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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광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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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칼럼100%
  • 저축銀 이어 창투사 비리… 경찰 128억 횡령 혐의 제일창투사 회장 영장신청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자금 128억 원을 횡령하고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허위로 매출액을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로 제일창업투자회사 허모 회장(60)에 대해 1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제일창투 외에 다른 창업투자회사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허 회장은 회삿돈 128억 원을 빼돌려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건설사의 어음 83억 원을 결제하고, 개인소득세 40억 원과 범죄추징금 5억 원을 납부하는 데 사용한 혐의다. 허 회장은 제일창투가 경영 악화로 2009년 연매출이 4억7000여만 원에 그치자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 투자계약서와 회사통장 등을 위조해 7배에 가까운 30억8000만 원으로 부풀린 혐의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연매출이 3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된다. 1990년 설립된 제일창투는 자본금 340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한국거래소는 제일창투가 그동안 분식회계를 통해 매출액을 속인 사실을 파악하고 올해 4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고 현재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제일창투가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경영상태를 부풀려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며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결국 상장폐지까지 몰려 1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소액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제일창투 외에도 일부 창투사에서 횡령과 분식회계 등 비리가 있다는 정황을 다수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현재 창투사는 총 104곳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벤처캐피털의 과장 광고에 속아 재산을 날린 서민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며 “일부 금융기관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를 집중 수사해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금융기관 수사 외에도 교통안전공단 본사와 군납 식품업체 5곳을 연이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교통안전공단 임직원들이 회삿돈 16억 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납업체들은 건빵이나 햄버거용 빵을 군부대에 납품하기 위해 방위사업청 입찰에 참여하면서 납품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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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 金메달감’ 일가족

    800억 원어치의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사들인 뒤 국내 귀금속 상가에 몰래 팔아 87억 원의 세금을 빼돌린 모자(母子)가 경찰에 적발됐다.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 같은 혐의로 이모 씨(60·여)를 구속하고 이 씨의 아들 등 친인척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4년부터 4년간 K아연 등 제련업체 4곳에서 수출용 귀금속 원료로 쓰겠다며 금괴 5.3t(시가 800억여 원)을 사들여 부가가치세 75억여 원을 면제받은 뒤 국내 귀금속 업자들에게 판 혐의다. 이 씨는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면 관세를 돌려받는 점에 착안해 허위 수출계약서를 세관당국에 내고 12억 원을 부정 환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에서 20년가량 귀금속상을 운영해온 이 씨는 현행 귀금속 수출 관련 법규의 허점을 교묘히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한국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수출용으로 금괴를 매입하면 부가세가 면제되고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씨는 우선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 6명을 바지사장으로 고용해 귀금속 도매상을 세운 뒤 제련업체에서 면세용 금을 사들였다. 경찰은 “국세청 규정상 귀금속 관련 회사만 설립하면 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살 수 있도록 추천을 받을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절차가 간소화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사들인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는 조건으로 75억 원의 면세 혜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세운 귀금속 업체를 통해 금괴를 국내에 유통시켰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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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오 경찰청장 “등록금 관련 집회 가급적 허용 검토”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최근 ‘반값 등록금’ 촉구 집회와 관련해 집회 신고를 무조건 금지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집회가 금지된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려 해 금지 통고를 해왔지만 가급적 허가하는 쪽으로 전향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계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경우 청계천 주변에 일반 시민이 접근하는 게 어려워진다는 이유를 들어 2008년 이후 집회 신고를 해도 허가하지 않았다. 조 청장은 “등록금 시위로 도로가 몇 시간씩 점거되는 불법 행위가 없진 않았지만 보름간의 집회가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돼 (청계광장 집회 허가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청와대 행진이나 도로 점거 등 경찰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아 허가가 쉽지 않다”며 “나도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학비가 싸지면 좋지만 반값 등록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치권이 중지를 모으는 와중에 거리로 나와 불법 시위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또 불허 상태에서 진행되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야당 지도부 등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국회의원들에겐 손을 못 대고 있다”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경찰이 센 사람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면 누가 법질서를 지키려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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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수사개시권 등 관철 위해 총경이상 간부들 몸던질 각오를”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하는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등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개시)권 등을 주기로 한 여야 합의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총경 이상 간부들은 몸을 던지는 헌신적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26일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모든 지방청장과 경찰서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자신의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라며 “각 지역 국회의원이나 사개특위 위원 등에게 우리의 입장과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주요 골자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고 “경찰은 검찰의 지휘에 복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 사개특위가 최근 특수수사청 설치 등 검찰의 핵심 개혁방안을 백지화할 조짐이 보이자 조 청장이 여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찰의 수사권 명문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조 청장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현재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것은 현실을 법에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경찰이 준법 투쟁하듯 사건마다 검찰에 ‘수사를 할까요, 말까요’를 물어본다면 수사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지난달 20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기존 법안을 “사법경찰관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고쳐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6일 사개특위 검찰소위에서 일부 여당의원이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종전보다 강화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개악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 일부 의원이 경찰이 수사 이전 내사단계부터 검찰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며 “이 경우 검사 등 법조인 비리를 수사할 때 외압의 소지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경찰은 서민과 맞닿아 있는 1차 수사기관인 만큼 임의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에 대한 통제장치를 두지 않으면 서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은 기존에 밝힌 대로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등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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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오청장 “유성기업 파업에 외부세력 개입”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25일 최근 충남 아산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 “이번 파업에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가담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행 노조원을 조사한 결과 공장을 점거하던 노조원들 사이에서 ‘외부세력이 설쳐대 무섭고 겁난다. 경찰이 빨리 꺼내줬으면 좋겠다’는 진술이 많이 나왔다”며 “파업을 지원하러 유성기업에 들어간 외부 세력이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일 수도 있고 별도의 이적단체에 가입된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면밀히 조사한 뒤 법대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성기업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 사건을 수사하는 충남 아산경찰서는 25일 노조 지회장 김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지회장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달아난 이 노조 쟁의부장 김모 씨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지회장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18일부터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비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다. 경찰은 24일 시위 현장에서 노조원 500여 명을 연행해 이 중 단순 가담자 400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100여 명은 아산서 등 인근 경찰서에 나눠 입감 조치했다. 입감된 100여 명은 유성기업 전현직 노조 간부 30여 명, 외부 가담자 40여 명, 파업 또는 경찰 연행 과정에서 과격한 행동을 한 적극 가담자 20여 명 등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 20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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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받침 방패’ 파출소를 부탁해

