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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둔 여권은 분열을 막고 선거공조를 이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쇄신 방향을 둘러싸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심대평 대표와 이회창 전 대표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다. 세종시 이전 문제로 한나라당과 갈라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국민생각’이라는 신당 창당에 나섰다. 반면에 사분오열했던 야권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으로 크게 두 가닥의 소(小)통합을 이룬 뒤 총선에서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한 선거연대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친노세력이지만 무소속이던 김두관 경남지사와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도 곧 민주당에 입당해 야권연대 흐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2월 초 공천심사위원회에 공천 업무를 넘긴 뒤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여의도 밖으로 나가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고 당내 인사들과의 단합을 위한 접촉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위원장이 이제나마 갈등 치유와 세력연대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정강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겠다고 한 것은 애당초 분열주의적 발상이었다. 연대에 역행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법과 질서, 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뜻에서였다. 이 정권이 신뢰를 잃은 것은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데도 큰 원인이 있다. 시장경제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타당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국내외적으로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부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만 치중하다 보니 중소기업과 중산층 및 서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미칠 수 있도록 하자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큰 텐트가 필요하다. 친박계 및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의 정책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세일 이사장은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와 손잡고 중도정당 창당을 표방한다. 친이계와 자유선진당도 양극화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고 있을 것이다. 연대의 정신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다. 열린 연대여야 성공할 수 있다. 여권과 야권 중 어느 쪽이 폭넓고 견고한 연대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부가 갈릴 것이다.}

영화광이기도 한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게리 쿠퍼나 에바 가드너 같은 매력적인 외모의 남녀배우가 활약하던 시절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는 “더스틴 호프먼이나 잭 니컬슨, 로버트 드 니로(같은 연기파 배우)가 미국 영화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평했다. 메릴 스트립에 대해서는 “제발 인생의 고뇌를 한 몸에 끌어안은 듯한 그런 표정 좀 짓지 말라”고까지 썼다. 주연 여배우가 싫어 보러 가지 않은 영화로 메릴 스트립이 등장한 ‘폴링 인 러브’를 꼽을 정도다. ▷메릴 스트립이 ‘킹콩’(1976년 작)의 주연 여배우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디노 데 라우렌티스 감독은 이탈리아어로 “왜 저런 못생긴 애를 데려온 거야”라고 말했다가 메릴 스트립이 이탈리아어로 대꾸하자 당황했다는 얘기가 있다. 나로서는, 신이 메릴 스트립에게 니콜 키드먼의 외모를 주지 않은 것이 유감이지만 대신 그의 영화를 보면 연기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소피의 선택’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로맨틱한 억척 덴마크 여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세련된 보그 편집장까지 그가 소화하지 못할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할 정도다. ▷새 영화 ‘철의 여인’의 주인공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역으로 할리우드가 고른 여배우도 메릴 스트립이었다. 그가 이 영화로 다시 골든글로브 상을 받았다. 올해 63세로 대처의 총리 사임 때 나이와 엇비슷한 메릴 스트립이 더 늙기 전에 이 역을 맡았다는 것이 관객으로서는 행운이다. 메릴 스트립은 딱딱하게 들리는 영국식 영어의 억양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대처를 연기한다. 미국 일간 시카고트리뷴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마이클 필립스는 “영화가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메릴 스트립의 대처 연기는 대단했다”고 평했다. ▷대처 총리는 고질적인 영국병을 고쳐냈다는 찬사와 사회를 양극화시켰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철의 여인’이 이미 개봉돼 상영 중인 영국에서 이 영화는 런던 등 남부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지만 탄광 지대가 있었던 중북부에서는 별로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메릴 스트립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어왕 식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한 인간으로서의 대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검찰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그제 전당대회 연설에서 “검찰의 지난 4년간의 정치적 행태와 수사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재임 시 5만 달러를 수뢰한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별건으로 기소된 9억 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1심에서 무죄가 났다. 하지만 아직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을 손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재판에 계류 중인 형사사건의 피고인으로서 또 다른 당사자인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대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사장 직선제 도입 등을 검찰 개혁의 과제로 내걸었다. 검사장 직선제는 개헌을 해야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수부 폐지나 공수처 신설은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한풀이나 압박용으로 변질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길들이기’다. 야권에 불리한 사법처리를 모두 검찰의 정치화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 정봉주 전 의원이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된 것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정치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 전 의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5회째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김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이성을 상실한 탄압”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상적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정치검찰이나 야당탄압과는 거리가 멀다. 이 시대에 의사당에 최루탄을 던진 것이 무슨 의사(義士)나 열사(烈士)의 구국 거사라도 된단 말인가. 검찰은 한 대표 사건을 비롯해 무죄판결이 잇따르는 데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무죄판결이 나왔다. 수사능력이 부족한지, 애당초 정치적 의도로 수사와 기소를 무리하게 강행한 탓인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검찰을 흔드는 바람은 권력을 잡은 쪽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불어간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법의 집행자로 바로 설 때 외풍(外風)을 막아낼 수 있다.}
