 중심으로 을지로∼시청 앞∼안국동∼조계사 순서로 돌았다. 1976년부터는 여의도광장∼광화문∼종각∼조계사까지 모두 11km에 이르는 구간에서 연등 행렬을 펼쳤다. 1996년부터는 동대문운동장∼종로∼조계사로 다시 코스를 바꿨다. 2008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자 장엄등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행렬은 동국대에서 각각 출발한 후 동대문 부근에서 합류해 종묘∼탑골공원∼조계사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등 행렬을 앞두고 각 사찰에서는 등을 만든다. 직접 등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가까운 사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연등 행렬 다음 날 열리는 전통문화마당에서도 종이컵을 이용해 작은 연꽃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단체행렬등 경연대회’를 열어 해마다 다양한 형태의 등이 출품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1997년 전통등 공방을 마련해 옛 문헌에 나오는 전통등을 복원하고 있다. 오늘날 연등회는 종교의 의미를 넘어 문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기준으로 내국인 30만여 명, 외국인 2만여 명이 연등회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람에 그치지 않고 연등을 만들거나 행렬에 참가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5만여 명에 이르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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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1200년 간 이어져 온 등축제… 광화문광장 밝히다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맞아 28일부터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연등회가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인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부터 120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등축제다. 이에 앞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륵사지 석탑등’ 점등식이 개최됐다. 이 등은 높이 20m로 미륵사지석탑의 70% 크기이며 전통한지 500여 장을 사용해 만들었다. 5월 3일까지 광화문광장을 밝힐 예정이다.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올해 연등회에서는 부처님오신날 표어인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의 의미를 살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총국 사적공원과 청계천, 강남구 봉은사 일대에서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린다. 조계사에서는 나비등, 동자등을 비롯해 둘리등, 카카오톡 등을 볼 수 있다. 점등 시간은 오후 6시∼밤 12시다. 봉은사에는 무당벌레, 반가사유상, 사슴, 학을 표현한 등이 걸려 있다. 점등 시간은 오후 7∼10시다. 청계천에는 ‘흐르는 물에서 하늘을 생각한다’는 뜻의 ‘염천’(念天)을 주제로 절망을 이기고 비상하는 모습을 표현한 전통 등이 전시돼 있다. 가로연등과 솟대 등도 있고, 소원을 써서 붙이는 행사도 진행한다. 점등 시간은 오후 7시∼다음날 오전 4시다. 서울 동국대 운동장에서는 29일 오후 4시 반부터 어울림마당이 펼쳐진다. 40여 개 단체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연희단과 어린이, 청소년, 청년 율동단이 공연한다. 감차, 오색수 등을 아기 부처상의 정수리에 뿌리는 관불의식을 하고 법회도 연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동대문과 종각, 조계사로 이어지는 연등 행렬이 펼쳐진다. 10만여 개의 연등 물결이 거리를 채울 예정이다. 올해 테마등은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가리키는 사물등(四物燈)이다. 태국과 대만 행렬단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에서 온 외국인 2000여 명도 참가한다. 연등 행렬이 마무리된 오후 9시 반에는 종각 사거리에서 회향한마당을 연다. 전통 공연과 강강술래 등이 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꽃비가 쏟아진다. 30일 낮 12시 조계사 앞에서는 사찰음식을 맛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7개 사찰이 각각 다른 음식을 선보여 다양한 사찰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정목 스님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토크콘서트도 개최한다. 참선, 명상, 심리 상담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연꽃등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조계사 앞길인 공평 사거리에서는 연등놀이가 열린다. 27개국에서 온 80여 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스’는 안내와 통역 등 봉사활동을 한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을 밝히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고 세상의 행복을 발원하는 의미가 있다”며 “지혜와 자비의 등불로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축제인 연등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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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의 예술 서커스, 바로 우리들 삶”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의 정신과 문화를 아름답고 장엄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연출가 다니엘레 핀치 파스카(53)가 한국을 찾았다. 