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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듣기만 하던 것을 서울 근처에서 실제로 보게 됐다. 동리가 변해 밭이 되고 집터가 변해 강이 되어버린 것이다.”(1925년 7월 28일 동아일보) 1925년 7월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라 불리는 을축년 대홍수가 서울을 집어삼켰다. 당시 8일 동안 753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초가집들은 “멀리멀리 정처 없이 서해로 떠나가고 말았”으며, 가축과 농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부터 선보인 특별전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는 각종 기록물을 통해 을축년 대홍수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홍수 관련 지도와 보고서, 신문 기사, 수필 등 214점을 밀도 높게 전시해 당시 재해를 재구성했다. 전시품은 아무래도 문헌 위주지만, 영상물과 보도 사진 등 풍부한 시각 자료를 더해 볼거리를 보완했다. 오늘날 마포 일대를 포함한 경성 근교 농지가 타격을 입어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폭등한 현실은 표로 보여준다. 일본인 나카무라 겐토가 쓴 ‘경성부근 수해실황기’에 따르면 100개에 80엔 정도 하던 무 가격은 수해 이후 180엔으로, 가지 100개 가격은 70엔에서 130엔으로 치솟았다.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조선인은 이재민 구제 정책에서조차 차별받았다. 이정민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본인에게는 쌀죽을 나눠줬지만, 조선인에게는 좁쌀과 입쌀을 섞은 주먹밥이 제공됐다”며 “항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민족적인 구호 활동을 막고 관련 언론 보도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의 수해 방재 대책과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도 함께 짚는다. 이 연구사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제방 축조 등 치수(治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 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재난을 돌아보고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6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듣기만 하던 것을 서울 근처에서 실제로 보게 됐다. 동리가 변해 밭이 되고 집터가 변해 강이 되어버린 것이다.”(1925년 7월 28일 동아일보)1925년 7월 ‘20세기 한반도 최악의 홍수’라 불리는 을축년 대홍수가 서울을 집어삼켰다. 당시 8일 동안 753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초가집들은 “멀리멀리 정처 없이 서해로 떠나가고 말았”으며, 가축과 농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6일부터 선보인 특별전 ‘미증유(未曾有)의 대홍수’는 각종 기록물을 통해 을축년 대홍수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홍수 관련 지도와 보고서, 신문 기사, 수필 등 214점을 밀도 높게 전시해 당시 재해를 재구성했다.전시품은 아무래도 문헌 위주지만, 영상물과 보도 사진 등 풍부한 시각 자료를 더해 볼거리를 보완했다. 오늘날 마포 일대를 포함한 경성 근교 농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폭등한 현실은 표로 보여준다. 일본인 나카무라 겐토가 쓴 ‘경성부근 수해실황기’에 따르면 100개에 80엔 정도 하던 무 가격은 수해 이후 180엔으로, 가지 100개 가격은 70엔에서 130엔으로 치솟았다.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조선인은 이재민 구제 정책에서조차 차별받았다. 이정민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본인에게는 쌀죽을 나눠줬지만, 조선인에게는 좁쌀과 입쌀을 섞은 주먹밥이 제공됐다”며 “항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민족적인 구호 활동을 막고 관련 언론 보도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의 수해 방재 대책과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도 함께 짚는다. 이 연구사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제방 축조 등 치수(治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재난을 돌아보고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6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 문학상은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사진)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강렬하고도 예지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2002년 케르테스 임레(1929∼2016) 이후 23년 만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현지 라디오를 통해 “매우 기쁘면서도 평온하고, 긴장된다”며 “오늘은 내가 노벨상 수상자가 된 첫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2월 스웨덴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선 “상을 받으면 놀라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목이라고? 오늘 스톡홀름의 한 약국에 갔더니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라봤다”고 했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다페스트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썼다.