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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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문화 일반27%
인사일반14%
문학/출판14%
연극11%
음악11%
역사8%
미술8%
만화3%
대통령3%
요리/음식1%
  • 서울시-유산청, 종묘 앞 140m 빌딩 충돌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에 높이 140m가 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자 국가유산청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서울시 측은 “고도 제한 구역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산청은 3일 “서울시가 종묘와 인접한 ‘세운 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며 유네스코 권고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일방적으로 최고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고시를 강행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산청이 문제 삼은 건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 들어서는 건물의 최고 높이는 약 141m로, 당초 계획된 높이인 약 72m의 2배 가까이 된다.세운 4구역은 종묘와 청계천 사이에 위치해 문화유산 주변 경관 논란이 반복돼 왔다. 서울시와 유산청 간 최고 높이 기준 조정 협의는 2009년부터 이어졌다. 서울시는 2018년에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부 구역의 높이 계획을 조정했지만, 당시 문화유산에 미칠 영향과 일조권 문제 등으로 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노후 상가 철거와 공원 조성 등 ‘도심 녹지 및 공공기능 강화’를 전제로 높이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세운 4구역은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세계유산법이나 문화유산보호법상 고도 제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유산청은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가 지닌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네스코는 1995년 종묘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며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과 유교문화가 독특하게 결합된, 단아하면서도 신성한 건축물”이라며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이번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해 ‘세계유산 영향 평가’ 실시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는 게 유산청의 주장이다. 국내에서 세계유산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인 김포 장릉(章陵)도 인근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문제가 됐다. 당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으며, 올 3월엔 전문가 공동 실사도 진행했다. 서울시는 세운 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한 만큼 조만간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개발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건축 관계자는 “세운상가 철거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고 일부 구역은 문화·전시시설로 계획돼 있다”며 “인근 종묘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건축심의 과정에서 높이와 형태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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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사고 날지 몰라”… 부상 두려움에 떠는 예술가들

    《“봄가을에는 야외 무대에 서는 날이 많은데, 비가 조금만 와도 무대가 빙판처럼 미끄러워요. 이번 달 공연에선 점프 때마다 미끄러져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12년 경력의 댄서 강모 씨(33)는 최근 이렇게 토로하며 한숨 지었다. 강 씨는 “하지만 누구도 안전 대책을 마련해주진 않는다”며 “특히 조명 스태프들은 크고 작은 감전 사고도 잦다”고 했다.》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6관왕 수상,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히트 등과 맞물리며 올해 K컬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문화의 주역인 예술가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K컬처가 더 나아가기 위해선 K아티스트를 위한 제도적 안전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화려한 무대 뒤 위험천만 지뢰밭객석에선 마냥 화려하게 보이는 무대. 하지만 뒤편은 ‘지뢰밭’과 같다고 예술인들은 입을 모은다. 높은 무대, 각종 무대 장치와 조명, 복잡한 전기 배선 등은 공연에 필수적이지만 현장 예술가와 스태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공연계나 영화계 등에선 사고가 여전히 빈번하다고 한다. 무대 스태프 한모 씨(37)는 ‘2년 전 리허설 뒤 하반신 마비를 겪은 성악가가 최근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도 무대 세트가 천장에서 떨어져 어깨를 스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씨는 “합판으로 만들어졌기에 망정이지, 쇠로 된 소품에 맞았으면 인생이 끝났을 수 있다”며 “무대 세트를 설치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는 셀 수도 없이 많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A 씨(29)는 막중한 업무량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하루 16시간씩 무거운 장비를 나르다 보면 항상 피곤하다. 한 선배는 현장에서 과로사했다”고 했다. 올 8월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 리허설을 하던 20대 무용수 2명이 약 3m 아래의 오케스트라 피트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수두룩”하지만 사고가 일어나도 상당수 예술 종사자는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현장에서 다쳐도 치료비는 대부분 자비 부담이며, 유급병가는 상상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21세기 예술계가 이렇게 후진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단기 계약직이나 1인 사업체의 용역 계약 형식 등이 대부분인 예술인들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예술인 중 정규직 비율은 5.4%에 불과하다. 공익인권재단 ‘공감’의 천지선 변호사는 “많은 예술인이 프리랜서나 용역 계약 형식으로 일해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계약이 ‘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경우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예술계의 고질적인 ‘열정 강요’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여기는 단체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부당한 처우에도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조차 못 한다”고 했다.● 예술인 산재보험 확대 시급이에 전문가들은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물론 2013년부터 예술인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개인 예술인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2%에 그치고 있다. 문체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산재보험’이 시행되면 예술인도 적용받을 것이라지만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재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를 선별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술계 적용은 한참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산재보험을 기존 임의 가입 방식에서 당연 가입 방식으로 개편해 프리랜서 등도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도 “무대시설을 이용하는 제작자가 안전 조치를 이행하는지 극장 측도 확인하도록 하는 등 각 참여 주체에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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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이어진 차별의 역사

