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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주사기와 주사침에 대한 매점매석을 금지했다. 그러나 일부 분만병의원에서는 주사기 재고가 한 달 분량도 남지 않는 등 여전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분만병의원협회에는 ‘주사기 재고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일부 분만병의원은 재고가 2~3주 분량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만병의원은 보통 주사기 재고를 2~3달 분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동 사태로 인해 주사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재고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분만병의원들은 주사기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이유로 주사기 판매상 등이 기존 재고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분만의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주사기 공급업체가 분만병의원에 주사기 공급을 중단했다”며 “생산 중단이 아니라 기존 재고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정부는 13일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을 금지했으나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되는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제조업자, 판매업자에 대해 주사기와 주사침 등에 대해 폭리를 목적으로 과다 보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했다.의료 현장에서는 주사기와 주사침이 꼭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시장에 의해 가격이 설정돼 가격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관계자는 “산모의 출산은 생명과 직결됐으면서 미룰 수 없다”이라며 “주사기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려는 행위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봄철을 맞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를 옮기는 참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질병관리청이 참진드기 발생 감시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참진드기는 유충·약충·성충 단계에서 각기 다른 숙주에 기생해 흡혈하는 습성을 지녔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부터 약충이 활동을 시작해 여름에는 성충으로 성장해 알을 낳는다. 가을에는 알이 유충으로 다시 성장하면서 개체수가 급증한다. 국내에서는 SFTS를 매개하는 참진드기 중 작은소피참진드기가 가장 많으며, 주로 풀밭에 서식한다.SFTS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린 경우 감염될 수 있다. 5~14일 이내 고열,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SFTS는 국내 첫 환자가 보고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234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422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18.0%에 달한다. 그러나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방역당국은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으며 풀밭에서 용변을 보지 말라고 권고했다. 발목 이상 높이의 풀밭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소매 옷과 긴바지를 입고,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소매를 단단히 여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진드기 기피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권장된다. 야외활동을 마친 후에는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등 몸에 참진드기가 붙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임승관 질병청장은 “몸에 붙은 참진드기는 주둥이 부분이 깊이 박혀 있어 직접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2차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제거와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앞으로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생활 습관 개선, 진료기록 연계 등 만성질환 관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가 확대된다. AI를 활용해 진료기록 등이 연계되면 행정 업무가 줄어들어 ‘3분 진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9일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 지방자치단체, 공공보건기관,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만성질환자 대상 보건의료 전주기 인공지능 전환(AX)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만성질환자 대상 보건의료 전주기 AX 사업은 이미 개발된 AI 상품을 의료 현장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정부는 △만성질환자 건강행동 변화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 서비스 개선 △만성질환자 전자의무기록(EMR) 진료 연계 지원 △만성질환자 영상진료(PACS) 연계 지원 △원격·분산 환경 대응 만성질환 관리 협진 모델 등 5개 분야에서 6개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지원 서류를 받아 다음 달 중순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정부는 만성질환자 관리에 AI가 도입되면 진료 기록 작성 등 행정 업무 부담이 줄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만성질환자가 보다 밀접한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자도 협진을 통해 의료진의 꾸준한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응급 상황으로 인해 전원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진료 기록을 쉽게 공유해 더 빨리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김현숙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국민의 일상부터 대학병원까지 보건의료 전반에 AI 기술이 스며들어 의료 질을 높일 것”이라며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수립하고 있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역의사제 의무 복무 기간을 더 늘리고 배치 지역을 세분화해 부작용을 줄여야 합니다.” 