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폐허와 종말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형식으로 담아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한림원은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라며 “그의 세계는 동양으로 시선을 돌려 보다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국내에도 출간된 대표작 ‘사탄탱고’(1985년)는 헝가리 남동부의 버려진 집단농장 마을이 배경인 소설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체제에 유린당하고 끝내 고통의 굴레에 갇히는 과정을 그려냈다.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인 터르 벨러가 동명의 흑백영화를 제작했으며, 상영 시간이 7시간 반(439분)에 이른다. 2015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영국 작가 머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음역을 가진 몽상가적 작가”라며 “겁나고 낯설면서 동시에 소름 끼치도록 웃긴 장면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작품이 지닌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 국내에 그의 소설은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1989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년) 등 6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라고 했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모두 펴낸 출판사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가장 큰 특징은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 ‘라스트 울프’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졌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헝가리 문학 전문가인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은 “서사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무게감이 있고, 탄탄하면서도 깊게 심리를 파고드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노벨 문학상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다. 관례에 따르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시대 지방 비리를 감찰하고 민생을 살핀 ‘암행어사’를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이달 1일 개막한 특별전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는 암행어사와 관련된 문화유산 105건을 통해 이들의 활동과 역사, 상징성 등을 소개한다. 암행어사는 16∼20세기 임금의 명을 받아 전국 각지로 파견돼 정세를 살핀 특별 관리. 박물관 측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되는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수는 약 7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18세기 활약한 박문수(1691∼1756) 등 어사 6명의 초상과 마패 16점 등을 선보인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로도 친숙한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대의 문신으로 부정한 관리들을 적발하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나가는 고을에서 크게 잘 다스리거나 법을 어기는 자가 있는지 신분을 숨기고 살피도록 하라”는 어명이 담긴 봉서(封書)도 전시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노벨 문학상은 ‘묵시록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간)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강렬하고도 예지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2002년 케르테스 임레(1929~2016) 이후 23년 만이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현지 라디오를 통해 “매우 기쁘면서도 평온하고, 긴장된다”며 “오늘은 내가 노벨상 수상자가 된 첫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2월 스웨덴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선 “상을 받으면 놀라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목이라고? 오늘 스톡홀름의 한 약국에 갔더니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라봤다”고 했다.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다페스트대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몽골 등에 체류하며 작품을 썼다.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 폐허와 종말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형식으로 담아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한림원은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라며 “그의 세계는 동양으로 시선을 돌려 보다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2018년 국내에도 출간된 대표작 ‘사탄탱고’(1985년)는 헝가리 남동부의 버려진 집단농장 마을이 배경인 소설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체제에 유린당하고 끝내 고통의 굴레에 갇히는 과정을 그려냈다.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인 터르 벨러가 동명의 흑백영화를 제작했으며, 상영 시간이 7시간 반(439분)에 이른다.2015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영국 작가 머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음역을 가진 몽상가적 작가”라며 “겁나고 낯설면서 동시에 소름 끼치도록 웃긴 장면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작품이 지닌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했다.