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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3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개최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진정한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는(6자회담 당사국들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과 불가침 협정(non-aggression agreement)을 체결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북한에 대해 “먼저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역으로 응수한 것이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 비핵화 시 ‘불가침 협정’ 체결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 점을 명백하게 해왔다고 생각한다”는 전제를 밝히고 ‘불가침 협정’을 언급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 1항은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명시한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다시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라며 “북한의 정권을 교체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과거처럼 양보와 합의, 파기를 거듭하면서 핵 프로그램이 계속되는 협상의 악순환에는 빠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 왔다”고 밝혀 최근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에 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케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 대화하겠다”는 기존 대북정책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원의원 출신 정치인 장관의 수사(修辭)로 보고 있다. 케리 장관의 이날 ‘불가침 협정’ 발언은 1997년 이후 16년 만에 미국과 일본이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을 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착수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그는 먼저 “북한은 법치의 기준이나 국제적 행동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국가”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미국은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북한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한 미 대사관은 4일 케리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방침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미국의 오랜 정책 방향을 단순히 반복해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2일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헤어졌다. 양측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문제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점만 확인하고 회동을 마무리하자 정부 폐쇄가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한이 이달 17일까지인 국가채무한도 상향 협상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오후 1시간 남짓 진행된 회동에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을 비롯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네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캘리포니아)가 참석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동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연방정부 가동을 재개하고 국가부채 한도 증액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여전히 오바마케어 유예를 요구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회동이 끝난 뒤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리드 상원의장은 “회동에서 확인한 사실은 우리가 오바마케어 문제에 단단히 얽매여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뜻은 강력하다”는 말을 3번이나 반복하며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양보할 뜻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전문 방송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차분한 사람이지만 이번 사태에는 몹시 화가 난다”며 “의회는 조속히 연방정부 지출을 현 수준에서 계속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가 먼저 2014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정치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베이너 의장이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티파티(강경보수 정치단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잠정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원이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해 무려 40차례나 표결을 했지만 건강보험 개혁법안은 상하원을 통과했고 내가 서명했으며 대법원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재계 지도자들은 정치권이 국가채무 한도 증액에 실패해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가 올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의 대치 국면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시장이 믿어도 되느냐”는 CNBC방송 앵커의 질문에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방하원이 17일까지 국가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월가 CEO들은 두려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한 월가 CEO 19명 가운데 1명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 폐쇄는 전례가 있지만 국가부도는 전례가 없는 사안”이라며 큰 우려를 드러냈다. 에릭 로젠그렌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일 “정부 폐쇄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출구전략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연준이 정책 결정을 하기 어렵고 미 전체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출구전략을 단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정부폐쇄 사태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워싱턴=신석호·뉴욕=박현진 특파원 kyle@donga.com}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17년 만에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사태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자신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시행에 반대하는 공화당 중진들이 ‘이념적 선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의회의 한쪽(하원)에 있는 한 정당(공화당)의 한 당파(극우 보수주의인 티파티)가 이념 선동(ideological crusade)으로 문을 닫으면서 몸값을 요구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연방정부 폐쇄가 확정된 직후에도 “의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공화당 측에 돌렸다. 