손연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신임 회장(22·사진)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입시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제도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제안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반대해 온 기존 의대생 대표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고려대 의대 본과 2학년인 손 회장은 지난달 5년 만에 의대협 선거를 통해 회장으로 선출됐다. 손 회장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사가 늘어나면 진료량도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 결과를 현실적으로 뒤집기 어려우니 지역의사제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총 3342명 늘리고, 늘어난 정원을 전원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지역의사의 의무 복무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고, 격오지 위주로 근무 지역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펠로) 과정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정한 의무 복무 기간 10년 중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로 일하는 기간은 최대 5년에 불과하다”며 “의료취약지에서 더 많이 근무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 의대생과 의사들이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지필공에 종사하려는 의대생이 많아질 것”이라며 “지역사랑 상품권, 콘도 숙박권 등을 주는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도 체감 효과가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는 지역에 장기 근무하는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에게 수당과 주거, 연수 기회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대협은 의대생을 대상으로 전공 희망을 조사해 이를 향후 의대 정원 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전공별 미래 의사 수를 더 세밀하게 추산해 의대 증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손 회장은 “정부가 10년 뒤 필요 의사 수를 추계하면서 정작 곧 의사가 되는 의대생의 진로는 조사하지 않았다”며 “의대생 수요 조사를 통해 지필공 분야에서 근무할 미래 의사 수를 정확히 추계하고 이를 증원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심장 기능이 저하돼 이식을 기다리던 6세 여아가 지난달 좌심실을 보조하는 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다음 주 퇴원해 초등학교 첫 등교를 앞둔 박민지 양(가명)은 국내에서 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한 최연소이자 최저 체중 환자다.7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 양은 지난해 12월 구토와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 근육이 늘어나 피를 펌프하는 힘이 약해지는 질환으로, 호흡 곤란과 함께 심한 경우 급사를 유발한다.박 양은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중 증상이 악화돼 지난달 좌심실에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박 양은 체중 22kg으로 체구와 심장 구조가 전례 없이 작아 장치를 넣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의료진은 이를 고려해 경험이 풍부한 해외 의료진과 협업하고 3차원 시뮬레이션까지 했다.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중증 심부전 환아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환아의 성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갈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보건복지부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54회 보건의 날’ 기념식을 열고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서 원장은 26년간 응급의학 및 외상학 분야에서 응급의료 시스템 선진화와 중증외상 진료 체계 구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중증·고위험 산모 진료와 분만에 힘써 온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 30대 청년 3명 중 1명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정책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정책에서는 청년의 지방 정착을 위한 지원 확대 요구가 가장 높았다.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수요자 중심 평가 모형을 활용한 청년 정책 진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만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25일~7월 11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조사 결과 청년들은 청년일자리 정책에서 워라밸을 위한 정책 확대(33.6%)가 가장 중점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근로 여건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23.5%),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다양한 청년 배경별 맞춤형 정책 강화(21.1%) 순이었다.주거 정책에서는 청년의 지방 정착을 위한 지원 확대(24.4%)가 가장 응답이 높았으며, 최저주거기준 이행 점검(18.6%), 주거비 직접 지원(18.4%) 순으로 조사됐다. 교육에서는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한 장학금 확충(23.7%)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복지·문화 정책에서는 청년 건강증진 정책 개선 및 확대가 23.4%로 가장 높았다. 참여·권리 부문에서는 청년정책 예산의 확보(30.3%)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연구진은 “청년정책 수립의 당위성 확보를 위해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시 청년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패널 조사, 태스크 포스(TF) 운영, 미래사회 예측 연구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소득이나 재산이 많아 기초연금을 받지 않았던 고령자도 수급 조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신청 없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기초연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다음 달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기초연금 지급 조건을 충족한 사실을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고, 일일이 관공서를 찾아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올해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9700원을 받는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된다. 