    흑사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자, 당대 사람들은 하층민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러 팬데믹이 닥치자, 서구권에선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인과 아시아인을 지목했다. 한국 사회 역시 다양한 일을 계기로 ‘혐중’을 비롯한 증오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이 같은 혐오와 차별은 대부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돌이켜 봤을 때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역사적으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엉뚱한 희생양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차별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용됐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일상에 교묘히 파고들어 구분조차 어려운 차별에 대해 차근차근하게 설명한 책이다. 차별의 정의와 종류,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법적 기준으로 두루 살폈다. 예컨대 차별을 하도록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경우, 그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차별이다. 이를 ‘차별 지시’라고 부른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차별에 관한 여러 쟁점을 다루며 역차별 논란의 이면에 깔린 허구성 등을 짚었다.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여성 전용 공간 마련 등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성차별이 남녀에게 동등한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법개념에서 남성 차별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주된 정책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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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금관 6점 첫 한자리서 전시… 온종일 긴장”

    “어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이렇게 많은 국빈을 박물관에 모신 건 제 생애 처음입니다. 게다가 신라 금관 6점도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온종일 긴장되네요.”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의 안전과 질서를 14년째 책임지고 있는 송창훈 주무관(43)은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해외 정상들과 특급 VIP들이 대거 경주박물관을 찾았기 때문이다. VIP들의 일거수일투족 및 경호 등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지만 송 주무관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호관 업무도 보안상 공개하기 어렵다. 몇 시에 출퇴근하는지, 몇 명이 배치되는지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송 주무관에겐 27일부터 개막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역시 무게감이 남다르다. 일반 관람은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데, 준비할 게 많다고 한다. 그는 “APEC이 끝나자마자 많은 인파가 몰릴 듯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타국에서 벌어졌지만, 최근 방호관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이달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4인조 절도범이 침입해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송 주무관은 “우리나라는 도난 우려가 비교적 덜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박물관이 혼잡할 때는 안전사고 등도 벌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송 주무관이 경주박물관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16년에 벌어졌다. 당시 엄청난 지진이 경주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2000년 역사를 품은 보물들이 놓인 진열장이 마구 흔들렸어요. 바깥에선 지붕 기와들이 깨지고 나뒹굴었죠. 기지국마저 마비돼 동료들과 휴대전화로 소통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게 ‘박물관 전용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발한 계기였습니다.” 박물관은 비교적 폐쇄적이고 복잡한 건물 구조인 데다 진열대 유리 등이 많아 신속 대응이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 경찰 등과의 협업 역시 최우선 과제다. 송 주무관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박물관 등에도 배포했다.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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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년 전 고려시대 두 석탑 국보 된다

