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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진형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사진)이 27일 자신이 당 민주정책연구원장에 내정됐다고 밝혔으나 당이 즉각 부인하는 ‘셀프 내정’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영입한 주 전 부실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벌써 알려졌느냐”고 되물은 뒤 “(내가) 내정이 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고 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이달 초 김 대표로부터 원장직을 제안받았고, 고심하다 지난주에 수락했다. 5월 초부터 출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경 대변인은 “김 대표가 (연구원장을) 내정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당내에서도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임명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사장인 당 대표가 임명하며 임기는 2년이다. 현 원장인 민병두 의원의 임기는 8월 7일까지다.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민 의원은 “정치적 임기는 다음 달 4일(원내대표 결정일)까지일지도 모른다”며 사퇴를 시사했다. 한편, 주 전 실장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판 양적완화 검토’ 발언에 대해 “(양적완화라는) 제목만 갖고 변죽을 울리는 것은 쓸데없는 궁금증과 불안감을 만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3년 전 아베가 재정정책 확장과 구조개혁을 같이 하면서 통화정책을 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그것 역시 지금도 해결이 안 났다”며 “(양적완화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 “실제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면서 “선물 가격을 얼마로 상한선을 하느냐 이런 게 다 시행령에 들어가는데, 합리적인 수준에서 하려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발언으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각종 경조사비와 선물의 범위까지 제한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느냐 해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하면 거기에 따라야 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다시 검토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은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당장 개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법 시행 이전에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 스스로는 개정할 권한이나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며 “(김영란법을) 내수와 연결하기보다는 원칙적인 부분에서 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지난달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9월 법 시행 이전에 심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공직자 골프에 대해서도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여기(국내)서는 눈총에다가 마음이 불편해서 전부 해외로 가니까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골프 금지령으로 해석된 ‘(공직자가) 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느냐’는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그것(골프)까지 하려면 바쁘겠다고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며 “(저의) 이야기는 확대 해석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내가 말조심을 더 해야겠다”고 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강경석 기자}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를 지켜 본 여야 3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듣고 헤아려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난제들을 풀어나가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환영한다”고 공식 반응을 내놨다. 당 일각에선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건데, 한 사람 때문에 국정을 어그러뜨릴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야당과의 협치도 공언에 그칠까 걱정이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한다며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걸 보면서 비애를 느꼈다”고 언급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불통의 리더십을 확인했다”며 평가 절하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고 참모진 교체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3당 대표회동 정례화를 검토하겠다는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이) 늦게나마 여야정 협의의 필요성에 인식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6일 지난해 12월 한·일 간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 “(양국이)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은 위안부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당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의 예방을 받고 “소녀상 철거를 해야 합의 이행하겠다는 얘기는 (한국) 국민감정을 매우 상하게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역사로부터 내려오는 (한국) 국민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속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일본의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벳쇼 대사는 “위안부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일본은 한국의 국민감정을 이해해야 하고 한국도 일본의 국민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위안부 합의 무효와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이번 총선 공약으로 재협상을 내걸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재경 대변인은 “위안부 합의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판단하지만 기왕 외교적으로 합의된 부분은 빠르게 이행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벳쇼 대사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절을 맞아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만난 자리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가 간 협상을 했기 때문에 저희가 그 결과를 현재로서는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제 브레인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경영과 실업 대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민주당 주진형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25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조선업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통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문제 해결을 피할 수 없다”며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야당이 시끄럽게 하지 않을 테니 (정부가) 채권자와 주주들의 책임도 같이 묻는 방법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도 “부실 경영과 부실 대출의 원인을 꼼꼼히 따져 문제가 있다면 경영진과 금융권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고통 받는 분들이 노동자”라면서 “(기업도) 이에 대한 고통 분담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구조조정 책임론’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에 대해 3당의 입장이 각기 다른데 책임론으로 시끄러워지면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하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 대규모 정리해고 등이 발생하면 노사정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이때 정치권은 중재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고 추가 재정 투입에 동의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우경임 기자}