    경찰이 취객이나 괴한의 난동에서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해 ‘책받침 방패’를 도입했다. 책받침 방패는 2008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것. 2006년 일본 도쿄시내의 한 파출소에서 경찰관 3명이 흉기를 들고 난입한 괴한과 몸싸움을 벌이다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년에 걸친 고민과 연구개발 끝에 나온 것이 ‘책받침 방패’다. 이 방패는 평소 사무실에서 책받침으로 쓰다가 흉기로 공격을 받으면 즉시 방패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크기는 A4용지보다 약간 큰 가로 23cm, 세로 45cm. 책받침 뒷면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유사시 손에 끼고 방어를 할 수 있다. 재질은 항공기 유리창을 만들 때 쓰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이라 예리한 칼로 찔러도 뚫리지 않을 정도다. 우리 경찰이 책받침 방패를 전격 도입하기로 한 것은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파출소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도로변에 있는 파출소의 경우 행인이 갑자기 들이닥쳐 흉기를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며 “업무 중 돌발 상황에서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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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무기 개발 과학자, 지구 살리기 전도사로

    “꽃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한데 저는 그동안 사람을 죽이는 길을 걸어왔죠. 이젠 생명을 살리는 길을 가려 합니다.” 평생 무기 개발을 해오던 과학자가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국토 종단 걷기에 나섰다. 전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부장 김재훈 박사(53)는 정년을 10년 앞둔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김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K-21 장갑차와 30mm 자주 대공포 등 신무기를 개발했다. “무기 만드는 데 젊음을 바쳤는데 어느 날 내가 살상도구를 만들고 있다는 회의가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쓰려고 합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7일부터 전남 고흥에서 35일 일정으로 국토 종단을 시작했다. 이 국토 종단에는 환경단체 회원과 일반인 등 70여 명이 동참했다. 올해 초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철학과 함께 ‘지구 살리기 국토 종단’ 계획을 올리자 이를 본 누리꾼들이 동참한 것이다. 김 박사 일행은 시골길을 걸으며 자연이 무참히 파괴되는 현장을 무수히 마주쳤다. 분리수거가 안 된 채 뒤죽박죽된 쓰레기 더미, 논두렁에 수북이 쌓인 비료 포대, 가축 분뇨가 떠다니는 개울 등 농촌의 환경오염은 도시 못지않았다. 골프장 개발 때문에 산이 통째로 파헤쳐진 곳도 많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은 무덤으로 뒤덮여 있었다. 김 박사는 “환경오염은 도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골은 환경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걸으며 즉석 강의를 통해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과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15일에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고등학교를 지나다 축구 경기 중인 고교생들에게 게릴라 강의를 열었다. “최근 100년간 지구 온도가 0.8도 올랐는데 사람으로 치면 체온이 2도나 오른 거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지구가 지독한 독감에 걸렸네요’라며 관심을 보이더군요.” 김 박사 일행은 다음 달 11일쯤 목적지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인간은 살기 위해 자연을 해치지만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며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이슬에 반짝이는 이름 모를 들꽃, 무논에서 재잘거리는 개구리 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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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무기과학자

    "꽃 한포기, 벌레 한 마리 생명도 소중한데 저는 그동안 사람을 죽이는 길을 걸어왔죠. 이젠 생명을 살리는 길을 가려합니다." 평생 무기 개발을 해오던 과학자가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국토 종단 걷기에 나섰다. 전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부장 김재훈 박사(53)는 정년을 10년 앞둔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김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K-21 장갑차와 해군 전자전 장비 등 신무기를 개발했다. "무기 만드는 데 젊음을 바쳤는데 어느 날 내가 살상도구를 만들고 있다는 회의가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죽어가는 지구와 생명을 살리는 데 쓰려고 합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그는 이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했고 7일 전남 고흥에서 35일 일정의 국토종단을 시작했다. 이 국토종단에는 환경단체 회원과 일반인 등 70여 명이 동참했다. 올해 초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철학과 함께 '지구 살리기 국토종단' 계획을 올리자 이를 본 누리꾼들이 동참해온 것이다. 김 박사 일행은 시골길을 걸으며 지구가 무참히 파괴되는 현장을 무수히 마주쳤다. 분리수거가 안 된 채 뒤죽박죽된 쓰레기 더미, 논두렁에 수북이 쌓인 비료 봉지, 가축 분뇨가 떠다니는 개울 등 농촌의 환경오염은 도시 못지않았다. 골프장 개발을 위해 산이 통째로 파헤쳐진 곳도 많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무덤으로 뒤덮여있었다. 김 박사는 "환경오염은 도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골은 환경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을 걸으며 즉석 강의를 통해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의식과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15일에는 경남 산청의 지리산 고교를 지나다 축구를 하고 있는 고교생에게 게릴라 강의를 열었다. 그는 "최근 100년 간 지구 온도가 1.5도 올랐는데 사람으로 치면 체온이 4도나 오른 거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지구가 지독한 독감에 걸렸네요'라며 관심을 보였다"며 "이런 학생들이 늘어나면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고 현재의 인간 위주로 개발되는 지구를 돌아볼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 일행은 종단 기간동안 비닐봉투나 나무젓가락 등 1회용품을 쓰지 않는 '친환경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길에서 만나는 지역 동네 분들이 종종 일회용 믹스커피나 초코파이를 건네지만 비닐 포장된 물건은 쓰지 말자고 약속을 한 상태여서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 일행은 다음달 11일경 목적지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인간은 살기위해 자연을 해치지만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며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이름모를 야생화, 논둑에서 재잘거리는 개구리 소리 등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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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김득황 동방사회복지회 설립자

