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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이야.” 시속 40km로 달리며 스마트폰에 다섯 글자를 입력하던 순간이었다. 도로 끝을 알리는 신호등이 붉게 켜지자 기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멈춰야 할 지점을 2m 지나 옆 차로까지 침범해 있었다. 16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진행한 ‘스마트폰 사용 여부에 따른 제동거리 실험’에서 배홍근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니 제동거리가 늘어난 데다 차로 유지도 어렵다”며 “실제 도로였다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사고 위험 23배↑기자는 주행 조건을 바꿔 가며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했다. 직선도로에서 달리다 멈추면서 핸들을 꺾으니 제동거리는 5m나 늘었다. 곡선 구간에서는 휴대전화를 들자 주행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운전에만 집중할 때와 달리 메시지를 보내거나 검색하는 동안 시속 40km를 유지하지 못했고,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속도를 시속 50km로 높인 상태에서는 급제동 상황을 늦게 인식해 건널목을 지난 뒤에야 멈췄다. 배 교수는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상황을 인지하는 순간 경상이 중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위반 시 벌점 15점과 7만 원 이하의 범칙금(승용차 기준 6만 원)이 부과된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를 단순 조작하더라도 전방 주시율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운전자들의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2월 발표한 ‘2024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은 36.6%로, 최근 몇 년간 40%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 교통부 산하 자동차운송안전청(FMCSA)의 보고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운전 중 문자 전송이 사고 위험을 23.2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9배)나 독서(4배) 등 나머지 34개 조사 항목보다 압도적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속도를 낮추는 행위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메디신’에는 20대 운전자 45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와 시선 추적 장치를 이용한 실험 결과가 실렸다. 논문은 시뮬레이터 실험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는 휴대전화 사용 시 속도를 줄여 위험을 상쇄하려 하지만, 감속해도 사고가 날 공산은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위험 인식 3년째 하락 실제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3310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63명, 부상자는 5056명에 달했다. 해마다 600건 이상이 반복된 셈이다.문제는 위험성 인식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리서치가 올 8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운전 중 카카오톡·문자메시지를 절대 보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년간 감소했다. 특히 2023년과 비교하면 72%에서 66%로 줄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인이나 통화에 대한 경각심도 각각 5%포인트가량 감소했다. 차량 내 터치스크린 등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한 것도 주의 분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신 차량의 경우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음악 연결, 차량 설정까지 가능하다. 임채홍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손끝 감각만으로 조절하던 물리적 다이얼과 달리 터치스크린은 시각적 주의를 끌어 시선 이탈 시간을 늘린다”며 “운전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트라이원스 황두남 변호사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단순히 범칙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시 과실로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역시 표류하고 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등 다수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국가전략기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생산비용의 일부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주요국들은 이미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였던 2022년 IRA를 시행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를 세액공제해주고, 배터리 등 첨단 제조 기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판매한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제도가 지속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판 IRA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판 IR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도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가 7월 말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에도 한국판 IRA는 담기지 않았다. 세수 감소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등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국가별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무역장벽 유형 중 하나로 보조금을 꼽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생산세액공제 도입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수에 미칠 영향과 통상규범 충돌 가능성도 과제의 일부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이 두 나라만의 리그로 끝난다면 대부분의 나라가 소외될 수밖에 없어 그에 따른 격차가 굉장히 큰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23일 구 부총리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플랜에서 격차 해소, 기회와 참여를 의제로 제시한 이유”라며 이 같이 밝혔다.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공동성명과 함께 향후 5년간 회의의 경제협력 방향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 ‘인천플랜’이 채택됐다. 혁신, 금융, 재정정책, 접근성과 기회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한국이 제안한 AI 대전환과 혁신 생태계 조성, 모두에게 고른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구 부총리는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에서 AI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특히 디지털 격차 문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의 역할 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구 부총리는 “AI를 강화하려면 인프라를 깔고 정책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며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그러면서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조차 구축되지 않은 역내 국가들에 비해서는 모범이 됐다”며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AI 대전환에 관심이 높았다”고 했다.이번 회의는 처음으로 재무장관회의와 구조개혁장관회의를 연계해 열렸다. 