    약 1000년 전 고려 시대에 충남 서산 보원사(普願寺)와 경북 예천 개심사(開心寺)에 세워졌던 오층석탑들이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10∼11세기 고려 때 건립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경북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석탑은 1963년 나란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62년 만에 국보로 승격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태조(왕건)의 총애를 받은 승려 탄문(坦文·900∼974)이 광종(4대)을 위해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비문이 남아 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현종(8대) 2년 때인 1011년 건립됐다. 탑에 새겨진 190자 명문(銘文)을 통해 명확한 건립 시기와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석탑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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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산 보원사지-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국보’ 된다

    약 1000년 전 고려 시대에 충남 서산 보원사(普願寺)와 경북 예천 개심사(開心寺)에 세워졌던 오층석탑들이 국보가 된다.국가유산청은 “10~11세기 고려 때 건립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경북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석탑은 1963년 나란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62년 만에 국보로 승격했다.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태조(왕건)의 총애를 받은 승려 탄문(坦文·900~974)이 광종(4대)을 위해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비문이 남아 있다. 유산청은 “통일신라 말기의 기법과 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초 새로운 기법들도 나타난 석탑으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다”며 “우리나라 석탑 조성시기를 알 수 있는 편년(編年)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현종(8대) 2년 때인 1011년 건립됐다. 탑에 새겨진 190자 명문(銘文)을 통해 명확한 건립 시기와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석탑에선 유사성을 찾기 어려운 독창적 방식으로 보살상 등이 조각돼 있으며, 복식이나 지물(持物) 또한 특이해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석탑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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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 입힌 판에 푸른옥 58개 ‘트럼프 금관’… 천마총 금관 아우라까지 담아내려 노력”

    “지금까지 만든 ‘천마총 금관’만 100개가 넘는데, 국가원수를 위한 금관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해당 금관을 제작한 금속문화유산 복제전문가인 김진배 씨(63). 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아들(준연 씨)과 아침부터 매일 10시간씩 쉬지 않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금관 복제품 제작을 의뢰해 온 건 이달 10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을 요청받은 금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개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천마총 금관(국보)이다. 김 씨는 도금한 동판을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달개 380여 개와 푸른빛 곱은옥 58개도 손수 제작했다.“동판을 얇게 두드리고 잘라 지름 1cm 달개를 만든 뒤 도금한 철사를 끼우고 꼬아 본체에 하나하나 고정시켰어요. 만약 금관 전체를 순금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가 3억 원 가까이 들었을 겁니다.” 김 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 김인태 씨의 대를 이어 1980년대부터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국가유산을 복제하는 작업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이 일을 40년 넘게 했는데도 단순 예술품을 만들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요. 역사가 깃든 유산이니까요. 오차 없이 똑같이, 그 아우라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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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선물할 금관 제작 좀” 외교부 전화에 ‘40년 장인’ 20일 고군분투

    “지금까지 만든 ‘천마총 금관’만 100개가 넘는데, 국가 원수를 위한 금관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해당 금관을 제작한 금속문화유산 복제전문가인 김진배 씨(63). 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아들(준연 씨)과 아침부터 매일 10시간씩 쉬지 않고 만들었다”고 전했다.김 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금관 복제품 제작을 의뢰해 온 건 이달 10일이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을 요청받은 금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개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천마총 금관(국보)이다. 신라 22대 왕인 지증왕이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가 32.5cm, 머리띠 둘레가 63cm에 이르는 대관(大冠)이다.김 씨는 도금한 동판을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달개 380여 개와 푸른 빛 곱은옥 58개도 손수 제작했다. “동판을 얇게 두드리고 잘라 지름 1cm 달개를 만든 뒤, 도금한 철사를 끼우고 꼬아 본체에 하나하나 고정시켰어요. 만약 금관 전체를 순금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가 3억 원 가까이 들었을 겁니다.”김 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 김인태 씨의 대를 이어 1980년대부터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 왔다. 200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과 금제 허리띠 10점 등을 만들어 해외 박물관의 한국 전시실로 보내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국가유산을 복제하는 작업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이 일을 40년 넘게 했는데도 단순 예술품을 만들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요. 역사가 깃든 유산이니까요. 오차 없이 똑같이, 그 아우라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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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동교동 사저, 국가등록문화유산… 명칭은 ‘서울 동교동 DJ가옥’될 듯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던 집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 사저(사진)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문화유산위원회가 조건부 가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등록 대상에는 토지 한 필지와 건물 두 동이 포함됐다. 당초 마포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라는 명칭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했으나, 심의에서 제시된 등록 조건에 따라 향후 명칭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 가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이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 뒤,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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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중박’에 과학센터 “유물보존연구 허브로”