스위스 출신인 그가 만든 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가 27일부터 나흘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에서 25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그에게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예산 규모와 남은 시간을 정교하게 계산해 최대치를 뽑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후대에 남길 만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기술의 힘에 중점을 둬 거대한 오브제를 많이 사용했죠.” 파스카는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도 카니발 형식의 화려한 폐막식을 연출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토리노 올림픽 때는 이탈리아 정취를 뿜어내며 인간의 힘을 시적으로 표현해주길 원했다”며 “개·폐막식의 경우 사람은 순수함의 결정체로, 연대와 즐거움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트 서커스로 불리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삶의 반짝이는 순간을 애크러배틱으로 표현한 것이 서커스죠. 어릴 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는데 그것이 서커스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진실이라는 뜻의 ‘라 베리타’는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막으로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달리의 작품을 2009년 경매로 손에 넣은 수집가는 파스카에게 이 그림을 공연에 사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달리의 그림을 보고 전율했습니다. 달리는 사랑, 공포 등 여러 감정을 악몽과 결합해 몽환적으로 표현했죠. 공연에서는 이를 가볍게 풀기 위해 샤갈 그림의 느낌을 많이 반영했어요.” 달리의 삶을 철학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는 달리의 집을 찾아가 봤고, 달리의 작품과 관련 책들도 살펴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모자이크처럼 하나하나 짜 맞춰 나갔다”고 했다. ‘라 베리타’는 2013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후 20개국에서 30만여 명이 관람했다. 달리의 그림은 초연부터 3년간 공연에 사용했지만 훼손을 막기 위해 이후부터는 복사본을 사용하고 있다. 1인 광대극 ‘키아로’에서 직접 연기도 했던 그는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이 중 ‘네비아’(2008년)와 ‘레인’(2011년)은 한국에서도 공연됐다. 러시아 마린스키극장과 영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아이다’ ‘레퀴엠’을 연출하는 등 장르를 넘어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극단인 ‘컴퍼니 핀치 파스카’는 스위스, 러시아,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 18개국에서 온 단원으로 구성됐다. “다국적 단원들과 유목민처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쌓은 경험을 함께 작품에 녹입니다. 한국의 이미지도 앞으로 만들 작품에 반영되지 않을까요?” 등산과 버섯 따기를 즐긴다는 그는 “관객에게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5월 5, 6일)과 대구 수성아트피아(5월 10, 11일)에서도 열린다. 4만∼10만 원. 02-2005-0114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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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母子처럼 닮은 두 배우, 무대 열정도 꼭 닮았네

    어머니와 아들 같았다. 다음 달 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 씨 이야기’에서 어머니 이선녀 역의 선우용여(72)와 아들 종우 역을 맡은 최수종(55)은 그랬다. 선우용여는 “우리 아들”이라며 최수종의 어깨를 쓰다듬었고 최수종은 “어머니”라고 불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22일 두 사람을 만났다. ‘하늘로…’는 폭력적인 아버지(한갑수)와 갈등을 빚던 종우가 스물다섯 살에 집을 나간 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5년 만에 영정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젊은 시절의 선녀 역은 윤해영이 연기한다. 지난해 뇌경색을 앓았던 선우용여는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일까 봐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투병을 하면서 올봄에는 무조건 연극을 하리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최수종은 “어머니의 대사 분량이 저보다 훨씬 많은데 일찌감치 다 외우셨다”며 거들었다. 선우용여는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채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손에 꼭 쥐고는 “처음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수줍게 웃었다. 반듯한 이미지의 최수종은 반항적인 탕아를 연기한다. 최수종은 “아버지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뛰쳐나가 험한 생활을 하다 그렇게 됐다. 종우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초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닌 데다 경상도 친구가 많아 사투리를 쓰는 게 어렵지 않단다. 그는 ‘서울 열목어’(1997년), ‘대한국인 안중근’(2009년) 후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연극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많이 배우게 돼요. 다 함께 하나하나 다져가는 과정도 좋고요. 참 설레네요.”(최) 최수종은 모진 삶을 견디면서도 아이들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 선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청취자 사연을 읽다가도 자주 운단다. “집에서도 아내(하희라)와 TV를 보며 같이 울 때가 많아요. 울다가 서로 휴지를 건네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최) 선우용여는 “마음이 약하고, 때가 안 묻어서 그래요”라며 거들었다. 