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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서 맞서 싸운 미국과 일본의 역사적 화해 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오랜 앙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범국가로 ‘가해자’인 일본과 이로 인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이 똑같이 화해 제스처를 주고받는 모양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의 심경도 무척 복잡해 보인다.○ 환영하는 일본 “미일 동맹 강화의 초석” 전날 밤 발표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소식에 11일 일본은 환영 일색이었다. 일본 언론은 전후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고 핵무기 없는 미래를 열어간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산케이신문은 “‘핵 없는 세상’ 향한 동맹의 헌신”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주만 방문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로선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며 일단 부인했지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이란 단서를 달아 여지를 남겼다.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 된다. 미일 정상이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장소를 교차 방문함으로써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방문으로 아베 정권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여당 내에서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본은 주변국의 반발을 잔뜩 의식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철폐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한국을 배려해 ‘아시아의 안정’도 호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폭피해자 면담여부 촉각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히로시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과로 비칠 수 있는 피폭자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면담)기회가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메시지를 총괄하는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부보좌관도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번 방문은 미일이 얼마나 깊고 끈끈한 동맹을 구축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역사를 알아야 과거, 현재,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USA투데이는 “일본인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하진 않는다는 여론조사가 있지만 동시에 많은 일본인이 방문 자체를 사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이 다른 나라 정계 요인들의 히로시마 방문을 주선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그 목적은 일본이 결코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걸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그것(일본 군국주의)이 아시아 인민과 세계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7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북한 김정은이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미국은 평화협정 논의 카드를 당분간 꺼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3월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과 비핵화 및 평화협정 병행 논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평화협정 병행 논의는 당분간 미국의 고려 카드에서 빠지게 됐다.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는 최근 한국 측에 “4일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 때 한국이 양해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일각에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설령 클래퍼가 그렇게 말했다손 치더라도 현재로선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9일(현지 시간)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1월 4차 핵실험 후 무수단 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 도발을 일삼는 데다 9일 폐막한 노동당대회에서 핵보유국을 선언하면서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정치적 공간이 거의 사라졌다고 미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에서 “미국 관리들의 평화협정 언급에 대한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 인사들이 평화협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모든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한미중 등 관련국이 북-미 평화협정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 마지막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과 대화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중단되고 제재 이행 등 전방위 압박으로 대북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한 데다 미 대선 구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정리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 대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연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lunatic)’라고 부르며 중국을 통한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도 오바마 대통령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하고 있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없는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할 경우 미국은 미련 없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와 국제사회는 결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개발의 미몽에서 깨어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우경임 기자}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독립을 주창했던 조지 W 노리스 전 미 연방 상원의원(1861∼1944·사진)이 한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는 9일(현지 시간) 워싱턴 대사관저에서 정부를 대신해 노리스 전 의원의 외증손자인 데이비드 노리스 래스 박사(49)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노리스 전 의원은 3·1운동 직후인 1919년 7월 1일 미 상원에서 일제의 한국 침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을 미 의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국제연맹규약의 비준을 거부하면서 “국제연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의 독립운동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국제적 운동”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은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겠다는 선언과 관련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비핵화 선언을 발표한 뒤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2010년부터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비핵화 및 핵 감축을 위한 행보를 계속했다.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과 반핵운동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히로시마를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히로시마평화공원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원폭 돔이 있으며 매년 원폭 투하일인 8월 6일 희생자 추모 및 평화기념 행사가 열린다. 원폭 투하로 상처를 입은 일본인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에 대한 원폭 투하가 종전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한다. 현직 대통령의 원폭 피폭지 방문은 사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체를 금기시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일본을 방문할 때부터 히로시마 방문을 추진해 왔다. 