    “1976년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기술실이 약 50년 만에 센터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500만 관람객’이란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둔 시점이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를 공개하면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보존과학 연구의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시관 뒤편 별도 건물에 연면적 9196㎡ 규모로 문을 연 보존과학센터는 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건립됐다. 유물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진단실’, 유물 형태를 3차원(3D)으로 분석하는 ‘3D 형상분석실’ 등이 마련됐다. 향후 목조 문화유산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대형 원통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 센터 1층 전시실에서는 박물관의 보존과학 역사를 소개하는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가 내년 6월까지 열린다. 국가지정유산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의 CT 촬영 영상, 6세기 고구려 개마총 고분 벽화 재현 과정 등을 선보인다. 유 관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손상도 측정과 보존처리,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모니터링 등을 보존과학센터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구와 교육, 현장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보존과학 허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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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중박 보존과학센터 개관…“첨단 기술로 유물 체계적 분석”

    “1976년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기술실이 약 50년 만에 센터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500만 관람객’이란 기적같은 성과를 거둔 시점이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를 공개하면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보존과학 연구의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전시관 뒤편 별도 건물에 연면적 9196㎡ 규모로 문을 연 보존과학센터는 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건립됐다. 유물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진단실’, 유물 형태를 3차원(3D)으로 분석하는 ‘3D 형상분석실’ 등이 마련됐다. 향후 목조 문화유산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대형 원통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센터 1층 전시실에서는 박물관의 보존과학 역사를 소개하는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가 내년 6월까지 열린다. 국가지정유산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의 CT 촬영 영상, 6세기 고구려 개마총 고분 벽화 재현 과정 등을 선보인다. 1924년 경주 식리총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조각들을 디지털 정합 기술로 결합해 만든 재현품도 처음으로 공개됐다.유 관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손상도 측정과 보존처리,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모니터링 등을 보존과학센터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구와 교육, 현장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보존과학 허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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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황금빛… 頂上을 비추다