별도 재산이 없는 홀몸노인은 월 소득이 468만 원 이하인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노부부가 소득 없이 주택만 보유했다면 공시가격 13억2000만 원까지 수급 대상이다. 이 기준을 넘는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연금 탈락 후 ‘수급 희망 이력 관리’ 대상으로 등록하면 매년 초 소득과 재산을 확인해 수급 가능 여부를 안내해 준다. 수급 자격이 생겼다는 안내를 받으면 본인이 직접 다시 신청해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수급 희망 대상자로 등록했다면 복잡한 서류를 챙겨 관공서를 방문할 필요 없이 소득이나 재산 기준을 충족했을 때 기초연금이 자동으로 신청된다. 개정안에는 자동 신청할 때 정부가 기존에 보유한 인적 사항과 소득, 재산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급 희망 이력 관리 제도에 등록된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연 2회 재산 및 소득을 확인해 자동 신청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가 의료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1일부터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수술용 장갑과 수액팩, 약 포장재 등 의료 소모품의 재고 소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약품·의료기기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사재기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최근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일회용 주사기와 바늘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한 업체는 “중동 사태로 석유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급이 불안정하다”며 “1일부터 두 달간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전 품목 가격을 15∼20%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일회용 주사기와 바늘은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제도에서 주사 가격은 1000원 안팎으로 고정돼 있어, 주사기 가격이 오르면 개별 의료기관이 부담을 져야 한다. 일각에선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비급여 주사의 경우 환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병원은 선제적으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두 달 치 주사기를 선주문한 한 정형외과 원장은 “많이 구입하고 싶었지만 구매 수량이 제한돼 두 달분만 샀다”며 “다른 의료기기도 가격이 언제 오를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수액팩, 영양 튜브 등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전반으로 공급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비닐이 주원료인 의료기기는 가격이 10% 이상 인상된다는 얘기가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와 의약품 수급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민생복지반’을 가동하고 31일 1차 관계부처 점검 회의를 열었다. 복지부는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매점매석과 사재기 등 유통 과정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 포장재 등의 원료 변경이 필요할 경우 허가·신고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주요 단체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공급망 불안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단체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 재고량이 한두 달 정도는 괜찮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예린 기자 yr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가 의료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1일부터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 수술용 장갑과 수액팩, 약 포장재 등 의료 소모품의 재고 소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약품·의료기기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사재기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최근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일회용 주사기와 바늘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한 업체는 “중동 사태로 석유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급이 불안정하다”며 “1일부터 두 달간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전 품목 가격을 15~20%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일회용 주사기와 바늘은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제도에서 주사 가격은 1000원 안팎으로 고정돼 있어, 주사기 가격이 오르면 개별 의료기관이 부담을 져야 한다. 일각에선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비급여 주사의 경우 환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일부 병원은 선제적으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두 달 치 주사기를 선주문한 한 정형외과 원장은 “많이 구입하고 싶었지만 구매 수량이 제한돼 두 달분만 샀다”며 “다른 의료기기도 가격이 언제 오를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현장에서는 수액팩, 영양 튜브 등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전반으로 공급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비닐이 주원료인 의료기기는 가격이 10% 이상 인상된다는 얘기가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와 의약품 수급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 민생복지반’을 가동하고 31일 1차 관계부처 점검 회의를 열었다. 복지부는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매점매석과 사재기 등 유통 과정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 포장재 등의 원료 변경이 필요할 경우 허가·신고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주요 단체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공급망 불안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단체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 재고량이 한두 달 정도는 괜찮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예린 기자 yr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고려대 동탄병원’은 첨단 스마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차세대 병원의 미래를 제시할 것입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탄병원은 최상의 맞춤형 정밀 의료와 환자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이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 이어 동탄2신도시에 설립하는 ‘동탄 제4 고려대병원’은 2035년 700병상 규모의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고려대 동탄병원은 자율형 AI를 기반으로 미래 의학 기술과 융복합 연구, 인재 양성 기능이 집약된 차세대 복합 의료 캠퍼스를 표방한다. 