선녀는 선우용여의 삶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그 역시 결혼 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쉼 없이 연기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그래서일까. 선우용여는 선녀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운 게 마음에 든단다. “돌아보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연기했어요. 이제는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분석하고 소화해서 연기하고 싶어요.”(선우) 최수종은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어 했다. “악역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왜 악해졌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어서 거절했어요. 악인이 그렇게 된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면 꼭 할 거예요.”(최) 선우용여가 “우리 아들, 새로운 연기 많이 해야지”라며 최수종의 등을 토닥였다. 최수종이 눈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5월 6∼21일. 7만7000∼8만8000원. 02-322-2061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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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극·오페라·어린이 음악회… 5월, 공연이 있어 즐겁지 아니한가

    봄이 성큼 다가왔다. 황금연휴에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때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공연도 풍성하게 열린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도 많다. ○ 거리에서, 극장에서 5월 5일부터 7일까지 2017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경기 안산문화광장과 안산 일대에서 열린다. 14개국 76개 공연팀이 참가해 116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 프로그램인 ‘안安寧녕2017’은 시민 참여형 길놀이로 저글링, 타악기 연주 등을 결합했다. 고공줄타기를 비롯해 불꽃을 따라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는 퍼레이드형 공연도 열린다. 무료. 031-481-0536, 0540 안데르센의 동화를 연극으로 만든 ‘엄마 이야기’가 29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엄마의 애틋한 여정을 그렸다. 한태숙 씨가 연출하고 배우 박정자, 전현아, 김성우 등이 출연한다. 3만∼4만 원. 02-2088-4290 태권도를 홀로그램과 접목한 라이브 퍼포먼스 ‘킥스: 시즌2’도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단이 배우로 나서 화려하고 절도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8월 26일까지. 4만∼5만 원. 02-918-1982 ‘판타지: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제16회 의정부음악극축제도 5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6개국 40여개 단체가 참가해 60여 회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덴마크와 라트비아가 공동 제작한 ‘워 섬 업’(War Sum Up·5월 15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2만∼5만 원)은 전쟁을 주제로 동서양의 스타일을 섞어 몽환적으로 그린 새로운 유형의 오페라다. 드뷔시가 영감을 받은 모험담을 그린 스페인 작품 ‘드뷔시의 음악여행’(5월 13, 14일·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2만 원)도 열린다. 031-828-5841, 2, ○ 눈높이 맞춘 클래식-동요 무대 어린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도 열린다. 5월 5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는 장난감 6개를 악기로 사용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난감 교향곡’,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벤저민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가 열린다. 1만5000원. 031-779-1504 음악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어린이 공연도 있다. 5월 5, 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최영선 지휘자와 디토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롯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를 공연한다. 리코디스트 염은초가 ‘피터와 늑대’ 이야기를 해설한다. 공연장 주변에서 바비인형도 전시한다. 2만∼3만 원. 1544-7744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음악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5월 5, 6일 오후 1,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와우! 클래식 앙상블’은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결합을 통해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된다. 2만 원. 02-399-1000 세계 각국의 동요를 듣는 무대도 있다. 5월 6, 7, 1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동요콘서트’에서는 다채로운 동요 연주와 합창이 펼쳐진다. 무료. 02-580-1300손효림 aryssong@donga.com·김동욱 기자}

    •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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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로 인터넷으로… 공연, 이제 집에서 즐긴다

