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해법 첫 협상 이견만 확인… 국가부도 우려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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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예산안 처리해야 협상 가능”… 월가 CEO에 국가부도사태 경고도
연준 “출구전략 시기 늦어질수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2일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헤어졌다.

양측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문제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점만 확인하고 회동을 마무리하자 정부 폐쇄가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한이 이달 17일까지인 국가채무한도 상향 협상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오후 1시간 남짓 진행된 회동에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을 비롯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네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캘리포니아)가 참석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동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연방정부 가동을 재개하고 국가부채 한도 증액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여전히 오바마케어 유예를 요구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회동이 끝난 뒤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리드 상원의장은 “회동에서 확인한 사실은 우리가 오바마케어 문제에 단단히 얽매여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뜻은 강력하다”는 말을 3번이나 반복하며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양보할 뜻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전문 방송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차분한 사람이지만 이번 사태에는 몹시 화가 난다”며 “의회는 조속히 연방정부 지출을 현 수준에서 계속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가 먼저 2014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정치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베이너 의장이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티파티(강경보수 정치단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잠정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원이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해 무려 40차례나 표결을 했지만 건강보험 개혁법안은 상하원을 통과했고 내가 서명했으며 대법원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재계 지도자들은 정치권이 국가채무 한도 증액에 실패해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가 올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의 대치 국면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시장이 믿어도 되느냐”는 CNBC방송 앵커의 질문에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방하원이 17일까지 국가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월가 CEO들은 두려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한 월가 CEO 19명 가운데 1명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 폐쇄는 전례가 있지만 국가부도는 전례가 없는 사안”이라며 큰 우려를 드러냈다.

에릭 로젠그렌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일 “정부 폐쇄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출구전략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연준이 정책 결정을 하기 어렵고 미 전체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출구전략을 단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정부폐쇄 사태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

워싱턴=신석호·뉴욕=박현진 특파원 kyle@donga.com
#연방전부#셧다운#오바마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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