국내에 그의 소설은 ‘사탄탱고’를 비롯해 ‘저항의 멜랑콜리’(1989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년) 등 6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는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라고 했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소설을 모두 펴낸 출판사 알마의 안지미 대표는 “가장 큰 특징은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 ‘라스트 울프’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졌을 정도”라고 소개했다.헝가리 문학 전문가인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은 “서사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무게감이 있고, 탄탄하면서도 깊게 심리를 파고드는 작가”라고 설명했다.노벨 문학상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다. 관례에 따르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리톤 이고호(28·사진)가 이탈리아 바를라시나에서 5일(현지 시간) 폐막한 루이지 알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결선에서 도니체티 오페라 ‘폴리우토’ 중 아리아 ‘데시우스, 세상의 주님’을 불러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이고호는 가톨릭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토리노 베르디 음악원에 재학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는 조선왕릉의 숲길 9곳이 다음 달 말까지 전면 개방됐다. 8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서울 태릉과 강릉을 잇는 구간을 포함해 경기 파주 장릉의 능침 북쪽 숲길, 화성 융릉에서 건릉에 이르는 숲길, 여주 영릉과 외곽 숲길 등 9개 구간이 최근 개방됐다. 이번에 열린 숲길은 총 19.59km로 이달에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다음 달에는 오전 9시∼오후 4시 반까지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월요일은 휴장한다. 이달 18∼26일엔 ‘2025년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이 선정릉을 비롯한 조선왕릉 9곳에서 개최된다. 조선시대 왕이 왕릉에 행차하는 능행(陵幸)을 재현한 ‘조선 능행’, 국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지는 ‘왕릉음악회’ 등 행사가 마련됐다. 오늘날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능참봉’과 함께 왕릉을 걸으며 왕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참봉이 들려주는 왕릉 이야기’도 진행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한글박물관이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역사와 문화를 100가지 키워드를 정리한 ‘한글문화지식 100’을 출간했다.박물관에 따르면 이 책은 한글의 문자학적 원리와 한글을 지키고 전하며 문화를 가꾸기 위해 힘쓴 인물 및 단체, 관련 사건 등을 담았다. 1443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때부터 컴퓨터 자판에 한글이 적용되기까지를 대상으로 국어학과 국문학, 서지학, 국어 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2019년부터 약 5년간 연구한 내용을 실었다.책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였을까’를 다룬 장에선 “1920년대 이후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자 한글날을 제정하고 기관지 ‘한글’을 발행하면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책은 한글날 당일 낮 12시와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인근에서 각각 50명에게 선착순으로 배포되며, 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큼한 과실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자, 앵두꽃의 달고 투명한 향이 물씬 퍼졌다. 조선시대 앵두는 그 꽃과 열매가 내는 향기가 왕실의 사랑을 받아 궁궐 화단 곳곳에 심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봄날 창경궁에 들어서면 관람객을 맞이하는 연분홍 앵두나무 내음. 이를 재현한 향수가 최근 일반에 선보였다.국가유산진흥원은 궁능유적본부, 코스맥스와 협업해 ‘단미르 궁궐 향수’ 2종을 지난달 출시했다. 역사적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앵두나무와 오얏나무(자두나무) 향기다. 두 제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시향할 수 있다.‘창경궁 앵도(櫻桃·앵두의 옛말)’는 세종대왕이 앵두를 좋아했다는 기록 등에서 착안했다. 조선왕조 문종실록 제13권(1452년)에 따르면 세종의 장남인 문종은 세자 시절 궁궐 후원에 손수 앵두나무를 심었다. 이후 앵두를 해마다 아버지에게 올렸다고 한다. 실록엔 “후원에 앵두가 무성했는데, 익은 철을 기다려 올리니 세종께서 반드시 이를 맛보고 기뻐하셨다”고 기록돼 있다.앵두나무 향수와 함께 출시된 ‘덕수궁 오얏’엔 덕수궁 석조전 앞 오얏나무의 향기가 담겼다. 은은한 유칼립투스와 소나무 향을 싱그러운 오얏꽃 향과 배합했다. 오얏꽃은 조선 왕조 이(李)씨를 상징하는 식물. 대한제국 고종 대엔 국장(國章)으로 쓰이며 황실 재산에 새겨졌다. 석조전,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한 고건축과 ‘순종 황제 즉위식 기념장’ 등 공식 문서, 황실 공예품 등에 문양이 남아 있다.이번 향수 개발은 궁궐에서 심고 가꾸었던 꽃과 나무의 고유한 향기도 문화유산으로 보존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홍연주 코스맥스 R&I센터 상무는 “한국적인 향기 역시 조상이 물려준 유산이지만, 지금까지 관련 연구는 산발적으로만 진행돼 왔다”고 전했다. 두 향수는 덕수궁과 창경궁에 심어진 실제 오얏꽃과 앵두꽃의 향기를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 방식으로 포집해 만든 게 특징. 