제임스 딩 APEC 경제위원회 의장은 “AI 전환과 재정 건전성, 구조개혁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현안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재무장관회의와 구조개혁장관회의를 연계해서 개최한 것이 의미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구 부총리는 “경주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1개 회원이 만장일치로 이뤄낸 합의여서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이번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에서 도출된 성과과 논의의 흐름이 정상회의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인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은행들이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며 ‘이중 이자 장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심사 문턱이 높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이 고금리인 대부업으로 몰려들자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고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5년 8월 국내 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1금융권(은행), 2금융권(저축은행, 캐피털)이 대부업체에 대출해 준 금액은 38조1998억 원이었다. 이로 인한 이자 수익은 2조54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들의 대부업 대출은 지난해 2758억 원이었는데 올해 1∼8월에만 2370억 원이었다. 올해 8개월 만에 작년 연간 대출의 86%가 집행될 정도로 올해 은행들의 대부업 대출 영업이 활발한 것이다. 은행의 대부업 대출은 위법은 아니지만 과거에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대부업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은행이 서민 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부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정서 때문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엔 은행권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식이 팽배했는데 요즘엔 은행도 대부업에 대출을 내주는 추세로 바뀌었다”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부업체 이용자가 늘어 대부업체의 조달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예대마진 중심의 이자 장사로 수익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가계대출에 이어 대부업 대출까지 늘려 손쉬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 의원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까지 올리는 건 공공재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정책금융을 활용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부분 보증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대부업이 아닌 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돈 놓고 돈 먹는’ 은행들… 대부업 대출액 4년새 30% 늘어은행권 이중 ‘이자장사’ 논란규제-경기 악화發 대출영업 어렵자상대적으로 쉬운 대부업체 눈돌려… 실적 호조 4대 시중銀도 대출 늘려“인위적 축소땐 서민들 되레 피해”… 전문가 ‘서민금융 정밀 설계’ 조언숯불돼지갈비 무한리필로 유명한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명륜당이 최근 대부업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화제가 됐다.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명륜당이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에서 빌린 수백억 원으로 불법 대부업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명륜당은 “코로나19 시기 (경영) 위험이 커지면서 불가피하게 대부업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은이 ‘전주’가 돼 명륜당이 돈놀이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2일 명륜당의 불법 대부업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 올해 1·2금융권의 대부업 대출, 작년 넘어설 듯정책은행뿐 아니라 1·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빌려주는 대출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5년 8월 국내 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1금융권(은행), 2금융권(저축은행·캐피털)이 대부업체에 대출해 준 대출금액은 2020년 5조7968억 원에서 지난해 7조5217억 원으로 4년 만에 30%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대출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2금융권은 올해 1∼8월 6조4383억 원을 대부업체에 대출해 줬다. 이는 2024년 실적(7조5217억 원)의 86%를 이미 달성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신용자 서민층을 중심으로 대부업 이용 수요가 늘다 보니 대부업체가 자기자본이 부족해 1·2금융권으로부터 받는 대출 규모를 늘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최근 영업실적이 좋았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도 대부업 대출을 늘려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은 2020년∼2025년 8월 대부업에 3947억 원을 대출해 은행권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은행이 420억 원을 우수 대부업체에 자금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했던 금액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020년, 2021년엔 대부업체에 대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50억 원, 2023년 61억 원으로 대출이 발생하더니 지난해엔 33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대부업체에 대출을 내준 은행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대부업체 74곳에 120건의 대출을 내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경영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손쉽게 이중 이자 장사” 은행들은 대부업 대출을 늘린 이유로 정부의 정책 변화를 꼽는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해준 대부업체가 시중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영향과 함께 은행들이 손쉬운 영업을 택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와 기업 경기 악화로 다른 대출 영업은 쉽지 않은데 대부업 영업은 비교적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하는 데 이어 이들에게 대출하는 대부업에 ‘이중 이자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대부업체 대출을 인위적으로 줄일 경우 오히려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서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대부업 대출액이 줄어들면 대부업의 대출 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신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서민금융 상품을 제대로 설계해 대출 소외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지만 말고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 저신용자 서민들에게 더 문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음식점 ‘노쇼’ 위약금 10→40%로… 소상공인 피해 막는다음식점 이용 금액의 10% 수준이었던 ‘노쇼(No-show·예약 부도)’ 위약금이 최대 40%로 대폭 높아진다. 예식 당일에 예식장 계약을 취소할 경우 전체 비용의 70%를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반복되는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와의 분쟁을 사전에 막으려는 취지다.》“노쇼(No-show·예약 부도) 걱정에 예약받기도 무섭네요.”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쇼 경험담을 토로하는 글이 매주 여러 개 올라온다. 특히 음식점은 노쇼가 발생하면 음식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데다 다른 고객을 받을 수 없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예약을 받을 때 일정 금액을 예약금으로 받고 있다. 노쇼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일부 업체들이 위약금을 과도하게 설정하거나 환불해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약금 기준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일본식 오마카세(맡김 차림)처럼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이나 일반음식점의 대량 주문에 대한 노쇼 위약금이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높아진다. 