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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탁구 신동 신유빈(대한항공)이 일찌감치 세계선수권대회 태극마크를 확정지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기량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유빈은 18일 전북 무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1 세계탁구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시온(삼성생명), 양하은(포스코에너지), 유은총(미래에셋증권)을 모두 꺾었다. 전날 3전 전승을 거둔 데 이어 이날도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그것도 이은혜(대한항공)와의 1차전에서만 4-2로 이긴 뒤 나머지 5경기는 모두 4-0 완승을 거두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로써 신유빈은 19일 최효주(삼성생명)와의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상위 3명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 티켓을 확정지었다. 통산 네 번째 국가대표다.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는 “올림픽이란 큰 경기를 치르고 나니 기량이 고루 좋아진 것 같다”며 “올림픽 당시 해외 상위 랭커들을 상대하기 위해 리시브 훈련을 특히 많이 했다. 이번 대회도 안정적인 리시브로 상대 선수가 유빈이를 어려워했고, 득점력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도쿄 올림픽 당시 화제가 된 ‘삐약’ 기합 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이날 경기 후 신유빈은 “(올림픽 이후) 체력이 조금 달리는 게 있었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체력 분배를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이후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신유빈은 “큰 무대는 1승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 (올림픽을) 한 번 경험했으니 두 번째는 무조건 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 기사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더라.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이번 세계선수권은 꼭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유빈은 소속팀인 대한항공 조원태 대표이사와의 숨은 이야기도 공개했다. 올림픽 뒤 조 대표이사와 인사하는 자리에서 신유빈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딸 테니 비행기를 달라”고 말한 것. 조 대표는 미소만 지었다고 한다. 세계탁구선수권은 11월 23일부터 1주일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다. 한국은 남녀 각 5장씩 출전권을 받았는데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상위 2명에 해당되는 장우진 정영식(이상 남자부), 전지희 서효원(이상 여자부) 등도 신유빈과 함께 출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7일 사이 10개.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된 후 쏟아져 나온 블론세이브 개수다. 하루 5경기 중 1, 2경기꼴로 블론세이브가 나온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후반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17일 현재 8명, 이들이 10일부터 경기가 있었던 7일간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10개다. 14, 15일에는 하루 3개의 블론세이브가 무더기로 터져 나왔다. 17일에는 리그 세이브 3위(19개)의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마저 미끄러졌다. 이날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고우석은 5-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했지만 호잉에게 2타점을 내주며 자신의 후반기 첫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리그 후반기 첫 블론세이브는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기록했다. 정해영은 11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서 7-3으로 앞선 9회초 2사 1, 2루 상황에 나서 1피홈런 등으로 4실점 하며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14일 SSG전에서도 2-1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한 정해영은 상대 선두 타자 김강민에게 1점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양 팀의 마무리 투수가 동시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한화 정우람은 15일 NC전 2-0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해 2-3 역전을 허용했다. 역전승을 굳히기 위해 9회말 1사 2루에 등판한 NC 원종현도 3-3 동점을 허용했다. 전날에 이은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였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NC 사태에 도쿄 올림픽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이 이렇게 오래 쉬었다가 후반기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길었던 휴식기가 선수들의 경기력과 실전 감각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반기 블론세이브 부문 1위의 불명예를 안았던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은 후반기 들어 100% 세이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블론세이브만 5개를 내줬던 김원중은 17일 키움전에서도 1점 차 승리를 지킨 것을 포함해 후반기에 나선 5경기에서 5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정우람은 17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지난달 10일 SSG전 이후 39일 만의 세이브다. 정우람은 구대성(한화·9년)과 손승락(넥센 롯데·9년)에 이어 KBO리그 3번째 8년 연속 1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KIA-두산의 잠실 경기, NC-SSG의 문학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두 경기는 다음 달 1일 더블헤더로 열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6일 사이 9개.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 후 쏟아져 나온 블론세이브 개수다. 하루 5경기 중 1~2개 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나온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후반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7명, 이들이 10일부터 6일간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9개다. 이중 구단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가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5개(3명)였다. 11일부터 13일까지 매일 하나씩, 14일과 15일에는 하루 3개의 블론세이브가 터져나왔다. 공교롭게도 마무리 투수의 블론세이브는 모두 한화나 한화와 맞붙은 상대 구단에서 발생했다. 후반기 첫 블론세이브는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기록했다. 정해영은 1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서 7-3으로 앞선 9회초 2사 1,2루 상황에 나섰다. 하지만 1번 타자 정은원에게 1타점 안타를 허용한 뒤 다음 타자 최재훈에게 3점 홈런을 내주며 세이브 기회를 날렸다. 14일 SSG전에서도 2-1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한 정해영은 상대 선두 타자 김강민에게 1점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양 팀의 마무리 투수가 동시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있었다. 한화 정우람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전에서 열린 NC전에서 2-0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해 선두 타자 나성범의 안타를 시작으로 2-3 역전을 허용했다. 