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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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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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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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이과 모두 국어가 최대 변수… 상위권 소신지원 늘어날듯

    4일 발표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예상대로 전 영역에 걸쳐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변별력이 높은 수능이었던 만큼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소신 지원이 예상된다. 특히 국어 영역의 난도가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이어서 문·이과를 막론하고 국어 고득점자는 정시에서 상당한 우위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국어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대학들의 영역별 가중치를 면밀히 비교해 국어의 반영 비중이 작은 대학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정시 당락 ‘국어’가 결정 가장 주목해야 할 영역은 이른바 ‘31번 문항 논란’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국어다. 채점 결과 국어 1등급 구분점수(등급컷)는 132점으로 150점부터 132점까지가 모두 1등급으로 묶였다. 지난해 1등급은 128점부터 134점까지로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촘촘히 분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는 올해 최상위권의 국어 변별력이 매우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최상위권 정시 당락에 국어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어는 문과뿐만 아니라 의대, 치의대 등 최상위권 이과 입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들은 수학이나 과학탐구 못지않게 국어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국어 점수 활용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례적으로 “(세간의 추측과 달리) 일반적으로 국어의 정답률은 문과보다 이과 수험생들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어 점수의 반영 방식은 대학이나 지원 학과별로 다르기 때문에 국어를 잘 본 학생들은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반대의 경우에는 국어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전형을 찾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 어려워 수능 최저기준 미달 속출할 듯 올해로 절대평가 전환 2년 차를 맞은 영어는 채점 결과 지난해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올해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비율은 5.3%로 지난해 10.03%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수험생에게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뜻이다. 영어 1, 2등급이 줄어든 만큼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험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선발 인원이 줄어들면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입시에서 정시 선발 비율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뒤 영어의 반영비율 자체를 줄인 대학이 많기 때문에 영어의 정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역시 이과형인 ‘가’형과 문과형인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져 난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컷 역시 ‘가’형 126점, ‘나’형 130점으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3점과 1점이 올랐다. 다만 이 같은 난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 및 1등급 수험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가’형 655명(전년 165명), ‘나’형 810명(전년 362명)에 달했고, 1등급 수험생 수도 ‘가’형의 경우 1만675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8879명보다 늘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소위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들이 작년보다 쉬웠기 때문”이라며 “수학 점수가 예상보다 잘 나오지 않은 수험생의 경우 국어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정시 지원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수험생들이 받는 성적표에는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며 원점수는 없다. 단,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만 표시된다. 임우선 imsun@donga.com / 세종=김호경 기자}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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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특성화高 실습 막아 취업 꽉 막혀”

    “특성화고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조기 취업을 꿈꾸며 온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올 초 갑자기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저희는 취업도 못 하고, 대학도 못 간 채 졸업을 맞게 됐어요.”(서산중앙고 조민성 군) “특성화고 교사 생활 10년 동안 올해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엔 127개 기업에 215명의 학생이 취업했는데 올해는 36개 기업에 41명이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어요. 정말 심각합니다.”(장재환 삼일상업고 교사)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이 2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특성화고 상황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금지하면서 취업길이 꽉 막혔다”며 “안전이 문제면 안전만 강화하면 되는데 모든 걸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교육부가 조만간 내놓을 ‘직업계교 학생 현장실습 및 취업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특성화고 학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선도기업’ 중심으로 ‘학습형’ 현장실습만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취업 가능 대상 기업이 급감하고 학생들의 월급도 20만∼3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기존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3월부터 취업형 현장실습 구직활동을 시작해 100만 원 상당의 월급을 받으면서 수개월의 실습을 한 뒤 8월경이면 사실상 취업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권리연합 소속 창원기계공고 지민구 군은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너희는 이제 10월이 지나야 취업할 수 있다’고 하셔서 복도에서 통곡한 학생도 있다”며 “취업이 안 되니 중학교에 설명회를 나가도 특성화고로 오겠단 학생이 없고 실제로 우리 학교도 한 반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지금 교육부는 선도기업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하고 선도기업이 되면 한 달에 3, 4번씩 점검을 나가는데 어느 기업이 이런 사업에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은경 경기도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관은 “실제 노무사들과 현장 점검을 나가면 ‘이럴 줄 알았으면 선도기업 안 했다’는 사장님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작년에 국회의원일 때 이런 사고가 다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관련 법개정을 했는데 현장 목소릴 들어보니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라며 “새로 나올 종합대책에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답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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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8년 전통’ 덕수고 특성화계열 통폐합될 듯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재연 대법관 등의 출신 학교로 유명한 덕수고 특성화계열(옛 덕수상고)이 학생 수 감소 및 특성화고의 인기 하락에 따라 타 특성화고와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1일 ‘덕수고 이전·재배치 계획’을 행정 예고하면서 특성화 계열을 2023년까지 타 특성화고와 통폐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으로 국내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자 시교육청이 ‘구조조정’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덕수고는 1910년 개교한 108년 전통의 학교로 상업고로 운영되다 2007년 인문계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유일하게 특성화계열과 인문계열이 한 학교에 모두 있는 ‘종합고’가 됐다. 하지만 덕수고가 자리한 성동구는 서울지역 내에서도 학생 수가 유독 적고 교육 목표가 다른 두 계열이 한 학교에 있다 보니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덕수고 인문계열은 이미 2021년 3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글로벌경영·금융회계·컴퓨터정보과 등으로 구성된 덕수고 특성화계열은 2023년까지 현 성동구 교사에서 운영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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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오늘 하루, 우리는 몇번의 살인을 했는가