우선 AI를 활용해 환자의 입퇴원과 가용 수술실 등을 초 단위로 분석하고,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최적의 병상을 확보해 진료팀을 배정할 방침이다. 예약부터 진료, 결과 확인까지 이어지는 AI 체계가 구축되면 의료진이 기존 행정 업무를 80% 이상 하지 않게 돼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원은 보고 있다. 환자 중심의 AI 스마트 시스템도 도입된다. 병실 벽면에 ‘인터랙티브 대시보드’가 설치돼 환자가 스스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현재 치료 과정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또 병실 침대 주변에 환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낙상 위험을 알리거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한 데이터센터도 구축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통해 안암과 구로, 안산병원과의 데이터 연계를 강화해 빅데이터를 쌓고 주변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과 융복합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고려대 동탄병원은 수도권 남부의 지역 필수의료를 지키는 핵심 기관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중증 난치질환 치료 등을 제공해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복기 재활병원’과 ‘노인복지주택’도 함께 설립된다. 손호성 고려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은 “모자보건센터와 신생아중환자실을 강화하고 심뇌혈관과 암 치료를 확대하겠다”며 “동탄병원은 신생아, 소아, 청소년, 성인기를 잇는 전 생애주기의 복합케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윤 부총장은 “안암, 구로, 안산병원과 함께 동탄병원이 지어지면 고려대의료원은 쿼드 체제가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증 희귀난치 질환을 정복하고, 융복합 바이오헬스케어 연구 생태계를 확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고려대 동탄병원’은 첨단 스마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차세대 병원의 미래를 제시할 것입니다.”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탄병원은 최상의 맞춤형 정밀 의료와 환자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이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 이어 동탄2신도시에 설립하는 ‘동탄 제4 고려대병원’은 2035년 700병상 규모의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고려대 동탄병원은 자율형 AI를 기반으로 미래 의학 기술과 융복합 연구, 인재 양성 기능이 집약된 차세대 복합 의료 캠퍼스를 표방한다.우선 AI를 활용해 환자의 입퇴원과 가용 수술실 등을 초 단위로 분석하고,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최적의 병상을 확보해 진료팀을 배정할 방침이다. 예약부터 진료, 결과 확인까지 이어지는 AI 체계가 구축되면 의료진이 기존 행정 업무를 80% 이상 하지 않게 돼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원은 보고 있다.환자 중심의 AI 스마트 시스템도 도입된다. 병실 벽면에 ‘인터랙티브 대시보드’가 설치돼 환자가 스스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현재 치료 과정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또 병실 침대 주변에 환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낙상 위험을 알리거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엔디비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한 데이터센터도 구축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통해 안암과 구로, 안산병원과의 데이터 연계를 강화해 빅데이터를 쌓고 주변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과 융복합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고려대 동탄병원은 수도권 남부의 지역 필수의료를 지키는 핵심 기관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중증난치질환 치료 등을 제공해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복기 재활병원’과 ‘노인복지주택’도 함께 설립된다. 손호성 고려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은 “모자보건센터, 신생아중환자실을 강화하고, 심뇌혈관과 암 치료를 확대하겠다”며 “동탄병원은 신생아, 소아, 청소년, 성인기를 잇는 전주기적 치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윤 부총장은 “안암, 구로, 안산병원과 함께 동탄병원이 지어지면 고려대의료원은 쿼드 체제가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증희귀난치 질환을 정복하고, 융복합 바이오헬스케어 연구 생태계를 확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휠체어를 밀 때는 그냥 미는 게 아니라 어르신께 ‘밀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25일 경기 양주시 서정대의 글로벌요양복지학과 강의실에서는 ‘요양보호와 인권’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수의 질문에 휠체어에 앉아 노인 역할을 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밀면 놀랄 수 있다”, “앞으로 넘어질 수 있다”며 활기차게 답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되겠다며 몽골,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 온 유학생이다. 서정대처럼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육성할 대학으로 올해 전문대와 4년제 대학 21곳이 선정됐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 돌봄 인력 공백이 심해지자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국내 대학에서 직접 양성겠다며 시범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들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문화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 공백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직접 양성”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 시범사업에 참여한 21개 학교에 이달 현재 780여 명이 입학했다. 