예식장 당일 취소 위약금도 총비용의 35%에서 70%로 상향된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을 다음 달 11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 사전 예약에 따라 재료와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을 ‘예약기반음식점’으로 별도로 구분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분쟁 조정 시 총 이용 금액의 10% 이하로 노쇼 위약금을 산정했으나 이 기준을 예약기반음식점 40%, 일반음식점 20%로 상향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만 원짜리 오마카세를 예약하면서 4만 원의 예약 보증금을 낸 뒤 노쇼했다면 식당에서 이를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일반음식점도 ‘김밥 100줄’처럼 대량 주문을 하거나 단체 예약을 한 경우 노쇼 위약금 40%를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으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일부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반복되는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가 과도한 사전 예약금과 환불 조건 등 일반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던 불합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위약금이 너무 낮다 보니 업체들이 노쇼 방지를 위해 100%에 달하는 위약금을 거는 사례까지 발생했다”며 “노쇼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선에서 위약금이 결정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식장 위약금도 개선된다. 현재는 예식 당일에 계약을 취소해도 위약금이 총비용의 35%에 불과해 예식장의 피해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예식 10∼29일 전 취소 시 40%, 1∼9일 전 취소 시 50%, 당일 취소는 70%까지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숙박업 무료 취소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이 개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행정 예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노쇼 방지를 위한 장치가 강화됐으니 인식 개선이 병행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이나 대량 주문에 적용되는 노쇼 위약금을 높이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22일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다음 달 1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우선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 등 사전에 예약을 받아 재료와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을 ‘예약기반음식점’으로 별도 구분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분쟁조정 시 노쇼 위약금을 총 이용금액의 10% 이하로 산정했으나 앞으로 예약기반음식점은 총 이용금액의 40%, 일반음식점은 20%가 기준이 된다.예를 들어 소비자가 10만 원짜리 오마카세를 예약하면서 전액을 보증금으로 지급한 뒤 노쇼했다면 식당이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위약금이 최대 1만 원에서 4만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식당은 위약금인 4만 원을 제외한 6만 원을 돌려주면 된다.‘김밥 100줄’ 등 대량 주문이나 단체 예약의 경우에도 예약기반음식점에 준해 예약보증금과 위약금을 정할 수 있다. 다만 음식점이 관련 내용을 소비자에 사전 고지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예식 당일에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에 대한 위약금도 현실화됐다. 기존에는 예식 당일에 계약을 취소해도 위약금이 총 비용의 35%에 불과해 예식장의 피해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예식일로부터 △29일~10일 전 취소 시 총비용의 40% △9~1일 전 취소 시 50% △당일 취소는 70%를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하게 된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카네이션이 모두 외국산 품종에 의존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 난 등 주요 화훼 품목의 종자 자급률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화훼 품목을 비롯해 해외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사용료)가 1년 새 7.0% 늘면서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네이션 종자 국산화율은 0%로 집계됐다. 카네이션 종자 자급률은 2022년 2.7%, 2023년 1.3%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0%로 주저앉았다. 국산 품종 카네이션은 한 송이도 꽃 피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요 꽃 수출국인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 종자업체의 수익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이 품질이 좋고 재배가 쉬운 콜롬비아산 종묘를 선호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진 탓에 국내 카네이션 종묘업체가 최근 몇 년 새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외에도 화훼·과수 분야에서 6개 품목의 종자 국산화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훼 품목 중에는 난(15.2%), 장미(23.8%) 등의 자급률이 낮았다. 이들 품목의 종자 국산화율은 2022년과 비교해 각각 5.3%포인트, 7.4%포인트 하락했다. 과수 중에는 감귤 종자 자급률이 4.6%에 불과했고 참다래도 30% 수준에 머물렀다.종자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주요 종자업체들이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종자 국산화율이 위축됐다. 이후에도 수요가 높은 식량 작물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어지면서 화훼·과수 분야의 종자 자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종자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하나의 종자를 개발하면 지속적으로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약, 바이오 등 다른 산업군의 기반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도 종자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이 해외에 지급한 종자 로열티는 436억100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로열티 85억90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전년(80억3000만 원) 대비 7.0% 증가했다. 딸기, 버섯, 장미 등 10개 품목에 로열티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의 평균 종자 국산화율은 35.2%에 불과하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강병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은 품종 개발에서 유통, 활용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의 근간 산업으로 생각하고 종자 산업에 대한 연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기구 의원 역시 “국산 품종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개발의 내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올해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뒤처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다봤다. 한국은 지난해 34위에서 37위로 떨어지고,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뛰어오를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가 0.9%로 ‘0%대 성장’으로 내려앉은 반면, 대만은 3.7%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는 한국이 4년 내 4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했다. 대만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도 멀어진다는 의미다.