올해 주요 7개국(G7) 회의 의장국인 일본은 임기 마지막 해에 일본에 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필두로 총력전을 폈다. 마지막 기회인 만큼 ‘오기만 한다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지난달 G7 외교장관 회의를 히로시마에서 연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위한 포석이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외교장관 회의 중 현직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히로시마에서 본 것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미국 내 여론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은 원폭 투하가 종전을 위해 불가피했으므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온 만큼 이번 방문이 ‘사죄 외교’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사과 방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존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사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사용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려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조국과 세계를 위해 희생한 미국의 군인들에 대해 영원히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의 비핵화 연설을 정치적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군사 대국화와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다. 미일 양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을 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1년 만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26, 27일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히로시마를 찾을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비핵화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을 감안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당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만 14만 명이 숨졌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발표 직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방문을 미일이 함께 모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회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독립을 주창했던 고(故) 조지 윌리엄 노리스(1861~1944) 전 연방 상원의원이 한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는 9일(현지 시간) 워싱턴 대사관저에서 정부를 대신해 노리스 전 의원의 외증손자인 데이비드 노리스 래스 박사(49)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노리스 전 의원은 3·1 독립운동 직후인 1919년 7월 1일 미 상원에서 일제의 한국 침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을 미 의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국제연맹규약의 비준을 거부하면서 “국제연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의 한국과 중국 침략을 묵인하는 것이며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의 독립운동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국제적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1919년 워싱턴에서 ‘한국친우회’(League of the Friends of Korea)를 결성했고 1921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개최된 워싱턴 회의에서 이승만, 서재필 박사가 이끈 한국 대표단의 독립청원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래스 박사는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했던 상원의원 6명중 한 명일 정도로 미국 고립주의를 지지했던 분”이라며 “그러나 1937년 일제의 중국 열차 폭탄테러로 아기가 불에 타 울고 있는 사진을 본 뒤로 태도를 바꿨다. 할아버지는 일제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굴욕적이고 야만적이며 비겁하다’고 비판했다”고 회고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미국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전례 없는 내홍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당 주류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반대하자 거침없는 말투로 반격했다. 트럼프는 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안 됐다’고 밝힌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을 겨냥해 “그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에 맞춰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라이언을 전당대회 의장직에서 끌어내리겠다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노력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은 7월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의장을 맡는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 중 한 명이자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의 하원 의원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페일린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라이언의 정치생명은 끝난다. 그가 유권자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에릭 캔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캔터는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낸 차기 유력 하원 의장 후보였으나 2014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원 의원 예비선거에서 당내 강경 보수 세력인 티파티가 후원한 후보에게 패한 뒤 은퇴했다. 트럼프와 라이언 의장의 12일 워싱턴 회동이 당 내분을 봉합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원로이자 2008년 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공화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당 대선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유권자 말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도 7월 전대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췄다고 한미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 시간) 한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고위급 탈북자로부터 얻은 정보와 북한이 공개한 선전 사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한미 양국이 (이처럼)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한미 군 당국에선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한미 양국이 ‘무수단’ 등 중·단거리 미사일용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주장이 미 유력 언론을 통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NYT는 “한미 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말에 놀아나고 북한의 오판을 부추길 것을 우려해 그동안 이 같은 평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려 왔다”고 전했다. 