이 중 지난달 유학비자를 신청한 568명을 기준으로 베트남 출신(220명)이 가장 많고 미얀마(161명), 우즈베키스탄(61명) 등이 뒤를 잇는다. 서정대 글로벌요양복지과에는 베트남, 스리랑카 등 7개국의 40명이 입학했다. 연령대는 23∼49세로 다양하고 현지에서 약사, 간호사 등의 자격증을 땄거나 일본에서 개호복지사(한국의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다 온 학생도 있다. 캄보디아 출신의 산 솔리덴 씨(33)는“한국은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 수준도 높다”며 “노인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아시아권 유학생들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 문화에서 온 경우가 많아 노인에게 익숙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몽골 출신의 바투야 볼로르 씨(38)는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랐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어르신 마음을 읽는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외국인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2028년이면 요양보호사 13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근무 여건이 열악해 국내 인력만으로 메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일하는 요양보호사들마저 고령화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 대부분이 30, 40대로 젊은 편이고 요양원에서 필요로 하는 남성이 많아 벌써부터 현장에서 문의가 온다”고 했다. 대학에서 2년간 과정을 마친 유학생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국내 시설에서 일할 수 있다.● 한국 문화 적응, 맞춤형 교육 등이 과제 하지만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돌봄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려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6600여 명에 그친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최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종사자와 이용자, 고용주 모두에게 다문화 수용성 교육을 해야 한다”며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적응을 위해 활동 초기엔 내국인과 2인 1조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학생을 위해 전문 용어를 쉽게 풀이해주는 등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베트남에서 온 부프엉타오 씨(23)는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에서 한국학과를 전공했지만 욕창, 노화 같은 전문 용어가 많아 수업이 끝나면 다시 공부한다”고 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늘리기 전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은 요양원 근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기숙사나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며 “한국도 기존 요양보호사 인력에 대한 보수와 업무 환경을 개선한 뒤 외국 인력 활성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양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4일 오전 6시 30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경계선 지능인’ 서민호(가명·27) 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7시 30분. 식사 후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일산서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 ‘사탕수수’의 농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45분. 버스를 잘못 타거나 길을 헤매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농장 마스코트인 강아지 왕고가 그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민호 씨가 이날 할 일은 1000평에 달하는 사탕수수 밭을 고르고 잡초를 뽑는 것. 그는 지난해 심었다가 겨우내 죽은 사탕수수 묘목을 담을 손수레를 창고에서 꺼내 왔다. 벌써 4년째 언 땅을 깨우고, 사탕수수를 심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전엔 면접조차 거부당하거나 남들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해고당한 적도 있다. 민호 씨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회색 지대’ 현재 민호 씨와 같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없다. 통상적으로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 사이인 사람을 뜻한다. 지적장애 기준(IQ 70 이하)과 정상 발달 범위(IQ 85 이상)에 속하지 않아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아닌 회색 지대에 있는 셈이다.비록 장애는 아니지만 미국정신의학회 기준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전체 인구의 약 13%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경계선 지능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원인 외에도, 학대나 방임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질병이나 장애로 교육을 받지 못해 경계선 지능을 갖는 경우도 있다. 경계선 지능인은 겉모습만으로는 쉽게 비장애인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간단한 대화를 하거나 물건을 사는 등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고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직장에서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분위기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도 경계선 지능인의 특징이다.이런 점 때문에 경계선 지능인은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취업하더라도 남들보다 일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한 경우 며칠 만에 채용이 취소되기도 한다. 유기농 상품 판매장에서 계산원으로 일한 적 있는 이재희(가명·32) 씨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결심했다. 재희 씨는 “손이 느리다 보니 남들보다 일찍 와서 업무를 시작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상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 하느냐’며 지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주면 할 수 있어요” 경계선 지능인이 주로 일하는 곳은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민호 씨가 근무하는 농장엔 19∼37세 경계선 지능 청년 26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사탕수수 재배부터 가공, 음료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재희 씨도 경계선 지능인을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 ‘프리웨일’에서 바리스타로 1년째 일하고 있다. 