헌법이 정한 법관의 임기는 10년이다. 판사는 임기 10년이 끝날 때마다 자질과 능력을 다시 검증받아 법관에 재임용되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후 법관 재임용 절차에 따라 탈락한 법관은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다. 사법부의 법관 재임용 심사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한 것이다. 재임용제의 본래 취지는 법관 임기 동안 신분을 보장해주면서 임기가 끝났을 때 법관의 자질과 능력을 새로 평가함으로써 신분 보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이(解弛)를 막기 위한 제도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법관 재임용제를 악용해 정권의 눈 밖에 난 법관을 퇴출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원은 재임용 심사의 객관적 기준이 없으면 재임용 탈락자가 적법 절차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워 그동안 엄격히 심사를 하지 않았다. 국회가 지난해 7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법관 근무성적평정과 자질평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부규칙을 마련하는 데 늑장을 부려 연말에나 가야 재임용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치게 편향된 이념에 따른 ‘튀는 판결’이나 실력 부족으로 인한 오판(誤判)을 남발해 상급심에 올라가 대부분 파기(破棄)되는 판결을 많이 하는 법관이 있다면 재임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3심제에선 하급심의 잘못된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수 있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치르는 비용과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부적격 판사가 엄연히 있는데도 법정에서 판결을 계속하게 내버려 둔다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재임용제도를 둔 헌법의 정신에도 배치된다. 법관의 신분보장을 남용해 법정 안팎에서 막말과 정치적 편향 발언으로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판사들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판사는 옛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납부한 공무원의 실정법 위반이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억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어떤 판사는 트위터 분량에도 못 미치는 72자짜리 판결 이유를 쓴 판결문으로 무성의하다는 말을 들었다. 판사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성적순으로 임명됐다. 이들이 법관의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정밀한 재임용 심사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전기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주리라고 예견(豫見)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도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해 여성들은 힘겨운 가사노동에서 벗어났다. 여성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교육을 받고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여권(女權)은 비약적으로 신장했다. 전기 혜택이 없는 사회는 빈곤을 탈출할 수 없다. 에너지를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경제적 기회가 그만큼 많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21세기는 에너지 확보가 개인의 사회적 권리이자 인권이 되는 세상이라고 썼다. 우리는 전기를 물이나 공기처럼 흔하게 쓰면서 전기가 문명과 문화, 그리고 인권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인류가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어려운 숙제를 제기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전체 원전 54기 중 48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원전 6기도 내년 봄까지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가 재가동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로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에서 모든 원전이 정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라마다 에너지 환경 다르다 일본은 모든 기업에 전력소비를 30% 줄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 일본 공장의 해외 이전 러시는 전력난(難)이 중요한 요인이다. 내년 여름 일본이 원전을 모두 없애고서도 위기를 넘기면 한국의 반핵(反核)단체들은 “일본을 보라”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일본이 원전을 없애면 결국 CO₂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야 하고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다. 일본이 탈(脫)원전으로 가면 전기료가 50∼70%가량 오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기민당이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58년 만에 패배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원전 의존율이 25%인 독일은 녹색당이 강세이고 전기를 프랑스와 체코에서 일부 수입해 쓰는 나라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 패배 후 두 달 만에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탈핵 선언을 발표했다. 과연 독일의 탈핵이 실현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는 원전 의존율이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주요 석유 석탄 수입국인 프랑스의 에너지 사정은 한국과 비슷하다. 환경주의자들이 찬미하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광 발전으론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 전력생산 단가는 kWh당 원자력이 39원, 석탄 54원, 천연가스 147원, 풍력 128원, 태양광 859원이다. 월드컵경기장만 한 용지의 원전 1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풍력으로 만들어 내자면 월드컵 경기장이 51개 필요하고, 태양광은 151개가 들어간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전력을 전부 태양광으로 공급하려면 거의 충청북도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생산단가에서 원전에 가장 근접한 석탄 발전은 체르노빌 원전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석탄 채굴과정에서 각종 재해로 매년 2000∼3000명의 광원이 사망한다.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CO₂와 검댕은 온실가스를 증대시키고 주민의 건강을 해친다. 일본처럼 지진과 쓰나미가 잦은 나라는 국민의 불안감이 커서 원전 건설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활발한 지진대에 있는 나라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도 쓰나미 방벽을 4m만 더 높였거나 비상발전기를 지하가 아니라 높은 곳에 두어 침수되지 않게 했더라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는 수소 연료전지와 핵융합발전이 가장 유력하다. 