헤드 스페이스는 살아 있는 꽃이 공기 중으로 발산한 향기 분자를 포집해 성분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향기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전연진 코스맥스 책임연구원은 “궁궐 식물들을 훼손하지 않는 데다, 코로 맡는 실제 향기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어 택한 방식”이라며 “개화 수개월 전부터 여러 차례 궁궐을 답사해, 꽃의 상태가 최상에 이르렀을 때 향기를 포집했다”고 설명했다.진흥원 등은 향후 창덕궁의 자귀나무, 회화나무 등도 향기 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진흥원의 우혜정 공예기획팀장은 “궁궐이란 역사적 공간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았던 향기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상큼한 과실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자, 앵두꽃의 달고 투명한 향이 물씬 퍼졌다. 조선시대 앵두는 그 꽃과 열매가 내는 향기가 왕실의 사랑을 받아 궁궐 화단 곳곳에 심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봄날 창경궁에 들어서면 관람객을 맞이하는 연분홍 앵두나무 내음. 이를 재현한 향수가 최근 일반에 선보였다.국가유산진흥원은 궁능유적본부, 코스맥스와 협업해 ‘단미르 궁궐 향수’ 2종을 지난달 출시했다. 역사적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앵두나무와 오얏나무 향기다. 두 제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시향할 수 있다.‘창경궁 앵도(櫻桃·앵두의 옛말)’는 세종대왕이 앵두를 좋아했다는 기록 등에서 착안했다. 조선왕조 문종실록 제13권(1452년)에 따르면 세종의 장남인 문종은 세자 시절 궁궐 후원에 손수 앵두나무를 심었다. 이후 앵두를 해마다 아버지에게 올렸다고 한다. 실록엔 “후원에 앵두가 무성했는데, 익은 철을 기다려 올리니 세종께서 반드시 이를 맛보고 기뻐하셨다”고 기록돼 있다.앵두나무 향수와 함께 출시된 ‘덕수궁 오얏’엔 덕수궁 석조전 앞 오얏나무의 향기가 담겼다. 은은한 유칼립투스와 소나무 향을 싱그러운 오얏꽃 향과 배합했다. 오얏꽃은 조선왕조 이 씨(李)를 상징하는 식물. 대한제국 고종 대엔 국장(國章)으로 쓰이며 황실 재산에 새겨졌다. 석조전,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한 고건축과 ‘순종황제 즉위식 기념장’ 등 공식 문서, 황실 공예품 등에 문양이 남아있다.이번 향수 개발은 궁궐에서 심고 가꾸었던 꽃과 나무의 고유한 향기도 문화유산으로 보존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홍연주 코스맥스 R&I센터 상무는 “한국적인 향기 역시 조상이 물려준 유산이지만, 지금까지 관련 연구는 산발적으로만 진행돼왔다”고 전했다. 두 향수는 덕수궁과 창경궁에 심어진 실제 오얏꽃과 앵두꽃의 향기를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 방식으로 포집해 만든 게 특징. 헤드 스페이스는 살아있는 꽃이 공기 중으로 발산한 향기 분자를 포집하는 기술. 전연진 코스맥스 책임연구원은 “궁궐 식물들을 훼손하지 않는 데다, 코로 맡는 실제 향기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어 택한 방식”이라며 “개화 수개월 전부터 여러 차례 궁궐을 답사해, 꽃의 상태가 최상에 이르렀을 때 향기를 포집했다”고 설명했다.진흥원 등은 향후 창덕궁의 자귀나무, 회화나무 등도 향기 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진흥원의 우혜정 공예기획팀장은 “궁궐이란 역사적 공간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았던 향기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기나긴 추석 연휴 기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국가유산을 만나러 조선시대 궁궐과 박물관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이번 연휴는 원래라면 사전 예약이나 특별 허가를 받아야 관람할 수 있는 고궁 곳곳을 둘러볼 기회다. 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고궁과 조선왕릉, 종묘가 9일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그중 종묘는 평소와 달리 사전 예약 없이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국가 사당. 약 5년에 걸친 보수 공사를 마치고 올 4월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창경궁 영춘헌(迎春軒)도 모두에게 활짝 열린다. 영춘헌은 조선 후기 왕들이 서재 겸 집무실로 쓰던 전각으로, 과거 생활공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복헌(集福軒)과 붙어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영춘헌과 집복헌에서 창경궁의 600년 역사를 비춘 전시 ‘동궐, 창경궁의 시간’이 열리고 있어 영춘헌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1848년 창경궁에서 열린 왕실 장치를 증강현실(AR)로 재현한 영상 등이 전시됐다. 전시는 다음 달 16일까지다.궁궐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그대로 열린다. 조선시대 왕실 호위 문화를 재현한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흥례문 광장에서 볼 수 있다.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조선시대 군대 ‘순라군’의 행렬도 매일 오후 3시에 선보인다. 두 행사 모두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 단, 창덕궁 후원 관람은 연휴에도 기존처럼 유료로 진행된다. 연휴 기간 서울 주요 박물관에선 다채로운 즐길거리와 함께 관람객을 맞는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이 6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문을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매일 전통 공연이 열린다. 탈춤, 사자춤 등 우리나라 전통연희에다 광대의 재담을 곁들인 ‘The 광대’(5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줄타기’ 공연(8일) 등이 눈길을 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민속 체험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5, 7일 서울 본관 앞마당에서는 대한씨름협회 주관으로 ‘한가위 배 씨름대회’와 씨름 체험 교실이 진행된다. 