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수사 업무 포기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경찰이 국무총리실의 검찰 경찰 수사권과 관련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반발해 수사직 해제원을 제출하는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검경수사권의 범위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던 것을 올 6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만이 아니라 경찰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뜻에서 대통령령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회의를 거듭하며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마련했다.

총리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의 독자적 내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사후 통제 권한을 갖는다. 종전에는 경찰이 자체 내사 종결한 사건은 검찰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경찰은 내사 사건에 검찰이 관여할 근거를 준 것이라고 불만이다. 항의 표시로 수사직에서 보직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경찰이 1만5000명을 넘었다. 전체 수사 경찰 3명 중 2명에 해당한다. 다음 달 인사철까지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치안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은 끝을 모르는 검경의 신경전에 지쳤다. 6월 검경수사권 관련 시행령을 법무부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형소법 개정안에 반발해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번에 경찰이 못 받겠다고 버티는 검찰의 내사 사후 통제도 알고 보면 검찰이 그동안 매달 경찰 유치장을 돌며 기록을 보면서 관리하던 것을 분기별로 보고받는 것으로 종전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검사나 검찰 관계자의 비리를 경찰이 장기간 내사할 경우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한다면 그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냐는 의심도 든다. 검찰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해 이런 의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란 원칙을 인정하지만 검찰 비리에 관해서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내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입법예고는 법령안의 내용을 입법에 앞서 예고함으로써 입법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해관계인은 20일 내에 예고된 법령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중요한 사항에 대한 의견 제출이 있을 때는 그 처리 결과를 국무회의 상정 때 첨부해야 한다. 일선 경찰이 불만을 갖고 있다면 이런 경로를 밟아 의견을 밝히는 것이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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