야권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이에 새누리당 측이 반대하면서 여야 간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기업과 정치권 등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시행하기에 앞서 먼저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고용 안전과 취업 연계, 생활 지원 대책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를 내걸었다. 과표 대상 5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해 현행 22%의 세율을 2009년 이전인 25%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매년 4조 원 이상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자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통한 추가 재원을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발생 시 사회안전망 확충에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김종석 비례대표 당선자(여의도연구원장)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구조조정이 항상 땜질식으로 되고, 정치권이 자꾸 간섭을 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니까 오히려 지연됐던 선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든 소득세든 경제가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에 세금을 올리자는 것은 자충수이고 자살골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을 더욱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공론화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증세(增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야당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재원을 법인세 인상을 통해 마련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기업과 정치권 등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시행하기에 앞서 먼저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추가 재원으로 고용 안전과 취업 연계, 생활지원대책 등을 마련하는 등 실업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당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야당에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세입 기반 확대를 위해 법인세 정상화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며 “세입 기반 확대를 위한 명확한 대책 없는 재정 개혁은 사상누각이고 중산층·서민층이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세입 확충을 주장했다.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를 내걸었다. 현행 과표 대상 5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현 22%의 세율을 2009년 이전인 25%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매년 4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자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통한 추가 재원을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발생시 사회 안전망 확충에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도가 2013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4·13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임기 말 각종 개혁 과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였다. 일주일새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1월 연말정산 증세 파동과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수준이다. 새누리당 지지도는 30%로 동반 하락했다.○ 박 대통령 ‘침묵’에 지지도 하락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것은 총선 패배 이후에도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실망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소통 미흡(20%)에 이어 경제 정책(15%), 독선·독단(12%)이 꼽혔다. 이번 총선 패배 책임론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은 선거 닷새가 지난 18일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 차례 발언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쇄신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이 핵심 지지층도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지지도를 보면, 대구경북 지역(34%)의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주(56%)보다 22%포인트나 떨어졌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57%로 지난주(71%)에 비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가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인 만큼 총리나 비서실장이 사퇴하는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한데 박 대통령이 그런 인사는 안 한다고 한다”며 “대통령이나 여당이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당분간 지지도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난과 질책의 대상이었던 국회가 이제부터는 갑질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얼마나 잘 참고 국회와 소통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청와대를 웃고 나오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누리당 지지도가 폭락한 건 총선 직후 당 지도부가 와해됐지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차 못 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더민주당-국민의당 지지도 동반 상승 야당 지지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민의당 지지도는 4주 연속 상승하면서 창당 이후 최고치인 25%까지 올랐다. 지난주보다 8%포인트나 급등하면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24%)를 앞질렀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도는 동반 상승하면서 양당이 제로섬(Zero-sum) 관계가 아님을 보여줬다. 두 야당이 건전한 정책 경쟁을 하면서 기존 야당 지지층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일부 무당층은 물론이고 여당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확장성을 보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 후보 지지도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총선 전(2월 21∼22일, 3월 29∼30일)과 총선 후(4월 15∼16일) 세 차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도는 12.6%→15%→21.7%로 올랐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도도 4.8%→8.4%→14.4%로 동반 상승했다. 당내에서는 “억지로 같이 살며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이느니 이혼해서 각자 삶을 사는 게 낫더라”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정한울 고려대 교수는 “기존 야당 지지자뿐 아니라 여당 지지자나 무당층까지 국민의당이라는 새로운 선택지에 호응하고 있다”며 “양당이 적대적 경쟁을 하면 같이 무너진다. 앞으로 대선까지 경쟁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기업 구조조정은 가장 인기 없는 정책으로 꼽힌다. 