● 韓 경제 제치고 올라가는 대만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가 최근 내놓은 ‘10월 세계 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5962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3만6239달러)보다 0.8%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IMF 통계에 포함된 197개국 중 한국의 1인당 GDP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할 전망이다.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올해 37위에서 내년 38위로 더 하락하는 데 이어 2028년 40위, 2029년 41위 등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반면 대만은 인공지능(AI)발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4060달러에서 올해 11.1% 증가한 3만7827달러가 될 것으로 IMF는 분석했다. 세계 순위도 38위에서 35위로 세 계단 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에는 4만 달러, 5년 뒤인 2030년에는 5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22년 만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은 있어 왔지만 IMF가 5년 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 점은 한국 경제에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대만은 둘 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의 주축이다. 비슷한 주력 산업을 갖추고 있는데도 성장률 추이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기 때문이다.한국과 대만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출과 산업화를 통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이 반도체, TV, 휴대전화, 자동차 등에서 세계 1위권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하면서 대만을 앞질렀다. 2002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1만3637달러, 대만은 1만3651달러였으나 2003년 한국은 1만5211달러, 대만은 1만4040달러로 역전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AI 혁명을 계기로 대만이 TSMC를 위시한 반도체 ‘1등 전략’으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잠재성장률 끌어올릴 동력 절실 전문가들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한국과 대만 경제의 명운을 갈랐다고 본다. 대만 정부는 규제 완화와 파격적 지원으로 첨단 산업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국의 최고세율(25%)에 비해 훨씬 낮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그 차이는 7.5%포인트에 달한다. 일정 수준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세제 지원 역시 적극적이다. 대만은 2023년부터 ‘대만형 칩스법’을 시행해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25%를 세액 공제하고 있다.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액의 5%를 공제하는 혜택도 함께 신설됐다. 올 2월이 돼서야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20%로 높이는 ‘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국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만은 중소기업들도 탄탄하게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국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흐름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잠재성장률 1%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대만은 물론이고 슬로베니아나 체코 같은 유럽 중진국에도 1인당 GDP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슬로베니아는 올해 36위로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0.9%로 전체 세계 경제성장률 3.2%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2.0%), 유로존(1.2%), 일본(1.1%) 등 선진국보다도 낮게 전망됐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은 최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종이 줄어들며 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올라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수요가 몰리는 추석 연휴가 지났지만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우 안심 1등급이 1년 전보다 약 11% 오르는 등 국산 축산물 가격이 상승한 데다 수입산도 오름세를 보이는 탓이다. 때아닌 가을장마에 쌀값과 과일값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기준 한우 안심 1등급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만4261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만2886원)보다 10.7% 올랐다. 평년(1만3262원)과 비교해도 7.5% 높은 수준이다. 등심 1등급 가격도 전년(9806원)보다 3.9% 오른 100g당 1만187원으로 나타났다. 국거리용으로 많이 쓰이는 양지는 1+등급과 1등급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0.9%, 6.5% 비쌌다. 한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올해 도축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역대 최대인 99만 마리였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92만9000마리가 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 소고기 가격도 상승세다. 미국산 갈비(냉동)는 100g당 가격이 1년 전(4279원)보다 5.1% 오른 4498원이었다. 평년(3678원)과 비교하면 22.3% 급등했다. 미국산 갈비살(냉장)도 1년 전, 평년 대비 각각 12.2%, 21.6% 비싸졌다. 돼지고기 역시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18일 기준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매가격은 2872원으로, 전년(2687원) 대비 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목살 가격도 5.1% 오른 100g당 2686원으로 집계됐다. 도축 마릿수와 국내산 재고량이 감소한 데다 국제 가격까지 오르며 수입량이 줄어 국내산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10월 들어 강수량이 늘어나 쌀과 과일값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7일 기준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6075원으로 나타났다. 6만8000원을 넘어섰던 이달 2일보다는 가격이 떨어졌지만 1년 전보다 24.1% 높은 수치다. 당초 햅쌀 출하가 시작되면 쌀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잦은 가을비로 햅쌀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사과(홍로) 10개 가격도 전년 대비 16.4% 오른 2만6865원이었다. 정부는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다음 달 김장철을 맞아 돼지고기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한우 데이’와 연계해 한우를 할인해 판매할 계획이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사 기간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한 회원권은 환불하지 않는 헬스장, 필라테스장 등 체육시설업체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 20개 체인형 체육시설업체의 계약서 약관을 심사한 결과,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발견해 이들의 계약서를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 피해구제 접수가 많았던 헬스장 16곳, 필라테스장 2곳, 요가장 2곳의 계약서가 대상이다. 이 중 14개 업체가 행사 기간에 할인된 가격으로 체결한 회원권이나 양도 받은 회원권 등에 대해 중도 계약 해지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단순 변심이나 개인적 사정에 따른 환불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체육시설업은 계약이 1개월 단위나 여러 회에 걸쳐 체결되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상 소비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원권의 종류와 상관없이 환불이 가능하도록 약관이 시정됐다. 환불이 되더라도 기존 이용 요금이나 수수료를 과도하게 받는 조항도 수정됐다. 