또 국가채무한도 상향 조정을 놓고 공화당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공은 내년 총선과 2016년 대선에서 흑인과 저소득층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국내외 악재에 따른 ‘조기 레임덕’ 우려를 불식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오바마 대통령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CNN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46%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책임이라는 응답보다 10%포인트 더 많았다. 미 상하원은 정부 폐쇄 첫날에도 사태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원은 이날 새벽 상하원 특별 양원협의회를 구성해 오바마케어 문제도 의제에 넣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이를 부결 처리했다. 하원이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날 오후 워싱턴 시 정부 3개 기관의 지출을 12월 15일까지 허용하는 3개 잠정 예산안을 각각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과 상원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연방정부가 잠정 폐쇄된 1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일 오후 10시) 수도 워싱턴의 상징인 내셔널 몰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지하철역 바로 옆에 붉은 벽돌로 예쁘게 지어진 중세 성 모양의 스미스소니언 정보센터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안쪽에 ‘불편을 끼쳐 사과드립니다. 정부 폐쇄로 오늘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흰색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센터 왼쪽 우주과학박물관과 그 맞은편 국립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간 연방정부 산하 미국의 소리(VOA) 방송국에서는 제작 인력이 아닌 행정·관리직 공무원들(정규직 1200명의 20% 정도)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최장 4시간 동안만 근무하고 무급 휴직 명령을 받았다. 한 직원은 “무급 휴직 기간엔 회사 휴대전화와 e메일도 사용할 수 없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올해 3월 연방정부 지출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sequester)’를 막지 못했던 미국의 ‘불통(不通) 정치’가 결국 17년 만에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낳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 보조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보험 서비스를 확대하는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독주와 ‘뒷다리 잡기’에 급급한 공화당의 극한 대립이 낳은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퀘스터 발동을 둘러싼 강경 대치 이후 미국 정치권은 이민법 개혁안, 시리아에 대한 제한적인 공습 등 국내외 현안에서 그 나름으로는 대화와 협상의 묘를 살려 왔다. 하지만 내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대결의 정치’가 발목을 잡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반대의 핵심은 1965년 노년층 건강보험(메디케어)과 저소득층 건강보험(메디케이드) 제도 도입 이후 최대의 복지 개혁으로 평가되는 이번 보험 개혁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 공화당의 정치적 시기와 질투”라고 진단했다. 연방정부 폐쇄가 결정되자 미국 언론들은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달 17일로 한도가 차는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여야가 합의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17일 국고에 남은 현금이 300억 달러(약 32조 원)지만 당일 빠져나갈 돈만 600억 달러여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으로 추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선 정부 폐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편배달이나 사회보장 업무 등 민생에 필수적인 업무는 그대로 수행된다. 비상계획에 따라 모든 연방정부 부처의 핵심 인력은 필수인원(excepted employees)과 면제인원(exempt employees)으로 분류돼 정부 폐쇄와 관계없이 업무를 한다. 필수인원은 △국가안보 △생명 보호 △재산 보호 △기타 필수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을 뜻한다. 면제인원은 정부의 연간 배정 예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원으로 자체 수익사업을 하는 우정공사 등 기관의 인력이다. 필수인원과 면제인원에서 제외된 연방공무원 80만∼100만 명은 1일부터 강제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가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미칠 영향은 당분간 미미할 것이라고 주미 한국대사관은 전망했다. 양국 간 접촉 업무를 담당하는 비자 업무, 통관 및 식품검역 업무 담당자들은 정상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17년 만에 연방정부 잠정 폐쇄를 부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은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살아왔던 저소득층을 구제하고 의료비 절감과 의료 서비스 질 제고를 동시에 노린 야심 찬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는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의료비만 보조하고 의료보험 가입은 개인의 책임에 맡겨 왔다. 이 때문에 5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오바마케어는 이들 보험 미가입자에게 의료비 보장 혜택을 주고 저소득층에도 보험료를 보조해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행정부와 함께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던 2010년에 통과됐다. 예정대로라면 1일부터 신규 가입자 등록이 시작돼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보장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1년 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지속적으로 이 법안의 시행에 반대해 왔다. 정부 보조에 천문학적인 재정이 들어가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보장을 위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공화당 측은 제도 자체를 사문화하려는 법안을 수십 개나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막히자 이번에 ‘정부 폐쇄’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2014회계연도(1일∼내년 9월 30일)의 시작을 하루 앞둔 30일 미국 수도 워싱턴은 ‘폭풍 전야’ 그 자체였다. 하원이 지난달 29일 새벽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가결해 상원에 넘겼지만 상원은 30일 정오까지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공식과 비공식을 막론하고 정치권의 협상은 실종됐다. 일시적 정부 폐쇄(셧다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워싱턴 지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시적 정부 폐쇄의 책임을 짊어지고 오바마케어 공격의 선봉에 선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지난달 29일 “상원 지도부가 30일 오후까지 일하지 않고 빈둥대겠다는 것은 기막히도록 오만한 행동이다. 