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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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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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이슈]서울대 교수 30% 동참 처음… 대통령 지역구서도 “진상 규명”

     “믿었던 정부에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순 없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정치에 무관심했던 동료들도 같이 이름을 올리길 원할 정도였으니까요.” 인디밴드 기타리스트 이모 씨(35)는 8일 ‘음악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광화문광장 발표 자리에도 참석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소극적으로만 목소리를 냈다.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이 불거지자 울화가 치밀어 자신이 운영하는 공연장 겸 맥줏집에 뮤직비디오 대신 ‘술 맛 떨어지는’ 방송 뉴스를 틀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음악인들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나서 서명을 했다. 이 씨는 “행사장에 가보니 유명 가수뿐 아니라 국악, 클래식을 전공하는 음악인들도 모두 모였더라”며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아예 광화문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한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 후 본격적으로 시작돼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단체와 중고등학교, 개인까지 포함하면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전국을 휩쓸고 있는 시국선언은 과거와 얼마나 다를까. 동아일보는 시국선언에 담긴 민심을 분석하기 위해 주요 대학과 시민단체 등이 내놓은 시국선언문 201개 중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집 및 분석이 가능한 146개의 내용을 분석했다. 또 시국선언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구속도 각오해야 했던 80년대 시국선언 시국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교수와 같은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한데 모여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다. 과거 국내에서 이뤄진 시국선언은 주로 종교인이나 재야인사, 교수 등이 앞장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릴레이식’ 시국선언이 본격화한 것은 1986년이다. 이전에도 시국선언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 여러 단체가 시국선언을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대학 자율화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내놓자 이에 반대한 고려대 서울대 전남대 인하대 등 29개 대학 교수 780여 명이 잇따라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1년 뒤인 1987년까지 이어지면서 6월 민주항쟁의 원동력이 됐다. 민주화 이전의 시국선언은 고문과 구속, 때로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의 엄중한 행동이었다. 1986년에도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자 ‘시국선언 교수에 대한 보복을 중지하라’는 제하의 기사(동아일보 1986년 8월 8일자)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시국선언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009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2013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민주화 이후 개별 시국선언이 갖는 파괴력은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2016년 가을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시국선언은 20대의 젊은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논란에 휩싸인 이화여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시국선언문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후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여러 기록을 낳고 있다. 7일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개교 이래 최대인 728명(서울대 교수 전체의 약 3분의 1)이 서명에 참여했다.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에도 역대 최대인 235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개교 이래 첫 시국선언에 나섰다. 선언문에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일개 개인의 사견을 곧이곧대로 국정에 반영하는 무능한 지도자’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학생회장 금준호 씨(21)는 “학교 안팎에서도 우려보다는 응원이 많았다”며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전국 대학들과 함께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해외 동포들도 동참 해외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진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달 31일 재외동포언론인협회에 이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1일)와 하버드대(4일) 소속 유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영국(6일)과 중국 상하이(7일)의 교민들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교민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인 만큼 외국인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 중인 김모 씨(33)는 “이웃 주민이 ‘대통령이 무당 친구를 통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던데 사실이냐’고 물어보더라”며 “해명을 하긴 했지만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시국선언을 한 유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우수근 둥화(東華)대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외국인들이 모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나라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연행될 각오를 한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말했다. 2009년과 달리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980년대 이전의 시국선언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도구’였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 선언 자체를 두고도 찬반 논란이 일어나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반대의 목소리가 없다는 건 대다수 국민 의견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비선 실세’ 등장 전후에 집중 계층별로 보면 초반에는 대학생들이, 후반에는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들이 낸 시국선언 125건 중 71건(56.8%)이 초반부인 10월 26∼31일에 집중됐다. 반면 교수들의 선언문은 32개 중 절반 이상(17개·53.1%)이 11월 1∼4일에 몰렸다. 2일 발표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한 원로 학자는 “아무래도 교수들이나 원로들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할지, ‘촉구’할지 등 표현 하나하나에 민감하다”며 “심사숙고하다 보니 선언문 작성에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 기간(10월 26일∼11월 11일) 중 가장 많은 시국선언이 나온 날은 11월 3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대학생 단체 21곳, 대학교수 모임 8곳, 시민·노동단체 4곳 등에서 모두 37건의 시국선언이 동시에 나왔다. 시국선언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최 씨의 귀국(10월 30일)과 검찰 소환(10월 31일), 구속영장 청구(2일), 구속(3일)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일은 또 학생의 날이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 내용의 수위도 높았다. 22개 선언문에 담긴 단어를 분석한 결과 ‘하야’ ‘퇴진’ ‘사퇴’ 등의 표현을 쓴 것이 72.7%(16개)에 달했다.‘정유라 특혜’에 중고교생도 분노 대학생과 중고교생들은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석 대상 선언문 중 정 씨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총 52회. 이 중 46회가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선언문에서 나왔다.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대학생 김모 씨(24)는 “정 씨가 리포트에 쓴 ‘해도 해도 안 될 망할 ××들’이란 표현을 봤다면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은 누구든 화가 치밀어 올라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대학생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선언문에 자주 등장한 단어 중 ‘민주주의’가 10위 안에 들어간 건 대학생(8위·176회)이 유일했다. 아예 ‘민주주의에 사망 진단을 내린다’로 시작되는 선언문(보건의약학생대표자협의체)도 있었다. 헌법을 언급하거나 헌법 조항을 직접 인용한 선언문도 70개 중 40개나 됐다. 반면 대학교수 모임과 시민단체의 선언문에서 ‘민주주의’ 언급 비중은 각각 15위, 18위로 낮았다.  적지 않은 중고교생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고교생의 정치적 발언을 금기시했지만 이번에는 ‘눈감아주거나’ 나아가 ‘응원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 북원여고(강원 원주시)에서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옆에 교사들이 ‘여러분이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화답 대자보’를 붙이는 일도 있었다. 원광고(전북 익산시)에서는 학교가 직접 ‘학생회에서 만든 선언문을 교내에 붙여도 된다’고 허락하기도 했다. 이 학교 송태규 교장은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보겠다는데 못 하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측이 관련 내용이 담긴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구설에 올랐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는 시국선언을 한 학생들에게 “교칙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 씨의 측근들이 문화체육계에 깊게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큰 목소리를 냈다. 문화체육 관련 단체가 낸 시국선언 7건에 많이 등장한 단어에는 다른 곳과 달리 ‘차은택’(전 창조경제추진단장·18회), ‘김종’(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16회)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16회)와 ‘검열’(9회)도 많이 언급됐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무용평론가 장광열 씨는 “일부 사람들의 이해관계만으로 중요한 문화 정책이 강행된 데 대해 충격과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 20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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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 안종범-김종 연루에 “학교 복귀 반대” 비판 거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학 교수 출신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학가에서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6일 검찰에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성균관대, 출국이 금지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한양대 교수 출신이다. 이 가운데 안 전 수석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에 사표를 제출해 3일 수리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도 있어 "학교 측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을 '성균관대 경제대학 10학번 최○○'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난달 27일 고내 건물에 '학교는 안종범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최 씨는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SK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본보 기사를 인용하며 "더 이상 학교와 경제대학의 명예가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성균관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같은 내용의 '성균관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6일까지 540명이 넘는 사용자가 공감을 표시했다. 성균관대 인터넷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도 지난달 29일 "안 교수가 복귀해 재정학 강의를 하면 '기업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 재정을 확보하겠다'라고 답안지를 써내면 되는 것이냐"는 등 안 전 수석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양대에서도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이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김 전 차관이) 학장이 된 1년 만에 바로 공직에 가더니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상황이 됐다"며 "다시 교수가 돼 학교로 돌아오는 건 절대 반대"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던 한 4학년 학생도 "교수 시절 수업보다 딸랑딸랑(아부한다는 의미)거리며 대외 인맥 쌓기에만 치중해 별명이 '벨(bell) 킴'이었을 정도였다"며 "원래도 신뢰받는 교수가 아니었는데 학교로 복귀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도 최근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대학원생들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교수의 정치 참여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교수는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도덕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데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자칫 모든 정치 참여 교수가 나쁘다는 식으로 연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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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심 구하려 하나” 싸늘 “더이상 혼란은 안돼” 신중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4일 오전 직장동료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서모 씨(32)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때론 감정을 담아 담화문을 읽었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서 씨는 “정치에 관심도 없다던 한 동료는 담화를 지켜본 뒤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가봐야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열흘 만에 다시 이뤄진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의 용서는커녕 최소한의 이해도 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진실과 소통은 보이지 않고 거짓과 불통만 느껴지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괴감이 든다고 했을 때 그를 선택했던 지역민들이 오히려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은지 씨(35·여·대구 북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서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 대통령이 아직도 성난 민심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민수 씨(29·경북 경산시)는 “국민이 화가 난 근본적 원인과 사태 본질에 대한 언급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괴감’ ‘서글픈 마음’ 등의 단어로 감정을 드러낸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명주 씨(24)는 “연예인들의 ‘감성팔이’(감정에 호소해 잘못을 덮으려는 모습을 비꼬는 표현) 같았다”고 혹평했다. 취업준비생인 윤혜정 씨(25·여)도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오히려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용 자체는 열흘 전 첫 번째 사과보다 나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기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게 시민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직장인 박모 씨(48)는 “가족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는 걸 볼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라면서도 “하지만 민심은 이미 강물을 건너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형기 씨(24·경기 의정부시)는 “첫 사과보다 나아졌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진 못할 것 같다”며 “최순실의 비리를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일이 이렇게 커지도록 모를 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검찰 조사를 수용하기로 한 만큼 일단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중견기업 임원인 정모 씨(52)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 퇴진 주장까지는 너무 심한 것 같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명확한 해명 없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며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번보다 진일보했다”며 “본질은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차길호/ 대구=장영훈 기자}