빌딩마다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소를 만들면 기업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기술의 발전소가 상업운전으로 이어지기까지에는 장구한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에너지가 지금으로선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대안이어서 좀 더 완벽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가교(bridge) 에너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전기는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 요즘 영하의 날씨에 난방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민주통합당은 원전에 반대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탈핵을 부르짖지만 대안을 내놓고 말해야 한다. 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는 도지사 후보 시절 ‘삼척 원전’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강원도가 오죽하면 원전까지 유치하려 했겠느냐. 안전성과 환경성이 확실히 보장되고 주민 의사가 반드시 투명하게 반영돼야 한다”며 유연한 태도로 돌아섰다. 사람이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일에 지나치게 정치 이데올로기를 들이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기료가 비싸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의 생활권이다.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강 정책에서 ‘보수(保守)’라는 용어를 삭제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다. 비대위의 김종인 정강정책·총선공약 분과위원장은 “외국 어떤 정당의 정강 정책에도 ‘보수’가 들어간 예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은 170년 넘게 ‘보수’를 정강 정도가 아니라 당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보수할 것을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법치로 압축되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견지한 보수의 참뜻 아닌가. 한나라당은 이것을 버리자는 것인가. 김 비대위원은 ‘문제는 리더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보수와 진보라는 말 자체가 불필요한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를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면 변종 공산주의 세습왕조체제인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로서는 이 말을 더더구나 버려선 안 된다. 김 비대위원은 1980년 전두환 군부세력이 주도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민정당 창당 때 정강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그는 헌법을 총칼로 짓밟은 군사정권에 협력하고, 한때는 김대중 정권에 협력하느라 ‘진정한 보수’를 추구한 적이 없다. 한나라당은 창당 이래 당헌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사회’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는 사회’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이려 한다면 공약으로 외연(外延)을 확장하면 된다. 영국 보수당은 윈스턴 처칠 내각에서 중도로 움직일 때나 마거릿 대처 내각에서 중도를 버릴 때나 모두 공약(manifesto)을 통해 그렇게 했다. 한나라당이 보수란 표현을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면 모르되 지금에 와서 그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얄팍한 기회주의로 비치고, 보수층의 반발과 이탈만 부르기 쉽다. 이명박 정부가 ‘중도 실용’을 지향했지만 실패한 것은 광우병 사태 같은 국정의 고비마다 보수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응원의 동력(動力)이 따르지 않았던 탓도 크다. 민주당은 지난해 민주통합당으로 야권 통합을 이루면서 강령 정책에서 ‘법치’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빼려다 여론에 밀려 멈칫했다. 법치와 함께 시장경제는 독일 사회민주당(SPD)과 영국 노동당 등 서유럽 좌파 정당도 인정하고 있는 가치다. 독일 SPD는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통해, 영국 노동당은 1995년 당헌 4조의 삭제를 통해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폐기했다. 한나라당은 옛 민주당 노선을 쫓아가고, 민주통합당으로 신장개업한 옛 민주당은 옛 민주노동당의 노선을 쫓아가는 듯한 양상이다. 야권 전체의 중심이 급격히 좌로 기울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더욱 중심을 잡고 버텨줘야 우리 사회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추구할 쇄신은 ‘보수와 결별한 중도’라는 마이너스 쇄신이 아니라 ‘중도를 포함한 보수’라는 플러스 쇄신이 돼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외부영입 비상대책위원 중 한 명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세칭 합리적 보수에 어울리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 하나는 그가 뼛속까지 친박(親朴·친박근혜), 그것도 혐(嫌)MB의 친박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2007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올해 ‘조용한 혁명’이란 제목의 칼럼집을 냈다. 보수와 진보 작가가 각각 썼나 싶을 정도로 논조가 다르지만 바탕에 흐르는 ‘혐MB의 친박’이라는 정서는 똑같다.박근혜 따라 우파에서 중도로 그의 정치 이념은 본래 중도 아닌 우파였다. 그는 2006년 9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세미나에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노동당과 중도 보수당이 돌아가면서 40년 세월 집권하다가 나라를 완전히 들어먹을 뻔했다. 보수당이 뒤늦게 당내 우파인 마거릿 대처를 당대표로 내세워 1979년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영국이 되살아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2007년 대선에서 한국의 대처는 바로 박근혜였다. 당시 ‘중도실용’ 운운한 MB는 영국의 중도 보수당처럼 의심스러운 노선의 후보였다. 그런 그가 MB처럼 말로만 중도가 아니라 정말 중도로 움직이는 박근혜의 편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 있는 것은 그 두뇌 구조가 철저히 친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으로서 이념에 따라 친박인 것은 부끄러워할 게 없지만 친박을 위해 이념을 맞추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의 자칭 ‘정통보수’ ‘주류보수’의 눈으로 볼 때는 안병직 교수나 신지호 홍진표 등 전향한 좌파, 즉 뉴라이트 우파들조차도 미심쩍은 우파들이었다. 박세일 교수에 대해서는 선진화라는 이름의 공허한 담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은 과거 환경운동연합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수가 아니라 진보의 트로이 목마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에게는 운동권 출신의 검사였던 원희룡도 정체불명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MB 정권에서는 표변해 좌파들과 어깨동무하고 MB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좌파들은 그에게 감사패라도 주고 싶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실정법 위반 운운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탁상머리의 법대 교수가 처음 해본 국민소송이었는데 완패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과잉무장에 따른 선체(船體)의 피로파괴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그제 천안함 유족의 항의를 받고서야 경솔함을 사과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나 BBK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MB를 비판했다. 