고의로 미국을 정부 폐쇄로 몰아가고 있다”며 임박한 정부 폐쇄의 책임을 민주당과 상원에 넘겼다. 상원 내 공화당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 랜드 폴 의원 등도 각종 TV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화당은 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며 “오바마케어는 일자리를 없애고 정부 재정을 고갈시킬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오바마케어를 연기하거나 유예하면 안 된다. 이미 시행한 지 3년이 넘은 법이고 1일이면 보험 의무 가입을 위한 전 국민 등록이 시작된다. (1년 연기하자는) 공화당의 주장은 성공할 가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채 상한을 증액하는 것은 정치적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공화당을 공격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인 30일 오후 민주·공화 양당이 막판 절충에 성공해 상·하원 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 폐쇄의 책임이 공화당 측에 더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정치적으로 밑질 것이 없다는 태도다. 최근 CBS방송과 뉴욕타임스 공동 여론조사 결과 정부 폐쇄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응답이 44%로, 백악관과 민주당에 있다는 35%보다 많았다. 양측에 공동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일시적인 정부 폐쇄가 당장 미국 경제 전체에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연방정부가 모여 있는 워싱턴 지역에서는 70만 명의 연방공무원에게 영향을 줘 하루 2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역 경제학자의 추산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티븐 풀러 조지메이슨대 지역분석센터 소장은 “전체 경제는 정부 폐쇄 후 3, 4주까지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워싱턴 지역에는 당장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국립동물원 등이 문을 닫아 워싱턴 지역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이 지장을 받을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풀러 소장은 지적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2014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재수정안을 가결했다. 상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여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 다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원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오바마케어 1년 유예와 의료기기세 폐지를 골자로 한 2014년 예산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29일 0시 20분경 찬성 231표, 반대 192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앞서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미국을 오바마케어의 악영향에서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이젠 상원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를 통해 약 5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영 건강보험 미가입자 가운데 일정 소득 이상(약 3200만 명)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오바마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관련 예산은 9863억 달러(약 1060조 원). 공화당은 정부가 개인의 보험 가입을 강제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며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시행에 반대해 왔다. 이에 앞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0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삭제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보냈다. 미국 하원이 정부 폐쇄에 따른 책임을 감수하고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오바마케어 저지에 당의 사활을 건 공화당 내 강경파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바마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신설한 의료기기세를 철회하는 법안도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대응했다. 그는 공식 성명에서 “오바마케어에 변화를 강요하는 공화당의 어떤 시도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분별없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수정안을 찬성한 이들은 정부 폐쇄에 투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새해 예산안은 상하원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 재수정안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하원은 상원이 27일 통과시킨 예산안을 받아들일지, 정부 폐쇄를 자초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최대 10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거나 근무를 해도 급여를 받지 못한다. 최근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때는 1995년 12월 15일이었다. 당시 연방정부 공무원 80만 명은 1996년 1월 6일까지 강제 휴가를 받고 업무를 중단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관광 명소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 감옥, 국립공원 등에서 관광객 출입이 통제된다. 여권사무국도 문을 닫아 여권이 만료되거나 만료가 임박한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쓰레기 수거, 운전면허 시험 및 차량 등록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 하원은 29일 정부 폐쇄 이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부 폐쇄 중에도 현역 군인과 그들을 돕는 민간인, 하청업자에게는 급여를 계속 지급하도록 했다. 연방정부 폐쇄로 정국이 경색되면 다음 달 중순으로 다가온 연방정부 채무 한도 증액을 위한 정치권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채무한도 협상 실패는 정부 폐쇄보다 위험한 ‘경제 폐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하정민 기자 kyle@donga.com}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테드 크루즈 의원(텍사스)이 24일 오후 2시 41분부터 25일 낮 12시까지 21시간 19분 동안 상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예산을 되살리는 것에 반대하는 밤샘 마라톤 연설(talk-a-thon)을 했다. 그는 오바마케어 반대를 독일 나치와의 투쟁이나 미국 독립전쟁에 비유했다. 그는 시간을 끌기 위해 쿠바 난민 출신 아버지가 요리사로 일했던 가정사를 털어놓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기도 했다. 그는 의회 규정 때문에 발언 도중 줄곧 화장실에도 못 가고 선 채로 말했다. 그가 연설할 때 랜드 폴, 마코 루비오 등 공화당 의원 8명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연설 시간은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위해 1957년 스트롬 서몬드 상원의원이 세운 최장 기록인 24시간 18분에 3시간가량 못 미친다. 