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검-경 권한 해외 사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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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
獨-日 경찰이 수사하되 검찰이 감독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권력분립의 원칙 아래 기소권은 검찰이 갖고 수사권은 경찰이 우선적으로 행사하는 형사소송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사법전통을 이어받은 영미법계 국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적으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본래 경찰에게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1977년 경찰이 살인 피의자로 몰린 청소년들에게서 거짓 자백을 받아낸 사건을 계기로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기소권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수사에 관한 한 경찰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검찰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미국 역시 수사권은 경찰이 전적으로 행사하고, 검찰은 경찰과 대등한 입장에서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법률적 조언자 역할을 한다. 기소도 시민배심원들이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하는 대배심(Grand Jury)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고, 검사는 피의자가 대배심을 포기하거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수사와 기소에서 검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 독일은 19세기 초까지 기소와 수사권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했다. 하지만 1971년 은행 인질강도 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의견을 묵살하고 총기를 사용하도록 지휘해 인질과 범인이 모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초동수사에 한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거쳐 경찰의 수사 범위를 모든 수사로 확대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만 경찰은 검사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검찰의 감독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와 형사소송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경찰이 1차적 수사권자다. 경찰이 수사 개시와 진행을 맡고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수사하도록 통제한다. 또 수사를 할 때는 검·경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조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는 해당 경찰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어 검찰의 지휘권도 동시에 보장한다.

벨기에에서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갖되 검찰은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관 개인을 상대로 수사지휘를 할 수는 없고 반드시 서면으로 지휘하도록 하는 등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두고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수사당국의 권한을 최대한 분산해 한 기관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선진국 형사소송법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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