역전승을 굳히기 위해 9회말 1사 2루에 나선 NC 원종현도 이성곤에게 안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원종현은 9-8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실점으로 동점을 내줬던 전날 한화전에 이어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마무리 투수의 불안한 모습에 팬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야구팬은 “어느 순간부터 마무리 투수가 올라오면 더 불안해진다”며 “차라리 그날 선발 투수가 잘 던졌으면 완투를 시키는 게 낫겠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겪었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NC 사태에 도쿄 올림픽까지 겹치면서 선수들이 이렇게 오래 쉬었다 후반기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 후반기 초라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길었던 휴식기가 선수들의 경기력과 실전 감각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반기 블론세이브 부문 1위의 불명예를 안았던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은 후반기 들어 100% 세이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블론세이브만 5개를 내줬던 김원중은 후반기 나선 4경기에서 총 4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4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김원중은 현재 시즌 16세이브로 공동 4위에 자리하며 3위 고우석(LG·19세이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김원중은 전반기 초구와 2구에 볼을 많이 내주며 불리한 플레이를 했다”며 “최근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많이 높이며 적극적인 승부를 하고 있는 점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한국 스포츠를 빛낼 유망주들이 쏟아졌다. 여자 체조 여서정(19·수원시청)을 비롯해 탁구 신유빈(17·대한항공)과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등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활약과 함께 최근 주목받는 대회가 있다. 36년 전부터 한국 스포츠 꿈나무 산실을 자처하고 있는 ‘꿈나무 체육대회’다. 이 대회는 1985년 교보생명이 체육 꿈나무 조기 발굴과 육성, 기초종목 활성화를 위해 창설한 민간 유일의 유소년 종합체육대회다. 매년 육상, 수영, 빙상, 체조, 유도, 탁구, 테니스 등 7개 기초종목에 4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한다. 그동안 이 대회를 거쳐 간 선수만 약 13만5000명, 국가대표가 된 선수는 450여 명에 달한다. ‘스타’가 된 선수도 많다. 빙상의 이상화 심석희 등을 비롯해 여홍철 양학선(이상 체조), 박태환(수영), 정현(테니스), 유승민(탁구) 등이 대표적이다. 꿈나무 체육대회 출신이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서 획득한 메달만 200개를 넘는다. 도쿄 올림픽의 경우 해당 7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46명 중 절반 이상(26명)이 이 대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화제가 된 여서정은 인연이 깊다.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와 여서정이 모두 이 대회를 통해 꿈을 키웠다. 한국 탁구의 재도약을 책임진 신유빈도 마찬가지다. 도쿄 올림픽 당시 특유의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소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은 신유빈은 군포화산초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꿈나무체육대회에 매년 참가했다. 신유빈은 당시 전 학년 우승을 차지하며 맹활약했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세운 우상혁은 올림픽 당시 현역 일병 신분으로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리초 5학년이던 2009년 이 대회에서 1m4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올림픽에서 2m35를 뛰어넘으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도쿄 올림픽 유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과 안바울(27·남양주시청)도 거쳐 갔다. 교보생명은 해마다 7개의 기초종목 체육 꿈나무 중 2명씩을 선발해 중고교 6년간 장학금을 지원한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선수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청소년 선수 육성에 헌신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선임되기도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여자 체조의 여서정(19·수원시청)을 비롯해 탁구의 신유빈(17·대한항공)과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등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활약과 함께 최근 주목받는 대회가 있다. 36년 전부터 한국 스포츠 꿈나무 산실을 자처하고 있는 ‘꿈나무체육대회’다. 꿈나무체육대회는 1985년 교보생명이 체육 꿈나무를 조기에 발굴·육성하고 기초종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민간 유일의 유소년 종합체육대회다. 매년 육상, 수영, 빙상, 체조, 유도, 탁구, 테니스 등 7개 기초 종목에 4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한다. 그동안 이 대회를 거쳐간 선수만 약 13만5000명, 국가대표가 된 선수는 450여 명에 달한다. ‘스타’가 된 선수도 많다. 빙상의 이상화 심석희 이승훈을 비롯해 여홍철 양학선(이상 체조), 박태환(수영), 정현(테니스), 유승민(탁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서 획득한 메달만 200개를 넘는다. 도쿄 올림픽의 경우 해당 7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46명 중 절반 이상(26명)이 이 대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녀가 대를 이어 올림픽 메달을 따면서 화제가 된 여서정은 꿈나무체육대회와 인연이 깊다.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와 여서정이 모두 꿈나무체육대회에 참가해 메달리스트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부녀 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를 세운 여서정은 이번 동메달에 이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한국 탁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유빈도 마찬가지다. 도쿄 올림픽 당시 특유의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소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은 신유빈은 군포화산초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꿈나무체육대회에 매년 참가했다. 신유빈은 당시 전학년 우승을 차지하며 맹활약했다.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세운 우상혁은 올림픽 당시 현역 일병 신분으로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상혁은 중리초 5학년이던 2009년 꿈나무체육대회에서 1m4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 올림픽 유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조구함(29·KH그륩 필룩스)과 안바울(27·남양주시청)도 꿈나무체육대회 출신이다. 우상혁의 절친한 동료 진민섭(29·충주시청·장대높이뛰기), 여자체조 개인종합 종목에서 역대 한국 최고 순위 타이기록(21위)을 세운 이윤서(18·서울체고), 한국 남자 탁구 랭킹 1위의 장우진(26·미래에셋증권)도 이 대회를 거쳐갔다. 교보생명은 매년 7개의 기초종목 체육 꿈나무 중 2명씩을 선발해 중·고교 6년간 장학금을 지원한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선수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청소년 선수 육성에 보인 헌신을 인정받아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지난해 선임되기도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새옹지마. 엇갈린 두 선수의 삶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메이저리거 김하성(26·샌디에이고)과 박효준(25·피츠버그)의 인생 곡선이 엇갈리고 있다. 세간의 주목을 먼저 받은 건 박효준이었다. 2013년 당시 야탑고 2학년 박효준은 1년 선배 김하성을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발탁됐다. 