    • 201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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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성폭력 피해 상처를 공개합니다”… SNS서 ‘#폭로’ 확산

     “스무 살 때였습니다. 40대인 그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성관계를 해봤냐’ ‘네가 성인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널 건드리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갈 때는 계속 손을 잡고 어깨를 안았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지난달 26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진가 J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이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 가해를 하는 끔찍한 일이 멎길 바란다”는 내용도 남겼다. 마지막에 ‘#사진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게시물에 특정 주제로 된 꼬리표를 달 때 쓰는 기호·글과 사진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특정 주제를 묶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검색어 기능을 함)를 덧붙인 이 글은 인터넷에서 329번 공유됐다.  특정 집단에서 겪은 성폭력 경험을 SNS에 공개하고 이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나무숲’(일종의 익명 게시판) 같은 익명 공간에서 은밀히 피해를 알려온 피해자들이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1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을 검색한 결과 특정 공간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주변에 사는 여배우나 스태프를 불러내 술시중을 들게 했다(#공연계_내_성폭력)’ ‘운동권 내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운동권_내_성폭력)’는 글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은 해당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해시태그는 사용자들이 직접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서로 모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사용자들도 특정 주제의 글을 더 쉽게 찾고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일어난 네팔 대지진 당시 세계의 누리꾼들이 SNS에서 ‘#prayfornepal’(네팔을 위해 기도하자)이라는 해시태그로 슬픔을 나눈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중순 한 누리꾼이 ‘국내의 오타쿠(마니아)들과 어울리던 중 한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이 사용자는 ‘#오타쿠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글을 올렸다. 이 글에 용기를 얻은 여성들은 해시태그 앞부분만 바꿔 ‘#공연계_내_성폭력’ ‘#대학_내_성폭력’ ‘#문단_내_성폭력’ 등이 달린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박범신 씨 등의 이름도 이 과정에서 오르내렸다. 다만 SNS의 특성상 이런 문제 제기가 일방적 폭로로 이뤄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 관계자는 “SNS는 첫 글의 확산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론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실명을 명시한 글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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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최순실처럼 말 못사줘”

