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사, SNS 발언 분별력 있게 하라”는 대법원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어제 판사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권고했다. 윤리위는 최근 법원 내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등 일부 판사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려 논란이 확산되자 이같이 권고하고 판사의 SNS 사용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판사도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의견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판사는 공무원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를 지닌다. 법관이라는 자리는 이해가 엇갈리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객관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다.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한쪽 편에 선 판사가 중립적인 재판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거나 향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윤리위의 권고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판사에게도 사적(私的) 자유가 있다. 판사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만나 정치적 견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SNS는 친밀한 사람들끼리 소통의 수단으로 출발하지만 원하는 사람 누구나 접속해 그 의견을 볼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SNS는 사적 영역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으므로 SNS 내에서 공무원의 사적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판사가 이런 구속이 싫으면 법복을 벗으면 그만이다.

독일은 직업 공무원의 SNS 사용을 근무 훈령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는 법관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올해 6월 연방 법관이나 재판연구관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은 SNS에서 첨단을 달리는 나라 중 하나다. 윤리위는 첨단 기술 국가다운 선례를 만든다는 자세로 법관의 SNS 사용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사용한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등의 표현은 정치적 발언 여부를 떠나 법관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법관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때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사법부는 법관들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품위를 되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