    회사원 김민경 씨(33)는 연극 ‘유도소년’을 지난달 29일 집에서 봤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 당일 전막 공연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배우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고 관객의 웃음소리도 들려 현장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본 주여원 씨(42)도 “7시간짜리 대작을 수월하게 볼 수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집에서 즐기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거나 TV로 보여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 확보 효과 쏠쏠 올해 연극 ‘유도소년’과 ‘왕위 주장자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신인류의 백분토론’을 비롯해 판소리와 무용을 결합한 ‘적벽’ 등도 인터넷을 통해 전막 생중계됐다. 뮤지컬 ‘오! 캐롤’은 이달 초 지상파 TV에서 1막, 2막이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됐다. 카메라를 4∼7대가량 사용해 여러 각도에서 무대와 배우를 보여줘 영상으로 봐도 지루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다시보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실황 중계는 공연을 알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유도소년’은 9000명 넘게 중계를 봤는데, 다음 날 한 포털 사이트에서 공연 검색어 순위가 6위에서 2위로 뛰었다. 19만 뷰가 나온 ‘적벽’은 공연이 중계되는 70분 동안 예매된 표가, 평소 나흘에 걸쳐 판매된 분량과 같았다. 1만3500여 명이 접속한 ‘왕위…’ 역시 중계하는 동안 예매율이 상승했다. ‘오! 캐롤’ 관람객 가운데서도 방송을 보고 왔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실황 중계했다. 뮤지컬 ‘밀사’도 다음 달 23일 중계한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전통 공연은 직접 봐야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경북 경주시에서 공연 중인 쇼퍼포먼스 ‘바실라’도 27일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영상물로 만들어야” 공연 실황 중계는 댓글을 통해 관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관객을 늘리는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장은 “연극을 처음 봤다며 관심을 보이는 댓글을 올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공연은 한 번 경험하면 계속 보러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공연이 여러 매체와 결합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관 가능한 기록물로 남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국립극장이 공연을 영상물로 만든 ‘NT 라이브’가 전 세계에서 상영되는 등 해외에서는 공연을 DVD로 제작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며 “국내 공연도 영상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공연을 즐기고, 제작자들도 못 본 작품을 보고 경험을 축적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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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女그룹 ‘슈프림스’의 노래와 감동

    가슴이 뻥 뚫리는 노래와 찡한 이야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뮤지컬 ‘드림걸즈’가 제격이다. 해외 배우들이 첫 내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007년 동명 영화로도 개봉됐다. 흑인 소녀 에피, 디나, 로렐이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상처, 화해를 그렸다. 1960년대 미국의 유명 흑인 R&B 여성그룹 ‘슈프림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최우수작품상과 안무상, 조명상 등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한국 제작진이 함께 작품을 다듬었다. 메인 보컬 자리와 사랑을 빼앗긴 후 그룹을 떠나는 에피 역의 브리 잭슨은 풍부한 성량과 압도적인 고음으로 가슴을 진동시킨다. 그가 뿜어내는 소리와 에너지는 단연 압권이다. 디나(캔디스 우즈), 로렐(앙투아넷 코머)을 연기한 두 배우 역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브’ ‘드림걸즈’ ‘원 나이트 온리’ ‘리슨’ 등 익숙한 노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스타를 꿈꿨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공허해지고,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담았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반목하고 갈라섰던 이들이 다시 함께하는 모습에서는 뭉클한 자매애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빛깔로 수놓은 조명과 화려한 복고풍 의상은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뮤지컬에서 기대하는 여러 요소들을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6월 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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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발로 연기하던 ‘동물 전문 배우’, 연극계 블루칩으로 우뚝