일부 업체는 이용자가 계약을 해지할 때 기존에 1일을 이용했더라도 1개월 이용한 것으로 간주해 적은 금액을 환불했다. 카드 결제 후 대금을 환불받을 때도 위약금 외에 카드 수수료 등을 공제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업체가 시설 내 안전사고나 개인 물품 분실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이 조항이 시정됨에 따라 앞으로 회원의 잘못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사업자의 잘못이 있다면 사업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처럼 재산세를 (평균적으로) 1% 매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 원이면 1년에 5000만 원씩 내야 한다”며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10·15 부동산 대책에 이어 주택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 기조에 거리를 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내년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초고강도 규제 대책으로 수도권 민심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세제 개편 대신 공급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 당정이 보유세 인상을 두고 엇박자를 낸 가운데, 국민의힘은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뒤집힌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정부 “보유세 인상 불가피”… 지방선거 앞둔 여당 “논의 안 해” 구 부총리는 16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록인 이펙트(Lock-in Effect·매물 잠김 현상)’가 굉장히 크다”며 “취득·보유·양도 단계 전반에서 부동산 세제의 정합성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0억 원짜리 집 한 채 들고 있는 데는 (보유세가) 얼마 안 되는데, 5억 원짜리 집 3채를 갖고 있으면 (세금을) 더 많이 낸다면 무엇이 형평성에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수준의 보유세 부담과 과세 체계를 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를 전후해 공개적으로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장관이 아닌 인간 김윤덕으로서는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상경 국토부 1차관도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17일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반면 당 지도부는 보유세 인상 주장에 선을 그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보유세 인상을 포함한 부동산 문제는 국민적 감정이 굉장히 집중되는 과제이기에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보유세 인상 문제는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보유세 갖고 부동산 폭등을 막겠다는 생각은 가장 어설픈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10·15 대책을 두고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보유세 인상 시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신 정밀 주택 공급 지도 발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공급 대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 구별로 연간 공급 계획을 세분화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으로 검토가 끝나면 연말·연초에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野 “10·15 재앙”… 김용범 “토허제 확대 불가피” 여야도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름만 대책일 뿐 실상은 ‘10·15 재앙’”이라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국민을 투기꾼으로 낙인찍은 거래 통제 정책”이라고 했다. 보유세 인상에 대해선 “결국 보유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전세 매물은 줄며, 임대료는 폭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10·15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9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부동산 문제만큼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지 허가제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경기 회복,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여파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결합된 이 상황은 ‘가격 급등’이라는 뇌관을 품은 칵테일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주택 공급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파적 차이는 있을 수 없다”며 “공급의 열쇠는 지자체에 있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1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종합도매시장 입구 앞 사거리. 신호등이 없는 이 교차로 근처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24건이 넘는 사고가 났다. 그중 보행자가 화물차 등에 치여 크게 다친 사고만 4건에 달한다. 교차로 가로등 한편에 일시정지 표지판이 있었지만 멈추는 차들은 보이지 않았다. 30분간 이곳을 지나간 100여 대 중 표지판을 지켜 멈춘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보행자가 건너면 잠시 속도를 줄이긴 했으나, 대부분은 슬금슬금 앞으로 움직였다. 각 방향에서 차들이 동시에 진입하며 경적 소리가 잇따랐다. 보행자가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곳에서 도매점을 운영하는 백모 씨(68)는 “사거리에 신호가 없어 엉키는 경우가 많은데도 빨리 달리는 차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운전자는 “사람이 없는데 일시정지를 안 한다고 문제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일시정지 표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도 있었다.● 비신호 교차로 사고, 1.5배 많아 도로교통법 제31조는 교차로 통행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일시정지 표지가 설치된 곳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완전히 정차해야 한다. ‘일시정지’는 바퀴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주변 상황을 확인한 뒤 출발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조항은 1995년 신설됐으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운전자 상당수가 일시정지 표지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서행 표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일시정지 표지를 지키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만 연평균 687건에 달했다. 두 도로가 엇갈리면서 신호등이 없는 비신호 교차로는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경찰청 조사 결과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중 절반에 가까운 48.7%(연평균 9만5982건)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사고가 가장 잦았던 비신호 교차로 10곳에서만 총 52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중상이 53명, 경상이 675명이었다. 한 해 평균 175건, 즉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신호 교차로와 비교하면 그 위험이 극명히 드러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1∼2023년 비신호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한 건수를 연평균 약 5만9192건(61.0%)으로 추정했다. 신호 교차로(3만7787건)의 1.5배에 이른다. 모든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일시정지 표지마저 유명무실하니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일시정지 표지를 늘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 사항은 아니라 여전히 없는 곳이 태반이다. 