    “그거 봤어요? 숙명여고 기사 뜰 때마다 계속 댓글이 달리던데…. 이번에 문제가 된 그 숙명여고 교무부장 말이에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세 딸 담임이었대요. 그래서 그 딸들이 다 명문대 치대에 갔다던데….” 얼마 전 만난 교육계 인사가 “취재를 해보라”며 한 말이다. 기자는 “그거 낭설이다”라고 답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김 전 부총리가 내정됐을 때 기자는 이미 ‘인사 검증’ 취재를 했다. 후보자의 학력과 경력, 재산부터 가족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녀 관련 확인도 그중 하나였다. 김 전 부총리에게 세 딸이 있는 것은 팩트다. 그러나 그의 장녀는 숙명여고가 아닌 Y여고 출신이다. 차녀와 삼녀는 숙명여고를 나왔지만 진학한 대학은 둘 다 ‘명문대 치대’와 거리가 멀다. 삼녀의 경우 서울 주요 대학 출신이긴 하나 법학을 전공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도 거짓들 사이에 ‘세 딸’과 ‘숙명여고’ 등 일부 팩트를 교묘히 섞은 낭설이 활개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며칠 전 또 다른 이는 “숙명여고 전 교감에 대한 소문을 들었느냐”며 ‘제보(?)’를 해왔다. 내용인즉 “전 교감 딸도 숙명여고를 나왔는데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지방대에 갔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방대 ‘의대’여서 엄마들이 열 받았다”는 것이다. 전 교감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그랬더니 “외동딸이 있는데 강북에 있는 여고를 나왔고 이미 대학을 졸업해 공무원이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왜 해명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김 전 부총리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야당까지 나서서 의혹을 제기하자 결국 16일 교육부를 통해 공식 설명자료를 냈다. 퇴임한 장관이 부처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이 일이 제가 해명까지 해야 할 일인지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만…’으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낭설을 하나하나 해명했다. 인터넷 카페와 뉴스 댓글을 중심으로 퍼진 ‘카더라 통신’에 전직 부총리마저 속앓이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참담한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부총리는 공인이니 유명세를 치른다 치자. 얼마 전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학부모들이 누군가에게 들었다며 아무 생각없이 나눈 대화가 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한국인의 ‘남 얘기’는 일종의 문화다. 둘만 모이면 누군가를 거론하며 친밀감을 확인한다. 여기엔 때로 ‘일그러진 욕망’이 투영된다. 돈과 권력, 학벌, 사회적 관심, 도덕적 우위 등이 뒤엉킨 욕망 속에서 남을 끌어내리고 나를 높이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을 양산하고 이를 소비한다. 더욱이 이 거짓이 ‘광속’의 인터넷을 만나면서 누구든 순식간에 매장시킬 수 있는 ‘공포사회’가 됐다. 얼마 전 들은 얘기가 가슴에 남는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에 관한 얘기다. 사람들은 대개 ‘다른 건 몰라도 이 계명만은 내가 지켰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말로 고사(枯死)시키는 것, 누군가의 사회적 관계를 권력으로 절단 내는 것, 그걸 보고도 침묵으로 방조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살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거짓 댓글과 무분별한 공감, 소셜미디어 공유 한 번이 누군가에겐 칼날이 될 수 있다. 손가락 ‘터치 한 번’의 엄중함을 깨달아야 함에도 그 모든 게 너무 쉬운 시대다. 오늘 하루, 우리는 몇 번의 살인을 저질렀는가.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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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

    15일 오후 9시 20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맹학교 앞 거리는 고요했다. 인기척도 없이, 이따금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풍경의 변화를 가져올 뿐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주택가 골목길 끝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는 학교. 환하게 켜진 교실 안에서 수험생 1명이 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고 있었다. 김하선 양(18)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였다. 단 하나의 문제라도 더 정확히 풀기 위해 절박한 손끝으로 점자로 된 시험지를 훑고 내려갔다. 오후 9시 43분.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일반 수험생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에 시험을 시작해 오후 5시 40분에 끝냈다. 하지만 시청각 장애를 가진 김 양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저녁식사도 거른 채 13시간 3분 동안 시험을 치렀다. 중증 시각장애인에게는 일반 수험생보다 1.7배의 시험시간이 주어진다. 제2외국어까지 모두 응시할 경우 끝나는 시간이 9시 43분이다. 김 양은 부산에서 수능을 치른 시각장애인 1명과 함께 전국에서 제2외국어까지 응시한 ‘전맹’(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장애인 2명 중 1명이었다. 김 양은 총 271쪽에 달하는 점자 수능 문제지를 풀었다. 일반 수험생의 국어영역 문제지는 16쪽이지만 이를 점자로 바꾸면 국어영역만 100쪽에 달한다. 다른 시각장애 수험생들은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귀까지 좋지 않은 김 양은 모든 문제를 손으로 더듬어 풀었다. 손으로 쓰면서 계산할 수 없다 보니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 정도는 무조건 암산으로 풀어낸다. 지문을 읽는 그의 손끝은 스치는 수준으로 빠르다. “국어 지문이 정말 정말 길더라고요. 끝까지 다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풀긴 다 풀었어요.” 최고난도인 국어 31번 문제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그건, 찍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오후 10시. 10도의 쌀쌀한 밤공기 속에 청록색 오리털파카를 입은 중년 남자가 초조하게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김 양이 모습을 보이자 “나온다! 우리 딸!”이라고 소리쳤다.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걸어오는 딸을 아빠가 달려가 안았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김 양은 오들오들 떨었다. 아빠와 엄마는 쉴 새 없이 딸의 어깨를 비비며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밤이 되도록 너무 긴 시간이었지? 어이구, 밥도 못 먹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이 부부가 딸의 이상을 느낀 건 하선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소리에 반응을 하지 않아 이상했다. 큰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눈이 이상한 것 같다”며 안과에 먼저 다녀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부부는 무너졌다. 망막모세포종양. 이름조차 생소했다. 망막의 암 덩어리가 점점 커지면서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이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했다. 결국 네 살 때 하선이는 안구를 적출했다. 청력검사도 절망적이었다. 하선이는 120dB(데시벨) 이상의 소리에만 반응했다. 120dB은 비행기 엔진 굉음을 바로 옆에서 들을 때의 소리 크기다. 사람들은 흔히 ‘시각+청각’ 장애를 ‘1+1’ 장애로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개가 합쳐지면 전혀 새로운 몇 곱절의 장애가 된다. 의사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말을 배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을 믿지 않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하나님이 하선이의 눈을 가져갔지만 대신 말은 할 수 있게 해주시리라 믿었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와 고교 수학교사인 엄마는 2년간 휴직하고 딸의 항암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딸의 귀에 대고 매일 수천 번 소리를 외쳤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나무를 만지게 하고 “나! 무!”, 자신의 얼굴에 하선이의 손을 가져다 댄 뒤 “엄! 마!” “아! 빠!”…. 헬렌 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다면 하선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있었다. ○ 아이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딸이 입을 뗐다. “어…ㅁ, 마….” 분명치 않은 어눌한 말이었지만 두 사람에겐 천둥소리보다 더 분명하게 들렸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지만 부부는 ‘믿음의 결과’라고 여겼다. 부부는 매일매일 딸에게 책을 읽어줬다. 가능한 한 큰 소리로 매일매일 읽어줬다. 그렇게 딸은 말을 배웠다. 하선이가 다섯 살이 됐을 때 서울맹학교 유치원에 입학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학교가 우리 부부에게 희망과 위안을 줬다”고 말했다. 하선이도 학교에 잘 적응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제일 싫은 게 방학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저는 마음대로 뛰어놀 수가 없잖아요. 대신 점자를 배운 뒤 늘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롭거든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꿈꿀 수 있잖아요.” 책벌레 하선이는 서울맹학교 김은주 교장이 인정하는 이 학교 최고 우등생이다. 이번 대입에서도 하선이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 6곳에 원서를 냈다. 수능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하선이는 ‘EBS 문제집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점에 가서 EBS 교재를 마음껏 보고 고를 수 있는 비장애인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수능이랑 EBS 교재가 70%나 연계되잖아요. 우리는 점자로 된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EBS 교재가 처음 나온 뒤 6개월 정도 지난 8월에야 점자책이 나와요. 애가 탔죠. 안 보는 것보다 낫겠지 하면서 몇 년 전 점자책으로 공부하기도 했어요.” 결국 기다리다 못한 부모들이 직접 온갖 교재를 입력해 점자화하는 게 한국 시각장애 학생 교육의 현실이다. “텍스트 파일(한글 파일)만 있으면 점자책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외국에서는 점자책에 한해 저작권 문제없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출판사가 텍스트 파일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곳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권고’에 머물러 점자책을 만들려면 부모가 일일이 책을 보고 입력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딸을 위해 대학원에서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 양 아버지의 설명이다.○ 이제는 꿈을 꾼다, 교육 제도를 바꾸겠다는 꿈을… 부부는 결혼 전 ‘결혼하면 아이 셋을 낳아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둘째 딸 하선이의 장애를 보며 셋째 낳기가 겁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설령 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더라도 하선이처럼 키우면 된다고.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겠다고.” 하선이에겐 스물두 살 언니 외에 열한 살 남동생과 여덟 살 여동생이 있다. 다른 식구들은 장애가 없다. 하선이는 고1 때 인공 와우(달팽이관) 수술을 받아 그나마 왼쪽 귀로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김 양 아버지에게 “4남매라 돈이 많이 드시겠다”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욕심을 버리면 키울 수 있어요. 보통 학원비가 많이 들잖아요? 저흰 좋은 대학 가는 건 바라지 않아요. 대신 맛있는 걸 많이 사먹죠. 그래서 엥겔계수가 굉장히 높아요(웃음). 이게 행복이죠.” 하선이는 이번 대입에서 6개 대학 모두 교육학과에 원서를 냈다. “어떻게 하면 더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그는 어릴 적부터 엄마처럼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행정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다. “저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 제도를 만들고 싶어요.”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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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국어 31번 실화냐” 역대급 어려웠다