그의 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에 에르하르트 독일 총리와 함께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울창한 슈바르츠발트(흑림)를 보고 고속도로 건설과 산림녹화를 결심하게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증오하는 것은 토건 그 자체가 아니라 MB의 토건이다. 반면 그가 사랑하는 것은 박근혜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大義를 小利로 만든 친박의 옹졸함 그는 박근혜가 대승적으로 MB에 협조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그는 2008년 11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맡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냉랭함’을 비난하는 것은 박 전 대표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썼다. 자기 울타리에 갇힌 박근혜의 안목이 그를 비대위원으로 골랐다. 그는 비대위에서 정치 및 공천 개혁을 다루는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MB 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하고 나서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사실 친이계의 실세 의원들을 좋아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그가 ‘물러나라’고 말하면 대의(大義)도 소리(小利)로 들릴 수 있다.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친박과 친이의 이전투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누굴 몰아낼까보다 누굴 모셔올까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 해가 저물어간다. 굉음과 함께 달려와 잠깐 역에 머물고 다시 긴 여운을 남긴 채 휙 사라져가는 기차처럼 한 해가 간다. 희망의 한 해를 기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어야 할 시간이다. 새 달력을 걸 때는 365개의 날들이 긴 것처럼 생각됐지만 12월 마지막 주에 들어서면서 겨울 해처럼 짧게 느껴졌다. 2011년은 동유럽 공산권 붕괴가 시작된 1989년, 유럽의 절대 왕정이 잇따라 몰락한 1848년에 비견될 수 있다. 튀니지에서 분 재스민 향기의 바람은 이집트로, 리비아로 퍼져 나갔다. 그 바람은 중국에서도 민주화를 꿈꾸는 재스민 시위를 일으켰으나 안타깝게도 북한에까지 닿지는 못했다. 김정일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급사(急死)했다. 세계사는 한 사람의 자유로부터 모든 사람의 자유로 나아가는 진보의 기록이다. 북한은 김일성 정일 정은으로 지도자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한 사람만 자유’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새해에는 북한에도 ‘모든 사람의 자유’로 나아가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해본다. 정당의 위기다.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 보는 현상이다. 한나라당은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추진하고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안철수 한 사람 앞에서 흔들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이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었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도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쇄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SNS의 쏠림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통장에 잔액이 줄고 빚만 느는 서민과 중산층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는 ‘완득이’가 소설과 영화로 인기를 얻을 정도로 힘든 삶이다.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을 둘러보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한다. 중국집 배달원을 하면서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고 김우수 씨가 있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이 넘는 수표를 익명으로 넣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한 아덴 만 여명작전의 성공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죽음을 각오하고 군 작전을 도운 석해균 선장은 국민적 영웅이 됐다. 케이팝의 유럽 미국 남미 진출은 우리 것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2018년 겨울올림픽을 따냈다. 궂은일도 많았고 경사도 많았다. 잊고 싶은 일일랑 세밑의 어둠에 묻어 버리자.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해본다. 2011년이여, 안녕.}

미국에서 중고교 학생은 자유롭게 머리를 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복장에는 제한이 있다. 교내에서 교사가 지시하면 모자를 벗어야 한다. 학교가 교복을 정하면 반드시 입어야 한다. 교복이 없는 학교에서도 비속한 표현이나 술 담배 같은 광고가 들어있는 옷은 입을 수 없다. 교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보장된다. 다만 집회를 학과 시간 중에 열 때는 교장이 미리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학교는 ‘합리적 의심’이 들 때는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사를 거부할 수 있다. ▷체벌에 대해서는 주마다 규제가 다르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은 주에 관련법이 없는 경우 체벌은 잔인하고 상궤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가능하다는 쪽이다. 매사추세츠 주 등 20여 개 주는 체벌을 금지하는 주법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주는 그렇지 않다. 체벌을 금지하는 주도 학생의 규정 위반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상세한 징계 규정을 둠으로써 체벌금지에 따른 교수의 학생지도권 약화를 보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어제 경기도와 광주시에 이어 세 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채택했다. 교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조례에는 없던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위하는 낯선 풍경도 연출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학교 운영을 방해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시위여서는 안 된다. 동성애 차별 금지는 옳지만 사회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라 배우는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두발을 자유로 하는 대신에 복장은 학칙으로 규제할 수 있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빨간색 파란색으로 머리 염색하는 것 정도는 개성으로 존중해 줄 만하다고 본다. ▷체벌금지는 학칙 위반에 대한 징계 규정이 자세하지 않고 퇴학 같은 징계가 쉽지 않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이른 감이 있다. 소지품 검사도 ‘학생 동의’를 먼저 요구하면 폭력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 휴대전화 허용까지 조례가 강제하는 것은 황당하다. 휴대전화가 도대체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구미(歐美)에서는 많은 학교가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휴대전화는 조례로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임 중이던 올해 초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만난 사실이 밝혀졌다. 김 전 총장은 “이 회장이 억울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1심 재판이 끝난 뒤 만났다”며 “검찰 수사로 SLS그룹이 무너졌다는 소문도 있어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변명했으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은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SLS 구명 로비자금으로 7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김 전 총장은 “문 씨와는 고검장 시절부터 친지의 소개로 만나 안부인사 정도 하고 지내는 사이”라고 밝혔다. 