    ‘입양아의 대부’로 불리는 동방사회복지회 설립자 김득황 명예이사장(사진)이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김 명예이사장은 1915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내무부 차관을 지낸 뒤 1972년 동방사회복지회를 세워 입양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37년 동안 아동 6만 명에게 양부모를 찾아준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상, 우봉봉사상 등을 받았다. 1세대 간도연구가이기도 한 김 명예이사장은 재야 역사학자로 활동하며 한국사상사, 한국종교사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펴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도영(의학박사) 도웅 도봉 도경(㈜메드빌 전무이사) 도종 씨(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장), 딸 진숙 씨(동방사회복지회 회장), 사위 김학주 씨(동방평택복지타운 대표), 며느리 권정혜(고려대 교수) 박관성 씨(광주여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1일 오전 8시다. 02-2227-7550}

    • 20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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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만에 꺼진 3색 신호등

    경찰이 시범 실시한 지 채 한 달도 안돼 3색 신호등제의 도입을 철회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3색 신호등은 사고를 줄이고 예산도 아낄 수 있는 제도지만 대다수 국민이 반대해 더 밀어붙일 수 없다”며 “확대 설치를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2009년부터 3색 신호등제의 도입을 추진했으며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광화문 등 전국 53곳에서 시범 운영해왔다. 서울지역 11개 교차로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고 사고 부상자도 16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시범 운영 직후 일각에서 “운전자가 헷갈려 한다”고 지적하자 충분한 검토나 홍보도 하지 않은 채 한 달도 안 돼 꼬리를 내렸다. 조 청장은 “인터넷에서 (누리꾼) 80% 이상이 반대해 어쩔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보다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은 “시작부터 눈에 익숙한 제도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인터넷 사이트가 자체 실시한 조사결과 하나를 근거로 장기간 연구해 추진해온 제도를 곧바로 포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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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치병 어린이 “노래가 있어 말못할 고통도 이겨내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에 딸과 아버지가 두 다리를 절뚝이며 나란히 들어섰다. 피아노 소리가 울리는 강당 앞에서 강수진 양(13)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나 목소리 괜찮아?” 강대생 씨(47)가 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러게 무리해서 연습하지 말라니까….” 근육이 굳어가는 근위축증에 걸린 수진이는 걸을 때마다 두 다리를 절뚝인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남동생도 그렇게 걷는다. 온몸이 마비되면서 호흡까지 어려워져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병이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이 버거운 현실을 수진이는 노래로 버텨왔다. “눈을 감고 노래 부르는 상상을 하면 무대에서 멋진 춤을 추고 있죠. 친구들도 저를 너무 좋아해요.” 이날 수진이는 그토록 기다려 온 무대에 섰다. 백혈병이나 소아암 등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사장 유명열)이 난치병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5명을 포함해 1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수진이는 맑은 목소리로 팝송 ‘오버 더 레인보’를 열창했다. 노래로 살아갈 힘을 얻는 아이는 수진이뿐만이 아니었다. 목발을 짚고 나온 진연호 군(9)은 ‘목소리가 작아 가사 전달이 잘 안 된다’는 지적에 “노래는 못해도 화음은 잘 맞춰요”라며 쌩긋 웃었다.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앞을 못 보는 한 피아니스트 지망생은 베토벤 교향곡을 선보였고 휠체어에 탄 한 어린이는 “항암치료를 잘 받아서 꼭 뮤지컬 가수가 되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난치병을 앓던 15세 아들을 지난달 떠나보낸 한 아버지는 객석 한 귀퉁이에서 아이들을 응원하며 박수를 쳤다. 가수 빅뱅과 세븐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 이규원 씨와 국립오페라단 성악가 김관현 씨 등 심사위원들은 “기본기가 많이 약한데 잘 따라올 수 있겠어요?”라며 날카로운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지원자는 “열심히 할 건데… 아저씨가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라며 울먹였다. 결국 지원자 대부분이 합창단에 합류했다. 이날 오디션을 통과한 ‘완전 초보’ 단원 20여 명은 앞으로 유명 뮤지션들의 ‘박칼린식’ 집중 지도를 받는다.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연습해 5월 말 무대에 오르고 음반도 낸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이들과 함께할 일반인 단원과 ‘재능 기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어린이날 공표 90주년을 맞아 합창단 공연을 기획한 재단은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Make-A-Wish, 희망’ 캠페인도 다음 달 29일부터 90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난치병 어린이 합창단’ 참여 문의 02-3452-7474, www.wish.or.kr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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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신광영]보복에 떠는 ‘스마일 걸’의 미소는 누가 찾아줘야 할까

    50대 남성에게 5년 가까이 성폭행을 당한 박은경(가명·27) 씨가 어렵게 말문을 연 이유는 한 가지였다. 그녀는 인터뷰를 거듭 사양하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는 숨죽이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에 마음을 열었다. 박 씨는 6일 ‘5년의 악몽’을 털어놓으며 “아직 신고할 용기를 못 내는 분들께 힘이 됐으면 하지만 신고한다고 끝이 아니라서…”라며 말을 흐렸다. “요즘 인권 때문에 교도소에서도 아픈 사람 다 고쳐준다면서요. 그 인간 고작 몇 년 살고 건강해져서 나오면 어떡하죠.” 고액 연봉의 공기업에 다니는 박 씨가 여경으로 진로를 튼 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박 씨의 공포는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최근 보복범죄 현황을 보면 2006년 70건이던 게 2009년 129건으로 3년 새 84% 늘었다. 피살된 사례도 4건이나 된다. 어렵게 신고를 해도 보복의 공포가 계속되는 것이다. “신고하면 너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죽인다”고 협박해 박 씨를 수백 차례 성폭행한 이경수(가명·55). 그는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판사 앞에서 “우린 사실상 주말부부였다. 부부보다 더 깊은 정을 나눴다”고 강변했지만 결국 구속됐다. 경찰조사 땐 피해자와 통화를 하게 해달라며 진술까지 거부하다 결국 허락을 얻어냈다. 그는 통화에서 “은경아, 몸이 너무 아프다. 고소 취하해 줄 거지?”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내가 (징역) 살면 얼마나 살 것 같아. 나가기만 해봐”라며 안색을 바꿨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씨는 그에게서 해방될 수 있을까? 보복 우려가 있을 경우 가해자에 대한 보호관찰이나 접근금지 규정이 있긴 하지만 범위가 가정폭력 등에 제한돼 있다. 피해자 신변보호도 폐쇄회로(CC)TV 설치나 주변 순찰 등에 그치고 있어 효과는 크지 않다. 반면 미국은 가해자가 추적할 수 없도록 피해자의 거주를 옮겨 주고 신원도 세탁해 준다. 또 성폭력 등 강력범들은 출소 후에도 음주 등 범행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통제하고 강제적 치료 명령을 내린다. 기사를 보고 연락해온 부산의 한 경찰관은 “20년 넘게 흉악범들을 겪어 봤는데 피해 여성은 아주 위험한 상태”라며 “지금처럼 설렁설렁 순찰 도는 정도로는 절대 보복을 막을 수 없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학창시절 별명이 ‘스마일 걸’이었던 박 씨는 “지옥의 5년을 보내며 마음이 돌이 됐다”고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신고할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면 그녀에게 웃음을 돌려주는 건 이제 사회의 몫이다.신광영 뉴스제작팀 neo@donga.com}