    “오늘 수능 국어 31번 실화냐.” “물리나 지구과학 시험 보는 줄 알았다.” 15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영역 홀수형 31번(3점) 문제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제였다. 수험생뿐 아니라 입시 전문가들도 “이번 수능에서 ‘최고난도’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문제는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지문 한 페이지를 다 읽은 뒤 만유인력에 대한 그래픽과 제시문을 해석하는 것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은 “여기서 ‘멘붕’이 왔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31번 문제뿐 아니라 올해 수능 국어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고 까다로운 지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고 김정민 군(18)은 “국어 탓에 숨이 막혔다”며 “비문학 지문이 길었는데 해석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서울예고 김정현 군(18)은 “국어가 진짜 어려웠다. 처음 시험지 받고서 해석이 안 돼서 쩔쩔매다 다음 과목까지도 머릿속에 국어가 맴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국어영역 1등급 컷이 사상 최초로 80점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두 번째로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행된 영어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 더 변별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학은 가형(이과)은 지난해보다 다소 쉬웠지만 나형(문과)은 좀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세종=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 김자현 기자}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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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 천문이론 결합… 우주론적 관점서 질문

    이번 수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국어 31번 문제는 우주론적 관점에서 ‘부피 요소’와 ‘밀도’, ‘만유인력’ 등의 개념을 설명한 보기와 문항을 제시해 수험생들로부터 과학탐구 문제를 방불케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31번 문제를 기점으로 이른바 ‘멘붕’을 겪고 페이스가 흔들렸다는 수험생도 다수였다. 해당 문제는 고대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시험지 한 장 분량에 해당하는 장문의 지문을 읽어야 풀 수 있었다. 31번 문제는 이 지문 가운데 뉴턴이 어떤 원리를 적용해 만유인력의 실재를 입증하였는지를 설명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다.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로 시작되는 장문의 보기를 제시한 뒤 이 보기를 참고해 관련 지문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국어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과학 지문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31번 지문은 EBS에서 다뤄진 적 있는 만유인력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중국 천문학 내용이 결합돼 있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문의 핵심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여서 올해 수능 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최고난도 문제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보통 번호 순서대로 문제를 푸는데 31번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해 뒤쪽 문제를 풀 시간 조절에 실패한 학생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세종=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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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제위원장 “작년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EBS와 70% 연계”

    이강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61·전남대 사학과 교수)은 15일 올해 수능 난도에 대해 “작년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도록 기조를 유지했다”며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가 유의미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출제 문항의 70%는 EBS 수능 교재·강의와 연계됐다. 이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1교시 국어영역 문제지에서 오탈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10일 새벽 수능 문제지 배송 준비를 완료한 상황에서 국어영역 문제지 두 곳의 오기를 발견했다”며 “물리적으로 재인쇄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정오표(正誤表·오기를 바로잡은 표)를 배부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이날 배부된 국어영역 문제지에는 12쪽의 지문 및 문제 보기 2곳에 걸쳐 ‘봄을 바라고’라는 표현이 ‘봄을 바라보고’라고 적히는 오기(誤記)가 발생했다. 검토위원장을 맡은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는 “검토진이 3차에 걸쳐 검토 과정을 거치고 그와 별도의 오탈자 확인작업도 하지만 980문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며 “차후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출제·검토진은 사상 처음으로 지진에 대비한 예비 문항을 만들어 출제 분량이 예년의 2배였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수능 이후 출제진들은 각자 일터로 돌아가게 된다”며 “(사용되지 않은) 예비 문항에 대한 보안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올해 수능 출제가 역대 최장인 총 46일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9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종=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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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국어영역에서 오탈자 발견…시험 시작시 정정공지