문 씨가 SLS그룹의 로비스트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지만 검찰총장이 상급심이 남아 있는 재판의 피고인을 만난 것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전까지 몰랐던 기업인을 고검장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김 전 총장은 “이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한 사연에 증거가 없어 범죄 정보로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언론이) 마치 이상한 뒷거래를 한 것처럼 검찰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이 이 회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해줬는지에 관계없이 이 회장을 만난 사실부터 문제다. 검사는 자신이 취급하는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과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적으로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검사 윤리강령에 나와 있다. 검찰의 정점(頂點)에 있는 검찰총장은 사실상 모든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검사의 사건 관계인이 검찰총장에게도 사건 관계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처신에 더욱 유의했어야 했다. 이국철 구명 로비에 개입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가 4, 5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이 압수한 비망록에 ‘검찰의 최고 간부님과 한식 겸 퓨전 양식 메뉴로 식사했는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최고 간부님’은 물론 김 전 총장을 뜻한다. 이 회장은 ‘문 씨가 검찰 간부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해서 돈을 줬다’고 썼다. 검찰은 김 전 총장을 포함해 거론되는 사람을 철저히 조사해 로비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규명해야 한다.}

한국처럼 콘서트(concert)란 말이 음악회라는 본래 의미를 벗어나 많이 쓰이는 나라도 없을 듯하다. ‘과학 콘서트’가 있는가 하면 ‘철학 콘서트’도 있고 ‘경제학 콘서트’, ‘논리학 콘서트’, ‘회계학 콘서트’도 있다. 모두 책 제목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잠재적 대권 후보로 만든 ‘청춘 콘서트’라는 토크 콘서트도 있고, TV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도 있다. 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 ‘북 콘서트’도 있다. ▷음악회와는 상관없는 콘서트란 말을 유행시킨 것은 2001년 ‘과학 콘서트’를 쓴 정재승 KAIST 교수다. 정 교수는 이 책을 4개의 장 대신에 4개의 악장으로 나누고 각각 비바체 몰토(vivace molto·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안단테(Andante·느리게) 등의 연주 지시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현대 과학이론을 음악 감상하듯 편안히 읽도록 풀어 쓴 책이다. ‘과학 콘서트’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출판계에서 너도나도 책에 콘서트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이 단어는 2000년대의 유행어가 됐다. ▷토크 콘서트는 음악이 아니라 말로 하는 콘서트다. 미국에는 토크 쇼는 있어도 토크 콘서트는 없다. 토크 쇼와 토크 콘서트의 차이를 ‘개그 콘서트’의 ‘애정남’에게 물어본다면 “돈만 밝히면 토크 쇼”라고 말할지 모른다. 자칭 토크 콘서트의 원조라는 연예인 김제동이 2009년 시작한 ‘노브레이크’는 입장료가 7만 원이 넘는다. 토크 쇼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안철수 교수는 올해 5∼9월 전국을 돌며 청년들을 상대로 예정된 강연을 나 홀로 강연보다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함께 청춘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런 것이 진짜 토크 콘서트다. ▷‘나는 꼼수다’부터 한나라당의 ‘드림 토크’까지 토크 콘서트가 유행이다. 청와대도 가담했다. 14일 법륜 스님을 초청해 청와대 직원과 그 자녀들이 관람하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법륜 스님이 한나라당을 비판한 안 교수의 멘토라는 이유로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수나 진보로 간단히 분류할 수 없는 인물이다. 청와대는 열린 태도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 내친김에 할 수 있다면 안 교수까지 초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한나라당의 재구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의 재구성이다. 한나라당을 보수와 같이 놓지 말라. 서구 역사에서 정당은 시민사회에서 태어난 것이지만 한국의 정당은 그렇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엄밀히 말하면 우파 시민세력에 무임승차한 정당”이라는 전여옥 의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민세력은 이 정당들이 만들어준 우리에 갇혀 사는 집토끼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박원순과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좌파 시민세력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정치권 진입에 성공했다. 시민세력이 중심이 되는 정당의 재구성이 시작된 것이다.한나라당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수의 위기는 진보의 재구성에 상응하는 변신을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보수의 재구성도 당 밖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쇄신을 요구받은 쪽만 아니라 쇄신을 추구한 쪽도 매력이 없다는 점이다. 남경필 원희룡 같은 쇄신파는 각각 4선, 3선의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처신은 늘 초선처럼 하는 정치적 난쟁이들이다. 유승민은 한 번은 이회창, 한 번은 박근혜의 측근으로 두 차례나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한 전력이 있는, 신뢰할 수 없는 킹메이커다. 한나라당 내부의 찻잔 속 폭풍은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권력투쟁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밖에서 시작되는 움직임만이 진정한 보수의 재구성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보수 시민세력을 자처하는 박세일이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박원순 모델과는 다른 것이지만 시민세력에 기반을 둔 정당을 추구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자칫 박세일 신당이 보수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자진해서 카오스(chaos·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고 그 속에서 무엇인가 새롭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나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박근혜가 먼저 자기만이 보수의 대권주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대권경쟁의 장(場)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진영만큼 인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가 사라진 장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 이 시대는 근엄함보다 발랄함을 좋아한다. 20여 년 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회색 정장을 착용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며 미국식 어휘를 구사해 신선함을 줬다. 영국 보수당이 블레어를 벤치마킹해 만들어낸 것이 30대 젊은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이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는 순발력과 촌철살인의 말솜씨를 필요로 한다. 