다만 한미 양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KN-08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천 배치까지는 몇 년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이처럼 북한의 핵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한국 등 동맹국의 대북 전략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능력 때문에 아시아 전략을 재고하게 됐다”며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새로운 ‘금지선’을 정할지를 결정하는 게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미 행정부의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다뤘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은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셈법을 바꾸는 데 실패한 만큼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할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중국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중국은 여전히 북한이 붕괴해 한국군, 미군과 국경을 접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5일 촬영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핵실험장 남쪽 6km에 있는 통제센터로 보이는 곳에서 이례적으로 차량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북한이 조만간 5차 핵실험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밝혔다. 38노스는 “과거 핵실험 준비 기간을 제외하곤 통제센터로 보이는 장소에서 차량들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며 핵실험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또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통제센터 인근에 차량들이 없었지만 사흘 뒤인 5일엔 차량 4대가 촘촘하게 주차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요즘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한 치의 빛(an 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이 없다”(존 케리 미 국무장관·2014년 1월)던 한미 관계는 트럼프 앞에서 주판알 튀기기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더 내라더니 급기야 “100%는 왜 안 되느냐”(4일 CNN 인터뷰)며 집권하면 연 2조 원짜리 청구서를 들이밀 태세다. 광우병 파동까지 겪으며 어렵사리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자신이 집권하면 어떤 식으로든 뜯어고치겠단다. 트럼프와 추종자들만의 생각이겠거니 했을 때 5일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서 미국인 57%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사실상 동조했다. 트럼프의 생각이 2016년 미국의 시대정신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소리다. 아무리 기성 정치권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이 트럼프를 매질해도 상당수 미국인은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이제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눈치 빠른 주류들은 잇따라 트럼프 지지 선언에 나선다. 트럼프 폭주는 한미 관계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부침도 없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선 종종 삐걱거렸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복원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중국 경사론’을 워싱턴은 우려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당시 미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미국으로서 나쁠 건 없다”고 태연해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역사 문제 등으로 대립하는 일본에 대해 고맙게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방문하자 만찬장에서 일본 단시(短詩)인 하이쿠(俳句)를 일본어로 읊조리며 사케로 건배를 하는 파격 예우를 했다. 지난 역사에서 보듯 미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우방이지만 미국이 소나무처럼 변치 않고 한국을 대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외교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아직은 미국에 건전한 양식을 가진 세력이 있다지만 트럼프를 계기로 앞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선 한미 관계에 대해 이전에 없이 다양한 얘기가 오갈 것이다. 한미 동맹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트럼프의 거친 논리에 동조하는 이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동맹을 설명하는 복잡한 외교적 논리를 돈 문제로 뚝딱 단순화시키는 트럼프의 화술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의 귀를 붙잡는다. 한국으로선 ‘트럼프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욕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트럼프 태풍에 대처하는 방법일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필요하다면 ‘포커페이스’를 하고 트럼프 현상을 냉철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2016년 미국과 미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계기로 삼는다면 이것은 트럼프가 의도치 않게 우리에게 준 ‘선물’이 될 수도 있다.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진지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대통령직은 정말로 진지한 일이다. 연예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04년 NBC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볼거리와 서커스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검증이 필요한 (과거의) 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가 과거에 한 발언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국민이 제대로 정보를 얻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작동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본선에 앞서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산층 이하 미국민이 인기 영합적인 발언을 하는 트럼프에게 열광하고 있지만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워싱턴 하워드대의 졸업식 연설에서 “지금의 미국은 1983년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보다 더 나은 곳이 됐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해시태그뿐 아니라 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화를 원한다면 온라인운동에 그치지 말고 행동에 나서라는 뜻이다. ‘지금의 미국은 전보다 더 나아진 곳’이라는 표현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6일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다양한 국적의 졸업생을 둘러보면서 “모든 인종과 종교, 성(性), 체형, 키를 가진 동료들을 보라. 다 합하면 85개 국가 출신에 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며 “노스이스턴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졸업생인 당신들은 트럼프에게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라는 최강대국이 국내로 눈을 돌리고 벽 뒤에 숨으면서 위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객꾼의 조언을 듣는다면 미국은 일등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트럼프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진지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대통령직은 정말로 진지한 일이다. 연예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04년 NBC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볼거리와 서커스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트럼프는 검증이 필요한 (과거의)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가 과거에 한 발언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국민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작동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본선에 앞서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산층 이하 미국민들이 인기 영합적인 발언을 하는 트럼프에 열광하고 있지만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워싱턴DC 하워드대의 졸업식 연설에서 “지금의 미국은 1983년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보다 더 나은 곳이 됐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해시태그뿐 아니라 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온라인운동에 그치지 말고 행동에 나서라는 뜻이다. ‘지금의 미국은 전보다 더 나아진 곳’이라는 표현은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6일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다양한 국적의 졸업생들을 둘러보면서 “모든 인종과 종교, 성(性), 체형, 키를 가진 동료들을 보라. 