등번호도 박효준은 1번, 김하성은 7번이었다. 박효준은 그해 27경기 타율 0.371(97타수 36안타) 1홈런으로 18타점을 올리며 훨훨 날았다. 2루수로 밀려난 김하성이 이듬해 KBO리그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지만 그해 4할대에 가까운 타율(0.392)을 선보인 박효준은 2015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해 태평양을 건넜다. 프로 세계에서는 김하성이 먼저 돋보였다. 2015년 선배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2017년에는 시즌 타율을 3할대(0.302)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에 홈런 30개를 치며 정점을 찍은 김하성은 올해 2월 샌디에이고행을 확정지었다. 반면 박효준은 빅리그 무대를 밟기까지 7년이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이너리그를 맴돌던 박효준은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두 선수의 기류는 최근 다시 바뀌었다. 최근 피츠버그로 이적한 박효준은 2일 필라델피아전에 선발 출전해 첫 안타를 기록했고, 11일에는 첫 홈런을 터뜨렸다. 이적 후 10경기 중 8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반면 김하성은 최근 5경기 무안타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박효준이 좋은 스윙을 보여줬다. 계속 기회를 줄 생각”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전반기 부진을 씻기 위해 박효준을 비롯한 10명의 선수를 트레이드한 뉴욕 양키스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브라이언 캐시먼 뉴욕 양키스 단장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정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덕에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며 “(팀을 떠난)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거가 돼 좋은 경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의 주장 김현수(33·LG·사진)가 시즌 13호 홈런을 앞세우며 팀을 KBO리그 공동 1위에 올려 놓았다. 김현수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안방경기에서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2-5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2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1회말 무사 1루에 나선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오원석의 4구째 슬라이더를 우측 담장 뒤로 넘기며 선취점을 냈다. 2회말에도 1사 3루에서 우익수 앞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생산하며 1타점을 추가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팀에서 출루율이 가장 높은 홍창기 뒤에 가장 잘 치는 김현수가 들어가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김현수의 활약을 축하했다. LG 타선은 이날 총 4개의 홈런을 쏟아냈다. 4회말 이형종이 2점 홈런을 때렸고, 이어진 타석에 들어온 이재원이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5회말 새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도 2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다. 데뷔 첫 안타가 홈런이 됐다. LG는 이날 시즌 네 번째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4연승을 달린 LG는 KT와 공동 선두(45승 32패)에 올랐다. 두산도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방문경기에서 강승호와 박계범, 양석환의 홈런을 앞세워 8-6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올렸다. 키움은 서울 고척구장에서 열린 KT와의 맞대결에서 송성문의 시즌 첫 홈런과 박병호의 시즌 11호 홈런에 힘입어 4-1 승리를 거뒀다. 창원구장에서 NC와 맞붙은 롯데는 나성범과 강진성에게 1점 홈런을 내줬지만 지시완의 만루 홈런과 이대호의 1점 홈런으로 5-4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은 KIA의 신인 좌완 이의리의 코칭을 받아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8연승을 노리던 KIA는 8회까지 7-1로 앞섰지만 9회초 대거 6실점 하며 7-7 무승부에 그쳤다. KBO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후반기에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는다.▽11일 전적SSG 5-12 L G두산 8-6 삼성롯데 5-4 N C한화 7-7 K I AK T 1-4 키움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위기 속에 재개한 프로야구가 하반기 경기 첫날부터 다시 구설에 올랐다. 문제의 장면은 1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한화가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투수 임준섭이 선두 타자 김태진에게 4구째 내야 땅볼을 허용했지만, 3루수 노시환(21)이 이를 포구했다. 송구만 잘하면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노시환의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1루수 이성곤은 태그아웃은커녕 공을 잡는 데도 실패했다. 노시환의 송구는 이날 한화가 범한 세 번째 실책으로 기록됐고, 최형우와 김호령의 안타가 터지면서 추가 1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한화는 2회와 6회에서도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며 1-4로 졌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화 팬 게시판이 폭발했다. 한 한화 팬은 “프로야구가 약물 주입 의혹에 음주운전 문제까지 터지며 매일 위기인데, 이제는 열심히도 안 한다”며 날을 세웠다. 해당 게시글에는 “아웃이 세이프가 됐다. 2점차로 지고 있는데 저런 느슨한 송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수비 실력보다 태도의 문제”라는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평소 노시환에게 ‘포스트 김태균’이 될 재능이 보인다며 칭찬하던 한화의 선배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이날은 중계 도중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은 “김태진 선수는 발이 빠른데 제대로 된 스텝도 밟지 않고 저렇게 여유 부리면서 송구하면 안 된다”며 “지금 한화가 리빌딩을 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지만,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또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 부상자 명단으로 향후 구단과의 재계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는 10일 왼손 투수 김광현의 왼쪽 팔꿈치에 염증이 생겨 IL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IL 등재 일자는 9일자로 소급 적용했다. 김광현은 4월 2일 허리 통증으로 시즌 첫 IL에 올랐다. 이후 약 2개월이 지난 6월 6일 다시 같은 부위 통증으로 두 번째 10일짜리 IL에 등록됐다. 팔꿈치 부상에 따른 IL 등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김광현의 급작스러운 부진 역시 부상 여파로 해석된다. 김광현은 지난달 6일 샌프란시스코전을 시작으로 23일 시카고 컵스전까지 한 달간 4경기 선발 마운드에 오르며 4승 무패로 월간 다승 1위(4승 무패)에 올랐다. 박찬호, 류현진에 이은 2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이달의 투수상’ 수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어진 29일 클리블랜드전에서 2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이달 8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도 4이닝 만에 2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김광현은 캔자스시티와의 경기 후 “지난달 23일 컵스전부터 팔꿈치가 조금 아팠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통증”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0일 “김광현의 팔꿈치 문제가 처음 예상보다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잦은 부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김광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세인트루이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MLB.com은 김광현의 세 번째 IL 등재 소식을 전하면서 “시즌 초만 해도 김광현의 재계약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하지만 최근 세인트루이스가 새 선발 투수 존 레스터와 J A 햅을 영입한 이후로 로테이션 압박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19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6패, 평균자책점 3.36(91이닝 34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비행기 타지 말고 헤엄쳐 돌아오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하는 공식 한국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7일 달린 댓글이다. 