보수에서도 시대를 따라잡는 발랄한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좌파 베끼기에 그쳐선 성공 못해 전 세계적 맥락에서 신자유주의의 퇴조는 보수의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복지 확대가 불가피한 대세처럼 보인다. 어차피 재구성은 상대편의 정책을 어느 정도 베끼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는 대처리즘의 시장주의를 수용해 ‘제3의 길’을 만들었고 보수당의 캐머런은 국립의료체제(NHS)를 적극 지지하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만들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든 박세일이든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베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수에는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가 있다. 같은 돈을 들인다면 복지보다는 고용이다. 복지란 정부 돈을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도 역시 정부 돈을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복지와 달리 개인의 자긍심을 높여준다. 그렇다면 단순한 복지의 확대보다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효과적이다. 블레어조차도 이미 20여 년 전에 ‘복지에서 고용(Welfare to Work)으로’의 구호를 내걸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는 그제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각하를 엿 먹인다는 뜻)”라는 글을 올려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했다. 그는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나라 살림을 팔아먹은”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지지했다. 최 부장판사와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언을 신중히 하라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에도 아랑곳없이 각기 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정치 편향 발언을 이어 갔다. SNS가 공사(公私)의 경계선에 있는 매체이기는 해도 법관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조롱한 것은 법관 품위를 훼손하는 일이다. 판사가 라디오와 인터넷 매체에 출연해 정치 발언을 하는 것은 법관윤리강령 제7조 정치적 중립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한미 FTA의 사법주권 침해를 연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FT)를 구성하자고 제안하자 판사 170여 명이 동조해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사법재판소 등 많은 국제중재기관이 사법권을 행사한다. 국제 분쟁에서 어느 한 국가가 사법주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한미 FTA가 사법주권 침해라는 의견은 국제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판사들은 업무시간에 재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벅차 집에까지 서류를 가져가 일을 한다고 한다. 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정치적 견해를 발표하는 일부 판사는 시간이 남아도는가. 서 판사는 지난해 72자짜리 판결 이유를 쓰고 변호사가 제출한 서류를 갖다 붙인 무성의한 판결문으로 비난받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 우리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비슷한 ‘청년법률가협회(청법협)’ 소속 판사들의 튀는 판결이 1960년대에 이어졌다. 이들의 편향성을 우려한 한 지방재판소장이 청법협 판사에게 재판 관련 의견을 보냈다가 논란이 돼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용훈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신영철 대법관이 경고를 받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청법협 판사에게도 같은 징계 처분을 내리고 청법협 판사들을 주요 재판에서 배제함으로써 사법의 정치화를 극복했다. 우리 법원에 ‘정치 판사’들이 들끓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 봐야 한다.}
검찰은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을 선물로 받은 이모 여검사(36)를 어제 체포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 검사는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49)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건 해결을 청탁받고 그 대가로 선물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이 이 검사와 최 변호사가 관련된 진정서를 접수한 것은 올 7월이다. 검찰은 진정서가 접수된 이후 4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수사에 나섰다. 늑장 수사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정당국은 내부 비리일수록 더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사정당국을 신뢰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이 검사는 진정서 조사가 유야무야되는 사이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제한규정(대통령령)에는 공직자의 비위를 내사 중인 때에는 사표를 내더라도 수리하지 않고 현직에서 징계 절차를 거쳐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징계를 받고 나가면 변호사 개업이 제한된다. 검찰은 결국 이 검사가 문제없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다. 검찰은 지금 경찰과 수사권 조정 갈등을 빚고 있다. ‘법의 수호자’여야 할 검찰이 스스로 법치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서야 어떻게 모든 수사의 지휘권을 갖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경찰이 검찰 관련 사건만은 반드시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사태를 검찰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 검사는 2007년 검사로 임용되기 전 부산지역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로 근무할 때 최 변호사를 만나 사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면서 공직사회에서 남녀가 만나는 기회가 늘었다. 남녀관계가 개입된 검사 관련 청탁 의혹 사건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유형이다. 남녀가 사귀는 거야 자유지만 그 관계가 공직 사회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윤리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다 해서 검찰의 도덕성이 요새처럼 빈번하게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과거에 없었다. 검찰은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 이후 검사 비리를 다루기 위해 감찰본부를 만들고 특임검사를 도입했다. 검찰은 감찰본부를 통해 이 검사의 비리를 걸러내지 못했고 결국 수사를 특임검사에게 맡겼다. 엄정한 수사만이 불신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인 1933년 펴낸 문자보급 교재 ‘한글공부’ ‘신철자편람’ ‘일용계수법’이 문화재로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1일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에 소장된 이들 교재와 조선일보가 1934년 발간한 ‘문자보급 교재’ 등을 문화재로 등록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언론사의 문자보급운동은 우리나라 독립에 크게 기여하고 민족정신을 함양했다”며 “이들 교재는 언론사가 국민 계몽에 기여한 구체적 증거물이므로 문화재로 등록해 연구 관리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어찌하면 우리는 하루 밧비 이 무식의 디옥에서 벗어날가. 어찌하면 이 글장님의 눈을 한시 밧비 띄어볼가… 방방곡곡에 문맹(文盲) 타파의 횃불을 놉히 들가 합니다.” 문맹률이 90%에 육박하던 1928년 3월 16일 동아일보가 문맹퇴치운동인 ‘글장님 없애기 운동’을 시작하며 실은 기사다. 