     대학가와 각계 원로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선 고등학교에서도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북 익산시에 있는 원광고 교내에는 이 학교 학생회 명의의 대자보 3장이 등장했다. 학생들은 이 대자보를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씌워 교내 매점과 급식실 입구, 학교 현관에 붙였다. 대자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이번 사태를 비꼬는 랩 형식의 글로 작성됐다.  ‘박근혜 대통령님’으로 시작하는 대자보에는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비꼬아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최순실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을 담았다. 랩 형식의 글에는 “정치판은 난장, 최순실이 대장, 이 상황은 막장” 같은 문구가 등장한다. 정 씨를 향해 “우리도 명문대 들어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평범해서 비싼 말(馬)을 못 사준다고 한다. 누나(정유라)는 부자 부모님 잘 둔 능력으로 학교 교칙도 바꾸고 입학하다니 대단하다”고 비꼰 내용도 있다. 이 대자보는 학교 학생회 임원회의를 거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서울의 J고 3학년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즉시 청와대에서 물러나 일반 국민의 일원으로 신성한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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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뉴스-홈피 통해 지원기업 정보 수집을”

     “수상안전자격증이 꼭 필요할까요? 안전교육과 관련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요?”  내년 1월에 제대할 예정인 지석환 병장(21)은 수상테마파크인 ‘원마운트’ 박소영 인사파트장에게 채용우대 조건을 물었다. 박 파트장은 “어린이 수영장에서 일할 경우 수상안전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개인이 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회사에서도 주기적으로 직원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병장은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업에 관심이 높았다”며 “내년 원마운트 입사를 목표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되는지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6홀에서 열린 ‘2016 제7회 청년드림 잡(job) 콘서트’에는 취업 준비생과 제대를 앞둔 군인 등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청년드림 잡 콘서트는 대기업, 중견기업 현직 인사 담당자가 참석해 청년들에게 취업 및 직업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자리 박람회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경기 고양시, 육군 1군단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취업박람회에는 3000여 명의 청년구직자가 몰렸다.○ “회사 홈페이지와 업계 뉴스 숙지를” 이날 현장에는 양복을 입고 현장면접을 보러 온 20대 구직자가 많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컨설팅 전문업체인 ‘와이즈와이어즈’ 인사 담당자들 앞에는 컴퓨터를 전공한 지원자들이 연이어 면접을 봤다. 정승환 팀장(37)은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알고 있는지, 얼마나 이 직무에 대해 지식을 갖고 고민해왔는지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당장 구직면접을 볼 시기는 아니지만 관심 분야를 탐색하기 위해 온 학생들도 있었다. 통계학을 전공하는 이원하 씨(22)는 “통계학 전공자의 경우 어떤 직무를 할 수 있을지 기업 채용 담당자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경영회계고등학교에서는 단체로 학생들이 박람회장에 들어와 관심 가는 회사들의 홍보 내용과 채용 기간을 확인했다.  채용 담당자들이 청년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비슷했다. 바로 공략할 회사에 대한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는 것. 얼마나 준비된 인재인지를 지원자 스스로 보여줘야 하고, 그에 맞는 이력을 꾸준히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e-러닝콘텐츠 개발업체인 오피유커스의 엄동진 팀장(30)은 “정보기술(IT)계에서는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만큼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 작품을 직접 갖고 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적성과 관련이 없는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에서 개인이 어떤 성과물을 해왔는지 바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축 또는 플랜트 등 어떤 직무에 잘 맞는지, 직무 적합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회사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를 검색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아무리 취업이 급해 여러 군데를 지원한다고 해도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으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이날 행사에는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 김상웅 육군 1군단 대령, 김필례 고양시의원, 곽미숙 경기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신 센터장은 “청년드림 잡 콘서트가 수년간 성공적으로 열리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취업 박람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청년들은 채용 기회와 취업을 위한 팁을,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발굴하는 자리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멋진 행사를 열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라며 “고양시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도시’ 1위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소감나무’에 붙은 청춘들의 희망 이날 행사장에는 △현장 채용존 △대기업 공채상담존 △직무멘토링존 △잡 클리닉존 △창업멘토링존 △딸린행사존 △일자리탐색존 등 7개 테마 공간이 마련됐다.  지문인적성 검사와 프레디저 직업심리검사 코너는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고 싶은 20대들로 붐볐다. 이력서 사진촬영 코너와 ‘창직 코너’도 인기였다. 창직이란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애견유치원 교사나 옥상정원 디자이너처럼 앞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었다. 행사장 가운데 마련된 ‘소감나무’에는 취업을 바라는 행사 참가자들이 써넣은 200여 개의 메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올해 안에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돈 없이 불효자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등 절박한 취업준비생들의 바람부터 ‘도닥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년을 위한 잡 콘서트에서 희망과 열정이 느껴져요’ 등 행사를 응원하는 목소리까지 내용도 다양했다.고양=노지현 isityou@donga.com·권기범 기자}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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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매한 법 조항에 혼란 여전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끓어올랐던 국민적 관심은 한 달 만에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법 적용 대상자들과 일반 기업 등은 모호한 법 조항에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26일 네이버와 구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의 검색량 추이(법 시행 전후 한 달씩 기준)는 지난달 28일 법 시행 당일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달 28일의 관심도가 100(상대치·검색 활성화 정도를 보여 주는 상대적 지표. 가장 높은 순간이 100)으로 가장 높았지만 21일 이 수치가 12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의 검색량도 지난달 26일 100(상대치)이었지만 17일 12로 떨어졌다. 법에 차분히 적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 기관과 업체 등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문의 게시판에는 법 해석을 요청하는 질문이 계속 쌓이고 있다. 법 시행 직후부터 26일까지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 2300여 개 중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제공’(310개), ‘대상’(302개), ‘외부 강의’(283개), ‘행사’(239개), ‘식사(175개)’ 등이다. 지방자치체나 공공기관 또는 이들을 상대하는 기업들이 이런 질문을 올리고 있다. 특히 8조 3항에 포함된 ‘원활한 직무 수행(2호)’ ‘정당한 권원(3호)’ 같은 모호한 개념이 대상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의 변호사 A 씨는 “법에서는 사회 상규를 벗어나지 않으면 예외라고 하는데 권익위원장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안 된다’고 하니까 현장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모호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법과 연관된 사람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의 부담 없는 만남도 피하고 있다. 특별한 날 가격에 맞는 선물을 해도 되는데 아예 안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복지부동’ 속에 일부 선물용 고급 상품은 가격과 매출 면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교수(법학과)는 “법은 수십 년 동안 사례와 판례가 쌓이며 완성되는 것인데 청탁금지법은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많은 법인 데다 모호한 해석이 많아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정착을 위해서는 법을 구체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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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운하 경무관, ‘오패산 총격사건’에 “밥값해라” 수뇌부 비판