    •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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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50대 악마’에 5년간 성폭행 당한 20대 여성의 ‘지옥같은 삶’

    ※ 내러티브 리포트(Narrative Report)는 삶의 현장을 담는 새로운 보도 방식입니다. 기존의 기사 형식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세상 속 세상’을 이야기체(Storytelling)로 풀어냅니다. 동아일보는 내러티브 리포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더욱 깊이 있는 세상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7일 경찰서로 뛰어 들어온 한 여성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눈물범벅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가씨.” 형사들의 거듭된 질문에 박은경(가명·27) 씨는 “저를… 저를…죽이려 해요”라며 1시간 가까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휴대전화가 쉬지 않고 울렸다. 형사들의 설득에 가까스로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스피커폰으로 굵은 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4년 8개월 동안 성폭행을 당했지만 도저히 신고할 엄두를 못 냈던 그 사람, 이경수(가명·55)였다.》신고 후 일주일 만인 6일.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박 씨는 우윳빛 피부에 단아한 외모였다. 대학 시절 그녀의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5년 전 항공사 면접을 앞두고 찍은 이력서 사진은 이제 경찰서 조사 서류에 붙어 있었다. 담당형사는 “지금도 예쁘지만 그땐 정말 티 없이 맑은 아가씨였네”라며 혀를 찼다. 지난 5년간 그녀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친절한 아저씨’와의 만남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06년 여름. 박 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한 지역축제에서 영어통역 봉사를 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해변을 오가던 이 씨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 사람이 참 성실하네. 수양딸 삼고 싶어.” 박 씨는 “머리가 벗어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한 게 딱 봐도 할아버지였다”고 그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그래도 동네 주민의 호의려니 생각한 박 씨는 부담 없이 마음을 열었다. 박 씨가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취업 준비를 위해 통역 봉사를 하게 됐다는 걸 파악한 이 씨는 “대기업 임원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저녁 식사자리에 초대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이 씨는 갑자기 모텔 앞에 차를 세우고 문을 잠그더니 17cm 회칼을 꺼냈다. 성폭행을 한 뒤엔 휴대전화로 촬영한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신고하면 네 엄마 아빠한테 사진 보내고 몰살해버리겠다”고 말했다. 단 하루의 악몽이길 바랐지만 그게 시작이었다.박 씨가 취업 준비를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연락을 피하자 이 씨는 고시원 앞까지 찾아오기 시작했다. 박 씨는 그 와중에도 토익 점수를 만점 가까이로 올리고 회계관리사 등 7개의 자격증도 땄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박 씨는 고향에 있는 초봉 3500만 원의 유명 공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이 씨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 못 다니게 하겠다”며 박 씨를 협박해 휴일마다 자기 집으로 불러 성폭행했다. 몸부림치며 저항하면 방 안에 있는 비상탈출용 완강기 줄로 목을 조르며 “목숨으로 사랑을 맹세하라”고 강요했다. 또 “같이 죽자”며 각자 한 손씩 손수건으로 묶은 뒤 저수지로 끌고 들어가 익사 직전까지 갔다 낚시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박 씨는 “살려주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애원했다. 정말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가 매번 신고할 용기를 꺾었다.직장 동료들은 금요일이 되면 화색이 돌았지만 박 씨는 목요일부터 두통에 시달렸다. 회사에 안 가는 공휴일, 명절도 마찬가지였다. “달력을 펼쳤는데 그달에 공휴일이 많으면 정말 죽고 싶었어요.” 평일에도 자유는 없었다. 오전 8시와 점심 식사 후 낮 12시 반, 퇴근 무렵인 오후 5시 반, 자기 전인 오후 9시 반, 휴대전화에선 알람이 울렸다. 하루 4차례 중 한 번이라도 전화를 빼먹으면 그녀의 집까지 달려와 밤새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하면서 왜 신고도 못 했냐고요?지옥이 시작된 지 1년쯤 되던 날, 박 씨는 단짝 친구에게서 자신처럼 성폭행을 당한 후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친구와 함께라면 신고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친구가 먼저 신고를 하자 경찰은 범인을 체포해 피해여성 8명을 추가로 밝혀냈다. 하지만 그들은 경찰의 진술 요청에 하나같이 “기억이 안 난다”며 거부했다. 결국 범인은 징역 2년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박 씨는 이 씨를 경찰에 신고해도 잠깐 잡혀 있다 다시 나와 반드시 보복할 것이란 생각에 또 용기를 접었다.이 씨는 종종 자신의 동창 모임에 박 씨를 데리고 갔다. 그러곤 “내 마누라야. 영계랑 사는 게 부럽지”라고 자랑했다. 그때마다 박 씨는 죽고 싶을 만큼 치욕을 느꼈다. 하루는 이 씨의 ‘50년 친구’라는 사람이 조용히 박 씨를 불렀다. “앞길이 창창한 처녀가 왜 이러고 사니. 내가 네 아버지라면 지금 당장 저놈을 죽여버릴 거야.” 박 씨가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다 죽이겠다는데 어떻게 신고해요”라고 하자 그는 “그럼 이렇게 계속 살래? 죽을 때 죽더라도 신고해서 잠시라도 편하게 사는 게 낫잖아”라고 했다.그 사람 말처럼 박 씨도 수없이 신고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끝내 단념하게 만드는 건 ‘엄마’였다. 박 씨가 대학 1학년 때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경남의 한 소도시에서 홀로 살았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박 씨는 매달 생활비와 한약을 지어 보냈다. “대학 수석 졸업하고 좋은 데 취직한 효녀라고 주변 분들에게 그렇게 자랑을 하셨어요. 근데 제 상황을 아시면…제가 엄마한테 어떻게 그 얘기를….” 박 씨는 내내 침착하게 과거를 얘기했지만 엄마 얘기가 나오면 목이 메었다.