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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해시태그 중 하나는 ‘독서노트’ ‘필사’ 등이다. 에세이 등에 실린 한 구절을 옮겨 적은 노트 사진을 공유하며 “매일 필사를 하면 작은 성취감이 쌓여 간다” “필사의 장점은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 등 필사를 예찬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피로감에 지친 청년 세대가 다시 종이와 책을 집어 들고 있다. 기존 열풍이 책을 읽는 ‘텍스트 힙(text hip)’이었다면, 최근엔 읽고 쓰는 ‘라이팅 힙(writing hip)’으로 퍼져가는 모양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게 쓰기는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이 됨과 동시에, 빠르게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손을 쓰는 행위 자체가 뇌를 쉬게 하는 휴식이 돼 준다고 한다. 자주 책의 일부 구절을 필사한다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하루 종일 화면을 보다 손으로 글자를 옮기면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라며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노트를 보면서 예전에 적었던 문장을 상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필사, ‘라이팅 힙’ 열풍은 출판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2025년 도서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필사 서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64.7% 증가했다. 2년 연속 판매 상승세다. 신간 종수 역시 크게 늘어 403종으로 전년(181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판매된 글쓰기 도서 베스트셀러 1위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였다. 이런 아날로그적 취미에 맞춰 ‘맞춤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없이 사색과 글쓰기에 집중하는 ‘라이팅 카페’ ‘라이팅 룸’ 등이 급속도로 많아졌다. 이런 장소들은 대화 금지, 조도를 낮춘 조명, 개인 간 거리를 확보한 좌석 등이 특징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라이팅 카페를 즐겨 찾는다는 홍모 씨(26)는 “소음에 민감한 편인데 독서를 하거나 생각을 정리하기 좋았다”며 “어딜 가도 빠짐없이 소리 지르고 깔깔대는 사람들을 피해 제대로 쉬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2025년(1∼10월) 수도권 주요 라이팅 카페 이용 금액은 전년에 비해 71%가 증가했다. 이용 건수와 이용자 수도 각각 3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문구숍의 이용 건수도 2023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라이팅 힙’ 덕에 아날로그적인 취미를 위해 필사용품인 노트나 펜 등을 찾는 이용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측은 “인공지능(AI)과 배속 시청, 숏폼 영상처럼 빠르게 소비하는 콘텐츠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환경 속에서, 오히려 속도를 내려놓고 뇌가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경험을 찾는 이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술관에 오귀스트 로댕의 청동 조각상과 마르크 샤갈의 석판화가 상설 전시된다.KAIST는 “익명의 소장가로부터 로댕과 샤갈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 로비에 상설 전시한다”고 29일 밝혔다. 19세기 프랑스 조각 거장 로댕의 작품은 ‘기둥 곁의 아담을 위한 습작’(사진)으로 약 45cm 높이의 청동 조각상이다. 1912년경 로댕이 제작한 석고 원형을 토대로 로댕이 세상을 떠난 뒤 프랑스 로댕 미술관이 공식적으로 주조했다. 당시 주조된 청동상 12점 중 4번째에 해당한다.해당 작품은 로댕의 대표작인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인물인 ‘아담’을 구상하며 제작됐다. 고꾸라진 고개와 비틀린 자세, 울퉁불퉁한 표면 등이 인간 내면의 고뇌를 강렬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전시품인 ‘노란 광대가 있는 서커스’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석판화다. 1967년 프랑스 무를로 판화 공방에서 제작됐다. 판화로 찍어낸 150점 가운데 104번째 그림에 해당한다. 평생 서커스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던 샤갈 특유의 환상적 분위기와 역동성이 돋보인다. KAIST 측은 “두 작품은 4월부터 기획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게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로크 미술의 대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17세기 가장 장대한 예술품 의뢰”로 평가되는 연작을 의뢰받는다. 1622년경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딸 에우헤니아 공주가 가톨릭 수도원에 기증할 20점의 태피스트리 연작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은 이 연작을 위해 제작된 유화 초안 중 하나다. 비록 밑그림이지만, 그 자체로 완결성 높은 예술품으로 여겨진다. 루벤스 특유의 역동적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로 완성된 이 작품은 마치 천상의 권위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듯한 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 유럽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의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루벤스는 여러 우화와 종교적 도상을 활용해 가톨릭 교리의 정당성과 승리를 시각적으로 선포하고자 했다.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은 연작 가운데서도 ‘영속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면이다.그림 중앙에는 베일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 종교화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이 여성은 장미가 줄줄이 달린 긴 끈을 늘어뜨리고 있다. 그림을 소장한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최종 태피스트리에서는 장미가 역대 교황들의 초상화 연작으로 바뀌어 표현됐다”며 “교황권의 영원한 계승과 정당성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림은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 ‘떠돌이’ 신세가 된다. 