    황운하 경찰대학 교수부장(경무관)이 '오패산 터널 총격 사건'을 두고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선 경찰에 대한 안전 대책이 부실하다. 밥값이라도 하라"며 경찰 수뇌부를 비판하는 의견을 밝혔다. 황 부장은 20일 이번 총격 사건으로 숨진 김창호 경감(54)을 추모하는 글을 남기며 이 같이 주장했다. 황 부장은 "(김창호 경감의 사례에서 보듯) 지구대·파출소·형사들과 같은 현장 경찰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그럼에도 그들의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위험수당조차 없다"고 썼다. 황 부장은 이어 "실력자들과의 연줄과 정무감각을 내세우던 정치적(?) 경찰"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 부장은 "자신만을 위해 뛰던 노력의 절반이라도 투자해 현장 경찰관들에게 위험수당·심야근무수당 등이 지급될 수 있도록 뛰어야 한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희생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밥값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썼다. 해당 글에는 오후 4시 현재 총 774개의 좋아요(좋아요 628, 슬퍼요 113, 화나요 22 등), 83개의 댓글이 달렸다. 공유는 81번 됐다. 댓글에는 '정치 경찰은 메아리가 없다' '직접 뛰어다니는 현장 경찰이 더 대우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같은 반응이 등장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부장은 그동안 경찰 수뇌부를 향해 수차례 강경한 발언을 하며 '경찰 내부의 저격수'로도 불린다. 6월에는 자신의 후배이자 경찰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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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젊은층 “김정은 별풍선 500개” 사진 놀이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인터넷 여론에서 눈에 띄는 점은 10, 20대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번지는 ‘김정은 희화화’의 모습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에 비하와 조롱의 의미를 담은 자막을 넣은 그림들이 인터넷 곳곳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19일 구글이나 네이버 등을 통해 ‘김정은 짤방(한 장짜리 간단한 사진)’ ‘김정은 드립(애드리브)’ 같은 검색어를 치면 김 위원장의 사진에 갖은 조롱의 의미를 담은 사진들이 다수 검색된다. 김 위원장이 실내 등에서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는 사진에 ‘흡연×(흡연자를 비하하는 표현)’ 같은 글을 써 넣은 것들이다. 2014년 김 위원장(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북 소재의 군수공장으로 알려진 곳에서 헤드폰을 쓰고 컴퓨터를 다루는 사진에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라는 자막을 붙인 사진도 있다.  문제는 지나친 희화화가 자칫 핵 위기 대비와 올바른 남북 관계 인식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의 한 인터넷 콘텐츠 제작업체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놀이’ 중 하나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면서도 “북한을 우스운 상대로만 여기다 핵 문제도 ‘우스운 일’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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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보다 못한 北 핵위협 인식… “정치적 문제” 무덤덤