상원은 25일 낮 12시부터 잠정 예산안 상정안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었고 크루즈 의원이 이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연설이 필리버스터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등은 “표결을 막지 못해도 필리버스터”라고 보도했다. 상원은 크루즈 의원이 발언을 끝낸 직후 오바마케어 예산을 포함한 2014년도(다음 달 1일∼내년 9월) 잠정 예산안 상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정작 크루즈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상원은 민주당이 54석, 공화당이 46석이어서 잠정 예산안은 이르면 27일 실시되는 표결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표결이 끝나면 예산안은 하원에 보내진다. 상·하원이 30일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 연방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잠정 폐쇄에 들어간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의지가 확고하지만 평화적 해결을 선호한다는 점을 취임 이후부터 이란 최고 지도자들에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정권에 힘을 실어줘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도 이어진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포기 약속을 번복하면 무력 사용과 제재 등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력 부과 방안에 거부하는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핵심 이익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지 않더라도 미국은 집단적 광기를 막고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다자주의적 개입주의’를 강조했다. 또 “(시리아의 경우) 내부 세력이든 외부 강대국들이든 군사적 행동으로 영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고 말해 국제적 갈등 해결에 무력 사용보다 협상과 외교적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자주의적 개입주의와 외교적 해결 노력은 2009년 출범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견지해 온 국제정치 노선이다. 한때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과도한 군사 개입과 경제 위기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상대적인 힘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다시 3대 노선을 강조한 것은 시리아 사태 대응과정에서 제기된 국내외 논란을 정리하고 향후 이란 핵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에 필요한 정책 지침을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여전히 ‘예외국가’이며 지구촌 곳곳의 문제에 간여할 수밖에 없다는 ‘개입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시리아 공습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 내부에 팽배했던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의 효용성을 크게 강조한 것은 미국 혼자 국제사회의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옛 냉전 시대의 적’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서방 측 파트너들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고 (시리아 사태 해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을 요구했다. 또 “로하니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현안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힘의 모든 요소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국가이익 수호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동맹국들에 대한 침략이나 테러집단의 공격,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최대의 사립 명문인 하버드대가 학생들에 대한 재정지원 확충 등을 위해 2018년까지 총 65억 달러(약 7조428억 원)의 기부금 유치에 나서겠다고 21일 밝혔다. 유치 목표 금액은 지난해까지 스탠퍼드대가 모은 62억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유치에 성공하면 하버드대는 물론이고 미국 고등교육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대학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2년 전부터 9만 명 이상의 기부자에게서 28억 달러가량을 모은 상태라고 밝혔다.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식과 세계의 안녕을 추구하는 하버드대의 활동을 위해 기금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앨런 가버 교무처장은 왜 하버드대와 같은 부자학교에 기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하버드대는 세계의 문제를 해결한 역사가 있고 기부자들은 “하버드는 특별히 잘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최근 하버드대를 프린스턴대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좋은 대학으로 평가했다. 하버드대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307억 달러 정도로 발트 해 연안 국가인 라트비아의 연간 국내총생산과 맞먹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들고 나갔던 문정왕후의 어보(御寶·사진)가 62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19일(현지 시간) 어보가 소장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을 방문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 스님, 김준혁 경희대 교수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어보 반환 협상을 벌여온 안 의원은 이날 오후 LACMA에서 관계자들과 협의를 마치고 나온 뒤 “추석 날 국민께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앞으로 2주 정도면 한미 당국 간에 반환에 관한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보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으로 원래 종묘에 보관돼 있었으나 6·25전쟁 때 미군 병사가 47개나 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정치 업적으로 꼽히는 건강보험 개혁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의 출범에 필요한 예산을 통째로 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은 20일 2014회계연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0표, 반대 189표로 가결했다. 