또한 설치된 표지마저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팀장은 “‘완전히 정지하라’는 뜻의 일시정지 표지를 ‘천천히 가라’는 서행 표지판과 나란히 세워둔 황당한 경우도 있다”며 “잘못 설치된 일시정지 표지는 오히려 운전자에게 혼선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본·미국, 강력한 단속으로 사고 줄여 일시정지 준수가 문화로 정착한 해외에선 사고 감소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에 일시정지 표지를 설치한 결과 시가현(2022년)에서는 사고 건수가 약 12% 줄었고, 나라현(2021년)에서는 장소별로 많게는 약 79%까지 사고 건수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정지 표지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사고 위험이 큰 교차로에서 수시로 단속을 벌여, ‘도마레(止まれ·일시정지)’ 표지 앞에 3초 이상 멈추지 않으면 9000엔(약 8만5000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약 56만6000건이 적발됐을 정도로 엄격하다. 미국은 처벌 수위가 더 높다. 텍사스주는 일시정지 위반을 신호 위반과 동일하게 취급해 최대 750달러(약 1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한국(6만 원)의 16배가 넘는 수준이다. 버지니아주는 2009년 주정부 조사에서 주야간 모두 90% 이상의 일시정지 준수율을 기록할 만큼 정착된 상태다. 이 지역의 범칙금은 250달러(약 33만 원)로 한국의 5배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시정지 표지가 있으면 차량, 보행자 관계없이 완전히 멈췄다가 가야 하는데, 이런 일시정지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홍보와 계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비신호 교차로선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건너려는 보행자 있어도 정차해야스쿨존·빨간 점멸등선 무조건 정지‘우측 도로 우선통행’ 등 숙지 필요신호등이 없는 비신호 교차로에서는 운전자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일시정지’ 관련 규정도 달라졌다. 운전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원칙은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비신호 교차로에서 운전자는 반드시 서행해야 한다. 특히 일시정지 표지판이 있거나 건널목에 보행자가 있으면 완전히 정차해야 한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도 정차해야 한다. 이는 건널목 바깥에서 보행자가 접근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선 더 엄격하다. 스쿨존 내에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선 모든 차가 일시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이 규정은 2022년 1월에 신설됐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은 도로 주변 시설물에 가려져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고,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드는 경우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긴 변화다. 점멸 신호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빨간 점멸등 앞에서는 정지선 전에 완전히 멈춰야 하며, 정지선이 없을 때는 교차로 진입 전에 정차해야 한다. 노란 점멸등일 경우엔 정차 의무는 없지만 반드시 속도를 줄여 서행해야 한다. 점멸등 위반 역시 신호 위반으로 간주돼 범칙금 6만 원이 부과된다. 또 비신호 교차로에서는 우측 도로, 폭이 넓은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에 통행 우선권이 있다. 우측 도로에서 오는 차와 폭이 넓은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에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진하거나 좌회전하려는 차는 이미 교차로에 들어와 있는 차에 양보해야 한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비신호 교차로에서 일시정지 표지나 점멸 신호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사고가 날 경우 미준수, 점멸 신호 미준수 등이 드러나면 중대한 과실로 적용돼 과실 비율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밀가루 업체의 담합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원재료 시장 전반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이 가격 협의나 출하 조정 등 담합을 했는지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고공행진 중인 빵값과 관련해 원재료 시장 전반에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달 중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의 설탕 담합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달걀 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먹거리 물가 급등을 낳은 식품업계의 독과점 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업계의 담합과 독점으로 생활 물가가 상승했다며 공정위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최근 공정위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서도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감사원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행사에 맞춰 가격을 올린 뒤 할인 판매했다는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꼼수’로 고객들이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에 동의하게 만든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15일 공정위는 쿠팡, 콘텐츠웨이브, NHN벅스, 스포티파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태료 105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업체별로는 쿠팡 250만 원, 콘텐츠웨이브(웨이브) 400만 원, NHN벅스 300만 원, 스포티파이 100만 원이 부과됐는데 네 업체 모두 자진 시정한 점이 고려됐다. 쿠팡은 지난해 4월 로켓배송 등 빠른 배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와우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면서 눈속임으로 기존 고객들이 가격 인상에 동의하도록 유인했다. 동의 버튼만 눈에 띄도록 배치하는 등 눈속임으로 약 4만8000명의 고객이 자신도 모르게 가격 인상에 동의했다. 음원 서비스인 NHN벅스와 스포티파이는 유료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청약철회 기한, 행사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하게 알리지 않았다. 스포티파이가 월정액 구독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업자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OTT인 웨이브와 NHN벅스 구독자는 월정액 구독 상품을 중도해지해 결제 금액 중 일부를 환불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업체는 중도해지 방법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 쿠팡,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네이버플러스 등은 중도해지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해당 서비스 구독자들은 환급 없이 자동결제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일반해지’만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의 불법성을 심의했지만 관련 실태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심의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챗봇을 끼워 팔았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14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사 계획을 묻는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의 질의에 “최근 현장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MS는 자사 운영체제 윈도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제품에 AI 챗봇 ‘코파일럿’을 끼워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 위원장은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끼워 팔기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가격 인상은 전형적인 이윤을 높이는 경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이날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의혹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주 위원장도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막기 위해 공정위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대표는 의원들의 질타에 몸을 낮추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김범석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는 최혜 대우를 요구한 혐의에 대해 “정책상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에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 배달앱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있다.