그 효심이 박 씨에겐 아킬레스건이었다. 이 씨는 그녀가 연락을 피할 때마다 그녀의 엄마가 사는 도시로 내려가 해당 지역번호인 0××가 찍히도록 전화를 걸었다. “지금 네 엄마 집 앞인데 쇠망치로 대가리를 부숴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 씨는 늘 회칼과 손잡이 부분에 붕대가 감긴 30cm 길이의 무거운 쇠망치를 가지고 다녔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공기총도 수시로 꺼내 겨누곤 했다. 마음을 굳게 먹었다가도 박 씨는 “제발 엄마는 건드리지 마라” 하고 사정해야 했다. 그렇게 억지로 만난 날 밤이면 박 씨는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그의 얼굴을 보며 손잡이 붕대가 누렇게 된 쇠망치를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박 씨를 만나기 전 이 씨에겐 강간치상 등 6번의 전과가 있었다. 이 씨는 이혼한 전처와 그 이혼을 도와준 처남을 죽이겠다며 칼로 협박하다 2008년 7월 다시 수감됐다. 그는 교도소에 가면서 “미행 붙여놨으니 다른 남자 만날 생각하지 말고 면회와 편지를 꼬박꼬박 하지 않으면 나와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박 씨에겐 빈말이 아니었다. 이 씨는 전처와 처남을 죽이기 위해 공기총과 청산가리를 구하러 갈 때마다 박 씨를 데리고 다녔다. “너도 반항하면 이걸로 죽는다”며 겁을 줬다. 결국 이 씨가 수감된 10개월 동안 그녀는 매달 2, 3차례 면회를 가고 매주 2통씩 편지를 써야 했다. 이 씨는 철저하고 집요했다. 교도관이 배치된 감옥 면회장에선 박 씨를 부드럽게 대했다. 그러나 그는 출소하던 날 “저번에 보니까 가방도 없이 왔던데 어디서 어떤 놈 만나고 있다가 슬쩍 와가지고 가식을 떠느냐”며 주먹을 휘둘렀다. 박 씨는 고막이 터져 두 달간 치료를 받았다.○ 자살해 버리겠다는 말에 “기다리자…”2009년 5월 출소한 이 씨는 “나를 감옥에 보낸 전처와 처남을 죽이고 나도 자살하겠다”고 버릇처럼 말했다. 당뇨로 체중이 20kg 이상 줄고 이도 대부분 빠졌지만 살인 계획에만 몰두했다. 주말에 그의 집에 가면 일주일 동안 혼자 끼적인 메모가 수십 장 쌓여 있었다. “최대한 악랄하고 결단력 있게 계획을 끝내야 한다”며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공기총 사격 연습을 해 손가락에 박인 굳은살과 캡슐에 담은 청산가리를 보여줬다. 박 씨는 “아무 희망도 없고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라 언제든 말을 실행으로 옮길 것 같아 신고할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신고도 못하고 직접 죽이지도 못하니 박 씨는 그가 자살하겠다고 한 ‘그날’이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여름까지’라던 ‘그날’은 그해 말, 이듬해 여름으로 계속 미뤄졌다. 그 무렵 이 씨는 화투에 몰두했고 박 씨에게서 도박 자금으로 4000만 원을 뜯어 갔다. 힘들게 일해 번 돈이었지만 이 씨가 화투를 치러 가 있을 땐 잠깐이나마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어 차라리 나았다. 그가 해수욕장 인근 도박장에 있는 동안 박 씨는 여행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큰 소리로 웃으면서 물놀이하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데….” 도박장에서 파출소까지는 불과 150m 거리였다.이 씨가 “이번 계획은 진짜”라고 약속한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박 씨는 조심스럽게 이 씨에게 말을 꺼냈다. “2월이 다 가는데 언제 정리가 되는 거야?”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 씨는 “넌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냐”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곤 회칼과 쇠망치를 가져왔다. 떨리는 손으로 금고 비밀번호를 눌러 공기총도 꺼냈다. 이 씨는 숫돌에 칼을 갈며 “그동안 아주 가식을 떨었구나. 오늘 너부터 죽인다.” 읊조리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박 씨가 방을 나가려 하자 이 씨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허벅지에 이미 한 대를 맞은 박 씨는 망치를 든 이 씨의 손을 잡았다. 혹시나 칼로 바꿔 잡을까 봐 20분 넘게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흉기를 내려놓은 이 씨는 “저수지로 죽으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그는 대문 앞에 묶여 있던 강아지의 머리를 쇠망치로 내리쳤다. 목이 돌아간 강아지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났다.저수지를 100여 m 앞두고 차 옆자리에 있던 이 씨가 담배를 사겠다며 내렸다. 앉았던 자리에는 쇠망치와 회칼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씨가 편의점에 들어가는 걸 본 박 씨는 핸들을 틀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쫓아올까 봐 신호도 무시하고 10여 분을 무작정 달렸다. 경찰서에 들어서자 박 씨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경찰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해 도착한 곳은 평소 그가 고스톱을 치던 민박집이었다. 담배를 물고 패를 살펴보던 이 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도망친 박 씨가 경찰에 신고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신고는 했지만… 경찰 신고 후 그가 없는 첫 주말. 박 씨는 친구를 만났다. 5년 만에 처음 맛보는 자유였다. 하지만 떠나지 않는 그놈 목소리. 그는 아직 곁에 있다. 이 씨가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악몽을 매일 꾸고 초인종이나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미친 듯 뛴다. 공포의 끈질김. 악몽 속에선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박 씨는 “출소하면 어떻게든 나와 가족들을 찾아내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이민을 갈까 했지만 혼자 도망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박 씨는 4년째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루 종일 경찰서에 있을 수 있잖아요. 총을 소지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방법이고.” 잃어버린 5년의 세월도 엄마에게 털어놓을 생각이다. 출소에 대비해 거처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피눈물을 흘리시겠지만 결국 얘기하게 될 것을…. 누군가 저 같은 처지에 있다면 공포의 덫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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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상 소방관은 3년만 아파라?