구조조정 효과는 당장 드러나지 않는 반면 대규모 인력 감원으로 인한 노조의 반발은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실직자 발생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주는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총론에선 구조조정 작업에 찬성 의견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각론에선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 야당이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실업 대책 마련’을 들고 나오면서 이제 구조조정으로 파생되는 실업자들을 어떻게 구제하느냐가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야당 “실업보험 강화, 실업부조 도입” 더민주당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보험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업보험의 지급액을 현재 최대 120여만 원에서 퇴직 전 3개월 동안 평균 월급의 60%로, 지급 기간을 최장 180일에서 360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실업부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미 더민주당은 총선에서 해당 공약을 제시했으며 20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실업급여 확대에 따른 재원은 부자 감세 철회와 재정 개혁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민주당은 총선 정책공약집에서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면 5년간 4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인 특별고용업종이나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지원하면서도 더욱 강화된 프로그램도 요구하기로 했다. 더민주당 정길채 노동전문위원은 “조선업이나 철강업이 몰려 있는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고용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며 “다만 실업급여 연장, 고용위기지원금 같은 기존 대책 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증가에 대비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완화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제출을 포함해 장기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정부 “기존 법 외에 추가 대책도 검토” 정부 여당은 일단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실업 대책을 모두 써 본 뒤에 그래도 부족할 경우 현행법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구조조정으로 우려되는 실업에 대해 기존의 법적 보호 장치가 있다”면서도 “필요하면 기존의 법 이외의 추가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우선 고용재난지역 선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의 고용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는 고용정책기본법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정부는 해당 지역에 행정, 재정, 금융에서 특별지원이 포함된 종합대책을 시행할 수 있다. 김정훈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안전망 갖고는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발생되는 실업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 기능으로 고용안전망을 좀 더 확충하겠다”며 “(직장을 옮기는) 전직 훈련 또는 고용재난지역 선포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해서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7일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당정협의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획재정부 주도로 조만간 내놓을 추가 일자리 대책을 통해 이중 삼중의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보완한다. 앞으로 내놓을 세제 개편과 내년도 예산안도 실업 대책과 일자리 창출에 맞춰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여당은 실업 대책 마련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 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 법안들이야말로 최고의 실업 대책이란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법안들이 고용의 유연성을 늘리고 서비스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만큼 19대 국회 때 꼭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고성호·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은 대선 정국까지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도 결국 경제 문제가 승부를 좌우할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본질적인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이 좋지 않다”며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을 제대로 세운다면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구조조정을 명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줄곧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한계기업을 그냥 내버려 두거나 억지로 살린다면 분명히 다음 정권에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았던 최운열 당선자(비례대표)도 총선 기간 경제브리핑을 통해 “조선업과 해운업 등은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영입한 최 당선자는 경제 분야에서 김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김 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캐퍼시티(capacity·생산력)를 줄일 것은 확 줄여 버려야 중장기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며 조선, 철강, 해운 등 공급 과잉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 안팎에선 대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좀비기업’들이 대상으로 꼽힌다.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상시적으로 회수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장 임기를 늘려 소신을 갖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더민주당에서는 기존 야권의 경제정책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최 당선자는 ‘당선자 대회’ 특강에서 “우리도 친(親)기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있어야 고용이 있기 때문에 기업을 배타시해서는 안 된다”며 “성장이 최대의 복지, 최고의 분배”라고 말했다. 이어 “돈 있는 분이 한국에서 기분 좋게 돈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경제 분위기가 살아난다”고도 했다. 최 당선자는 “기업이 살기 위해선 고용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가 과감하게 임금 수준을 기업에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는 총선 때 ‘김종인 표’ 경제 공약 개발을 총괄했고, 김 대표와 함께 공약을 현실 정책으로 바꿀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다. 당연히 그의 발언에는 김 대표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민주당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여권에서 이반한 중도보수층을 확실하게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최 당선자는 “정권을 바꾸려면 중원을 점령해야 한다. 