    하늘로 솟구친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이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1500년 전 신라 마립간(麻立干)이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자”로서 머리에 썼던 ‘천마총 금관’. 국가지정유산 국보로, 순도 19.9K에 무게 1.2kg이 넘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28일부터 개최한다. 5∼6세기 약 100년에 걸쳐 만들어져 지금껏 전하는 신라 금관은 모두 6점. 천마총 금관을 비롯한 모든 금관이 한자리에 모인 건 사상 처음이다.● 신라 정체성 담긴 세계적 유산천마총 금관은 현재 남아 있는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대관(大冠)으로 꼽힌다. 금실로 꿰어 단 푸른빛 곱은옥과 둥근 달개, 양옆으로 늘어진 드리개는 숨이 멎을 듯 화려하고 섬세하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27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금관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왕의 권력과 신라의 독자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유산”이라며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굽은옥과 달개는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특별전의 백미는 역시 6개 금관. 한자리에서 찬찬히 살펴보며 다채로운 양식과 제작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예컨대 5세기 후반 금관총 금관에선 미세한 원형 무늬가 세움 장식 가장자리를 따라 한 줄로 새겨져 있다. 반면 6세기 천마총 금관에선 두 줄이 나타난다. 신라 금관이 처음 그 존재를 드러낸 건 일제강점기인 1921년. 당시 경주 노서리에서 한 주민이 주막을 넓히는 공사를 하다가 ‘금관총’을 발견했다. 이후 1975년까지 금령총·서봉총·교동·천마총·황남대총에서 차례로 금관이 출토됐다. ● 시기별 크기·순도 등이 달라 이번 전시에선 금허리띠 6점과 팔찌 등 황금으로 된 장신구들도 함께 전시됐다. 학계에서는 무덤에 장신구를 함께 묻음으로써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세계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특히 황남대총 남분과 북분에서 출토된 금허리띠는 각각 길이가 99cm, 120cm에 이르고 장식적 완성도도 뛰어나다”며 “칼, 향로, 집게 등 의례적 물품을 축소해 허리띠 하단에 붙인 장식들은 착용자의 권능을 상징한다”고 했다.금관의 순도, 재료별 원산지 등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금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교동 금관은 순도가 89%로 가장 높다. 5세기 말∼6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서봉총 금관의 순도는 80%까지 낮아지게 된다. 이번 전시는 일반에는 다음 달 2일부터 공개된다. 12월 14일까지.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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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조선왕실유산 수장고 기록 않고 들어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고 조선 왕실 유산이 보관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갔던 사실이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3년 3월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방문했다. 유산청은 “당시 김 여사는 박물관 정문으로 입장해 지하 1층 과학문화실을 살펴본 뒤 제2수장고도 약 10분간 둘러봤다”며 “방문 관련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고궁박물관의 제2수장고는 국가지정유산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된 공간이다. 보물이자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를 포함한 문화유산 2100여 점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 철문 4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수장고 출입자는 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규정에 따라 출입 시간과 사유, 이름을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김 여사가 방문한 3월 2일 출입 기록 3건 중에는 김 여사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당시 수장고 담당자와 동행해 출입이 이뤄졌으나, 기록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수장고가) 본관 건물과 가까이 있고, 당일 직원들이 수장고 안에서 유물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가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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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성대 ‘별의 시간’, 효녀 심청 ‘단심’… 경주 수놓는 K컬처

    어두운 밤 형형색색으로 물든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부터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미술품 전시까지.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북 경주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천년 왕국 신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 공연,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을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우리 예술문화를 소개하는 무대다.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해 한반도 천문학의 상징인 첨성대는 밤마다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다. 국가유산청은 20일부터 첨성대 외벽에 신라의 문화유산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영상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 상영을 시작했다.경주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유산청 관계자는 “신라시대 왕자들이 머물던 별궁 자리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던 장소라 APEC이 지닌 의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연못인 월지 수면과 전각을 비추는 경관 조명은 신라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2018년 복원된 길이 66m의 월정교에선 29일 오후 6시 30분 ‘한복의 멋’을 알리는 한복 패션쇼도 펼쳐진다. 경북도는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모여 있는 보문관광단지도 야간경관 개선사업에 150억 원을 들여 볼거리를 조성했다”고 전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APEC을 기념해 한국 공예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전시 ‘미래유산-우리가 남기고자 하는 것들에 관하여’를 27일 보문단지 내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개막했다. 36명(31팀)의 작가가 한국 공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66점을 선보인다. 파트 1∼3으로 나눠 전통 기술과 현대 디자인·미술의 협업 등을 소개한다.공연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선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단심(單沈)’이 무대에 오른다. 고전 설화 ‘심청’을 바탕으로 한 단심은 심청의 내면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23일부터 경주 곳곳에서 ‘서라벌 풍류’를 통해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고 있다. 재단은 “31개 단체, 국악인 700여 명이 신라 화랑의 기상을 음악, 춤 등에 녹여냈다”고 밝혔다.현대미술 전시로는 보문단지 힐튼호텔 옆에 있는 우양미술관의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전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의 작품 12점이 수십 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세계적인 작가인 백남준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예술로 보여줬다. 미술관 측은 “2025 APEC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의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경주솔거미술관에선 신라 문화를 현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신라한향’전이, 플레이스C에선 APEC 부대 행사로 마련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이 열린다. 28일 개막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은 김수자, 하종현 등 한국 작가 10인의 작품 34점을 선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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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조선왕실 유산 수장고도 갔다… 출입 기록 안 남겨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방문 기록도 남기지 않고 조선 왕실 유산이 보관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도 들어갔던 사실이 공개됐다. 국가유산청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3년 3월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방문했다. 당시 김 여사는 박물관 정문으로 입장해 지하 1층 과학문화실을 둘러본 뒤 제2 수장고를 약 10분간 둘러봤다고 유산청은 설명했다. 유산청은 이 사실에 대해 “방문 관련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국립고궁박물관의 제2 수장고는 국가지정유산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등이 보관된 공간이다. 보물이자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를 포함한 문화유산 2100여 점이 이곳에서 보관되고 있다.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 철문 4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수장고 출입자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규정에 따라 출입 시간과 사유, 이름을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김 여사가 방문한 3월 2일 출입 기록 총 3건 중 김 여사 관련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당시 수장고 담당자 동행하에 출입이 이뤄졌으나, 기록 누락으로 파악된다”며 “(수장고가) 전시실이 있는 본관 건물에 인접해 있고, 당일 유물 정리 등으로 직원들이 수장고 내 작업을 하고 있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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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로 물든 첨성대·심청 설화 담은 공연…K-컬처 선보이는 경주