김 대표는 가격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가격 설정은 점주들이 직접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플랫폼은 ‘1인분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점 업체에 가격을 올린 뒤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것처럼 판매하라고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송종화 교촌F&B 대표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교촌치킨의 순살치킨 중량 축소는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라며 “지금이라도 홈페이지, 배달앱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돼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반복적인 원재료 공급 차질로 인한 가맹점 피해에 대해 지적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추가 이익을 얻은 쿠팡이츠에 불공정 약관 시정 권고를 내렸다. 공정위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의 ‘갑질’ 혐의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기준 조항에 대해 60일 안에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에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중개수수료 및 결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입점 업체들이 쿠폰 발행 등 자체 부담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 할인 비용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하지 않은 매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쿠팡이츠 입점 업체는 이중 부담을 지는 반면에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고도 추가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대부분의 배달앱 사업자는 할인 후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입점 업체가 정가가 2만 원인 상품에 대해 할인 쿠폰 5000원을 발행할 때 중개수수료율이 7.8%라면 수수료 1560원을 내야 한다. 입점 업체는 정가를 할인해 1만5000원에 판매하지만, 중개수수료는 정가 2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배달앱(1170원) 수수료보다 390원 더 높다. 이를 통해 쿠팡이츠는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수수료를 추가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쿠팡이츠는 해당 조항이 약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츠 측은 “서비스 초기부터 동일한 중개수수료 산정 방식을 유지해 왔다”면서 “입점 업체에 이러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명시하고 고지했다는 사실을 향후 공정위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 조항 10개 유형도 적발해 자진 시정을 유도했다. 가게 노출 거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조항,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불명확하게 규정한 조항 등이 대상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신속히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게 노출 거리 제한은 기술적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개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두 플랫폼의 최혜 대우 요구, 쿠팡이츠의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서도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최혜 대우 요구는 배달앱 수수료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서 올 4월 두 업체는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던 중 개선할 의지를 밝혔지만 반년이 넘도록 충분한 시정안을 내놓지 못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79)와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69),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79) 등 3명이 수상했다. 이들은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관계를 연구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간) “지난 2세기 동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며 “이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지 설명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저명한 경제사학자로 꼽히는 모키어 교수는 저서 ‘성장의 문화’를 통해 문화의 차이가 17, 18세기 서유럽과 아시아 경제 발전의 격차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다원주의 문화와 아이디어 경쟁을 결합한 혁신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자기 발전적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적 설명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기옹 교수는 프랑스 고등학술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와 인시아드(INSEAD)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방문 교수도 겸하고 있다. 이들은 1992년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를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려나는 혁신이 창조적이지만 파괴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가 낳는 갈등을 건설적으로 관리하는 점을 혁신의 핵심 요인으로 봤다. 존 하슬러 노벨경제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며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시 정체 상태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기옹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보호주의는) 세계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3명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를 나눠 받는다. 절반을 모키어 교수가, 공동 연구로 수상한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다.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6개 분야 노벨상 수상이 마무리됐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79)와 필립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69),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79) 등 3명이 수상했다. 이들은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관계를 연구한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간) “지난 2세기 동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며 “이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지 설명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저명한 경제사학자로 꼽히는 모키어 교수는 저서 ‘성장의 문화’를 통해 문화의 차이가 17, 18세기 서유럽과 아시아 경제 발전의 격차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다원주의 문화와 아이디어 경쟁을 결합한 혁신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자기 발전적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적 설명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가 발전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기옹 교수와 호위트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기옹 교수는 프랑스 고등학술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와 인시아드(INSEAD)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도 방문 교수로 있다.