우리 인구 구조로 보면 52%가 보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내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정부 여당발(發) 경제활성화법을 모조리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의료산업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은 “(기업 구조조정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게 아닌데 이러쿵저러쿵 할 때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우경임 woohaha@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그동안 야권에서 금기시돼 온 기업 구조조정과 의료산업 민영화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본질적이고 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만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정리와 함께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더민주당은 고용 불안을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다. 김 대표는 “IMF 사태(1997년 외환위기)에서 겪었던 것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서 생존을 연장시키는 식의 구조조정은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여당의 양적완화를 통한 구조조정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발생하는 실업 문제를 사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의 대상, 방법 등 각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이 된 더민주당이 내년 대선까지 겨냥해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은 그동안 의료산업 민영화를 위한 법이라며 강력 반대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에 대해서도 의료 부문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의 최측근인 비례대표 최운열 당선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대회’ 특강에서 “고용을 실제로 늘리는 방법은 서비스산업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금융, 교육, 관광, 물류 분야 외에 의료 산업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공공성 약화가 우려되는 보건·의료 분야는 이 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강력 반대해 왔다. 서강대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최 당선자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아 ‘김종인 표’ 경제공약 개발 및 발표를 총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의료 분야를 서발법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내부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음에도 지도부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이날 어떤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기업 하나하나의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거시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민동용 mindy@donga.com·우경임 기자}
19대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했던 ‘무쟁점 법안’들이 논의도 안 된 채 무더기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야가 쟁점 법안을 두고 대치한 탓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19대 국회 법안 통과율은 43.3%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을 알기 쉽게 바꾼 민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부족(不足)되는’ ‘사기(詐欺)를 안 날’ ‘상호 면접 교섭할’ 등을 각각 ‘부족한’ ‘사기 사실을 안 날’ ‘서로 만나고 교류할’ 등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이날 몰려든 법안 400개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처럼 용어를 쉽게 고친 노인복지법 자산유동화법 등 14개 법안 역시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안전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무쟁점 법안도 무시됐다. 2014년 12월 해양수산부는 낚시 어선 승선자에게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제출했고 4개월 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상정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세월호 인양 결정을 두고 공방만 벌이다 낚시 관련법은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사이 지난해 9월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낚싯배 돌고래호가 전복돼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도 무쟁점 법안에는 △자동차 등록번호판의 영치로 생계가 곤란해지면 이를 일시 해제하도록 한 질서위반행위규제법 △교육감이 학교 주변을 학생안전지역으로 지정하는 학생안전보호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하는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 등도 있다. 모두 민생 관련 법안이다.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회동하기로 19일 합의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에 계류된 무쟁점 법안들을 우선 통과시키기로 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다면 이를 재추진하는 데 다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4·13총선에서 국민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매서운 표심(票心)을 보여 줬다. 계파 간 공천 갈등에 빠졌던 새누리당에는 과반 의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야권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민심을 잃었다.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만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여야 정치인은 여전히 국민의 표심을 읽지 못한 언행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은 계파 간 논란을 일으킨 공천 직후 잠시 일본에 머물다 귀국해 정치적 발언을 삼가 왔다. 하지만 총선 패배 직후엔 작심한 듯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끌었던 ‘개혁 공천’은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이 의원은 공천 파동의 핵심이던 유승민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문제를 놓고 민심이 들썩였던 점에 대해 “유 의원 스스로 불출마 결정을 했다면 모두에게 잘됐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당시 공천 과정을 알고 있는 당직자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사과는커녕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14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할 당시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을 놓고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원 원내대표는 당시 비대위원장 자리를 고사했지만 결국 수락하면서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굳이 ‘관리형’ 비대위원장직에 그칠 거라면 다른 인물을 영입하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당 지도부였던 원 원내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무성 대표를 향한 ‘막말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도 도마에 올랐다. 윤 의원은 컷오프 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되자마자 복당을 신청했다. 새누리당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던 윤 의원의 복당을 놓고 당내에선 뒷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비록 지역구에서 당선은 됐지만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당선되자마자 복당 신청을 한 것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는 더민주당에도 ‘레드카드’를 들었다. 야당 텃밭인 호남은 국민의당을 선택했고 더민주당은 호남 28석 중 단 3석만 얻었다. 그런데도 더민주당 안팎에서 이번 총선 승리 배경에 대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노·운동권으로 분류되는 더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5일 트위터에서 “반(反)문재인 정서는 호남 민심 이반의 본질이 아니다. 호남에서 지지율 1위가 문재인”이라며 “북한 궤멸론과 햇볕정책 부정 그리고 비례대표 공천 장사 운운으로 김대중과 광주 정신에 대한 모욕이 호남의 역린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라고 적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가 명분 없는 단일화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이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했다.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야권이 미리 정신을 차려 조금만 더 야무지게 대응했다면 180석을 넘기는 것도 무난했을 것”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희망 사항을 밝히기도 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우경임 기자}