     국민들은 2006년을 시작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북한 핵실험을 으레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0, 20대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은 북핵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비판, 김정은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에 벌어질지도 모를 위기 상황에는 무관심했다. 이 때문에 북핵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5차 핵실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5차 핵실험이 있었던 9일과 10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에 달린 댓글 4만여 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기사가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단순 정보 전달’ ‘국내 상황 변화’ ‘실험 이후 북한의 반응’ ‘대통령의 관련 언급’ 등 6개로 분류한 뒤 각 기사의 댓글을 분석하는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 기법으로 진행됐다. 그나마 5차 핵실험이 다른 실험보다 짧은 기간을 두고 이뤄지면서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핵 위기 자체에는 여전히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 두려움은 느끼지만 대비 목소리는 없어 누리꾼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내용의 중심 단어인 ‘핵’과 관련이 깊으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한 키워드는 모두 27개였다. 이 중 두려움과 관련된 키워드는 8개(전쟁, 죽다 등)였다. 이들이 전체 키워드 중에서 차지한 비중은 4분의 1에 가까웠다(25.2%). 1위는 정부 등에 대한 비판(41.2%)이었다. 특히 ‘규탄하다’라는 단일 단어의 비중이 26.3%나 됐다. ‘정부가 매번 규탄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북핵이 이 지경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차분함(안보 등)’을 드러낸 표현의 비중은 거의 없었다(1.1%). 5차 핵실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감정이 담겼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럽이 5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북핵이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4차 핵실험 당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 나온 응답 비율은 61%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으로부터 상시적인 위협에 놓여 있다 보니 익숙해진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차분히 논의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있었던 경주 지진과 관련된 주요 감정 언어 조사(9월 19일∼10월 19일)에서 ‘피해(1위·4만9342회)’와 ‘안전(2위·2만8492회)’ 등 개인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는 “5차 핵실험으로 위기의식은 고조되지만 내 생명이 위협을 받거나 내 재산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까지 연결이 안 되는 것”이라며 “또 다른 차원의 핵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을 정치 이슈로만 보는 사람들 누리꾼이 5차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려운 감정 못지않게 정치적 시각이 배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이슈와 관련한 표현들이 등장한 비중은 22.5%로, 두려움 못지않게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김정은 정신상태 통제 불능’ 발언이나 ‘사드 반대’ 같은 내용이 등장했다. 또 댓글 분석에 포함된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것도 박 대통령의 ‘통제 불능’ 발언과 관련한 것(약 7900개)이었다. 핵실험 자체보다 국내 주요 정치계 인사들의 발언에 더욱 관심을 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핵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대비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 실장은 “핵 위협 가능성과 관계없이 지진과 화재처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갖춰져야 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훈련도 하질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핵이 언급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에 핵의 위협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불감증이 민감증으로 바뀌어서도 안 되지만 안보라는 기본적인 차원에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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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10명중 6명 “대북지원 부적절”

     절반에 가까운 일반인이 북핵은 한국보다 미국을 더 위협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북한 핵시설에 대해 민간인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예방타격(preventive)을 감행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60% 이상이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가 이달 초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인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에 거주하는 만 20∼59세 일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5.6%는 “북핵이 한국보다 미국을 더 위협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0.8%)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77.7%는 현재와 같은 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0명 중 3명(30.3%)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론에 동조했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44.2%)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32.7%)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응답자의 59.0%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고 답해 미국(29.6%)이라고 응답한 이보다 2배가량 많았다. 48.9%는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그 중 66.5%는 향후 1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근 있었던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인터넷의 누리꾼들에게도 한반도 전쟁의 위험성을 환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실험 당일 포털 사이트에 달린 댓글 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중심 단어인 ‘핵’(1940번 언급)이 등장한 댓글에서는 ‘적’(연관 언급 154회), ‘전쟁’(연관 연급 110회) 등이 주요 연관어로 분류됐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권기범 기자}

    •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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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체육대회 경품행사 빼야하나 고민”

     “법 위반 1호가 되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고 매번 하던 경품 행사를 없애려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소극적이냐’며 불만이에요.” 지방공무원 J 씨는 다음 달 지역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준비하느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행사라, 그동안 열어 왔던 경품 행사 순서를 넣어도 좋을지 알쏭달쏭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겼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체육대회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부정청탁금지법이 12일로 시행 보름째를 맞는다. 깨끗하지 못한 암묵적 관행을 깨뜨리는 순기능도 있지만 권익위마저 쩔쩔 매는 모호한 법령 때문에 한국 사회가 얼어붙고 있다.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부른 ‘업무 병목현상’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은 전문가가 동행하는 해외 출장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장비 책정도 문제지만, 동행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기관이나 전문가도 없다. 이 기관 관계자는 “내년 계획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월 포럼 개최를 준비하고 서울시의 한 부서도 마찬가지. 이 부서 관계자는 “우리 예산을 집행하는데도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야 해서 일이 곱절로 늘었다”며 “시 감사부서에도 저촉 여부를 물었는데, 워낙 문의가 많아 금방 답을 못 해 준다”고 했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기업 직원들의 하소연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식사 3만 원 이하는 예외인 조항도 아무 소용이 없다. 공무원들이 사람 자체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며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도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업무 마비’ 권익위… 일부는 긍정 반응 모호한 법 조항으로 고민하는 실무자들과 시민들은 권익위의 유권해석만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권익위는 문의에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 시행을 전후로 각각 13일간 올라온 게시물 2223개 중 법 시행 이후 올라온 게시물의 수는 모두 1488개로 시행 이전의 2배에 달했다. 반면 권익위의 응답 횟수는 시행 이전 133개(전체 글의 18.1%)에서 시행 이후 15개(전체의 1.0%)로 뚝 떨어졌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과)는 “권익위에 일일이 해석을 요구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건 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시행령을 보완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 시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 사립대 대학원생 C 씨는 “논문 심사 때면 지도 교수에게 식사나 양주를 대접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교수도 “수술 청탁을 많이 받았는데 법 시행 이후 요청이 뚝 끊겼다. 청탁이 와도 ‘법 때문에 안 된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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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우마센터’ 이용 경찰 4500명 넘어