이날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지며 ‘노메달’에 그쳤다. IOC 계정 운영자는 한국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지만,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이 수고했다”는 등 대부분의 댓글은 반감 또는 조롱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무엇이 팬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했을까. 이번 올림픽에서는 4위를 기록한 팀 또는 선수들이 찬사를 받았다. 김연경(33)이 이끈 여자 배구 대표팀,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25), 근대5종의 정진화(32) 등도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4위로 마감한 한국 야구를 향한 국민적 분노의 원인은 ‘성적 부진’만이 아니었다. 핵심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말해줄 수 없는 선수들의 태도에 있었다.》 ○ 올림픽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 한국 야구는 대표 선수 선발 때부터 진통을 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가며 외부인과 원정 숙소에서 술을 마신 선수들이 나왔고, 이도 모자라 경찰에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이 들통 났다.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주전 2루수 박민우(28·NC)와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28·키움)가 이 사건으로 급작스럽게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주요 사건만 모아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란다. 2004년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대형 병역 비리 사건이 터졌고, 2012년에는 승부 조작 사건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다. 2015년에는 현역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사실이 드러났고, 음주운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고 있다. 처벌이 잇따랐지만 프로야구 팬들의 공분을 달래주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문제를 놓고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NC·키움·한화 선수들에게 10∼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품위손상행위에 대해 KBO가 가할 수 있는 실격, 직무정지 등 제재의 범위를 놓고 볼 때 중간 수준의 처벌이었다. 키움 구단은 한술 더 떠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안우진에게는 출장 정지 없이 벌금 500만 원만 부과했다. ○ 누적된 실망이 분노로 쌓인 실망감은 올림픽 기간 분노로 표출됐다. 7일 동메달 결정전 중계 당시 인터넷 댓글 창에서 대표팀에 호의적인 댓글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한 야구팬은 “태어나서 한국이 아닌 상대 국가를 이렇게 응원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더라도 군 면제 혜택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1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일부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구 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 거세졌다.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사격 국가대표 김모세는 “메달을 따더라도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역시 일병인 높이뛰기 우상혁은 “규칙적인 군 생활이 운동에 도움이 됐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병역 혜택은 결국 개인의 이득인데,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 선수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뛰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올림픽 이후 스포츠 선수들의 군 면제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계 선배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8일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이번 올림픽은 배에 기름이 찬 상태에서 뛴 것이나 다름없다”며 “KBO는 구성원 중 잘못한 이가 있으면 재발 방지를 위해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6개국 가운데 메달 진입에 실패했다는 건 크나큰 치욕”이라며 “선배들이 쌓아놓은 한국 야구의 위상을 후배들 스스로 깎아 먹었다”고 강조했다.○ 야구 원로·지도자도 반성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 야구 원로들과 현 지도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드러난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과거 세대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나아진 수준이라는 것. 한 야구 관계자는 “프로야구 초창기 때는 숙소에 이성을 부르고,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한 일도 많이 했다”며 “지금 원로라고 하는 야구계 대선배들과 지도자들이 현역 시절 그렇게 생활해 놓고 이제 와서 후배들을 탓하면, 듣는 후배 입장에서는 납득이 될 리가 없다. 당장 충고를 들으면 ‘자기는?’이라는 말부터 튀어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자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여자 배구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권위를 내려놨다.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이 없고, 전술·전략에 대한 선수들과의 토론을 즐겨 한 점이 성공 요인”이라며 “권위주의적 시절 선수 생활을 했던 한국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이 고집으로 나타나면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야구, 체질부터 개선해야 이에 따라 선수, 지도자 할 것 없이 KBO리그 차원의 인성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O의 클린베이스볼센터는 매년 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스포츠윤리와 도핑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스포츠윤리 교육은 선수 기준 1년에 3시간, 승부 조작·불법 도박·음주운전 등 온라인 교육 역시 모두 합쳐 3시간가량에 불과하다. 전 교수는 “지금도 KBO가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주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더 정교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도 되는 것’과 ‘해선 안 될 것’을 끊임없이 주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프로 선수 입단 전부터 일반 학생들과 함께 전인적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 선수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운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편법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처럼 전인적 교육을 받을 기회를 없애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은 “프로 입단 이후 인성 교육을 논하기보다 초중고교 시절부터 인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합리적”이라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국위선양’을 위해 필요하다는 엘리트주의적 체육의 관념을 내려놔야 한다. 