이번 4·13총선에서는 여야 텃밭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견고했던 지역주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텃밭의 반란’이 일어난 지역의 정당 득표율을 보면 지역주의 균열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는 18석 가운데 6석을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차지했다. 대구 수성갑에는 더민주당 김부겸 당선자가 세 번째 도전 끝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더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경남 김해갑과 김해을, 양산을과 정의당 후보가 당선된 창원성산도 있다. 야당 후보들이 약진한 이 지역들에서는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도 함께 떨어졌다. 대구에서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은 53.06%로 19대(66.48%)에 비해 13.42%포인트나 하락했다. 부산과 경남은 19대 총선에 비해 각각 10.09%포인트, 9.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당 득표율은 높아졌다. 부산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득표율(46.96%)을 합치면 새누리당 득표율(41.22%)을 앞선다. 대구와 경남에서 더민주당의 19대, 20대 득표율은 비슷했지만 국민의당이 17%대 득표율을 얻은 결과다. 야당 텃밭이었던 전남 순천과 전북 전주을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정운천 후보가 각각 당선된 것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지역들에서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은 아직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해 19대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호남 맹주가 교체됐다.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전북(65.57%)과 전남(69.57%)에서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더민주당이 국민의당 득표율에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두 야당이 표를 나눠 가지면서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줄었다는 뜻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앞으로 다가오는 대선에서 영·호남 한 곳에 기댄 대통령은 나오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4일 새벽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4·13총선 개표 결과는 사전 여론조사 무용론을 불러오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지상파 방송사의 출구조사도 제1당을 맞히지 못했다.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었던 서울 종로의 결과는 선거 전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었다.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당선자에게 줄곧 앞섰다. 하지만 개표 결과 정 후보가 득표율 52.6%로 오 후보(39.7%)를 크게 이겼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여당의 압승으로 이번 총선에선 ‘여대야소(與大野小)’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모두 정반대였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현재의 조사 기법이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응답률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20, 30대 표본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20, 30대 전화 응답률이 너무 낮다. 20, 30대 표본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체 표본 수를 줄이거나 가중치를 많이 부여해 응답이 왜곡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66여억 원의 예산으로 공동 실시한 출구조사도 ‘여소야대’는 예측했으나 제1당을 맞히지 못해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오후 6시에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보도에서 KBS는 새누리당 121∼143석, 더민주당 101∼123석, MBC는 새누리당 118∼136석, 더민주당 107∼128석, SBS는 새누리당 123∼147석, 더민주당 97∼120석으로 각각 예상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더민주당은 123석,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 양당의 실제 의석수는 SBS의 예상 의석수 범위 밖이었고, KBS의 예측 범위 안에 간신히 들어갔다. 두 방송사 모두 새누리당을 원내 1당으로 예측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출구조사는 번번이 빗나갔다. 19대 총선에서 KBS는 새누리당 의석을 131∼147석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152석이었고, MBC는 당시 민주통합당 의석을 128∼148석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127석이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윤종 기자}

‘텃밭의 반란’이었다. 4·13총선에선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자, 여당 텃밭인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여럿이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영·호남 대립 구도를 넘어설 발판을 마련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현, 호남 재선 의원 성공 “새누리당 이정현이 순천에서 이겼습니다.” 13일 오후 10시 반. 다시 한 번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전남 순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사무실에 모인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이 당선자는 득표율 45.7%(14일 오전 1시 반 기준)로, 더민주당 노관규 전 순천시장을 누르고 전남 순천 수성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1995년 지방선거, 17·19대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14년 7·30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극적으로 당선됐고 이번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서 유일한 호남의 여당 재선 의원이 됐다. 당초 이 당선자의 고향인 곡성이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광양-구례와 한 지역구가 되는 바람에 이 당선자가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를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눌러 이겼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14일 오전 1시 반 현재 90%가 개표된 가운데 더민주당 최형재 후보를 1.5%포인트가량 앞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야당 텃밭인 전북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전북 군산에 출마한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20년 만이다. 정 후보는 국산 키위 재배에 성공한 농부 최고경영자(CEO)로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 19대 총선 전북 전주완산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선출직 도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여당 텃밭도 곳곳에 균열 새누리당 아성인 서울 강남에 이어 ‘새누리당의 심장’인 영남에서도 야풍(野風)이 거셌다. 