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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최현진 일병(당시 22세·고려대 영문과 휴학)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대 내 괴롭힘 의혹이 일었지만 군 검찰은 석 달이 지나도록 기소하지 않았고, 견디다 못한 최 일병의 어머니 송수현 씨(52)가 고소장을 낸 뒤에야 간부 2명을 협박과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 질질 끈 기소와 달리 재판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기소 두 달여 만에 열린 지난해 7월 1심에서 군 법원은 한 명에겐 벌금 200만 원, 다른 한 명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올 4월 항소심에서는 협박 혐의는 빠진 채 1심이 유지됐다. 비슷한 시기, 검찰은 8개월이나 수사를 미루던 한 권력자 아들의 황제휴가 의혹에 대해 한 달 만에 수사를 종결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는 어찌 이리 큰 건가.》 …여러분도 추미애가 될 수 있답니다. 군부대에 강하게 항의하고 부모가 난리치면 현재 있는 군부대에서 옮겨주기도 하고 어느 정도 내 자식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아들을 떠나보낸 후에 알게 됐습니다….(9월 6일 송 씨가 인터넷에 올린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 일부)―지난달 초 인터넷에 올린 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지금 사는 집(경기 이천시)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군인들이 많이 지나다녀요. 그 애들을 볼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나서 힘들면서도, 한편으로 저 아이들 중에도 내 아이처럼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억울함에 대한 하소연도 있지만 아들이 복무 중인 모든 어머니가 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렸어요. 글을 올린 사이트에 40, 50대 어머니 회원이 많거든요. 혹시라도 아들이 힘들다고 하면 저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 말고 꼭 자세히 물으라고.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죽지 못해 살고 있으니까요. 너무 순진했어요.” ―순진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요. “부모가 나서지 않아도 별일 없을 줄 알았어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아들이 죽고 나서야… 부모가 부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난리치면 근무지를 옮겨주기도 하고, 관심 있게 살펴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장례식장에 온 분들이 얘기 해줬어요. 자기도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힘들다고 하기에 ‘힘들더라도 참아야지’ 했더니 아들이 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치며 하소연을 했대요. 그래서 그 뒤에 부대에 쫓아가 난리를 쳐서 부대를 옮겨줬다고…. 나도 그랬다면 내 아들이 안….” ―많이 힘들다고 하던가요. “한번은 갑자기 휴가가 잘리게 됐다고 부대에 전화 한 통 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엄마니까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그런데 무심하게 이제 일병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부모가 그런 것까지 나서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애가 ‘내가 하면 씨도 안 먹힌다’고 하더군요. 그때 얼마나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추 장관 아들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여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추 장관 때문에 우리 아들이 그렇게 된 건 아니지요. 하지만 권력기관이 어떻게 그렇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지 견딜 수 없었어요. 해당 부대는 물론이고 공군본부, 국방부까지 너무 무성의했으니까요. 초기에 변호사가 군 쪽에서 기소는 생각도 안 하고 견책 정도로 끝내려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대로 묻히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아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별도로 고소를 했지요. 안 했다면… 군 검찰이 기소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정말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고소했어도 기소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결과는 벌금 200만 원이 고작이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어떤 정의감 있는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해서 6월부터 1인 시위를 했지요.”※군은 수사 결과에서 “소속 간부들의 지속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잦은 야근 강요 등의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소에는 소극적이었는데 유족 변호를 맡은 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에 따르면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군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흐지부지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유족이 고소하면 처리 결과를 답해 줘야 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는 기소 확률이 높다고 한다. ―정의감 있는 의원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어느 날(7월 27일) 오후 7시쯤인가…, 차 한 대가 나가는데 창문이 열리더니 누가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추미애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란 글귀를 새긴 반팔을 입고 있었거든요. 제가 인터넷에 주문해서 만들었는데… 추 장관을 개인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제가 추 장관처럼 힘 있는 사람이었으면 아들에게 그런 일은 없었을 거란 생각에 한 건데… 정작 추 장관을 보니까 순간 겁도 나면서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당시 추 장관 아들 문제로 국회가 시끄러웠는데 어머니가 입은 옷을 보고도 알은체했다는 건가요.) “별다른 말은 안 했는데…. 그날 집에 와서 저녁 뉴스를 보다가 소름이 끼쳤어요. 그날 추 장관이 국회에서 ‘소설 쓰시네’라고 했더라고요. 의원들 앞에서 그 말을 하고 나가다가 저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한 거죠. 지금도 왜 굳이 창문을 열고 말을 건넸는지 모르겠어요.”※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 ―죄송한데, 그 정도의 일을 겪으면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하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아는 높은 사람이 없어서…. 저는 전화로 보험 상담 일을 했어요. 남편은 자영업자고…. 변호사도 처음에는 제 동생 친구의 딸이 아는 사람을 통해 구했으니까요. 그런데 정당하게 받아야 할 기록조차 ‘빽’이 없는 사람은 못 받는 건가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군 검사에게 수사 기록을 보내 달라고 했더니 부대 방침상 안 된다고 하더군요. 받을 수 있는 자료라는 걸 알고 요구한 건데…. 한 달을 싸워서 간신히 받기는 했지요. 결국 줄 거면서 왜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지…. 그걸로 싸우다 공황장애까지 왔어요. 약을 먹지 않으면 견디기가 어려운데 요즘은 추 장관 때문에 더 먹고 있어요. 볼수록 내 아들과 비교되고 억울해서….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를 수 없을 것 같아요.” (2년 가까이 되지 않았습니까.) “장례식은 치렀지만 아직 시신은 국군수도병원에 있어요. 화장을 못 하고 있죠. 원통함을 풀어줘야 아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 같아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왜요, 알아봤지요. 거기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데…. 그런데 우리 아들에게는 소용이 없었어요. 1948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발생한 군 의문사가 대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아들 일은 그 후에 벌어졌으니까요.” (군에서 알려준 건가요.) “군에서는 그런 기구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도 않아요. 장례식장에 온 군사상유가족협의회 분들이 알려줘서 우연히 알게 됐지요.”※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018년 9월부터 3년 기한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총 1610건이 접수됐는데 그동안 7만여 명이 군에서 숨진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적은 수다. 대부분의 유족이 위원회 존재를 모르기 때문인데, 유족에게 문자나 우편으로 알려주자는 건의가 올라와도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된다고 한다.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지난달 13일까지 신청한 사안에 대해서만 조사를 한다. ―사건 당시에는 지금 이름이 아니던데요. “원래 제 이름은 송덕순이에요. 아들이 그렇게 된 후에 동생이 점을 보러 갔는데 제 이름이 안 좋다고 했대요. 쓸데없는 망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내 이름 때문에 아들이 그렇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군사상유가족협의회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분들 중에 이상하게 ‘순’자를 가진 분이 많은 것도 마음에 걸렸고….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작명소에 가해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가지고 갔지요.” (가해자 이름은 왜….) “아직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었으니까요. 그곳에서 가해자를 이기는 데 ‘수현’이란 이름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 건 아니겠지요.) “…저라고 왜 모르겠어요. 미신을 믿는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있겠지요. 이름 바꾼다고 정말 달라지겠어요. 그런데… 그거라도 붙잡고 매달리지 않으면… 아무 힘도, ‘빽’도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추미애가 아니잖아요.” “엄마가 당 대표라 미안해.” 9월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송 씨의 글이 화제가 된 지 며칠 안 돼서다. 추 장관은 자식 잃은 엄마가 그 말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을지 생각해 봤을까.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요즘 수백 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와인창문(Buchette del Vino)’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벽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술을 파는 것인데, 유럽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고안됐다.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 구멍을 막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재조명되고 있다. 피렌체 구시가지에만 150여 개가 있고, 품목도 술에서 젤라토, 커피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강력한 봉쇄로 5월 이후 하루 평균 확진자가 200여 명으로 감소했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조치를 완화한 뒤 8월부터는 하루 평균 400여 명으로 다시 늘었다. 세레나데가 흐를 것 같은 낭만적인 창문 너머에는 확진자 폭증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추석 연휴에 고향 대신 여행을 가는 ‘추캉스’(추석+바캉스) 인파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호텔 예약률은 94%가 넘고, 제주에는 30만 명이 몰릴 것이라고 한다. 자연휴양림과 캠핑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추캉스는 본래 대형 호텔업계가 마케팅으로 붙인 이름이다. 짧은 연휴에 해외에서 고생하지 말고 호텔에서 각종 패키지를 이용하며 편안하게 지내라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추석 연휴에는 추캉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귀성 취소 및 해외여행 차단과 맞물려 추석 연휴에 국내 여행을 떠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휴 특수가 당장은 경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길게 볼 필요도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이후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5월 황금연휴 때도 강원 속초 강릉 등의 숙소 예약률이 97%가 넘었는데, 4월까지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7월 초 코로나 봉쇄령이 해제된 영국 남서부의 관광 명소인 데번에서는 저승사자 옷을 입은 주민들이 ‘휴가객을 환영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유명 관광지 주민들의 걱정은 크다. ▷지자체들은 준전시 수준의 비상 상황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체온이 37.5도가 넘으면 무조건 진단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시키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증상이 있는데도 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강원도는 2주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관광지에 방역요원을 배치해 점검하기로 했다. 관광지 주민 중에는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고향에도 안 갔는데 정작 자신의 감염 위험은 더 커졌다며 한숨 쉬는 이들도 있다. 관광지 이전에 사람 사는 곳이고, 나는 놀다 가면 그만이지만 바이러스는 남는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일명 조국흑서)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교보문고 9월 둘째 주 집계로 1위.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일명 조국백서)은 37위다. 공동 저자인 서민 교수(53)는 “책을 통해 국민들이 현 정권의 치부를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던 정의로운 세상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이 굉장히 많이 팔렸다던데요. “7만 부 정도 나갔는데… 저도 이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어요. 하하하.” (출간 후에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옛날 학교 선배들에게 전화가 많이 오더라고요. 이 정권 좀 어떻게 해달라고. 저한테까지 그런 기대를 하는 걸 보고 좀 놀랐지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서문에서 ‘정권을 비판하려면 이전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때’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썼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우리 편이 응원해줘서 할 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 우리 편이 다 적이니까요. 오죽하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기사를 못 쓸 정도라고 했겠어요. 친문 사이트인 ‘클리앙’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예요.” (겪어봤습니까?) “두 달 전에 가입했는데… 그 안에도 가끔 멀쩡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60일 중징계를 먹었습니다.” (사유가?) “제 글이 싫은 한 회원이 ‘서민, 이 자식아 나가’라고 해서 ‘너나 나가’라고 했더니 반말했다고 경고…. ‘너 한 달에 8만 원 받고 이런 글 쓰니?’라고 해서 ‘나 건물주에 교수인데 왜 돈을 받니?’ 하니까 위화감 조성이라고 경고…. 그렇게 누적된 거죠. 한 달 버티려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두 달 전에 가입했다면서요.) “클리앙은 50일이 지나야 글 쓸 자격을 줘요. 