학생 선수들이 공부와 운동, 인성 교육을 다채롭게 받을 수 있도록 생활 체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이틀 동안 선수들은 메달 수확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7일 남자 농구 ‘드림팀’ 미국이 프랑스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미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4회 연속 올림픽 우승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유일한 패배(조별리그 1차전)를 안긴 프랑스를 결승에서 다시 마주치게 됐다. 이날 남자 축구 결승에서는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무적함대’ 스페인이 맞닥뜨렸다. 2016년 자국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던 브라질은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스페인은 자국에서 열린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이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7일 남자 배구 결승에서는 프랑스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맞붙는다.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배구 결승에 올랐다. 이날 한국 야구는 요코하마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 나선다. 한국의 선발은 김민우(26·한화), 상대 선발은 1일 한국전에 등판했던 라울 발데스(44)다. 폐회식 당일인 8일의 하이라이트는 남자 마라톤이다. 한국의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과 심종섭(30·한국전력)이 출격한다. 한국이 2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지, 세계 랭킹 1위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가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챔피언 자리를 수성할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여기 기온이 아프리카 케냐보다 10도는 더 높아요. 선수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잘 훈련하느냐’보다 ‘얼마나 체력을 잘 비축하느냐’에 경쟁이 붙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남자 마라톤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룡 수석코치(55·한국전력 마라톤 감독)가 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케냐에서 훈련하던 김 코치는 한국의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과 함께 지난달 31일 도쿄 올림픽 마라톤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했다. 5년 만의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선수단은 훈련보다 컨디션 관리에 공들이고 있다. 삿포로 날씨는 아프리카에서 온 오주한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5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마라톤 경기 출발지인 오도리 공원이 있는 삿포로 주오구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를 기록해 평년보다 5.8도가 더 높았다. 경기가 있는 8일 최고 기온도 32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한이 훈련하던 케냐 고지대의 캅타갓 캠프는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 오후가 돼도 20도를 넘지 않았다. 이번 대회 마라톤은 도쿄의 폭염을 피해 삿포로로 옮겨 8일 오전 7시에 시작하지만 여전히 더위가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김 코치는 “더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보다는 더운 필드에 오르기 전까지 최대한 체력을 많이 비축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선수들도 체력 비축에 집중하고 있다. 김 코치는 “세계 랭킹 1위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체력을 아끼기 위해 입국일을 4일로 늦췄다. 일본 대표팀도 선수촌 밖의 시원한 호텔 숙소와 훈련장을 이용하다 4일이 돼서야 입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도 당초 4일 입국을 계획했으나, 케냐에서 오는 항공편이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경고에 입국일을 앞당겼다. 김 코치는 삿포로 도착 이후 오주한의 훈련량을 줄였다. 케냐에서는 하루 약 4시간을 뛰었지만, 삿포로에 온 뒤로는 오전 7시와 오후 4시 반에 1시간씩만 뛰고 있다. 결전 준비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다. 삿포로 도착 후 처음 오전 훈련을 한 2일 훈련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배차가 1시간이나 늦어졌다. 각국 코치들은 “선수가 땀을 많이 흘렸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빨리 돌아가 쉬어야 한다”고 항의했다. 한국 마라톤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의 은메달 이후 시상대와 인연이 없었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5분13초. 전성기 페이스를 발휘한다면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주한을 마라토너로 키워주고 한국 귀화까지 도왔던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올림픽 무대를 달리는 오주환을 보지 못한 채 3개월 전 별세했다. “하늘에 계신 ‘한국의 아버지’를 위해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은혜에 보답하겠다.” 처음 나설 올림픽 레이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오주한의 각오가 각별하게 들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드림팀’은 죽지 않았다. 올림픽 무대에서 17년 만의 패배를 맛봤던 미국 농구 대표팀은 1승만 올리면 올림픽 4연패를 달성한다. 미국 농구 대표팀은 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97-78로 호주를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반 42-45로 끌려가던 미국은 3쿼터에만 32점을 몰아치며 리드를 가져왔다. 3쿼터부터 득점력이 폭발한 케빈 듀랜트(33·브루클린·사진)가 23득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했고, 데빈 부커(25·피닉스)도 20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열린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76-83으로 진 충격을 씻어내고 있다. 미국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에서 진 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81-89) 이후 26경기 만이었다. 미국은 이후 이란과 체코를 꺾으며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8강 스페인에 이어 호주까지 무너뜨리며 4연승을 이어갔다. 미국은 슬로베니아를 90-89로 꺾고 올라온 프랑스와 7일 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이 우승하면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여기 기온이 아프리카 케냐보다 10도는 더 높아요. 선수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잘 훈련하느냐’보다 ‘얼마나 체력을 잘 비축하느냐’는 경쟁이 붙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남자 마라톤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룡 수석코치(55·한국전력 마라톤 감독)가 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케냐에서 훈련하던 김 코치는 한국의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과 함께 지난달 31일 도쿄 올림픽 마라톤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했다. 5년 만의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선수단은 훈련보다 컨디션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삿포로의 날씨는 아프리카에서 온 오주한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5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마라톤 경기 출발지인 오도리 공원이 있는 삿포로 주오구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를 기록해 평년보다 5.8도가 더 높았다. 