미 하버드대에서 출간한 연구서 ‘러시아 미술과 미국 자본, 1900-1940’에 따르면 이 유화 초안은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 황제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예카테리나 2세의 눈에 띄어 러시아로 넘어간다. 모스크바의 국립미술관(현 푸시킨 미술관)에서 국가적 보물로 관리받았다.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집권한 소비에트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고자 ‘핵심 소장품 매각’을 비밀리에 실시한다.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 역시 외화벌이 용도로 해외에 내다 팔렸다.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의 경매 시장을 떠돌아다니다가, 1947년 한 개인 소장가가 샌디에이고 미술관에 기증하며 안식처를 찾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로크 미술의 대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는 “17세기 가장 장대한 예술품 의뢰”로 평가되는 연작을 의뢰받는다. 1622년경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딸 에우헤니아 공주가 가톨릭 수도원에 기증할 20점의 태피스트리 연작을 만들어달라고 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은 이 연작을 위해 제작된 유화 초안 중 하나다. 비록 밑그림이지만, 그 자체로 완결성 높은 예술품으로 여겨진다. 루벤스 특유의 역동적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로 완성된 이 작품은 마치 천상의 권위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듯한 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 유럽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의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루벤스는 여러 우화와 종교적 도상을 활용해 가톨릭 교리의 정당성과 승리를 시각적으로 선포하고자 했다.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은 연작 가운데서도 ‘영속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면이다. 그림 중앙에는 베일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 종교화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이 여성은 장미가 줄줄이 달린 긴 끈을 늘어뜨리고 있다. 그림을 소장한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최종 태피스트리에서는 장미가 역대 교황들의 초상화 연작으로 바뀌어 표현됐다”며 “교황권의 영원한 계승과 정당성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은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 ‘떠돌이’ 신세가 된다. 미 하버드대에서 출간한 연구서 ‘러시아 미술과 미국 자본, 1900-1940’에 따르면 이 유화 초안은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 황제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예카테리나 2세의 눈에 띄어 러시아로 넘어간다. 모스크바의 국립미술관(현 푸시킨 미술관)에서 국가적 보물로 관리 받았다.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집권한 소비에트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고자 ‘핵심 소장품 매각’을 비밀리에 실시한다. ‘영원의 우화, 교황의 계승’ 역시 외화벌이 용도로 해외에 내다 팔렸다.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의 경매 시장을 떠돌아 다니다가, 1947년 한 개인 소장가가 샌디에이고 미술관에 기증하며 안식처를 찾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술관에 오귀스트 로댕의 청동 조각상과 마르크 샤갈의 석판화가 상설 전시된다.KAIST는 “익명의 소장가로부터 로댕과 샤갈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 로비에 상설 전시한다”고 29일 밝혔다. 19세기 프랑스 조각 거장 로댕의 작품은 ‘기둥 곁의 아담을 위한 습작’으로 약 45cm 높이의 청동 조각상이다. 1912년경 로댕이 제작한 석고 원형을 토대로 로댕이 세상을 떠난 뒤 프랑스 로댕 미술관이 공식적으로 주조했다. 당시 주조된 청동상 12점 중 4번째에 해당한다.해당 작품은 로댕의 대표작인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인물인 ‘아담’을 구상하며 제작됐다. 고꾸라진 고개와 비틀린 자세, 울퉁불퉁한 표면 등이 인간 내면의 고뇌를 강렬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전시품인 ‘노란 광대가 있는 서커스’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석판화다. 1967년 프랑스 무를로 판화 공방에서 제작됐다. 판화로 찍어낸 150점 가운데 104번째 그림에 해당한다. 평생 서커스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던 샤갈 특유의 환상적 분위기와 역동성이 돋보인다. KAIST 측은 “두 작품은 4월부터 기획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게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예술이란 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것을 시작하는 일입니다.”‘뜯어내고 메우기’라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린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화백(사진)이 2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2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일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50년대 중후반부터 추상적 표현에 빠져들었고, 1970∼1980년대 일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격자형 추상회화’라는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1992년 귀국해 경기 여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고인의 작품은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캔버스에 5mm 두께로 고령토를 발라 말린 뒤 접고, 고령토를 떼어내고 아크릴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여러 번 구워내 완성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한때는 ‘벽지 같다’는 조롱을 받았다. 