첫 글 쓴 지 3일 만에 징계 받은 거죠.” ―방송사들이 일대일 토론을 추진했는데 조국백서 측에서 다 거부했다고 하던데요. “좀 놀란 게… 우리 쪽에서 제일 요리하기 좋은 게 저예요. 아는 것도 적고 말도 잘 못하니까. 그런 저조차도 거부하더라고요. 심지어 KBS라디오 쪽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이 거부했다는 얘기를 듣고 더 어이가 없었지요.” (왜요?) “그분은 방송가에서 불패의 토론자예요. 남의 말 안 듣고, 자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절대로 안 지거든요.” ―필진 선정에는 기준이 있었습니까. “특별한 건 없고, 현 정권을 지지했다가 비판으로 돌아선 게 조건이죠. 그 덕분에 부부 사이도 좋아지고, 제 성향이 보수라는 것도 알게 됐네요. 하하하.” (현 정부를 비판하지만 보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 사람들과 같은 진보라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이번 기회에 공부를 했는데… 공부할수록 진보로 사는 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동안 우리나라 보수가 너무 후져서 제가 진보처럼 보인 것뿐이죠. 아내는 보수 성향이라 전에는 트러블도 좀 있었는데 지금은 같이 까고 있습니다. 대통령 덕분이죠.” ―극성 친문의 공격이 심합니까. “제가 좀 특이해서… ‘문빠’ ‘대깨문’ 공격을 받으면 아주 짜릿해요. 너무 좋아. 힘든 건 별로 없고… 일일이 댓글에 답을 다는 게 좀 부담인 정도? 칭찬이든 욕이든 저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준 것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댓글이 수백 개 아닙니까?) “6000개가 달린 적도 있는데… 거의 다 달아줬습니다. 그런 공격은 별로 안 아픈데… 진짜 안타까운 건 진보 지식인들의 침묵이에요. 존경하는 어떤 분은 ‘문빠들의 공격이 무서워서 말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당신은 왜 상처받지 않습니까.) “저를 공격하는 내용이 딱 두 가지인데… 못생겼다는 거와 기생충 연구하더니 기생충이 됐다는 거죠. 논리와 팩트는 없고 얼굴만 까는데… 얼굴은 제가 더 스스로 까고 있고, 저는 기생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것도 상처가 안 되는 거죠.”―스스로 못생겼다고 할 필요가 있습니까. “어릴 때부터 남들이 하도 그래서 스스로 규정지은 건데… 그걸 이용해 동정심도 좀 받고 싶고… 저는 지금은 용 됐어요. 방송 잘리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피부 관리도 받거든요.” ―방송에서 잘렸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인가요. “현 정부에서인데…. MBC ‘전참시’(전지적 참견 시점)에 고정 출연진이 된 적이 있어요. 정규 편성 전 파일럿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2017년 12월 블로그에 쓴 ‘문빠는 미쳤다’는 글 때문에….” (그 글 때문인지는 어떻게 압니까.) “그 글이 많이 보도됐는데 한 열흘쯤 지났나? 제작진이 좀 보자고 하더군요. PD 작가 등 10여 명이 저를 앉혀 놓고 ‘글의 의도가 뭐냐’고 추궁하는데… 2006년에 쓴 ‘차라리 박근혜가 어떨까’라는 칼럼도 보여주면서 ‘너 박사모 아니냐’고도 하고…. 반어법이라고 해명을 하면서도 저 자신이 너무 비굴하고 한심하더라고요.” ―왜 그런 구차한 설명을 한 겁니까. “사실 미련이 있어서….” (미련요?) “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덜 유명한 분들하고 할 때는 서너 시간을 찍어도 나가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근데 이영자 전현무 이런 분들하고 함께하니까 와∼ 두 시간 반 찍고 2회로 나가는 데 감동이더라고요. 별로 말 안 해도 묻어갈 수도 있고… 제가 묻어가는 게 특기거든요. 여기서 좀 더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비굴해도 참았는데… 집에 와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해명에 만족하는 눈치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에서는 방송하지 않겠다고 문자를 보냈지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개업의 대신 기생충학 전공을 선택했다. 김어준의 딴지일보에 글을 쓰면서 정치 비판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도 신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박근혜 정부 때 MBC ‘컬투의 베란다쇼’라는 예능 프로에 출연했는데 PD가 ‘당신과 같이 가고 싶은데 자꾸 정권 비판하면 우리가 참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제발 안 쓰면 안 되겠냐고. 아내도 ‘잡혀갈 수 있으니 살살 좀 쓰라’고 하고…. 당시 격주로 신문 칼럼을 썼는데 소재가 너무 많아서 이런 식이면 매주 쓰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매일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에도 있지만 현 정권 비판이 결국 보수 정당을 도와주는 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논리가 굉장히 많아요.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한 진보매체에 쓰던 칼럼도 올해 그만뒀지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쓸 때마다 트집을 잡아서… 조국 사태 이후 계속 그랬어요. 툭하면 재미도 없고 내용도 후지다고…. 그래서 다시 쓴 적도 많아요. 이번에는 빼고 가자며 안 실린 적도 있고…. 더 이상 못 쓰겠다 싶어서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라면서도 글은 계속 트집을 잡더라고요. ‘현 정부 한 번 깠으면 국민의힘도 한 번 까 달라’고 주문하고……” ―집권세력이 억지를 부리고, 그걸 친여 언론이 확산시키다 보니 이제는 ‘혹시 내가 잘못 안 건가’ 하는 착각까지 듭니다. “그걸 노리는 건데… 괴벨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김어준 TBS 뉴스공장 진행자 가방 ‘모찌’(어떤 사람의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나 했을 겁니다.” (서로 안면이 있습니까.) “전에 딴지일보에 글을 좀 썼지요. 그 인연으로 제가 2010년 쓴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소설에 ‘파브르(곤충기) 이후 최고의 엽기 생물 소설이라고 추천 글도 써줬고요.” (그때부터 선동에는 일가견이 있었네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파브르 이후 최고의 생물 소설이라니…. 하하하. 그런데 김어준은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전혀 대응하지 않고 고소도 하지 않는데 그건 평가해줄 만해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뻑 하면 고소한다고 SNS에 올리잖아요.” ―조국을 말라리아에 비유했는데 괜찮습니까. “한 인터뷰에서 갑자기 조국을 기생충에 비유하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기생충 중에 말라리아가 가장 비열하거든요. 간에 숨어 있다가 세력이 커지면 우르르 나와 우리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죠. 순발력 있게 대처했다고 혼자 뿌듯해했는데… 문득 조국이 고소왕인 게 떠올랐어요. 은근히 걱정이 돼 아는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의견이라 명예훼손은 아니지만 모욕죄는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징역은 아닐 테고… 그분 덕에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으니까 그 정도는 내도 될 것 같아요.” …어진 이를 멀리한 탓에 전임 정권이 무너졌거늘, 전하 주변에도 소인만 그득한 것은 어찌 된 까닭이옵니까. 아무리 옳은 것도 백성이 힘들어하면 되돌아보는 게 군왕이건만 전하는 되레 무리 지어 싸우게 하니 어찌 만백성의 어버이라 하겠사옵니까. 전하, 도둑은 늘 있었지만 도둑이 의금부 개혁을 말한 적은 없었사옵니다. 나라의 법은 사사로운 것이 아님에도 전하 주변에만 치우치니, 정녕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드시려 하시옵니까….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옆집에 악마가 산다’ … 호러 영화 제목 같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상당수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발생한 강간, 강제추행 범죄만 무려 2만3000여 건. 성범죄로 현재 신상공개 중인 사람은 전국에 3671명이나 된다. 한 동(洞)에 신상공개 대상자만 14명이 사는 곳도 있다.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해 12년을 복역한 조두순이 12월 만기 출소한다. 그는 복역 중 면담에서 출소 후 원래 살던 경기 안산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조두순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제는 성인이 된 피해자가 살고 있다. 시는 방범카메라를 확충하고, 경찰도 수시 점검에 나선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길에서 마주칠 가능성까지 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상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거주지는 건물번호까지만 공개되기 때문에 옆집에 성폭행 전력자가 살아도 모르기 쉽다. 인권보호도 필요하지만 ‘너만 알고 조심해’ 식의 공개가 무슨 소용인가. 같은 읍면동에 사는,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에는 호수 등 세부정보를 우편으로 알려주는데 시간이 지나 피해자가 성인이 되면 받을 수 없다. 조두순 피해자가 딱 이 경우다.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착용 기간도 형량 등에 따라 한정된다. 조두순의 경우 신상공개는 5년, 전자발찌는 7년이다. 그는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지만 믿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가 전자발찌 착용의 효용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성범죄 전력자들 가운데는 전자발찌를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이도 있었다. ▷재범 방지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는 아동성범죄자 집 앞에 ‘성범죄자(sexual predator)’라는 팻말을 붙인다. 오클라호마에는 신상공개자들의 머그샷(경찰이 범인 식별을 위해 찍는 얼굴 사진)만 게재하는 신문이 있는데 성범죄자는 별도 코너에 싣는다. 첫 발행 때 6000부를 찍었는데 순식간에 팔려 지금은 6만 부를 찍는다. 성범죄는 아니지만 발행인의 아들도 두 번이나 게재됐다고 한다. ▷성도착증 범죄자들의 출소를 영구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호수용제도가 그중 하나인데 성도착증 범죄자들을 치료 목적으로 퇴근 후부터 다음 날 출근 때까지 야간에는 내보내지 않고 특정 시설에서 살게 하자는 것이다. 이제 100일도 안 남았다.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선 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강성극우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극렬 ‘엽기토끼’들 때문에 안 돌아오는 집토끼가 훨씬 더 많다는 걸 알면서도 입으로만 들리지도 않게 “우리는 다르다”고 할 뿐. 그런데 최근 서울 부산 인천 경기에서 개혁보수 깃발을 들었던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들이 시도당위원장에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밑바닥 당원부터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든 걸까.》 ―상대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경욱 전 의원이었는데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겼다. “표 차이가 커서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민 전 의원이 청와대와 당 대변인도 해 전국적인 인지도가 월등히 높은 데다 작년까지 시당위원장을 연임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려울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내가 3선 의원을 했지만 민 전 의원에 비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싸움도 잘하고. 당원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아주 높기 때문에 민 전 의원이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 국민 투표였나?) “아니, 선거인단은 100% 당원이고 그중에서도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들이다. 당 소속 지방의원과 당직자 등 당연직 대의원과 인천 지역 13개 당협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책임당원들은 일반 당원들보다도 훨씬 더 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높다. 과거와의 차이라면 코로나19 때문에 모바일 경선으로 한 것뿐이다.” ※이 위원장은 413표(58.1%), 민 전 의원은 209표(29.4%)를 얻었다. 선거인단 1000명 중 711명이 투표했다. ―선거인단 성향이 강성우파, TK정서에 가까울 것 같은데…. “흔히 그렇게들 보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경선 결과를 보면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극렬 골수우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극렬한 강성극우 인사들이 과잉 대표돼 마치 당원 모두가 그런 것 같은 착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국민은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도….” ―당신은 바른정당에 참여했다 복당했는데… 어려울 때 당을 버린 배신자라는 시각이 있지 않나. “그런 정서가 있는데… 배신자 프레임도 일부의 생각이 과잉 대표된 면이 있는 것 같다. 나 말고도 최근 부산은 하태경 의원, 경기는 최춘식 의원, 서울은 정양석 전 의원이 시도당위원장이 됐는데 모두 바른정당 출신이다. 경선 과정에서 배신자 공격보다는 오히려 ‘당이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지난 총선 경선 때도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받았는데 내가 후보가 됐다. 수도권 당원들 사이에서는 바른정당 참여가 큰 흠이 아니고, 보수 변화의 노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수도권보다 더 보수적인 곳이 강원도인데 이번 총선에서 강릉에서 당선된 권성동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인데다 탄핵 때 법사위원장이었기 때문에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단장까지 맡았다. 공천도 못 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당원들이 찍지 않았으면 당선될 수 있었을까.” ―인천시당이 8·15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참석자 중에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나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뜻을 모르지는 않지만 코로나19와 수해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정치집회를 여는 것은 부적절했다. 일부 강성 목소리가 결코 당 전체의 생각이 아니다. 되레 수도권 지역은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라니?) “대다수 국민은 8·15집회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 민심을 읽고 광화문 집회 주최 측과 우리를 동일한 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가 있으니까.” ―당 차원의 참여는 없었지만 지도부는 개인의 참여도 막지 않았다. “그런 면이 아쉽기는 하다. 국민이 우리 당을 외면하게 만드는 행위나 사람과는 선을 그어야 하는데…. 용기 있게 그 일을 못했다. 소수의 강성 극우도 눈치 보면서 검경을 장악한 정권과 어떻게 싸우나.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수해도 겹쳐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광화문에 나가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게 과연 국민의 마음에 들까? 우리 당 참석자들도… 일부러 국민과 당을 괴리시키려고 간 것은 아니라도 실제 그런 결과를 낳은 건 사실 아닌가. 개천절 집회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인천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연수을)과 유정복 전 인천시장(남동갑)이 참가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차명진 전 의원도 참석했으나 이들은 현재 탈당 상태다.―아스팔트 강성우파와의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곧 열리는 당무감사가 극우척결의 시작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아스팔트 우파,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참여한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 우리 당을 국민으로부터 멀게 만드는 사람들과 행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호하게 선제적으로 선을 긋지 못했다면 사후에라도 당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 (결별해야 한다고 할 때마다 ‘우리끼리 분열하면 안 된다’ ‘뺄셈의 정치로는 이길 수 없다’며 덮고 가다보니 지금에 이른 것 아닌가.)