     경찰관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유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설립된 ‘경찰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경관이 약 2년 반 만에 4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센터가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는 데다 전담 인력도 각각 1명에 불과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실(국민의당)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등 4곳에 있는 이 센터를 이용한 경관은 4514명, 누적 이용 횟수는 6025회에 이른다.  하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센터가 설립된 지역에만 집중돼 있었다. 지방경찰청별 이용자 현황을 보면 서울 부산 광주 대전경찰청 소속 경관의 비중이 85.0%(3835명)에 달했다. 반면 제주경찰청 소속으로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한 경관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대구 인천 강원 경북경찰청 소속도 각 1, 2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센터 운영 환경도 열악했다. 경찰은 지역 의료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병원 안에 상담실을 설치하는 형태로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했다. 하지만 자격증을 갖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 등 인력은 센터별로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배정된 예산도 2014년(3억9000만 원)보다 소폭 줄어든 3억7100만 원에 그쳤다.  경찰에 따르면 2011∼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관은 87명으로 연평균 17.4명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는 8월까지 이미 2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지난 5년간의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의원은 “직무 특성상 충격적인 사건을 수시로 목격하는 경관들은 PTSD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며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를 확충하거나 ‘찾아가는 트라우마센터’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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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세트’로 점심식사… 계산할 땐 ‘더치페이 앱’

     “손님들이 김영란법 때문에 밥상 앞에서 고민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는데, 어떠세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한 삼계탕 집에 30대 남성 2명이 나타나 애플리케이션(앱) 제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이 꺼내 든 ‘이구구(299)’라는 이름의 앱은 1인당 3만 원(직무수행 등 목적으로 음식물에 쓸 수 있는 상한액) 이하로 식사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주는 서비스였다. 이들은 제휴를 맺으면 ‘김영란법 맞춤 식사 티켓’을 대신 팔아주겠다고 제안했다. 고민하던 식당 사장은 결국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영란법 때문에 벌어질 번거로운 일도 적어지고 홍보 수단도 하나 더 생기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김영란법이 28일 시행되면서 공직자와 식당 관계자 등 법 영향권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위법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나섰다. 부지불식간에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앱이 등장했고, 고급 식당들은 3만 원 이하 메뉴를 부랴부랴 개발했다. 직장인 함성식 씨(29)는 지난달 말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링 마이 빌(Ring My Bill)’이라는 앱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사람 수, 총액에 맞춰 각자 계산(더치페이) 액수를 구해주는 기능이 담겨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김영란법 덕에 대박 날 수도 있겠다” 같은 댓글이 60여 개 달렸다. 구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는 이 밖에도 ‘N(엔)빵 정산’ 같은 더치페이 앱도 등장했다.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금지 조항을 스스로 점검하고 사용 명세를 등록할 수 있는 ‘영란이’ 앱도 나왔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들도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점심을 먹었다. 구내식당 메뉴는 홀에서 먹을 때는 8500원이지만, 홀 한쪽 방에서 먹을 때는 1만5000원. 이 의원은 방에서 먹은 뒤 기자들과 더치페이를 했다. 일부 의원은 부담스럽다며 약속을 취소하거나 아예 약속을 잡지 않고 ‘혼밥’을 먹었다.  강원 횡성축산산업협동조합도 28일부터 횡성과 인천지역의 한우프라자에서 2만4000원짜리 신메뉴인 ‘영란세트’를 팔기 시작했다. 광주시청 인근 식당가에도 ‘김영란법 세트 팝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법 시행 전날인 27일 밤에는 마지막 회포를 푸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1시 15분경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는 모임을 마친 50대 남성 12명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법 시행 시간인 밤 12시가 다가오자 일제히 자리를 뜬 것이다. 이들은 약 90만 원의 식사비를 4명이 나눠서 ‘쏘기로’ 했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아직 자정이 안 넘었으니 편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김영란법 전야(前夜)’를 보내는 이들은 비싼 한정식, 쇠고기 대신 치킨과 삼겹살 등 값싼 메뉴를 택했다. 자정 직전 치킨집에서 나온 40대 남성은 “괜히 술에 취해 자정이 넘은 줄 모르고 계산을 했다가 문제가 될까 봐 일부러 싼 곳을 골랐다. 배부르게 먹었는데 한 사람 앞에 2만 원도 나오질 않았으니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곽도영 기자}