같은 날 어린이박물관 놀이마당에서는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가족 대항 전래놀이 릴레이’가 펼쳐진다. 5일 앞마당에서 열리는 해남 우수영 강강술래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한가위를 기념할 수도 있다.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태극기의 역사와 의미를 짚은 특별전 ‘태극기 함께 해온 나날들’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과거 창덕궁 내전(內殿)을 장식했던 국가등록문화유산 벽화 6점이 모인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가 열리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무용에 담긴 천지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향해 존경과 두려움을 되새기면서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기무간) 무릎을 꿇은 무용수의 눈발에 퍼런 서슬이 서렸다. 장검(長劍)을 눈썹까지 들어 올리자, 조명을 받은 칼날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그런데도 동작은 오히려 느리기에 긴장감이 컸다. 뭔가 응축됐던 힘이 칼끝을 따라 날카롭게 뻗어나오는 듯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지난해 한 댄스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무용계 스타’가 된 기무간(32·오른쪽 작은 사진)이 11월 6∼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되는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중 ‘장검무’를 시연했다. 연이어 김하연 서울시무용단 수석단원(46·왼쪽 작은 사진)이 보여준 춤은 ‘교방무(敎坊舞)’. 까만 치마 아래 자분자분 움직이는 흰 버선발이 고요하지만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처럼 느껴졌다.‘미메시스’는 우리나라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옴니버스로 구성한 신작. 각 춤을 이루는 본질적 움직임을 찾아내 이를 자연의 속성과 연결했다. 과거 농악에 맞춰 추던 ‘소고춤’에서 농부들의 발디딤과 그 토대인 땅을 끌어내는 식이다. 서울시무용단장이자 두 무용수의 스승인 윤혜정 단장이 안무를 맡았다. 이번 공연에 객원 무용수로 합류한 기무간은 장검무와 태평무를 선보인다. 김하연은 교방무와 소고춤, 살풀이춤을 맡았다.김하연은 “전통춤에 내재된 자연의 흐름과 섭리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며 “풍파를 거쳐 열매를 맺고 다시 저무는 인생이 세련된 절제미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기무간은 “일상에서 감흥을 잘 못 느끼는 성격이지만, 팔도강산 천지자연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고 했다. 음악은 규격화된 전통 장단과 악기에서 벗어나 작품에 신선함을 더했다. 예를 들어 ‘승무’에선 전통적으로 쓰이는 향피리, 장구 등 삼현육각(三絃六角) 대신 징과 아쟁, 입소리가 사용된다. 김하연은 “전통 장단을 바탕으로 하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주돼 어려우면서도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안무에 맞춰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전통 의상도 볼거리. 교방무의 경우 섬세한 발동작이 잘 보이도록 시스루 밑단 치마를 착용했다. 이번 공연은 기무간의 전통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2016년 제45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한국무용 창작 남자 부문 동상을 받은 한국무용수지만, 대중에겐 여러 장르가 다채롭게 섞인 춤으로 이름을 알렸다.“개인 공연에선 앞으로도 전통춤을 보기 어려울 거예요.(웃음) 최근 높아진 인기가 여전히 낯선데, 오히려 평생 낯설게 느끼려 해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어서 열등감을 즐기는 편입니다.” 경력 35년 차 베테랑인 김하연은 기무간의 춤에 대해 “세간에선 ‘날것의 매력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은데, 그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공연을 찾아볼 만큼 관심 많은 무용수였어요. 눈앞 무대로 보면 완벽에 완벽을 추구한 동작임을 바로 느낄 수 있죠.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뜻깊어요.” K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무용의 매력은 뭘까. 두 무용수는 “핵심은 정중동(靜中動)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가만가만한 동작에 알맞은 ‘숨’을 더하면, 그것이 곧 춤사위가 되고 춤선을 이루죠. 한국무용만의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기무간)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무용에 담긴 천지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향해 존경과 두려움을 되새기면서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기무간)무릎을 꿇은 무용수의 눈발에 퍼런 서슬이 서렸다. 장검(長劍)을 눈썹까지 들어 올리자, 조명을 받은 칼날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그런데도 동작은 오히려 느리기에 긴장감이 컸다. 뭔가 응축됐던 힘이 칼끝을 따라 날카롭게 뻗어나오는 듯했다.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지난해 한 댄스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무용계 스타’가 된 기무간(32)이 11월 6~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되는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중 ‘장검무’를 시연했다. 연이어 김하연 서울시무용단 수석단원(46)이 보여준 춤은 ‘교방무(敎坊舞).’ 까만 치마 아래 자분자분 움직이는 흰 버선발이 고요하지만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처럼 느껴졌다.‘미메시스’는 우리나라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옴니버스로 구성한 신작. 