다 합하면 85개 국가 출신에 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며 “노스이스턴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졸업생들인 당신들은 트럼프에게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라는 최강대국이 국내로 눈을 돌리고 벽 뒤에 숨으면서 위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객꾼의 조언을 듣는다면 미국은 일등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트럼프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사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사설을 썼다. WP는 “공화당은 트럼프가 미국과 전 세계에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WP나 NYT 같은 주류 언론이 특정 대선 후보의 낙마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호를 내건 트럼프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보통 미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언론의 걱정이다. 트럼프가 실제 대통령이 됐을 때 벌어질 국내외의 경악스러운 상황을 경계한다. WP는 3월 하순 논설위원들이 트럼프를 집단 인터뷰한 뒤 이미 대통령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미국 국익만 앞세운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극단의 상업주의로는 세계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뿐 아니라 공화당 주류에서도 트럼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당히 자력으로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언론이 민심을 잘못 읽은 것일까. 트럼프 열풍이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민심을 정확히 꿰뚫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나왔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무당파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2∼19일 성인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7%가 ‘미국은 국내 이슈 해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37%)는 응답보다 훨씬 많다. 경제 분야도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 일일이 관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트럼프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트럼프 돌풍이 막말 등 노이즈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11월 본선에서 미국의 민심과 시대정신까지 반영하는 태풍으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5일(현지 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최악의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가 162년 전통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안보와 경제 분야 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중산층 이하의 민심을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모토를 내세워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1990년 출범한 퓨리서치센터는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와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워싱턴의 대표적 무당파 여론조사기관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공화 민주 가릴 것 없이 미국인의 과반이 이제 미국은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한 점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관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57%는 ‘국내 이슈 해결에 신경 써야 하며 다른 나라 문제는 그들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다른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20%포인트나 더 많은 미국인이 이제 미국은 국내 경제와 대(對)테러, 교육 문제 등의 해결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 등 동맹국들이 안보 문제를 자체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비단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62%, 민주당 유권자 47%가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본선에서 민주당 또는 무당파 성향 유권자들 중 일부가 얼마든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동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 분야만 들여다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뚜렷하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 관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44%만 찬성했고 반대는 49%로 5%포인트 더 많았다. 퓨리서치가 3년 전인 2013년 10월에 한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66%가 ‘미국이 새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찬성했고 불과 25%만 ‘불확실성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다. 캐럴 도허티 퓨리서치센터 정치연구실장은 “거시지표에선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에선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중국, 인도 등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연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미국이 맺은 글로벌 무역협정의 전면 개정 및 폐기를 주장하는 데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이 열광한 것을 보면 이번 조사 결과와 맥락이 닿아 있다. 퓨리서치 조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본선 대결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까지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경력을 바탕으로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를 외교 이슈에서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조사에선 ‘외교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6%는 공화당을, 38%는 민주당을 골랐다.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외교 이슈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문제도 공화당(45%)이 민주당(41%)보다 잘 해결할 것으로 나왔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미국인들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으며 여론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전액 부담을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누가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트럼프는 3월 21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외교정책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구하느냐는 질문에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 읽고 봐서 알고 있다”고 밝혀 그가 제대로 된 외교 관련 서적조차 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당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은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6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톱클래스는 아니다. 좌장은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연방 상원의원(앨라배마)이고 나머지 5명은 월리드 파레스 미 국방대 교수, 카터 페이지 글로벌에너지캐피털 창립자, 조지 파파도풀로스 허드슨연구소 에너지안보 분석가, 조 슈미츠 전 국방부 감찰관(변호사), 조지프 키스 켈로그 전 오라클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여기에 육군 중장 출신으로 올 초까지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플린도 참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의 세션스 의원은 트럼프와 동갑내기로 2월 연방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앨라배마 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군사전문가로 불린다. 17년간 상원 군사위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군사위 산하 전략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략핵무기, 정보전, 탄도미사일 개발 등 미군의 핵심 전력을 다루는 소위원회다.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이 지역구에 있지만 지난달 25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지난달 27일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 노선도 세션스에게 자문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 전 국장은 대테러 전문가로 지난해 12월 DIA 국장 신분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전역 직후인 2월 CNN에 나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해 “내가 그랬다면 아마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진영에 합류했다는 얘기가 많다. 