고인은 2023년 개인전에서 “그렇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참 바보스럽지만 그 자체가 내 작품”이라며 “격자를 구획한 선은 내 실핏줄이고, 작품은 곧 내 심장이 뛰고 철렁대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우환 박서보 작가와 함께 ‘단색화 3인방’으로 불린 고인은 세계 미술계에서도 한국 단색화를 우리말 소리대로 ‘Dansaekhwa’로 표기할 정도로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우환 화백도 “세계 어디서도 이런 장인 정신을 가진 작가는 보지 못했다”며 존경을 표했다. 고인의 작품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허시혼미술관과 홍콩 M+, 아랍에미리트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에도 소장돼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0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문화유산계에서 20년 넘게 뜨거운 감자였던 ‘광화문 현판’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국무회의에서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기 때문이다. 현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자 현판만 보고 우리 역사를 오해한다”는 찬성 의견과 “문화유산의 원형을 바꿔선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의 정문 vs 대한민국 정문한글 현판 추가에 가장 반색하는 건 한글단체들이다. 한글학회 등 75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 훈민정음체 현판 설치 국민 모임’은 “한국 문화의 발신지인 광화문 현판이 한자로 돼 있어 우리의 정체성이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으나 오랜 염원이 풀리게 됐다”며 환영했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광화문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의 정면”이라며 “한글 현판은 한글을 공용 문자로 쓰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전통 건축에 현판이 반드시 1개인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실제로 전통 건축물에 현판이 2개 이상 걸린 경우들이 없지 않다. 밀양 영남루와 창경궁 통명전, 덕수궁 석어당 등이다. 다만 이는 모두 한자 현판이다. 반면 광화문에 현판을 추가하면 문화유산의 원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거세다. 한 대학의 사학과 교수는 “한글 현판은 유네스코도 강조하는 ‘원형 보존’ ‘진정성 추구’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명전과 석어당은 현판이 건물 안팎에 하나씩 달려 있고, 정면에 같은 이름의 다른 현판이 2개 이상 달린 사례는 북한 평양의 대동문뿐”이라고 했다. 밀양 영남루 역시 현판 좌우로 이를 수식하는 ‘강좌웅부(江左雄府)’와 ‘교남명루(嶠南名樓)’를 건 것이라 한글 현판 추가와는 맥락이 다르다는 것. 최 장관이 언급한 ‘중국 자금성’도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성의 일부 전각과 대문은 하나의 현판 안에 한자와 한족을 지배한 만주족의 만주문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우리에게 한자는 우리 문화의 일부”라며 “한글 현판은 지금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 달면 된다”고 했다.● “문화유산, 정치적 이용 말아야”문체부 추진 제안과는 별개로, 과거 광화문 현판 논쟁이 반복됐던 건 “문화유산을 권력 장식의 도구로 보는 의도”와 연관돼 있단 분석도 나온다. 1968년 6·25전쟁으로 전소됐던 문루를 복원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민족 자주성’을 내세워 자신이 쓴 한글 현판을 걸었다. 지금의 한자 현판 교체에 물꼬를 튼 건 2005년 1월 유홍준 문화재청장(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당시 ‘원형 복원’을 내세웠지만,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8·15 광복절에 맞춰 조선 정조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현판으로 교체하려다 비난 받았다. 졸속 추진이 부실 고증을 낳기도 했다. 2005년 문화재청은 실제와는 반대로 밝은 바탕에 어두운 글씨로 만든 현판 글씨체를 공개했다. 그 결과 2010년 색이 뒤집힌 한자 현판을 거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2023년 내건 새 현판은 2024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을 냈지만,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반대했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학전공 교수는 “광화문과 그 앞 공간이 지니는 상징적 무게가 현판 문제를 반복적으로 끌어올리며 오래 묵은 정치 갈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고고학자는 “한글이냐 한자냐는 순수히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문화유산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문화유산계에서 20년 넘게 뜨거운 감자였던 ‘광화문 현판’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국무회의에서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기 때문이다. 현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자 현판만 보고 우리 역사를 오해한다”는 찬성 의견과 “문화유산의 원형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의 정문 vs 대한민국 정문한글 현판 추가에 가장 반색하는 건 한글단체들이다. 한글학회 등 75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 훈민정음체 현판 설치 국민 모임’은 “한국 문화의 발신지인 광화문 현판이 한자로 돼 있어 우리의 정체성이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으나 오랜 염원이 풀리게 됐다”며 환영했다.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광화문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의 정면”이라며 “한글 현판은 한글을 공용 문자로 쓰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전통 건축에 현판이 반드시 1개인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실제로 전통 건축물에 현판이 2개 이상 걸린 경우들이 없지 않다. 밀양 영남루와 창경궁 통명전, 덕수궁 석어당 등이다. 다만 이는 모두 한자 현판이다.반면 광화문에 현판을 추가하면 문화유산의 원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거세다. 한 대학의 사학과 교수는 “한글 현판은 유네스코도 강조하는 ‘원형 보존’ ‘진정성 추구’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명전과 석어당은 현판이 건물 안팎에 하나씩 달려 있고, 정면에 같은 이름의 다른 현판이 2개 이상 달린 사례는 북한 평양의 대동문뿐”이라고 했다. 밀양 영남루 역시 현판 좌우로 이를 수식하는 ‘강좌웅부(江左雄府)’와 ‘교남명루(嶠南名樓)’를 건 것이라 한글 현판 추가와는 맥락이 다르다.