연방정부가 올해 12월 15일까지는 현재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가입자 등록이 시작되는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이 몽땅 빠진 것에 오바마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의 격한 예산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잠정 예산안 통과 직후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미 국민과 상식의 승리”라며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지만 오바마케어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주리 주 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를 볼모로 삼아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그들(공화당)은 당신들에게 초점을 두지 않고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미국은 빈털터리 나라가 아니다”라는 말을 세 번이나 썼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미 예산안 협상 결렬에 대비해 모든 정부 기관에 일시적 폐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하원의 잠정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조항을 수정한 뒤 다시 하원으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까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이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극히 일부의 정부기관을 제외한 연방 정부가 다음 달부터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17차례나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너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방정부 부채 상한을 증액하기 위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빚을 갚는 것은 의회의 헌법상 의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관리들이 말했다. 미 의회는 올해 2월 말 연방정부 부채가 법적 상한인 16조7000억 달러에 이르자 5월 18일까지 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임시방편에 합의했다. 이후 정부는 예산지출 감소와 긴급자금 수혈 등 임시방편을 써서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는 실정이다. 연방정부 부채는 다음 달 중순 상한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상한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은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게 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6자회담) 대화가 재개되기 전에 우리 보고 먼저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움직이라는 것은 불합리한 요구”라며 비핵화 사전 조치 이행을 거부했다. 김 부상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개최한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는 절대로 (대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 전제조건을 두는 것 자체가 신뢰에 손실을 야기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조선(북한)은 6자회담을 지지해왔고, 6자회담이든지 아니면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작은 범위의 대화이든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며 “(2005년) 9·19공동성명은 조선만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게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균등하게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의 이날 발언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 속에 나온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원하지만 선(先)비핵화 조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중재에도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 없이는 6자회담 등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일(현지 시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제의를 일축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베이징=고기정·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oh@donga.com}
미국 국방부가 북한과 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동부 해안에 새로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건설할 경우 후보 지역 5곳을 선정해 12일 의회에 보고했다. 12일 미 의회 전문지인 ‘더 힐’에 따르면 후보 지역은 뉴욕 주 포트드럼, 버몬트 주 캠프 이선앨런 훈련소, 메인 주 포츠머스 해군기지, 오하이오 주 캠프 라베나 합동훈련센터, 미시간 주 포트커스터 훈련센터 등이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해 말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면서 북한과 이란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대비해 동부 해안에 제3의 MD 기지를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 필요하다면 어디에 건설할지 등을 행정부가 보고하도록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1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실린 기고문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국의 일방적인 시리아 공습은 유엔 헌장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는 ‘공격적 행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중동은 물론 전 세계적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의 호소’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대해 “필연적으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전쟁을 시리아 국경 밖으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무력사용은 비효율적이며 양측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 이라크 전쟁에서 입증되지 않았느냐”며 “시리아 공습은 이란 핵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하고 나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리아 반군이 강대국 후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의 반군에 대한 무력 지원 때문에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 지원을 해 온 사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리아 문제에 대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면서도 “동기가 무엇이든 자신을 ‘예외적’이라고 생각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연설에서 강조한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비판했다. 그는 NYT에 기고한 이유에 대해 “양국 사이에 소통이 부족해 미국 국민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국방부는 날아오는 두 기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한 번에 격추하는 복합 미사일 방어(MD)체계 실험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태평양 마셜 제도 콰절린 환초의 육군 시험장 부근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은 이지스 탄도 미사일과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를 활용해 두 곳에서 날아오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한꺼번에 방어하는 훈련이었다. 두 기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 방어 훈련 지역으로 발사되자 인공위성에 탑재된 경보 시스템이 작동했다. 동시에 육지와 해상에 설치된 감시 레이더가 미사일 움직임을 감지하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어 해상의 이지스 구축함인 디케이터호가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첫 번째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두 번째 중거리 미사일은 이지스 구축함상의 요격 미사일이 작동하지 않는 비상상황을 가정해 THAAD망의 요격 미사일로 격추됐다. 