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19일간 단식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내가 굶다가 죽어도 저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우리가 아무리 소리쳐도 그것으로는 폭주를 멈출 수 없다는 걸. 이유는, 우리 당이 변하지 않아 국민이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의 폭주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당 혁신이라는 건가. “탄핵 이후 우리가 제대로 변했다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올해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를 맞았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억지스러운 강변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조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 전에 자진사퇴시켰을 것이다. 선거에서 불리하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게 열린우리당 출신들이다. 진심으로 정권의 폭주에 가슴을 치고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뼈를 깎는 혁신으로 당 지지율을 올리면 된다. 그러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정권의 폭주를 막을 것이다.” (비대위가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이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사죄도 하고 당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뼈를 깎았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당내에 그런 아픔과 진통을 겪은 사람이 없지 않나. 만약 우리가 변하지 못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진다면, 선거를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 성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노 전 대통령은 2007년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며 “야당은 대통령 공격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고, 여당도 대통령 방어보다 차별화해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동안에도 쓴소리나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강성극우들의 공격으로 다 묻혔다. “입바른 소리를 하면 벌 떼처럼 달려드는데… 소신 발언을 하는 쪽은 다 개인이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앞서 말했지만 적을 앞에 두고 내부 총질한다고 하고, 싫으면 나가라고 하고… 그래서 당 안팎의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온건합리중도 보수 지킴이’ 역할을 하려고 한다.” (온건보수 지킴이?) “당에 올바른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극렬강성들의 비난과 공격을 혼자 감당하지 않게 해주려고 한다. 지지성명도 내고, 부당한 공격에는 연대해서 같이 싸우는… 외롭지 않게. 여야를 떠나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은 집단을 이뤄서 대응하고 싸우는 걸 잘 못한다. 안 하려고도 하고…. 그러다보니 좌우 극단에 있는 사람들 수가 더 적은데도 이기지를 못한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목소리를 안 내다보니 극단적인 사람들이 마치 양 진영의 대표인 것처럼 과잉 대표된 거지. 온건중도합리적인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세다는 걸 강성들에게 보여줄 작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했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금태섭 전 의원을 물어뜯을 때 우리는 그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소수의 올바른 목소리가 나올 때는 지켜준 적이 있었나. 올바른 당내 변화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계파 이익을 위해 저항하는 세력들은 견제하는… 그 싸움을 혼자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한다. 아스팔트 우파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면 이 당의 주류가 온건합리적인 보수로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학재(56)…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선 후보일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박 대통령 당선일 다음 날 임명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친박과 거리를 뒀다. 탄핵 이후에는 바른정당·바른미래당에 참여했다 복당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11일 민관합동조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을 학대하고 후원금을 전용했다는 그간의 의혹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5년간 88억 원을 후원받고도 할머니들에게는 ‘연간’ 1인당 30만 원 정도밖에 안 쓴 것. 그런데 나눔의 집이 생긴 지 30년이 다 됐는데 관계기관은 뭘 했기에 이제야 드러난 걸까. 내부고발자인 김대월 학예실장(35)은 “관계기관과의 유착 없이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은 1992년에 생겼다. 그동안 숱한 감사가 있었을 텐데. “2017년 이사회 영상을 찾았는데 이런 부분이 있었다. 이사장이 ‘후원금을 방만하게 관리해서 시설이 존폐 위기까지 갔는데 내가 (경기)광주시장도 만나 다 수습했다’는 장면이다. 우리가 국무총리실, 광주시, 경기도,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에 공익제보를 한 게 3월 10일이다. 우리는 제보만 하면 우리 역할은 다 한 거라 생각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난리가 나는 게 당연할 텐데… 3월 말쯤에야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들이 정식 감사는 아니고 제보자 얘기나 한번 들어보겠다며 왔다. 그런데 광주시 공무원은 출근도 안 한 스님에게 월급이 나갔는데, ‘밖에서 일했다면 문제가 없을 거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경기도 공무원은 월급이 적어서 내부고발을 하는 거니 올려주면 해결된다고 하고.”※ 김 학예실장은 2018년 나눔의 집에 입사했다. 내부고발자들은 1년간 안에서 싸웠으나 해결이 안 돼 3월 공익제보를 하게 됐다고 한다. ―공익제보자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후 4월 초 광주시가 경기도와 합동이라며 감사를 했는데 후원금 관리 미비로 과태료 350만 원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민관합동조사단 발표를 봤겠지만 과태료 350만 원이면 누가 봐도 솜방망이 처분 아닌가. 그런데 5월 13∼15일 경기도에서 다시 감사를 나왔다. 그 자리에 월급 올려주고 해결하라던 그 경기도 공무원이 있더라.” (광주시와 합동으로 했다면서 경기도가 왜 또 나온 건가.) “5월 7일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의혹을 폭로하면서 문제가 커질 것 같으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어이가 없는 게… 감사 나온 사람들이 ‘조사를 못 할 정도로 관련 서류가 하나도 없는 이런 곳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나눔의 집이 생긴 지 28년인데 무슨 소리인가.) “그래서 내가 당신들 얼굴에 침 뱉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동안 감사를 어떻게 했기에 이 모양이냐고. 경기도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두 달 후 왜 또 민관합동조사를 했겠나.” ―여성가족부는 적극적이었나. “제일 아무것도 안 한 게 여가부다. 3월에 제보하고 한 번 와서 할머니들이 폭행당한 적이 있느냐, 여가부 지원금을 건드린 거 있느냐 딱 두 개만 묻고 갔다. 두 달간 소식이 없더니 이용수 할머니가 폭로하니까 다시 와서 할머니들 잘 계신가 보고 갔다. 그런데 이달 들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 행사에 할머니들이 참석할 수 있는지는 수시로 물었다. 화가 나서 3월부터 민원 넣고 수십 번 전화했을 때는 담당자 연결도 안 되다가 이제 와서 행사에 참석해 달라니 당신들은 행사에만 관심 있냐며 싸웠다.” (어느 부서가 담당인가.) “여가부 여성권익정책과다.” (국가인권위 조사는 어떻게 됐나.) “5월 27일 했는데 결과는 아직….” (오늘이 8월 19일인데?) “지금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7월 초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달 11일 발표했는데….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인권위는 뭘 조사했나.) “침대….” (침대를 왜?) “10년 된 침대가 기울어져서 할머니가 주무시다 떨어졌다. 그래서 하나 사자고 했는데 운영진이 낭비라고 못 바꾸게 했다. 그러고는 기울어진 쪽을 돌려서 벽에 붙여 놨다.” ―기울어진 침대에서 주무신다는 건가? 후원금을 88억 원이나 받고? “지금 다섯 분이 계신데… 세 분은 집중치료실에 있다. 그중 두 분은 코 줄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고.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인데 말이 집중치료실이지 의료 장비가 하나도 없다. 침대 하나뿐이다. 방에서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 계시는 것뿐이다. 그렇게 계시다가 돌아가시는 건데…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그동안 할머니 스무 분 정도가 이곳에서 돌아가셨는데 나눔의 집에서는 한 번도 기일을 챙긴 적이 없다. 돌아가신 날 남은 가족들과 할머니를 추억하는 분들이 모여 고인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자리… 그런 게 없다. 할머니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이용해서 돈을 모으는 곳이다.” ―치료나 간호는 어떻게 하나. “간호사가 한 분이라 퇴근 후에도, 쉬는 날에도, 휴가 중에도 할머니들이 아프시면 나온다. 심지어는 암 수술을 받아 본인이 요양 중인데도 와서 간호했다. 그런 사람에게 20년간 초과근무수당 한 번 제대로 준 적이 없고 승진도 안 시켜줬다. 그 말을 했더니 우리가 돈과 승진 때문에 내부고발을 했다고 음해하더라.” (왜 한 명뿐인가.) “광주시에서 지원하는 간호사 인건비가 한 명이니까.” (후원금이 적지 않은데 자체 채용하면 되지 않나.) “안 한다. 나라가 지원하는 돈 외에는 할머니들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는다.” (근무 여건이 굉장히 열악한데 어떻게 그분은 20년이나 있는 건가.) “할머니들 걱정 때문에 못 떠난다. 워낙 잘하니까 그분이 없으면 할머니들이 불안해해서….”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원종선 간호사다.” (의사는 없는 것 같은데.) “이 동네 의사 선생님이 돌봐주시는데 약이나 영양제도 웬만한 건 무료로 준다.” (나눔의 집은 뭘 하는 데 공짜로 받나.) “내가 묻고 싶은 말이…. 의사도 채용하려면 할 수 있는데 돈만 쌓아놓고 안 한다. 그분도 본인이 자원봉사로 해주는 거다.” (성함이….) “퇴촌중앙의원 경명헌 원장님이다.”―할머니들 옷이나 머리는 어떻게 하나. “옷은 사준 적이 없고 후원받은 옷만 입힌다. 더러 가족이 사오는 것도 있다. 신발은… 단화 한 켤레가 전부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어디를 가든 그거 하나로 버틴다.” (할머니들이 신발 한 켤레로 산다고?) “그렇다. 머리는…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해준다. 나라에서 지원금 나오는 항목이 아니면 뭐 하나 나눔의 집에서 해주는 게 없다. 그리고 이런 내부 상황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높은 분들은 선물 쌓아놓고 사진이나 찍고 가지, 정작 할머니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보지 않는다. 2018년에 할머니 한 분이 경복궁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사무국장이 추워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때가 10월이었다. 근데 그 다음 달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식에는 세 분을 데리고 가 야외에서 두 시간 동안 떨게 했다.” ―행사에 할머니들을 동원하는 게 심한가. “2018년 여름인데… 소장이 경기 광명시 행사에 할머니 한 분을 모셔가려고 했다. 근데 할머니가 아팠다. 간호사가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까 짜증을 내면서 광명시장 만나야 하는데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더라. 안 되니까 다른 할머니를 준비시키라고 했는데 그분은 치매로 대소변을 못 가린다. 함께 가서 기저귀 갈아드릴 직원이 없다고 해서 결국 못 갔다. 내가 운전해서 소장을 모시고 갔는데 도착해서 광명시장에게 한다는 말이 ‘아이고 시장님, 우리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셔서 저도 병원에 가야 하는데 (시장님과의) 약속 때문에 왔다’고 하더라. 너무 가증스러웠다.” (할머니는 괜찮으셨나.) “병원에 가보니 대장 천공이었다. 그날 바로 대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할머니들 숙소 수용인원을 20명으로 늘리는 공사를 했는데 혹시 알려지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을 더 찾아 모셔오려던 건가. “그럴 리가…. 일반 요양원을 만들려고 한 거다.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로 알려져 있지만 정관상으로는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양로시설 및 무료 전문요양시설, 미혼모 생활시설’로 돼 있다. 지금 계신 다섯 분이 돌아가시면 후원금을 받거나 법인을 유지할 방법이 없으니까 일반 입소자를 받기 위해 시설을 확충한 거다. 그런데 너무 뻔뻔한 게… 지난달 민관합동조사단이 한창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 인근 면사무소에 공문을 뿌렸다. 65세 이상 남녀 주민 중 입소 가능자를 추천해 달라고.” (잠깐, 남녀라니? 할머니들이 살아계신데 남자를 받겠다고?) “정신 나간 거지…. 더군다나 공사도 부실해서 작년 증축공사가 끝난 뒤에 콘센트에서 물이 나왔다.” (비가 와서 지붕이 샜나.) “비 안 왔다. 그냥 돼지코 콘센트에서 물이 콸콸 나왔다. 무허가 업체가 했는데 증축공사를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광주시가 몰랐을까?” ―3월에 공익제보를 했는데 6월에 다시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 이유가 뭔가. “바뀌긴커녕 더 나빠져서…. 운영진이 내부고발자들의 서버 접근권을 막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업무에서 배제됐고.” (한 명뿐인 간호사가 업무 배제되면 누가 돌보나.) “그래서 얼마 전 퇴원한 할머니 한 분은 간호사 대신 나눔의 집 간부가 데려왔다. 의사와 처방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평소 드시는 약이나 몸 상태를 제일 잘 아는 간호사가 가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기 때문에 의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뉴욕에 살다가 올해 세상을 떠난 고 이춘덕 여사는 생전에 독립운동 유적지와 후손들을 기록하기 위해 찾아온 김동우 사진작가 앞에서 30여 분을 펑펑 울었다. 김 작가가 “독립운동 때문에 왔다”고 하니 나라에서 온 줄 알고 수십 년간 잊혀진 채 살았던 설움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여사의 아버지는 북로군정서 분대장으로 청산리 대첩에 참가한 이우석 애국지사다. 이 여사의 딸은 영정 사진으로 김 작가가 찍은 사진을 썼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 그 뜻을 기리고 후손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찾거나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해외에서 항일운동을 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생활고로 유품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세대가 지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후손들도 많기 때문이다. ▷전남대 김재기 교수팀이 최근 멕시코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25명을 찾아냈다. 1905년 이민 간 후 북미지역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인국민회 멕시코 지방회를 결성해 3·1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 후원금 모금, 광복군 지원 등에 나선 분들이라고 한다. 