    검정개, 흰 구렁이, 새를 연기했던 동물 전문 배우가 ‘사람’으로 존재감을 빛내며 연극계의 ‘블루칩’이 됐다. 배우 이기돈(38)이다. 올해 1월 ‘리처드 3세’에서는 권력욕에 불타오르는 잔혹한 리처드 3세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악마적 본성을 지닌 스메르쟈코프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21일 개막하는 연극 ‘가족’에서 주인공 종달 역을 맡아 아버지에게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분열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공연이 열리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14일 그를 만났다. “동물 전문 배우라는 말이 싫지 않아요. 뭐든 ‘전문’이라는 건 좋잖아요. 하하.” 연습실에서 봤던 종달의 불안한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후배인 하지혜 배우의 추천으로 오디션에 응모해 2006년 ‘이아고와 오셀로’(한태숙 연출)에서 검정개 역으로 데뷔했다. 이를 위해 손에 장갑을 끼고 석촌호수 산책로를 아침마다 네 발로 뛰어다녔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흰 구렁이, ‘오장군의 발톱’에서 살인자 겸 개, ‘오이디푸스’의 새 등을 맡으며 강렬한 눈빛과 날랜 몸놀림으로 주목받았다. 대사를 조금씩 하게 됐고, 2011년 ‘주인이 오셨다’에서 주인공에 발탁됐다. 꾸준히 무대에 올랐지만 연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자괴감에 연극을 접으려 했다. “귀농해서 미니인삼을 키우려고 했어요. 4, 5주 만에 자라고 샐러드와 기내식에 많이 쓰인다더라고요.” 소식을 들은 이윤택 연출가는 “이 녀석,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대사를 주겠다”며 ‘길 떠나는 가족’(2014년)에서 열 개 이상의 역할을 하는 멀티맨을 시켰다. “연극의 재미를 다시 느꼈어요. 가슴이 뜨거워졌죠. ‘리어왕’(2015년)의 광대 역은 정말 즐거웠어요. 매일 다른 동선으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쏟아냈는데,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가족’은 자산가 기철(김정호)이 광복 후 정치에 뛰어들며 몰락하고, 가족들이 상처를 입는 과정을 그렸다. 장남인 종달은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회피성 성격장애까지 갖게 되지만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종달을 이해해요. 저도 장남인 데다 어릴 적 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존재로 보였거든요. 외환위기로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형편이 어려워진 것도 비슷하고요.” 먹고사느라 3년간 옷,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하며 지쳐갈 즈음 만난 게 연극이었다. 그는 실험적인 작품을 비롯해 코믹 연기까지, 비중에 관계없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단다. “단역을 할 때는 대사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연극은 주연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한태숙 선생님이 ‘검정개 한 번 더 할래?’ 하시면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할 거예요.”(웃음) 21일∼5월 14일, 2만∼5만 원. 1644-200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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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연극의 감동이 부르는 원작의 궁금함

    서울 LG아트센터 로비에 긴 줄이 생겼다. 연극 ‘파운틴헤드’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31일 원작인 동명 소설(아인 랜드 지음·사진)을 사려는 이들 때문이었다. 두툼한 책 두 권은 투명한 봉투에 담겨 쉴 새 없이 건네졌다. 이 연극은 예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타협을 거부한 건축가를 통해 개인주의와 이타주의의 팽팽한 대립을 다뤘다. 벨기에 출신의 유명 연출가 이보 반 호브의 파격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는 4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게 만들었다. 보고 나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공연장 측은 준비한 40세트가 금방 판매돼 발길을 돌린 이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멋진 공연은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01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도 그랬다. 영화를 본 후 방대한 분량의 완역본 읽기에 도전한 한 지인은 “책장을 아무리 넘겨도 장발장이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 장르로 변주된 작품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자주 맛보길 기대해 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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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은 단단해지고, 연기는 유연해졌다

    극적인 글을 쓰라고 제자를 몰아붙이는 교사 헤르만, 친구의 집을 관찰하고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은밀한 욕망을 점점 대담하게 행동에 옮기며 글을 써 나가는 학생 클라우디오. 이를 지켜보는 헤르만은 혼란에 빠지지만 클라우디오는 침착하다. 매진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맨 끝줄 소년’이다. 헤르만 역의 박윤희(50)와 클라우디오를 연기하는 전박찬(35)을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이들은 매진 소식에 “감사하면서도 두렵다”고 했다. 2015년 초연한 이 작품은 뇌종양으로 지난해 세상을 뜬 고 김동현 연출가(당시 51세·극단 코끼리만보 창단)의 유작이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초연도 함께 했다. 고인은 올해도 연출가로 이름을 올렸고 당시 드라마투르그(희곡 연구 및 자료 조사, 작품 해석을 맡는 사람)였던 김 연출가의 아내 손원정 씨가 올해 ‘리메이크 연출가’로 데뷔했다. 이들은 이전보다 유연해지고 더 단단해진 것 같단다. “예전에는 강하게만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일상에 지쳐가는 헤르만의 감정을 헤아리게 됐어요. 학생 라파(유승락)에게 모욕을 준 것을 사과할 때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가슴에 응어리진 모습을 표현하고요.”(박윤희) “초연 때는 책상 위나 바닥에 드러누워 수업을 듣는 등 반항적이었어요. 이번에는 그런 장면 없이 감정을 가두고 더 차갑게 연기해요. 클라우디오를 소름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보듬어주고 싶은 아이라는 느낌을 주려 애쓰고 있어요.”(전박찬) 이들은 김 연출가가 다시 작품을 올려도 이렇게 요구했을 것 같단다. 손 연출가는 멈칫하는 배우들을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독려했다. 