    아파트 12층인 중앙119구조대 김진태 소방관(45)의 집은 오후 2시에도 깜깜했다.“햇볕이 안 들어오게 베란다 창에 블라인드를 쳤어요. 자외선을 쐬면 피부가 검어지거든요.” 김 소방관은 집에 와서도 마스크와 모자를 벗지 않았다.그는 붕대 감긴 손으로 앨범 한 권을 꺼냈다.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해 찍은 사진들이었다. 지진으로 무너진 벽돌더미에서 축 늘어진 개 한 마리와 찍은 사진도 있었다. 인명구조견 조련사로 세계 각지의 재난현장을 다닐 때 찍은 것들이다.특전사 출신인 그의 별명은 ‘울트라 진태’. 그는 사진 속에서 마라톤 결승선을 지나며 활짝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를 더는 보지 못한다. “요즘은 대원들하고 식사하는 것도 제가 꺼려요.”그의 인생을 바꾼 2년 전 사건. 2008년 12월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 불이 났다. 대형 화재였다. 인부 6명이 숨지고 한 명이 실종된 상황. 김 소방관은 실종자를 찾아 불타는 건물을 수색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 “무너진다!” 몸을 돌리는 순간 김 소방관은 건물 붕괴로 인한 열 폭풍 때문에 수십 m를 튕겨져 날아갔다.목숨은 건졌지만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얼굴 화상이 특히 심해 지금도 피부이식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연 1억 원 가까이 드는 치료비를 국가가 대주는 것도 딱 올해까지. 치료 시작 후 3년이 지나면 지원이 끊긴다. 병원에 있는 동안 월급이 30% 정도 줄었고 부인은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 사고 며칠 뒤 부인마저 암 수술을 받았다. 치료가 3년을 넘길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2007년 인명 구조작업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이도재 소방관(40). “이런 거 처음 보죠?” 7일 부천소방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의족을 벗어 무릎까지만 남은 다리를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주물렀다. “멀쩡할 때보다 2∼3배 더 시려요.”사고 후 3년이 지났지만 완치는 아직 멀다. 이제 치료비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오른쪽 종아리 살을 절단된 왼쪽다리에 옮겨 붙여 오른쪽 다리도 수술이 필요하다. 항생제를 자주 복용해 치아가 빠지고 신장이 약해지는 등 후유증도 심하다.소방관들의 평균수명은 한국인 남성 평균보다 20세 정도 낮은 58세. 매년 300명 이상이 다치고 6명 정도가 순직하지만 생명수당은 월 5만 원. 공무상 부상에 대한 치료 보장 기간은 소방관도 일반 공무원과 차이가 없는 3년이다. 그나마 허리디스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소방관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한 만성 질환에 대해선 별다른 지원이 없다.선진국들은 치료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동국대 산업의학과 안연순 교수는 “미국은 소방관이 다치면 ‘케이스 매니저’가 치료 기간을 판단한 뒤 완치 때까지 책임진다”고 말했다.부상 소방관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게 있다. 김 소방관은 얼마 전 슈퍼에 갔다 경찰에 붙들렸다. “제가 마스크랑 모자를 눌러 쓰고 있으니까 누가 신고했나 봐요.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참….”이 소방관도 사고 전 즐겨 가던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한다. “여섯 살 된 아들이 하도 졸라서 한 번 갔죠. 주인이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장애인까지 온다’고 하더라고요. 저야 그러려니 하는데 아들놈이 막 울데요.”임용된 지 5년이 안 돼 그만두는 소방관의 비율은 5명 중 1명꼴이다. 미국 소방관들의 직업 만족도가 의사나 과학자와 함께 최상위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이 직업을 택한 게) 왜 후회가 안 되겠습니까. 그래도 소방관이란 게 참 멋있지 않습니까. 다들 살려달라고 후퇴할 때 전진하는, 남을 위해 몸을 불사른다는 게….” 그렇게 다치고도 속없는 이 소방관이 씩 웃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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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런민일보 한국판 내용 논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서울 시내 지하철 가판대에 깔린 한 신문의 1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이번 (연평도) 포격의 본질은 (남북 간) 영해와 영토의 주권 다툼이다.”(11월 29일자) 이 신문은 ‘연평도 사건의 4대 배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표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했으나 미국은 거절했다”며 연평도 도발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지난해 12월 29일 통일부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2011년은 통일에 더욱 다가서는 전진의 해”라고 밝힌 것을 ‘흡수통일의 전략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신문 신년호는 “남한이 몰래 흡수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은 세계가 알고 있었다”며 “한반도 정세가 더욱 긴장될 가능성이 높아져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불안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물론이고 국민 정서와도 사뭇 다른 논조의 이 신문은 뭘까. 바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이자 대표적 일간지인 ‘런민(人民)일보’의 ‘한국판’이다.민감한 외교사안 中시각 일방 전파전 세계 86개국에 나가는 런민일보 해외판 중 신문 전체가 현지어로 발행되는 건 한국어판이 처음이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서 발행하는 한글 신문인 ‘흑룡강신문’이 국내에 들어와 있지만 유력 중국 신문이 한국어로 번역돼 배포되는 건 ‘런민일보 한국판’이 유일하다.지난해 9월 창간돼 주간으로 나오는 이 신문은 지하철 가판대에서 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국의 관공서와 대학, 주요 기업 등에도 배포되고 있다. 중국동포들이 자주 오가는 외국인 복지시설에는 무가지로 배포된다. 논조가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될 때가 있지만, 신문 광고는 정부 광고와 국내 기업 광고가 많다.발행 부수는 1만여 부. 런민일보 해외판이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에 실린 기사를 그대로 번역하다 보니 한중 간 예민한 외교 사안을 중국 쪽 시각으로 바라본 기사가 적지 않다. 중국 런민일보는 자사의 서울지국장과 평양지국장을 지낸 ‘고급 기자’ 쉬바오캉(徐寶康) 씨를 한국판 대표로 파견해 편집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런민일보 한국판 류재복 특별취재국장은 “자칫 한중관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중립을 지키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북쪽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 복지시설인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무가지로 신문을 받아 본 중국동포 김용철 씨는 “최근 연평도 사건이나 중국인 선원 문제가 있었는데 그동안 한국 쪽에서 보여주는 내용만 알다가 중국 쪽 시각도 볼 수 있어 균형이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강준영 교수는 런민일보 한국판 발행 배경에 대해 “기존에는 한중 간 경제협력이 주요 이슈였다”면서 “그러나 최근 천안함 피폭이나 연평도 도발처럼 입장차가 첨예한 사안이 잇달아 생기면서 중국의 시각을 한국에 적극 전파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한중 간 현안이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우리도 중국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직 중국 현지에서 중국어로 발행되는 한국 언론은 하나도 없다. 중국 정부는 외국 신문의 중국어판 발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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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싱가포르 스마트 시티를 가다 外

