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간소화 한 달]운전교육 시간 70%↓, 시간당 수강료는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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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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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장내 기능시험이 간소화된 첫날인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응시생들이 기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DB
운전면허 장내 기능시험이 간소화된 첫날인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응시생들이 기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DB
8일 서울의 한 운전면허전문학원. ‘운전면허 간소화로 수강료 대폭 인하’, ‘3일 속성 면허취득 OK’라고 적힌 현수막이 정문 앞에 걸려 있었다. 학원 접수창구는 여름방학을 맞아 운전면허를 따러 온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온 대학생 박모 씨(22)는 “면허시험을 간소화한 것은 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 아니었냐. 교육시간이 줄어서 학원비가 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10일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대책이 시행되면서 운전학원에서 받아야 할 의무교육 시간이 3분의 1로 단축됐지만 시간당 수강료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간소화 시행 한 달을 맞아 서울 운전면허 학원 15곳을 조사한 결과 수강료는 평균 43만7000원으로 시간당 수강료는 오히려 1.8배나 올랐다. 경찰청이 지난해 8월 공개한 서울지역 운전면허학원 평균 수강료(76만9000원)에 비해 총액은 33만2000원 줄었지만 교육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준 것을 감안하면 시간당 수강료는 3만 원에서 5만4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A운전학원의 이모 원장(50)은 “수업시간이 줄어도 기름값, 차량 정비 비용, 강사 월급 등 고정비용은 줄지 않았다”며 “교육내용이 바뀐 건 아니지만 시간당 수강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8시간 교육만 받고서는 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 운전면허시험 합격 현황을 보면 기능시험은 평가항목이 11개에서 2개로 줄면서 합격률이 68%에서 93%로 올랐지만 기능시험 합격자들의 도로주행 합격률은 91%에서 71%로 줄었다. 연습이 충분치 않은 수험생들이 주행시험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원들은 8시간 기본교육 프로그램 외에 ‘향상반’, ‘숙달반’이란 이름으로 16시간이나 22시간짜리 장기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 과정을 수강하면 수강료가 최소 6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올라간다.

수강생 하모 씨(20·여)는 “친구들이 (도로주행에서) 많이 떨어져 20시간짜리(78만 원)를 끊었다”며 “지난해 시험 본 사람들보다 오히려 돈이 더 들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특히 예전엔 한 번 수강료를 내면 합격할 때까지 추가 비용이 없었지만 지금은 불합격한 수강생들이 추가 교육을 원할 경우에는 시간당 4만1000∼4만5000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일부 학원은 8시간 기본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합격이 쉬운 장내기능교육은 6시간이나 배정하고 도로주행은 2시간만 가르치고 있다. 까다로운 도로주행 교육을 추가로 수강하도록 유도하는 상술이다.

경기도 B운전면허학원의 안내책자는 ‘8시간짜리 일반반은 면허를 빨리 딸 수 있지만 합격률이 낮다. 16시간짜리 향상반은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합격률이 높다’고 소개하며 장기 과정에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운전학원 강사 유모 씨는 “교육을 부실하게 받은 불합격자가 재수강을 하게 되면 돈이 되는 새 교육생의 정원을 갉아먹게 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처음부터 수강료가 비싼 장기 과정을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내년 3월부터 도로주행시험 노선을 현행 2, 3개에서 10개 이상으로 늘리고 합격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어서 수강생들의 교육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간의 수강료 담합 등 불법행위가 있는지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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