초기 지표들에 따르면 훈련에 포함된 모든 요소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미 국무부 관리들이 밝혔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프로그램은 2001년 이후 78회의 요격 실험을 실시해 62차례 요격에 성공했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1년 전에 계획됐으며 최근 중동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날 실험은 미사일이 언제 어디에서 발사될지 모른다는 실전 상황을 가정해 참여 부대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록히드마틴이 구축한 THAAD 시스템을 활용한 요격 실험은 10여 차례 성공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지스 구축함과의 공동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은 미군이 북한과 이란 등의 동시 다발적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비해 ‘다중 표적’ 요격 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실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미국은 앞서 북한의 잠재적인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괌에 트럭 탑재 발사대를 갖춘 중거리 미사일 요격망인 THAAD를 구축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올해 2월 3차 핵실험 성공 이후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2017년까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에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14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올해 3월 밝힌 바 있다. 현재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에 4기 등 총 30기의 GBI가 배치된 미국 서부의 미사일방어망을 5년 내에 50%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서방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두고 파기하자는 러시아의 중재안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시리아 사태가 서방의 군사 개입에서 외교적 해결로 ‘출구’를 찾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9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알무알림 시리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에 맡겨 모두 파기할 것을 촉구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알림 외교장관은 “시리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반면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정치적 술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 공습에 대한 의회 표결과 국민 반대 여론에 부닥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중재안에 대해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긍정적(potentially positive)으로 평가했다. 그는 9일 CNN CBS 등 6개 방송사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시리아의 제안은 확실히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현실적이라면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제스처를 보지 못했다”며 무력 사용 위협이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며 “교묘하게 시간을 끌어 당면한 압력을 피하려는 지연 전술은 원하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야생동물 밀거래 방지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즉각 국제적 통제 아래 내놓는다면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유엔의 감독지대로 옮겨 파괴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감독지대 설치’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안보리 회원국 간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10일 프랑스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 감시하에 두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각각 “흥미로운 제안” “커다란 진전”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중국의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10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지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신속하게 파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회견에서 ‘시리아가 공습을 피할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 주까지 모든(every single bit)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안 제시로 상황이 급반전되자 미 상원은 시리아 공습 결의안을 토론에 부칠 것을 결정하는 절차표결을 당초 11일에서 그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파리=전승훈·워싱턴=신석호 특파원 raph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얻어내려 총력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의 최종 책임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냐를 둘러싼 증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21일 반군 점령 지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쏜 것은 맞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최종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것. 아사드 대통령도 “나는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벅 매키언 미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8일 CNN에 출연해 “그들(오바마 행정부)은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만 아사드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앨런 그레이슨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도 CNN 인터뷰에서 “정부는 구체적 증거 없이 4쪽과 12쪽짜리 문서만 제시하며 전쟁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 CNN CBS 폭스뉴스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상식의 문제”라며 “아사드가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9일 방영 예정인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화학무기 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분쟁이나 전쟁에 개입했을 때의 경험이 좋지 않았음을 미국인에게 전하고 싶다”며 “미국인들이 의회와 소통해 행정부의 대시리아 공격을 승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지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타크’도 시리아군이 아사드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학무기 공격을 벌였을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의회의 시리아 공습 결의안 지지를 호소하며 ‘식사 