    15일 치러지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시험지에서 오·탈자가 발견돼 이에 대한 정정 공지가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1교시 국어영역 문제지에서 이 같은 오류가 발견돼 시험 시작시 수험생 개개인에게 문제지와 함께 정오표(正誤表)를 배부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정오표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게 안내한 표를 말한다. 교육부는 “시험문제 보안 상 구체적인 오탈자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정답을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칠만한 오탈자는 아니다”라며 “시험시간을 연장하거나 하지는 않고 정오표만 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일 전 해당 오류를 발견했으나 이미 시험지 인쇄가 시작된 이후라 수정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2010학년도 수능 당시 사회문화 영역에서도 인쇄 시작 후 오탈자가 발견돼 정오표가 제공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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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50점 널뛰기가 웬말인가”… 수능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8일 뒤면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매년 치러지는 시험인데도 이맘때쯤이면 늘 가슴이 서늘하다. 심장이 오그라들 듯한 극한의 긴장감을 안고 수험장으로 향했던 10대의 그날을 기억하기에, 같은 마음일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안쓰럽고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마흔이 다 돼가지만 수능을 보던 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능 전날 빨리 잠들어야 하는데 자정이 넘도록 잠이 안 와 초조했던 마음, 푸른 새벽 눈을 떠 창문을 열자 훅 하고 방에 들어오던 11월의 공기…. 아침 뉴스에서는 분명 예년보다 포근하다고 했는데 왜 그리도 춥던지. 수험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자꾸만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고사장에 앉았을 땐 천장이 통째로 내리누르듯 시험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에 지난 12년의 노력이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현기증이 났다. 그때는 지금처럼 수시 비중이 높지 않아 50명 한 반에 두세 명만 수능 전 대입이 정해지던 시절이다. 그만큼 모두에게 수능이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둘러보니 필시 20대로 보이는 덩치가 산만 한 어른들마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다 같은 마음이란 게 어쩐지 위로가 됐다. 가여운 우리 모두는 수능이라는 이 비인간적 시험을 떨지 말고 이겨내야 했다. 시험 초반엔 손이 떨려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답안지를 마킹할 정도였지만 갈수록 문제 풀이에 속도가 붙었다. 시험이 뭐랄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쉬웠다. 그날 밤 채점을 해보니 믿기 힘든 점수였다. 울음이 터졌다. 기쁨보다 서러움이 컸다. 학창시절 많은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우리의 12년이 고작 이것 때문이었다니…. 허망했다. 방 안에서 나는 꺼이꺼이 울었고 침통해하던 부모님은 점수를 듣고 함성을 질렀다. 축제는 하루 만에 끝났다.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다. 기자가 본 그 수능은 25년 수능 역사에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신화인 ‘역대급 물수능’인 2001학년도 수능이었다. 다음 날 일어나 뉴스를 보자 ‘만점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평균 점수는 20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충격적인 분석들이 쏟아졌다. 실제 그해 만점자는 66명에 달했고 그중 한 명은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에 떨어졌다. 그해 입시는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배불리 욕을 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음 해 수능은 어렵게 내겠다’고 공언했다가 이듬해엔 너무 어렵게 내 또 욕을 먹었다. 2002학년도 수능 점수가 전년보다 50점 남짓 폭락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쉬는 시간에 울음을 터뜨렸고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가는 일도 속출했다. 평가원은 항의 전화로 마비됐다. 한 고교 교사는 “올해 수험생들은 1/2+1/3은 5/6인데 이를 태연히 1/5이라고 하는 ‘이해찬 세대’인데 시험을 이렇게 어렵게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책망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교육은 늘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블랙코미디였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무 결론 없이 끝난 최근의 대입제도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별로인 수능과 더 별로인 학생부전형을 두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부조리가 10대 여고생이 아줌마가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공교육이 형편없고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사회라 두 가지를 넘어서는 대안적 평가는 논의조차 어렵다. 아이들이 힘든 건 전적으로 기성세대 탓이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수능을 앞둔 이날까지 버틴 학생들이 장하다. 부디 수능 날 모두 최고의 성과를 내 후회 없기를. 어른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수능의 기억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덜 긴장될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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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지진만은… 진땀 흘리는 수능 출제

    “25년 수능 역사에서 올해 같은 해는 처음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진땀을 흘렸다. 처음으로 △‘지진 리스크’에 대비해 수능 문항을 2배로 출제해야 했고 △이런 상황에서 출제 부담이 커져 출제 참여 교수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데다 △올 초 평가원이 충북 진천으로 이전하면서 휴직자가 늘어 직원도 부족한 상태로 삼중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평가원은 사상 첫 수능 ‘본문항’과 ‘예비문항’ 준비로 적잖이 애를 먹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그 뒤 올해 수능 계획 발표 때 ‘수능을 보다가 지진이 나 시험이 무효화될 것에 대비해 수능 문제지를 2개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출제진은 예년과 같이 수능 본문항을 출제하면서 동시에 수능 전 영역에 걸쳐 평가 목적과 난이도가 동일한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야 했다. 최근 경주와 김천 등 경북 일대에서 잇달아 작은 지진들이 발생하면서 교육부의 긴장감은 커졌다. 지난달 25일 경주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4일에는 김천에서 규모 2.5의 지진이 발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을 연결하는 3자 핫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이라며 “매일 지진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문제지를 2개 버전으로 만들어야 하는 탓에 출제 부담이 커지자 출제자 구성도 쉽지 않았다. 출제자들은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합숙을 하고, 가족과의 통화조차 허용되지 않아 일명 ‘감옥살이’로 불린다. 올해는 출제 분량이 늘면서 합숙 기간이 12일 더 늘어났다. 출제자와의 계약서에는 ‘지진 발생 시 합숙 기간이 7일 더 연장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까지 달렸다. 10월 1일 합숙에 들어간 올해 수능 출제진은 본문항 출제를 마친 뒤 예비문항 출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는 평가원뿐 아니라 교육부까지 나서 부총리 명의로 출제진 선발 협조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등 공을 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출제 문항 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오류 문항 검증 부담도 늘어났다. 최근 몇 년간 수능에서 잇따라 오류가 있는 문제가 나오면서 평가원과 교육부는 그 어느 때보다 조심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출제부터 문항 오류 검증, 인쇄와 시험지 보관,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수능 준비를 하는 만큼 사고 없이 끝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2월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서울 청사를 충북 진천으로 이전했다. 이런 탓에 평가원 직원들의 약 10%가 휴직하면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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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1∼3지망 신청… 연내 당첨 안되면 미달된 곳 직접 찾아야