파레스 교수는 중동 문제와 관련해 미 의회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고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의 자문역을 맡았을 만큼 캠프 내 외교 전문가로 꼽힌다. 벤 카슨 전 공화당 경선 주자의 참모였던 파파도풀로스는 트럼프 집권 때 백악관 특별고문으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된 만큼 공화당과 헤리티지재단 같은 보수 싱크탱크에서 추가로 외교안보 참모를 영입할 것으로 본다. 공화당 2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는 등 당 주류도 ‘트럼프 후보’를 인정하고 있어 인재풀은 점차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트럼프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트럼프가 학자, 외교관보다는 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의원, 군인,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을 참모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4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빈센트 브룩스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인적 비용의 50%가량을 부담한다’고 증언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후보 확정 전에도 동맹국들이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미군 철수까지 가능함을 시사했지만 방위비를 100% 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한국, 일본, 독일 등은 (미군 주둔 관련)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왜 우리가 (동맹들의 안보를 위해) 보조금을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한국)이 (분담금 증액에) 응하지 않으면 협상장에 나올 생각을 해야 한다”며 “한국이 ‘미치광이’(maniac·김정은을 지칭)가 있는 북한과 맞선 상황에서 우리를 제대로 대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한국)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거듭된 안보 무임 승차 비판에 대해 군 당국은 대응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은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방위비분담금을 내놔야 한다. 지난해 한국은 약 9158억 원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미군에 제공하는 토지 임대료와 세금 면제, 공공요금 감면, 도로 항만 공항 이용료 면제 등 간접 지원액이 8200억 원대이고 카투사와 경찰 지원비까지 고려하면 이미 실질 방위비 분담금은 2조 원대로 추산된다. 또 미국은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 부분을 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고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런 내용을 적극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미 대선 후보의 발언에 군이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고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트럼프 캠프 측 설명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한국에 ‘안보 청구서’를 거듭 들이미는 상황을 감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을 볼 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방위비 추가 분담 요구가 예상된다”며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되기는 어렵지만 지상군 일부 철수 등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트럼프 캠프와 친(親)트럼프 의원들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기 시작했다. 주미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을 통해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등 트럼프를 지지하는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지한파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실질적으로 꾸려지면 ‘외교 브레인’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네트워킹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우경임 기자}

11월 8일 미국 대선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의 역사상 첫 남녀 대결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두 사람은 많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정부군(클린턴) 대 반란군(트럼프)의 싸움이다. 평생 한 번도 공직에 선출된 적이 없는 사람 대 평생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준비해 온 사람의 대결”이라고 전했다.○ 유권자들 “힐러리는 경륜, 트럼프는 변화” WSJ와 NBC뉴스가 지난달 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통령직을 수행할 충분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클린턴은 53%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트럼프는 21%에 그쳤다. ‘바른 기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서도 클린턴(41%)이 트럼프(12%)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국정 방향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선 트럼프(37%)가 클린턴(22%)을 앞섰고 ‘정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는 항목도 트럼프(35%)가 클린턴(19%)보다 우위였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 것은 워싱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통령 부인, 재선의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까지 지낸 클린턴도 “워싱턴 정치에서 여자가 진짜 아웃사이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CNN은 이날 “진짜 아웃사이더(트럼프) 대 진짜 인사이더(클린턴)의 대선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지지층도 극명하게 갈린다. WSJ는 “18∼34세 유권자의 75%, 히스패닉의 79%가 트럼프를 싫어한다. 여성의 3분의 2도 반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표에서도 4 대 1로 클린턴에게 크게 뒤진다. 트럼프가 크게 기대는 지지층은 백인 블루칼라다. 미 언론은 “역대 미 대선은 흑인 히스패닉 같은 소수 인종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는데 트럼프의 등장으로 이번엔 백인 표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는 클린턴에게, 내기는 트럼프에게? 아직까지는 클린턴 우세론이 대세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이 저학력 저소득 백인에서 고학력 고소득 백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가에선 ‘대선 당선자 맞히기’ 내기가 유행하고 있는데 “투표는 클린턴에게, 베팅(내기)은 트럼프에게”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안정적인 클린턴을 찍지만 결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될 것 같다는 얘기다. 11월 대선 본선에선 50개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538명 중 누가 과반(270명)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해당 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이다. 워싱턴포스트가 1992∼2012년 최근 6번의 본선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은 캘리포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19개 주에서 6번 다 이겼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이곳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242명. 클린턴이 19곳을 석권할 경우 여기에 28명의 선거인단만 추가하면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쥔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여론조사기관 KABC의 2일 조사 결과 클린턴 지지율은 56%, 트럼프는 34%였다. 뉴욕에서도 에머슨의 지난달 18일 조사 결과 클린턴 55%, 트럼프 36%였다.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 성적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경합 주는 플로리다(29명) 콜로라도(9명)로 지난 6번 선거에서 양당 후보가 각각 3번씩 이겼다. 산술적으로 클린턴이 캘리포니아 등 19곳을 다 이기고 플로리다만 챙기면 선거는 끝난다. 하지만 플로리다의 경우 조사 기관마다 결과가 다르다. 