작품은 악기의 줄이 하나하나 팽팽하게 조여지는 듯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권력 관계의 전복, 극적으로 터져 나오는 인간의 이중성 등을 그리며 짜릿한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이들은 김 연출가를 시인처럼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면서도 책임감 강한 이로 기억했다. “10년 전에 김 선생님을 만났는데 ‘배우로서 네 세계관은 무엇이니?”라고 물어보셨어요.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이었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깨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그거 알 때까지 나랑 놀래?’라고 하셨어요.”(전박찬) “진짜 같은 환상을 보여주는 게 무대라고 강조하셨어요. 아픈 내색을 전혀 안 하시고 이 악물며 버티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을 쳤습니다.”(박윤희) 박윤희는 젊은 시절 한 연출가로부터 배우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1년간 조연출을 하다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쉬지 않고 연극을 보며 감각을 유지했고,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2007년에는 ‘심판’으로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는 “어딘가에 내 무대가 있을 거라 믿었다”며 “예전에는 이름 석자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후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해맑은 얼굴의 전박찬은 도발적이면서도 똑 부러지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즐거움과 위로를 건네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만∼5만 원. 02-580-130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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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릿고개’ 등 남긴 동해안 詩人, 저 하늘의 별이 되다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보릿고개’ 중) ‘보릿고개’ ‘촛불’ ‘접동새’ 등으로 잘 알려진 후백(后白) 황금찬 시인이 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현역 문인 가운데 최고령으로 활동해 온 시인은 강원 속초시 출신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써 ‘동해안 시인’으로 불렸다. ‘현장’ ‘오월나무’ ‘나비와 분수’ ‘오후의 한강’ ‘호수와 시인’ 등 시집 39권과 ‘행복과 불행 사이’ 등 수필집 25권을 펴내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40번째 시집을 준비하던 고인은 지난해부터 거동이 불편해졌지만 시집 출간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집을 끝내 마무리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신달자 시인은 9일 “곁에 있는 이들을 늘 웃게 만드셨고, 맑은 영혼을 지닌 영원한 시인이셨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기분이 좋을 때면 동요 ‘봄이 오면’을 즐겨 부를 정도로 아이 같은 고운 성정을 지녔다는 게 시단 후배들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성진에서 성장했고 1939년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부두 노동을 하며 번 돈으로 일본 다이도(大東)학원을 다녔다. 4년 후 성진으로 돌아온 고인은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6·25전쟁으로 월남한 뒤에는 강릉농업학교, 동성고교 등에서 국어교사를 지냈다.    1947년 월간 ‘새사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 강릉에서 ‘청포도’ 동인을 결성했고 이듬해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추천을 받아 ‘문예’로 등단했다. 박목월 박두진 피천득 등 시우(詩友)들을 모두 떠나보낸 뒤에도 홀로 시집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오랜 기간 해변시인학교 교장으로 활동했고, 각종 TV 교양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후배 문인들에게도 깊은 존경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백수연(白壽宴·99세 생일잔치)에서 제자와 후배 문인들로부터 고인의 시 2018편이 담긴 필사집 ‘그리움의 노래’를 헌정받았다. 빈소에는 8일부터 이근배 성춘복 허영자 홍금자 등 시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문정 시인은 “선생님은 ‘시인은 하늘의 별이 되어야 하고, 하늘의 눈으로 사랑을 노래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선생님이 생전에 애틋하게 여기셨던 시 ‘어머님의 아리랑’에서처럼, 어머니와 함께 진달래를 따기 위해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이 시에서 ‘어머님은/봄 산에 올라/참꽃(진달래)을 한 자루 따다 놓고/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왕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며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2015년 황금찬문학상이 만들어졌고, 고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문화훈장보관장 등을 받았다. 장례식은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에서 11일 오전 8시 반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성춘복 시인, 사회는 이애진 시인이 맡았다. 홍금자 시인이 고인의 연혁 보고를 하고, 최규창 시인이 조시를 낭독한다. 김문정 시인이 ‘어머님의 아리랑’을 낭송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도정 누리목장 대표, 도원 윈드로즈 대표, 애경 씨 등 2남 1녀가 있다. 장지는 경기 안성시 초동교회묘지. 02-2258-5940   ▼ 봄꽃처럼 활짝 핀 한글사랑… 천국에서도 그 뜻 펼치소서 ▼이근배 시인 추모사 지금 이 나라 산천은 꽃 만발입니다. 