    1일 ‘처음학교로’를 통한 내년도 유치원 입학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처음학교로는 학부모들이 직접 유치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원서를 내고 전산으로 추첨하는 유치원 입학 지원 시스템이다. 처음학교로가 처음 만들어진 건 2016년이지만 그동안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2.7% 수준에 그쳐 유명무실했다. 3년째를 맞은 올해 서울에선 유치원 10곳 중 8곳이 참여했다. 대다수 학부모가 난생처음 처음학교로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알쏭달쏭한 처음학교로의 세계를 문답으로 풀어봤다. Q.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A.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부터 해야 한다. 이때 보호자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지역별 유치원을 검색하면 지원 가능한 유치원 명단이 뜬다. 자녀 1명당 총 3곳을 골라 지원한다. 우선모집 대상(저소득층, 국가보훈, 탈북주민 자녀 등) 원서 접수는 1일부터 6일까지다. 추첨 결과는 12일 발표된다. 일반모집 원서 접수는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며 12월 4일에 추첨 결과를 공개한다. 원서 접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방과 후 과정 지원을 위한 맞벌이 관련 서류 등 증빙서류는 반드시 원서 접수 기간 내에 유치원에 가서 내야 한다. 증빙서류를 내지 않으면 당첨됐어도 취소될 수 있다. Q. 모든 유아가 3곳까지 지원 가능한가. A. 현재 유치원을 다니면서 다른 유치원에 입학하려는 유아는 2곳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의 재원생 정보는 이미 전산에 등록돼 있어 2곳 이상 지원이 불가능하다. 다만 현재 다니는 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재원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3곳까지 지원할 수 있다.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아 오프라인으로만 입학 신청을 받는 유치원이라면 3곳 이상도 지원 가능하다. Q. 올해 달라진 게 있나. A. 중요한 변화가 있다. ‘희망순 추첨제’ 도입이 그것이다. 지난해까진 우선순위 없이 유치원 3곳을 골라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1∼3순위 선호도를 학부모가 직접 정하도록 했다. 선발 추첨은 1순위 그룹을 대상으로 먼저 진행한다. 만약 1순위 지원자가 정원보다 크게 넘치면 2, 3순위 지원자들은 후순위 대기 번호를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입학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처음 신청할 때 아이가 어떤 유치원에 다니면 좋을지 신중하게 살펴본 뒤 순위를 매겨야 한다. Q. 추첨은 어떻게 진행하나. A. 무작위 전산추첨 방식이다. 1순위 그룹부터 2, 3순위 그룹 순으로 시스템을 돌려 정원만큼 당첨 처리한다. 정원이 넘어가면 대기 1번, 대기 2번 식으로 대기자 번호가 부여된다. 당첨자가 등록을 포기하면 자동으로 대기 번호순으로 등록 가능 상태가 된다. 등록 가능 상태로 바뀌면 보호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이때부터 3일 내에 등록하지 않으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니 유의해야 한다. Q. 대기 번호는 언제까지 유효하고, 아무 곳에도 당첨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대기 번호는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 만약 그때까지 당첨된 곳이 없으면 학부모가 직접 미달된 유치원이나 보육기관을 찾아야 한다. 내년도 1월 1일 이후 추가모집 기간에는 유치원 재량으로 입학생을 뽑는다. 처음학교로 시스템은 신입학 시기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학기 중 이사 등으로 유치원을 바꿔야 할 때는 개별 유치원에 문의해야 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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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사립유치원 82%, 부산은 5%…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 ‘처음학교로’ 참여 극과 극

    그동안 온라인 유치원 입학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외면하던 사립유치원들이 정부가 재정지원 불이익 방침을 밝히자 대거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특히 서울의 경우 참여율이 80%를 넘어 앞으로 유치원 추첨을 위해 ‘공뽑기’를 해야 했던 부모들의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 대전 충북 등은 여전히 5∼6%대에 그쳐 지역별 편차가 컸다. 교육부는 참여 저조 지역 상황을 고려해 이달 15일까지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 모집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학부모 3분의 2의 동의 없이는 사립유치원이 휴업이나 폐원을 할 수 없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즉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모집 중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방침을 명문화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마감한 전국 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은 세종과 제주가 각각 100%, 충남 93.33%, 서울 81.99% 등이었다. 반면 대전(6.59%) 충북(5.88%) 부산(5.0%) 등은 한 자릿수 참여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사립유치원 1265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전국 평균 참여율은 30.9%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처음학교로 참여 요청에 ‘영세 사립유치원에 불리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집단 거부해왔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유치원 비리 파문이 번지면서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많은 사립유치원이 참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처음학교로 불참 시 해당 유치원에 △월 52만 원의 원장 인건비 지원금 △학급당 월 15만 원의 운영비를 끊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의 참여율이 크게 오른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강성지부’가 주도하는 부산 등은 사실상 처음학교로 참여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모양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끝까지 불참하는 사립유치원에는 원장 보조금·학급 운영비 중단 등 조치와 함께 공모사업 배제, 특별감사 등을 통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유치원장이 임시휴업을 하려면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 및 학부모 동의 3분의 2 이상을 얻고 돌봄 수요에 대응할 계획도 세워야 한다. 폐원 신청 역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서를 첨부해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날까지 폐원 움직임을 보인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총 18곳이다. 교육부는 “인근 유치원에 수용계획을 마련하고 그것도 힘들면 지역 병설유치원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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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대’ 국가장학금 신청학생 46%가 최상위층

    이른바 ‘SKY대’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재학생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의 46%가 소득분위 최상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은 6%에 그쳤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1학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 소득분위 산출현황’에 따르면 장학재단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3개 대학 학생은 전체 재학생의 43%였다. 이들이 제출한 소득증명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적 계층을 구분해 본 결과 기초생활수급자(739명·3%) 및 차상위계층(682명·3%)은 6%에 불과했다. 반면 최상위층인 9분위(3987명·16%)와 10분위(7243명·30%) 학생은 절반에 육박하는 46%에 달했다. SKY가 아닌 다른 대학 재학생의 평균 소득분포는 저소득층이 8%, 최상위층이 25% 수준이었다. 명문대일수록 가정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학생이 많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는 교육 현장에서마저 부모의 재력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교육부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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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원장님, 나쁜 짓 했죠’ 따지는 판이니…”