최 장관이 언급한 ‘중국 자금성’도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성의 일부 전각과 대문은 하나의 현판 안에 한자와 한족을 지배한 만주족의 만주문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우리에게 한자는 우리 문화의 일부”라며 “한글 현판은 지금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 달면 된다”고 했다.● “문화유산, 정치적 이용 말아야”문체부 추진 제안과는 별개로, 광화문 현판 논쟁이 반복되는 건 “문화유산을 권력 장식의 도구로 보는 의도”와 연관돼 있단 분석도 나온다. 1968년 6·25전쟁으로 전소됐던 문루를 복원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민족 자주성’을 내세워 자신이 쓴 한글 현판을 걸었다. 지금의 한자 현판 교체에 물꼬를 튼 건 2005년 1월 유홍준 문화재청장(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당시 ‘원형 복원’을 내세웠지만,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8·15 광복절에 맞춰 조선 정조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현판으로 교체하려다 비난 받았다.졸속 추진이 부실 고증을 낳기도 했다. 2005년 문화재청은 실제와는 반대로 밝은 바탕에 어두운 글씨로 만든 현판 글씨체를 공개했다. 그 결과 2010년 색이 뒤집힌 한자 현판을 거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2023년 내건 새 현판은 2024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을 냈지만,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반대했다.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학전공 교수는 “광화문과 그 앞 공간이 지니는 상징적 무게가 현판 문제를 반복적으로 끌어올리며 오래 묵은 정치 갈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고고학자는 “한글이냐 한자냐는 순수히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문화유산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옛 사람들은 호랑이를 악귀를 쫓는 용맹한 동물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왕은 높은 벼슬에 오른 신하에게 호피를 하사했고, 털 한 올 한 올을 섬세히 그린 ‘호피도(虎皮圖)’도 유행했다. 도화서(圖畫署) 화원이 그렸을 법한 수준 높은 그림은 궐 밖 상류층에게 사랑받았다. 백성들의 그림에선 어땠을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잘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 호랑이의 공포와 위엄은 오간 데 없다. 백성을 상징하는 까치의 외침을 듣고 있는 모양새다. 둥글게 웅크린 몸과 솜털 같은 털은 날카로운 발톱과 대비돼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피도’와 ‘까치호랑이’ 등 조선 왕실과 백성의 미학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1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했다. 과거 신분에 따라 달리 향유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전통 회화가 오늘날엔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짚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뿌리와 오늘날 영근 열매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시다. 본관에서 열리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전에선 궁중 회화와 민화 27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대한제국 시절 황제의 권위를 상징했던 용이 휘몰아치는 ‘쌍룡희주도(雙龍戱珠圖)’, 조선시대 상류층과 서민 모두에게 사랑받은 ‘책거리(冊巨里)’ 등이 전시됐다. 전통적인 십장생(十長生)에 일제강점기 유행한 봉황과 공작 도상을 더한 병풍 그림 ‘봉황공작도(鳳凰孔雀圖)’는 그 구성과 함께 크기(가로세로 713X169cm)도 인상적이다. 8폭 병풍에 그려진 19세기 후반 민화 ‘어해도(魚蟹圖)’ 역시 뇌리에 깊게 남을 작품이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 물고기와 게, 가재 등이 민화 특유의 과장과 해학으로 각 폭에 담겼다. 저마다 짝을 짓고서 나란히 헤엄치거나 뺨을 맞대는 모습이 통통 튀는 필치와 색깔로 표현돼 웃음을 자아낸다. 최지예 갤러리현대 디렉터는 “민화는 공간을 장식할 병풍과 족자로 많이 제작됐기에, 다채로운 문양과 명랑한 색채가 쓰였다”고 했다.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선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라는 뜻의 전시 ‘화이도(畫以道)’가 이어진다. 동시대 작가 6명이 민화와 궁중 회화를 재해석한 작품 75점을 볼 수 있다. 다음 달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옛 사람들은 호랑이를 악귀를 쫓는 용맹한 동물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왕은 높은 벼슬에 오른 신하에게 호피를 하사했고, 털 한 올 한 올을 섬세히 그린 ‘호피도(虎皮圖)’도 유행했다. 도화서(圖畫署) 화원이 그렸을 법한 수준 높은 그림은 궐 밖 상류층에게 사랑받았다.백성들의 그림에선 어땠을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잘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 호랑이의 공포와 위엄은 오간 데 없다. 백성을 상징하는 까치의 외침을 듣고 있는 모양새다. 둥글게 웅크린 몸과 솜털 같은 털은 날카로운 발톱과 대비돼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호피도’와 ‘까치호랑이’ 등 조선 왕실과 백성의 미학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1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했다. 과거 신분에 따라 달리 향유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전통 회화가 오늘날엔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짚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뿌리와 오늘날 영근 열매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시다.본관에서 열리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전에선 궁중 회화와 민화 27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대한제국 시절 황제의 권위를 상징했던 용이 휘몰아치는 ‘쌍룡희주도(雙龍戱珠圖)’, 조선시대 상류층과 서민 모두에게 사랑받은 ‘책거리(冊巨里)’ 등이 전시됐다. 전통적인 십장생(十長生)에 일제강점기 유행한 봉황과 공작 도상을 더한 병풍 그림 ‘봉황공작도(鳳凰孔雀圖)’는 그 구성과 함께 크기(가로세로 713X169cm)도 인상적이다.8폭 병풍에 그려진 19세기 후반 민화 ‘어해도(魚蟹圖)’ 역시 뇌리에 깊게 남을 작품이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 물고기와 게, 가재 등이 민화 특유의 과장과 해학으로 각 폭에 담겼다. 