경기가 있는 8일 최고기온도 32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한이 훈련하던 케냐 고지대의 캅타겟 캠프는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 오후가 돼도 20도를 넘지 않았다. 이번 대회 마라톤은 도쿄의 폭염을 피해 삿포로로 옮겨 8일 오전 7시에 시작하지만 여전히 더위가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김 코치는 “더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 보다는 더운 필드에 오르기 전까지 최대한 체력을 많이 비축해 두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선수들도 체력 비축에 집중하고 있다. 김 코치는 “세계 랭킹 1위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체력을 아끼기 위해 입국일을 4일로 늦췄다. 일본 대표팀도 선수촌 밖의 시원한 호텔 숙소와 훈련장을 이용하다 4일이 돼서야 입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도 당초 4일 입국을 계획했으나, 케냐에서 오는 항공편이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경고에 입국일을 앞당겼다. 김 코치는 삿포로 도착 이후 오주한의 훈련량을 줄였다. 케냐에서는 하루 약 4시간을 뛰었지만, 삿포로에 온 뒤로는 오전 7시와 오후 4시 반에 각각 1시간 정도만 뛰고 있다. 결전 준비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다. 삿포로 도착 후 처음 오전 훈련을 한 2일 훈련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배차가 1시간이나 늦어졌다. 각 국 코치들은 “선수가 땀을 많이 흘렸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빨리 돌아가 쉬어야 한다”며 항의했다. 한국 마라톤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의 은메달 이후 시상대와 인연이 없었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5분 13초. 전성기 때 페이스를 발휘한다면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주한을 마라토너로 키워주고 한국 귀화까지 도왔던 고(故)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올림픽 무대를 달리는 오주환을 못본 채 3개월 전 별세했다. “하늘에 계신 ‘한국의 아버지’를 위해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은혜에 보답하겠다.” 처음 나설 올림픽 레이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오주한의 각오가 각별하게 들렸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4·사진)이 시즌 11승(5패)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안방경기에서 7이닝 7피안타 8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2019년 12월 토론토에 입단한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입단식 이후 585일 만에 처음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올라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평균자책점을 3.26에서 3.22로 낮춘 류현진은 크리스 배싯(오클랜드)과 함께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새로운 ‘뜀틀 황제’가 된 신재환(23·제천시청)은 3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중 나온 아버지 신창섭 씨(48)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아버지를 향한 감사와 미안한 감정이 담긴 포옹이었다. 전날 그는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가족 단톡방에 ‘아버지,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드셨죠. 이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힘내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아버지 신 씨가 운영하는 충북 청주의 헬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매출이 60% 넘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재환은 “아버지에게 항상 모자라고 철없는 아들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턱대고 체조를 그만두겠다고 떼를 쓴 적이 많았다. 고비 때마다 아버지가 저를 다잡아주지 않으셨다면,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는 꿈같은 일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환은 운동에 집중하느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버지는 “(신)재환이가 ‘돌아가면 아버지 시간 좀 내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가볼 생각에 설렌다”면서도 “소속팀 훈련 일정과 겹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이광연 제천시청 체조 감독이 “보내 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웃으며 답했다. 신재환은 대한체조협회 회장사인 포스코그룹이 지급하는 2억 원의 포상금을 비롯해 정부 포상금 6300만 원과 매달 100만 원의 경기력 향상 연금을 받는다. 신재환은 포상금을 아버지 빚 갚는 데 쓴 뒤 남는 돈은 저축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내게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반대로 좋아하는 태권도를 배우지 못했던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재환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주었으니 내 꿈을 대신 이뤄 준 것 같아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체조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여서정(19·수원시청)도 이날 금의환향했다. TV해설 때문에 공항에 나오지 못한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를 대신해 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김채은 씨(48)가 딸과 반갑게 재회했다. 김 씨는 이날 지난 10년간 고이 간직해 온 ‘서정이의 메모’를 공개했다. 여서정이 초등 2학년 때 쓴 메모로 ‘아빠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땄다. 내가 체조를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은 아니어도 메달을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릴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거짓말처럼 이 약속을 이룬 여서정은 “열심히 노력한 데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한국 선수 올림픽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한 우상혁도 귀국해 가족 친지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았다.인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두 선수가 똑같았다.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였다. 경기장이 잠시 술렁거렸으나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재환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랴진(28)과 동률을 이뤘지만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확정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4일 이번 대회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의 상승세는 결선에서도 계속됐다. 요네쿠라 기술(난도 6.0점·공중에서 3바퀴 반을 비틀어 돈 뒤 착지)을 1차 시기에 성공하며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난도 5.6점·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기술)까지 성공시키며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았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만든 ‘여2’를 통해 완성됐다. 신재환이 시도한 여2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성적 우세 판정을 받았다. 