이들은 1992년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를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려나는 혁신이 창조적이지만 파괴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가 낳는 갈등을 건설적으로 관리하는 점을 혁신의 핵심 요인으로 봤다.존 하슬러 노벨경제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시 정체 상태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아기옹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보호주의는) 세계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수상자 3명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를 나눠 받는다. 절반을 모키어 교수가, 공동 연구로 수상한 아기옹 교수와 호위트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다.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6개 분야 노벨상 수상이 마무리됐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추가 이익을 얻은 쿠팡이츠에 불공정 약관 시정 권고를 내렸다. 공정위는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의 ‘갑질’ 혐의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13일 공정위는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기준 조항에 대해 60일 안에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에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중개수수료 및 결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입점 업체들이 쿠폰 발행 등 자체 부담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 할인 비용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하지 않은 매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쿠팡이츠 입점 업체는 이중 부담을 지는 반면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인상하지 않고도 추가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대부분의 배달앱 사업자는 할인 후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예를 들어 입점 업체가 정가가 2만 원인 상품에 대해 할인 쿠폰 5000원을 발행할 때 중개수수료율이 7.8%라면 수수료 1560원을 내야 한다. 입점 업체는 정가를 할인해 1만5000원에 판매하지만, 중개수수료는 정가 2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배달앱(1170원) 수수료보다 390원 더 높다. 이를 통해 쿠팡이츠는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수수료를 추가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쿠팡이츠는 해당 조항이 약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츠 측은 “서비스 초기부터 동일한 중개수수료 산정 방식을 유지해 왔다”면서 “입점 업체에 이러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명시하고 고지했다는 사실을 향후 공정위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다.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 조항 10개 유형도 적발해 자진 시정을 유도했다. 가게 노출 거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조항,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불명확하게 규정한 조항 등이 대상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신속히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게 노출 거리 제한은 기술적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개선하기로 했다.공정위는 이날 두 플랫폼의 최혜 대우 요구, 쿠팡이츠의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서도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최혜 대우 요구는 배달앱 수수료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서 올 4월 두 업체는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던 중 개선할 의지를 밝혔지만 반년이 넘도록 충분한 시정안을 내놓지 못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 EU로 인한 ‘삼면초가’ 상황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이 상호관세를 연달아 올리면서 이미 국내 철강 수출은 휘청이는 중이다. 한국 철강은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에 맞서 수익을 줄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지만 미국에 이어 최다 수출국인 EU까지 잇따라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美-EU 삼중 타격철강은 한국의 전체 수출 물품 중 7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수출액 규모는 333억 달러로 힌국 전체 수출(6836억 달러)의 4.9%를 담당했다. 이 중 EU와 미국으로 수출되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EU로 44억8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 미국으로 43억4700만 달러(약 6조1750억 원)어치의 철강 제품이 수출됐다. 하지만 수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3년부터 중국이 내수 시장에서 흡수하던 저가 철강 제품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첫 비명’이 시작됐다. 2023년 철강 제품 수출액은 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지난해도 2023년 대비 5.4% 줄어든 333억 달러를 나타냈다.여기에 미국이 3월 철강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하고 8월에 이 관세율을 50%로 올리면서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품 가격을 최대한 억누르는 전략을 쓰면서 올해 1∼8월 수출 물량은 1989만 t으로 지난해 대비 2.3% 증가했는데, 수출 금액은 20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6.8% 감소한 것이다. 미국 철강 관세율이 50%로 오른 8월에는 전년 대비 한국산 철강 수출 감소 폭이 15.4%에 달하며 올해 중 가장 컸다. 미국의 철강 관세 적용 첫 달인 3월과 5월, 관세가 50%로 오른 8월의 수출 감소 폭이 10% 이상으로 특히 컸다. 수출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률은 2023년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3.9%였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 등의 영업이익률도 1% 안팎으로 주저앉으며 철강업계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출 시장인 EU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적자 전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가별 협상이 마지막 희망”특히 모든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철강 분야에서 유독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전되는 현 상황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철강업계 입장에서 적지 않은 리스크다. EU가 철강 관세에 대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며 ‘예외 없음’을 천명한 만큼 철강업계는 ‘국가별 무관세 허용량(쿼터)’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철강업계는 한국에 배정된 쿼터 263만 t과 글로벌 쿼터 등을 활용해 EU에 거의 전량 무관세로 수출해 왔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다른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정부의 긴밀한 대응을 요구했다. 산업통상부는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8일 “이번 달은 국감 일정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르면 11월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