저마다 짝을 짓고서 나란히 헤엄치거나 뺨을 맞대는 모습이 통통 튀는 필치와 색깔로 표현돼 웃음을 자아낸다. 최지예 갤러리현대 디렉터는 “민화는 공간을 장식할 병풍과 족자로 많이 제작됐기에, 다채로운 문양과 명랑한 색채가 쓰였다”고 했다.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선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라는 뜻의 전시 ‘화이도(畫以道)’가 이어진다. 동시대 작가 6명이 민화와 궁중 회화를 재해석한 작품 75점을 볼 수 있다. 호피도에서 착안한 김지평 작가의 ‘찬란한 껍질’, 까치호랑이를 이국적인 재료와 전통 먹으로 표현한 이두원 작가의 ‘소나무 아래 도깨비 호랑이와 까치’,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김남경 작가의 ‘비네트’ 등을 선보인다. 다음 달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이 서울 종로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 앞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심의 계획에 대해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 서울시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실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장 실사를 추진하겠단 입장도 밝혔다. 서울시는 “유산청이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전가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26일 유산청에 따르면 종로구는 12일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된 정비사업 통합 심의에 따른 협의’ 문서를 유산청에 발송했다.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변경 고시한 계획안에 따라 정비 사업을 통합 심의하겠다는 내용이다. 유산청은 이에 대해 “약 9년에 걸쳐 도출한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다”며 “세운4구역 발굴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으로 통합 심의나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산청은 통합 심의에 앞서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매장유산 보존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SH공사는 2022년 세운4구역에서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흔적을 발견했고, 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이에 대해 “매장 유산을 보존할 방안이 부실하다”고 판단했다. 유산청 측은 “SH공사는 이후로도 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2009년부터 실시된 높이 협의와 관련해 “법적 협의 대상이 아닌 사안을 문화유산위에 상정해 사실상 유산청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산청은 2017년 고시 개정을 통해 세운지구에 대한 별도 심의 문구를 스스로 삭제했다”며 “2023년엔 토지주들에게 ‘세운4구역 개발은 협의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고도 했다. 시는 보존안 미제출 등 법정 절차를 불이행했다는 유산청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시는 “매장 유산 발굴과 보존 절차는 착공 전까지만 이행하면 되는 사항”이라며 “SH공사가 관련 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산청은 세운4구역에 대한 유네스코의 현장 실사를 요청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유산청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의 ‘HIA를 실시하라’는 공식 서한에 대해 30일까지 회신하지 않을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현장 실사를 즉각 요청하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나는 전쟁에 따른 이주와 추방을 겪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내 기억과 일상은 전쟁으로 직조돼 있다.”(에텔 아드난·1925∼2021)“기쁨과 행복, 비극까지도 모두 바다 깊숙이 묻었다. (…) 나는 타국의 땅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다.”(이성자·1918∼2009) 전쟁으로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20세기 여성 화가들이 있다. 레바논 출신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아드난은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이성자는 6·25전쟁 발발 이후 자식과 이별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역만리에서 이들은 각자 전쟁의 상흔을 안고서 남성 작가 위주이던 추상 미술계에서 분투했다. 삶의 궤적이 닮은 두 작가를 조명한 전시 ‘태양을 만나다’가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20일 개막했다. 두 사람이 실제 프랑스에서 교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후(死後)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로 전시를 기획했다. 회화와 태피스트리(직물 공예), 판화 작업 등 19점을 선보인다.신기하게도, 전시장 내 공간 구분 없이 걸린 이성자의 작품 10점과 아드난의 작품 9점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화이트큐브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인 수전 메이는 “두 작가는 당대 프랑스에 확산한 미술 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며 “아드난은 추상화가 파울 클레와 칸딘스키 등에게서 영감을 얻어 강렬한 색과 면으로 자연과 우주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자의 작품에선 우주가 따뜻하고 생기 있는 색감과 기하학적 도형으로 리듬감 있게 그려졌다. 초현실주의 화가 앙리 괴츠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직물을 짜듯 치밀한 격자무늬로 이뤄진 화폭은 아드난의 태피스트리 작업과도 무척 닮아 있다. 두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한 공통점도 지녔다.