각 춤을 이루는 본질적 움직임을 찾아내 이를 자연의 속성과 연결했다. 과거 농악에 맞춰 추던 ‘소고춤’에서 농부들의 발디딤과 그 토대인 땅을 끌어내는 식이다. 서울시무용단장이자 두 무용수의 스승인 윤혜정 단장이 안무를 맡았다. 이번 공연에 객원 무용수로 합류한 기무간은 장검무와 태평무를 선보인다. 김하연은 교방무와 소고춤, 살풀이춤을 맡았다.김하연은 “전통춤에 내재된 자연의 흐름과 섭리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며 “풍파를 거쳐 열매를 맺고 다시 저무는 인생이 세련된 절제미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기무간은 “일상에서 감흥을 잘 못 느끼는 성격이지만, 팔도강산 천지자연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고 했다.음악은 규격화된 전통 장단과 악기에서 벗어나 작품에 신선함을 더했다. 예를 들어 ‘승무’에선 전통적으로 쓰이는 향피리, 장구 등 삼현육각(三絃六角) 대신 징과 아쟁, 입소리가 사용된다. 김하연은 “전통 장단을 바탕으로 하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주돼 어려우면서도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안무에 맞춰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전통 의상도 볼거리. 교방무의 경우 섬세한 발동작이 잘 보이도록 시스루 밑단 치마를 착용했다.이번 공연은 기무간의 전통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2016년 제45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한국무용 창작 남자 부문 동상을 받은 한국무용수지만, 대중에겐 여러 장르가 다채롭게 섞인 춤으로 이름을 알렸다.“개인 공연에선 앞으로도 전통춤을 보기 어려울 거예요.(웃음) 최근 높아진 인기가 여전히 낯선데, 오히려 평생 낯설게 느끼려 해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어서 열등감을 즐기는 편입니다.”경력 35년차 베테랑인 김하연은 기무간의 춤에 대해 “세간에선 ‘날것의 매력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은데, 그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공연을 찾아볼 만큼 관심 많은 무용수였어요. 눈앞 무대로 보면 완벽에 완벽을 추구한 동작임을 바로 느낄 수 있죠.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뜻깊어요.”K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무용의 매력은 뭘까. 두 무용수는 “핵심은 정중동(靜中動)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만가만한 동작에 알맞은 ‘숨’을 더하면, 그것이 곧 춤사위가 되고 춤선을 이루죠. 한국무용만의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기무간)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계신문협회(WAN-IFRA) 산하 세계편집인포럼과 캐나다저널리즘재단이 ‘세계 뉴스의 날(9월 28일)’을 맞아 전 세계 언론과 저널리즘 홍보 캠페인을 연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캠페인은 ‘진실을 선택하세요, 사실을 선택하세요, 저널리즘을 선택하세요’(Choose Fact, Choose Truth, Choose Journalism)를 주제로 한다. 대중이 사실에 기반한 뉴스를 접하고 이를 지지해야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세계신문협회는 신문, 소셜미디어(SNS) 등 전 세계 언론사의 각종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유명인의 기고와 홍보 동영상, SNS 콘텐츠 등이 지면과 온라인에 게시된다. 한국신문협회는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홍보하고자 캠페인에 동참했다.세계 뉴스의 날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관련 콘텐츠는 공식 웹사이트(worldnewsday.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고종이 미국인 선교사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나전산수무늬삼층장(螺鈿山水文三層欌·사진)’이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당 문화유산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높이 180cm에 이르는 이 삼층장은 문자와 꽃, 과실 등의 다양한 무늬가 나전으로 장식됐다.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 가치가 높다. 당대 삼층장은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왕실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2022년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씨로부터 이 유물을 기증받았다. 국가유산청은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들의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려 후기 불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륵하생경변상도(彌勒下生經變相圖·사진)’가 수리를 마치고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9년 만에 공개됐다. 교토국립박물관은 20일부터 개최한 특별전 ‘송나라와 원나라의 불교 회화’에서 교토 묘만지(妙満寺)가 소장한 미륵하생경변상도를 선보였다. 해당 불화는 현존하는 미륵하생경변상도 3점 중 하나로, 도상이 거의 동일한 교토 지온인(知恩院) 소장본도 전시품에 포함됐다. 미륵하생경변상도는 용화수 아래 미륵불이 중생을 제도(濟度)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묘만지본은 불교 미술 연구자들 사이에서 ‘교과서’ 같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고려 충렬왕대인 1294년 왕실 화원인 문한대조 이성(文翰大朝 李晟)이 그려, 다른 미륵하생경변상도 2점보다 시기가 앞선다. 