    어두운 밤 형형색색으로 물든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부터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미술품 전시까지.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북 경주시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천년 왕국 신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시, 공연,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을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우리 예술문화를 소개하는 무대다.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해 한반도 천문학의 상징인 첨성대는 밤마다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다. 국가유산청은 첨성대 외벽에 신라의 문화유산을 담아낸 미디어아트 영상 ‘별의 시간’과 ‘황금의 나라’ 상영을 시작했다.경주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유산청 관계자는 “신라시대 왕자들이 머물던 별궁 자리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던 장소라 APEC이 지닌 의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못인 월지 수면과 전각을 비추는 경관 조명은 신라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2018년 복원된 길이 66m의 월정교에선 29일 오후 6시 30분 ‘한복의 멋’을 알리는 한복 패션쇼도 펼쳐진다. 경북도는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모인 보문관광단지도 야간경관 개선사업에 150억 원을 들여 볼거리를 조성했다”고 전했다.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주 쪽샘 44호분 축조실험 설명회’를 연다.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을 다시 쌓는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한 2중의 덧널 일부를 만들고, 주변으로 돌을 쌓는 중이다. 연구소는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학예연구사 등의 해설을 들으며 축조 실험도 직접 볼 수 있다”고 했다.공연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선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단심(單沈)’이 무대에 오른다. 고전 설화 ‘심청’을 바탕으로 한 단심은 심청의 내면을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23일부터 경주 곳곳에서 ‘서라벌 풍류’를 통해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고 있다. 재단은 “31개 단체, 국악인 700여 명이 신라 화랑의 기상을 음악, 춤 등에 녹여냈다”고 밝혔다.현대미술 전시로는 보문단지 힐튼호텔 옆에 있는 우양미술관의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 전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의 작품 12점이 수십 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세계적인 작가인 백남준은 텔레비전 등 새로운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예술로 보여줬다. 미술관 측은 “2025 APEC의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의 키워드와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경주솔거미술관에선 신라 문화를 현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신라한향’전이, 플레이스C에선 APEC 부대 행사로 마련된 ‘판타스틱 오디너리’전이 열린다. 28일 개막한 ‘판타스틱 오디너리’ 전은 김수자 하종현 등 한국 작가 10인의 작품 34점을 선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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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용순 안무에 보소의 음악, 강효정의 발레로 본다

