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청와대 토크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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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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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콘서트(concert)란 말이 음악회라는 본래 의미를 벗어나 많이 쓰이는 나라도 없을 듯하다. ‘과학 콘서트’가 있는가 하면 ‘철학 콘서트’도 있고 ‘경제학 콘서트’, ‘논리학 콘서트’, ‘회계학 콘서트’도 있다. 모두 책 제목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잠재적 대권 후보로 만든 ‘청춘 콘서트’라는 토크 콘서트도 있고, TV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도 있다. 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 ‘북 콘서트’도 있다.

▷음악회와는 상관없는 콘서트란 말을 유행시킨 것은 2001년 ‘과학 콘서트’를 쓴 정재승 KAIST 교수다. 정 교수는 이 책을 4개의 장 대신에 4개의 악장으로 나누고 각각 비바체 몰토(vivace molto·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안단테(Andante·느리게) 등의 연주 지시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현대 과학이론을 음악 감상하듯 편안히 읽도록 풀어 쓴 책이다. ‘과학 콘서트’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출판계에서 너도나도 책에 콘서트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이 단어는 2000년대의 유행어가 됐다.

▷토크 콘서트는 음악이 아니라 말로 하는 콘서트다. 미국에는 토크 쇼는 있어도 토크 콘서트는 없다. 토크 쇼와 토크 콘서트의 차이를 ‘개그 콘서트’의 ‘애정남’에게 물어본다면 “돈만 밝히면 토크 쇼”라고 말할지 모른다. 자칭 토크 콘서트의 원조라는 연예인 김제동이 2009년 시작한 ‘노브레이크’는 입장료가 7만 원이 넘는다. 토크 쇼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안철수 교수는 올해 5∼9월 전국을 돌며 청년들을 상대로 예정된 강연을 나 홀로 강연보다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함께 청춘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런 것이 진짜 토크 콘서트다.

▷‘나는 꼼수다’부터 한나라당의 ‘드림 토크’까지 토크 콘서트가 유행이다. 청와대도 가담했다. 14일 법륜 스님을 초청해 청와대 직원과 그 자녀들이 관람하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법륜 스님이 한나라당을 비판한 안 교수의 멘토라는 이유로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수나 진보로 간단히 분류할 수 없는 인물이다. 청와대는 열린 태도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 내친김에 할 수 있다면 안 교수까지 초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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