정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상원 공화당 지도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의회가 개원하는 9일 저녁에는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9일 제한적인 시리아 공격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리아 사태는 무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은 무력 사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을 위반한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위반한 중대 범죄 행위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으로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소장인 마이클 아브라모위츠는 8일자 WP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2년 전 시리아 내전 초기 아사드 정권이 소수 민주화 세력에 총격을 가할 때 ‘R2P’를 근거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더라면 무력 사용 없이도 지금과 같은 참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이 거세다. 잇따른 전쟁 개입과 경제난에 지친 미국인들이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라는 ‘명분’보다 국내 문제 해결 우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주요 국제 문제에 ‘개입주의’를 고수해온 미국이 약 100년 만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구를 지지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5일 지역구 피닉스에서 성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피닉스 주민들은 “왜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을 지지하느냐”고 외쳤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클 그림 하원의원(공화·뉴욕)도 5일 이를 철회하며 “시리아 개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림 의원뿐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의 적극적인 반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은 물론이고 뉴욕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시간 주 등 주요 지역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집결해 시리아 공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받은 노벨평화상을 반납하라”고 외쳤다. 유권자들의 이런 정서를 파악한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2016년 대선 예비 주자들은 아예 상원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8일 미 하원에서 ‘공습 반대’를 표명했거나 ‘반대’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226명)은 ‘미결정’(182명)과 ‘찬성’(25명)의 합보다 많다. 미국 언론은 최근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신고립주의자’로 부른다. 의회가 결의안을 부결하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원 다음 날인 10일에도 군사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외교장관은 7일 리투아니아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화학무기 사용은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군사 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시리아가 외부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해군 함정 3척이 시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고 다른 군함 1척도 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해 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시기인 2004년 7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영국 기업 2곳이 정부 허가를 받아 시리아 화장품 업체에 사린가스의 핵심 원료인 불화나트륨을 판매했다고 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불화나트륨 판매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출생 때부터 이중국적자인 재미교포 청년이 국적 포기의 기회를 제한한 한국 국적법 때문에 거주이전의 자유 중 ‘국적 포기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3일 한국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2005년 개정된 현행 국적법 12조 2항 본문과 14조 1항 단서 조항은 남성 복수 국적자가 만 18세가 돼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안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만 38세까지 병역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중국적을 이용한 병역 기피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대니얼 김 씨(24)는 1989년 태어날 당시 아버지가 미국 영주권자여서 한미 이중국적자가 됐다. 그러나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이 사실을 모른 채 자랐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김 씨는 외국인 자격으로 올해 6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이 선발하는 서울대 대학원 외국인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주워싱턴 한국영사관이 조사한 결과 김 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였고 따라서 외국인에게 주는 유학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었다. 김 씨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교육부 역시 장학생 선발을 취소했다. 김 씨는 영사관과 교육부에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법률회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김 씨 측은 “단순히 법을 잘 몰라서 3개월의 국적 포기 기간을 놓친 사람에게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려면 군대에 가거나 아니면 만 38세 이후 국적을 포기하도록 한 것은 너무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재미 전종준 변호사는 “홍보가 제대로 안 돼 미 현지 교민은 18세가 되는 해 3개월 동안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는 법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재미교포들이 한국 내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아진 상황에서 김 씨처럼 국적 포기 시기를 놓친 재미교포들은 한국에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보안 등급이 높은 고위 공직이나 군 관련 특정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주류사회에도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영사관 측은 “김 씨의 사정은 딱하지만 2005년 법 개정 이후 교민들을 상대로 최대한의 홍보 노력을 기울였다”며 “모든 교민을 찾아가 일일이 ‘18세가 됐으니 한국 국적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병무청은 국적 포기를 못했더라도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교포에 대해서는 징집을 유예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돈을 벌 요량이 아니라면 병역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