박물관 측은 “화기(畵記)를 통해 제작자와 발원자, 제작 연대 등이 명확히 확인되는 묘만지본은 다른 고려 불화를 검증할 때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며 “14세기 일본 남북조시대 ‘도솔천만다라도’의 색채나 배치, 도상이 이와 유사해 (묘만지본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묘만지본은 미륵정토로 왕생하는 이들을 태운 ‘반야용선(般若龍船)’이 그려져 있는데, 현존하는 반야용선 도상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묘만지본은 2009년 뒤늦게 그 존재가 확인돼 교토박물관 특별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한 차례 전시된 적이 있다. 2016년 도쿄 네즈미술관·신오쿠박물관 전시를 끝으로 작품 수리를 위해 수장고로 들어갔다. 교토박물관 측은 “비단이 떨어져 나간 부분엔 새 비단을 보강하되, 가필이나 덧칠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림에는 에도시대 말기인 1850년 수리했다는 명문이 남아 있어, 그 이전에 일본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묘만지본은 작품 보호를 위해 다음 달 19일까지 전시되며, 이후 11월 16일까지는 지온인본이 관람객을 만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고종이 미국인 선교사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나전산수무늬삼층장’(螺鈿山水文三層欌)이 국가유산이 됐다.국가유산청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당 문화유산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높이 180cm에 이르는 이 삼층장은 문자와 꽃, 과실 등의 다양한 무늬가 나전으로 장식됐다.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 가치가 높다. 당대 삼층장은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왕실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필수품으로 여겨졌다.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2022년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씨로부터 이 유물을 기증받았다. 국가유산청은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큰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니 별이 수십 배 많아 보이고 경계가 매우 명료해졌다.…귀수(鬼宿·이십팔수의 23째 별자리) 안의 적시기(積尸氣·시체가 쌓인 기운이란 뜻의 별)는 구름과 같은 흰 기운이라고 전해 왔지만, 실제로는 또한 36성을 또렷하게 셀 수 있었다. (…) 은하수는 곧 무수한 작은 별들이라, 그 조밀함 때문에 마치 흰 강물처럼 느껴진다.”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8폭 병풍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보물)’의 제4∼7폭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다. 당시 서양에서 첨단 기술인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한 천문 지식이 반영된 것이다. 병풍 마지막 폭에는 맨눈으로는 관측하기 힘든 태양의 흑점, 토성의 5개 위성 등도 세밀히 묘사돼 있다. 천문을 보고 인간사의 운명을 알아내려고 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서양의 천문과학 지식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국립민속박물관이 17일부터 선보인 기획전 ‘다시 만난 하늘’은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기회다. 약 6년에 걸쳐 복원과 연구를 거친 신·구법천문도를 선보인다. 이 천문도는 조선 전기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1∼3폭에 ‘구법’으로 담았다. 그리고 서양식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이하 황도총성도)’와 ‘일월오성도’를 나머지 폭에 ‘신법’으로 담아낸 유물이다. 전지연 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중일 유물 가운데 동·서양식 천문도를 한 화면에 나란히 배치한 건 신·구법천문도뿐이다”라며 “1788년 이후 만들어졌으며, 안료와 도상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여러 이본(異本)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천문도는 ‘통치 권력’을 상징했다. 고지도 전문가인 장상훈 민속박물관장은 “조선은 개국 3년 만인 1395년 공신 권근(1352∼1409)의 주도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했다”며 “우주론적인 측면에서 새 왕조의 정통성을 증명하고, 하늘의 때를 받들어 아래로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양에서 유입된 새로운 천문지식이 조선에도 닿았다. 청나라에서 활동한 독일 출신 선교사 이그나츠 쾨글러(1680∼1746)가 1723년 작성한 황도총성도가 조선으로 전래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천문지식과는 근본부터 달랐다. 조선과 중국은 ‘황제의 별’ 북극성을 중심에 놓는 적도좌표계(지구의 남·북극, 적도를 천구상에 투영한 좌표계)를 사용했지만, 황도총성도는 황도좌표계(태양이 지나는 황도와 황도남북극이 기준인 좌표계)를 쓰는 것부터 달랐다. 하지만 기존 천문도의 권위도 계속 이어졌다. 조선 영조(재위 1724∼1776년)는 값비싼 천체망원경을 수입하고서 왕권 하락을 염려하여 부숴버리기도 했다. 옛 천문도와 새 천문도를 나란히 배치한 신·구법천문도는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정거방위도법(正距方位圖法)’을 기본으로 했는데, 이는 극에서 멀어지수록 하늘에 보이는 모양보다 훨씬 찌그러지는 문제가 있었다. 투영법과 무관하게 별자리의 위치와 형태를 어림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 반면 황도총성도는 별자리의 모양이 하늘에 보이는 대로 나타나는 ‘평사방위도법’을 사용했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법천문도엔 근대 천문학의 발견인 성운과 성단, 중국에선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별, 서양의 기하학적 도법 등이 담겼다”고 했다. 신·구법천문도는 조선 후기 왕조와 지식인이 외래 문물을 절충적으로 취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도 평가된다. 