김 교수팀은 코로나19로 현지에 가지 못해 당시 이민자 명단, 대한인국민회 기관지 기사 등의 사료를 페이스북을 통해 300여 명의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공유하며 찾았다. ▷기막힌 일은 이 중 10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추서됐는데도 국가보훈처가 서훈을 전달하지 않아 후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립유공자는 후손들이 직접 신청하거나 보훈처가 각종 사료를 통해 찾아내 추서하는데 후자가 90%에 달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명단만 올려놓고 알려주지 않아 추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해외에 있는 후손들은 한국말은 물론이고 한국 핏줄이란 걸 모르는 이도 많아 보훈처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도 거의 없다. 독립유공자 유가족에게는 보상금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지만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말 그대로 탁상행정이다. ▷김 교수가 해외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에 나선 것은 2016년 쿠바에서 겪은 일 때문이라고 한다. 쿠바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 13명의 후손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만 서훈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나라가 안 하면 나라도 하자’는 마음에 이들 13명의 활동을 소개하고 쿠바·멕시코 지역의 미서훈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모두 사비로 하고 있다. 개인도 찾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나라가 못 하는가. 오늘은 제75주년 광복절이다. 그 빛을 있게 해준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참담하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최근 정부의 무리한 검찰개혁과 맞물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64·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추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unfit(부적합한)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라고 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깜’이 안 되는 사람이 장관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왜 그런 글을 올렸을까.》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 걸로 아는데…. “지금 벌어지는 검찰개혁이 너무 정도를 벗어났다고 생각돼서… 불편한 심정이 그 중앙점에 있는 사람을 향해 폭발한 것 같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추 장관이 사건을 편향되게 보고, 무모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먼저 검언유착으로 단정하고 (수사팀을) 숨 가쁘게 재촉하지 않았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지, 수사도 안 끝났는데 이미 판단이 서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국가 사법질서의 한 축을 이끄는 법무부 장관이 그래서는 안 된다. 전례도 없는 일이다.” (unfit이란 말이 상당히 화제가 됐는데 일부러 쓴 건가.) “한글로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쓰면 뭔가 표현이 다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금의 검찰개혁은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고, 방향과 내용도 잘못됐다고 했다. “우리 국민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7위로 꼴찌다. 국민이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검찰은 공정한 수사, 법원은 공정한 재판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법원의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지금까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뭘 하겠다고 한 게 없다. 사법의 독립, 재판의 독립만 말할 뿐이다. 법원이든 검찰이든 독립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기관의 독립성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서는 기관의 독립성도 중요하지 않나.) “물론 중요하다. 기관의 독립성은 공정한 수사·재판을 위한 한 축이다. 또 한 축은 책임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독립성은 많이 말하지만 책임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필연적으로 부패로 연결된다.” (전관예우 등 끼리끼리 문화의 만연을 말하는 건가.) “전관예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고 고질적인 문제가 수두룩하다. 특히 검찰, 법원을 막론하고 ‘관선변호’의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관선변호? 잘 못 들어본 용어인데…. “국선변호인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검찰·법원 내부에서 사건 당사자를 위해 열심히 뛰어주는 상사나 선배를 부르는 은어다. 내가 그 문제를 제기한 게 1992년이다. 그 때문에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지만… 30년 가까이 됐는데 여전히 안 고쳐지고 만연돼 있다.” (어떤 식으로 하나.) “선배 판검사가 놀러온 것처럼 후배 방에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근데 이 판사, 뭐 그런 사건 맡았다며? 그런데… 원고가 상당히 억울한 것 같아. 기록 한번 잘 좀 봐줘요’ 이렇게 부탁하는 게 관선변호다. 내부 관계를 이용해서…. 검찰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1이라고 하면 검찰은 10이다. 그만큼 만연됐다. 관선변호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 내에서 힘들어지니까 이 거대한 부정을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결국 수사·재판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책임성 강화를 위해 ‘법 왜곡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주 센 관선변호의 경우 아예 사건 배당 때부터 관여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수사, 재판을 잘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판검사를 처벌하자는 건가. “표현은 거칠지만… 그런 의미다. 물론 판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판검사가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데 현저한 책임과 과실이 있었다는 게 재심에서 밝혀지면 처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춘재 대신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윤모 씨는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최모 씨는 10년을 살았다. 경찰만 잘못하고 당시 판검사들은 아무 잘못이 없었을까.” (가재는 게 편인데, 검찰과 법원이 그들을 기소하고 처벌해줄까. 특별판사를 만들어야 하나.) “전례는 없지만 못 만들 것도 없다고 본다. 특검은 만들지 않았나. 법관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특별재판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오랜 세월 동안 모든 것을 잃은 사법 피해자들이 피를 토하며 하소연을 해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처음 듣는 말이라고 환호를 하더라.” (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건가.) “판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까…. 그 은밀한 거래를 밖에서 누가 알겠나.”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왜곡죄라는 이름으로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한다. 대통령의 힘을 강화시키는 검찰개혁도 있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 등 국가기관의 잘못이 있을 때는 민주적·시민적 통제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은 자신들이 하겠다며 검찰을 통제하고 있고, 더 나아가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검찰개혁은 정략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리고 공수처는 대통령의 가장 좋은 칼이 될 것이다.” (왜 이렇게 폭주하게 됐을까.) “모든 것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권력의 행사는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촛불 시민혁명을 계승했다고 자처하는 정부가… 강골 검사 윤석열만 찍어내면 더 이상 터져 나올 내부 불만도 모두 잠재울 수 있다는 식으로 칼을 휘두르고, 자신들의 부패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게 진보세력이 장기 집권하면 역사가 침을 뱉을 것이다. 우리는 이걸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비판해야 한다.” ―당신은 공수처 찬성자로 알고 있는데…. “나는 공수처를 열렬히 지지해왔다. 법왜곡죄처럼 공수처가 있으면 판검사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재판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판사를 징계해달라고 진정을 넣으면 ‘귀하가 진정한 사안은 재판독립에 관한 사안이므로 응답하기가 적절치 않음’이라고 딱 한 줄 온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다.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면 이런 문제는 고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공수처라면 없는 게 낫다. 어쩌면…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를 통해 다 통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처장 임명 방식을 바꾸면 보완이 될까.) “처장이야 나이도 지긋한 사람이 될 테니 그렇게 노골적으로 안 할 수도 있다. 더 두려운 것은… 중간간부, 수사관 등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같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들로 대거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누가 공수처 들어간다고 서초동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들어가서 공을 세우려고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란 말이 나온다. “왜 추 장관이 국회에서 윤 총장 아내·장모와 관련된 자료를 읽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켰겠나. 뻔히 사진 찍힐 줄 알면서. 보라고 한 거지. 공수처가 만들어진 뒤 ‘아내가 한 일을 남편이 모를 수 있느냐. 공모한 것 아니냐’며 소환하면 어떻게 되겠나. 계속 총장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아… 정말 그렇게까지 갈까.) “‘똘똘 말아 넣는다’는 말을 들어봤나. 수사기관이 없는 것도 갖다 붙여서 범인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한동훈 검사장 엮는 것 보지 않았나. 한 검사장은 간신히 벗어났지만… 사람을 억지로 죄인 만들고 형을 살게 하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윤 총장 아내·장모와 관련된 자료를 보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노출됐다. 이미 오랫동안 숱한 의원들이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찍힐 줄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권고안을 냈다. 총장은 지휘관인데 지휘권을 뺏는 게 개혁안인가. “그들이 원하는 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 검찰의 무력화니까. 목표를 정해놓고 그냥 갖다 붙이는 거다. 윤 총장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안 했겠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이었으면 되레 강화시켜 줬을 거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 없다. 애당초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2017년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했다. 유세차 타고 마이크도 잡았는데…. “난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정부라고 생각했다. 탄핵 정국에도 어느 정도 일조했고. 당시에는 촛불 시민혁명을 이어받은 지도자가 문 대통령이라고 확신했다.” (지금도 그런가.) “하… 실망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지…. 특히 검찰개혁 분야는 완전히 패착이라고 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최근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바일러가 산책 중이던 소형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고가 발생했다. 스피츠 주인과 행인이 맹견을 떼어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썼지만 당할 수가 없었는데, 스피츠가 숨지는 데는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죽은 강아지와 주인은 11년간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 맹견은 3년 전에도 다른 개를 물어 죽였지만 견주는 여전히 입마개는 물론이고 목줄도 잡지 않은 채 주택가에 풀어놨다. 그는 개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 그랬다고 했는데 피해자에게는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개는 훈련소에 보냈다고 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더 기가 막힌 건 재물손괴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동물을 소유물, 즉 물건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강아지 인형을 훼손하는 것과 산 강아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동일한 셈이다. 그나마도 가해 동물 주인이 이를 유도하거나 방치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적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경기 이천에서는 기르던 개를 동네 다른 개가 죽였지만 법정까지 가서야 구입비 80만 원과 위자료 80만 원만 받고 끝났다. 애견학교처럼 다수의 개를 맡아주는 곳에서는 아예 ‘사망 시 동종의 강아지로 줄 수 있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넣은 곳도 있다.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자기가 기르던 동물을 망치로 때려죽여도 처벌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민법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과 물건 사이의 제3의 지위를 부여해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적어도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라고 한다. 독일은 연방헌법에도 ‘국가는 동물을 보호한다’고 규정했다. ▷가족같이 소중한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이라 부른다.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질병 사고 등 죽음의 원인에 대한 분노, 슬픔으로 인한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족을 잃었을 때에 버금가는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데, 자신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일 경우에는 특히 증상이 더 심하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주는 대상이 꼭 사람만은 아니다. 반려(伴侶)동물이란 말이 정착된 지 오래다. 반려자(伴侶者) 외에 이 말을 쓰는 대상이 또 있을까.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인식도, 법적 지위도 바뀌어야 한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최초로 아내 탓을 한 남편은 아담이 아닐까. 이브가 나무열매를 줘서 먹었다고 둘러댔는데, 요즘 보통 남자들 세계에서 그렇게 여자 핑계를 대면 찌질한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유독 정치판이나 고위층에서는 그런 장면이 여전히 자주 연출된다. ▷청와대는 김조원 민정수석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집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얼마에 팔아 달라는 걸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팔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높게 부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 핑계로 피해간 것이다. 