선생님의 모국어 사랑, 한글 사랑이 꽃과 더불어 활짝 피어나던 이 봄날 아침에 선생님은 홀연히 붓을 놓고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색동옷 입은 제자들이 부르던 선생님의 시 ‘어머님의 아리랑’이 이 산 저 산 소쩍새들의 울음으로 들려옵니다. 나라 뺏긴 지 여덟 해 만에 태어나시어 여섯 살 때 할아버지가 가솔을 데리고 북간도 망명길에 가다가 함경북도 마천령 용소골에서 머물러 사셨지요. ‘10분의 4는 집을 닮고 그 남은 6은 토굴’이었던 집에서 어머님의 아리랑은 함께 살아온 온 겨레의 아리랑이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노래입니다. ‘한글/그 글자 속엔/어머님의 음성과 아버님의 음성이 숨 쉬고 있다’(시 ‘한글’)고 하셨듯이 일찍이 한글의 얼이 곧 나라의 얼임을 깨달으셨습니다. 1947년 월간지 ‘새사람’에 등단하셨으니 올해로 회방년(回榜年·등단 60년)을 넘어 시력으로 고희를 맞으시는 해이기도 합니다. 후백 선생님! 선생님은 책 읽는 법, 글 쓰는 법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말씀으로 또는 품성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남달리 몸에 배기도 했지만 저의 눈에는 선생님의 풍모에서 예수만이 아닌 공자도 석가도 함께하심을 뵈올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 저의 졸시 ‘겨울자연’을 칠판에 써놓고 모두 외우라고 하셨죠. 그러고는 저를 만나면 “이 선생, 이제 시 그만 쓰세요. 그 시 하나면 됩니다” 하며 등을 두드려 주셨습니다. 어찌 저에게뿐이겠습니까. 선후배 시인 모두에게 선생님은 늘 덕담을 해주셨고 따르는 후학들에게는 큰 스승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셨습니다. 해마다 섣달이면 시낭송 모임 뒤풀이에서 소주 한 잔을 올리곤 했습니다. 재작년 뵈올 때 제가 이백수(二白壽) 상수하시라고 제자들에게 박수 치게 한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손이라도 잡아보는 것인데…. 후백 선생님! 가시는 하늘나라에도 꽃들은 피겠지요. 입술이 파랗게 먹던 참꽃(진달래)도 있겠지요. 부디 그 나라 산천에 일백 년 모국어 사랑! 더 높고 더 긴 강 이루소서. ― 후학 이근배 곡만(哭輓)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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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의 벽 못넘어서는 청춘의 좌절 더해

    한태숙 씨가 연출하고 배우 손진환, 예수정 씨 등이 출연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2일 막을 올린다. 베테랑 연출가와 배우가 손잡고 지난해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으며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했다. 평생 외로운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 역을 맡은 손 씨는 처절하게 분열돼 가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윌리의 아내 린다 로먼을 연기한 예 씨는 원작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았던 존재감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아버지와의 갈등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연기한 장남 비프 역의 이승주와 밝아 보이지만 이면에 외로움을 지닌 차남 해피 역을 맡은 박용우가 올해도 합류했다. 지난해는 윌리의 분열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청춘의 좌절도 강조했다. 비프와 해피를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밀도 있게 투사한 것이다. 공연 기간 중에는 ‘88만 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씨와 강태경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와 대담 프로그램도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 진행한다. 12∼30일, 3만5000∼5만5000원. 02-580-1300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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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보의 가혹한 희생, 극의 힘 되레 저하

    재기발랄한 또 한 편의 창극이 탄생했다. 국립창극단이 처음 선보인 창극 ‘흥보씨’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흥보는 착하고 놀보는 심술궂다는 점 외에는 사실상 새로 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가가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고 씨는 2014년 ‘변강쇠 점찍고 옹녀’ 극본과 연출로 창극에 처음 도전해 대히트를 쳤다. 소리꾼 이자람은 ‘흥보씨’의 소리를 짜는 작창(作唱)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아 판소리의 맛을 살리면서도 젊음과 경쾌함을 더했다. 흥보(김준수)는 자식이 없던 연생원(김학용)이 양자로 들인 장남이고, 동생 놀보(최호성)는 연생원의 아내가 외간 남자와 통정해 낳은 차남이다. 흥보가 도와준 제비(유태평양)는 외로운 아녀자들을 위로(?)해주는 춤꾼이다. 외계인도 등장한다. 기존 요소를 살짝살짝 비틀거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잘 알려진 이야기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극을 관통하는 철학은 ‘비움’이다. 가난을 텅 빈 충만으로 받아들이는 흥보는 구도자를 연상시킨다. 그리스도, 석가모니의 이미지도 덧입혔다. 다만 후반부에 흥보가 놀보를 위해 가혹한 희생을 자처한 설정은 선함을 지나치게 증폭시켜 극의 힘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준다. 기둥 줄거리 자체가 ‘권선징악’을 충분히 웅변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맞게 절묘하게 캐스팅된 단원들은 배역을 120% 소화하며 웃음과 흥을 끌어낸다. 창극의 변신은 현재 진행 중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무대다. 1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02-2280-4114 ★★★(★5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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