    싱가포르가 ‘스마트 기술’로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인구를 정책적으로 늘리면서 부닥치는 교통 및 전기 문제를 첨단 정보기술(IT)로 풀려는 것. 작은 나라에서 차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심각해진 교통체증에 대비하기 위해 싱가포르는 지능형 교통망을 도입했다는데….■ 필리핀 새댁의 첫 친정 나들이고향에 딸을 두고 한국에 시집 온 필리핀 엄마. 두 살배기 아기였던 딸은 올해 열세 살.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11년 만의 기적 같은 재회. 엄마는 펑펑 울고 딸은 덤덤했다. 그리웠지만 너무 멀었던 엄마. “한국에 꼭 데려가자”며 엄마와 한국인 아빠가 필리핀까지 왔는데…. 한 필리핀 여성의 험난한 친정 방문길을 동행했다.■ 한국영화의 샛별, 송새벽지난 한 해 한국영화. 이 사람만 나오면 배꼽 잡기 바빴다. ‘방자전’에서 어눌한 변태 변학도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배우 송새벽. 올해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와 블록버스터 ‘7광구’ 개봉을 앞둔 그에게 “확 변한 대접 때문에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프로야구 각 팀 올해 희망은고생 끝에 낙이 오고(고진감래·苦盡甘來),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게 되면(온고지신·溫故知新)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칠전팔기(七顚八起)를 노리는 팀들이 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새 시즌을 맞는 프로야구 8개 팀의 희망을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 20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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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만에 만난 13세 필리핀 딸 ‘달콤한 기쁨’과 함께 살고파요”

    엄마는 펑펑 우는데 품에 안긴 딸은 덤덤했다. 두 살 때 엄마가 떠난 뒤 어느새 열세 살이 된 소녀는 “꿈에서 보던 엄마는 훨씬 젊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지난해 12월 26일 필리핀 마닐라국제공항 입국장. 오열하며 딸의 얼굴을 쓰다듬는 펠리타엘 푸톤 씨(39)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푸톤 씨가 한국에 시집간 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정엄마였다. 비행기로 고작 4시간 거리인데 딸은 11년이나 걸려 찾아왔다. 그동안 푸톤 씨의 아버지와 언니는 암으로, 오빠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라도 살아있을 때 보고 싶다”는 사연이 어린이재단 주관에 현대자동차가 후원한 다문화가정 수기공모에 뽑혀 그 상금으로 친정 방문길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푸톤 씨가 수기공모전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딸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미혼모였던 그는 2000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딸을 친정에 맡기고 왔다. ‘달콤한 기쁨을 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스위티 조이’로 지었는데 딸은 10년 넘게 엄마 없이 컸다. 시집올 때만 해도 조이를 금방 데려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공사현장을 나가고 푸톤 씨는 산모도우미로 일하며 한 달에 80만 원 남짓 벌었다. 그 돈으로 남편이 전 부인과 낳은 두 남매와 직접 낳은 두 아들을 키우는 형편이라 친정에 가는 것조차 사치였다. 조이를 데려오자는 건 남편 김상수 씨(50)의 결심 때문이었다. “그동안 제가 데려온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워준 게 고마웠는데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죠.” 공항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바탄 시의 친정집에 도착하자 난생처음 외갓집에 온 푸톤 씨의 두 아들은 마냥 신이 났다. 올해 8세, 10세인 형제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구경에 나섰다. 자전거 타는 걸 도와주겠다며 조이가 어깨를 잡자 막내가 서먹한 듯 몸을 비비꼬며 딴 곳을 바라봤다. 조이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푸톤 씨도 걱정이다. 하지만 어렸을 적 다른 도시의 공장에서 일했던 친정엄마와 늘 떨어져 살았던 그는 엄마의 빈자리가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어렸을 때 저도 똑같았어요. 엄마랑 떨어져서…. 조이는 저랑 똑같으면 안 돼요.” 다음 날 푸톤 씨 가족은 동사무소를 찾았다. 한국에 가려면 조이의 여권부터 만들어야 했다. 담당직원과 1시간 넘게 상담을 했건만 푸톤 씨의 얼굴이 갈수록 굳어졌다. 여권이 나오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황당하게도 조이의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잘못 기재돼 모녀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변호사를 고용해 모녀관계를 법적으로 확인받아야 하는데 수임료 수백만 원은 푸톤 씨가 엄두를 못 낼 거액이다. 그가 동사무소를 나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에 못 데려가면 영영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르는데 우리 어떡해요.” 내내 엄마에게 무뚝뚝하던 조이가 엄마의 두 손을 잡아 자기 볼에 갖다 댔다. 그날 오후 김 씨는 의기소침한 아내를 위해 바다 소풍을 제안했다. 한국에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바다. 부부는 화로에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서로 물을 튀기다 싸움을 한 두 동생을 조이가 갈라놓고는 막내를 흔들어 귀에 들어간 물을 빼줬다. 엄마 아빠도 물싸움에 가세했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 4명이었던 가족은 어느덧 5명이 되어있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취재진의 귀국 비행기에는 남편 김 씨가 함께 탔다. 한국에 먼저 돌아온 그는 변호사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푸톤 씨는 아이들과 고향에 남아 조이가 친딸임을 증명해줄 자료를 모으고 있다. 3일 통화에서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조이와 한국에 같이 가는 소원 끝까지 포기 안 해요. 제가 엄마니까….”마닐라·바탄=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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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발유값 많이 싸다는데… ‘무폴주유소’가 어디야?