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아드난의 ‘무제’(2014년)와 이성자의 ‘Le Temps Sans Obstacle’(장애물 없는 시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산봉우리를 그린 ‘무제’는 마른 땅의 황토색, 백향목(Lebanon Cedar)의 짙은 초록색 등 레바논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조가 두드러진다. ‘장애물 없는 시간’에는 붉은 태양이 희뿌연 하늘에 떠오르지만 이내 단단한 능선에 가로막힌 듯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고국에 두고 온 자녀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주를 향한 동경을 작품에 담아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메이 디렉터는 “1960년대 우주 탐사에 대한 세계적 열기가 두 작가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아드난은 옛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기리며 1968년 시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위한 장례 행렬’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여행은 끝났고 또 다른 여행이 이제 막 동텄다”는 대목은 두 이민자 화가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3월 7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나는 전쟁에 따른 이주와 추방을 겪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내 기억과 일상은 전쟁으로 직조돼 있다.”(에텔 아드난·1925~2021)“기쁨과 행복, 비극까지도 모두 바다 깊숙이 묻었다. (…) 나는 타국의 땅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다.”(이성자·1918~2009)전쟁으로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20세기 여성 화가들이 있다. 레바논 출신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아드난은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이성자는 6·25전쟁 발발 이후 자식과 이별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역만리에서 이들은 각자 전쟁의 상흔을 안고서 남성 작가 위주이던 추상 미술계에서 분투했다.삶의 궤적이 닮은 두 작가를 조명한 전시 ‘태양을 만나다’가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21일 개막했다. 두 사람이 실제 프랑스에서 교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후(死後)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로 전시를 기획했다. 회화와 태피스트리(직물 공예), 판화 작업 등 19점을 선보인다.신기하게도, 전시장 내 공간 구분 없이 걸린 이성자의 작품 10점과 아드난의 작품 9점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화이트큐브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인 수잔 메이는 “두 작가는 당대 프랑스에 확산한 미술 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며 “아드난은 추상화가 파울 클레와 칸딘스키 등에게서 영감을 얻어 강렬한 색과 면으로 자연과 우주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자의 작품에선 우주가 따뜻하고 생기 있는 색감과 기하학적 도형으로 리듬감 있게 그려졌다. 초현실주의 화가 앙리 괴츠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직물을 짜듯 치밀한 격자무늬로 이뤄진 화폭은 아드난의 태피스트리 작업과도 무척 닮아 있다. 두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한 공통점도 지녔다.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아드난의 ‘무제’(2014년)와 이성자의 ‘Le Temps Sans Obstacle(장애물 없는 시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산봉우리를 그린 ‘무제’는 마른 땅의 황토색, 백향목(Lebanon Cedar)의 짙은 초록색 등 레바논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조가 두드러진다. ‘장애물 없는 시간’에는 붉은 태양이 희뿌연 하늘에 떠오르지만 이내 단단한 능선에 가로막힌 듯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고국에 두고 온 자녀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주를 향한 동경을 작품에 담아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메이 디렉터는 “1960년대 우주 탐사에 대한 세계적 열기가 두 작가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아드난은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기리며 1968년 시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위한 장례 행렬’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여행은 끝났고 또 다른 여행이 이제 막 동텄다”는 대목은 두 이민자 화가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3월 7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960년 3월 29일자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라(Heed Their Rising Voices)’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하나 실렸다. 시민운동가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NYT에 실은 이 광고는 얼마 뒤 NYT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광고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민권운동을 지지하고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광고 속 사소한 사실관계 오류가 언론의 입을 막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권력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시의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레스터 설리번은 즉각 명예훼손 소송에 착수했다. NYT가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점 등을 빌미로 삼았다. 소송이 제기되기 직전부터 1964년 미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긴박했던 과정을 복기한 책이다. 미 아이오와대 법학 교수인 저자는 NYT의 편을 들어준 최종 판결이 단순히 한 언론사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였다고 말한다. NYT 내부 기록, 재판연구원의 의견서 등 치밀한 사료로 이를 뒷받침했다. 권력이 법을 이용해 비판 세력의 입을 막으려 했던 과정이 촘촘하게 담겼다. 1심과 2심은 설리번의 손을 들어주며 NYT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 판결은 언론사의 재정적 위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남부 인권주의자의 참상을 보도하려던 기자들에게 심리적 ‘검열’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윌리엄 브레넌 대법관은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은 억제되지 않고 활기차며,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현실적 악의’ 원칙을 선언했다. 