데니스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다. 경기 후 신재환은 전날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여서정(19)의 응원을 소개했다. 그는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서정이가 ‘오빠 꼭 잘하라’면서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며 웃었다.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한 달가량 앞두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뜀틀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하던 그는 6월 국제체조연맹(FIG)이 개최한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5위로 부진하며 간신히 올림픽 출전권을 지켰다. 안일함에 빠져 지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통상 훈련 시 한 번 기술을 할 때마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30초 만에 다시 뛰었다. 신재환은 “도하 월드컵 때 기술 착지에 실패하면서 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게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재환은 충북 청주 율량초 5학년 때 한 학년 위의 형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체조로 상을 받는 걸 본 뒤 곧바로 체조부를 찾아간 게 체조와의 인연이 됐다. 어릴 때는 부상 부담이 컸다. 충북체고 시절엔 허리 디스크를 앓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체조를 그만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 신창섭 씨는 “여기서 그만두면 호적에서 팔 거다. 그만두는 순간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디스크가 터지고 허리에 철심을 박고서야 아들의 부상 사실을 알아차린 아버지는 미안함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딴 뒤 신재환은 “돌봐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신 씨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택견 도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헬스장에서 가족과 함께 응원을 한 신 씨는 우승 장면에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헬스장 매출이 60% 넘게 줄었다. 많이 힘들었는데, 재환이 덕분에 내 인생도 다시 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환의 롤모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9·수원시청)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신)재환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누구보다 정말 잘 준비해 왔다. 아직 20대라 훈련을 한 만큼 실력이 곧바로 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점쳤다. 신재환은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양학선의 응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결선 동점 신재환… ‘최고점수’ 0.033점 앞서 金 뜀틀, 최고점수→수행점수 순 따져‘여2’ 만든 여홍철 “착지 깔끔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이 0.033점 차이로 갈렸다. 신재환과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은 2일 도쿄 올림픽 남자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점수가 14.783점으로 똑같았다. 체조 경기에서 1, 2차 시기 평균을 낸 최종 점수가 같으면 ‘뜀틀을 제외한’ 모든 종목은 1, 2차 시기 중 수행점수(Execution)가 더 높은 선수가 승자가 된다. 그것도 같으면 난도(Difficulty)가 더 높은 선수가 이긴다. 그래도 우위를 가리지 못하면 공동우승이다. 뜀틀만큼은 동점이 나오면 먼저 1, 2차 시기 각각의 점수를 비교해 최고 점수 선수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점수가 같으면 다른 종목들처럼 개별 시기 중 수행점수, 기술점수 순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최상위 점수를 비교한 첫 타이 브레이크 기준에서 신재환은 ‘여2’ 기술을 시도한 2차 시기 14.833점이 최고점이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에 기록한 14.800점. 여기서 승부가 갈리지 않았더라도 신재환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33점)가 아블랴진의 최고 수행점수(2차 시기·9.200점)보다 높아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신재환의 금메달은 2차 시기에서 ‘여2’를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성공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2’는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이다. 여 교수는 이 기술을 앞세워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여 교수는 “스타트 점수는 차이가 나봤자 0.3∼0.4점이다. 결국 착지가 중요한데 신재환 선수의 여2 기술이 깔끔하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여 교수는 애틀랜타 올림픽 때 착지 실수를 요즘도 아쉬워하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잘하는 선수에게 굳이 제가 필요할까요?” 24년 만에 한국 육상 트랙·필드 신기록을 갈아엎은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의 스승 김도균 국가대표 코치(42·사진)가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꺼낸 말이다. 김 코치는 “스타가 된 (우)상혁이에게는 이제 더 유능한 코치가 필요하다. 내가 방해가 되면 안 된다”며 사제의 인연을 끝낼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리 정을 떼어두려는 걸까. 이날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김 코치는 우상혁과 함께 앉지 않고 홀로 외진 구석에 자리했다. 전날 경기장에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던 우상혁도 이날은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모습이었다. 우상혁은 “나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며 더 큰 포부를 내비쳤다. 돌아보면 김 코치의 눈은 항상 운동을 잘하는 선수보다 못하는 선수를 향했다. 김 코치는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돕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유명한 선수들은 도움 받을 곳이 충분히 많다. 혼자서는 바로 서기 힘든 어려움에 처한 무명의 선수들이 나는 좋다”고 말했다. 우상혁을 영입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우상혁은 짝발이다. 여덟 살 때 택시 바퀴에 발이 깔리는 사고로 왼발보다 오른발이 1.5cm 작다. 188cm의 키는 높이뛰기 선수치고 작은 편이다. 2019년에는 왼쪽 정강이 염증으로 선수 생명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우상혁은 훈련을 거르며 매일 술을 마시는 자포자기 생활을 했다. 김 코치는 “상혁이 너는 많은 걸 갖고 있는데도 너 자신을 모른다. 넌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 코치는 우상혁과 피를 섞은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냈다. 인천에 있는 집에 우상혁을 위한 방을 마련했다. 훈련 뒤에는 함께 집에서 지냈다. 도쿄 올림픽 기간에도 예외는 없었다. 7평 남짓 되는 김 코치의 도쿄 올림픽 선수촌 숙소에 우상혁과 장대높이뛰기 대표 선수인 진민섭(29)의 침대를 마련했다. 매일 같은 방에서 자고 일어났다. 선수에 대한 관심은 맞춤형 코칭으로 이어졌다. 김 코치는 “상혁이는 안 좋게 말하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걸 좋게 보면 실제로는 어려운 일도 가능하다고 믿는 성향이 된다”며 “‘너니까 할 수 있는 거다’라고 자주 말해 주며 자신감을 심어 줬더니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더라”고 말했다.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우상혁은 이제 높이뛰기 선수에게는 ‘마의 벽’이라고 불리는 ‘50클럽’ 가입을 향하고 있다. 우상혁은 “현재로서는 내 키보다 50cm 높은 2m38을 넘는 게 목표다. 그걸 넘어야 다음 목표를 정할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혁은 경기를 마친 뒤 절도 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해 화제가 됐다. 