    2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의 K주유소. 줄지어 선 차량들로 주유소 앞은 물론 주변 차로까지 붐볐다. 이날 이 주유소의 L당 휘발유 값은 1729원. 2km가량 떨어진 여의도의 또 다른 K주유소. 이날 L당 휘발유 값은 400원 이상 비싼 2135원이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날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값은 1862원. 전국 평균은 1790원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도림동 K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왜 그렇게 쌀까? 이 주유소엔 정유사 상표를 뜻하는 폴 사인이 없다. 이른바 무폴 주유소. 이런 주유소는 2008년 주유소 상표 표시제가 없어지면서 급증해 전국에 563곳이 영업 중이다. 무폴 주유소는 기름을 싸게 구할 수 있다. 한 무폴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많이 팔아주는 주유소일수록 기름을 싸게 준다”며 “우리처럼 ‘박리다매’를 하면 똑같은 기름도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 특정 정유사 기름만 써야 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정유사별 단가를 비교한 뒤 싼 곳의 기름을 들여와 보다 싸게 팔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정유사가 가맹 주유소로 공급하는 양이 들쭉날쭉해 남는 기름은 현물시장으로 나온다”며 “그런 기름은 일반 주유소에 들어가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그걸 가져다 팔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무폴 주유소가 생기면 주변 반경 1km 안에 있는 경쟁 업소들의 휘발유 가격이 L당 22원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사석유 유통 등 불법 판매로 적발되는 사례는 무폴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많다. 기름 유통과정을 정유사가 관리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무폴 주유소의 품질 관리는 주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대부분 무폴 주유소는 품질 면에서 일반 주유소와 다를 게 없지만 유통과정에서 위험요소는 조금 더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도 무폴 주유소에 대해선 보다 엄격히 단속한다. 이 때문인지 전체 주유소 가운데 무폴 주유소는 4.3%에 불과하지만, 부정행위로 적발되는 건수는 전체의 30%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무폴 주유소 중에는 일반 주유소보다 오히려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경우도 많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무폴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 업소에 한해 매달 품질 검사를 한 뒤 안전성을 입증해주는 ‘품질 보증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무폴 주유소 ::정유사 상표를 뜻하는 폴 사인(pole sign)이 없는 주유소. 특정 정유사 기름만 써야 하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정유사별 단가를 비교해 싼 곳의 기름을 들여와 팔 수 있다.미친기름값 때문에 ‘무폴 주유소’ 찾는다는데…▲2010년 12월23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201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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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여야 40대 기수 나경원-이인영 대담 外

    나경원과 이인영. 올해 7월과 10월 치러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각각 여야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40대 정치인이다. ‘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이한 삶의 궤적을 거쳐 집권당과 제1야당의 지도부가 된 두 사람이 만나 ‘젊은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국감 재탕 질의-응답의 핑계들호통 치는 국회의원, 고개 숙인 기관장. 고성과 반성이 오가지만 1년 뒤 바뀌는 건 질의 의원뿐. 5년째 지적된 금융감독원 낙하산 인사. 매번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국감 끝나면 요지부동. 약속은 하루 가고, 호통은 매년 같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감 레퍼토리, 도대체 왜? ■ 남한 노래 북한 유행의 역사지금 북한 주민은 ‘곰 세 마리’ 노래를 개사해 3대 세습을 풍자하고 있지만 1980년대에는 ‘사랑의 미로’를 개사한 선전가를 한국 노래인 줄도 모르고 따라 불렀다. 북한 체제 선전에 이용되던 한국 노래가 거꾸로 그 체제를 향해 비수 끝을 돌렸다. 한국 노래의 북한 유입사를 살펴본다. ■ 아이패드 시대 출판시장 향방은몇 년 뒤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기 어려워질까. 전자책의 발달로 촉발된 ‘출판 빅뱅’을 진단하기 위해 국내외 출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의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를 통해 전자책의 미래와 저작권, 1인 출판, 종이책의 생존전략 등을 들어봤다. ■ 해초 속에 빵이? 현미경 속 신세계이런 세계가 또 있을까. 봉선화 속에 새알이 숨어있고 생쥐 고환에는 풋사과가 있다. 해초가 감춰둔 베이글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사람의 세포에 그려진 천마도도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바이오현미경사진전에서 신세계를 만나보자.}

    • 20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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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서민과 멀어진 ‘고시 등용문’ 外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동 등으로 특채를 50%까지 늘리려던 행정고시 개편안이 무산됐다. 고시제도가 다시 한 번 ‘신분상승의 사다리’로서의 입지를 다진 셈. 과연 그럴까. 요즘 고시촌에선 ‘유전(有錢)합격, 무전(無錢)불합격’이란 말까지 나오는데…. ■ 뮤지컬배우 망치 습격사건화려한 뮤지컬 무대 뒤로 관객들은 모르는 ‘쩐의 전쟁’이 있었다. 뮤지컬 주연 배우는 밀렸던 출연료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공연 제작사 간부 말을 철석같이 믿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공연장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돈봉투가 아닌 무시무시한 쇠망치였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황당한 ‘망치 테러’ 사건의 전말을 알아봤다. ■ 거가대교 탄생시킨 공학수조8.2km의 거가대교가 100년 만에 찾아온 슈퍼 태풍에 흔들린다. 방파제가 무너지며 해저터널로 바닷물이 들어간다.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다. 7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다. 테니스장 4개 크기의 수조에서 혹독한 안전성 시험을 거친 끝에야 거가대교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데….}

    • 2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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