다주택자인 김 수석은 서울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47평형(전용면적 123m²)을 시세보다 2억∼4억 원가량 비싼 22억 원에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해명이 사실이라면 수십억짜리 집을 얼마에 팔지 상의도 안 하는 부부인 셈이다. 김 수석은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건물 매입은 아내가 한 일”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사모펀드 투자가 문제되자 재산관리는 아내가 전담했다고 했다. 2010년 한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는 뉴타운 예정지의 쪽방촌 지분을 산 사실이 드러나 투기 의혹이 일자 “아내가 노후대비용으로 한 것 같다”고 말했고 결국 낙마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은 재직 중 업자에게 아내에게 줄 명품 가방을 요구했는데, 재판에서는 아내에게 책임을 돌렸다. 안 전 수석에게 돈과 선물을 준 업자 부부는 특검에서 “청와대 수석치고는 구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방송인 김구라의 전 부인은 빚이 17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남편 모르게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게 된 것. 김구라는 아내와 함께 심리치료도 받고 겹치기 출연을 하며 빚을 갚아갔는데 그 과정에서 전 재산 가압류 통보를 받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입원하기도 했다. 결국 2015년 이혼했지만, 김구라는 이후에도 무려 48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받은 출연료로 전 부인의 빚을 다 갚아줬다고 한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책임을 지는 사람과 어떻게든 면피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가장 꼴불견이 ‘아내 탓’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자 자신은 빠져나가고 아내가 징역을 산 국회의원 같은 ‘찌질이’를 필부(匹夫)들 사이에선 오히려 찾기 힘들다. 공자는 ‘군자는 잘못을 나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고 했다. 고위직에, 군자는 바라지도 않고 미성숙자가 너무 많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용(龍)을 꿈꾸는 정치인은 많지만, 자신이 왜 용이 돼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을 왜 꼭 당신이 해야 하나.’ 누구나 아는 간단한 질문이지만 거의 대부분은 변죽만 울리다 끝난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첫 번째 질문에 “국가의 틀을 바꾸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깜’이 될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미리 질문지를 줬는데…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가 뭔가. “나는 국가의 틀을 바꾸고 싶다. 국가가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성장은 둔화되고 양극화는 고착되는데 집 일자리 교육 등 모든 부담을 전부 개인이 지고 있다. 그 부담이 저출산, 사회 불만, 청년들의 꿈 포기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실업 빈곤 연금 등을 책임지고 개혁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안 하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 중 하나가!(책상 쾅) 자신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과 결핍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걸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정치와 국가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말과 이념만 내세우지 책임도 안 지고 일도 안 한다. 그런 면에서….” (말하는 중간에 미안한데 그런 총론적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구체적인 정책은 순차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일단 부동산 일자리 교육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더 큰 틀에서 디지털 대전환, 미중 대립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찾고 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고 한다. 지금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늦지 않은 시간 안에 제시하고 공론화하려고 한다. 커밍 순(Coming soon)!” ―당신이 꼭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나. “(나한텐) 제일 중요한 질문인데… 하하하. 우선 문제의식이 투철하다. 지금 정부는 국민의 삶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는 윤석열(검찰총장) 끌어내리기, 과거사 캐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제의식이 투철하지 않기 때문에 말만 그럴듯할 뿐 엉뚱한 행동이 많은 거다. 나는 문제의식과 상황 판단, 그와 일치하는 해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간의 정치·행정 경험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준비를 많이 한 후보가 될 것 같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는 왜 나온 건가.“될 가능성은 적었지만… 당시 이명박(MB) 박근혜 후보가 제시하는 비전이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우리 세대에도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과거지향적인… 그래서 내 나름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려고 나갔다.” (그들이 시대와 어떻게 안 맞았다는 건가.)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중 하나다. 박정희식 경제개발 모델의 변형이라고 할까. 디지털 대전환, 규제 개혁, 특히 보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우리 경제 모델의 대전환 같은 것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다.” (MB는 녹색성장을 추진하지 않았나.) “2008년 제시한 녹색성장은 어젠다로는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지속되지 못했다. 전임 정부가 시작해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고 있는 걸 다음 정권이 적폐로 몰고 뒤엎으면 국가의 자산과 역량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이런 식이다.” ―최근 10여 년간 정치보복이 고질병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선택, 그로 인한 지지층의 트라우마… 이런 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고스란히 보복정치로 나오고 있다. 그걸 위해 지지층을 선동하고…. 아니, 선거 때 이쪽저쪽 찍을 수도 있고, (SNS에)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걸 전부 들춰내 편을 가르고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배제하는 정치를 하면 미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국가를 제시했는데 정당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무슨 놈의 포용국가인가. 웃기는 얘기다. 지금 세계적으로 다가오는 위협이 얼마나 큰데 우리는 집권세력이 현충원 묘를 파네 마네, 검찰총장이 뭘 했네 이런 거나 따지고 있으니….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게 나라의 지휘부가 온 역량을 집중해 매달릴 사안인가?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을 용기가 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미래통합당은 다른가. 그 난리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는데…. “그래서 나는… 지금 40년, 50년 전이란 퇴행의 기운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퇴행의 기운이라니?) “50년 전으로 퇴행시킨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1970년대로 끌고 갔지 않나. 당시 새파란 비서관 하던 사람에게 국가원로로 실권을 주고…. 50년 전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나라를 온통 그쪽으로 몰고 가고…. 통합당이 그 업보를 못 치렀기 때문에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죽어야 부활할 수 있는데!(쾅) 죽지 않으니 좀비 상태로 있는 거다.” (뭘 죽여야 한다는 건가.) “과거의 낡은 사고가 완전히 체질화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보조를 맞추는 행동과 문화다.” ―40년 전으로 퇴행시킨 건 누군가. “집권 운동권 세력들이 사회를 전부 1980년대 사고방식과 행태로 끌고 가지 않나. 대한민국이 반쪽 민주국가밖에 안 된다면서 건국 과정 자체를 리셋해야 정통성이 생긴다는 국가관, 80년대 박현채 교수의 민족경제론을 지금도 고수하는 경제관…. 우리가 일군 성장이 어떤 피눈물과 시행착오, 노력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더 발전시키기 위해 뭘 할지는 고민하지 않고 통째로 잘못된 것처럼 몰고 가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하면서 권력공동체가 돼 온 나라를 편 가르고, 자기편만 챙기고, 같은 편이면 일탈행동도 옹호하며 나라와 국민의 윤리기준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의 도덕적 정당성마저 스스로 다 파괴하고 있다.” ―최근 당 모임에서 진보의 아류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당신은 개혁 성향으로 알려졌는데 후보가 되고 싶어서 지지층 눈치를 본 건가. “그게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료보험,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야당은 스스로 보수야당이라고 불렀다. 정책이 너무 혁신적이었으니까.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도 마찬가지지만 보수에게는 시대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담대하게 변화를 주도해온 역사가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이런 변화를 주도하지도 못했고, 우리끼리는 계파 간에 서로 죽이기만 했다. 지금 불리하다고 민주당 따라 하지 말고 그 담대한 유전자를 되살리자는 뜻이다.” ―민주당 따라 하지 말자면서 제주도 긴급재난지원금은 왜 전 도민에게 주나. “1차는 아니고 2차 지원이 그렇게 됐는데… 나는 더 위급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1차는 중위소득 100% 이하에게 가구별로 지급했다. 1인 가구 20만 원, 2인 30만 원, 3인 40만 원, 4인 이상은 50만 원이다, 공무원은 빼고. 그런데 2차(1인당 10만 원)는 전 도민에게 줄 수밖에 없게 됐다.” (왜?) “1차는 자체 예산으로 됐는데 2차는 예산을 편성해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도의회가 전 도민에게 주라고 결정했다. 의회 의결을 거부할 방법은 없으니까… 내 소신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있을 거라 보나. “국민의 신뢰가 없기 때문에 백약이 무효할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은 한 방에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가격이 폭등하지 않는다고 국민이 믿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과 모순되는 것은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그런데!(쾅) 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시정 연설에서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고 천명하는 바로 뒤에 강남에 60억 원대 집을 가진 사람이 떡하니 앉아 있었다.” (누구?) “국회의장. 그리고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하겠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전부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들이 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원래 2주택자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204m²)와 대전 서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서울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65억∼75억 원으로 알려졌다. 대전 아파트는 5월 아들에게 증여했다. ―제주 오기 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살았는데…. “제주 오면서 팔았다. 지금 사는 제주도 집 한 채뿐이다.” (관사가 없나?) “있는데 지방 청와대로 쓰던 거라 너무 커서 어린이도서관으로 바꿨다.” (목동 아파트면 지금 가격이 엄청 뛰었을 것 같은데.) “융자 끼고 4억 원인가에 샀는데 7억5000만 원 정도에 팔았다. 지금은 12억∼13억 원 정도라고 하더라.” (쓰리지 않나.) “하하하. 정치인은 권력만 추구해야 한다. 뒤로 챙길 것 다 챙기면서 명예도 가지려고 하면 되나.” ※올 3월 공직자 재산 신고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20억2500만 원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많은 사람들이 만지는 지폐는 병원균에 취약하다. 2014년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1달러 지폐에서 무려 3000여 종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는데 여드름을 유발하는 세균이 가장 많았고, 궤양 폐렴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도 나왔다. 맨해튼의 한 은행에서 수집한 지폐 80장을 분석했는데 소량이지만 코뿔소 DNA도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맨해튼까지 오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 손을 거쳤을지 궁금하다. ▷한국은행이 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겠다며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는 행위는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효과도 불분명한 데다 전자파가 돈의 홀로그램과 숨은 은선 등 위조 방지 장치에 영향을 끼쳐 불이 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부조금으로 받은 현금 수천만 원을 소독하겠다며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찢어지고 떡처럼 된 젖은 종이뭉치를 가져온 사람도 있는데, 이틀간의 수작업 끝에 확인이 불가능한 것을 빼고 새 돈으로 교환받은 금액이 2200만여 원에 달했다. 손상된 지폐는 남은 면적에 따라 교환액이 결정된다. ▷1달러 지폐에 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섭씨 22도에서 약 8시간 이상 생존한다고 한다. 최근 미 육군 감염병연구소가 실험했는데 37도에서는 4시간가량으로 떨어졌다. 아직까지 지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보고는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들어온 화폐를 150도 고열로 살균처리하고 소독된 금고에 2주간 보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지폐소독기를 운영하고 금고도 방역한다.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인 ‘노세보 효과’는 부정적인 암시로 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영향을 받는 심리 현상이다. 195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한 포도주 운반선 냉동창고에서 한 선원이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됐다. 출항 때 동료가 모르고 문을 잠갔기 때문인데, 그는 벽에 자신의 몸이 서서히 얼어붙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적었다. 하지만 냉동창고는 실제론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창고 안 온도는 영상 19도였는데도 얼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워낙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니 철저한 예방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지나친 나머지 우환을 자초해서도 안 되지 않을까. 