전국에 포스터를 내걸고 30여 명의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일제가 행사 사흘 전에 금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1931년부터 19세기 러시아 지식인들의 농민계몽 운동에서 착안한 ‘브나로드운동’을 주도하며 문맹 퇴치와 한글 보급에 힘을 쏟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될 때까지 4년간 학생들을 주축으로 5751명의 ‘계몽대원’을 전국에 보내 9만7598명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한글공부’ 등 210만 부의 한글 교재를 만들어 배부했다. 민족어의 위기를 민족의 위기로 인식하고 우리말 우리글을 보존하기 위한 ‘문화독립 운동’의 횃불을 높이 든 것이다. 1920년 ‘문화주의’를 사시(社是)로 내걸고 출범한 동아일보는 창간 열흘 만인 그해 4월 11일부터 사흘에 걸쳐 ‘조선인의 교육 용어를 일본어로 강제함을 폐지하라’는 사설을 1면에 게재했다. 그 후 일제가 여러 차례 ‘조선교육령’을 통해 조선어 말살을 시도할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 저항했다. 일제는 1940년 8월 10일 동아일보를 강제 폐간할 때까지 20년 동안 무기정간 4회, 판매금지 63회, 압수 489회, 기사 삭제 2434회 등 혹독한 탄압을 가했다. 일제강점기 동아일보가 이민족 지배하의 엄혹한 여건에서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주의’라는 사시를 실천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당시의 지면과 논조를 일방적으로 왜곡 비판하는 일부의 시각은 편협하다. 동아일보가 일제하에서 폐간될 때까지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민중계몽과 민족의식 고취였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법원의 내부 게시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등이 타당한지 연구할 사법부 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라’는 글을 올렸다. 법관 170여 명이 김 판사에게 동조했다. 이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등 정치적 발언을 올렸던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소속의 최은태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어제 라디오에까지 나와 한미 FTA를 비판했다. 법관의 본분을 잊고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다. 입법권과 조약비준권은 국회에 있다. 조약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판사의 임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해석해 판결에 적용하는 일이다. 법관이 법률이나 조약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다. 재판권을 우리 법원에 주느냐 마느냐도 국회가 결정할 문제다. 조약은 두 나라 사이의 문제다. 한미 FTA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 법원 또는 미국 법원이 관할하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제3의 국제중재기관에 맡긴다. 어느 나라에서도 ISD 조항이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고 법관들이 반발한 적이 없다. 설혹 ISD 조항과 관련한 위헌 문제가 제기되어도 이를 판단할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조약은 법률과 달리 국회가 수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조약 체결을 주도한 주체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다. 입법부 의원과 행정부 수반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데 비해 법관은 선출되지 않고 임명된다. 임명직 법관이 국민이 선출한 국회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오만한 태도다. 전국 법원장들은 어제 회의를 열고 일부 판사의 FTA 관련 의견 표명에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분별력 있는 신중한 발언을 요구했고 양승태 대법원장도 몇 차례에 걸쳐 자제를 당부했으나 일부 판사는 페이스북이나 내부 게시판을 넘어 라디오에까지 출연해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등 도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탄식이 나올 지경이다. 우리법연구회가 한미 FTA 공격에 분위기를 잡으면 법관의 본분을 잊은 판사들이 동조하고 있다. 이제 한가하게 우려 표명이나 하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단호한 대처로 사법부를 정상화하는 것이 양 대법원장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어제 판사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권고했다. 윤리위는 최근 법원 내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등 일부 판사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려 논란이 확산되자 이같이 권고하고 판사의 SNS 사용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판사도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의견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판사는 공무원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를 지닌다. 법관이라는 자리는 이해가 엇갈리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객관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다.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한쪽 편에 선 판사가 중립적인 재판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거나 향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윤리위의 권고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판사에게도 사적(私的) 자유가 있다. 판사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만나 정치적 견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SNS는 친밀한 사람들끼리 소통의 수단으로 출발하지만 원하는 사람 누구나 접속해 그 의견을 볼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SNS는 사적 영역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으므로 SNS 내에서 공무원의 사적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판사가 이런 구속이 싫으면 법복을 벗으면 그만이다. 독일은 직업 공무원의 SNS 사용을 근무 훈령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는 법관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올해 6월 연방 법관이나 재판연구관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은 SNS에서 첨단을 달리는 나라 중 하나다. 윤리위는 첨단 기술 국가다운 선례를 만든다는 자세로 법관의 SNS 사용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사용한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등의 표현은 정치적 발언 여부를 떠나 법관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법관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때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사법부는 법관들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품위를 되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경찰이 국무총리실의 검찰 경찰 수사권과 관련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반발해 수사직 해제원을 제출하는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검경수사권의 범위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던 것을 올 6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만이 아니라 경찰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뜻에서 대통령령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회의를 거듭하며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마련했다. 