    •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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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자살, 주변에 치명적 영향… 전염의 고리 끊어야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21명의 유가족을 상담 조사한 결과 자살자의 절반가량(59명·49%)은 그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실제 자살한 가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동아일보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10일)을 맞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취재한 결과 혈연관계는 물론이고 연인, 직장 동료와 친구, 자살을 마주하는 경찰관과 소방관까지도 자살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 있었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 오드라 니퍼 씨는 1999년 ‘한 사람의 자살이 최대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을 내기도 했다. 자살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그 주변인에게는 무시하지 못할 증폭 효과를 낳는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성인 1467명을 조사한 결과 296명(20%)이 가까운 지인의 자살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험자 세 명 중 두 명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본보가 인터뷰한 자살자들의 수많은 주변인 역시 “‘나도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자살의 영향력이 심각한데도 정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책도 막연한 예방에 집중돼 있을 뿐 자살자 주변인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살은 결코 개인적, 심리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살 유경험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정수 hong@donga.com·권기범 기자}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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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우마 떨쳐낼 손길 필요… 年10회 이상 치료 받아야 효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2014년 1만3836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7.3명이다.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자살로 최대 28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매년 최대 38만여 명이 자살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위기 개입이나 예방 못지않게 ‘사후 개입(postvention)’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가족 안중에 없는 행정절차 “집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파출소로, 파출소에서 또 시신 발견 장소로…. 계속 어디론가 가야 해요. 이동 중에도 ‘부검을 하실 거냐’고 계속 물어봐요. 마치 내가 이런 상황을 이미 겪어 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죠.” 남편을 자살로 잃은 그날을 김희진(가명·46) 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숨진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그 와중에 병원 관계자는 다가와 병원비를 내라고 말했다. “잔인하죠. 결국 남편 카드로 계산했어요. 죽은 사람 카드로 ‘내가 죽었다’고 계산을 하는 거예요.” 장례를 치르고 얼마 뒤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사망신고를 못 받아주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담당 경찰이 사망 장소를 잘못 기록해서 생긴 행정 오류였다. 경찰과 구청에 수차례 연락을 돌리고서야 신고할 수 있었다. 모든 절차가 김 씨에게는 고통이었다. 상담기관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심리적 보호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자신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었다고 김 씨는 말한다. “‘자살 예방 걷기 대회’ 같은 걸로 자살이 예방되면 남편이 죽었을까요? 차라리 확실히 눈에 보이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정책, 사후 개입이 명확하게 제도화됐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자살 유가족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다. 사망 신고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효율적 사후 개입을 위해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말뿐”이라고 했다. 그는 “경황이 없는 유가족을 위해 사망 이후 행정 절차를 정리한 한 장짜리 안내문을 만들어 경찰에 배포했지만 의무성이 없어 담당 경찰관의 재량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족한 예산, 그나마도 삭감 전문가들은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는 1년에 최소 10차례 이상은 상담을 받아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력이나 예산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관들은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정부는 유가족 지원이나 사후 개입뿐만 아니라 자살 예방 사업 자체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자살 예방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두 명. 보건복지콜센터에 있는 123명의 상담원 중 유가족 지원 전담자는 없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살 예방 사업을 위한 복지부의 지난해 예산은 총 63억 원이었다. 그나마도 올해는 59억 원으로 줄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0%가량 늘렸지만 그래도 73억 원이다. 2013년 기준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자살 예방에 투입하는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시민단체도 “자살 유가족 관련 사업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한 사립 자살예방단체의 상담사는 “사후 개입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현재 정책은 여전히 이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사업과 홍보에만 치우쳐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가족 심리적 2차 피해 막아야” 해외에서는 자살 관련 연구와 정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핀란드는 이미 1986년부터 자살 예방 대책을 수립해 1990년대 대규모의 심리 부검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핀란드의 자살률은 1990년 10만 명당 30.2명에서 2013년 15.8명으로 낮아졌다.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수립한 이래 다양한 자살 예방 대책을 펴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는 아예 ‘자살 유가족 또는 자살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더 나은 지원’을 자살 예방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정책적으로 사후 개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선영 한국생명의전화 사무국장은 “호주는 자살 유가족을 위해 유품 정리부터 개입해 지원해 준다”며 “경찰 조사 때 심리 상담을 의무화하고 사망과 관련한 행정 절차에 복지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자살 유가족은 “스스로 자살 유가족임을 밝히는 것은 ‘커밍아웃’ 수준으로 힘든 일”이라며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상담을 권하는 사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자살 예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몸의 병’에 비해 ‘마음의 병’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영리민간단체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김영숙 이사는 “자살 관련 상담시설들은 대부분 ‘언제든 손을 내밀라’고 말하지만, 정말 위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힘조차 없다”며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찾아가야 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간의 네트워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조모임 참석자인 정모 씨(58)는 “유가족 중 희망자를 상담 전문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상담받는 사람도 거부감이 덜하고 상담하는 유가족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7명을 자살로 잃은 정태섭(가명) 씨는 고통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토크콘서트’나 힙합 공연을 통해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지만 이제는 ‘떠난 누나 몫까지 두 배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메신저가 되어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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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회사 논란속… 前現의원 비상장 주식 살펴보니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이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도 ‘가족기업’을 소유하고 있어 논란에 휩싸이면서 유력 인사와 고위 공직자들의 가족기업 운영 행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공직자들이 재산공개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도구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1일 본보 취재진이 19, 20대 국회의원들의 비상장 주식 보유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부 전현직 의원이 가족 전부 또는 일부가 다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 출신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과 가족들은 ‘쓰리엠파트너스’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의 감사 보고서(2014년)를 보면 임대료를 포함해 연간 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쓰리엠파트너스의 자산 규모는 100억 원가량. 하지만 여 의원의 재산공개 내용에는 부부가 보유한 주식의 액면가를 기준으로 한 금액 1억8000만 원만 올라와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은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여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처남이 회사 운영을 위해 건물을 매입했고 처가에서 임대업도 해 사실상 처가의 건물”이라며 “처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 주식으로 대신 갚았고 장인과 장모가 자신들의 지분을 손주들에게 증여해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이상직 전 의원의 자녀 2명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지분 68% 보유)인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었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4억 원에 달하지만 두 자녀의 재산은 액면가인 3000만 원으로만 신고돼 있다. 또 이스타홀딩스의 사무실 주소로 등록된 곳에는 회사 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홀딩스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만든 지주 회사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딱히 마련돼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의 자녀 2명은 ‘엔팜’이라는 회사의 지분 80%를 나눠 가지고 있다. 부동산임대업과 닭고기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세워진 이 회사의 사무실은 경기 김포시에 있다. 지난달 31일 찾아간 해당 건물에는 홍 의원이 100% 지분을 보유한 크레치코의 간판이 붙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사실상 함께 운영되며 자녀들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홍 의원은 “엔팜은 크레치코 등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통하는 작은 회사일 뿐 가족회사와는 무관하다. 일감을 몰아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 기자}

    • 20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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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점검]올림픽 리허설 6개월앞… ‘무사안일’ 평창