신법천문도를 황도총성도 및 황도총성도의 모본인 이탈리아 ‘브루나치 천문도’와도 비교 분석한 안 연구원은 “서양식 좌표계를 쓰면서도 중국식 전통 별자리 1464성만 남겨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큰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니 별이 수십 배 많아 보이고 경계가 매우 명료해졌다. (…) 은하수는 곧 무수한 작은 별들이라, 그 조밀함 때문에 마치 흰 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8폭 병풍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의 제4~7폭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다. 당시 첨단 기술인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한 서양의 천문 지식이 담긴 것. 병풍 마지막 폭에는 맨눈으로 관측하기 힘든 태양의 흑점, 토성의 5개 위성 등도 세밀히 묘사돼 눈길을 끈다.신·구법천문도는 조선 전기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1~3폭에 ‘구법’으로, 서양식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이하 황도총성도)’와 ‘일월오성도’를 나머지 폭에 ‘신법’으로 담아낸 국가지정유산 보물이다. 황도총성도는 청나라에서 활동한 독일 출신 선교사 이그나츠 쾨글러(1680-1746)가 1723년 작성한 이후 조선으로 전래됐다. 이를 국립민속박물관이 약 6년에 걸쳐 연구, 복원해 이달 17일부터 기획전 ‘다시 만난 하늘’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지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동·서양식 천문도가 한 화면에 나란히 배치된 사례로는 동아시아 3국 중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안료와 도상, 한자 모양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현존하는 여러 이본(異本) 중 가장 이른 1788년경 제작됐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이처럼 독특한 형태의 천문도를 만든 이유는 뭘까. 우선, 성리학을 따른 조선에서 천문도는 강력한 왕권을 상징했다. 고지도 전문가인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조선왕조는 개국 3년 만인 1395년에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했다. 왕조의 기틀을 다진 주역인 문신 권근(1352~1409)이 이를 추진했다”며 “새 왕조의 우주론적인 정통성을 증명하고, 하늘의 때를 받들어 아래로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전통적인 구법 천문도가 서양의 근대 천문학에 기반한 신법 천문도로 대체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과 관련 깊다.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구법 천문도는 투영법과는 상관 없이 별자리의 위치와 형태를 어림으로 그려 넣었고 북극이 중심에 놓였기에 왜곡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개국과 함께 제작된 천문도로서 오랫동안 권위를 이어 갔다”고 했다. 조선 영조(재위 1724∼1776)가 값비싼 천체망원경을 수입하고서 왕권 하락을 이유로 부숴 버린 일화도 전해진다. 이에 신·구법천문도는 조선 후기 왕조와 지식인이 외래 문물을 절충적으로 취한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법 천문도 속 별자리와 행성의 모양, 위성 유무 등을 황도총성도와 비교하고, 황도총성도의 모본인 이탈리아 ‘브루나치 천문도’와도 비교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당시 서양식 표기법이던 ‘황도좌표계’를 도입하되, 유럽 선교사들이 새로이 추가한 별들을 빼고 중국 전통 별자리 1464성만 남겨둔 것으로 확인된다”며 “별 색깔을 3가지로 분류한 것도 중국 전통에 따른다”고 말했다. 즉, 전통 지식을 존중하고 청나라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신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했던 것. 안 연구원은 “근대 천문학의 발견인 성운과 성단,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별, 서양의 기하학적 도법 등이 전통 천문학과 함께 다채롭게 담겼다”고 했다. 당대 지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난다. 장 관장은 “18세기 후반 지도책인 ‘여지도(輿地圖)’(국가지정유산 보물)에는 전통적인 지도와 서양식 세계지도 ‘천하도지도’가 같이 수록됐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미술사 통사 집필은 필생의 과업이었습니다. (미술사를 연구한) 40여 년 세월을 갈무리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전날 그가 새로 낸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눌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는 각각 국내와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예술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유 관장은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오늘날 K컬처의 뿌리에 대해 알려줄 입문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간은 풍부한 도판을 곁들여 방대한 미술사를 읽기 쉽게 풀어냈다. ‘모두를 위한…’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외국인을 위한…’은 한국사에 낯선 해외 독자를 고려해 건축, 회화, 공예 등 장르를 나눠 한국 미술의 특징을 정리했다. 유 관장은 “특히 한중일 3국이 갖는 공통된 보편성과 시대별, 장르별 독자성을 선명히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유 관장은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후 한국 전통 미술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힘써 왔다. 2004∼2008년 문화재청장을 지냈고, 올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부임했다. 유 관장은 “언스트 곰브리치가 쓴 ‘미술 이야기(The Story of Art)’, 호스트 잰슨의 ‘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 같은 책이 우리도 필요하다고 봤다”며 “책상에 앉아 밑줄 치는 책이 아니라 소파에 기대앉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