권력자가 ‘가짜 뉴스’를 주장하려면 언론이 허위 사실임을 인지하고 있었음 등을 직접 입증하도록 했다. 최근 우리 국회를 통과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격렬하고 신랄하며,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관한 국가적 약속이라는 배경에 비추어 이 사건을 고찰한다”는 의견서가 우리에게도 경고장처럼 다가온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까칠한 독설가로 잘 알려진 에드가르 드가는 1894년경 한 화가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내 식사 공간에 걸어둔 당신의 붉은 색연필 드로잉을 가끔 들여다보곤 한다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늘 이렇게 말하지. ‘이 악마(devil)는 드로잉의 천재성을 가졌다’.” 드가가 투박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는 바로 프랑스 여성 화가 쉬잔 발라동(1865∼1938). 파리의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발라동은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배웠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드가는 화가의 길을 걷기를 적극 권했고, 판화 기법을 전수했다. 발라동은 판화에서 착안해 뚜렷한 윤곽선을 개성 있게 표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발라동의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은 그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가운데 놓인 여인의 짧은 머리와 들어 올린 팔, 앉은 자세는 검은 윤곽선으로 감싸졌다. 선은 가늘었다가 두꺼워지고, 부드러웠다가 단단해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푸른 녹음과 빨간 꽃, 보랏빛 원피스는 윤곽선으로 인해 더욱 강렬히 대비된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특색 있는 선을 ‘관람자의 시선을 유혹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장치’로 평가한다. 발라동의 윤곽선은 주인공 여성에게 ‘닫힌 느낌’과 긴장감을 주면서 관람자의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뚜렷한 선이 신체 곡선을 강조해 시선을 끄는 한편 그림 속 인물과 관람객 사이에 시각적 장벽을 세운다. 이는 발라동이 직업 모델 출신으로서 피사체에 유대감을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대 여성 화가들이 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과 달리 발라동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중 곡예사로 일하던 중 부상을 겪은 뒤 직업 모델이 됐다고 한다. 때로는 옷을 걸치지 않은 채 남성 화가들 앞에 서야 했던 경험은 여성을 소재로 한 그림에 급진적이고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게 했다. 발라동에게 윤곽선은 단순히 기교를 넘어서 자신과 그림 속 여성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였을지도 모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이 서울 경복궁과 종묘 등 국가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궁궐이나 왕릉을 이용할 때는 대통령이라도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손봤다. 유산청은 “국가유산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한 자체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김 여사를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앞세워 국가가 관리하는 재화와 용역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국가유산의 관리 행위를 방해해 문화유산법,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다. 사적 유용을 막지 못했던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에게는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금지’ 위반을 근거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유산청은 김 여사가 종묘 망묘루에서 연 차담회는 국가 공식 행사나 외빈 방문이 아닌 사적인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국가 공식 행사인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 행사의 사전 점검 역시 대통령의 국가유산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에 대한 월권이라고 봤다.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 어좌(御座·왕의 의자)에 앉은 것도 위법행위로 결론냈다. 유산청은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정부기관이 주최하거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라도, 궁궐이나 왕릉을 사용할 땐 허가 절차를 따르고 공문서를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존 규정에 있던 ‘정부 행사 중 긴급을 요하거나 대외적으로 공표가 불가한 경우 사후 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했다. 유산청은 “앞으로 국가유산이 사적으로 유용돼 그 가치나 원형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가유산청이 서울 경복궁과 종묘 등 국가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궁궐이나 왕릉을 이용할 때는 대통령이라도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손봤다. 유산청은 “국가유산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한 자체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김 여사를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앞세워 국가가 관리하는 재화와 용역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국가유산의 관리 행위를 방해해 문화유산법,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다. 사적 유용을 막지 못했던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에게는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금지’ 위반을 근거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유산청은 김 여사가 종묘 망묘루에서 연 차담회는 국가 공식 행사나 외빈 방문이 아닌 사적인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국가 공식행사인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의 사전 점검 역시 대통령의 국가유산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에 대한 월권이라고 봤다.