일을 배우거나 처리하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민호 씨는 1년 넘게 일하다 보니 농장 일이 손에 익었고, 이제는 후배인 이하정(가명·23) 씨를 가르쳐 줄 정도가 됐다. 24일에도 민호 씨는 하정 씨가 죽은 사탕수수 묘목을 삽으로 파내려 하자 “손으로도 뽑을 수 있다”며 시범을 보였다. 정현석 사탕수수 대표는 “처음부터 8시간씩 풀타임 근무를 하지는 않고 적응 기간을 거쳐 근무 시간을 늘려 나간다”고 말했다. 일에 자신감이 붙자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재희 씨는 프리웨일에서 일하기 전에는 말을 하면 오해를 살까 봐 다른 사람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페에서 동료, 손님과 소통하면서 ‘내 의견을 말해도 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재희 씨는 이제 메뉴를 고민하는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 “평소에는 주로 어떤 음료를 좋아하느냐”며 메뉴 추천을 한다.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일을 하면서 미래를 꿈꾸게 됐다.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경험한 뒤 사람을 만나는 것을 무서워했던 하정 씨는 사탕수수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며 자신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다음 달에 고양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서 외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음료를 판매할 예정”이라며 “여기서 열심히 판매 경험을 쌓아서 나중에는 내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아니라 고용 의무 없어” 채용 사각지대 ‘느린 학습자’인 경계선 지능인은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제 몫을 할 수 있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불안도가 높기 때문에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성실한 데다 반복 작업을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영철 프리웨일 대표는 “반복 업무를 잘하기 때문에 3∼6개월가량 적응을 거치면 일에 숙달된다”고 말했다.그러나 취업 등에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거의 없다.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3년 서울시 경계선 지능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의 50%는 10년 후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취업을 꼽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적 있다는 응답은 32.9%로 3명 중 2명은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계선 지능인을 고용할 유인이 적다. 현재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은 민간기업은 3.1%, 공공기관은 3.8%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기업으로선 경계선 지능인을 많이 채용해도 장애인 고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장애인 일자리도 경계선 지능인은 지원할 수 없다. 경계선 지능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도 같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리웨일은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 고용 비율이 80%를 넘었으나 경영상 이유로 본점은 이달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중증장애인 생산품은 우선 구매 비율이 있어 공공기관을 통해 판로를 찾을 수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라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혼자 취업 준비를 하다가 낙담해 취업을 포기하거나, 차라리 장애 등록을 해 지원을 받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에서 20대 경계선 지능 아들과 함께 사는 이모 씨(54)는 “아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특수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졸업한 이후로는 아무 지원이 없어 집에서 쉬고 있다”며 “일부러 IQ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지적장애 판정을 받으면 장애인 일자리에라도 취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국회 문턱 못 넘은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 국회에 청년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2014년 경계선 지능인이 ‘느린 학습자’라는 이름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 2016년 ‘느린 학습자 지원법’으로 불리는 초중등 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은 학령기에만 적용될 뿐 청년층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2023년부터 14건 발의됐으나 한 건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는 경계선 지능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신설하기보다 교육과 구직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IQ를 기준으로 경계선 지능을 판단한다고 했을 때 1Q 84와 85의 차이가 크지 않고, 경계선에 있는 경우 컨디션에 따라 정상 지능이 될 수도 있어 장애 등록을 하기는 어렵다”며 “부모 등 보호자도 장애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계선 지능 청년들은 구직을 위해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희 씨는 “나도 거절당한 경험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가 늘 힘들었다”며 “하지만 눈 꼭 감고 용기 내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했다. 민호 씨는 “나와 같은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지금 잘 배워서 몇십 년 뒤에 내 농장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고양=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고양=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소정아, 보조배터리를 꼭 사야 하는 걸까?” 24일 경기 고양시 ‘이루다학교’ 성인반에서는 ‘화폐 자산 관리’ 수업이 열렸다. 이날 수업 주제는 ‘2만 원으로 지출 계획 세우기’. 학생들은 도시락, 커피, 교통비 등 지출 항목 예시를 보며 지출 계획을 써 내려갔다. 김보영 교사는 지출 항목들이 꼭 필요한 소비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김소정 씨(가명·20)는 “예산이 부족하지만 집에 갈 때 스마트폰 배터리가 닳아서 불안하다”며 보조배터리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와 같은 경계선 지능인은 금전 감각과 사회성 등이 일반인에 비해 부족하다. 