    25일 정부의 고강도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전국의 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모집정지 및 폐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그중 경기 광주에서 6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A 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내년부터 만 3세 신입원아 모집정지 통보를 한 소식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A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광주지역 전체 유아의 절반이 다닌다는 사실에 경기도교육청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교육부가 직원을 급파했다. 일각에서는 A 이사장이 6개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업형’이라며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무기 삼아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 중 1곳은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A 이사장은 정말 ‘장사꾼’일까? 그래서 고강도 대책이 나오자 모집정지 선언을 한 걸까? 25일 밤 A 이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내년부터 만 3세 신입원아를 모집 정지한다고 들었다. “경기 광주지역에서 유아교육을 한 지 23년째다. 23년 동안 6개 유치원을 세웠고 광주 지역 유아 절반이 우리 유치원에 다닌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 뒤 하루아침에 ‘비리 원장’이 됐다. 일곱 살 아이들이 뉴스를 보고 아침에 나한테 ‘원장님 나쁜 짓 했죠’ ‘내 돈으로 노래방 갔죠’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들으니 자괴감이 들었다.” ―감사에서 적발된 건 사실 아닌가. “억울하다. 23년간 유치원 하면서 이전에도 감사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문제없다던 게 갑자기 2013년 이후 감사에서 문제라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다. 어느 날 갑자기 감사관이 와서 ‘이것은 틀렸다’고 하는데 당혹스러웠다. 우린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었다.” ―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설립자에게 수천만 원을 무단 이체하는 등 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적발된 게 많다. “23년간 유치원 6개 세우는 데 200억 원 투자했다. 국가에서 10원도 지원받지 않고 내 사비 털어서 지금까지 했다. 그런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유치원에서 400만 원씩 가져갔다고 감사 적발된 것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왜 가져갔느냐는 게 교육부 논리다. 난 정말로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유치원 회계에 대한 규칙은 2017년 9월 처음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사는 공립유치원 기준을 잣대로 감사했다. 그런데 200억 원 들여 유치원 세운 나랑 공립유치원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국가는 내 잘못이고 보전하라고 해 다시 돈을 다 채워 넣고 시정명령에 따랐는데 몇 년 지나 2018년에 터뜨리고 ‘비리 유치원’이라고 그런다.” ―정부로부터 누리과정 지원금·각종 보조금 받지 않나. “자꾸 누리과정 지원금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준 것 아니지 않나. 학부모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찮으니까 유치원에 한 번에 다 넣어준 것 아닌가. 누리과정 지원금 없었으면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았을 돈이다. 우리는 대리수령만 했다. 정치가들이 표 얻으려고 학부모들에게 22만 원씩 지원하고 나서 왜 그걸 사립유치원이 횡령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치원이 여럿인데 8개월 전 60억 원을 들인 새 유치원은 왜 설립했나. “처음 유치원을 시작한 건 광주지역에 우리 아들이 다닐 유치원이 없어서였다. 유치원도 없고 계속 (추첨에) 떨어져 차라리 내가 하나 세우자 한 거다. 이번에는 광주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데 유치원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기존의 우리 유치원 대기자가 400명이 넘어갔다. 교육청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그쪽에 미리 사둔 땅이 있어 건물을 지었다. 나는 사립이니까 (아껴서) 60억 원 들여 지었지 공립은 (정부 돈으로 하니까) 단설 하나에 100억 원을 들여 지어야 한다. 연간 운영비도 10억∼20억 원이 든다. 내가 지은 단설 유치원 6개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600억 원 들여 건물 짓고 연간 최대 120억 원을 투자해야 운영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다음 세대에 지울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아이들도 줄어드는데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도 돈이 벌리니까 유치원 계속 한 것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서 했다. 돈만 따지면 내가 유치원 다 폐원하고 요양병원으로 바꾸면 한 달에 4000만 원씩 임대료 들어오는데 그게 낫지 않겠나? 그래도 유치원 필요한 곳 있고 애들 뛰어노는 모습 보는 게 좋아서 한 거다. 그런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지금 6개 유치원 중 3곳은 정원이 60∼70% 정도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폐원해도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립유치원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곧 폐원할 사립유치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런데 왜 국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계속 엄포만 놓으며 우리가 흉악범도 아닌데 때려잡겠다는 얘기만 한다.” ―유아교육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제일 답답한 게 국가의 획일화다. 누리과정 들어오고 나서 교재가 생겼다. 유치원은 원래 교재가 있으면 안 된다.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교구를 이용하고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대신한다. 예를 들어 숲에 있는 유치원이라면 주 1회 숲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책으로 숲을 배우고 숲 교육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된다. 이번 비리유치원 파문이 가라앉아도 아이들에게 이미 유치원장은 나쁜 사람이 돼버렸다. 유치원 문을 닫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자로서의 명망이 다 깨져버렸다는 거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빠져주고 국가가 대신 하겠다니 많은 예산 들여 고용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모든 사립유치원장 마음이 같다고 본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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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장님 나쁜 짓 했죠” 아이들 한마디에…‘1등 자부’ 물거품