대구 북을에서는 무소속 홍의락 후보가 52.7%의 득표율(14일 오전 1시 반 기준)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더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홍 당선자는 탈당을 한 뒤 자력으로 생환해 국회에 당당하게 입성하게 됐다. 대구 수성갑 김부겸 당선자와 함께 야당 험지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는 의미도 크다. 부산은 18개 지역구 중 더민주당 후보 5명의 당선이 유력해 최대 이변 지역이 됐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제2부속실장을 지낸 더민주당 전재수 당선자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박민식 후보를 제쳤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내 공천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지역 일꾼’으로 헌신할 인물을 선택했다”며 “앞으로 인물 경쟁력 없이 지역 기반에만 기대서는 당선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차르(황제)’가 부활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총선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13일은 김 대표가 영입된 지 90일이 된 날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현재 가진 의석수(107석) 정도만 확보하면 선전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히고 패배하면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선거 막판 각종 여론조사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김 대표는 “100석은 넘을 것”이라며 측근들에게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6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전까지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게 됐고, 이후 당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김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강북구에 있는 조부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묘소를 찾은 뒤 “우리 당이 정상적인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고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어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할지 의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영입된 이후 당을 장악해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비례대표 ‘셀프 공천’으로 호남에서 당 지지도가 급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총선에서 기사회생하면서 차기 당권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각 당의 지지도는 반전(反轉)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은 ‘진박(진짜 박근혜) 대 비박’ 공천 파동,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지지도가 등락을 반복했고, 창당 2개월 남짓 된 국민의당도 마찬가지였다. 여야 3당의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100일간의 시간을 되짚어 봤다. 새누리당은 2월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공천을 둘러싸고 극심한 당내 갈등을 빚었다.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내건 김무성 대표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김 대표가 2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위원장의 독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치며 갈등이 고조됐다. 지난달 8일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김 대표를 향해 막말을 쏟아낸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공관위는 15일 윤 의원과 비박계 현역 의원 7명을 공천 배제했다.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새누리당은 가까스로 공천 작업을 끝냈다. 공천 파동의 중심에 있던 유승민 의원은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핑퐁게임’을 하며 공천 결정을 미루자 23일 밤 12시 직전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김 대표는 공관위가 단수 추천한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달성 등 5개 지역 공천장에 날인을 거부하는 ‘옥새투쟁’을 선언했고 이튿날 논란이 된 지역구 6곳을 ‘3 대 3’으로 주고받으며 마무리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지도부와 후보들은 대구로 내려가 공천 파동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향해 ‘석고대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김 대표는 첫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당만 들여다봐도 아직도 과거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도층을 잡기 위한 ‘우(右)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3월에는 친노(친노무현) 좌장이었던 이해찬 의원과 ‘강성’ 정청래 의원 등 현역 26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운동권 색깔 빼기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던 더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달 20일 더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비례대표 명단 추인을 거부했고, 밤샘 투표를 통해 이튿날 명단을 수정했다. 이에 김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며 ‘사퇴’ 카드로 배수진을 쳤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당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23%까지 올랐던 정당 지지도는 비례대표 공천 파동 이후 20%까지 하락했다. ‘차르’(황제)라 불리던 김 대표의 힘도 급격히 약화됐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이 태동했다. 더민주당의 야권 통합 제안은 국민의당엔 최대 위기였다. “당 대 당 연대는 없다”는 안 대표에게 반발해 ‘창당 공신’인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무를 거부했다. 김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천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복귀하면서 간신히 봉합됐다. 이후 더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잇달아 입당하면서 20석을 확보했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8%까지 추락했던 당 지지도는 지난달 새누리당, 더민주당이 공천 갈등을 빚으면서 양당에 실망한 부동층이 제3당에 눈길을 돌려 10%대로 반등했다. 선거 막바지 ‘야당 텃밭’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하자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8, 9일 광주를 찾아 “총선에서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무릎사죄를 하기도 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홍정수 기자}

4·13총선을 이틀 앞둔 11일 여야 3당은 거친 표현으로 서로를 몰아붙이며 막바지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체 판세 분석 결과 기존 ‘텃밭’과 수도권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구포시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아무리 일을 잘하려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발목을 잡고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당이 과반수를 얻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기 수원시 경기도당 회의실에서 긴급 대국민성명을 내고 “새누리당 ‘1당 독재 국회’ 저지가 절체절명의 목표”라며 “가짜 야당이 아니라, 진짜 야당을 뽑아 달라”고 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겁먹고, 만년 야당, 만년 2등에 안주하는 무능한 야당(더민주당)을 대체할 것”이라며 “정치인을 위한 양당 체제를 깨고 국민을 위한 3당 체제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