    “이탈리아 작곡가 에치오 보소(1971∼2020)는 제 안무에 큰 영향을 줬어요. 무대 위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되는 이 작품은 먼저 세상을 떠난 그에게 헌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세대 발레리나’ 허용순 안무가(61)가 자신의 안무작 ‘언더 더 트리스 보이시스(Under the Trees’ Voices)’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허 안무가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등과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 활약했던 발레 무용가. 198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에 입단한 뒤 여러 발레단에서 윌리엄 포사이스, 우베 숄츠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호흡을 맞췄다.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허 안무가가 지난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선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처음 관객을 만난다. 보소가 작곡한 교향곡 2번에 맞춰 그의 삶과 내면을 속도감 있는 움직임으로 풀어냈다. 허 안무가는 “공연 구성은 독일 초연과 같지만,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의 개성과 에너지를 고려해 독무를 추가했다”며 “한국인 무용수들이 엄청나다고 느낀다. 1세대 선배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보소의 삶과 예술에 큰 영향을 준 이탈리아 배우 겸 가수 ‘알바 파리에티’ 역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효정(40)이 맡았다. 201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사상 2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로 발탁돼 이름을 알렸다. 강효정은 “한국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를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며 “보소, 나아가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울림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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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김정은 요트-시계, 무슨 돈으로 살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한 요트와 고급 시계,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샥스핀이나 제비집 등은 무슨 돈으로 사들이는 걸까. 먹고살기 빠듯한 북한 주민의 현실과 동떨어진, 김 위원장의 지시로 문을 연 11만 ㎡ 규모의 문수물놀이장(워터파크)이나 능라곱등어관(돌고래관)은 어떤 재원으로 지어진 걸까. 김 위원장의 사적 비자금을 관리하는 ‘그림자 재무부’의 존재를 폭로하는 책이다. ‘당 자금’(공적 비자금)을 관리하는 부서인 노동당 39호실과는 별도로, 개인 비자금인 ‘혁명 자금’을 관리하는 국무위원회 36국이 있다고 한다. 김씨 일가 관련 물품의 해외 구매, 김 위원장의 뜻에 따른 설비 공사 등은 전부 이곳에서 집행된다. 저자는 “2인자로 불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비서조차 이 자금에는 접근하지 못하며, 어느 기관도 감사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자는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 북한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 2019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로 일하던 중 가족과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인 그가 경험하고 느낀 점까지 낱낱이 담아 몰입도가 높다. 책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은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북한 다층의 비공식 경제, 우회 거래, 대외 네트워크, 조직 간 ‘교차 회계’를 통해 재원이 이동한다는 걸 보여준다. 김씨 일가에 관한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씨 일가에 바치는 선물은 사실상 ‘진상품’이지만 ‘정성품’으로 불린다고 한다. 진상품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올리던 특산물을 가리키는 ‘봉건적 용어’이기 때문이라는 것.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납치된 북한 의사 부부의 몸값으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요구하자, 김 위원장이 “외화가 절실한 때에 뚱딴지같은 소리”라며 인민의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김정은의 통치 방식과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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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 소리꾼 김옥심 삶 조명… 내달 6일 ‘탄생 100주년’ 공연

    전설적인 소리꾼 김옥심(1925∼1988)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다. 국가유산진흥원은 “다음 달 6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예인열전―김옥심’(사진)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공연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김옥심의 노래와 사진, 영상 등을 통해 그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의 초기 제자인 남혜숙, 유명순, 최영숙이 무대에 올라 정선아리랑, 혈죽가, 한오백년 등을 선보인다. 과거 김옥심이 부른 ‘황계사’ 음원도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김옥심은 민요, 가사, 서도소리 등에 두루 능했던 당대 최고의 소리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김옥심제 정선아리랑(서울제 정선아리랑)’을 창작했다.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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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계 무덤 건원릉 내달 특별개방

    태조 이성계가 묻힌 경기 구리 동구릉의 건원릉(健元陵·사진)이 다음 달 닷새 동안 특별 개방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는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건원릉 능침(陵寢)을 특별 개방한다”고 22일 밝혔다.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능으로,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이 억새로 덮여 있다. 참가 신청은 23일 오전 10시부터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회당 20명씩 선착순으로 받는다. 당일 현장에서 10명씩 추가 모집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관리소는 “건원릉은 태조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함경남도 함흥의 억새를 옮겨와 조성됐다고 전해진다”며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아 특별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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