구체적인 물건이 아닌 숫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기 어려워하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도 훈련이 필요하다. 학령기부터 금융, 사회적 소통 등 실생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 습관 기르고, 보이스피싱도 예방 이루다학교에서는 경계선 지능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자립 훈련, 화폐 자산 관리 수업 등을 제공한다. 화폐 자산 관리 수업에서 학생들은 스마트폰 뱅킹을 써가며 일주일간 자신의 지출 내역을 점검했다. 지출 내역을 살펴본 김 씨는 “며칠 전 인터넷으로 산 키링이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이었다”고 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돈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소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 마련됐다. 취업 후 돈을 합리적으로 쓸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소비 습관 훈련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산 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가한 윤지영 씨(가명·20)는 “이제 성인이니 사고가 발생하거나 큰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먹는 데 돈을 많이 쓰고 있어서 이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이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대안학교 ‘별의친구들’에서는 17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목표와 기간을 정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수업을 한다. 최시환 군(가명·18)은 3개월 뒤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정했다. 김학준 교사는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범위로 목표를 정하면서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고, 이 과정에서 삶을 주도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극 등 연습으로 소통 능력 향상” 경계선 지능인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분야는 타인과의 소통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추론 능력이 부족해 상대의 말과 몸짓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이 때문에 맥락과 관련 없는 엉뚱한 말을 하거나 ‘눈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경계선 지능인도 연습을 통해 충분히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루다학교는 11∼19세 학생을 대상으로 스피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나이가 아닌 영역별 발달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눠 진행한다. 학생들은 상황극 등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상대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채영 양(가명·13)은 “원래는 엄마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자신감도 생기고 엄마에게도 설명을 잘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실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은 중부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경계선 지능인도 어린 시절부터 개인별 맞춤 교육을 통해 생활 기술과 사회성을 익혀야 한다”며 “학령기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면 성인이 돼서도 취업과 자립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고양=신예린 기자 yrin@donga.com고양=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27학년도 의대 입시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 전형’에서 선발 인원의 70%는 의무 복무하는 ‘진료권’ 지역의 중고교 출신을 뽑는다. 나머지 30%는 인근 ‘광역권’ 지역의 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선발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역의사법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26일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비(非)서울 의대들이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으로 지역 학생을 별도로 뽑는 제도다. 예를 들어 충북 청주에 있는 충북대 의대는 올해 지역의사제로 39명을 선발하는데, 이 중 70%인 27명을 청주, 보은, 괴산, 제천 등 의무 복무해야 하는 충북 지역의 중고교 출신으로 뽑는다. 30%인 12명은 인근 대전, 세종, 충남 등에서 중고교를 졸업하면 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하는 의료기관을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보건지소,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구체화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복무 지역을 변경하려면 시도 간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수련 기간을 모두 의무 복무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 9개로 한정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수련하면 이 기간이 10년 의무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27학년도 의대 입시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 전형’에서 선발 인원의 70%는 의무 복무하는 ‘진료권’ 지역의 중고교 출신을 뽑는다. 나머지 30%는 인근 ‘광역권’ 지역의 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선발한다.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의 지역의사법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26일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비(非)서울 의대들이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으로 지역 학생을 별도로 뽑는 제도다.예를 들어 충북 청주에 있는 충북대 의대는 올해 지역의사제로 39명을 선발하는데, 이 중 70%인 27명을 청주, 보은, 괴산, 제천 등 의무 복무해야 하는 충북 지역의 중고교 출신을 뽑는다. 30%인 12명은 인근 대전, 세종, 충남 등에서 중고교를 졸업하면 된다.