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처럼 닮은 두 배우, 무대 열정도 꼭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 씨 이야기’서 호흡 맞추는 선우용여-최수종

대본을 꼭 쥐고 있는 선우용여(왼쪽)를 최수종이 다정하게 껴안았다. 선우용여가 “얼마 전에 축구하고 와서 다리에 쥐났지? 무리하면 안 돼”라며 어머니처럼 걱정하자, 최수종은 “잠깐 그랬을 뿐이에요. 괜찮아요”라고 아들이 안심시키듯 답하면서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본을 꼭 쥐고 있는 선우용여(왼쪽)를 최수종이 다정하게 껴안았다. 선우용여가 “얼마 전에 축구하고 와서 다리에 쥐났지? 무리하면 안 돼”라며 어머니처럼 걱정하자, 최수종은 “잠깐 그랬을 뿐이에요. 괜찮아요”라고 아들이 안심시키듯 답하면서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어머니와 아들 같았다. 다음 달 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 씨 이야기’에서 어머니 이선녀 역의 선우용여(72)와 아들 종우 역을 맡은 최수종(55)은 그랬다. 선우용여는 “우리 아들”이라며 최수종의 어깨를 쓰다듬었고 최수종은 “어머니”라고 불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22일 두 사람을 만났다.

‘하늘로…’는 폭력적인 아버지(한갑수)와 갈등을 빚던 종우가 스물다섯 살에 집을 나간 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5년 만에 영정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젊은 시절의 선녀 역은 윤해영이 연기한다.

지난해 뇌경색을 앓았던 선우용여는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일까 봐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투병을 하면서 올봄에는 무조건 연극을 하리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최수종은 “어머니의 대사 분량이 저보다 훨씬 많은데 일찌감치 다 외우셨다”며 거들었다. 선우용여는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채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손에 꼭 쥐고는 “처음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수줍게 웃었다.

반듯한 이미지의 최수종은 반항적인 탕아를 연기한다. 최수종은 “아버지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뛰쳐나가 험한 생활을 하다 그렇게 됐다. 종우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초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닌 데다 경상도 친구가 많아 사투리를 쓰는 게 어렵지 않단다. 그는 ‘서울 열목어’(1997년), ‘대한국인 안중근’(2009년) 후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연극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많이 배우게 돼요. 다 함께 하나하나 다져가는 과정도 좋고요. 참 설레네요.”(최)

최수종은 모진 삶을 견디면서도 아이들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 선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라디오를 진행하며 청취자 사연을 읽다가도 자주 운단다.

“집에서도 아내(하희라)와 TV를 보며 같이 울 때가 많아요. 울다가 서로 휴지를 건네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최) 선우용여는 “마음이 약하고, 때가 안 묻어서 그래요”라며 거들었다.

선녀는 선우용여의 삶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그 역시 결혼 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쉼 없이 연기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그래서일까. 선우용여는 선녀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들을 꿋꿋하게 키운 게 마음에 든단다. “돌아보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연기했어요. 이제는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분석하고 소화해서 연기하고 싶어요.”(선우)

최수종은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어 했다. “악역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왜 악해졌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어서 거절했어요. 악인이 그렇게 된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면 꼭 할 거예요.”(최)

선우용여가 “우리 아들, 새로운 연기 많이 해야지”라며 최수종의 등을 토닥였다. 최수종이 눈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5월 6∼21일. 7만7000∼8만8000원. 02-322-206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선우용여#최수종#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 씨 이야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