돈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른 천에 소독제를 묻혀 닦고, 그 뒤에 손을 잘 씻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일일이 다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만진다면 의료용 장갑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심해서는 안 되지만 검증도 안 된 개인 요법으로는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없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몰카(몰래카메라)’를 제대로 찾으려면 건물의 모든 전원을 끈 뒤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몰카탐지기는 촬영한 영상을 저장하거나 송신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탐지하는 방식이 가장 많은데, 비데나 전선에 흐르는 전류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중이용 시설물의 모든 전원을 끄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탐지기 반응을 보고, 의심스러운 곳을 점검하는데 천장이나 벽 틈은 파손 시 배상 문제가 있어 웬만큼 확실하지 않으면 뜯어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2018년 8월 ‘몰카 보안관’을 발족한 서울 서초구는 지금까지 누적 9300여 개 건물, 8만6000개의 화장실을 점검했지만 실제 몰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몰카로 사용되는 지름 1mm 초소형카메라의 작동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숨기는 곳은 첩보영화가 무색하게 진화하고 있다. 담뱃갑 단추 라이터 등은 이제 ‘라떼’ 몰카 취급을 받는 고전에 해당한다. 실제 물이 담긴 생수병(500mL) 카메라도 나왔는데 여분의 렌즈 가리기용 상표 스티커와 미개봉된 뚜껑도 준다. 무선공유기 화재경보기 인형 등 종류도 갖가지인데, 선물 받은 곰인형이 밤마다 눈을 돌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교육부가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몰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교사가 학교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것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각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이달 16∼31일 긴급 점검하고, 발견되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검 날짜가 공개됐는데 설치한 몰카를 그냥 놔둘 범인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경남교육청은 2018년부터 ‘불법 촬영 카메라 탐지 장비 대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장비 대여 학교와 대여 시기가 공개된 공문을 내려보낸다고 한다. 몰카범이 교직원이라면 자신의 학교가 언제 점검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구조다. ▷학교, 특히 초등학교가 몰카 전수 점검의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숙박업소나 상업시설 화장실처럼 누구나 드나드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본 데다, 학생들이 받을 정서적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범죄의 장소로 걱정되고, 아이들이 ‘혹시 우리 선생님이나 교직원이…’라는 의심을 잠깐이라도 하게 되는 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그런 씁쓸한 현실로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교 안마저 몰카 위험지대가 된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이왕 하려면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점검으로는 몰카범은 못 잡고 불신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최근 깔따구 유충(幼蟲) 수돗물 사태를 야기한 인천시가 실제 유충이 발견된 가정에 한해서만 피해를 보상하기로 했다. 그나마도 샤워기 정수기 등의 필터 구입비만 되고, 수돗물 대신 구입한 생수는 안 된다고 한다. 유충이 발견된 공동주택의 저수조 청소비는 증빙서류가 있으면 보상한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증빙을 내야 하냐”는 문의에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답변한다. ▷인천 유충 수돗물은 공촌·부평 정수장 등에서 관리 부실로 발생한 유충이 각 가정으로 흘러가 발생했다. 두 곳에서 공급한 물을 마시는 곳만 58만 가구에 달한다. 공업용수·농업용수로 쓰이는 4급수에 사는 깔따구는 수질 오염을 판단하는 지표 생물.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르자 이 지역 가구에 수돗물을 마시지 말도록 권고한 게 인천시다. 그래놓고 피해보상은 유충이 발견된 250여 가구만, 그것도 생수 구입비는 빼고 주겠다니 어이가 없다. ▷인천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보상 범위를 넓히는 것은 기부행위 금지 등에 관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는 피해 사실이 명확해 보상 범위가 넓었는데 이번은 다르다는 것. 육수통에 벌레가 빠져 죽었는데 그릇에서 벌레가 나온 사람만 피해자라는 식이다. 같은 국물을 먹었는데 벌레가 안 들어간 사람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다 유충이 빠진 게 아니라 오염된 물이 문제라는 점을 왜 모르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민간 기업들 가운데는 피해보상을 오히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승화시키는 곳도 많다. 상품은 물론이고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연회비조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 전액 환불해주는 곳도 있다. 아예 환불을 해주는 고객센터를 입구에 배치하는 곳도 있는데 환불 시 그 금액만큼 세금도 환불해준다. 물건 몇 개 더 파는 것보다 고객 만족도를 높여 충성 고객을 양산하는 게 낫다는 전략인데 결과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하는 곳이 상당수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꽉 막힌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도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 두 번 다 피해를 입은 주민도 수십만 가구에 달한다. 피해보상 규정이 어이가 없다 보니 “유충이 나온 옆집에서 빌려와 신고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인터넷에는 “임신한 아내와 아이가 모르고 마셨다”며 가족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글이 수도 없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화만 돋우니 그 마음 씀이 4급수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요즘 수돗물 불순물을 걸러주는 수도꼭지·샤워기 필터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인천 서구 일대 가정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부터인데,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으로 유충 신고가 확산되면서 폭발적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 일주일 동안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0%나 급증했다. 생수 2000개를 주문한 가게도 있다고 한다. ▷최근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과 가정에서 발견된 것이 분석 결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충이 약 2m 두께의 여과지와 염소소독 과정을 어떻게 통과해 가정까지 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욕실 바닥에서 발견된 유충은 유전자 검사 중인데 다행히 해당 오피스텔 수돗물에서는 유충이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서구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지자 인천시는 대대적인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당시 인천시는 주민 신고에도 검사 결과 이상 없다고만 하다가 화를 키웠는데, 이번에도 최초 신고 이후 5일이나 지나서야 해당 정수장에서 유충을 발견하고 가동을 중지했다. 이 정수장은 오염원 유입 차단을 위한 밀폐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지난해 9월부터 조기 가동됐다고 한다. ▷매를 번다는 말이 있지만 당국의 태도가 딱 그렇다. 인천시는 뒤늦게 “깔따구 유충은 학술적으로 인체 위해성이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다 자라면 1cm 정도인 깔따구는 4급수에 사는 수질 오염 지표생물. 4급수는 2급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쓰이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다. 사람이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에 걸린다. 깔따구만 건져내면 마셔도 된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비싼 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해마다 오염사고가 터지는데도 인천 시민들은 m³당 470원(1∼20m³ 사용 시)으로 서울보다 110원이나 더 주고 쓰고 있다. ▷2012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세계 물맛대회’ 수돗물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7위를 차지했다. 아리수(서울) 미추홀 참물(인천) 빛여울 水(광주) 등 자체 수돗물 브랜드를 가진 곳도 상당수다. 하지만 2017년 상하수도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7.2%에 그칠 정도로 불신이 크다. 선진국은 50%가 넘는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해마다 사고가 터지면 누가 믿겠나.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지난달 말 국회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3차 추가경정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벌 떼처럼 들고일어나 예정처를 성토한 것. 일각에서는 예정처의 역할과 비중을 줄이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예정처를 길들이려는 행태에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민주당의 이런 전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년 전인 2004년 11월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것을 트집 잡아 최광 초대 예정처장(73)을 직권면직시켰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잘린 건가. “예정처가 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노무현 정부 추산보다 과다 추계했다는 것과 내가 외부 정책토론회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국회 고위직을 모두 물갈이하려는데 내가 버티니까 그걸 구실로 강제 면직시켰다.” (예정처는 국가 예산결산·기금 및 재정 운용에 관한 사항을 연구 분석·평가하기 위해 만든 곳 아닌가.) “그러니 어이가 없다는 거다. 당시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부의 최대 핵심 정책이었고 정부 추산으로만 약 45조 원이 드는 대사업이었다. 이런 국가사업을 예정처가 추계 분석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의뢰가 들어와서 한 거다. 안 하면 직무유기 아닌가. 그런데 내가 정부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비용을 부풀렸다고 공격했다.” ―비용을 부풀렸다니? “비용 추계는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럴 경우, 저럴 경우를 고려해 몇 가지 안이 나온다. 정부는 45조6000억 원, 예정처는 52조∼67조 원을 추계했는데 야당인 한나라당은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안으로 정부를 공격했다. 안 그래도 나를 쫓아내고 싶었는데 그걸 빌미 삼은 거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조사소위원회를 만들고 비용 부풀리기와 공문서 위조, 판공비 사용 내역, 채용 비리 여부까지 내 비리를 찾아내려고 탈탈 털었다.” (결과가?) “없다.” (없다니?) “원하는 걸 아무것도 찾지 못하니까 조사보고서도 못 만들고 흐지부지 끝났다.” ―조사위가 근거를 찾지 못했는데 국회의장이 어떻게 면직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나. 사유를 명기해야 하지 않나. “김원기 의장이 제출한 면직동의안은 ‘예정처장 최광이 국회의 중요한 지원기관의 책임자로서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어 국회법에 의해 운영위원회에 면직동의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왜 적절치 않은지는 내용이 없다. 비리를 찾을 수가 없으니 쓸 수가 없는 거지. 면직을 시키면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 (사형수도 소명 기회를 주는데 자르면서 해명도 안 들었다는 건가.) “내 죄가 뭔지 명시해야 소명하라고 부를 것 아닌가. 죄를 명시 못 하니 부를 수도 없는 거지. 결국 2004년 11월 18일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처리해 강제 면직됐다. 하… 너무 야박했던 게… 다음 날 국회 기자실에서 면직의 부당함을 말하려고 했는데 국회 사무처에서 경위들을 시켜 못 들어가게 막았다, 면직됐다고. 그래서 복도에서 했다. 뭐가 두려워 그렇게까지 막았는지….” (복도에서 뭐라고 했나.) “예정처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공적 기관이지 의장의 사유물이나 특정 정당의 전리품이 아니라고….” (면직이 부당하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처음에는 하겠다고 말했다. 사유도 밝히지 않고, 소명 기회도 안 준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런데, 그래도 몸담았던 곳인데 수장의 체면은 세워줘야 하지 않나 싶어 안 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당시 국회운영위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 11명과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의 찬성으로 면직동의안을 통과시켰다.―처장 재임 시 정책토론회 등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고 했는데…. “당시 세계 경제 호황으로 다른 나라들은 활력을 띠고 있었는데 우리는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밑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참여정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 전환을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열린우리당은 ‘최광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인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국회의장이 임명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 비난했다. 난 평소 우리도 미국 의회예산처(CBO) 같은 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마침 예정처가 생긴다고 하니 공개모집에 지원해 된 것뿐이다. 특정 정당의 추천을 받지도 않았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3차 추경의 문제점을 지적한 예정처를 성토하고 나섰다. “예정처가 정부 안에 동의만 하라는 건가? 그럼 예정처는 왜 존재하고, 국회는 뭐 하러 있나. 시오노 나나미의 한 소설(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라는 말이 나온다. ‘용서받지 못할 죄’란 뜻인데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과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회사가 망하고, 국가 예산이 흥청망청 낭비되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 나라가 어떤 꼴인가. 대통령과 장관들은 복지와 코로나19를 이유로 예산 늘리기에 열중하고, 행정부 실무자들은 우선순위나 불요불급을 따지지 않는다. 지자체장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나 기초·광역의원들도 감시는 고사하고 지역구와 이익집단들 요구를 들어주느라 사업비 챙기기에만 혈안이다. 예정처마저 여기에 동조하라고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나. 더욱이 예정처의 지적은 법적 구속력도 없다. 