정부는 이와 함께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하는 의료기관을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보건지소,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구체화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복무 지역을 변경하려면 시도 간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또 수련 기간을 모두 의무 복무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 8개로 한정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수련하면 이 기간이 10년 의무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약값이 28조 원에 육박하며 전체 진료비의 4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년 급여 의약품 지출 현황’에 따르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116조2375억 원) 가운데 약품비는 27조6625억 원으로 23.8%를 차지했다. 2023년에 비해 전체 진료비는 4.9%, 약품비는 5.6%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이후 3년 연속 늘었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제네릭 약품비가 크게 늘었다. 2022년 9조7998억 원이던 제네릭 약값은 2024년 12조2591억 원으로 25.1% 증가했다. 반면 오리지널 약품비는 2022년 14조3024억 원에서 2024년 15조3434억 원으로 7.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효능별로 보면 암 치료에 쓰이는 항악성종양제가 전체 지급액의 11.4%(3조10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동맥경화용제(11.2%), 혈압강하제(7.4%), 소화성궤양용제(5.3%), 당뇨병용제(5.1%) 등의 순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의약품 지출이 높은 편에 속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의료비에서 의약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9.4%로 OECD 평균(14.4%)보다 높았다. 정부는 환자의 약값 부담을 완화하고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국산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가격 인하 등이 담긴 약가 제도 개편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시은 양(15)은 학교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생리대 자판기가 있지만 이용하지 않는다. 박 양은 “생리대 크기와 종류가 한 가지라 선택의 폭이 좁다”며 “주변 친구들은 평소 사용하는 제품과 품질이 달라 이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7월부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에게 무료로 생리대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무상 생리대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7월부터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이 소득 확인 등의 절차 없이 무료로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는 형식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상 생리대가 꼭 필요한 여성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 성동구 구로구, 인천 강화군 등이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필요한 이들이 지원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 씨(43)는 최근 생리용품 지원 운영 방침이 예산 소진 시 선착순 지원으로 변경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모두에게 일괄 지급하는 게 아니라면 조손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먼저 주는 게 맞다”고 했다. 생리대 비용을 지원받은 청소년들은 사용처가 제한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손하온 양(16)은 매달 1만1800원을 지원받지만 “사용처가 편의점으로 제한돼 있어 상대적으로 비싼 생리대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생리대 가격 자체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누구든 안전한 생리대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를 조정하는 등 제도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 사업의 중복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예린 기자 yr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시은 양(15)은 학교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생리대 자판기가 있지만 이용하지 않는다. 박 양은 “생리대 크기와 종류가 한 가지라 선택의 폭이 좁다”며 “주변 친구들은 평소 사용하는 제품과 품질이 달라 이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7월부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에게 무료로 생리대를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무상 생리대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7월부터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이 소득 확인 등의 절차 없이 무료로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는 형식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앞서 경기도가 2021년부터 공공·복지시설 등에 자판기를 설치해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했는데,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상 생리대가 꼭 필요한 여성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 성동·구로구, 인천 강화군 등이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필요한 이들이 지원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 씨(43)는 최근 생리용품 지원 운영 방침이 예산 소진 시 선착순 지원으로 변경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모두에게 일괄 지급하는 게 아니라면 조손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먼저 주는 게 맞다”고 했다.생리대 비용을 지원받은 청소년들은 사용처가 제한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손하온 양(16)은 매달 1만1800원을 지원받지만 “사용처가 편의점으로 제한돼 있어 상대적으로 비싼 생리대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생리대 가격 자체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누구든 안전한 생리대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를 조정하는 등 제도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 사업의 중복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예린 기자 yr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