올해 3월 입대해 일병 신분인 우상혁은 “기분 좋게 파이팅 넘치게 갔다 오면 저처럼 즐겁게 모든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항상 미소를 짓는 우상혁은 “나도 수많은 실패 끝에 여기에 왔다. 다만 반복되는 도전 속에 긍정을 실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대한육상연맹에서 김 코치와 각각 2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 우상혁은 당분간은 ‘높이 뛰지 않을’ 계획이다. 신기록 수립 후 숙소에 들어와 가장 먼저 먹은 음식은 그동안 가장 먹고 싶었던 ‘불닭볶음면’이었다. “여전히 꿈만 같다”는 그가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진짜 꿈’을 이룰지 기대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두 선수가 똑같았다. 1,2차 시기 평균 14.783점.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였다. 경기장이 잠시 술렁거렸으나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재환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라진(28)과 동률을 이뤘지만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확정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의 상승세는 결선에서도 계속됐다. 요네쿠라 기술(난도 6.0점·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돈 뒤 착지)을 1차 시기에 성공하며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난도 5.6점·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기술)까지 성공시키며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았다. 신재환의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만든 ‘여2’를 통해 완성됐다. 신재환이 시도한 여2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성적 우세 판정을 받았다. 데니스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다. 경기 후 신재환은 전날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여서정(19)의 응원을 소개했다. 그는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서정이가 ‘오빠 꼭 잘 하라’면서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고 웃었다. 9년 만에 한국 체조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저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뜀틀 세계 랭킹 1위로 일찌감치 도쿄행 티켓을 거머쥔 줄 알았던 신재환은 6월 국제체조연맹(FIG)이 개최한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5위로 부진하며 간신히 출전권을 지켰다. 안일함에 빠져 지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기일전한 신재환은 무섭게 집중했다. 통상 훈련 시 한 번 기술을 할 때마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30초 만에 다시 뛰었다. 신재환은 지난달 24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뜀틀 예선에서 평균 14.866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신재환은 “도하 월드컵 때 기술 착지에 실패하면서 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게 초심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재환은 충북 청주 율량초 5학년 때 한 학년 위의 형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체조로 상을 받는 걸 본 뒤 곧바로 체조부를 찾아간 게 체조와의 인연이 됐다. 금메달을 딴 뒤 그는 “돌봐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재환의 아버지 신창섭 씨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택견도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는 부상 위험이 많은 뜀틀 종목에 대한 부담이 컸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기술을 맞닥뜨리면 실패 후 부상에 대한 공포를 떨치기가 힘들었다. 충북체고 시절에는 허리 디스크가 터져 철심을 박은 적도 있다. 체조를 그만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여기서 그만두면 호적에서 팔 거다. 그만두는 순간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그는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신재환은 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칭찬하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신재환의 롤모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9·수원시청)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신)재환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누구보다 정말 잘 준비해왔다. 아직 20대라 훈련을 한 만큼 실력이 곧바로 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점쳤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지난달 19일 출국할 때 한산했던 인천국제공항이 한국 양궁 선수단이 귀국한 1일에는 팬들과 가족, 그리고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꽃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성 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여성 팬은 “안산 산(山)랑해(사랑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산(20)을 비롯한 한국 양궁 대표팀이 1일 금의환향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쓴 오진혁(40), 김우진(29), 김제덕(17·이상 남자),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이상 여자)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혼성전과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세계 최강의 스무 살 신궁으로 우뚝 선 안산은 “재밌게 즐기면서 하고 왔다.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혼잣말로 “‘차분하게 하자”,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고 했던 그는 이날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혼잣말을 했다”고 했다. 더 이룰 게 없어 보였지만 새로운 목표도 밝혔다. “개인전에서 5세트 15발로 150점 만점을 쏘는 게 목표다. 그걸 한번 해내보고 싶다.” 혼성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17세 궁사 김제덕도 “목표했던 단체전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다. 후회 없이 올림픽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3년 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 우승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안산과 김제덕은 지난달 24일 혼성전 멕시코와의 준결승에서 연출한 ‘로빈 후드 화살’(이미 꽂힌 화살을 명중시키는 화살·사진)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0.0058%의 확률로 나온다는 로빈 후드 화살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박물관에 전시된다. 세계양궁연맹(WA)은 이번 대회부터 처음 도입된 혼성전에서 두 선수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을 기념해 해당 화살 기증을 요청했다. 두 선수는 올림픽 다관왕의 명예와 함께 엄청난 포상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각각 1억5750만 원과 9500만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또 다음 달부터 매달 100만 원씩을 받는다. 대한양궁협회도 두둑한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협회는 2016 리우 올림픽 때 전관왕(금메달 4개)을 달성한 양궁 선수단에 총 2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개인전 우승자에게 2억 원, 단체전 우승자에게는 1억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기준을 따른다고 하면 안산은 양궁협회에서만 5억 원의 격려금을 받는다. 인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