총리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의 독자적 내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사후 통제 권한을 갖는다. 종전에는 경찰이 자체 내사 종결한 사건은 검찰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경찰은 내사 사건에 검찰이 관여할 근거를 준 것이라고 불만이다. 항의 표시로 수사직에서 보직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경찰이 1만5000명을 넘었다. 전체 수사 경찰 3명 중 2명에 해당한다. 다음 달 인사철까지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치안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은 끝을 모르는 검경의 신경전에 지쳤다. 6월 검경수사권 관련 시행령을 법무부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형소법 개정안에 반발해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번에 경찰이 못 받겠다고 버티는 검찰의 내사 사후 통제도 알고 보면 검찰이 그동안 매달 경찰 유치장을 돌며 기록을 보면서 관리하던 것을 분기별로 보고받는 것으로 종전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검사나 검찰 관계자의 비리를 경찰이 장기간 내사할 경우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한다면 그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냐는 의심도 든다. 검찰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해 이런 의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란 원칙을 인정하지만 검찰 비리에 관해서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내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입법예고는 법령안의 내용을 입법에 앞서 예고함으로써 입법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해관계인은 20일 내에 예고된 법령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중요한 사항에 대한 의견 제출이 있을 때는 그 처리 결과를 국무회의 상정 때 첨부해야 한다. 일선 경찰이 불만을 갖고 있다면 이런 경로를 밟아 의견을 밝히는 것이 바른 순서다.}
인천지법의 최모 부장판사는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물의를 빚자 삭제했다. 그는 한미 FTA에 들어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문제 삼았다.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는 표현은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을사늑약 발언을 연상시킨다. 최 부장판사의 과격한 글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여지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e메일과는 달리 원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인 공간이라고 하기 어렵다. 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웅성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공직자에게 SNS 사용 자체를 금하고 있다. 최 부장판사가 태어나던 때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몇백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 2만 달러 이상으로 커졌다.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튼튼한 국가안보에 힘입은 바 크다. FTA처럼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것으로 체결 당사국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진다. 최 부장판사의 견해대로라면 조약을 맺는 모든 나라가 조약에 구속돼 주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FTA를 맺은 칠레와 유럽연합(EU)에도 사법주권을 침해당했다는 말인가. 한-칠레, 한-EU FTA 때는 조용하다가 한미 FTA만 문제 삼는 것은 편향된 반미(反美) 의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 부장판사는 이른바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장이다. 그의 글에 동료 판사들을 비롯한 13명이 ‘좋아요’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중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던 법관도 들어 있다. 사법부 내에 판사들의 이념서클이 존재하다 보면 판사와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튀는 판결과 편향된 글을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에 우리법연구회 같은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답변해 놓고는 정작 취임 뒤에는 “해체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묵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소명의식을 갖고 우리법연구회 해체에 나서야 한다.}

중국에서는 포르노를 춘궁도(春宮圖) 혹은 춘궁화(春宮畵)라고 부른다. 춘궁은 태자가 거처하던 곳이다. 춘궁도는 황실에서 태자에게 성을 가르치기 위해 제작됐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춘화라고 부른다. 춘궁도나 춘화는 성행위나 성기를 묘사한 그림이다. 성행위와 상관없이 알몸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그림은 동북아시아의 전통 회화에 없다. 누드는 서양에서 온 것이다.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오페라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창안된 예술 형식이듯 누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이 창안한 예술 형식”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 유학하고 온 일본 근대회화의 아버지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는 1895년 벌거벗은 여자가 거울을 마주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을 그린 ‘아침 화장’이란 작품을 출품했다. 이 그림은 공공장소에 전시된 일본 최초의 누드화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우키요에(浮世繪)에서 춘화를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누드화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을 벌였다. 춘화는 비밀리에 숨어서 보던 것인데 누드화라는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전시되니 당혹했던 것이다. ▷스타급의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음란 사진 유포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아이웨이웨이 자신과 여성 4명이 나체로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모습을 찍은 ‘일호팔내도(一虎八내圖·한 마리 호랑이와 여덟개 젖꼭지)’ 사진이 문제가 됐다. 70명의 중국 누리꾼은 ‘정부는 들어라. 누드가 색정(色情)은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아 자신들의 누드사진을 잇따라 올리며 중국 당국에 항의했다. 한 홍콩인은 “아이 씨의 누드사진에서 어떤 음란성도 느낄 수 없다”고 아이웨이웨이를 옹호했다. ▷19세기 중반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와 ‘풀밭위의 점심’은 프랑스 파리 예술계에 일대 소동을 몰고 왔다. 지금 보면 왜 그런 소동이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의 인식은 많이 변했다. 여성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구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은 1866년에 이미 그런 그림이 그려졌다는 사실보다도 1995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당당하게 내 걸려 일반 관객이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누드와 포르노의 경계는 계속 변한다. 오늘날 더 빨리 변하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