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 어좌(御座·왕의 의자)에 앉은 것도 위법행위로 결론냈다.유산청은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정부기관이 주최하거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라도, 궁궐이나 왕릉을 사용할 땐 허가 절차를 따르고 공문서를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존 규정에 있던 ‘정부 행사 중 긴급을 요하거나 대외적으로 공표가 불가한 경우 사후 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했다.유산청은 “앞으로 국가유산이 사적으로 유용돼 그 가치나 원형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까칠한 독설가로 잘 알려진 에드가 드가는 1894년경 한 화가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내 식사 공간에 걸어둔 당신의 붉은 색연필 드로잉을 가끔 들여다보곤 한다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늘 이렇게 말하지. ‘이 악마(devil)는 드로잉의 천재성을 가졌다’.”드가가 투박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는 바로 프랑스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1865~1938). 파리의 노동자 집안에서 자란 발라동은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배웠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드가는 화가의 길을 걷기를 적극 권했고, 판화 기법을 전수했다. 발라동은 판화에서 착안해, 뚜렷한 윤곽선을 개성 있게 표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발라동의 ‘창문 앞에 있는 젊은 여인’은 그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가운데 놓인 여인의 짧은 머리와 들어 올린 팔, 앉은 자세는 검은 윤곽선으로 감싸졌다. 선은 가늘었다가 굵어지고, 부드러웠다가 단단해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푸른 녹음과 빨간 꽃, 보랏빛 원피스는 윤곽선으로 인해 더욱 강렬히 대비된다.연구자들은 이처럼 특색 있는 선을 ‘관람자의 시선을 유혹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장치’로 평가한다. 발라동의 윤곽선은 주인공 여성에게 ‘닫힌 느낌’과 긴장감을 주면서 관람자의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뚜렷한 선이 신체 곡선을 강조해 시선을 끄는 한편, 그림 속 인물과 관람객 사이에 시각적 장벽을 세운다.이는 발라동이 직업 모델 출신으로서 피사체에 유대감을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대 여성 화가들이 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과 달리 발라동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중 곡예사로 일하던 중 부상을 겪은 뒤 직업 모델이 됐다고 한다. 때로는 옷을 걸치지 않은 채 남성 화가들 앞에 서야 했던 경험은 여성을 소재로 한 그림에 급진적이고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게 했다. 발라동에게 윤곽선은 단순히 기교를 넘어서 자신과 그림 속 여성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였을지도 모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군백기’를 마치고 새 앨범 ‘아리랑(ARIRANG)’으로 돌아오는 ‘방탄소년단(BTS)’이 앨범이 발매되는 3월 20일 전후로 서울 광화문에서 컴백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2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는 이날 BTS 소속사 하이브가 신청한 ‘경복궁, 숭례문 장소 사용 및 촬영 허가’ 안건을 심의해 ‘조건부 가결’을 결정했다. 유산청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산청 관계자는 “큰 틀에서 공연을 허가하되, 향후 세부 계획을 꾸준히 제출받아 점검하겠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최근 서울시에도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서를 냈다. 서울시도 조만간 자문단 심의를 열어 공연 허가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광화문광장에서 공연이 열린 적은 있으나, 한 뮤지션이 단독 공연을 갖는 건 처음이다. 하이브가 유산청에 제출한 신청 계획에 따르면 BTS는 이번 공연을 통해 경복궁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등장 무대를 연출하며, 숭례문 담장 등엔 미디어아트 영상을 송출한다. 또 경복궁에서 공연에 활용될 영상을 사전에 촬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번 공연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190개국 약 3억 명에게 생중계될 예정”이라며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유사한 규모의 글로벌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멤버 전원이 군복무를 마친 BTS는 3월 20일 정규 5집 ‘아리랑’으로 컴백한다. 이들의 새 앨범은 2022년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정부가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광화문 현판 교체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다. 최 장관은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라며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최 장관이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최 장관은 “한글 현판 추가 설치는 (한자 현판) 원형을 지키면서 시대적 요구도 포용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간 여러 차례 교체돼 왔다. 광화문이 6·25전쟁 때 불타며 현판도 전소했다가, 1968년 복원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 복원 때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로운 현판은 한자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 2024년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도 “취지와는 별개로, 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화유산 복원 및 보존 원칙에 이 같은 변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