중도 하차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이유도 플로리다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트럼프가 이번에는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고 하네요. 하하하.” 지난해 6월 16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현장의 CNN 기자는 이렇게 비웃었다.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 선언은 한낱 ‘농담거리’였다. 처음엔 청중이 부족해 유세하기도 어려워 주변 관광객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출마 선언 11개월 만인 3일(현지 시간)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전략가 헨리 올슨을 인용해 “160년 전통의 공화당이 자살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제 공화당은 트럼프 당”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무엇이 공화당 역사를 새로 쓰게 했을까. 트럼프 이름 철자를 따라 분석했다.‘T’ Triumph (미국의 승리)“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백인들에 어필트럼프 노선의 핵심은 ‘이기는 미국’이다. 선거 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이고, 외교 노선은 ‘미국 우선주의’다. 상대를 꺾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잘 먹힌다.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하고, “한국은 경제 괴물인데 방위비는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는 것도 미국 국익 관점에서만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 노동자들에게 ‘오바마 정권 8년 내내 끌려다닌 공화당을 바꿀 적임자’라는 논리로 통한다”고 했다. 'R' Rough (막말)대중 눈높이 맞춘 거친 언어 화제 불러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를 겨냥해 월경을 떠올리게 하는 “눈 말고 다른 데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 막말을 시작으로 “힐러리는 2008년 오바마에게 경선에서 엿 됐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다” 등 막말을 수없이 퍼부었다. 자질론이 제기됐지만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는 데 성공했다. 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욕먹더라도 화제가 되는 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며 “장사꾼 트럼프의 거친 언어는 대중의 눈높이를 겨냥한 전략적 선전이다”라고 평가했다. 'U' Unprecedented (전례없는 선거운동)선거운동 직접 관리해 발빠른 의사결정선거운동 방식도 주류 정치인들과 달랐다. 최소 29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반으로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을 동원한 모금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형 선거캠프를 차리거나 전문 참모조직을 두는 것도 하지 않았다. 대변인인 호프 힉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직접 빨리 결정한다”고 전했다. 'M' Message (메시지 전달력)간결하고 단순한 메시지로 상대 압도트럼프를 좇는 트위터 팔로어는 790만 명이 넘는다. 간결하고 쉽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소셜미디어로 반복 확산시켜 상대를 압도했다. 클린턴은 ‘부정직한 힐러리’이고, 크루즈는 ‘거짓말쟁이 테드’다. 크루즈는 3일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면서 트럼프를 향해 ‘병적인 거짓말쟁이’ ‘겁쟁이’라 퍼부어 댔지만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에 가려 별 효과가 없었다. 법조인 출신인 클린턴은 논리를 앞세운 장광설로 이 분야에 유독 취약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의 선거는 시가 아니라 산문”이라고 했을 정도다. 'P' Political incorrectness 정치적 금기 파괴종교-인종문제 금기 깨고 무차별 공세트럼프는 ‘히스패닉의 상당수는 성폭행범’ ‘무슬림을 한동안 입국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종교, 인종 문제를 과감히 건드렸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미국의 금과옥조를 깬 것이다. 히스패닉 등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줬다.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 때 CNN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찬성한다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70)가 3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압승했다. 2위를 달리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은 경선을 중도에 포기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트럼프가 사실상 당의 대선후보 지명자가 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거친 발언과 막말 파동으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화당 지도부의 우려를 깨고 트럼프는 공화당원들의 민심을 얻어 자력으로 대선후보가 된 것이다.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대선후보가 된 것은 1952년 군인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공화당) 대통령 이후 64년 만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11월 8일 대선에서 격돌한다. 이들은 한미안보와 경제동맹에 대해 뚜렷한 의견 차를 보이고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선에서 트럼프는 53.3%를 얻었다. 크루즈 의원(36.6%)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7.6%)가 크루즈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두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친 것보다 트럼프가 훨씬 많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로 최소 1053명의 대의원을 얻어 다음 달 7일 마지막 경선 전까지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수 대의원(1237명)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이 52.5%를 얻어 클린턴(47.5%)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뒀지만 클린턴은 이날까지 최소 2217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대선후보가 확정적이다. 트럼프는 뉴욕 기자회견에서 “11월 대선에서 크게 이길 것이다. 힐러리는 좋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클린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날 샌더스에게 뒤진 클린턴은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유력 주자의 핵심 외교 참모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사진)이 3일(현지 시간) “북한 지도부가 ‘이러다간 정권이 무너지거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북한 관련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이 연합해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해 이란 핵협상 타결의 주역이기도 한 셔먼 전 차관은 북핵 해법의 모델로 이란 핵협상을 거론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모든 (압박의) 도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알게 했다”며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제재 조치의 강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이나 군사훈련, 인권 문제제기 등을 통해 북한의 선택을 이끌도록 ‘최후통첩’식의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유력주자의 핵심 외교 참모인 웬디 셔먼(사진)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3일(현지 시간) “북한지도부가 ‘이러다간 정권이 무너지거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이날 미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북한 관련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이 연합해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클린턴이 전 국무장관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 해 이란 핵협상 타결의 주역이기도 한 셔먼 전 차관은 북핵 해법의 모델로 이란 핵협상을 거론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모든 (압박의) 도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알게 했다”며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제재 조치의 강도가 매우 높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이나 군사훈련, 인권 문제제기 등을 통해 북한의 선택을 이끌도록 ‘최후 통첩’식의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