    정부는 25일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국공립유치원 내년 증설목표 2배로 확대’ 등 고강도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다. 당장 이날 저녁부터 전국 각지에서 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모집정지 및 폐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경기 광주에서 6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A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내년도 만 3세 신입원아를 모집정지한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었다. 광주 지역 전체 유아의 절반이 A이사장의 유치원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기교육청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교육부가 직원을 급파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경기교육청은 “폐원 신청 공문이 정식 접수되지 않아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도 해당 6개 유치원 주변 공립 병설유치원에 학급 증설 계획을 세우는 등 대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A이사장이 6개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업형’이라며 지역에서의 유아 수용 영향력을 무기 삼아 정부를 상대로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 중 1곳은 지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A이사장은 정말 ‘장사꾼’일까? 그래서 고강도 대책이 나오자 모집정지 선언을 한 걸까? 국민의 시선에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A이사장 등 사립유치원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25일 밤 그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이뤄졌다. ―내년부터 3세 신입원아를 모집정지한다고 들었다. 이유가 궁금하다. “경기 광주 지역에서 유아교육한지 23년째다. 23년 동안 6개 유치원을 세웠고 광주 지역 유아 절반이 우리 유치원에 다닌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 공개 뒤 하루 아침에 ‘비리 원장’이 됐다. 일곱 살 짜리 애들이 뉴스를 보고와서 아침에 나한테 ‘원장님 나쁜 짓 했죠’ ‘가방샀죠’ ‘노래방도 갔죠’ 그런다. 어떻게 더 하란 말인가. 이런 말 들으며 하고 싶겠나. 자괴감이 든다.” ―감사에서 적발된 건 사실 아닌가. “억울하다. 23년간 유치원 하면서 이전에도 감사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문제없다던 게 갑자기 2013년 이후 감사에서 문제라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다. 어느 날 갑자기 시민감사관이 와서 ‘이것은 틀렸다’ ‘이것도 틀렸다’ 하는데 당혹스러웠다. 우린 하던대로 했을 뿐인데. 지금까지 사립유치원들이 유아교육을 100년, 110년동안 책임지다시피 했는데 국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혁명군, 해방군처럼 나타나 감사를 해놓고 시정잡배보다 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설립자에게 수천 만 원을 무단이체 하는 등 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적발된 게 많다. 급식 운영 부적정으로 87만여 원 보전하라는 처분도 받았던데…. “23년 간 유치원 6개 세우는데 200억원 투자했다. 국가에서 10원도 지원받지 않고 내 사비 털어서 지금까지 했다. 가장 최근에 개원한 곳은 8개월 전에 문 열었는데 60억원 들었다. 그런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작은 유치원에서는 150만 원, 큰 유치원에서는 250만 원 씩 가져갔다고 감사 적발 된 것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왜 가져갔냐는 게 교육부 논리다. 난 정말로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유치원 회계에 대한 규칙은 2017년 9월 처음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사는 공립유치원 기준을 잣대로 감사했다. 그런데 200억 들여 유치원 세운 나랑 공립유치원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국가는 내가 잘못이고 보전하라고 하길래 다시 돈 다 채워넣고 시정명령에 따랐다. 그런데 이미 다 처리 한 것을 몇 년 지나 2018년에 터뜨리고 ‘비리 유치원’이라고 그런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200억원 투자해 유치원 세운 사람인데 87만원 급식비 떼어 먹자고 회계부정 저질렀을까? 행정실수였다. 초중고에는 회계 담당하는 행정직원 있지만 유치원은 그런 것 없다. 급식비는 급식비 계정에 써야하고 간식비는 운영비 계정에 써야하는데 그걸 잘못 썼다. 그게 또 감사 지적사항에 걸렸다. 휴대전화 요금 썼다고 지적받은 것도 그렇다. 유치원에 선생님들과 함께 쓰는 업무용 공용 휴대전화가 있는데 그게 내 명의로 돼 있었다. 그 요금을 냈다가 걸렸다. 그런데 그런게 안된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고의가 아니였다고 아무리 말해도 원장의 비리라고 한다. 지금 사립유치원은 다 비리 집단이 되어버렸다.”―정부로부터 누리과정 지원금·각종 보조금 받지 않나. “자꾸 누리과정 지원금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준 것 아니지 않나. 학부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찮으니까 유치원에 한번에 다 넣어준 것 아닌가. 누리과정 지원금 없었으면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았을 돈이다. 우리는 대리수령만 했다. 정치가들이 표 얻을려고 학부모들에게 22만 원씩 지원하고 나서 왜 그걸 사립유치원이 횡령했다며 도둑놈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처음에 누리과정 지원금을 유치원에 줄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 정부는 사립유치원이 무한의 공공성을 가지고 하라는 건데 우리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인가 싶다. 차라리 내가 이 돈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장학재단 이사장을 했으면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다.”―무슨 돈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유치원을 6개나 세웠나. “원래 돈이 좀 있었고 공대 나와서 학원을 운영하며 또 벌었다. 건설업도 하고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물론 아이들이 많았던 초창기에는 유치원에서도 벌었지만 그건 많지 않았다. 처음 유치원을 시작한 건 광주 지역에 우리 아들이 다닐 유치원이 없어서였다. 하도 유치원이 없고 계속 (추첨에) 떨어져서 차라리 내가 하나 세우자 한거다. 이후 석·박사학위는 유아교육 전공으로 했다. 우리 아이 셋이 다 우리 유치원 나왔다. 그런데 이번 비리 유치원 파문 일면서 아이들 친구들도 날 어떻게 볼까 싶고…. 온 국민에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힌 이상 접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세웠을까.”―유치원이 여럿인데 8개월 전 60억 원을 들인 새 유치원은 왜 설립했나.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 자부했다. 그런데 새 아파트가 들어오는데 그쪽 유치원이 대책이 없었다. 그쪽 아이들 때문에 우리 기존 유치원 대기자가 400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몰려오는데 교육청은 나몰라라 하고 있고…. 사실 그쪽에 내가 미리 사둔 땅이 있었다. 그래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나 말고 또 다른 유치원이 하나 더 들어오기로 돼 있었는데 그 쪽은 설립을 포기했고 나만 했다. 그런데 이 지경이 된 거다. 지금도 우리 유치원 대기자가 많은데 돌이켜보면 (설립을 포기했던) 그 사람이 현명했던 것 같다.” ―왜 국가에선 공립 단설유치원을 짓지 않았나. “내 말이 그 말이다. 국가가 거기에 단설을 지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돈이 없지 않냐. 나는 사립이니까 (아껴서) 60억 원 들여서 지었지 공립은 (정부 돈으로 하니까) 단설 하나에 100억 원을 들여 짓는다. 짓는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단설 하나 지으면 연간 운영비가 10~20억 원이 든다. 내가 지은 단설 유치원 6개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600억 원 들여 건물 짓고 연간 최대 120억 원을 투자해야 운영된다. 그걸 지금 사립들이 해 왔는데 정부는 저렇게 큰소리만 치고 사립을 도둑으로 만들었다. 지금 국가가 책임지고 유아 교육하겠다고 하는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근데 해보면 알거다. 1조 원만 필요한 게 아니고 유지비는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국가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다음 세대에게 지울지 모르겠는데 단설유치원 많이 지으면 나중에 아이들도 줄어들텐데 엄청난 부담이 된다.”―그래도 돈이 벌리니까 유치원 계속 한 것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서 했다. 사실 새 유치원 지을 때도 사람들이 요양원 하라고 했다. 그래도 난 노인보다 아이들이 좋아서 유치원 지었다. 내가 유치원 다 폐원하고 요양병원으로 바꾸면 대박 날거다. 한달에 4000만 원씩 임대료 들어올텐데 그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 필요한 곳 있고 애들 뛰어노는 모습 보는 게 좋아 한 거다. 그런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사실 6개 유치원 중 3곳은 정원이 60~70% 정도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폐원해도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립유치원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곧 폐원할 사립유치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런데 왜 국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계속 엄포만 놓으면서 우리가 흉악범도 아닌데 때려잡겠다는 얘기만 한다.” ―아이들이 좋아서 유치원 했다면 아이들 생각해서 폐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폐원 신청하지 않고 모집정지하겠다고 한거다. 당장 문닫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 다만 앞으로 국가가 하겠다고, 사립유치원은 빠지라고 하니 지금 다니는 아이들까지만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거다. 나중에 아이들 갈데 없지 않게 먼저 얘기해 준 것 뿐이다. 교육자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폐원이 아닌 모집정지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교육청과 모집정지 얘기할 때 그랬다. 만약에 정말로 광주 지역 아이들이 수용이 안 되면 당분간 1~2년 더 3세 신입원아 받겠다고 말했다. 걱정인 것은 요즘 같은 저출산에 60억 원이나 들여 누가 유치원을 하겠냐 하는 거다.”―야속함 느끼는 주변 사립유치원장들 많나? “내가 아는 많은 원장님들이 내년에 원아모집 안한다고 한다. 그냥 받지 말고 단계적으로 문 닫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 없어 유치원으로 돈도 별로 못 버는데 뭐하러 비난까지 받아가며 하나? 감사 받고 회계기준 생기면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기준도 없던 몇 년 전 감사결과 터트리며 적폐집단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 사립유치원이 전체 유치원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정청 회의에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관계자나 유아교육 교수 한 명이라도 참여시켰나? 아니다. 우리가 물건 파는 사람도 아닌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받을 각오를 하라니 우리가 정말 흉악범인가보다.”―유아교육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제일 답답한 게 국가의 획일화다. 누리과정들어오고 나서 뭐가 생긴 줄 아나. 교재가 생겼다. 유치원은 원래 교재가 있으면 안된다. 영역 수업을 하고 그 다음에 교사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교구를 이용하고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생겨버렸다. 예를 들어 숲에 있는 유치원이라고 하면 주 1회 정도 꼭 숲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책으로 숲을 배우고 숲교육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거다. 공립유치원들은 사고날까봐 현장학습도 안한다. 만약 사고가 생기면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교장들은 연금이 없어지는데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하고 싶겠나 싶다. 이번 비리유치원 파문이 가라앉아도 이번에 받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겠나. 아이들에게 이미 유치원장은 나쁜 사람이 돼 버렸다. 유치원 문을 닫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자로서의 명망이 다 깨져버렸다는 거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빠져주고 국가가 대신 하겠다니 많은 예산 들여 고용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모든 사립유치원장 마음이 같다고 본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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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정 “유치원 집단휴원-폐원땐 경찰고발”