그래서 문제이기는 한데 그런 지적조차도 못 견디겠다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4대강 사업에 3조5000억 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정처가 환경부 예산 1조2873억 원 등 다른 부처에 숨겨진 4대강 예산을 찾아내면서 하루 만에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예정처는 그런 곳이다. ―국회가 스스로 예정처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기부터 우려했던 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설립 당시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서는 예정처장의 임기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법에서 빠졌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장이 바뀌면 처장도 바뀌는 게 관례처럼 됐다. 역대 처장 8명 중 5명이 국회 사무처 입법고시 출신인 점도 문제다. 3권 분립이라지만 국회 사무처는 여당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정처에 사무처 인력이 많아지면 예정처가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하기 어렵다. 국회사무처와 예정처는 서로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인적 교류를 금지하는 게 바람직한데 직원들 인사는 물론이고 사무처 입법고시 출신들이 아예 예정처장 자리를 차관 승진 개념으로 여긴다. 초기에 어렵게 뽑은 외부의 유능한 인재들이 대부분 떠난 이유기도 하다.” ―이번 추경도 그렇고 정부 예산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당신은 예산 규모 확대가 개인의 자유를 축소시킨다고 주장하는데…. “흔히 예산안 논의의 초점을 적자냐 흑자냐, 또는 급증하는 국가채무에 맞추는데 더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 우선순위, 낭비 여부다. 그리고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제대로 인식을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예산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자유는 반비례로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 건가.) “예산은 세금 아닌가. 예산 규모가 커진다는 건 세금을 더 많이 걷는다는 뜻이다. 세금 증대분만큼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몫이 제한되는 것이다. 또 예산을 나눠주는 쪽의 힘이 커지고, 수혜를 받는 국민이 국가에 종속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가의 힘이 커질수록 국민의 자유가 줄 수밖에 없지 않나. 민주화의 길은 결국 개인의 자유를 증대해온 길이다. 그런데 알든 모르든 민주화 세력이라는 집권당이 그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안타깝다.” ―국가 예산을 제대로 감시하는 게 민주화운동의 하나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그래서 예산 감시가 그렇게 중요한데…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의 본질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태반이다. 지역구 사업비 밀어 넣는 것이 예산 편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여야는 행정부 견제보다 자기들끼리 견제가 우선이고, 특히 여당은 국회 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행정부를 감시하기보다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분석을 강요하고 있다. 이번 추경 때도 보지 않았나.”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의 예산결산·기금 및 재정운용과 관련된 사항을 연구 분석·평가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3월 설립된 국회 내 기관. 국회의장 소속이지만 직무에 있어서는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연구인력 등 현재 1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곳이 국가다. 어릴 적 등 뒤에 숨으면 언제나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부모나 형처럼 든든한 존재라고 할까.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관계 기관 홈페이지에 숱한 사람들이 억울한 사연을 올리는 것은 나를 지켜달라는 절박한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때 심정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팀 감독 등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3종 경기 고 최숙현 선수가 6차례나 관련 기관에 진정을 넣었지만 모두 건성으로 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월 소속 팀을 운영하는 경주시청을 시작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과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련 체육기관에 호소했지만 진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준 곳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선수는 생을 마감하기 전날인 지난달 25일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선수가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것을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딸을 대신해 경주시청에 진정을 넣은 최 선수 아버지는 “팀이 전지훈련을 갔는데 다 불러들일 수 있느냐. 고소하려면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런 것은 벌금 몇십만 원짜리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들었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코로나19로 관련자들을 부르기 어려우니 피해 내용은 경찰 수사로 대신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클린스포츠센터로 ‘퉁’쳤다. 그러는 사이에 넉 달이라는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고,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수년간 체육계에서 폭행 성폭력 등 각종 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심석희, 여자 유도 선수 출신 신유용 등의 체육계 미투가 터지자 경기단체들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벌이고 자정 능력이 없는 대한체육회 등을 대신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워낙 학맥 인맥으로 칡뿌리처럼 얽히다 보니 눈감아주기가 여전한 데다 우승과 메달이라는 성적 지상주의도 폭행이나 체벌이 사라지지 않고 관행처럼 내려오게 하는 이유라고 한다.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남긴 말은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였다. 엄마가 무슨 힘이 있으랴마는 국가기관에 외면 받은 20대 청년이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이 가족 외에 달리 있었을까. ‘그 사람들’에는 감독 등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절박한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은 기관들의 무책임과 방관까지 포함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21대 총선은 미래통합당은 물론이고 정의당에도 가치 재정립이라는 숙제를 던졌다. 진보를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를 독식하는 등 점점 더 기득권화가 심화되는 상황. 상당 부분 한배를 탔던 정의당도 마냥 민주당과 함께 갈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정의당이 창당 8년 만에 처음으로 혁신위를 구성하고 진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도 그런 까닭이다. 혁신위에서는 진보가 민주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김창인 정의당 혁신위원(30)은 “기성진보 인사들의 유통기한은 이제 다했다. 진보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끝난 기성진보란 누굴 말하나. “2018년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란 책을 출판했는데 그 책을 쓸 때는 대표적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tbs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씨를 상정했다. 물론 사회 곳곳에 상층부를 형성한 86세대도 포함된다. 그들은… 이제는 기성진보도 아닌 그냥 ‘기성’이다. 더 이상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왜 그런가. 그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지지층이 있고 보수진영과 싸우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들의 말이 우리 사회를 진보하고 발전시키는 쪽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에 대해 변호하고 강변하는 것인지. 지금은 후자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들이 기득권을 옹호하는 쪽으로 변했다는 건가.) “기득권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신들이 기득권이다. 왜 스스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직도 자신들을 여전히 불합리한 세상과 싸우는 투사처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큰 문제다.” (말하는 중간에 미안한데 심상정 대표는 기성진보에 안 들어가나.) “유 이사장 등과 약간 결은 다르지만… 기성진보인 것도, 세대교체 대상에도 당연히 들어간다. 심 대표를 넘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식상한 얘기다. 본인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청년, 리버럴과 싸우다’의 부제는 ‘진보라고 착각하는 꼰대들을 향한 청년들의 발칙한 도발’이다. ―유시민, 김어준 씨나 민주당 주장을 들으면 아직도 야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꾸 음모론을 제기하는 거다. 문재인 정권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니까. 그들이 말하는 걸 보면 ‘여전히 통합당이란 거악, 토착왜구가 남아있다. 이 사람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힘을 실어 달라’ 이런 투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도, 국회도 민주당이 다 차지했다. 사회 곳곳의 상층부가 86세대다. 어떻게 더 힘을 실어달라는 건지… 더 나은 세상을 얘기하지 않고 통합당 없애는 것만 말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정치하는 건 굉장히 비겁한 태도다. 그들이 민주화의 형식과 절차적인 면을 만들어 온 성과는 인정한다. 다만 그들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이미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분들이 좀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그리고 지금 민주당 86세대가 청년들에게 사회참여를 요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굉장히 웃긴 모습이다.” (청년들에게 사회참여를 요구하는 게 왜 이상한가.) “그 말이 한 꺼풀 더 들어가면 결국 자신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니까. 청년들이 사회참여를 안 해서 사회가 이 모양이라는 거다. 사회가 이 모양이라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지 왜 청년들이 참여를 안 해서인가?” ―혁신위에서 정체성 지적이 나왔는데 조국 사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사태에서 보인 모습 때문인가. “조국 사태 때 당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 정의당이 어떤 당인지 분명하게 보여줬어야 했는데 입장이 모호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없는 사람들의 투쟁이 많은데 정작 당은 그런 곳보다 선거법 개정에 가장 절박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정치는 누구를 대변하느냐가 중요하고, 따라서 당도 누구의 편에 서 있느냐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불분명했기 때문에 정체성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조국 사태 때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 있었어야 했나. 조국 사태를 합법과 불법, 비리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 짚었다고 본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 정의당이 어디에 서야 했을지는 분명한 거다.” (다른 부분은 어떤가.) “지금 정의당의 정체성으로 인식된 다른 많은 부분들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창당 때보다 당원 수와 구성이 많이 변했다. 시대도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이렇게 빨리 나올지 그때는 몰랐으니까. 새로운 문제 제기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명확한 당론이 없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당 당론이 뭐냐고 물으면 명확한 입장이 없다.” ―다른 당보다 가장 찬성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당론이 아니었나. “당 대표나 지도부 입장으로 나온 것이지 당론은 아니다. 그것도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로 나온 게 아니고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단어로 나왔다. 둘은 다르다고 본다. 지도부가 선언적으로 말하는 것과 강령에 명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의당이 말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노선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생각한 개념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니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뭘 고민해야 한다는 건가.) “정의로운 복지국가란 말을 처음 썼을 때는 아마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게 정말 우리 당의 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도…. 용어가 다소 모호해서 누구를 대변하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기 어려운 점이 있다.” (노선이 명확해지면 반대로 보편적인 전국 정당이 되는 데는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사실은 아무 내용이 없는 거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정당은 누구를 대변하는지가 명확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각 정치집단들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게 정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혁신위에서 더 이상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런 이유도 있다. 진보정당은 세상을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그러려면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제는 민주당도 그 장벽이고, 그래서 같이 할 수 없다고 본다.” (진보정당 안에는 우리가 당선되지 못해도 선거연합을 안 해 통합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정서가 있지 않나.) “독자노선을 간다고 모든 선거연대를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단지 통합당을 막기 위해 선거연대가 필요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양보하는 건 정말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온 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리고 이제는 선거연대로 민주당이 당선된들 큰 의미도 없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승리 이전에 거대 양당의 승리다. 양당의 비율이 더 커졌으니까. 우리가 넘어서야 할 것은 통합당만이 아니라 거대양당 체제다.”※거대 양당 의석수는 20대 총선 245석(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279석(민주당 176석, 통합당 103석)으로 늘었다. 정의당은 6석으로 같다. ―민주당은 여전히 진보정당을 표방한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나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게 진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자체는 이상이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니 잘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보수고. 