    ‘사실상 D―6개월.’ 2018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29일 현재 1년 5개월이 조금 넘는 529일 남았다. 하지만 개막 1년여 전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사전 점검 리허설)까지는 6개월도 남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1∼3월 빙상, 스키 등 겨울올림픽 전 종목 테스트 이벤트 결과로 평창의 준비 상태를 최종 점검한다. 본보 취재팀이 평창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결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등 주체들의 무사안일주의와 비협조, 정부의 무관심 속에 현장은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었다. 29일 평창조직위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와 12개 경기장의 공사 진척률은 평균 61%(19일 기준)다. 기존 스키 경기장을 보완해 짓는 용평 알파인 경기장은 최근에야 첫 삽을 떴다. 10월부터 진행되는 종목별 국제경기연맹의 경기장 인증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강원도, 평창조직위는 추가 예산 등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겉으로는 “다 잘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중앙정부 파견 공무원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강원도, 평창조직위 고위 간부가 참여하는 조직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도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 열린 27차 집행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한 위원은 재적 23명 중 9명에 그쳤다. 25차(8명), 26차 회의(9명)도 마찬가지였다. 평창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대회를 잘 치르려는 의지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한 체육대 교수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뒤 정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잘못된 길로 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컨트롤 타워를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평창도 ‘제2의 인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평창=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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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140억 적자’ 인천 亞경기 재탕 되나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른 인천시는 경기장 사후 활용에 골머리를 앓았다. 시는 지난해 초 신설 경기장 등 35개 공공체육시설 운영에 3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고, 약 185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1∼10월에만 인천시가 새로 지었던 9개 경기장의 적자는 140억 원에 달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도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으로 남았다. 적자 규모는 폐막 직후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로 알려졌지만, 1년 후 그 10배인 100억 달러(약 11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경제 올림픽’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사후 활용 계획은 막막하기만 하다. 강원도는 국비 등을 포함해 모두 9689억 원을 들여 13개의 경기장과 시설을 짓고 있다. 이 중 지금까지 사후 관리 주체가 결정된 곳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뺀 11곳이다. 그러나 이 경기장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은 여전하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강릉시나 강원도개발공사 등이 운영하기로 한 곳이 6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익화 가능성도 낮다. 보상비를 포함해 1541억 원이 투입되는 올림픽플라자에 대해 강원도는 지역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6월에는 30여 명으로 ‘올림픽플라자 사후 활용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양한 방안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수익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활용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곳도 수익화보다는 주민복지시설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복합 스포츠시설과 청소년동아리 센터로 활용되는 강릉 컬링센터, 수영장 등 시민체육시설이 들어서는 강릉 아이스아레나가 대표적이다. 홍석표 강원대 올림픽연구센터장(스포츠과학부 교수)은 “대형 스포츠대회도 이제는 ‘국위선양’보다는 경제논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국제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장 운영이 적자가 예상된다면 솔직히 밝히고 적자 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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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 타령만 하는 조직위… 복귀할 궁리만 하는 파견공무원

    18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의 현장 시찰이 있었던 강원 평창군.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강원 원주갑)이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돈 얘기만 하지 말라.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수혜를 입는 지역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위원회의 현장 시찰 기간 중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계속해서 “적자 대회가 될 것이다.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86개이던 대회 세부 종목이 소치 올림픽 때는 98개로 늘었고, 평창 올림픽 때는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적자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못지않게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각자의 목소리만 내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사사건건 예산 부족을 들먹이면서 조직위 민간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조직위의 민간 직원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평창 올림픽의 현지 홍보를 위해 마련한 사무실 의자 구입 비용을 예산으로 신청하자 조직위에 파견된 재정 담당 공무원은 “사과 궤짝 갖다 놓고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쓸 돈 없다”며 면박을 줬다.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넉넉지 않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래서 우리도 아껴 쓰려고 한다. 하지만 뭘 좀 해보겠다고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번번이 재정을 담당하는 파견 공무원이 ‘돈도 없는데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묵살해 이제는 직원들도 웬만한 건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조직위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대부분 승진에서 누락될 것을 우려해 소속 부서로 서둘러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업무에 대한 애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88년 서울 올림픽 때처럼 조직위원장에게 공무원 승진 등의 인사권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소치 현지 참관을 갔던 강원도 파견 공무원 28명과 정부 파견 공무원 8명은 조직위 파견 기간이 끝나자 소속 기관으로 복귀해 버렸다. 조직위 예산으로 소치 올림픽 기간에 파견돼 대회 운영 경험을 쌓은 공무원들이 파견 기간이 끝나자 조직위를 떠나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무원들의 잦은 이동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업무 협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취임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이제부터 조직위에 파견을 오는 공무원들에게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도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는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감사원은 3, 4월 감사를 실시한 뒤 “강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비탈면 안정성 검토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할 것을 강원도에 통보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8월에야 안정성 검토와 관련한 첫 회의를 열었다. 강원도는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비를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업비를 책정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의 사업비가 늘어난 데는 강원도의 책임도 있다. 당초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평창 알펜시아에 있는 스키점프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IOC가 스키점프 경기장은 너무 좁아 개·폐회식 장소로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비 절감을 위해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평창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강원도는 평창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평창에 개·폐회식장(올림픽 플라자)을 새로 짓기로 하면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돈이 1541억 원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위가 2011년 7월 올림픽 유치 당시 IOC에 보고한 대회 예산은 1조76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조직위가 세운 3차 재정계획에서는 2조2731억 원으로 늘었고 이마저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7월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최소한 2244억 원의 사업비가 부족’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10월 중 IOC에 제출할 4차 재정계획에 사업비 5000억∼6000억 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이종석 wing@donga.com·권기범 기자}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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