    정부가 25일 강도 높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자 일부 유치원이 폐원 방침을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의 ‘힘겨루기’에 자칫 아이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는 2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체 회계 장부를 쓰던 사립유치원들은 2020년 3월부터 국공립유치원이 쓰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모든 초중고교와 국공립유치원들은 에듀파인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교육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만 예외였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낸 원비를 쌈짓돈처럼 써왔다. 내년까지 국공립유치원 학급 1000개도 확충한다. 당초 2022년으로 설정했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올해 25.5%)를 2021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사립유치원이 정부 대책에 반발해 집단 휴원이나 폐원을 시도할 경우 경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보조금으로 전환해 이를 유용하면 처벌한다. 이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감사 결과 지적을 받은 사립유치원 실명을 밝히고 홈페이지에 처분 내용을 담은 자료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도 앞으로 정부 보조금을 100만 원만 부정 수급해도 어린이집 이름과 주소, 원장 성명, 위반행위 등을 공표하기로 했다. 이날 경북 포항시의 한 사립유치원이 폐원 신청을 접수시켰다가 반려됐고, 충북 청주시의 한 유치원도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겠다고 청주교육청에 통보했다. 경기도의 사립유치원 7곳, 충남지역 2곳도 폐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김호경 kimhk@donga.com·임우선 / 광주=이경진 기자}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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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유치원 “내 재산 인정 못받는데 계속 해야하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곳곳에서 사립유치원 폐원 움직임이 감지돼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방안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을 제시했지만 그간 사립유치원 분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설립자의 사유재산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정부 조치에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설립자 및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 방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시 관내 사립유치원 6곳과 부천시 사립유치원 1곳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2019학년도 만 3세 원아모집을 정지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특히 광주 관내 6개 유치원의 설립자는 모두 동일 인물로, 해당 유치원의 만 3세 정원은 19학급 3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유치원들이 정식으로 폐원 인가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공립 병설유치원에 총 14개 학급을 증설하는 대책을 세웠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 비상대책본부에 직원을 급파했다. 다른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도 폐원 절차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사립유치원 1곳이 공문을 통해 포항교육지원청에 폐원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일단 반려한 상태”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16학급 307명 규모의 한 유치원도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12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에서도 서산과 천안 지역 사립유치원 각각 1곳이 학부모들에게 ‘내년 2월에 폐원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모집 중지 및 임의 폐업을 하는 유치원에는 정원 감축 및 경찰 고발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유치원 단체가 집단 휴원을 조장할 경우 공정위 조사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내 재산을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유치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전국 교육청에 익명으로 폐원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유치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유치원 설립 당시 설립자가 건물과 토지, 교구 등에 사유재산을 투자한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은 본인의 교사와 교지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인가를 요청한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법상 공적 사용의 대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 청주교대 교수는 “노르웨이의 경우 사립유치원에 5% 정도 합법적 이윤을 보장해주되 나머지에 대해선 완전한 관리감독을 한다”며 “편법적인 이윤 남기기를 막기 위해서는 절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 / 서산=지명훈 / 청주=장기우 기자}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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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조치 경악, 생존 불가능”…사립유치원이 반발하는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곳곳에서 사립유치원 폐원 움직임이 감지돼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당정은 이날 방안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을 제시했지만, 그간 사립유치원 분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설립자의 사유재산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정부조치에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설립자 및 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 방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시 관내 사립유치원 6곳과 부천시 사립유치원 1곳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2019학년도 만3세 원아모집을 정지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특히 광주 관내 6개 유치원의 설립자는 모두 동일인물로, 해당 유치원의 만3세 정원은 19학급 3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교육청은 “이들 유치원이 정식으로 폐원 인가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인근 공립 병설유치원에 총 14개 학급을 증설하는 대책을 세웠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경기교육청 비상대책본부에 직원을 급파했다. 다른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도 폐원 절차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사립유치원 1곳이 공문을 통해 포항교육지원청에 폐원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일단 반려한 상태”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 16학급 307명 규모의 한 유치원도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12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은 “정식 공문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폐원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도 서산과 천안 지역의 사립유치원 각각 1곳이 학부모들에게 ‘내년 2월 폐원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모집중지 및 임의 폐업하는 유치원에는 정원감축 및 경찰고발 등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유치원 단체가 집단 휴원을 조장할 경우 공정위 조사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내 재산을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유치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전국 교육청에 익명으로 폐원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유치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유치원 설립 당시 설립자가 건물과 토지, 교구 등에 사유재산을 투자한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은 본인의 교사와 교지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인가를 요청한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법상 공적 사용의 대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유재산 갈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에듀파인을 도입해도 일부 유치원이 본전을 찾으려 돈을 빼돌리는 꼼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 청주교대 교수는 “노르웨이의 경우 사립유치원에 약 5% 정도 합법적 이윤 보장을 해주되 나머지에 대해선 완전한 관리감독을 한다”며 “편법적인 이윤 남기기를 막기 위해서는 절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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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고강도 대책에…“폐원하겠다” 일부 반발

    정부가 25일 강도 높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자 일부 유치원들이 폐원 방침을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사립유치원간의 ‘힘겨루기’에 자칫 아이들 피해가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는 2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체 회계 장부를 쓰던 사립유치원들은 2020년 3월부터 국공립유치원이 쓰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모든 초중고와 국공립유치원들은 에듀파인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교육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만 예외였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낸 원비를 쌈짓돈처럼 써왔다. 내년까지 국공립유치원 학급 1000개도 확충한다. 당초 2022년으로 설정했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올해 25.5%)를 2021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사립유치원이 정부 대책에 반발해 집단휴원이나 폐원을 시도할 경우 경찰고발, 공정위 조사 등으로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감사결과 지적을 받은 사립유치원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고 홈페이지에 처분내용을 담은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포항의 한 사립유치원이 포항교육지원청에 공문을 통해 폐원 신청을 접수했으나 관련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됐다. 청주시의 한 유치원도 12월 말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겠다고 청주교육청에 통보했다. 경기도 광주시의 사립유치원 6곳과 부천시의 1곳도 최근 폐원의사와 함께 내년도 원아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충남 서산과 천안에선 한곳씩 내년 2월 폐원하겠다고 학부모에게 통보한 상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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