지금 민주당은 완전히 후자 아닌가?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대 양당체제를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향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가 주도권을 가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거대양당이 정치와 국정을 주도한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의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정책도 그런데 선거에서 서민들이 많이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결국 실력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정책, 조직 등도 다 포함해 포괄적으로. 소선거구제로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총선의 비례위성정당만 봐도 어차피 거대양당은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힘을 갖고 있다. 설사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진다 해도 어떻게든 결함을 찾아 비집고 들어올 텐데 제도 탓을 하는 게 소용이 있을까? 불리함 속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선거 결과로만 판단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진보정당이 뛰는 무대는 아주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 언젠가부터 선거 결과가 마치 모든 것인 것처럼 여겨진 면이 있다. 선거는 중요하지만 의석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김창인2014년 중앙대 철학과 재학 중 재단의 학교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자퇴한 뒤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을 설립하며 진보의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고, 지난해 정의당에 입당해 이번 총선에서 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맡았다. 현재 정의당 상근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1978년 영국을 방문한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악수한 뒤 면전에서 소독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만찬 음식도 수행원들이 먼저 먹어본 뒤 먹었고, 가구와 침대는 본국에서 소독한 것을 공수해 사용했다. 차우셰스쿠가 돌아간 뒤 여왕은 제임스 캘러헌 총리를 불러 어떻게 저런 인간을 초대했느냐고 질책했는데 여왕이 총리에게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은 지금까지도 없다고 한다. ▷늘 암살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독재자들은 독약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에 피해망상에 가까울 정도의 노이로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연적인 감염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사망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4일이나 잠적했다가 최근 나타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봄 20일간 잠적했을 때도 코로나19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일 공장 준공식에 나타나 잠적을 끝낸 이후에도 원산과 평양 외곽 강동군에 머물렀는데 평양의 코로나19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사람이 감염될 리도 없을 텐데 이런 과민반응은 사망한 ‘최고 존엄’에도 적용된다.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어가려면 외투와 소지품을 모두 맡긴 뒤 신발 바닥 소독기와 멸균대를 지나야 한다. ‘초강력 흡입여과실’도 있는데 볼살이 일그러질 정도의 강풍이 일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온몸의 먼지를 빨아들인다. ▷러시아가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관저와 크렘린궁에 특별 살균터널이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사람이 지나가면 천장과 벽에서 소독약이 뿌려지는데 관저와 크렘린궁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푸틴은 3월부터 크렘린궁 집무실 대신 주로 관저에 머물며 원격 시스템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24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서 단상에 함께 앉을 참전군인 80명은 푸틴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 격리 중이다. ▷독재자들의 감염 노이로제는 자업자득이다. 오랜 독재로 나라가 어렵다 보니 의료체계가 부실한 데다 국민의 건강 수준도 낮아 감염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니카라과 정부는 코로나19에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방역당국이 암매장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5만여 명, 사망자는 7000여 명이지만 과소 추계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지만 믿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독재자들이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이상한 것투성이다. 국가권력 확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게 진보이건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갖겠다고 힘 과시를 서슴지 않았다.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는커녕 당내 이견에는 되레 징계를 내렸다. 대표적인 진보사회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75·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이사장)는 “상대를 척결해야 할 적으로 보는 운동권적 선악논리자들이 권력을 가지면서 진보권위주의라는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進步).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 또는 그 세력. 지금 그들은 얼마나 그에 부합하고 있을까. 권력과 결합한 진보가 더 이상 진보적이 될 수 있을까. ―상대를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민주화 세력이 집권한 뒤 진영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적과 동지를 날카롭게 구별하고 흑백, 선악으로 나누는 지금 진보진영의 성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형성됐다. 그게 지금까지 유지돼 보수를 파트너가 아니라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본다. 진보·보수가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서로 존중하며 발전해 가는 게 민주주의인데 일종의 정복 대상으로 보는 거다. 적폐 청산 얘기를 계속하는 이유가, 어떤 말로 포장해도 본심은 이번 기회에 저 집단, 저 정당을 확실하게 쓰러뜨리자는 것 아닌가. 총선 압승으로 민주당은 평소에 내재된 이런 욕구를 더 거리낌 없이 드러낼 것 같다. 당분간은 누가 막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에는 진영 논리가 그리 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YS는 극좌로 분류되던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 전 의원을 영입하고, DJ는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지 않았나.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면서부터 지금 같은 진영 논리가 강화됐다고 본다. 당시 전북 무주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원내 절반을 넘는 정당이 됐으니 절대 이념으로 가지 말고 실용으로 가라고 당부했다. 말을 끝내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는데….” (108번뇌라고 불렸던 그 초선들인가.) “그런 것 같다. ‘실용이 이념입니까?’ ‘우리는 이념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하더라. 그리고 국가보안법 등 4대 악법 폐지를 밀어붙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10년, 20년 집권한다고 떠들었는데 그러다 쫄딱 망했지. 이번 총선 끝나고 이해찬 대표가 그때 기억을 잊지 말자고 했지만 말만 그럴 뿐 하는 행태는 그때랑 똑같다. 하… 안타깝지.” (민주당이?) “대한민국이.” ―조국·윤미향 사태에서 보인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모습도 진영 논리 탓이라고 보나.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면 되는데 민주당 안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자살 행위이고, 하나로 끝나지 않고 둑을 무너뜨릴 거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왜 저렇게까지 우기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변을 한다.” (당신은 민주당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아나.) “민주당이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한 뒤 내가 대선평가위원장을 하면서 속을 봤으니까.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심하다. 책임윤리가 없다고 하는 건 그나마 좋게 표현한 거다. 자신들은 항상 선한 의지, 좋은 목적으로 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잘못의 원인을 늘 밖에서 찾는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늘 일어나는 게 정치다. 그걸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되는데 민주당은 상대가 나쁘게 해서 잘못된 거라고 적에게 책임을 씌운다. 그러니 모든 게 적폐청산식으로 가는 거다. 조국·윤미향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있지 않나. 왜 저렇게까지 억지 강변을 할까 하는 것. 약간의 실수는 있지만 책임질 일은 없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나는 이대로 가면 진보권위주의를 넘어 진보독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진보독재는 좀 많이 나간 느낌인데…. “최근 세계 30대 대도시 시민의식을 조사했는데, 거의 대부분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더 국가권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진보는 통상 국가권력이 과도해지는 걸 반대하지 않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보는 인권, 다원성, 약자·소수자와의 공존,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등의 쪽에 선다. 보수는 국가권력과 국가의 이익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고. 그런데 코로나19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진보의 성향 변화와 무슨 관계가 있나.) “아직은 가설이지만…. 진보는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와 갈등을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사고 경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엄청난 장애인데 이걸 극복하려면 국가가 강제로 시민의 생활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원래 국가가 시민을 통제하면 진보는 저항하는 게 맞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적을 극복할 주체가 국가밖에 없다 보니 그 권력을 강화하고, 통제가 심화되는 것을 옹호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는 거다.” ―코로나19가 민주당의 독주에 더 힘을 실어줄 거라는 건가. “민주당은 이미 권력중독에 빠졌다. 권력중독은 타의에 의해 빼앗기기 전까지는 스스로 치료하기 힘든 병이고, 안 빼앗기기 위해 모든 권력을 동원하는 등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권력자에게는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지만, 코로나19로 국가권력을 강화하고 국가 중심적으로 가는 데 굉장히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을 늘리겠다는데, 경제가 어려워 돈을 풀겠다는데 누가 안 된다고 반대하겠나. 저항이 거의 없는 거지. 이번 선거에서 보지 않았나. 이렇게 결합돼 가면 진보권위주의 또는 진보독재가 안 벌어질 거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도 괴물이 돼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보나.) “하… 그건 정말, 민주당의 치욕이다. 그게 무슨 진보인가. 도그마에 빠진 거지. 우리가 옳다는 자기 확신. 그걸 반대하는 건 곧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자중 요구 정도로는 안 되고 금지시켜야 하고, 그러자니 원흉을 처벌할 수밖에 없고…. DJ는 정의를 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처럼 징벌적 정의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야당이 반대해도 배척하지 않았고, 자신을 탄압했던 사람들도 용서했다. 지금 민주당과 청와대에는 이런 게 사라졌다. DJ가 지금 민주당 모습을 보면…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DJ와 인연이 깊나. “1988년부터 DJ를 도왔으니까…. 당시만 해도 국립대(서울대) 교수가 그것도 DJ를 공개적으로 돕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에서도 만류를 많이 했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정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돕기는 한다. 하지만 학자가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나로서는 일종의 금도라고 할까….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9월경인데 DJ 사저에서 공부모임을 할 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달라고 했다. 이번에 될 것 같은데 제발 나를 정치에 부르지는 말아달라고….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약속하지’라고 하더라. 그 뒤로도 청와대 참모진에게서 의사타진이 왔지만 DJ가 약속했다는 말로 다 거절했다.” ―지금처럼 권력과 진보세력이 한 몸이 되면 권력에 대한 저항은 누가 하나. “공백까지는 아니지만 그 부분이 큰 빈터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지금 진보 시민세력은 정치권력과 같은 패가 돼 움직이는 면이 있으니까. 지금 권력과 함께 움직이는 진보 시민단체를 관변단체라고 못 부를 이유가 없다. 스스로는 진보라고 하지만…. 이제는 시민사회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역으로 보수가 자신들이 대변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서 시민사회를 대변할 수 있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학자인데 민주당을 지적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 “난 나 자신을 진보라고 규정지은 적이 없다. 그런 구분에서 벗어나고도 싶고…. 단지 사람들이 진보라는 범주 안에 왜 나를 포함시키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왜 포함된 건가.) “유학을 마치고 1981년 서울대에 왔을 때 학생운동이 대단했다. 이념적으로 굉장히 급진적인 학생들과 젊은 지식인이 많았는데 당시 대부분의 교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학문적인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난 그런 부분에 대해 논문도 쓰고 공부도 좀 해서 서로 논쟁이 가능했다. 그래서 당시 정통 진보 쪽에서는 나를 보수는 확실히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들과 같은 진보 유형은 아닌데 그래도 대화는 되는… 그런 정도의 사람으로 봤다. 그러면서 점차 진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것 같다. 내가 보수는 아니지만, 학생운동이나 진보적인 생각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았다. 이해는 하면서도 비판할 건 비판하는 입장이라 할까…. 그렇다 보니 정통 진보 쪽에서는 나를 늘 물음표를 붙여서 봤다. 개량진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진보가 인권, 약자와 소외된 집단 등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대변하고 싶다면… 서로 비판할 건 비판하고, 그 비판에 대응하면서 발전하는 것 아닌가.”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